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대학입시의 사회적 기능

지난달 27일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학전형 기본방향을 발표하였다. 주요내용으로는 ‘수시모집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과 특기자전형, 그리고 정시모집’의 선발인원을 각 30% 내외로 한다는 것과, 정시모집에서 수능을 자격기준화하고 대신 논술고사의 비중을 높인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이에 대한 기본원칙으로 ‘전형 유형의 다양화’와 ‘각 전형의 특성화’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의 이번 발표는 사실상 우수학생을 독점하기 위한 자기 이해관계의 극대화 방안이며 초중등교육의 입시 황폐화는 물론 대학서열화와 학벌주의 사회구조를 더욱 공고히 유지하게 될 방안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이 서울대를 선망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서울대가 특기자전형을 통해 특정분야의 특기생을 독점하고, 지역균형선발전형을 통해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을 독식하며, 정시모집의 논술확대를 통해 또다시 일부계층의 인재들을 독점할 것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올 학기 초 학생들이 자신의 입시 고통을 촛불에 실어 표현한 것은 이른바 명문대학을 가기 위한 무한 입시전쟁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의지의 표현이었다. 물론 상대평가 내신 9등급으로 인한 피부로 느끼는 경쟁의 심화로 학생들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한 한계가 있지만, 학교교육의 과정과 내용에 대한 평가가 자연스럽게 대학의 전형자료로 활용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학교교육이 가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서울대는 교육부의 정책방향 또한 전혀 무시하고 있다. ¶여기에 정시에서 내신비중을 동결하고 수능을 자격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결국 논술고사의 비중을 90%이상 반영하겠다는 의도이다. 그런데 논술고사의 형태가 통합교과 형태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학교교육에서 준비할 수 없는 내용을 평가한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학본고사’에 다름 아니다. 또한 서울대 정시의 ‘본고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학부모와 교사들로서는 학원에 기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사교육을 대비할 수 있는 일부 계층의 학생들에게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른바 ‘특별한 입시준비기관’으로만 존재했던 특목고의 정상화를 위해 추진된 특목고의 동일계열 진학을 위한 특별전형 역시 서울대는 교육부의 정책방향을 일축하고 있다. 대학입시는 단순히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 이상의 사회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더하여 대학서열체제로 인한 학벌사회인 우리 사회에서 대학입시는 우수학생의 선발과 고교교육의 정상화와 사회 공동체의 실현이라는 중요한 교육적 사회적 책임을 안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국립서울대는 고교교육의 정상화와 특목고의 설립취지에 부합한 운영 및 선발과 점수위주가 아닌 창의력과 발전가능성을 지닌 학생을 발굴하는 체제로 전환할 것을 우리 사회가 간절히 원하고 있다. /박 석 균 전교조 경기지부장

천자춘추/여성계, 군복무가산제도 반대하는가

“의원님! 제대군인들에게 복무 가산점을 주면 평등권을 침해당한 여성계에서 반발하지 않을까요?” “헌법재판소에서도 위헌결정이 났는데 다시 복무가산점을 주는 법을 만들어도 되나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복무가산제 부활을 주장하는 필자에게 모 방송 인터뷰 진행자가 묻는 말이다. 복무가산제는 제대군인이 공무원 시험 등에 응시하는 경우에 일정 비율의 가산점을 주는 제도로서 과거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39년간이나 유지되어 오던 제도이다. 그러던 것이 헌재에서 무효결정(1999년12월23일)으로 사문화되었다. 최근 최전방 부대 GP에서 초소근무 중이던 초병이 잠자던 병사들과 소대장에게 총기를 난사하여 8명이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필자는 국회 국방위원회 진상조사단의 의원으로 현장을 둘러보고 생존 장병들도 만나보았다.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논하기에 앞서 生과死의 문제는 우연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전시이든 평시이든 생명과 신체에 위험이 초래 될 가능성이 많은 영역이 군인들의 영역이다. 수류탄이 폭발하고 소총이 난사되는 좁은 내무반에서 누가 살고 누가 죽느냐 하는 것은 이미 우리 인간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군복무를 하는 것은 국민이 헌법에 따라 마땅히 하여야 할 신성한 의무를 다하는 것일 뿐 개개인에게 특별한 희생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일일이 보상하여야 할 것도 아니다”라는 취지로 위헌 결정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론상 그렇다는 것이지 당사자인 의무복무 군인에게는 현실적인 불이익임에 틀림없다. 과거 헌재 결정 이전에도 여성계에서는 제대군인에 대한 가산점 폭(3~5%)이 지나치게 넓으니 좀 더 축소해 보자는 주장을 하고 있었을 뿐이지 가산점제도 자체의 폐지를 주장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여성은 남성과 더불어 취업경쟁도 하지만 어머니이자 누나이기도 하다. 무사히 제대한 아들에게 가산점을 주자는데 반대 할 어머니나 누나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본다. 젊은 날 학업을 중단하고 취업의 기회도 포기하고 2, 3년간 복무하는 군인에게 있어서는 헌법규정이 아무리 아니라 해도 현실적인 불이익이다. 사실상 불이익을 당한 제대군인들에게 어느 정도 적정한 가산점을 주어 다시 대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누구의 평등권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 조 흥 국회의원(포천·연천)

천자춘추/문화도시 수원을 꿈꾸며

수원시 북수동에 대안공간 눈과 갤러리 아트넷을 개관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내가 어린시절 살았던 한옥의 방과 부엌, 거실 등을 전시공간으로 꾸민 것으로 관람객은 물론이고 동네 분들이 스스럼없이 드나들고 있다. 기존의 전시장과는 좀 달라서인지 시간이 나면 편안하게 들러 전시도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눈다. 그동안 아주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데 이러한 문화공간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오래전 이탈리아 어느 시골마을에 갔을 때 그 곳에서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우리 가족 세 식구와 처제가 함께 갔던 곳은 후배가 유학생활을 하는 피에트로 산타라는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이 마을 곳곳에 자신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상점의 쇼윈도는 주변 환경과 어울리게 진열해 놓은 수준이 한 눈에 보아도 세련되고 안목이 꽤나 있어 보였다. 저녁이 되자 성당(두우모 성당) 앞 마당에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나와 야외조각전과 실내전시를 감상하면서 담소도 하고 놀이도 하며 밤늦도록 이웃과 함께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시공간은 성당의 외형을 그대로 둔채 최소한의 보수와 전시에 필요한 기물만을 설치했을 뿐이었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이 있는 수원은 문화관광 도시로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지금도 수원은 다양한 관광자원을 개발,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이며 많은 투자를 하고있는 것으로 안다. 수원은 외형적으로 넓은 전시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적으로는 작가의 다양성이나 깊이있는 작품전시를 접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해 보인다. 경기도의 시설로 경기도 문화의 전당과 경기문화재단의 전시실, 수원시의 시설로 수원미술전시관과 청소년문화센터 전시실 등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대관전시를 하고 있으며, 기획전시가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은 경기문화재단 전시실을 제외하고는 극히 제한적이다. 문화에 대한 안목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가까이서 보고 느끼고 접하면서 서서히 축적되는 것이다. 보다 수준 높은 문화관광도시 수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볼거리·즐길거리가 마련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필수적이다. 대안공간 눈/갤러리 아트넷은 화성 안, 주택가에 한옥의 모습을 한 생활속의 문화공간이라 자부한다. 앞으로 수원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도록 내실있게 운영해 ‘문화도시 수원’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 행정기관에서도 일반인들이 만들고 가꾸는 문화공간에 더 큰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길 바란다. /김 정 집 대안공간 눈 대표

천자춘추/다시 태어나는 임진각에서

6월은 희망찼다. 6·15대표단의 방북과 김정일 위원장과의 만남, 남북장관급회담이 쉼 없이 이어진 6월이다. 6자회담의 발판도 마련되어 한반도는 지금 평화의 온기로 가득하다. 이렇듯 좋은 분위기 속에서 7월 1일 임진각이 새롭게 태어난다고 한다. 33년 만의 새 단장이기도 하거니와 올해로 광복60주년이 되는 해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그 동안 임진각은 분단의 상징이자 망향의 한을 되새기는 자리로 혹은 자유로 드라이브코스의 종점으로만 여겨져 왔다. 매년 명절 실향민들이 이곳을 찾아 고향을 향해 절을 올리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의 아픔을 미래의 희망으로 승화시켰으면 하는 바람도 간절했다. 과거를 벗어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할 수 없는 만큼 아픈 상처를 보듬고 새살을 돋게 할 필요가 있다. 이제 새로 꾸며진 임진각은 망배단, 자유의 다리, 전적 기념비 등으로 아픈 과거를 상징하면서도 평화를 염원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아울러 남북교류의 새로운 교두보 역할을 하며 인류 평화와 화합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것이다. 또한 가까운 장래에 북한관이 과학·생태 중심의 콘텐츠로 꾸며져 어린 아이들이 생명과 평화의 중요성을 배우는 공간으로 거듭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사실 DMZ는 ‘아이러니의 장소’이다. ‘2005 경기방문의 해’ 홍보 중 만난 구미주의 외국인들은 대한민국을 생각할 때 DMZ를 가장 먼저 떠올리고 이어 분단, 전쟁, 위험 등의 단어를 연상하며 관광을 꺼리곤 한단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한반도에서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가 DMZ라고 하니 기막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는 8월부터 임진각 일원 평화누리에서 열리는 세계평화축전은 한국의 DMZ가 더 이상 ‘아이러니의 장소’가 아님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행사다. 평화의 메시지가 온 세상에 퍼지고, 전 세계에 희망을 밝히는 촛불이 켜지며, 평화와 상생의 염원을 담은 연이 하늘 높이 떠올라 인류는 DMZ에서 하나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시간이 되면 임진각에 올라 평화누리를 바라보자. 그리고 전 세계인들의 가슴 속에 평화와 생명의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기를 기원해 보자. /신 현 태 경기관광공사 사장

천자춘추/미래의 에너지

오늘 아침도 TV뉴스에서는 “국제유가가 60달러를 넘어 섰습니다.” 더 이상 듣고 싶은 우리나라의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의 삶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사용된 에너지가 만들어 내는 많은 물질들을 활용하면서 쾌적한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에너지는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인류가 불을 사용한 후 그 후손들은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내는데 끝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가 일년 동안 이용하는 석탄과 석유량은 십만년 동안 태양에너지를 받아 지구에 축전한 양과 맞 먹는다고 하니 자원의 한계로 인해 머지 않아 에너지는 스스로 고갈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일까? 지금 인류는 값싸고 편리한 에너지를 찾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에너지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에너지의 유한성과 공해발생일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한 최상의 에너지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수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얻으려는 연구가 활발하나 아직까지는 기술적으로 실용화 단계는 아니며, 태양에너지, 풍력, 조력 등의 새로운 에너지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자국에 풍부한 농산물인 사탕수수를 이용하여 에탄올을 생산, 자동차 원료로 사용하는 브라질과 같이 바다에 저장된 열에너지를 이용한 온도차 에너지, 온천의 지열을 이용한 지열에너지, 동물의 배설물을 이용하는 메탄 에너지 등 전 세계는 자국의 특성에 맞는 에너지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부존자원의 부족으로 인한 에너지 대체 개발이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IMF환란이후 적극적인 심야기기 공급 정책을 시행하고 2004년부터는 신축되는 공공기관 건물에는 대체 에너지 사용을 의무화 시켰다. 다양한 에너지의 적극적인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실제 실용화하기 까지는 아직도 머나먼 여정이 남아 있다. 올여름 더위도 벌써 시작됐다. 하지만 각 가정에서는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불만도 많다. 그러나 지금도 석유는 고갈되어 가고 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절실하고 즉시 실천 할 수 있는 방법은 절약이다. 절약이야말로 바로 미래의 에너지가 아닐까. /송 원 순 한국전력 경기지사장

천자춘추/경제자유구역의 두 얼굴

로마 고대 종교의 신 야누스는 앞뒤로 두개의 얼굴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누스는 문을 지키는 수호신이고, 모든 문은 두 방향으로 나 있으므로 그 집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미혹(迷惑)에 빠지게 된다. 인천의 송도, 영종, 청라지구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은지 만 2년 가까이 되지만, 경제자유구역은 아직도 ‘자유’와 ‘규제’의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의 모습이다. 경제자유구역이 태어날 때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잘 생긴 자유의 얼굴과 긍정적·개방적 성격의 국제마인드를 가진, 그래서 외국인투자가가 호감을 갖고 신뢰할 수 있는 도시가 되길 우리 모두는 기원했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종전의 규제는 아직도 추한 얼굴로 위세를 보이고 있고, 매사를 우리 잣대로 평가하기 때문에 오히려 거부감을 주는, 그래서 외국인 투자가가 호감을 가질 수도 없고 신뢰도 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얼굴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 경제는 80년대 중반이후 이미 기술경쟁력 등 구조적 경쟁력의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소득 2만불, 3만불의 선진경제로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가 숙명적으로 선택한 것이 경제자유구역개발 아이디어이다. 경제자유구역은 말 그대로 규제가 없고, 외국인이 가장 기업하기 좋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외국경쟁도시에 비해 우리가 너무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는 중대한 제약이 있다. 요즈음은 국경이 없는 WTO 시대이기 때문에 국가간 경쟁보다는 도시지역간 경쟁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동북아시아에서 우리 수도권과 경쟁하는 도시지역들은 상해와 양자강 남쪽지역, 북경-천진-허베이지역, 홍콩-선전 등 주강 삼각지지역, 도쿄-요코하마지역, 오사카-고베지역, 나고야-시즈오카지역 등이다. 이들 지역들은 우리 수도권지역보다 경제활동이 이미 우세한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가 짧은 시간이내에 이들 도시지역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우리의 희망은 없게 된다. 우리가 지금 야뉴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엉거주춤할 때가 아니다. 경제자유구역은 ‘1국 2체제’의 실험이다. 경제자유구역 실험이 조속한 시일이내에 성공적으로 끝나고, 우리나라 전체로 확산되어야 우리의 밝은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박 동 석 인천상공회의소 부회장

천자춘추/혼돈사회의 교정: ‘옛날 선생님’이 해답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이들은 육신에 편하거나 달콤한 것을 찾을 뿐이지 현명하게 이기적이거나, 자신을 귀하게 여기지는 못한다. 성적이 부진하면 떨어져 죽어버린다. 지하철 안에서 지적을 받으면 위협적이 되거나 폭행을 한다. 인터넷게임에서 적을 제거하듯 동료를 죽이고도 태연하다. 자기잘못 은폐를 위해서는 범죄를 서슴지 않는다. 교제를 반대하면 상대집안을 공격한다. 인터넷상에서 살인투쟁을 벌이듯 험악한 언어로 상대방을 공격한다. 이러한 탓에 건강한 어른들도 사회에서 겪는 무리함에 눈을 감아버리게 되었다. 의학적으로 면역기능을 상실한 국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병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면역체계 형성과정인 교육이 부실하였기 때문이다. 윤리의식의 골격은 어린 시절에 완성된다. 자신을 귀중하게 여기고 가치 있는 일에 희생을 감내하려는 품성은 이때 생기게 된다. 그래서 가정교육과 초등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부모들은 ‘남을 존중해야 자기가 귀해진다’는 것을 명심하고, 아이를 사회에 내보내기 전까지 ‘나 좋은 것만 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부모자신이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자기자식만을 귀하게 여길 경우, 이는 진실로 아이 자신에게 독(毒)이 된다. 아이에게 내재된 무한의 가능성을 살피며 키우지는 못하고 하루 삼시 다른 아이들과의 말초 비교에만 집착할 경우, 부모들은 자신이 원하던 자식을 절대로 볼 수가 없다. 이들은 친구와 다투어도, 성적이 떨어져도, 가정불화가 생겨도, 아버지가 실직을 하여도, 대학진학에 실패를 하여도, 이성교재에 문제가 생겨도, 결혼생활로 고통이 발생해도 쉽게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과거에는 학교교육에 가정교육을 보완·교정·완성하는 기능이 있었다. 가정이 불우한 아이도 훌륭한 인재로 클 계기가 주어졌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선생님들이 눈을 감아버렸다. 부모도 우습게 여기도록 과잉보호된 아이가 선생님을 존중하지도 않을뿐 더러, 교사의 교육적 소신은 거듭되는 봉변으로 절멸되었다. 남을 존중하고 같이 사는 지혜를 배우려고 마련된 배움터에서 ‘야 이 XX야, 너 잘 가르쳐봐!’ 하며 부모들이 팔짱끼고 지켜본다면, 이것은 바로 망국지형세(亡國之形勢)다. 학교일로 속이 상하면 자살을 해버리는 선생님도 있다. 이 들은 섬섬옥수(纖纖玉手)의 마음으로 세상과 제자들을 대하다가 허망함에 생을 마감한 것이다. 요즘의 혼란한 세상을 바로잡을 해답은 ‘옛날 선생님’의 부활이다. 우리들의 존경 속에 다시 태어난 이분들만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큰일에 목숨을 걸 줄 아는’ 아이들을 육성할 수 있다. /배 기 수 아주대 의대 교수

천자춘추/마늘의 가임성 회복

곰은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 왜 하필이면 마늘과 쑥일까? 둘 다 그냥 먹기에는 어려운 음식으로 고난과 인내를 은유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쑥은 토착 농경문화를 상징하고 마늘은 이주 유목문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즉 단군신화는 유목과 농경문화의 화학적 결합을 뜻 한다는 것이다. 마늘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이다. 여기서부터 동으로 동으로 이동하여 천산산맥, 알타이산맥, 고비사막, 대흥안령을 지나 4338년 전에 한반도까지 도달한 것이다. 약용 또는 주술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건 간에 마늘을 이용할 줄 아는 무리들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그 먼 거리를 옮겨지게 되었으며, 그 무리와 단군의 한 민족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마늘이라는 말은 몽골어 ‘만끼르’에서 왔다는 설과, ‘명물기략(名物紀略)’이라는 19세기 책자에서 소개된 바와 같이 맛이 매우 맵다는 뜻의 맹랄(猛辣; 辣-몹시 매울 날)이 마늘로 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태리 스파게티에는 마늘이 들어가야 제 맛이 나고 ‘하몽하몽’이라는 영화에서와 같이 마늘이 정력제로 서구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을 정도로 유럽의 라틴계 민족과 남미 사람들도 좋아하지만, 1인당 소비량은 우리나라 사람에 비하여 2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민족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이 마늘이 국제협상 테이블에서 쟁점이 되고 있다. WTO 체제하에서의 농산물 무역을 촉진시키기 위한 DDA협상에서 우리나라에서 메기고 있는 마늘 관세(’05년 360%)가 고율관세로 분류되어 협상이 타결되면 내려야만 되는 입장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등 농산물 수입국들의 협상력에 기대를 해 보지만 그리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특히 마늘 구(인편)보다는 마늘 쫑을 이용하기 위하여 재배하고 있는 중국 마늘이 현재의 고관세하에서도 많이 수입되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걱정스러운 일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다행히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마늘 품종 육종에 성공했다고 한다. 마늘은 불임이라서 교배 육종에 의한 품종 개량이 불가능하다고 지금까지 알려져 있었지만, 우리나라 연구진이 마늘의 원산지인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임성 마늘 유전자원을 수집하여 10여년의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마늘 교배품종을 개발, 최종적으로 농가에 보급하기 직전이라고 한다. 어둡고 답답한 현실을 날려버릴 만한 희소식이고, 마늘 민족으로 자긍심을 한층 높이는 쾌거이며, 반 만년간 마늘의 화려한 외도 끝에 잃어버린 생명의 유전을 모태의 수혈을 받아 회복한 사건이다. /강 상 헌 농진청 원예연구소장

천자춘추/初心으로 이어지는 행복한 생활

중학교 시절인가로 기억이 된다. 어설픈 겉멋이 든 건지 아님 짝사랑 하는 영어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했던 건지 뚜렷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 스스로가 영어단어를 많이 외우기 위해 친구들과 조그마한 모임도 결성하고 모임에서 친구들과 열심히 영어단어도 외우고 영어문법도 열심히 공부한 기억이 난다. 나는 방과 후에도 피곤해 하는 친구들을 설득해가며 교실에 남아서 그날의 과제를 정하고 정해진 분량의 단어와 숙어를 외우며 서로 간에 테스트를 마지막으로 집으로 귀가하던 기억! 그렇게 모임 활동을 하던 중 어느 날부터 슬슬 꾀가 나기 시작했고 하루하루 初心은 변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 모임은 나의 방관적인 태도와 성실하지 못한 모습으로 흐지부지 하고 말았던 기억! 누구나 이런 작심삼일에 해당하는 기억은 있을 것이다. 새해가 밝아오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새로운 계획들로 꽉 짜여 진 시간표를 보면서 정말 뿌듯한 맘으로 각오를 다짐하고 내일을 생각하며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힘을 느꼈던, 하지만 일주일도 안 되어 그 시간표와 계획들은 점점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스스로 편안함을 찾아 만들어진 자기만의 시간표대로 안주하던 생활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경기도여성회관에는 많은 여성들이 나름대로 생활을 알차게 채워 나가기 위해 찾아온다.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요리나 제빵을 배운다든지, 미용기능사반 등 자격증을 취득해서 취업을 준비한다든지, 다른 나라 말을 유창하게 하고 싶다거나, 다른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서 등등으로 생활의 유익한 정보와 기술, 즐거움을 얻고자 찾아오는 분들이다. 시작과 함께 결실을 맺어가는 과정에서 때론 실망하고 좌절하여 중도에 그만두기도 하지만 한글반을 종료하시며 그 기쁨을 표현하시던 할머니의 행복한 모습, 명상을 통해 화목해진 가정의 모습을 얘기해 주던 수료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초심을 변함없이 생활로 이끌어 가는 분들이 있기에 앞으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데 여성회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된다. 습관을 만드는 주요 요소는 초심에서 이루어지기에 우리의 바르지 못한 습관 하나하나가 본 모습으로 굳어져 버리면 안되는 것 아닌가? 올바른 초심으로 행복한 생활을 영위했으면 하는 바람과 ‘물망초발심(勿忘初發心)-처음 먹은 마음을 잊지 말라’는 말로 그 동안의 컬럼여정을 마치고자 한다. /이 순 희 경기도여성회관장

천자춘추/첫 차를 산 그 마음

나는 13년 전 요맘때 단돈 20만원을 주고 중고차를 샀다. 비록 싸구려 중고차였기는 했지만 처음으로 산 자동차라 한 달에 두 번씩 세차도 하고 분기별로 정비도 하면서 뿌듯이 탔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께서는 내가 밖으로 나갈 때마다 운전조심, 신호준수를 신신당부하셨다. 더 이상 타고다닐 수 없는 수준이 되어 초보운전 시절 어설프게 운전하던 그 녀석을 폐차처분하던 날, 가슴 한 켠이 서늘해지면서 아쉬움과 고마움에 눈물도 조금 났었던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첫 차를 사던 그날의 설레는 마음은 잊혀진다. 바쁜 삶속에 처음 운전하던 그날의 결심은 잊어버린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차도 제법 큰 것으로 사고 운전도 매우 익숙하다(참고로 아이가 많아 차가 9인승이다). 그래도 첫 차의 설레임이 없었다면 차선 한 번 변경하려면 진땀을 빼야했던 초보운전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 운전이 익숙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안전을 위해 차를 폐차시키던 당시의 아쉬운 기억이 없었다면 아이들을 태우고 여기저기 다니는 새로운 추억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진부하지만 모든 일에는 처음과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언제나 첫 마음, 첫 결심은 잊혀지게 마련이다. 서양의 철학자 플라톤은 “시작은 그 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동양의 철학자 노자는 “끝을 맺기를 처음과 같이하면 실패가 없다”고 했다. “불휘기픈 나무에 바라뫼 아니뮐세”, “언제나 처음처럼” 등의 표어가 국회의원들의 캐치프레이즈로 많이 사용되는 이유도 이와 같이 초심의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출퇴근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말도 많았는데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는다. 국회로 보내준 수원시민, 국민들의 선택에 대한 고마움에 마음과 어깨가 항상 행복한 무게로 무거웠다.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를 건설하라고 뽑아주셨기에 정치활동을 함에 있어 깨끗하고자 노력했다. 바뀐 선거법, 정치자금법은 너무나 복잡하지만 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보건복지위원으로서 국민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활동에 최선을 다해왔다. 선출된 공무원으로서 주민의 대표로서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일이 무엇인지 매일을 고민하고 매일을 뛰어다닌다. 앞으로 국회에서 3년이라는 시간이 더 남아있다.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첫차를 처음 운전하던 그 결심으로 아름다운 시작과 결실을 위하여 새롭게 다짐해 본다. /이 기 우 국회의원(수원권선)

천자춘추/혈맹(血盟)

중국 나관중의 장편소설 삼국지에 보면 유비, 관우, 장비는 복사꽃이 활짝핀 도원의 뜰에서 술잔에 각자의 피를 섞은 술을 마시며 의형제를 맺고 생사고락을 같이하기로 ‘도원의 결의’를 한다. 또한 일본의 사무라이나 우리나라의 일부단체 단원들도 서로 손가락을 자르거나 찔러서 낸 피를 섞어 술잔에 타서마시거나, 혈서를 써서 충성과 단합을 결의하는 장면을 영화 등에서 보아왔다. 6·25 사변으로 우리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때 미국은 유엔의 일원으로 한국전에 참전하여 우리군과 같이 피를 흘리며 목숨걸고 싸워서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며 혈맹이다. 따라서 미국이 월남전에서 우리에게 파병요청을 했을 때나 이라크 전쟁에도 미국의 요청에 의하여 군대를 파견하는 등 우리는 나라가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서 피를 흘리며 같이 싸워준 혈맹이기 때문에 남·북이 분단되고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국인데도 군대를 외국에 파병한 것은 혈맹인 우방의 곤란한 처지를 도와주기 위한 신의와 보은의 뜻이다. 물론 혈맹국 미국도 분단국가에서 핵폭탄을 만들어 놓고 우리나라를 인질삼아 벼랑끝 전술로 협박을 하는 북한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많은 군대를 아직도 주둔시키고 있다. 특히 의정부 동두천 지역은 미국부대들이 여러 도심지역과 인접해 있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우리나라를 지켜주기 위해서 주둔해 있는 미군부대를 2002년말 부터 우리나라 경찰들이 지켜주고 있어서 화제다. 우리는 서로 혈맹이니까 국방을 지키기 위해 타국 만리에 와서 한반도를 지켜주고 있는 고마운 손님들을 우리 경찰이 평소에는 편안하게 생활하도록 미군부대 울타리를 지켜주는 듯 하다. 그러나 2002년 6월13일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도로상에서 효순이와 미선이가 훈련중인 미군 탱크에 압사 당한 사건이후 대대적인 반미시위가 크게 일어나고, 일부 과격한 시위대가 미군부대 울타리 안으로 화염병을 투척하는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경찰이 미군부대를 지키는 일에 나섰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미군부대 주변을 지나가면서 늘 어색한 감정을 갖는다. 군대를 경찰이 지키고 그 경찰이 지키는 울타리 밖의 국방은 미군이 지키고, 누가 누구를 방위하는가? 혈맹군 관계이기 때문일까? 전쟁을 막고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동맹관계가 요즈음 들어서 이상이 있다, 없다 다른 목소리가 나오자 지난 6월11일 한·미 정상이 만나서 한·미동맹에 이상없다고 한것처럼 울타리 안을 지키는 건지, 울타리 밖을 지키는 건지 아리송하다. 제발 바라는 것은 국가 안위에는 이상이 없어 그대들을 믿고 단잠자게 해주길 기원한다. /조 수 기 경기북부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사무국장

천자춘추/탱고에 대하여

탱고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모퉁이에서 발생한 서민음악, 가난한 자의 노래였다. 그것이 차츰 음악적으로 세련되어 정열적인 대중음악이 되었는데, 재즈의 블루스나 프랑스 샹송과 일맥상통한다. 탱고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하바네라, 그리고 라 쿰파르시타는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들이며 ‘알 파치노’가 앞 못 보는 시각장애 예비역장교로 열연한 영화 ‘여인의 향기’ 에서 낯모르는 아름다운 여인과 탱고음악 Por una Cabeza에 맞추어 추었던 탱고는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며 제목의 여인의 향기를 느끼게 한다. 기본적인 리듬은 4분의 2박자이며 가끔 싱코페이션이 붙고 리드미컬하게 연주되며, 유럽으로 건너가 유행했다. 한편 에스파냐의 민속음악 플라멩코에도 탱고라는 음악이 있으나 이는 다른 탱고음악과 구별하기 위하여 탱고 플라멩코로 부르고 있다. 이 음악은 옛 민요 솔레아에서, 혹은 아라비아에서 발생한 것이라고도 하며 2박자의 리듬을 지닌 경쾌한 음악이다. 아르헨티나의 빈민가에서 유행되었으며 다소는 관능적인 탱고는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만든 작품들로 음악의 한 장르로 인정받게 되었다. 마치 진흙에서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난 것 같은 그의 작품 ‘리베르 탱고’는 대중적인 인기는 물론 클래식 음악회의 단골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는 대중음악이 대부분의 우리국민들 정서속에 있고, 일제 강점의 암흑기를 빼면 클래식음악의 역사와 비슷하게 발전하였으며 여러 가지 리듬의 음악이 보편화 되어있다. 최근에는 클래식 음악회를 ‘크로스 오버’라는 명칭으로 대중적인 프로그램으로 연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클래식 연주자들이 장르를 넓혀서 모던작품을 연주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클래식은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대중적인 프로그램으로 청중과 다가가려는 시도이다. 이는 우리문화의 깊이가 없음을 말해주는것 같은데 일부에서는 세계적인 추세가 대중음악으로 가고있다고 하며, 음대의 입시 경쟁률에서 실용음악과의 인기는 매우 높아서 여러 대학교에서 서둘러 실용음악과를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클래식의 기초를 두지 않는 대중음악은 예술성에서 기대하기 어려다. 탱고를 높이 발전시킨 피아졸라와 같은 작곡가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을 예술로 승격 시킬 수 있는 작품들의 양산을 기대한다. /윤 왕 로 화성시청소년 교향악단 지휘자

천자춘추/대한민국 체험학교

요즘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는 학생들이 확실히 많아졌다. 예전에는 한적한 미술관에서 여유로운 데이트를 하는 사람도 간간이 보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학생들이 넘쳐난다. 미술관 앞에서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학생들을 보면 나름대로 뿌듯한 마음이 든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우리 학생들을 만나는 것이 더 이상 유별난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제 ‘교실 안 교육’이 아닌 ‘교실 밖 교육’의 재미를 학생들이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학생들이 대형미술관과 박물관에만 몰려든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내준 숙제로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전시회를 줄서서 관람하는 걸 보면 답답한 생각이 든다. 특별한 체험코너들을 많이 마련해놓아 더 재미있고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작지만 실속 있는 박물관들도 많다는 건 잘 모르고, 대형미술관의 이름에만 혹하는 것 같다. 특히 경기도에는 약 80여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박물관 등 유명작가들의 전시회를 여는 곳뿐만 아니라 교과서에서 살짝 다루고 지나가거나 다루지 못한 내용까지 보여주고 몸으로 느끼게 하는 박물관도 많다. 예를 들자면 한국만화박물관, 김치박물관, 김포다도박물관, 바탕골예술관, 덕포진교육박물관 등이 그것이다. 이들 박물관은 테마를 정해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전시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학습이 가능하다. 눈높이에 맞추어 특정 주제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도 해주고, 시의 적절한 특별전시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박물관뿐만 아니라 유리공예와 크리스탈 포토프린팅을 즐길 수 있는 아트센터마노, 염색과 판화를 즐기는 영은미술관, 사찰음식이나 예불을 배우는 ‘수도사 전통 사찰음식 학습체험관’, 장만들기 체험이 가능한 ‘광이원 양평 체험벨리’, 전통무예인 택견을 배우고 민속놀이를 즐기는 ‘민족무예원’ 등 다양한 체험시설도 잔재미가 있는 곳으로 꼽힌다. 경기도에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 특징적인 체험시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경기도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명과 문화의 발생지이기 때문이다. 천만인의 생활터전인 경기도에는 한국인의 다양한 생활상이 배어 있어 우리의 과거와 미래, 전통과 첨단이 공존한다. 한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곳곳에 배어 있다는 점에서 경기도는 ‘한반도의 다큐멘터리’로 손색이 없다. 그리고 한국을 몸으로 느끼고 경험해 배울 수 있으니 경기도는 ‘대한민국 체험학교’다. /신 현 태 경기관광공사 사장

천자춘추/노령화사회와 국가운명

인구 노령화의 근본적 원인은 출산 감소에 있지만, 평균수명이 늘게 됨에 따라 더욱 심화된다. 노령화 사회가 되면 생산인구는 줄고 부양해야할 인구는 늘어나 나라의 살림이 어려워지고 국가발전을 도모하기 어려워진다. 2000년 국가별 평균연령을 보면 일본 41세, 이탈리아 40세, 독일 40세, 미국 35세이며, 한국은 대략 일본과 독일 사이 정도로 보인다. 미국이 강대국으로 자리 잡는 근본 이유 중에 하나는 젊은 생산인구가 많고, 그것도 유능한 인력을 각국으로부터 이민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50년이면 국민의 평균연령이 일본은 53세, 이탈리아 52세, 독일 47세, 미국 40세가 된다. 미국이 이처럼 늙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지속적인 높은 출산력이다. 현재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앞날은 없다. 노령화 문제로 인하여 아무리 기술개발이 뛰어나고 사업을 확장하여도 뿌린 씨앗마저 거둘 수 없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국운이 쇠하고 난 뒤에 조금 남은 국민들이 아이를 낳으려한들, 키우기도 힘들고 옛날의 국위는 절대 회복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일본의 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 할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될 일이다. 일본은 지금 전액 국비를 대어 미숙아, 기형아, 사생아 등 가리지 않고 이미 낳아둔 아이를 모두 살리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아마도 곧 정책을 바꾸어 전 세계에 일본에 와서 살아달라고 요청을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일본보다는 인구 노령화 위협에서 약간 나은 위치에 있다. 이제라도 출산장려책을 강력하게 내어놓아 육아와 교육의 어려움을 도와줄 경우 아이를 더 낳겠다고 하는 부부들이 분명 있다. 프랑스처럼 미혼모도 훌륭히 대접한다면 해외입양으로 잃는 국산아이 수도 줄고, 낙태의 수도 줄어들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서는 단일민족을 고집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고집을 할 경우 이제는 이민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늘고 있는 동남아 며느리들을 보며 걱정도 되지만 감사한 마음도 금할 수 없다. 어제는 아이를 업은 채로 양손에 두 아이를 붙들고 진료실에 들어선 엄마를 보았다. 애국자가 따로 없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하였다. 국민영입을 위한 경쟁을 일본과 벌이게 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일만 열심히 하는 노처녀를 보며 원망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배 기 수 아주대 의대 교수

천자춘추/여름철 낮시간 냉방기기 자제를

세계청소년 축구대회로 온나라에 열기가 가득하다. 청소년 축구대회 열기가 식을 즈음에 장마가 시작되고, 장마가 지나면 어김없이 무더위가 찾아 온다. 이런 무더위가 계속된다면 누구나 에어컨을 그리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에어컨, 불과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 서민들로서는 그림의 떡이고 일부 부유층의 과시물로 인식되어 왔었다. 그러던 것이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에어컨, 김치냉장고 등 전력소모량이 많은 냉방기기들이 대중화됨은 물론, 냉방병을 걱정해야 되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에어컨 한대의 전력 소비는 선풍기 30대와 같다. 국민의 소득 증대로 지난해 말 에어컨 보급량은 1200만대에 이르고, 냉방에 따른 전력 사용량은 여름철 최대전력수요의 20%가 넘는 1100만kw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100만kw급 원자력 발전소 11기에 해당하는 양으로 전체 원자력발전소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이 같은 냉방수요 전력이 매년 100만㎾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소요되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소를 매년 1기씩 지어 나가야 한다. 이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비용은 곧바로 전력생산 원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은 전기요금을 인상시키는 요인이 되어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사용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중요한 사실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올여름 중국은 사상 최악의 전력난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신이 보도하고 있다. 또한 수도 베이징시는 여름철 전력난에 대비해 5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돌아가면서 강제휴무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도 지난 1964년 이전 까지만 해도 전력사정이 열악해 제한송전으로 고통을 겪었기에 새삼 감회가 새롭게 느껴진다. 인간은 누구나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또 그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경제는 현실이고 전기공급도 무한정 늘어날 수 없다. 일시적인 여름철 냉방부하를 공급하기 위해 새롭게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엄청난 예산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할 때 여름철 낮 시간에 냉방기기 사용을 조금씩 줄이는 것이 건강도 해치지 않고 나라를 사랑하는 길이 될 것이다. /송 원 순 한국전력 경기지사장

천자춘추/지식기반 경제와 예의

지식기반경제는 첨단기술, 원천기술, 국제적 경영 노하우 등 고급지식의 습득, 창조 및 활용이 기반이 되는 경제패턴을 말한다. 요소투입위주의 개발연대를 지나 성숙한 선진경제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요즈음 각 방면에서 지식기반경제사회의 틀을 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고급기술과 지식위주의 발전을 추구하기만 하면 충분한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우리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올 수 있을 것인가? 몇 년 전 백야의 나라 핀란드를 여행한 적이 있다. 여행 동기는 90년대 초만 해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발전수준을 유지하던 이 나라가 불과 10여년이내에 어떻게 세계 제1위의 국가경쟁력을 갖게 되었는지 엿보기 위한 것이었다. 핀란드를 여행하면서 특별히 느낀 것 중의 하나는 핀란드 국민들이 매우 친절하고 예의바르다는 것이다. 600여년을 스웨덴의 식민지로 있었고, 냉전시대에는 소련의 영향력 하에서 임업자원과 총기 수출 정도로 각박하게 살던 나라가 단기간이내에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선진국이 되었는데, 그 바탕에는 물론 그들의 높은 교육수준과 기술력이 있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핀란드 국민들의 친절문화와 예의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알고 보니 핀란드 민족은 몽골족의 피가 섞여 있다고 한다. 몽골족 중의 훈족이 한반도에 와서 옛날 가야국과 신라에 정착하였고, 일부는 일본에 진출하였으며, 유럽 쪽에서는 헝가리와 핀란드 등에 정착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옛날부터 동방예의지국으로 알려져 왔는데, 혹시 핀란드 사람들의 친절과 예의가 이러한 혈연관계와 무슨 연관이 있지 않을지 궁금하다. 우리는 60년대와 70년대의 개발연대에 공업단지나 산업단지를 만들었고, 이것이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은 상해, 북경, 홍콩, 동경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지식산업단지이다. 우리가 지식과 기술만으로 이들 지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는 없다고 본다. 우리 고유의 장점인 예의문화를 다시 살려서 차별화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인간은 원래 이성과 감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식만능, 기술만능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박 동 석 인천상의 부회장

천자춘추/생명창고의 열쇠

쿠웨이트의 모래 폭풍을 뚫은 박주영의 감각적인 슛은 온 국민에게 1년간 기다림의 기쁨을 선사하였다. 황우석 교수가 3개의 대문을 한꺼번에 연 열쇠는 난치병 환자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두렵지만 기대되는 미래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꼬마들은 박주영 같은 선수가 되겠다고 학교 운동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축구에 열을 올리고 있고, 수의학 관련 대학의 입학성적은 타 학문에서 부러워 할 정도로 오르고 있다. 희망과 스타의 효과이다. 우리나라 농촌은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사람 난에 시달리고 있다. 어떤 산업이든지 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주지 못하면 침체될 수밖에 없고 한번 침체되기 시작하면 젊은이의 신규진입은 이루어질 수 없다. 젊은이가 투입되지 않는 산업은 더욱 위축되게 된다. 산업에서 새로운 희망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의 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농업분야에도 이런 혁명적인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의 3황 5제중 한명인 염제(炎帝) 신농씨(神農氏)의 업적으로 대변되는 고대의 농업 혁명으로 사람은 씨를 뿌리고 거두어들이면서 미래를 생각하고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녹색혁명으로 주곡을 자급자족 할 수 있게 되면서 공업 분야에 국가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백색혁명으로 국민들은 사시사철 싱싱한 채소를 식탁에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영광스런 과거의 그림자에 묻혀 새로운 희망의 빛줄기를 찾는 것을 등한시 한다면 우리 농업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산 안창호는 “농민은 인류의 생명창고를 그 손안에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돌연히 상공업의 나라로 변하여 하루아침에 농업이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은 사실입니다”라고 하였다. 우리 생명창고의 열쇠를 다른 나라에 넘기지 않기 위해서는 농업분야로 젊은 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스타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여야 한다. 이런 노력은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식탁을 좀 더 안전하게 하고 생명창고의 열쇠를 계속 우리가 갖고 있기를 바라는 국민과 정부가 같이 관심을 가져야 가능할 것이다. 도산은 또한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라고 하였는데, 이 말을 다음과 같이 바꾸면 선인의 뜻에 반하는 것일까? “청년이 농업을 멀리하면 농업은 죽고, 농업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라고. /강 상 헌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장

천자춘추/사랑과 행복이 묻어나는 편지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해외에 나가있는 아들 녀석에게 편지도 보낼 수 있고, 손주 녀석들에게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을 전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수료식에서 소감을 발표하시는 한글반 어르신의 말씀을 접하면서 가슴이 찡해 옴을 느낄 수 있었다. 십 수년 동안 글을 읽지 못해 갑갑한 가운데 지내다가 한글을 배워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행복감에 빠진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껏 나에겐 늘 가지고 있으므로 느끼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소중함이랄까, 앞으로 내 마음에 의무감과 사명의식을 더욱 느끼게 해 주었다. 요즘처럼 빠르게 글을 습득하는 시대엔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 옛날 어르신들은 정말 원한다고 해도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 교육의 기회였던 것 같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글로 표현할 수 없었던 상황 속에서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지니고 사셨을까 생각해 보니 가슴 한 켠이 아프다. 우리 속담 중에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과거엔 많은 사람들에게 적용이 되었었고 실제적으로 그런 무지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요즈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 속담이 이젠 점점 쉽게 접하지 못하는 말로 변하고 있다. 그 만큼 우리 주변에는 이런 말을 들을 만한 사람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좋은 의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통계상으로 우리나라 문맹률 수치는 1%미만이지만, 지금도 여성회관 한글반 강좌를 찾는 어르신들처럼 우리 주변엔 아직도 읽고 싶은 책을 읽지 못하고 쓰고 싶은 편지를 쓰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나마 여성회관 같은 기관이라도 찾아서 강좌를 통해 그토록 원했던 글 습득을 한 분들을 접할 때면 마음 한편으로 정말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아직도 그런 기회조차도 접하지 못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씁쓸해진다. 벌써 여성회관 상반기 교육 강좌가 하나 둘 마쳐가고 있다. 만나서 인사 한 지가 엊그제 같았는데… 시간이 점차 지날수록 기쁨의 얼굴이 많아질 수료식을 생각하면 마음은 뿌듯해지지만 앞으로 여성회관을 찾아올 많은 수강생들을 위한 좋은 교육 프로그램, 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수강생들에게 삶의 활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보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 얼굴가득 미소 짓는 수료식장에서의 할머니의 행복한 미소가 자꾸만 내 맘을 요동치게 한다. /이 순 희 경기도여성회관장

천자춘추/긴 병에도 효자있다!

3년 전 일이다. 친한 친구 녀석 중 하나가 매달 모이는 동창모임에 나오지 않았다. 왜 모임에 불참했냐는 나의 전화에 풀이 잔뜩 죽은 목소리로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다고 말했다. 맞벌이부부였던 그의 집에서 어머니를 하루종일 돌봐드릴 사람이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여동생과 번갈아가며 보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매우 부산하시더니 결국 집을 나가버려 하루종일 어머니를 찾느라 지칠대로 지친 상태라고 하였다. 어렸을 때 가끔 그 녀석 집에 놀러가면 과자며 과일이며 이것저것 챙겨주시던 고우신 어머님의 병환소식은 옆에서 바라보기엔 가슴아픈 정신적 충격이었다. 그러나 친구에게 어머니의 치매는 현실이자, 경제적 부담이라는 그의 씁쓸한 웃음에 어떤 위로가 가능할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다고 한다. 전체 국민 중 9%가 65세 이상의 노인이고 그 노인인구 중 12%, 53만명 정도가 치매나 중풍과 같은 질환으로 인해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이라고 보건복지부에서는 추정했다. 그렇지만 내 친구의 경우와 같이 요즘 사회현실은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되고 있고 노인들의 보호가 필요한 기간 또한 장기화 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 가정에 의한 노인요양 보호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다. 지난달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노인들에게는 남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도록 새로운 사회안전망으로서 ‘노인요양보장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치매나 중풍에 걸린 노인들은 요양시설 등에서 간병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거나, 집에서 방문간병 및 방문목욕, 간호, 그룹홈 등을 통해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여러모로 국민에게는 필요한 좋은 사회복지시스템이지만 도입에 있어 2년간의 시범사업 기간을 두고 철저히 준비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돈이다.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재원은 이용자 본인의 감당 외에 국가재원과 보험료를 통해 부담하게 된다. 이용자의 부담이 있어야 과도한 제도의 이용을 막을 수 있고, 국가재원 중 일부를 노인요양보장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쉽게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했다. 이제 우리 부모님들이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실 수 있도록, 자식들은 부모님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노인요양보장제도 마련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한숨섞인 부모님의 미안한 마음이 가볍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기 우 국회의원(수원 권선)

천자춘추/피해자 인권보호

지난달 31일 대검찰청이 주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공청회’가 있어서 참석했다. 최근 사법제도개혁 추진위원회(사개위)에서 1년 동안 연구한 사법개혁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건의안 중 형사사법 분야는 2007년부터 배심제와 참심제를 혼용한 형태의 국민사법참여 제도를 시행하면서 공판중심주의와 관련해 증거개시제도·공판준비절차의 도입·피고인 신문제도·법정구조 및 증거법의 재검토 등을 건의한 바 있다. 그러나 사개위 ‘안’(假案)이 ‘검찰의 수사권 폐지’라는 제목으로 언론에 보도되자 검찰이 강력히 대응하고 나섰는데 쟁점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피의자 심문조서는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증거능력이 부인되어 법정에 현출조차 못하게 된다. 둘째, 피고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검사가 법정에서 피고인을 심문할 수 없어 뇌물죄, 강간죄, 성범죄 등의 범죄입증이 곤란하게 된다. 셋째, 조사 참여자의 법정 증인을 검사만 가능하도록 하여 피고인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부인할 경우 검사만 법정에 나가 증언하도록 하게 된다. 그리고 넷째, 범죄 수사과정의 영상녹화물(녹음·녹화)을 조서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력을 배제할 경우 성범죄피해자, 미성년자 등의 인권보호에 피해가 우려된다. 사개위 ‘가안’의 경우 국민사법참여 제도와 공판중심주의는 기존의 형사소송 시스템의 근간을 바꾸어 현행수사 및 재판구조에 혁명적인 변화가 예측되는 민감한 내용이므로 졸속처리 하지 말고 국민공감대를 형성하기위해 검찰은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김종빈 검찰총장도 인사말에서 사법개혁의 목표는 “적은비용으로 국민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맞추어져야 한다”고 하면서 형사사법체제의 선진화가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신중론을 폈다. 이날 공청회가 사개위 ‘안’과 검찰측 의견 중 어느쪽으로 결론을 내지는 않았지만 방청석은 이번 형사소송법은 좀 더 점진적으로 신중히 개정하고 피의자 인권보호도 해야하지만 피해자의 인권보호도 중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수기 경기북부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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