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온 국민이 통일에 대한 기대와 격정에 들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의 진행과정이나 공동선언의 합의내용이 많은 사람의 예상을 뒤엎는 놀라움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사회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김위원장의 언행이 빚어낸 김정일쇼크에 대한 화제도 만발하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소재로 한 광고나 유머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으며, ‘휘파람’이나 ‘반갑습니다’와 같은 북한 가요의 음반판매가 늘고, 심지어는 ‘김정일 팬클럽’을 결성하겠다는 학급이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사회환경이 과거에는 북한을 찬양하면 안됐는데 지금은 거꾸로 비판하면 안되는 분위기가 됐다. 이렇게 혼란스러워서는 안된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북한과 김위원장에 대한 면면들은 겨우 사흘동안 보아온 일부분에 불과하다. 앞으로 예민한 통찰력으로 더 관망하고 균형감각을 찾아야 한다. 북한과 김위원장에 대해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져서는 안되겠지만 그 반대인식으로 이상한 신드롬에 빠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흥분과 감격에서 벗어나 차분한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 정상회담과 공동선언문이 보여주는 것에 따라 흥분만 하기보다는 그 배경과 동기 등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5개항의 공동선언문이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냉철하게 살펴보면 정부의 설명이 필요한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남북의 통일방안 공통성 인정에 대한 문제점은 이미 본란에서 지적한 바 있거니와 그 외에 몇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공동선언문에는 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들어있던 상호불가침 또는 무력포기에 대한 언급이 없을 뿐더러, 북측이 요구한 비전향장기수 문제 해결은 명기하면서도 우리의 국군포로와 납북 어부 등 강제납북자 송환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이해못할 일이다. 지금 북한에는 어부출신 등 납북 민간인 454명과 생존확인된 국군포로가 268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로서는 이들의 송환문제가 몇명 안되는 비전향장기수보다 훨씬 절박한 인도주의적 숙제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공동선언문 합의사항의 실천을 위한 당국간 대화과정에서 협상력을 한층 강화, 이같은 미흡점들은 보완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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