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농산물 외면하는 단체급식

최근 학교, 직장 등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날이 갈수록 국산 농산물을 외면하고 있어 농촌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단체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수는 모두 8천285개교로 이들 학교 대부분이 외국산 과일과 채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학부모와 교장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가 급식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낮은 값을 제시하고 있고 급식업체는 계약을 수주할 목적으로 대부분이 이 조건을 받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급식업체가 수지를 맞추기 위해 식단을 짤 때 가격이 싼 외국산 과일을 납품하는 것은 뻔한 일이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과일뿐만이 아니라 도라지, 나물류, 참기름 등 밑반찬용도 외국산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은 학교단체급식이 수입농산물을 처리해주는 곳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농산물 협정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외국산 과일이나 농산물을 쓰지 말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학교급식이 수익자부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보다 싼 급식비로 풍성한 식단을 원하기 때문이다. 다만 학교장이나 학교운영위원회의 국산 농산물 애용에 대한 나름대로의 소신이 있을 때 학교급식에 국산 농산물 소비를 늘릴 수 있을 뿐이다.

학교급식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단체급식 업체에서도 외국산 과일이나 농산물 소비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단체급식 식단의 단골메뉴로 급부상하고 있는 바나나와 오렌지의 수입량이 지난 3월말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배 이상 많은 2만7천여t이 수입됐고, 바나나는 지난해 동기대비 32%가 늘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대형 농산물 시장에서 값이 싼 국산 방울토마토 등도 나가지 않는 등 국내 농산물 시장을 대형거래처인 단체급식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단체급식을 통해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외국산 농산물 맛에 더욱 길들여질 경우 국내 농산물 시장은 갈수록 판로의 문이 좁아져 농가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된다. 특히 경기지역은 과채류 생산농가가 많아 어느 한 품목이라도 수입산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가격하락에 따른 피해 여파가 더욱 크다. 국산 농산물 사용 권고와 이를 위한 생산자 단체 및 당국의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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