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싹 돋아나는 DMZ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때에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대남 비방방송을 중단하고 우리 측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화합, 평화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는 소식이 기쁨을 더해 준다.

분단의 현장인 DMZ 일대에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1972년 7·4공동성명 직후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합의체결 이후 세 번째로 요즘 분위기는 마치 50년간의 뼈아픈 상흔도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을 정도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예정 발표 이후부터 대남 확성기방송에서 20여 차례에 걸쳐 김대중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과거와 달리 모두 ‘김대중 대통령’으로 호칭했으며 음악으로 할애했다고 한다. 북한은 또 지난 4월 10일 이후 DMZ 일대 대남 확성기방송과 전단을 통한 비방을 사실상 중단했다는 것이다.

월북 종용이나 반정부 선동을 부추기기 위해 뿌려온 대남전단 역시 4월 이전 제작된 것만 발견돼 살포작업이 중단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기도 하다.

북측 선전마을 앞에 서 있는 구호도 최근 ‘백두광명성’에서 ‘동족상쟁반대’로 바뀌었으며 특히 6월 14일 서해교전 1주년을 앞두고 북한 해군함정이나 꽃게잡이 어선이 북방한계선 (NLL)을 넘어올 어떠한 징후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화해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국군 장병들의 경계태세는 추호도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 허리를 두 동강 낸 휴전선 철책은 강화도 서해 끝섬 말도에서 시작, 개성 남방의 판문점을 지나 중부의 철원 김화를 거쳐 고성 명호리에 이르러서야 155마일 긴 여정을 마친다. 그 155마일 907㎢의 비무장지대는 역사의 저린 아픔이지만 한편으론 오랫동안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희귀 동·식물이 마음껏 서식하는 세계적인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다. 아울러 민족의 고귀한 역사 문화 유적지이기도 하다.

대북관계는 그도동안의 경험으로 환상은 금물이지만, 이러한 DMZ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동족상잔의 비극을 교훈삼는 ‘평화지대’ ‘생태계의 낙원’으로 변모하기를 기원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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