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음악영화 ‘앙코르’.돈컴 노킹(Don't come knocking)

● 음악영화 ‘앙코르’

전설적인 천재음악가 ‘자니 캐시 ’ 열정·사랑의 서사시

‘레이’와 ‘댓씽유두’ 등에 이은 또 하나의 음악영화가 선보인다. ‘앙코르’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함께 1960년대 미국 팝계를 대표했던 자니 캐시(1932~2003)의 드라마틱한 삶과 사랑을 조명한다. 국내에선 엘비스 프레슬리나 레이 찰스 등보다 유명세가 떨어지지만 자니 캐시는 미국에선 전설적인 천재 음악가로 통한다.

1968년 폴섬 교도소 라이브 콘서트 음반은 비틀즈 음반 판매량을 앞섰고 영화의 원제이기도 한 ‘(I) Walk the Line’은 100명 이상의 뮤지션들이 다시 불렀다. 그의 연인 준 카터 역시 로큰롤 명예의 전당과 컨트리 음악 명예의 전당 등에 동시에 올려진 유명 싱어 송 라이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만큼 이들에 대해 알면 알수록 영화의 재미와 감동 등이 배가된다. 귀에 낯익은 신나고 정겨운 음악에 주인공 호아킨 피닉스와 리즈 위더스푼 등의 호연이 어우러졌으니 미국인이라면 이 영화에 열광할만하다.

이미 골든글로브는 뮤지컬 코미디 부문 최우수작품상, 최우수 남우주연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등을 안겨줬고 다음달 시상식이 열리는 아카데미 역시 5개 부문 후보로 지명하면서 ‘앙코르’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1930년대 가난한 남부 아칸소. 형이 사고로 죽자 “쓸모없는 네가 죽었어야 했는데…”란 폭언을 들으며 성장해야 했던 자니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운다. 당시 라디오에선 음악 가족인 카터 집안 활약상이 펼쳐지고 어린 소녀 준 카터는 이미 그때부터 스타였다. 마침내 가수로 데뷔한 자니는 첫 무대에서 꿈에도 그리던 준을 만나게 되고 각자 가정이 있는데도 그에게 맹렬하게 빠져든다. 하지만 가정을 지키려는 준은 자니의 시선을 외면하고 오직 음악적 동지로서만 대한다. 준에 대한 사랑과 가정 사이에서 방황하는 자니는 음악적 성공에 따른 주체할 수 없는 인기와 마약의 유혹에 몸을 던져버린다. ‘I Walk the Line’의 “Because You are Mine. I Walk the Line’(네가 내 옆에 있기에 난 바른 길을 걷고 있어)이란 가사는 그럼에도 준이 옆에 있음으로써 자니가 파멸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결국 자니는 이혼과 파산, 타락 등을 거치며 10년동안 무려 40번 프러포즈한 끝에 준과 맺어진다. 둘은 이후 35년동안 해로하고 5개월 간격을 두고 세상을 뜬다. 어떤 멜로영화보다 극적인 러브 스토리는 배우들이 직접 부르는 음악과 어우러져 사실감을 더한다.

‘처음 만나는 자유’와 ‘케이트&레오폴드’, ‘아이덴티티’ 등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펼쳐놓은 136분의 이야기는 물 흐르듯 흘러간다. 하지만 주인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강약이 별로 없는 서사적 구조에 흥미가 없다면 심호흡을 해야 한다. 모두가 “앙코르”를 외치기에는 너무 미국적이기도 하다. 다음달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 코미디 영화 3인방 ‘왕의 남자’에 도전장

“어이~ 코미디영화 양반들 예까지 올라와 보시게나”

좀처럼 꺾이지 않는 기세의 ‘왕의 남자’에 코미디 영화 협공이 가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등 정치인의 영화 관람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왕의 남자’는 지난 18~19일 이틀동안 서울에서 9만6천650명을 불러모았고 전국에선 31만3천490명이 들었다.

개봉 후 전국 누계는 1천99만9천920명. 전국에서 스크린 271곳을 유지하고 있어 ‘실미도’의 1천108만명을 이번 주 안으로 넘어 역대 흥행 랭킹 2위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세주’까지 가세한 코미디 장르의 강세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16일 개봉한 신이·최성국 주연의 ‘구세주’는 주말 이틀동안 서울 7만5천605명, 전국 관객 33만9천328명 등을 동원했다. 전국 누계는 53만4천875명. 서울에 비해 지방에서 3배 이상 많은 관객들을 불러모았다.

스크린 수는 서울 50곳, 전국 250곳. 김수로의 단독 주연작 ‘흡혈형사 나도열’도 서울 5만9천403명을 포함해 지난 9일 개봉 이후 전국 누계 133만1천969명에 이르렀다. 서울 57곳, 전국 280 곳 등으로 가장 많은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코미디 장르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투사부일체’는 600만 관객 고지에 올라섰다. 서울 2만3천명, 전국 9만5천명 등이 찾아 전국 600만2천명이 관람한 대박 상품이 됐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도 전국 12만명을 동원, 전국 누계 64만명을 기록했으며 지난 16일 개봉한 ‘쏘우2’는 전국 관객 19만1천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 돈컴 노킹(Don't come knocking)

가슴 뭉클한 가족사랑 그려

‘돈컴노킹’(Don’t come Knocking)의 뜻은 ‘노크하지 마세요’다. 이는 행복한 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을 때나, 고민이 많아 혼자 있고 싶을 때 방문 손잡이에 거는 문구이기도 하다. 영화 ‘돈컴노킹’은 인생의 황금기가 아닌 인생의 쓸쓸한 황혼기와 맞닥뜨린 배우의 가족 찾기를 다뤘다. 한때 할리우드 서부영화를 주름잡던 거물급 스타 하워드 스펜스(샘 셰퍼드 분). 하지만 모두 과거의 영광일뿐 이젠 빛 바랜 인기에 기대 살아가는 한물간 배우다. 여전히 술과 마약, 여자 등에 둘러싸여 방탕한 나날을 보내던 스펜스는 어느날 영화촬영 도중 갑자기 사라진다.

입고 있던 옷도 버리고 신용카드마저 없앤 그가 향한 곳은 고향. 고향을 떠난 지 30년 만에 어머니를 찾은 하워드는 그곳에서 어머니로부터 서부 어디엔가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그의 아이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 이후 하워드는 무작정 아이를 찾아나선다. 영화는 아버지란 이름조차 생소한 하워드와 30여년동안 아버지 존재를 그리워하며 자란 두 자녀의 마음에 깊숙한 시선을 보낸다.

한 번도 아버지로 살아본 적이 없는 하워드는 자식과의 화해가 간절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 자신에게 화가 난 아들의 집 앞에서 밤새 무작정 기다리다 옛 애인에게 다시 찾아가 “당신 때문에 여기 왔다는 걸 지금 깨달았다”고 말할만큼 아들과의 관계 개선에 자신이 없다.

늘 그리워했던 아버지지만 아버지가 나타나자 집안에 있는 가구며 집기를 모두 창문 밖으로 던져버릴만큼 머리는 혼돈으로 가득찼다. 갑자기 아버지와 만난 스카이조차 상황 자체가 실감이 나지 않긴 마찬가지. “아버지가 그리울 때마다 사진을 봤다”는 스카이는 아버지와 닮은 부분이 없어 눈의 실룩거림이나 입술의 주름 등까지 확대경으로 관찰했을만큼 자신이 딸이란 사실을 인정받고 싶었지만 하워드 앞에 선 순간 “아버지란 확신이 서지 않아요. 왜 그런거죠?”라며 눈물짓는다. 영화는 관계 맺음에 서툰 이들에게 “서로에 대한 사랑과 용서만 있으면 문제될 게 없다”고 이야기한다. 삶에 지치고 인생에 대한 회한이 들 때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손을 내미는 존재 또한 가족이란 메시지도 전한다. 오는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img5,r,000}● 인터뷰/영화 ‘달려라 장미’ 최반야

창녀·기녀 독특한 캐릭터만…난 천박하지 않은데 무슨상관??

최반야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 영화배우로 설경구·전도연 주연의 지난 2001년 개봉작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연출자 박흥식 감독과 공동 집필했고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연극 ‘날아가던 새가 변비인 내 옆에서 함께 힘을 주고 있다’를 집필하고 출연 및 연출까지 맡았다. 배우로선 ‘버스정류장’이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에서 창녀·기녀 등 독특한 역할을 소화해 영화계의 여자 오달수로 불린다. 작품을 쓸만큼 지적인 면을 갖췄지만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캐릭터는 사뭇 다르다. 한마디로 극과 극을 넘나드는 셈. 그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관객과 만나고 있다.

권태기 부부의 연애부터 결혼과 이혼과정 등을 코믹하게 그린 김응수 감독의 신작 ‘달려라 장미’(제작 김응수필름)에서 최반야는 여주인공 장영미를 연기했다. 최반야를 처음 만나기 전 가장 궁금했던 점은 “왜 배우가 됐을까?”였다. 연세대 건축학과 출신으로 안정된 직업이 보장될 것이란 통념 때문이었다.

“그렇게 피가 뜨거우세요?”라며 농을 가장해 은근슬쩍 질문을 던졌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연극반에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건축이나 연기나 모두 종합예술이고 사회적 영향력을 지녔다는 점에선 비슷해요. 그런데 건축은 내 작품을 갖기가 연기보다는 오래 걸리잖아요.” “재수를 해 건축학과에 들어갈만큼 건축을 좋아했다”는 그는 “연극을 통해 관객과 직접 대면해 교감을 맛본 뒤 그 희열을 잊을 수 없었다”며 연기자로 방향을 튼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97년 제1회 프린지페스티벌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을 세상에 알렸고 지난 2001년 영화 ‘버스정류장’을 통해 영화배우로 데뷔하기 전까지 최반야는 주로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했다.

“여배우는 지적인 면도 갖춰야 하지만 정액과 땀 냄새 등도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성적(性的)인 면도 함께 계발하고 키워나가야 합니다.” 영화에서 창녀·기녀 등을 연기한 그는 “여배우들이 천박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란 생각을 은연중에 깔고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가 천박하지 않다면 그게 뭐가 문제겠느냐”고 강조했다.

현재 차기 작품을 준비중인 그가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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