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초·중·고 학교 현장에 도입된 학교발전기금이 노골적인 강제성 촌지(寸志)로 변질돼가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학부모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학교발전기금은 IMF 체제로 교육예산이 크게 줄어든 1998년 9월부터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된 공립학교에서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활동 내실화를 위한 명목으로 학부모들로부터 모금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학부모들에게 기부금을 거둬 학습기자재와 학교시설확충 등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도 도입 당시 교육예산의 부족한 부분을 학부모에게 떠넘긴다는 반대의견도 있었으나 워낙 각급 학교의 재정형편이 절박했던 때여서 제도를 수용하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었었다.
그러나 최근 운영과정에서 불합리하고 매끄럽지 못한 점들이 드러나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진 것이다. 11일자 본보에도 보도되었듯이 “학교발전기금을 2억원 정도 더 거뒀으면 한다”는 부천교육청 관계자의 발언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지만 학교측이 학교발전기금을 내라는 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직접 보내는 것은 자발적 모금 원칙을 거스르는 사례다.
기부금을 낼 수 없는 형편의 학부모들은 통신문을 받는 것만으로도 큰 부담을 갖게 될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일부 학교에서는 운동장 스프링클러 설치 등 교육적으로 당장 필요하지 않은 항목에 대해서도 기금을 모금하는가 하면 학교별로 할당액수를 정해 교사와 학부모에게 큰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학교측이 학급별로 할당액수를 정하는 것과 정부예산으로 해야 할 사업까지 학교발전기금으로 충당한다면 사실상 강제징수에 해당된다.
교육당국은 당장 교육재정이 확충될 가능성이 높지 않으므로 현실적으로 제도를 존속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그렇다면 철저한 관리와 제도 보완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특히 주력해야 한다.
학교발전기금이 학생들을 볼모로 한 강제성 촌지라는 비난이 계속되는데도 부작용을 줄일 뚜렷한 대책이 없다면 차라리 폐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과외교육비까지 정부에서 지원해 주겠다고 공언하는 판국에 정부의 교육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면 설득력이 없고 비난만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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