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수요? … 계은숙!”
보아를 제외하고 일본 젊은이들이 아는 한국 가수는 얼마나 될까. 지난달 26일 도쿄에서 만난 일본 뮤지션 고키 오노(32)씨는 일본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가수가 보아 외에도 있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내저었다. 이날 도쿄 요미우리홀에서 열린 가수 장은숙(일본에서 10년이상 활동중인 한국출신 성인가수)의 콘서트에 세션으로 참여한 그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후 K(본명 강윤성)를 기억해냈다. K는 ‘H2’ ‘1리터의 눈물’ 등 일본의 인기 드라마 주제곡을 불러 지난 1년 사이 오리콘 차트에 종종 이름을 올렸던 신인가수. 고키씨와 같은 세션팀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게이코(32)씨는 “보아나 계은숙 이외에 다른 한국 가수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많은 대중가수들이 일본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수영 박화요비 클래지콰이 신승훈 세븐 비 등이 이미 한 두장의 싱글 음반을 일본에서 발표했고 이승철도 최근 ‘루이’라는 예명으로 싱글 음반 ‘사요나라’를 내놨다. 이외에 박정현 성시경 장윤정 이지혜 등이 일본에 발을 내딛기 위해 모색 중이다.
일본에 진출하려는 대중가수들이 몇 년 전부터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그 성과는 미미하다. 한국 가수에 대한 일본 가요계의 반응은 소수 팬들의 환호에 그칠 뿐 ‘한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 얼마전 일본에 진출한 가수 A의 매니저는 “한류라고 해서 일본에 가면 모두 성공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제 가보니 그렇지 않았다”면서 “A를 좋아하는 극소수의 일본 팬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몇 년 동안 일본에서 활동했던 가수 B의 매니저도 “일본에서 한류의 중심은 드라마 연기자이지 가수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선 꽤 인지도 있는 가수일지 몰라도 일본에서는 거의 신인이나 다름없는 만큼 충분한 물적·인적 준비가 선행돼야 함에도 대부분의 가수들이 치밀한 계획없이 진출하는 실정이다. 일본을 겨냥한 음악 스타일을 연구하기 보다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 OST를 통해 진출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럴 경우 이름을 반짝 알릴 수는 있어도 자신의 음악으로 일본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보아는 데뷔 전 일본에 체류하며 언어를 습득하는 등 수년간의 준비 끝에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10년 동안 일본에서 음악활동을 해온 장은숙은 “한류로 상황이 좋아지긴 했지만 많은 후배가수들이 일본 진출을 쉽고 간단하게 여기는 것 같다”면서 “일본의 언어와 문화를 얼마만큼 소화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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