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입대를 앞두고 가수 활동을 중단한 가수 김범수(28)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지난 연말 기획사와의 계약을 끝내고 ‘천상의 목소리’‘빌보드 차트에 오른 최초의 한국인 가수’‘얼굴없는 가수’ 등 자신의 이름 앞에 따라다니던 수식어를 벗어던지자 또 다른 모습의 ‘자유인 김범수’가 있었다. 그는 현재 군입대를 앞두고 의미있는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 떠나는 이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준비하느라 바쁜 김범수를 만나봤다. ◇함께 만드는 콘서트=요즘 김범수는 바쁘다. 다음달 3일 군입대를 앞두고 마지막 콘서트를 열기 때문이다. 콘서트 준비를 위해 그가 매일같이 가는 곳은 서울 구로동 한영교회(담임목사 전덕열). 콘서트 장소이자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다. “입대를 앞두고 제 마지막 공연을 교회에서 하고 싶었습니다. 그 동안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나를 위해 공연했다면 이제는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는 공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의 유명세에 비하면 이번 공연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공연기획사도 없다. 모든 준비는 교회 성도들이 힘을 모아 함께 하고 있다. “청년부 뿐만 아니라 온 성도들이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힘든 줄 몰라요. 서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면서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몰라요.” 그는 “교회 봉사를 열심히 하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며 “저를 통해 교회 성도들이 함께 모여 기쁨으로 봉사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You Know Jesus?’= “이번 공연은 믿지 않는 분들이 주인공입니다. 그분들에게 저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겁니다. ‘당신은 예수님을 아십니까?” 그러나 직접적인 방식을 취하지는 않는다. 대신 김범수는 하나님 안에 거하면 삶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할 계획이다. “방황하던 김범수,하나님을 만난 김범수,변화된 김범수 등등 크리스천 김범수가 되기까지 모든 이야기를 19곡의 노래와 함께 들려 드릴 거예요.” 신앙 고백적 공연이다 보니 히트곡은 5곡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다 찬양이다. 처음 교회를 찾는 이들을 위해 부담없는 찬양을 선별해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콘서트를 통해 김범수가 기대하는 것이 또 있다. 부모님 전도다. 부모님은 교회는 안 나와도 자신의 공연만큼은 꼭 보러온다는 것이다. “여전히 교회 출석은 꺼리시지만 하나님 안에서 제가 변화했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계세요. 이번 공연을 통해 부모님이 하나님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삶을 고백하다=어려움 모르고 자랐을 것 같은 김범수에게서 세월의 상처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김범수는 “지금 제 모습으로는 상상도 못할 만큼 방황의 시기가 있었다”며 “만약 착실하게 살았다면 하나님을 못 만났을 것”이라며 뜻밖의 고백을 했다. “중학교때부터 담배와 술을 배웠고 폭력을 일삼았어요. 경찰서에 숱하게 갔죠. 그러다 고등학교 때 결핵에 걸렸고 늑막염으로 증상이 악화돼 입원을 했어요. 침대에 누워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디에 기대야 하는가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때 한 친구가 복음성가 테이프를 건네줬다. 끈질기게 자신을 전도하던 친구였다. ‘좋은씨앗’의 ‘아들아 사랑한다’는 곡이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도대체 그 분이 누구길래 나를 아들이라 하셨을까. 퇴원 후 친구를 따라 교회에 출석하게 됐다. 바로 지금의 한영교회다. “그때부터 제 꿈은 복음성가 가수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저를 통해 다른 계획을 세우셨지요. 1집 ‘하루’는 미국 빌보트 차트에 올랐고 2집 ‘보고싶다’는 드라마 성공과 함께 소위 대박을 터뜨렸죠.” 인기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연예계 생활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 술 자리에 참석해야 했고 주일성수는 불가능했다. “다행히 하나님은 모든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를 주셨습니다. 인생은 광야길이라고 하잖아요. 늘 평탄하면 의미없다고 생각해요. 하나님의 땅으로 들어가는 길이라 생각하면 고난도 축복인 것 같습니다.” 그의 기도제목도 한결같다. 김범수는 “제 달란트로 하나님의 일을 하기 원한다”면서 “제대 후 하나님의 일을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기를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4월부터 방송되는 MBC 주말연속극 ‘진짜 진짜 좋아해’에 출연할 예정인 가수 겸 탤런트 유진이 부상을 입어 제작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24일 MBC에 따르면 ‘결혼합시다’ 후속으로 방송 예정인 주말연속극 ‘진짜 진짜 좋아해’의 주인공 유진은 23일 스키장에서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이같은 유진의 부상에 따라 MBC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에도 드라마 ‘늑대’가 촬영 도중 주인공인 에릭과 한지민의 부상으로 촬영이 중단돼 4회부터 방송되지 못했다. MBC 관계자는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된 상태라 현재 어느 정도 심한 부상을 입었는지 확인 중인 상태”라며 “유진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만큼 유진의 건강상태와 상황을 봐 가며 드라마 촬영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진짜 진짜 좋아해’는 드라마의 주요 배경이 청와대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으며 유진은 청와대 요리사 봉순 역을 맡을 예정이었다.
“원래 드라마에 필요한 역은 아니었는데 그를 만난 후 마음이 바뀌었다.” 윤석호 PD는 지난해 ‘내 이름은 김삼순’(MBC)을 본 후 호기심에 무작정 다니엘 헤니(27)를 만났다. 선한 이미지에 이끌려 그를 몇 차례 더 만난 윤 PD는 결국 드라마에 없던 배역을 추가했다. ‘봄의 왈츠’에서 남자 주인공 윤재하(서도영)의 친구이자 그의 글로벌 매니저로 나오는 필립 역이 그것. 오스트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으로 ‘…김삼순’의 헨리 역 못지않게 다재다능하며 근사한 외모와 유머감각까지 갖춘 완벽한 캐릭터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설명하며 “음악을 사랑하고 삶을 즐길 줄 아는 멋진 모습이 나와 닮지 않았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층 여유있는 모습이었지만 윤 PD의 전작들을 익히 알고 있는터라 연기 부담이 적지 않다고. “헨리 역은 내 옷을 입은 것처럼 연기가 편했어요. 하지만 이번 필립 역은 내면 연기가 필요해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구치,이브생로랑 등 유명 브랜드 모델로 활약하며 얼굴을 알렸지만 그의 꿈은 연기자다. 미국 대학시절 우연히 시작한 모델 일을 계속 하게 됐지만 연기를 부전공으로 택했을 만큼 연기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고. “‘…김삼순’을 통해 이렇게 많이 알려지게 될지 꿈에도 생각 못했다”는 그는 “아직도 인기가 실감 나지 않는다”며 웃어 보였다. “현빈 정려원 등과 종종 만나 서로 연기에 대해 조언하는데 항상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이들의 말을 마음에 잘 새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할리우드에서 가끔 연기 제의가 오지만 당분간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다니엘 헤니. 하지만 그의 연기 욕구를 채워줄 만한 비중있는 역할을 맡기 위해선 자연스러운 한국어 구사가 필수다. 그는 “노래와 책 등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면서도 “연기를 할 수 있다면 어떤 배역이든 기꺼이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소신있게 말했다. ‘봄의 왈츠’는 KBS 2TV를 통해 다음달 6일 첫 방송된다.
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 ‘왕의 남자’에서 주연 ‘장생’ 역을 맡은 탤런트 겸 영화배우 감우성이 4년만에 TV 드라마에 복귀하며 영화 속의 인기가 브라운관에서도 지속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감우성은 올 4월 방송예정인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서점 북마스터 역을 맡아 스포츠 강사 역을 맡은 손예진과 함께 극을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특히 감우성은 ‘왕의 남자’를 통해 남성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것과 달리 이번 드라마에서는 부드러운 멜로 연기를 맡아 또 다른 변신에 나설 전망이다. 감우성은 TV 드라마로 복귀한 것에 대해 “이번 드라마는 순수 자체 제작비나 사전 제작 형식 그리고 영화 감독과 스탭들의 참여와 대본이 이미 나와있다는 점 등 영화를 찍을 때 진행상의 장점들을 그대로 살렸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드라마 ‘연애시대’는 영화 ‘고스트맘마’ ‘찜’ 등으로 알려진 한지승 감독의 TV 진출작으로 헤어져도 여전히 사랑의 끈을 놓지 못하는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 멜로 드라마다. 현재 드라마는 지난해 12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절반 정도 촬영이 진행된 상태로,4월초 방영전까지 약 80% 정도가 사전 제작될 예정이다. 한지승 감독은 “감우성은 영화 ‘왕의 남자’의 성공과 최근의 결혼 등에도 불구하고 전혀 들뜨지 않고 성실하게 촬영에 임하고 있다”며 “그간 영화 작업을 통해 쌓아온 연기 내공을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음악영화 ‘앙코르’ 전설적인 천재음악가 ‘자니 캐시 ’ 열정·사랑의 서사시 ‘레이’와 ‘댓씽유두’ 등에 이은 또 하나의 음악영화가 선보인다. ‘앙코르’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함께 1960년대 미국 팝계를 대표했던 자니 캐시(1932~2003)의 드라마틱한 삶과 사랑을 조명한다. 국내에선 엘비스 프레슬리나 레이 찰스 등보다 유명세가 떨어지지만 자니 캐시는 미국에선 전설적인 천재 음악가로 통한다. 1968년 폴섬 교도소 라이브 콘서트 음반은 비틀즈 음반 판매량을 앞섰고 영화의 원제이기도 한 ‘(I) Walk the Line’은 100명 이상의 뮤지션들이 다시 불렀다. 그의 연인 준 카터 역시 로큰롤 명예의 전당과 컨트리 음악 명예의 전당 등에 동시에 올려진 유명 싱어 송 라이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만큼 이들에 대해 알면 알수록 영화의 재미와 감동 등이 배가된다. 귀에 낯익은 신나고 정겨운 음악에 주인공 호아킨 피닉스와 리즈 위더스푼 등의 호연이 어우러졌으니 미국인이라면 이 영화에 열광할만하다. 이미 골든글로브는 뮤지컬 코미디 부문 최우수작품상, 최우수 남우주연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등을 안겨줬고 다음달 시상식이 열리는 아카데미 역시 5개 부문 후보로 지명하면서 ‘앙코르’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1930년대 가난한 남부 아칸소. 형이 사고로 죽자 “쓸모없는 네가 죽었어야 했는데…”란 폭언을 들으며 성장해야 했던 자니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운다. 당시 라디오에선 음악 가족인 카터 집안 활약상이 펼쳐지고 어린 소녀 준 카터는 이미 그때부터 스타였다. 마침내 가수로 데뷔한 자니는 첫 무대에서 꿈에도 그리던 준을 만나게 되고 각자 가정이 있는데도 그에게 맹렬하게 빠져든다. 하지만 가정을 지키려는 준은 자니의 시선을 외면하고 오직 음악적 동지로서만 대한다. 준에 대한 사랑과 가정 사이에서 방황하는 자니는 음악적 성공에 따른 주체할 수 없는 인기와 마약의 유혹에 몸을 던져버린다. ‘I Walk the Line’의 “Because You are Mine. I Walk the Line’(네가 내 옆에 있기에 난 바른 길을 걷고 있어)이란 가사는 그럼에도 준이 옆에 있음으로써 자니가 파멸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결국 자니는 이혼과 파산, 타락 등을 거치며 10년동안 무려 40번 프러포즈한 끝에 준과 맺어진다. 둘은 이후 35년동안 해로하고 5개월 간격을 두고 세상을 뜬다. 어떤 멜로영화보다 극적인 러브 스토리는 배우들이 직접 부르는 음악과 어우러져 사실감을 더한다. ‘처음 만나는 자유’와 ‘케이트&레오폴드’, ‘아이덴티티’ 등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펼쳐놓은 136분의 이야기는 물 흐르듯 흘러간다. 하지만 주인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강약이 별로 없는 서사적 구조에 흥미가 없다면 심호흡을 해야 한다. 모두가 “앙코르”를 외치기에는 너무 미국적이기도 하다. 다음달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 코미디 영화 3인방 ‘왕의 남자’에 도전장 “어이~ 코미디영화 양반들 예까지 올라와 보시게나” 좀처럼 꺾이지 않는 기세의 ‘왕의 남자’에 코미디 영화 협공이 가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등 정치인의 영화 관람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왕의 남자’는 지난 18~19일 이틀동안 서울에서 9만6천650명을 불러모았고 전국에선 31만3천490명이 들었다. 개봉 후 전국 누계는 1천99만9천920명. 전국에서 스크린 271곳을 유지하고 있어 ‘실미도’의 1천108만명을 이번 주 안으로 넘어 역대 흥행 랭킹 2위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세주’까지 가세한 코미디 장르의 강세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16일 개봉한 신이·최성국 주연의 ‘구세주’는 주말 이틀동안 서울 7만5천605명, 전국 관객 33만9천328명 등을 동원했다. 전국 누계는 53만4천875명. 서울에 비해 지방에서 3배 이상 많은 관객들을 불러모았다. 스크린 수는 서울 50곳, 전국 250곳. 김수로의 단독 주연작 ‘흡혈형사 나도열’도 서울 5만9천403명을 포함해 지난 9일 개봉 이후 전국 누계 133만1천969명에 이르렀다. 서울 57곳, 전국 280 곳 등으로 가장 많은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코미디 장르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투사부일체’는 600만 관객 고지에 올라섰다. 서울 2만3천명, 전국 9만5천명 등이 찾아 전국 600만2천명이 관람한 대박 상품이 됐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도 전국 12만명을 동원, 전국 누계 64만명을 기록했으며 지난 16일 개봉한 ‘쏘우2’는 전국 관객 19만1천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 돈컴 노킹(Don't come knocking) 가슴 뭉클한 가족사랑 그려 ‘돈컴노킹’(Don’t come Knocking)의 뜻은 ‘노크하지 마세요’다. 이는 행복한 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을 때나, 고민이 많아 혼자 있고 싶을 때 방문 손잡이에 거는 문구이기도 하다. 영화 ‘돈컴노킹’은 인생의 황금기가 아닌 인생의 쓸쓸한 황혼기와 맞닥뜨린 배우의 가족 찾기를 다뤘다. 한때 할리우드 서부영화를 주름잡던 거물급 스타 하워드 스펜스(샘 셰퍼드 분). 하지만 모두 과거의 영광일뿐 이젠 빛 바랜 인기에 기대 살아가는 한물간 배우다. 여전히 술과 마약, 여자 등에 둘러싸여 방탕한 나날을 보내던 스펜스는 어느날 영화촬영 도중 갑자기 사라진다. 입고 있던 옷도 버리고 신용카드마저 없앤 그가 향한 곳은 고향. 고향을 떠난 지 30년 만에 어머니를 찾은 하워드는 그곳에서 어머니로부터 서부 어디엔가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그의 아이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 이후 하워드는 무작정 아이를 찾아나선다. 영화는 아버지란 이름조차 생소한 하워드와 30여년동안 아버지 존재를 그리워하며 자란 두 자녀의 마음에 깊숙한 시선을 보낸다. 한 번도 아버지로 살아본 적이 없는 하워드는 자식과의 화해가 간절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 자신에게 화가 난 아들의 집 앞에서 밤새 무작정 기다리다 옛 애인에게 다시 찾아가 “당신 때문에 여기 왔다는 걸 지금 깨달았다”고 말할만큼 아들과의 관계 개선에 자신이 없다. 늘 그리워했던 아버지지만 아버지가 나타나자 집안에 있는 가구며 집기를 모두 창문 밖으로 던져버릴만큼 머리는 혼돈으로 가득찼다. 갑자기 아버지와 만난 스카이조차 상황 자체가 실감이 나지 않긴 마찬가지. “아버지가 그리울 때마다 사진을 봤다”는 스카이는 아버지와 닮은 부분이 없어 눈의 실룩거림이나 입술의 주름 등까지 확대경으로 관찰했을만큼 자신이 딸이란 사실을 인정받고 싶었지만 하워드 앞에 선 순간 “아버지란 확신이 서지 않아요. 왜 그런거죠?”라며 눈물짓는다. 영화는 관계 맺음에 서툰 이들에게 “서로에 대한 사랑과 용서만 있으면 문제될 게 없다”고 이야기한다. 삶에 지치고 인생에 대한 회한이 들 때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손을 내미는 존재 또한 가족이란 메시지도 전한다. 오는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img5,r,000}● 인터뷰/영화 ‘달려라 장미’ 최반야 창녀·기녀 독특한 캐릭터만…난 천박하지 않은데 무슨상관?? 최반야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 영화배우로 설경구·전도연 주연의 지난 2001년 개봉작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연출자 박흥식 감독과 공동 집필했고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연극 ‘날아가던 새가 변비인 내 옆에서 함께 힘을 주고 있다’를 집필하고 출연 및 연출까지 맡았다. 배우로선 ‘버스정류장’이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에서 창녀·기녀 등 독특한 역할을 소화해 영화계의 여자 오달수로 불린다. 작품을 쓸만큼 지적인 면을 갖췄지만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캐릭터는 사뭇 다르다. 한마디로 극과 극을 넘나드는 셈. 그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관객과 만나고 있다. 권태기 부부의 연애부터 결혼과 이혼과정 등을 코믹하게 그린 김응수 감독의 신작 ‘달려라 장미’(제작 김응수필름)에서 최반야는 여주인공 장영미를 연기했다. 최반야를 처음 만나기 전 가장 궁금했던 점은 “왜 배우가 됐을까?”였다. 연세대 건축학과 출신으로 안정된 직업이 보장될 것이란 통념 때문이었다. “그렇게 피가 뜨거우세요?”라며 농을 가장해 은근슬쩍 질문을 던졌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연극반에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건축이나 연기나 모두 종합예술이고 사회적 영향력을 지녔다는 점에선 비슷해요. 그런데 건축은 내 작품을 갖기가 연기보다는 오래 걸리잖아요.” “재수를 해 건축학과에 들어갈만큼 건축을 좋아했다”는 그는 “연극을 통해 관객과 직접 대면해 교감을 맛본 뒤 그 희열을 잊을 수 없었다”며 연기자로 방향을 튼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97년 제1회 프린지페스티벌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을 세상에 알렸고 지난 2001년 영화 ‘버스정류장’을 통해 영화배우로 데뷔하기 전까지 최반야는 주로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했다. “여배우는 지적인 면도 갖춰야 하지만 정액과 땀 냄새 등도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성적(性的)인 면도 함께 계발하고 키워나가야 합니다.” 영화에서 창녀·기녀 등을 연기한 그는 “여배우들이 천박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란 생각을 은연중에 깔고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가 천박하지 않다면 그게 뭐가 문제겠느냐”고 강조했다. 현재 차기 작품을 준비중인 그가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지 기대된다.
“어제 보고 감동했어요. 정신지체인 분이 (최면 상태에서) 갑자기 그림을 그렸는데 그 그림이 본인이 살던 곳이었고…더 신기한건 30년 전 기억을 떠올려 그린 것인데 우연히 그 곳을 기억하는 철도원을 만나 가족을 찾게되다니 감동이었어요”. 21일 저녁 7시20분에 방송된 MBC ‘TV 특종 놀라운 세상’을 본 시청자가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TV 특종 놀라운 세상’은 지난해 12월 첫째주부터 ‘최면으로 가족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7명의 출연자가 가족을 찾으러 나왔고, 그 가운데 12월6일 첫 회분에 출였했던 김영대씨와 21일 방송된 김시방씨가 헤어진 가족을 찾았다. 일반 가족 찾기 프로그램에 비해 높은 성공률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 제작진 관계자는 “‘TV 특종 놀라운 세상’ 하면 떠오르는 것이 최면을 통해 ‘스타의 전생’을 알아보는 코너다. ‘스타의 전생’이 1년 가까이 인기가 지속되면서 ‘최면’을 일반인들과 함께 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됐다. 그결과 헤어진 가족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안고 있는 분들에게 가족을 찾아주는 코너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실 ‘최면으로 가족 찾기 프로젝트’의 장점은 높은 성공률보다는 아무런 과거 기억이나 단서가 없어 일반 가족 찾기 프로그램에서 신청 단계에서부터 거부 당하는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헤어져서 가족들의 이름도 모르고, 심지어 본인의 이름이나 나이조차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을 상대로 최면을 통해 어린 시절 잠재된 의식을 끄집어 내 그들의 가족을 찾는 데 의미가 있다. 제작진 관계자는 “비록 최면을 통해 찾아낸 단서가 너무 적어 추적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기억에 없는 가족의 모습을 최면 상태에서나마 볼 수 있었던 것에 기뻐하더라”고 덧붙였다. ‘TV 특종 놀라운 세상’ 시청자 게시판에는 다른 오락 프로그램과 달리 눈물과 웃음이 있다. 구구절절 가족과 헤어진 사연을 올리며 출연 신청을 하는 사람에서부터 김영대씨와 김시방씨가 가족을 찾았다는 소식에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를 건네는 시청자까지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게시판을 훈훈하게 달구고 있는 것. 세살 때 떠나온 옛집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대는가 하면, 정신지체 2급임에도 30년 전 살던 고향의 지도를 그리는 등 매회 ‘놀라운’ 최면 체험을 보여주고 있는 ‘TV 특종 놀라운 세상’을 통해 더 많은 이산 가족이 애타게 그리는 혈육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드라마 ‘궁’에서 황태자 이신 역을 맡은 신인 탤런트 주지훈이 CF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1일 주지훈의 소속사에 따르면 주지훈은 최근 6개월간 1억7000만원의 모델료로 녹차음료 ‘그린타임’과 계약했다. 주지훈은 드라마 ‘궁’에서 주연을 맡은 이후 인기가 급상승해 CF에서도 캐주얼 브랜드 ‘나크나인’과 남성 캐릭터 정장 브랜드 BON 등과 계약을 체결했다. 주지훈의 소속사 관계자는 “현재 주지훈은 드라마 ‘궁’ 의 촬영으로 촬영장과 집만을 오가며 바쁜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신인답지 않은 모습으로 활약하는 모습에 영화,드라마,뮤지컬,광고업계 등 각종 매체에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찍을게요. 하나, 둘, 셋…. 아차, 치즈를 안했네. 근데 왜 치즈죠? 김치라고 하면 좋을텐데."(웃음) 승마용 검정 브리치스 바지에 하얀 재킷을 입은 임수정은 동료 기수 가족의 사진을 찍어 주려다 몇번 NG가 나자 치즈 핑계를 대며 멋쩍게 웃는다. 영화 '각설탕'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지난 16일 경기도 과천 경마공원내 잔디광장. 겨울의 막바지를 시샘이라도 하듯 촬영장은 영하 10℃가 넘는 강추위와 매서운 바람으로, 배우와 스태프들의 양볼과 귀는 빨갛게 얼어 있었다. 이날 촬영은 시은의 기수 졸업식 장면. 다음날이면 정기적인 경마(금·토·일요일)가 열리기 때문인지 시간이 다급한 스태프들은 추위에 몸을 움츠리고 있는 50여명의 엑스트라를 다독이며 촬영일정을 소화하기에 분주하다. # 국내 첫 인간과 동물 우정 다뤄 참신한 소재…"모든 세대 공감하는 감동드라마" '각설탕'은 최고의 기수가 되고 싶은 소녀 시은(임수정)과 그녀의 꿈을 위해 달리고 싶은 말 천둥이의 우정을 그린 작품. 국내 최초로 사람과 동물 간의 우정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참신한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화가 처음 기획된 것은 평소 말을 좋아한 이정학 PD가 3년전 과천 경마장에서 우연히 레이싱 장면을 목격한 후다. 그는 주말을 이용해 이곳을 찾았고, 당시 스타 경주마 '신세대'의 은퇴 기념 레이싱 장면을 보면서 뜻밖의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인간이 아닌 말을 주인공 삼아 사람을 울려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기에 상업적인 코드를 가미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마침 경륜에 관한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던 이환경 감독을 만나 작품을 논의하게 된다. '각설탕'의 극본과 감독을 맡은 이환경 감독은 영화 '그 놈은 멋있다'를 쓴 시나리오 작가이자 이명세·박종원 감독의 조감독으로 충무로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말의 매력에 흠뻑 빠져 시나리오 작업부터 촬영 현장까지 영화제작의 전 과정을 즐겁고 열정적으로 작업하고 있다"며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감동드라마를 만들어 보이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임수정을 캐스팅하기 전부터 그녀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써왔다고.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그녀에겐 애잔한 느낌이 묻어 납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김시은 역에 딱이죠." # '천둥이' 1000대 1 경쟁 뚫고 캐스팅 3개월간 연기 훈련…6만여평 목장세트도 눈길 제작진은 임수정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말에 대해서는 캐스팅 단계부터 심혈을 기울였다. '각설탕'에서 임수정과 투톱을 이룰 만큼 천둥이는 힘찬 경주 장면 촬영부터 순수한 감정연기까지 비중 있는 연기를 펼쳐야 했기 때문이다. 과천과 제주도를 오가며 6개월간 캐스팅에 주력했으며 신체적 조건, 표정연기, 성격 등을 고려해 1천대 1의 경쟁을 뚫고 지금의 주인공을 발탁했다. 단지 대상이 동물인지라 표정연기와 리액션이 없다는 점은 애로사항. 하지만 3개월이 지나자 임수정은 물론 모든 스태프와의 눈빛 교감을 나눌 수 있게 되었고 연기력(?) 또한 흡족할 만한 단계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마지막 경주장면은 영화의 대미를 장식할 만큼 스펙터클하고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 것이라며 한껏 기대감을 부추긴다. 한라산 해발 650m 북제주군 천아오름에 위치한 6만 여평의 목장 세트는 제주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새롭게 제작됐다. 마을 공동 목장 위에 실제 모양의 집과 마굿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아늑한 세트가 만들어졌고, 자연 친화적으로 제작된 세트는 초원을 마음껏 뛰노는 말과 소녀의 추억을 더욱 감동적으로 그리기에 충분했다. 또한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경주 장면은 한국마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제작될 예정. 과천에 위치한 35만평의 경마공원을 배경으로 완성도 높은 경주장면을 선보이기 위해 전문인력이 총동원된다고. 현재 85% 정도 촬영된 상태로 올 여름 관객을 찾는다. ◇ 여주인공 '시은' 임수정 "대화 아닌 마음으로 교감 동물과 연기 너무 신나요" "오늘은 낯선 사람이 많아선지 천둥이가 귀를 쫑긋하며 예민한 표정을 짓네요." 숙달된 손놀림으로 천둥이를 쓰다듬던 임수정은 천둥이와 오랫동안 함께 해 온 것처럼 자연스러움을 연출했다. "이젠 천둥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아요. 대화가 아닌 마음으로 교감을 한다고나 할까요." 그녀는 현장을 취재온 기자들을 향해 "왜 영화제목이 각설탕인지 아세요?"라고 묻더니 조그만 박스에 가득 들어 있는 각설탕을 천둥이에게 먹이기 시작한다. "말의 간식이 바로 각설탕과 당근이에요. 극중 시은과 천둥이가 각설탕을 매개로 친해졌기 때문에 그렇게 제목을 정한거죠." 여자 기수의 강한 이미지를 표출하기 위해 머리를 짧게 커트한 임수정은 3개월간 기본 승마자세부터 경주 장면 촬영을 위한 고난도의 다양한 기술을 습득했다. 하지만 동물과의 연기호흡은 쉽지 않았을 듯. 그녀는 "오히려 자기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인내심을 갖고 마음으로 다가갔다고 했다. "진심으로 좋아하고 아껴주는 마음을 보이면 말도 서서히 믿어주고 기억해주죠. 감정으로 다가간 경우라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이젠 '천둥아 안녕, 잘 있었어?'라고 말하면 천둥이가저를 알아보곤 먼저 다가와서 얼굴을 비비며 반가움을 표시해요." 임수정은 특히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고, 동물과 연기한다는 점도 너무 매력적"이라며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임수정은 차세대 스크린 유망주로 자타가 공인하는 감성적인 배우.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으로 스크린에 데뷔했고, 이후 앳된 소녀의 모습으로 섬세하지만 복잡한 감정연기를 선보였던 영화 '장화홍련',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까지 더해져 수많은 '미사 폐인'을 만들어낸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성숙한 이미지로 발군의 감성 연기를 펼친 '새드무비'까지 임수정은 또래의 어느 여배우에게서도 찾을 수 없는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주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새롭게 도전하는 '각설탕'에서 맡은 여자 기수 시은 역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임수정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맞춤 캐스팅으로 그 녀의 매력을 한껏 발휘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람과 동물의 우정을 소재로 가슴 진한 감동과 눈물, 그리고 유쾌한 웃음을 전해줄 '각설탕'은 분명 '말아톤' '웰컴 투 동막골'에 이어 세상을 함께 달려줄 친구가 흔치 않은 각박한 요즘 세상에 최고의 감동으로 다가 올 듯 하다.
“사실은 장동건 오빠 팬이에요.” 이수영 뮤직비디오에서 이준기의 연인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신예 민서현이 이준기보다는 장동건 팬이라고 밝혔다. 민서현은 최근 국민일보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장동건 오빠를 과거엔 얼굴만 잘생긴 배우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더 멋진 배우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장동건 오빠와 같은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해 보는 게 소망이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에 함께 출연한 ‘슈퍼루키’ 이준기에 대해서는 “준기 오빠로부터 연기자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특히 인내심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해줬다. 지금은 스타가 됐지만 사석에서는 세심한 부분까지 어드바이스해 줄 정도로 자상하다”고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이어 “나도 ‘왕의 남자’를 3번이나 본 열혈 팬이다”고 덧붙였다. 민서현은 이준기와 같은 소속사로 CF를 통해 얼굴을 알린 신예. 169㎝와 47㎏의 늘씬한 몸매로 현재 건국대 연극영화과 1학년에 재학중으로 최근 P&G의 샴푸 CF 해외모델로 선발되기도 했다. 특히 이수영 뮤직비디오에서 물망에 오른 스타급 여배우들을 제치고 이준기의 상대역으로 발탁되면서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받았다. 이 때문에 실제 이준기와 연인사이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민서현은 “준기오빠에게 혹시나 민폐가 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면서도 “안티팬이 생긴다고 해도 두렵지 않다. 무관심한 것 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며 당찬 면모를 보였다. 최근 KBS 주말 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에서 오지호의 극중 상대 여배우로 잠깐 얼굴을 내비친 민서현은 나이답지 않게 “채플린 영화 마니아”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또한 “‘이브의 모든 것’의 김소연 언니가 맡았던 역할과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 언니가 맡았던 역할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며“시트콤보다는 정극에 출연하고 싶고 청순가련형의 주인공보다는 악녀를 맡고 싶다”고 연기자로서 푸른 청사진을 미리 그려둔 욕심 많은 신예였다.
● 음란서생 점잖은 사대부들의 야릇한 파티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시나리오를 썼던 김대우 작가가 감독이 돼 만든 영화 ‘음란서생’(제작 영화사 비단길)은 양반에 대한 조롱에 가까운 풍자와 함께 진실한 사랑을 추구하는 멜로 영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선조의 해학과 풍자 정신을 답습한듯한 장면들이다. 독자들에 의해, 시청자들에 의해 결말이 좌지우지되는 세태를 정쟁과 당파싸움이 치열했던 조선시대에 대입해 웃음을 유도하고, 인터넷으로 삶의 방식이 달라진 21세기 댓글 문화가 당시에도 있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러한 풍자를 전하는 영화 대사가 참 맛깔스럽다. 한석규의 깨끗한 목소리를 통해 전해오는 군더더기 없는 대사가 일품인데다 오달수의 천연덕스러운 표정도 눈여겨볼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건 김민정의 미모. 한복을 입은 우아하면서도 교태로운 자태가 천상선녀라고 하면 과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김윤서(한석규 분)는 조선시대 당대 최고의 문장가. 허나 당쟁으로 집안이 뒤숭숭함에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소심한 양반. 그는 어명을 받드는 자리에서 정빈(김민정 분)을 만나고, 살짝 치뜨는 커다란 눈망울과 교교한 달빛같은 여인의 낯빛을 가슴 속에 담아 둔다. 김윤서는 정적 가문인 의금부 도사 이광헌(이범수 분)과 함께 어명을 해결하고 실로 우연한 계기에 황가(오달서 분) 가게에서 읽기 참으로 민망한 난잡스런 책을 접한다. 그 가게는 그릇을 팔지만 실은 해적판 소설을 공급하는 곳. 그는 급기야 음란한 책을 쓰게 되고 그림에 재주가 많은 이광헌을 꼬드겨 신묘망측한 체위가 등장하는 삽화까지 넣는다. 책은 낙양의 지가를 올리듯 날개돋친듯 팔린다. 정빈은 윤서를 노골적으로 유혹하고 겁쟁이 윤서는 그러한 정빈의 유혹을 애써 뿌리치지만, 광헌이 “자신은 본 것만 그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야심한 밤 정빈을 황가네 가게로 초대한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흠잡을 결이 없다. 잘 조화된 세트와 어여쁜 의상이 그렇다. ‘스캔들’처럼 이 영화도 꼭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앉아서 봐야 한다. 재미있는 장면이 덤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오는 23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 ‘음란서생’ 후궁 정빈역 김민정 가슴이 뜨거운 순수한 女人… 영화 ‘음란서생’으로 오는 23일 관객을 찾아가는 김민정을 미리 만났다. 김민정은 후궁 정빈을 연기했다. 이달 초부터 잡지 등에 실린 이 영화 광고는 ‘점잖은 양반들의 음란 센세이션’이란 문구로 팬들을 자극하고 있다. 아직 시사회가 열리지 않은 터라 영화에 대해 묻자 “한 남자가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요약했다. 그는 “사대부 윤서가 음란소설을 쓴다고 하면 ‘재미로 그냥 했겠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게 아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그 일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진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지 못해 어떻게 판단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김민정은 분명 윤서의 행동을 용기라는 측면에서 봤을 것이다. 김민정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에게 용기라는 단어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 대학시절 연기수업 시간에 모든 말에 욕을 붙여가며 했던 것이며, 최근 영화제 등에서 파격적인 의상을 선보이는 것에도 아마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은사이신 최형인 교수가 독백수업시간에 모든 문장의 끝에 욕을 붙여가며 연기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냥 보통 하는 ‘놈’같은 욕설이 아닌 훨씬 심한 욕들이었어요. 미치겠더라고요. 그때는 눈물이 날만큼 창피했어요.” 정빈에 대해 묻자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야누스적인 매력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아역 출신으로 16년의 연기 경력을 지닌 김민정이지만 성인이 돼 처음으로 도전하는 사극 배역이다. 그가 담당한 배역에 대한 컨셉도 명쾌했다. “여리지만 당당한 여자예요. 순수함과 섹시함도 함께 지녔죠. 가슴이 뜨거운 여자라 연기를 하면서는 내면을 충실히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파이어월 전형적 미국식 ‘가부장 영웅주의’ ‘인디애나 존스’의 패기만만한 박사와 ‘사브리나’의 로맨틱 가이, ‘에어포스 원’의 냉철하면서도 인간적인 대통령. 액션·멜로·스릴러를 아우르며 한때 할리우드 최고 섹시가이로 뽑히기도 했던 해리슨 포드. 그가 주름진 얼굴로 다시 우리 앞에 섰다. 영화 ‘파이어월’은 은행 최고의 컴퓨터 전문가 해리슨 포드를 내세운다. 사이버 거래가 은행의 주요 업무가 된 현대에 해커를 방어하는 구축망을 세웠으나 오히려 이를 이용해 사이버상의 숫자 놀음으로 1억달러를 갈취하려는 강도들 앞에서 온몸을 다해 저지하려는 눈물겨운 투혼이 벌어진다. 보안전문가 잭 스탠필드로 분한 해리슨 포드가 젊은 시절 못잖은 액션을 구사해야 하는 이유는 가족 때문이다. 강도단은 잭의 아내와 두 자녀를 인질로 붙잡고 있어 잭이 컴퓨터 방어벽(Firewall)을 뚫도록 한다. 악당 빌 콕스(폴 베타니 분)는 잔인한 살인을 서슴지 않으며 주저하는 잭을 협박한다. 지능적인 범죄 영화를 지향하던 영화는 중반부를 넘어서며 해리슨 포드에게 인디애나 존스식 액션을 강요한다. 과연 어떤 기술이 등장할까 기대하던 관객들에겐 맥이 풀리는 일. 그를 좋아하는 팬들에겐 63세 나이에도 뛰고 구르며 온몸에 상처를 내야 하는 그가 안쓰럽다. 고작해야 사건이 끝날 때쯤 은행 여직원의 도움을 받을 뿐 사건을 모두 혼자 해결해야 하는 그의 모습이 보기에 버겁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 나이에도 액션영화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그의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난다. 빌 콕스 역의 폴 베타니는 ‘기사 윌리엄’이나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윔블던’ 등 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냉혹한 연기들을 선보인다. 12세 이상 관람가. ● 신성일의 행방불명 먹는것도 죄가 되나요? 먹는 게 죄악이 되는 세상이라…. 살아야 할 중요한 이유가 없어진 암흑천지나 다름없다. 없어서 못 먹는 게 아니라 눈앞의 음식도 숨어서 먹어야 한다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정면 도전과 다름없다. 16일 개봉한 ‘신성일의 행방불명’에는 신성일이 등장한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유명 배우 신성일이 아니라 12세인지 15세인지 나이가 정확하지 않은 보육원에 사는 신성일이란 소년이다. 영화에는 신성일은 물론 이영애나 김갑수도 등장한다. 감독은 “유명인의 이미지를 이용하려는 게 아니라, 이름만 같을 뿐 수많은 다양한 삶을 영위하고 있을 다른 신성일들에 대한 관심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목이 이 영화의 유일한 상업성을 띠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재능 있는 소년 이준섭’이나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 등을 통해 단편영화계 스타로 떠오른 신재인 감독은 첫 장편 ‘신성일의 행방불명’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베를리너자이퉁상, 밴쿠버 국제영화제 용호상 특별언급 등 역시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암울하다. 세상이 혼혈 미식축구선수 하인스 워드의 삶을 호들갑스럽게 조명하며 “구조적 모순이 있어도 개인만 잘하면 된다”고 선전하는 것과 다른 실제 현실을 조명한다. 사람들이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고 또 알면 알수록 부끄러워지는 현실을 말이다. 신성일, 이영애, 김갑수가 사는 보육원 원장은 급식비를 아끼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먹는 게 부끄럽다”고 가르치며, “예수가 먹는 걸 본 적이 있느냐”는 궤변을 펼친다. 이때문에 아이들은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초코파이조차 침대 밑이나 화장실 등지에 숨어서 먹는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누가 먹는 걸 보면 귀신을 보고 놀란듯 고함을 지르는 것 역시 그런 세뇌 탓이다. 이런 와중에 남들보다 뚱뚱한 체격의 신성일은 원장에 의해 본보기로 금식에 돌입한다. 음지를 파헤치는 김기덕 감독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영화는 감독 특유의 냉소적 유머와 합쳐져 묘한 여운을 남긴다. 15세 이상 관람가. {img5,l,000}● 3색의 韓日 청춘스토리 지난해 광복 제60주년을 기념해 독립영화 배급사 인디스토리가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눈부신 하루’는 하루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한일 젊은이들의 세가지 단상을 30분짜리 3편으로 조명했다. 광복 60주년 기념이란 수식어 탓에 꽤나 고리타분하고 진지할 것이란 인상이 강하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인 감독 3명의 눈높이 그대로 부담 없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수십년 이어져온 비슷비슷한 형태의 광복절 특집 TV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생김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