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슛돌이’ 공익성에 인기까지 ‘칭찬릴레이’

“아이들이 경기하고 함께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한 가지씩 배워갑니다.”(김송이) “아이들이 서로를 아끼고 협력하는 모습들은 한 게임을 이기는 것보다 더욱 바람직한 교육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이승혜) 인기가 높으면 시청자 비난이 거세고,공익성이 크면 시청률은 낮은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현실 속에서 유독 시청자들의 칭찬과 시청률을 모두 얻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KBS2 ‘해피선데이’의 ‘날아라 슛돌이’. 가수 김종국이 감독으로 나서 평범한 7∼8세 어린이들을 ‘FC 슛돌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유소년 축구팀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리는 코너다. ‘god의 육아일기’,‘천사들의 합창’ 등 예능 코너들에서 이미 검증됐듯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즐거움을 준다. 여기에 전국민적 관심사인 축구를 접목시켰으니 시청 포인트를 제대로 갖춘 셈. 또 지난해 가요대상을 휩쓸 만큼 바쁜 몸인데도 성의를 다해 아이들을 지도하고 다독이는 김종국 감독,각각 인터넷 팬까페가 생겼을 만큼 개성있는 각 선수들의 매력으로 이 코너는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수원 KBS 제작센터 안에 전용 축구장 ‘슛돌이 돔’을 마련하고 다른 유소년 축구 클럽과의 ‘아이매치’(아이들끼리의 경기라는 뜻으로 국가대표 A매치를 변형시킨 조어)를 여는 제작 방식은 유소년 축구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시청자들은 오합지졸에 가깝다가 5개월여 만에 1승을 거둘 만큼 급성장한 FC슛돌이뿐 아니라 ‘차범근 축구교실’ 등 쟁쟁한 실력의 상대팀들을 보며 “한국 축구의 미래가 밝다”고 감탄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경기에 잘 내보내지 않는 등 부쩍 승부에 집착하는 모습에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FC슛돌이는 이달 중순부터 전국 8개 클럽 초청 축구대회에 참가한 뒤 다음 달 월드컵이 열리는 독일로 건너가 현지 유소년 팀과 경기를 가진다. 독일에서는 월드컵 한국 대표팀 경기 응원에도 나선다. 이후 선수들의 초등학교 생활 등 이유로 코너는 마무리될 예정.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시청자 게시판에는 벌써 ‘서운하다’,‘2기 슛돌이를 뽑아 계속해 달라’는 요청이 올라오고 있다.

신예스타들, 매력 마음껏 뽐내다…영화‘폭력써클’의 김해 촬영장

'충무로의 재주꾼' 박기형 감독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익숙하다. 지난 98년 '여고괴담'을 통해 여고생들의 심리를 탁월하게 그려냈던 그가 이번에 또 다시 학원을 배경으로 한 청춘 액션물 '폭력써클'(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다다픽쳐스)을 통해 남자들의 세계에 잠입한다. 여고와 남고,공포와 폭력이라는 외피는 다르지만 두 작품은 '청춘'이란 공통점을 지닌다. '여고괴담'때 그랬듯이 이번에도 박 감독은 안방극장과 스크린의 촉망받는 신예 스타들을 대거 '폭력써클'에 가입(?)시켜 눈길을 끈다. 주연의 낙점을 받은 행운아는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광식이 동생 광태'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신인답지 않게 좋은 연기를 펼쳤던 정경호. 부드러우면서 남성적인 면을 모두 갖고 있어 극중에서 육사를 지망하는 평범한 고교 1학년생으로 나와 힘든 사춘기를 헤쳐가는 상호역을 맡았다. 첫 주연에 대한 부담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부담은 되지만 작품할 때마다 내가 주연이란 생각을 해왔고 이번 작품은 그다지 이미지 변신이 많지 않아 다행"이라고 가볍게 받아 넘긴다. 상호의 절친한 친구인 재구 역의 이태성은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로 지난해 연말 각종 영화 시상식에 신인배우 후보로 올라 주목을 받은 신예이고,TV 오락 프로그램에서 행성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던 이행석도 가세,거칠고 강한 남성미를 선보일 예정이다. CF와 드라마 '토지'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장희진은 당차고 매력적인 수희역으로 이 작품의 홍일점. 극중 잦은 흡연과 정사신까지 해내야하는 그는 "이미지 변신하기로 한 이상,청춘영화의 새로운 여주인공 상을 빚어내겠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경남 김해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촬영중인 박 감독은 지난 2일 연이어 현장공개와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완인 신예들과 영화를 찍으면서 그들의 재능을 발견해 나가는 것은 행운"이라며 "완성된 배우보다 젊고 신선한 쾌감이 매력"이라고 이들과의 작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뒷골목 깡패,진짜 이재룡 맞아?…KBS‘굿바이 솔로’서 이미지 360도 변신

깡패가 주인공인 영화가 몇 년째 히트를 치고 있어서인지 국내 연기자 가운데는 '조폭 연기의 달인'이 꽤 많다. '넘버3'의 송강호나 '친구'의 유오성 등 주연급 뿐 아니라 '잠복근무'의 오광록이나 '마파도'의 유해진 등 조연들도 인상적인 깡패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은 살벌한 눈빛과 욕설이 난무하는 대사를 던지는데 왠만해선 웃지도 않는다. 정말로 '조폭'들은 하루종일 그런 얼굴을 하고 있을까. 탤런트 이재룡은 "아마도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이재룡은 지난 1일 방송을 시작한 KBS 드라마 '굿바이 솔로'에서 '깡'으로 뒷골목을 평정한 건달 호철 역을 맡았다. '종합병원','상도','불멸의 이순신'에 출연하며 정직하고 착한 모습만 보여왔던 그로서는 의외의 변신.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깡패 연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깡패라고 하루 24시간 인상만 쓰고 있지는 않겠죠. 예쁜 여자친구를 만나면 마냥 즐겁게 웃을테고…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요. 조금은 밋밋할 수도 있지만 정형화되지 않은 모습을 그릴 겁니다." 깡패 연기가 처음이라는 그. 이번 캐릭터를 위해 8㎏을 감량하고 하루 4시간씩 걸려 온몸에 문신을 그려넣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지만 그래도 화면에는 착한 이미지가 남아 있다. 그가 맡은 호철은 겁이 많은 깡패.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겁이 많았지만 깡패가 아니면 살아갈 길이 없었다는 설정이다. "남들이 자신을 무서워하도록 만들려고 문신을 새긴 인물입니다. 아직도 내면에는 두려움이 있죠." 그의 캐릭터 분석은 왜 자신이 캐스팅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는 말처럼 들렸다. 이재룡은 "이제 삼촌이나 아버지 역할이 어울리는 나이가 됐다"고 인정한다. "배우로 남아야 할 때"라고 강조하는 그는 시청률에 대해서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MBC에서 '허준'이 한창 인기가 있을 때 KBS '바보같은 사랑'에 출연했는데 시청률 1.7%까지 기록한 적이 있었다"면서 "방송이 끝날 때 나오는 애국가보다 시청률이 낮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보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작품으로 인기를 올려서 다음 작품을 어떻게 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다음에 뭘 할지 정해 놓지도 않죠. 좋은 드라마에 좋은 역할이면 만족합니다." 영화계 진출에 대한 질문에 "제가 나와서 흥행이 되겠습니까"하고 되묻는 그는 자신의 영역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연기자가 돼 있었다.

박혜진 앵커“무색무취한 물 같은 진행 하고 싶다”

오는 6일부터 MBC ‘뉴스데스크’의 여성 앵커가 새로 바뀐다.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해온 박혜진(28) 아나운서가 출산을 위해 물러난 김주하 아나운서의 뒤를 이어 평일 뉴스 진행을 맡고,지난 2004년 입사한 신참 서현진(26) 아나운서가 주말 앵커로 발탁됐다. 2001년 입사 이후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안정적인 목소리와 마스크를 가졌다는 평을 받아온 박혜진 아나운서는 “설렘과 책임감을 절반씩 느끼고 있다”면서 “시청자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뉴스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부진이 메인 앵커로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 또 강한 색깔의 뉴스를 진행해온 김주하 아나운서의 뒤를 그가 어떤 색깔로 이어갈 지도 관심이다. 그는 “요즘 시청자들은 톡 쏘고 달콤한 음료수같은 뉴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무색무취의 물같은 진행을 하고 싶다”면서 “결국 (정보의) 갈증을 풀어주는 것도 후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주하 선배만의 색깔이 있듯이 편안함과 친근함 등의 장점을 살려 뉴스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입사 2년 만에 주말 앵커를 맡게된 서현진 아나운서는 “기회가 빨리 찾아와 부담스럽긴 하지만 무엇보다 원하는 일을 시작하게 돼 기쁨이 앞선다”면서 “쟁쟁한 선배 아나운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01년 미스코리아 선 출신이기도 한 서 아나운서의 주말 앵커 결정에 MBC 아나운서국도 놀란 분위기였다고. MBC 성경환 아나운서 국장은 “처음 봤을 때 예능 프로그램에 적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뉴스 진행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 주말 앵커석을 맡겼다”고 말했다.

MBC ‘궁’ 내년 겨울에 속편…국내 ‘드라마시즌제’ 효시되나

MBC 수목드라마 ‘궁’(극본 인은아·연출 황인뢰)의 시즌2 제작이 결정됐다. 내년 겨울 방송을 목표로 다음 시즌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연결시키기 위해 처음 기획된 20회에서 최근 4회를 연장했다. 그동안 ‘파리의 연인’과 ‘프라하의 연인’,‘천국의 계단’과 ‘천국의 나무’ 등 전편의 컨셉트를 차용한 후속 드라마 제작은 종종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연출진과 주요 연기자 모두 후속편에 그대로 투입되는 경우는 처음이다. 첫 시도되는 시즌 제작인 만큼 미국의 ‘CSI 과학수사대’ ‘로스트’ ‘위기의 주부들’처럼 앞으로 드라마 시즌제가 활성화될지도 관심을 모은다. MBC는 ‘궁’ 이외에 시골의사의 진솔한 경험담이 담긴 베스트셀러 에세이를 골간으로 한 시즌제 드라마 ‘시골의사’(가제)를 준비하고 있으며,외주제작사 에이스토리도 ‘종합병원2’ 제작을 검토 중이다. 속편 제작이 관행화된 영화에 이어 TV 드라마도 시즌제 형식을 본격화함에 따라 이같은 제작 형태가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은 형국이다. 영화 ‘가문의 위기’와 ‘투사부일체’ 등이 전편을 뛰어넘는 흥행 기록을 세워 ‘형만한 아우없다’는 속설이 옛말이 된 지 오래. 드라마 속편 역시 전편의 후광을 통해 시청자들을 환기시키며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한 발 더 나아가 폭발력을 가지려면 전편에 또 다른 알파가 보태져야 한다. 전편의 흥행에 기댄 나머지 속편만의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면 오히려 전편에 흠집만 내고 끝날 공산이 크기 때문. MBC 김사현 드라마 국장은 “‘궁’의 시즌2 제작을 안일한 제작 형태로 여기는 측면도 일부 있겠지만 좋은 컨셉트와 소재를 발굴했을 때 이를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이라며 “속편 제작을 반기는 많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볼 때 드라마 시즌제 제작이 적절한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내년쯤 선보일 ‘궁’의 내용에 대해서는 “주인공들이 대학생이 된 이후의 이야기 등 입헌군주제라는 가상현실 아래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日 ‘가수 한류열풍’은 허상…“보아·계은숙 말곤 잘 몰라요”…소수 매니아에 그쳐

“한국 가수요? … 계은숙!” 보아를 제외하고 일본 젊은이들이 아는 한국 가수는 얼마나 될까. 지난달 26일 도쿄에서 만난 일본 뮤지션 고키 오노(32)씨는 일본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가수가 보아 외에도 있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내저었다. 이날 도쿄 요미우리홀에서 열린 가수 장은숙(일본에서 10년이상 활동중인 한국출신 성인가수)의 콘서트에 세션으로 참여한 그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후 K(본명 강윤성)를 기억해냈다. K는 ‘H2’ ‘1리터의 눈물’ 등 일본의 인기 드라마 주제곡을 불러 지난 1년 사이 오리콘 차트에 종종 이름을 올렸던 신인가수. 고키씨와 같은 세션팀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게이코(32)씨는 “보아나 계은숙 이외에 다른 한국 가수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많은 대중가수들이 일본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수영 박화요비 클래지콰이 신승훈 세븐 비 등이 이미 한 두장의 싱글 음반을 일본에서 발표했고 이승철도 최근 ‘루이’라는 예명으로 싱글 음반 ‘사요나라’를 내놨다. 이외에 박정현 성시경 장윤정 이지혜 등이 일본에 발을 내딛기 위해 모색 중이다. 일본에 진출하려는 대중가수들이 몇 년 전부터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그 성과는 미미하다. 한국 가수에 대한 일본 가요계의 반응은 소수 팬들의 환호에 그칠 뿐 ‘한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 얼마전 일본에 진출한 가수 A의 매니저는 “한류라고 해서 일본에 가면 모두 성공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제 가보니 그렇지 않았다”면서 “A를 좋아하는 극소수의 일본 팬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몇 년 동안 일본에서 활동했던 가수 B의 매니저도 “일본에서 한류의 중심은 드라마 연기자이지 가수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선 꽤 인지도 있는 가수일지 몰라도 일본에서는 거의 신인이나 다름없는 만큼 충분한 물적·인적 준비가 선행돼야 함에도 대부분의 가수들이 치밀한 계획없이 진출하는 실정이다. 일본을 겨냥한 음악 스타일을 연구하기 보다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 OST를 통해 진출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럴 경우 이름을 반짝 알릴 수는 있어도 자신의 음악으로 일본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보아는 데뷔 전 일본에 체류하며 언어를 습득하는 등 수년간의 준비 끝에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10년 동안 일본에서 음악활동을 해온 장은숙은 “한류로 상황이 좋아지긴 했지만 많은 후배가수들이 일본 진출을 쉽고 간단하게 여기는 것 같다”면서 “일본의 언어와 문화를 얼마만큼 소화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님은 왕이다] “독창적 실험정신과 상업영화의 만남”

‘손님은 왕이다’(제작 조우필름)는 독창적인 실험정신과 주류 상업영화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0억원의 저예산 영화에 연기력은 있으나 주연급은 아니었던 배우들,신인감독(오기현)이 뭉쳐 꽤 스타일리시한 영화를 만들었다. 한가로운 이발관에 낯선 손님(명계남)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이발사(성지루)의 약점을 들춰내며 돈을 요구한다. 급기야 이발사의 아내(성현아)까지 넘본다. 더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이발사는 해결사(이선균)를 고용한다. 세련미의 출발은 색채의 미학.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장소이자 나른하면서도 강박적인 이발사의 일상을 대변하는 이발관을 흑과 백의 체스 무늬 바닥으로 표현했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소재의 날카로운 면도칼이 배치된 정돈된 이발관,벽면의 ‘손님은 왕이다’라는 액자까지. 왠지 금방이라도 위협적인 공간으로 돌변할 듯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여기에 탱고음악이 주효했다. 가난한 이들의 기쁨과 눈물을 격정에 녹인 탱고는 일류보다 삼류에 가까운 이발사,협박사,요부,해결사라는 우리사회 비주류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돋보이게 하는데 제격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오마주’에 의한 실험성이다. 오마주란 후배 영화인이 선배 영화인의 재능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감명 깊게 본 대사와 장면을 본 떠 만든 것. 이를테면 성지루가 슈퍼 앞에서 생두부를 먹고 있을 때 슈퍼주인이 우유를 건네고,성지루가 무심코 “그래도 우유는 해태우유가 최곤데”하고 내뱉는 장면은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에서 설경구의 그것과 똑같다. ‘초록물고기’에서 보여준 배우 명계남과 이창동 감독에 대한 오마주,‘아마데우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등 영화적 인용으로 가득차 있다. 영화는 전반부 꽤 밀도있는 스릴러로 궁금증을 자아내다가 어느 순간 눈물겨운 드라마로 변신한다. 그리고 모든 궁금증을 한꺼번에 확 쏟아내며 스스로 밀도를 뚝 떨어 뜨린다. ‘명계남을 위한 영화’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특정 배우에 대한 지나친 헌사라는 느낌도 들지만,실험성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흥행을 위해 스타중심으로 철저히 기획된 영화가 아니라 남들이 안 해보는 것,잘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시도해보자는 도전정신이 빛난다.

MOVIE/이니셜 D.카사노바.무인 곽원갑

■인터뷰/지진희-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은밀하면서도 통쾌한 웃음 드려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힘들텐데도 지진희(35)는 예의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믿음직한 이미지, 조용하고 진중할 것 같은 느낌. 스스로도 이렇게 설명하듯 지진희는 대중에게 바른 남성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팬들이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될듯싶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감독 이하 제작 MK픽처스·언더그라운드)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말할만큼 은밀하면서도 통쾌한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문소리가 인터뷰에서 “피식 내뱉는 웃음”이라고 밝혔는데, 지진희는 “몰래 ‘크크크’하는 웃음이 나오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둘 다 일맥상통하는 말. 지진희는 “일상에서 하고 싶은 것을 드러내놓고 하는 것을 보면서 가식을 벗고 묘한 통쾌함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아니다. 혼자 생각할수록 웃음을 주는 영화다. “왜 그런 것 있잖아요. 누가 뒤에서 내 차를 박았는데, 내리면 사실 욕부터 해주고 싶어도 참게 되죠. 체면이 있으니까. 그런데 박석규는 욕해요. 시원하게. 개와 함께 가다 물웅덩이가 나오면 비켜가는데, 석규는 그냥 개 목을 붙잡고 폴짝 뛰어건너요. 하고 싶으나 그렇게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석규의 그런 만화적 모습이 웃음을 주는 거죠” 그가 맡은 만화가이자 대학 강사 박석규 캐릭터가 분명하게 다가온다. 남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며 즐기고 사는 조은숙 교수(문소리 분)의 과거를 알고 있는 유일한 남자다. 잘 생기고 젊은 석규 등장에 조은숙을 따르는 남자들이 긴장하지만 그는 결코 그 싸움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음악을 듣다 보면 쉬어갈 수 있고 포인트를 주는 ‘통통’하는 소리 같은 캐릭터라고 할까요. 영화를 아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이며 가장 감독님과 그리고 저와 가까운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촬영장에 가는 동안 “소풍 가는 기분으로 갔다”고 말했다. 일부러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지만 시나리오가 이미 그의 머릿 속에 들어 있었고, 그는 석규가 돼 매일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보다 한살 어린 감독은 그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줬다.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한번에 읽어 내려간 게 ‘H’와 이 영화였어요. 사실 멜로쪽으로 이미지를 쌓아왔고, 앞으로 조금 더 굳힌 이후 코미디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시기를 조금 앞당길 정도로 마음에 와닿았던 시나리오입니다. 물론 석규가 코믹하다기 보다는 엉뚱한 캐릭터이긴 하지만요” 지진희는 고현정과 공연한 드라마 ‘봄날’ 이후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과 천커신(陳可辛) 감독의 ‘퍼햅스 러브’를 촬영한 후 황석영 원작 ‘오래된 정원’(임상수 감독)을 촬영중이다. 공교롭게 영화에만 줄곧 출연한 것. 영화를 고집한 게 아니라 좋은 작품이 내게 와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 뿐이지 드라마를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래된 정원’을 촬영하는 와중에 일본에도 다녀왔다. ‘대장금’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후 처음으로 팬 미팅에 나선 것. 지진희 우표가 나와 이에 맞춰 행사를 열었다. 그는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NHK홀에서 팬미팅을 열었는데 3천500명이 왔어요. 욘사마만큼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기분 좋았죠. 뭐” 그의 웃음이 씩씩했다. ● 이니셜 D 길에서 만난 레이싱 숨막히는 승부 세계로 자동차 경주를 소재로 한 영화 ‘이니셜D(Initial D)’가 수입돼 곧 관객들을 찾아간다. 홍콩영화 부활의 신호탄이라고 평가받는 ‘무간도’ 시리즈의 류웨이장(劉偉强)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홍콩의 떠오르는 스타 저우제룬(周杰倫)이 주연으로 참여했다.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 이 만화는 일본에서만 4천600만부가 팔리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후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으로도 만들어져 사랑받았다. 레이싱영화라고 하면 거대한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프로선수들의 경주를 쉽게 떠올리지만 ‘이니셜D’는 청소년들이 일반 도로에서 펼치는 자동차경주를 소재로 했다. 평범한 고교생 다쿠미(저우제룬 분)는 낮에는 주유소 아르바이트, 새벽에는 두부배달을 한다. 두부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도와 구식 도요타 자동차로 굴곡이 심한 아키나산을 넘나드는 일도 벌써 5년째다. 다쿠미는 중학생 때부터 구불구불한 난코스에서 운전했기 때문에 절묘한 속도를 내면서도 최고의 코너링을 보여줄만큼 뛰어난 운전 실력을 지닌 레이싱 천재. 여느 때처럼 배달을 하던 그는 자신을 추월한 차와 레이싱을 펼쳐 손쉽게 이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바로 아마추어 레이싱팀 소속 다케시(위원러 분)였던 것. 이후 다쿠미의 완벽한 레이싱에 승부욕을 느낀 또래 레이서들이 연이어 경주를 신청하지만 모두 패배한다. 처음에는 레이싱을 마다하던 다쿠미는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고 즐거움을 느낀다. 지금까지 그저 감각적으로만 달리던 다쿠미는 첫번째 패배로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되고 더 나은 레이싱을 위해 프로 레이서 고이치와 료스케(천관시 분)와의 위험한 대결을 벌인다. 감각적인 힙합음악에 맞춰 펼쳐지는 경주와 만화의 레이아웃을 연상시키는 화면구성 등은 젊은이들의 코드에 그대로 부합한다. ● 카사노바 여자들은 왜 그를 좋아할까…‘탕아’의 매력에 빠져~봅시다 카사노바. 자유로운 성(性)과 쾌락을 탐닉했던 신화적인 호색한이다. 카사노바가 남긴 자서전 ‘나의 인생 이야기(History of My Life)’에는 “즐겁게 보낸 시간은 낭비가 아니다. 권태로운 시간만이 낭비일 뿐이다”란 말이 있다.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로 시작되는 한 광고삽입곡 가사를 떠올리게 하는 글귀다. 이 CM송이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데는 인생을 즐기고 싶은 현대인의 심리가 투영됐기 때문이다. ‘인생을 즐긴다’는 말과 친숙한 카사노바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개같은 내 인생’과 ‘길버트 그레이프’, ‘초콜릿’ 등 진지한 영화를 만들어온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신작 ‘카사노바’를 들고 한국 관객들을 찾아간다. 소외된 사람들의 일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다뤘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에는 카사노바의 억압과 관능, 거짓과 진실, 사랑과 욕정 등 상반된 개념을 희화적으로 풀어냈다. 카사노바의 사랑과 삶을 다룬 영화는 ‘카사노바(Casanova)’(1918), ‘카사노바-카사노바의 사랑(Casanova-The Love of Casanova)’(1954), ‘카사노바(Casanova)’(1976) 등이 있으나 새롭게 선보이는 ‘카사노바’에서 카사노바는 단순한 호색한이 아니다. 그는 풍부한 지성과 날카로운 유머를 지닌 21세기형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사실 17살에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외교관·군인·작가·철학자로 활동했던 유능한 인물이었다. 영화는 지적인 면을 애정행각과 병치시켜 카사노바를 새로운 인물로 구현했다. 영화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건 뭐니뭐니해도 카사노바 역을 맡은 히스 레저. 그는 골든글로브 최우수작품상 등 4개 부문상, 감독조합 감독상, 프로듀서조합최우수상, 작가조합 각색상 등을 휩쓸었고 아카데미상 8개 부문 후보에 지명돼 다관왕을 노리고 있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주인공 에니스 역을 맡았다. 그는 ‘카사노바’에서 여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매력남으로 변신했다. 그저 2시간동안 편안한 마음으로 18세기 유럽을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관람하면 된다. 오는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 무인 곽원갑 영원한 ‘황비홍’ 돌아온 화려한 액션 ‘리롄제(李漣杰)의 마지막 액션 영화’란 홍보문구가 관람 의욕을 자극한다. 더 이상 무술 영화를 찍지 않겠다는 말인가. 제작비 117억원에 제작기간 1년의 세월을 들여 찍은 ‘무인 곽원갑’은 한마디로 리롄제의 안으로는 무술에 임하는 정신과 겉으로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우아하고 아름다운 무술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리롄제는 위런타이(于仁泰) 감독에게 직접 영화화를 제안했다고 한다. 무도 정무문(精武門)을 창시한 곽원갑은 1900년대초 밀려드는 외세에 맞설 힘조차 없이 무기력하게, 그리고 급속하게 붕괴됐던 중국에서 중국의 자존심을 지켜준 인물로 평가받는다. 영화는 서양 열강과 일본이 곽원갑에게 4대1 싸움을 제안했을 때 이를 받아들이고 무대 위에서 죽음을 맞는 것으로 설정된다. 당당한 죽음으로 그는 중국인들에게 영웅이 된다.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 국가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 곽원갑은 42살에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지지 않은 채 삶을 마감한다. 공교롭게도 리롄제 역시 올해 42살이다. 100여년 뒤 중국인은 곽원갑을 그린 영화를 보면서 자존심을 확인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중국 무인의 삶을 다룬 건 아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 인간의 깨달음의 과정이 단순하고 명확하게 설명돼 있다. 원갑의 아버지는 곽사부로 불리는 톈진(天津)의 유명한 무술인. 그러나 아들에겐 무술을 시키지 않으려 한다. 곽원갑의 아버지는 지역 무술인들의 도전을 받지만 늘 마지막 일격을 아낀다. 이때문에 대련에서 지는 경우가 많다. 어린 원갑은 이런 아버지가 불만이다. 원갑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일깨워주려 하고 그의 곁에는 늘 함께 하는 친구 경손이 있다. 사랑하는 부모와 친구가 있으니 부족할 게 없는 삶이다. 세월이 흘러 원갑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가업을 잇는다. 그는 여러 무인들의 도전을 받아들이며 승승장구한다. 더 이상 거칠 게 없다. 그런 와중에 라이벌인 진사부와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고 승리한다. 진사부는 결투 후 숨진다.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친구 경손은 점점 더 승리 자체에만 집착해 가는 원갑과 절교를 선언하고 진사부의 수제자가 복수심에 불타 원갑이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와 딸을 살해한다. 더욱이 진사부에 대한 오해가 제자들의 거짓말 때문이었다는데 충격받은 원갑은 목숨을 끊으려 한다. 그는 앞을 보지 못하는 착한 여인 월자에게 구조된 후 고즈넉한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며 깨달음을 얻는다. 아버지가 왜 최후의 일격을 가하지 않았는지 알게 된 그는 중국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4대1 결투를 승낙하고 최고 경지에 이른 무술을 펼친다. 그때는 친구 경손이 다시 그의 곁에 와 있었다. 전반적으로 착한 무술영화다. 리롄제의 뛰어난 무술을 쉴 틈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남자들의 시선을 끌 만하고 무술영화인데도 잔인한 장면이 없다. 더욱이 곽원갑이 진정한 무술의 정신을 일깨워가는 과정 역시 교훈적이다. 확실한 오락영화이면서도 메시지가 분명한 영화다. 리롄제는 마지막 액션 영화라는 점의 의미에 대해 기자회견을 통해 “영화에서 무술이 기술적으로만 표현됐다.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 무술의 정신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즉 앞으로 영화에서 무술을 선보일 수 있으나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무술영화는 마지막이란 의미다. 오는 9일 개봉. {img5,l,000}●‘제시카 알바’ 6년전 작품 개봉 미국판 ‘이효리’라고 불리며 국내 남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섹시 스타 제시카 알바. 그의 출연작 ‘파라노이드’(Paranoid:2000년)가 제작된 지 6년이 지나 지각 개봉한다. 한국에서의 인기가 반영된 결과다. ‘파라노이드’는 영화 ‘로메로’ 등으로 알려진 영국의 존 듀이건 감독 작품. 편집증 환자란 영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사이코 드라마다. 제시카 알바의 섹스 어필한 매력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18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