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이들 5명 중 2명이 부모들의 학대에 신음하고 있다면 믿어지지 않을 현상이다. 그러나 통탄스럽게도 사실이다. 최근에 나온 ‘아동학대의 실태와 후유증연구’라는 보고서가 국내 아동학대 발생률이 43.7%라고 발표한 것이다. 서울대 의대와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가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학대실태를 보면 폭행, 구타 상해 등 신체학대가 23.5%로 가장 심하고 폭언, 악담, 위협 등 정서학대가 19%, 집에 가둬 놓거나 음식을 주지 않은 방임행위가 20.2%, 성학대도 1.1%나 된다. 매맞고 인격적으로 모욕 당하는 아이들이 우리 주위에 이렇게 많다니 참으로 충격적이다. 어린 자녀를 학대하려면 도대체 왜 낳았는가. 자녀들이 부모들의 화풀이나 분풀이 대상인가. 멀쩡한 부모들이 겨우 걸어 다니는 자녀를 거리에서 유원지에서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구타하기가 일쑤이니 집안에서야 오죽 하겠는가. 지난 달 24일 부모를 살해한 뒤 토막 내 쓰레기통에 버린 혐의로 구속된 모 대학 휴학생도 알고 보니 어려서부터 부모의 학대를 받았다. 그의 반천륜 행위를 옹호하는 게 아니다. 어린 시절에 학대받은 분노가 순간적으로 폭발했음을 상기하자는 것이다. ‘내 자식, 내 마음대로 하는데 참견하지 말라’는 식의 비상식적인 부모들도 많은 세상을 한탄하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신체적, 정서적 학대나 방임행위를 받은 아동들은 ‘발달지연’현상을 보이고 학대받은 아동의 70% 이상은 공격적인 행동과 학습거부, 도벽, 우울, 불안감, 위축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성학대를 받은 아동은 우울증, 야뇨, 퇴행증세가 심각하다고 한다. 오는 7월 13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아동복지법은 신체, 정신, 성적 학대 외에 성적 수치심을 주거나 질병을 치료해주지 않을 경우, 그리고 구걸을 시키거나 아동을 이용해 구걸하는 행위 등도 학대행위에 포함시켰다. 징역, 벌금 등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규정도 들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자녀 사랑이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으로 키워야 하는 당연한 도리를 법으로 규정하는 우리 사회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들이 있다면 각성을 호소해마지 않는다.
사설
경기일보
2000-06-0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