백사장이 사라지는 京畿灣

깨끗하기로 유명한 경기만의 바닷모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옹진군 등에서 허가받은 해사채취업자들이 인천∼경기도 앞바다인 경기만의 20여곳 광구에서 모래를 퍼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앞바다의 경우 옹진군 자월면 승봉도 옆 무인도인 선감도 지역을 비롯, 덕적면 덕적도, 영흥면 영흥도 등에서 연 1천400만∼1천700만㎥의 모래가 채취되고 있다고 한다. 인천 앞바다의 모래채취는 1984년부터 소규모로 실시됐으나 지난 1995년 정부의 골재 수급계획에 따라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백사장 면적 감소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천 앞바다의 최대 모래 채취장인 자월면 선감도 주변의 이일레해수욕장과 자월도의 큰말해수욕장, 대이작도의 큰풀안해수욕장, 작은풀해수욕장 등의 백사장 면적이 줄어 들고 돌이 나오는 등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바다 매립과 농경지 배수로 등의 영향으로 백사장이 크게 줄어 들어 바다의 생태계가 크게 훼손돼 어족까지 줄어 들고 있는 것이다. 경기만을 산란장으로 하던 조기와 민어 등이 자취를 감춘 것은 이미 오래고 꽃게나 피조개, 전복 등도 머지않아 같은 처지가 될 형편이다. 국립수산진흥원 서해수산연구소의 최근 조사에서도 모래 광구 주변 바다에는 모래를 퍼올릴 때 생긴 갯벌층 등 부유물이 많아져 생물들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경기만의 환경파괴를 무릅쓰면서 옹진군이 해사채취 허가를 계속 내주는 것은 수입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올 한해만도 옹진군의 해사채취와 관련한 공유수면점용 사용료 명목으로 지난해 군 전체 세수(稅收)의 4배인 80억여원의 세외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해사채취가 여러해 계속되면 수산자원 고갈 등의 피해가 극심하므로 모래채취 허가량을 제한하고 바닷모래 및 방파제 유실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건설교통부의 골재수급계획량 3천700㎥중 40%를 경기만에서 채취해야 한다는 골재수급문제가 아무리 심각하다 해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더 이상의 무분별한 해사채취와 환경파괴는 막아야 한다. 바닷모래 채취를 완전히 중지할 수 없다면 광구별 휴식년제 도입이나 쿼터제 등을 통해서라도 해양자원을 관리해야할 것이다.

잡음 많은 학교발전기금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초·중·고 학교 현장에 도입된 학교발전기금이 노골적인 강제성 촌지(寸志)로 변질돼가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학부모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학교발전기금은 IMF 체제로 교육예산이 크게 줄어든 1998년 9월부터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된 공립학교에서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활동 내실화를 위한 명목으로 학부모들로부터 모금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학부모들에게 기부금을 거둬 학습기자재와 학교시설확충 등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도 도입 당시 교육예산의 부족한 부분을 학부모에게 떠넘긴다는 반대의견도 있었으나 워낙 각급 학교의 재정형편이 절박했던 때여서 제도를 수용하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었었다. 그러나 최근 운영과정에서 불합리하고 매끄럽지 못한 점들이 드러나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진 것이다. 11일자 본보에도 보도되었듯이 “학교발전기금을 2억원 정도 더 거뒀으면 한다”는 부천교육청 관계자의 발언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지만 학교측이 학교발전기금을 내라는 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직접 보내는 것은 자발적 모금 원칙을 거스르는 사례다. 기부금을 낼 수 없는 형편의 학부모들은 통신문을 받는 것만으로도 큰 부담을 갖게 될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일부 학교에서는 운동장 스프링클러 설치 등 교육적으로 당장 필요하지 않은 항목에 대해서도 기금을 모금하는가 하면 학교별로 할당액수를 정해 교사와 학부모에게 큰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학교측이 학급별로 할당액수를 정하는 것과 정부예산으로 해야 할 사업까지 학교발전기금으로 충당한다면 사실상 강제징수에 해당된다. 교육당국은 당장 교육재정이 확충될 가능성이 높지 않으므로 현실적으로 제도를 존속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그렇다면 철저한 관리와 제도 보완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특히 주력해야 한다. 학교발전기금이 학생들을 볼모로 한 강제성 촌지라는 비난이 계속되는데도 부작용을 줄일 뚜렷한 대책이 없다면 차라리 폐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과외교육비까지 정부에서 지원해 주겠다고 공언하는 판국에 정부의 교육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면 설득력이 없고 비난만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불법 로비 천국인가

재미교포 여성 무기거래 로비스트인 린다 金과 관련된 의혹이 점차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경부고속철도 사업과 관련된 로비자금이 수백억원대가 거래되어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대검찰청은 경부고속철도 차량 사업자선정 과정에서 프랑스 TGV 차량 제작사인 알스톰사가 로비스트 호기춘(扈基瑃)씨에게 약 100억대의 사례금을 건네 준 것이 포착되어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하였으며 공범자를 수배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 사업은 노태우 정권부터 김영삼 정권에 이르는 대형국책사업으로서 단군이래 최대의 사업이라고 할 정도로 현재 18조4천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때문에 사업과 관련된 갖가지 풍문도 많았으며, 특히 정치인과 관료들에 대한 로비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정치부패와 관련된 문제가 끝없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고속철도와 관련된 로비의 진상이 밝혀질 경우, 많은 정·관계인사들이 연루될 가능성이 높아 파장이 예상된다. 이들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종 대형 국책사업에는 항상 로비문제가 야기되고 있으며, 특히 불법 로비 자금으로 수천만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검은 돈이 거래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린다 김이나 호씨의 경우 자신들은 정당한 로비의 대가로 받은 것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의 상황에서 이를 정당한 커미션이나 로비 대가로 보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이들은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로비를 하였으며, 또한 어느 정도의 로비자금을 받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나 보고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정치부패는 대개 불법 로비활동과 관련되어 있다. 외국과 같이 공식적인 로비활동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각종 대형사업에는 항상 이권과 관련된 로비가 문제되고 있다. 로비활동이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불법 로비자금이 정치권에 정치자금이란 명목아래 검은 돈의 형태로 유입되고 있으며, 이는 정치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 불법 로비는 한국사회를 좀 먹는 행태이다. 음성적인 로비를 조장하기 보다는 미국과 같이 로비등록법을 만들어 로비활동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검찰을 비롯한 사정 당국은 불법로비에 대한 진상을 철저하게 파헤쳐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해야 한다. 동시에 정치권은 한국이 더 이상 불법로비의 천국이 안록록도 로비등록법 제정을 고려해야 한다.

부실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절대 빈곤층의 기초생활을 국가가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행 생활보호법을 대신해 시행된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저소득 영세민 중 1∼2인 가구의 보유재산이 2천900만원, 3∼4인 가구는 3천200만원, 5∼6인 가구가 3천600만원 이하이면 월 수입 90만원을 보장해 주고 월 수입이 90만원에 못미칠 때는 차액을 정부에서 보전(補塡)해 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읍·면·동사무소에서 수급대상자들로부터 신청서를 받고 있다고 한다. 가난한 백성을 나라가 도와주겠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싫어하고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 보장법은 준비단계부터 부실하기 짝이 없어 실효성과 형평성이 의심스러워진다. 국민의 인간다운 최소한의 생활을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 준비과정부터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 가운데 대국민 홍보도 없이 수급대상자 신청기간을 지난 2일부터 오는 20일까지로 제한한 것은 신청기간이 너무 짧아 즉흥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확정도 되기 이전에 실무지침만으로 시행을 강행하고 있는 점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 수급대상자의 재산상 자격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잡은 점이 그렇다. 현행 생활보호대상자의 경우 정부 공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과표상 재산으로 산정되고 있으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는 현 시가를 기준으로 함에 따라 자격요건이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구의 정의를 ‘생계를 같이 하는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함께 거주하는 자’로 하는 현행법상 규정을 따르고 있어 실직 노숙자와 도시 빈민촌, 쪽방 거주자, 비닐하우스촌 거주자 등 빈민계층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서두르지 말고 도출된 문제점을 하나 하나 착실히 보완하여 시행을 다소 늦추더라도 명실상부하게 국민기초생활을 보장하는 제도를 수립, 시행하기 바란다.

선거비용 인터넷 공개 환영

중앙선관위가 오는 13일까지 제출하게 되어 있는 제16대 총선 출마자들의 선거비용 수입·지출보고를 중앙선관위 인터넷에 공개키로 했다고 한다. 지난 총선시 병역·납세·전과·재산공개를 통해 유권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던 선관위가 이번 선거 출마자들의 사후 평가에 있어 중요한 정보가 되는 선거비용을 공개키로 했다는 것은 비록 당연한 결정이지만 지극히 환영할만한 처사이다. 우리가 선관위의 인터넷 공개를 환영하는 것은 비록 당연한 사항이기는하나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는 측면이다. 선거비용 보고는 선거법 제132조에 의거 선거일후 30일까지 당해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하게 되어 있으며, 중앙선관위는 이를 일반에게 공고하여야 하며, 일반인들은 공고일로부터 3개월간 보고서의 사본을 열람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선거비용에 관심있는 유권자는 당해 선관위에 가서 언제든지 사본을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선관위에 가는 것도 교통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하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방대한 자료를 검증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선거전에 선거비용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유권자들이나 시민단체들도 대부분 실제로 선거비용 열람을 등한시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유권자에게 정보화시대를 맞아 서비스 제공이라는 차원에서 인터넷에 공개하므로 관심있는 유권자는 사무실 또는 안방에서 편안하게 선거비용이 성실하게 신고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제16대 선거 역시 역대 선거 못지않게 돈이 많이 든 선거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후보자는 법정선거 비용의 10배 이상을 사용한 후보자도 있다고 한다. 유권자들은 선거비용을 많이 사용했다고 비판만 하지말고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를 꼼꼼이 챙겨 의심가는 항목에 대하여 이의를 신청해야 한다. 선관위도 엄격한 선거비용 실사를 통하여 허위보고된 항목에 대해 끝까지 추적, 고발해야 된다. 이번 선관위가 실시하는 선거비용의 인터넷 공개가 깨끗한 선거풍토 형성에 있어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검문경찰이 납치되다니…

요즘 경찰보기가 민망스럽다. 최근 부천과 부평에서 출동경찰관들이 현행범 및 피의자들로부터 폭행당하고 연행자들에게 계급장을 뜯기는가 하면 파출소 집기가 파손당하고, 고속도로 검문경찰관이 납치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공권력의 권위가 여지없이 땅에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각종 범법자들이 경찰의 권위에 정면 도전하는 이같은 현상은 사회의 기강과 치안상태가 극도로 어지럽고 해이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민생치안의 일선 보루인 경찰의 근무체계가 얼마나 허술했으면 공권력이 이처럼 위협받는 사태가 발생했는가를 생각하면 국민들로서는 불안하기도 하다. 요즘 강력범들은 물론 일반 범법자들도 범행이 갈수록 흉포화하고 대담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 비례해서 경찰의 대처능력도 크게 개선돼야만 민생치안을 유지할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사건들 이전에도 공무집행중인 경찰관이 피습 폭행당하고 순찰차와 총기를 탈취당하는 등 공권력이 무력하게 유린되는 사건은 부지기수로 발생했다. 그럼에도 경찰관이 툭하면 납치되고 공격당하며 매맞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근본대책을 세우기 보다는 그때 그때 미봉책으로 사건을 얼버무려 공권력을 우습게 보는 풍조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경찰관이 신고 받고 출동하거나 검문 검색에 나설 때는 어떤 상황이라도 대비할 태세를 갖추는 것은 치안유지자로서의 기본이다. 검문 검색과 출동초기에 범인검거를 위한 태세가 완벽했더라면 이들에게 납치되고 매맞는 등 공권력이 유린되는 창피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경찰당국은 평소 범인검거에 대한 일반적인 교육훈련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찰관 개개인이 초동조치를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느냐는 것이다. 경찰관의 긴급상황 대처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평소 범인을 초동장악할 수 있는 무도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정부가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장비를 확충할 수 있는 예산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복무자세에 문제점이 없는지를 전반적으로 점검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여·야 소장파의 변화요구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초·재선 당선자들이 권위주의적 당내 지배구조에 이의를 들고 나선것은 매우 주목되는 현상이다. 1인 지배의 비민주적 하향식 당운영에 반발하는 것은 당내 민주화의 시도로 평가 된다. 개혁이 가장 안된곳이 정치권이며 민주화가 가장 안된데가 정당으로 비판 받아온 관행에 변화의 조짐으로 기대할만 하다. 민주당은 중진 권노갑 상임고문, 김옥두 사무총장이 지난 4일 소장파 당선자들과 만찬을 가졌으나 위압적인 자세로 오히려 불만을 샀다. 소장파 당선자들은 중진들이 ‘언행을 신중히 하라’며 마치 지시하는 투의 당부만 하고 5분도 안돼 자리를 뜬것은 대화의 뜻이 없는 구태적 발상이라고들 말한다. 이와같은 기류는 한나라당 또한 사정이 비슷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야의 당직 경선에 선수(選數) 파괴 바람이 인것도 공통점이다. 한나라당의 총재와 민주당의 최고위원 경선에 중진들을 제치고 나섰거나 나설 사람들은 한결같이 사당화된 당의 체질 개선을 들고 있다. 의정활동에서 자유투표제를 주장, 당론이라는 이름의 거수기 노릇을 거부하고 있는것 역시 주목된다. 자유투표제는 미국의회에선 보편화 됐다. 그들처럼 의안에 대한 의원들의 투표 내용을 선거구 유권권자들에게 공지함으로써 의정활동에 책임을 지는 새로운 기풍이 조성돼야 한다. 당론으로 위장된 당리당략을 파괴할줄 아는 새 풍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은 당총재나 당에 책임을 지는것이 아니다.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책임을 질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또한 당의 민주화다. 당의 민주화가 이루어질 공산은 크다. 무엇보다 시대적 요청의 흐름이 이러하다. 현실적으로 어느 당이든 단 한석의 의석이 아쉬운 절묘한 분포의 총선민의가 또 그러하다. 특히 민주당은 다음 제17대 총선에서는 지금의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이 공천권을 행사 할수 없는 시기적 맞물림이 끼어있다. 이번 16대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15대처럼 총재의 눈치를 굳이 살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것은 정치도 이젠 변화의 추세를 거역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여야 모두 소장파의원들을 다스리는 총재나 중진들의 지배력은 경륜에 의한 설복이지 위압적인 분부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돼야 하는 것이다.

金주석참배 있나? 없나?

어제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가진 남북4차접촉 실무절차합의서 마련을 위한 의견조율 16개 사항중 1∼2개 사항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서 작성이 5차 접촉으로 넘어갔다. 비공개된 합의사항이 어떤 것이며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이 있다. 김일성 주석의 참배여부 문제다. 정부당국은 지난 3차 접촉에서 이에대한 일부의 보도내용을 전면 부인했으나 여전히 첨예한 관심사다. 북측에서 참배를 요구하지 않으면 몰라도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5년 돌연히 일어난 북측 유고가 있기전에 예정됐던 남북정상회담 합의사유만으로도 저쪽에서는 참배요구의 이유가 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입장은 좀 다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4시, 38선 일원의 인민군에게 총공격령을 내린 작전명령시달이 ‘내각수상겸 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이름으로 된 사실을 지울수 없는 것이다. 이로인한 동족상잔의 참극은 새삼 말할 것이 없다. 더욱이 6월은 현충의 달이다. 남쪽에서는 현충의 달을 기리는 입장에서 정상이 평양에 간 것까지는 이해해도 김주석을 참배하는 것은 정서상 걸맞다 할수 없다. 전몰유족단체등의 심한 반발도 예상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과거를 따지자면 한반도 냉전은 종식시킬 수 없는데 어려움이 있다. 일부에서는 정상회담에서 6·25문제도 거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처음부터 어려운 일부터 시작하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 과거의 상처는 남북관계개선이 성숙된 다음에 꺼내도 그리 늦진 않다. 또 민족화해는 용서하는 마음으로 출발해야 가능하다. 남북정상회담은 기대되는 역사적 대업이긴 하나 회담은 상대가 있다.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가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렇지만 정서상의 장애로 인해 회담분위기를 미리 그릇치는 것이 과연 민족의 장래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깊은 고려가 또한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이에 조만간 확실한 내용을 밝힐 의무가 있다. 실무접촉에서 참배에 관한 논의요구는 없었다든지, 아니면 요구가 있어 어떻게 대처하여 합의수준은 어느정도라는 것을 알려 국민의 양해를 미리 구해야 한다. 아무말 없이 있다가 평양에 가서 불쑥 예상치 못한 참배를 하면 비록 통념적 의전절차라해도 미리 밝혀 양해될 수 있는 일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하는 것이다.

학부모 연좌제 중단해야

일부 고등학교가 학생들의 흡연, 두발, 교복불량, 지각 등에 대한 생활지도를 이유로 교칙을 위반한 학생들의 학부모를 학교로 불러 들여 해당 학생과 함께 학교복도 청소 등을 50여차례나 시킨 일을 놓고 찬반 양론이 무성하다. ‘교실붕괴 만연을 바로 잡을 값진 일이며 자식의 비행 교정 효과가 크다’는 찬성론과 ‘수치심만 자극하는 일이지만 자식들 때문에 수모를 참는다’는 반대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학교측의 취지를 들어 보면 그럴 듯 하다. 교칙을 위반한 학생들의 학부모 봉사활동을 시행한 지난 3월 이후 흡연 학생수가 대폭 줄어 들었으며 학부모들이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가 자녀 일로 해서 학교에서 청소를 하는 것은 말이 봉사활동이지 실상은 처벌을 받는 것이다. 일부에서 교단이 무너지고 교실이 붕괴되는 현상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과 그 학부모가 함께 하는 교내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의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생각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교칙위반 학생-학부모 연좌제’는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연좌제라는 어휘가 주는 성격을 고려할 때 사회적 통념상으로도 적절하지 못하다. 연좌(緣坐)는 글자 그대로 ‘일가(一家)의 범죄로 인하여, 죄없이 처벌당하는 일’이다. 깊이 따진다면 교내에서의 학생 잘못이 과연 학부모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인가. 교사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는가. 제자가 잘못했을 때 회초리를 제자에게 내주며 ‘잘못 가르친 내 죄가 크다. 그 벌로 내 종아리를 때리라’고 한 고매한 스승의 책임론을 교직자들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만일 학교에서 연좌제를 강행한다면 교사의 잘못은 교장이 책임져야 하는 등식이 나온다. 학생생활 지도는 학생상담 등을 통해 교내에서 해결하거나 교칙위반 내용을 학부모에게 통보하여 가정에서 선도토록 해야 한다. 가정과 연계하더라도 효율에 앞서 학부모들이 심적 부담을 갖거나 학생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된다. 교칙을 어긴 학생을 교사는 학교에서, 학부모는 가정에서 선도해야 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는 교칙위반 학생-학부모 연좌제는 중단해야 된다.

公的자금운용 황당하다

정부의 공적자금운용이 무척 걱정스럽다. 당장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투입하고자 하는 소요액이 5조원인데 비해 확보된 자금은 불과 3조원이라고 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40조원의 추가공적자금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선 정부의 방만한 공적자금운용 인식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다. 기업부실 및 금융부실의 확대로 이미 투입된 64조원 말고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도 유만부동이지 얼마가 더 필요할 것인지 실로 답답하다. 그렇다고 이미 51조원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자산구조나 수입구조가 썩 좋아진 것도 아니다. 자금회수가 얼마나 가능할 것인지도 지극히 의문이다. 정부는 90%로 보고 있다. 책상머리 계산을 일단은 믿는다 해도 6조원 이상의 원금을 날릴 판이다. 여기에 또 해마다 수조원의 이자가 붙는다. 이를 국민의 세부담인 재정자금으로 감당하고 있다. 과다한 재정적자 가중을 우려치 않을수 없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성업공사와 예금보험공사의 공채발행을 통해 조달해왔던 것이 이젠 공적자금 마련에 초비상이 걸렸다. 비상수단으로 예금공사가 은행으로부터 일시 차입한 형식으로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겠다는 것이 정부측 생각이지만 근본적 해결방안은 아니다. 대대적인 채권발행도 금융시장에 부담만 줄뿐 전망이 투명하다 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변칙은 무리라고 보아 정공법으로 가야할 것으로 믿는다. 공적자금조성 및 투입에 국회의 심의를 받아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이를 외면하면 국회가 요구해야 한다. 국민부담을 담보로 추경이나 당초 예산규모와 맞먹는 수조, 수십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을 정부부처가 혼자 떡 주무르듯 하는 것은 사리에 맞다 할 수 없다. 공적자금운용은 적정성과 효율성이 생명이다. 지금까지 쏟아부은 자금이 과연 이에 합당한지는 심히 의문이다. 금융개혁만해도 겉치레 실적에 급급하여 책임규명과 후속조치를 소홀히 해 악순환을 되풀이한다는 거센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망할 기업은 망해야 경제가 제대로 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천문학적 수치의 공적자금 투입에 등가성이 있어 정말 불가피했는지 냉정한 반성이 요구된다. 공적자금이 마치 공돈처럼 보편화된 인상을 주는 것은 황당하다. 다음 정부는 어떻게 되든 우선 써놓고 보자는 것이 아니라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공적자금운용백서 발표같은 것은 그같은 사례의 하나라 할 것이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