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큰 부자집이 있었다. 농토가 많아 머슴을 10여명씩 두고 있었는데 섣달 그믐날이 되면 머슴들은 저녁을 일찍 먹고 마을로 나가 한해동안 주막에서 먹은 외상값이 얼마이며 평소 잘해주었던 마을 어른들에게 인사도 드리고 자기들끼리도 한해를 되돌아 보고 웃음꽂을 피우며 막걸리 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따라 저녁을 먹은 후 주인이 나타나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내일 아침 급히 쓸데가 있으니 새끼를 꼬아달라는 것이었으며 게다가 될 수 있으면 가늘고 길게 꼬아 달라는 것이었다. 모든 머슴들은 하필 왜 이때냐고 투덜거리며 오히려 두껍게 새끼를 꼬아 짧은 시간에 일을 마치고 앞다퉈 마실을 가버리고 말았다. 한 머슴만 평소에 잘 해줬던 주인을 생각하면서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동이 틀 때까지 가늘고 길게길게 새끼를 꼬고 있었다. 이윽고 새경 줄 시간이 돼 머슴들 앞에 나타난 주인은 금전 두가마니를 들고 와 쏟으면서 각자가 꼰 새끼에 금전을 마음껏 꽂아 가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길고 가는 새끼를 꼰 머슴은 많은 금전을 꽂아가 넓은 농토를 사고 훌륭한 집을 지어 일생을 편안히 보냈다는 이야기다. 우리 문화의 일부분은 이러한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리라! 부모의 3년상이 어릴 때 세살까지 무릎에서 안아 길러준 은혜에 대한 보답이고 일생동안의 효도는 서말 넉되의 피로 나를 만들어 주시고 여덟섬 너말의 젖으로 나를 길러주신데 대한 은혜갚음이 아니었던가? 예로부터 나랏님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백성들에게 귀감이 되는 큰 스승의 역할이었음을 우리는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나랏님들은 도무지 은혜 갚음을 모르는 것 같다. 지나간 정부의 나랏님의 은혜가 없었던들 어찌 지금의 나랏님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도와준 은인들의 입김이 채 마르기도 전 사정 없이 그들을 몰아 붙이는 건 정말 잘못된 부분만 바로 잡으려는 정의로움만의 발로일까. 그것도 국가의 망신을 세계 속에 내던지며 말이다. 이수일 전 국정원 차장의 자살을 바라 보며 무엇이 정치이고 무엇이 인간의 도리이고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문화의 한부분인 은혜 갚기 또한 무엇인지 정말 헷갈리는 현실이다. /전병관 경희대 체육학부 교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제기하고 있는 환경문제는 도덕성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문제의 외형적인 현상 그 자체보다 이러한 문제가 일어나도록 한 원인이 된 사람들의 올바르지 않은 환경적 가치관과 잘못된 태도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인간의 가치 및 이해관계와 관련된 개념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치관의 변화와 새로운 가치관 창출을 위한 의식의 전환, 그리고 이러한 의식전환을 위한 환경교육을 필요로 하게 된다. 국제자연자원보존연맹(IUCN)에 의하면 환경교육은 인간, 인간의 문화, 그리고 인간의 생물·물리학적 환경간의 상호 관계를 이해하고 올바로 평가하는데 필요한 기능과 태도를 계발시키기 위해 가치를 인식하고 개념을 명백하게 하는 과정이며 또한 환경의 질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 하나의 행동 규범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수립하는 실행과정이다. 이렇게 볼 때 학교에서나 사회에서의 지속적인 환경교육으로 인간과 환경간 상호관계를 바르게 인식시키고 나아가 환경적으로 건전하며 친환경적 심성 개발을 유도해 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환경문제를 전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보는 안목을 키워 주는 것과 더불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실천력을 육성시켜야 한다. 현재의 기성세대는 물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환경을 소중히 가꾸고 보전하는 마음을 심어주고 생활속에서 환경보전을 실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교육을 통해 모든 사람 개개인이 관련됐음을 이해시키고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할 필요가 있다. 환경문제에 관한 작금의 위기가 오게 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으로 관련됐다고 할 때, 환경문제에 책임감을 갖고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현재의 소극적 환경교육으로는 부족하다. 학교에서의 제도적 환경교육을 강화, 어릴 때부터의 생활환경이 몸에 배이도록 해야 하며 환경·시민단체들로 하여금 사회적 환경교육을 감당케 해 범국가적으로 환경친화적 국민의식을 고취시켜 나가야 한다.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의 기능적 환경교육도 빠져서는 안될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각각의 기능을 아우르고 조절해 나갈 수 있는 조절장치가 필요하다. 이것이 지역별 환경교육센터의 설립을 필요로 하는 이유이다. /황 경 철 동남보건대 교수
한국사회가 2020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실현시키는데 있어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저출산, 고령화 및 에너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2018년으로 예상되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인 사회) 진입을 앞두고 근로자의 퇴직시기가 앞당겨지고 있어 고령자의 고용연장과 기업의 부담 완화차원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비용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즉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57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기업소속 근로자에게 임금삭감액의 일부를 ‘보전수당(가칭)’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정책은 인구고령화 및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의 관계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미봉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도입된 임금피크제는 현재의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면서 연장된 고용기간동안 기존 임금을 삭감해 받도록 했었다. 한편 고령사회에 대비해 일본은 99년 ‘고령자 고용 안정법’을 제정, 65세까지의 고용기간 연장을 기업의 노력의무로 정하고 있으며 94년 연금개혁에선 연금지급 개시연령을 2025년까지 종래의 60세에서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2003년 이후 법정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86년 정년제도를 폐지했으며 독일은 2003년 6월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영국은 내년부터 70세로 정년을 연장할 계획이며 EU는 회원국에 내년 10월까지 고용과 취업훈련에서 연령제한 금지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한국사회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함에 있어 유의할 점은 현재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즉 고령자 고용촉진법 제19조에 의거, 사업주에게 정년을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65세로 개정해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공무원 정년도 65세로 연장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년을 연장하면서 그 연장된 기간에 대해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정년연장을 통한 고용확대 기업에 대해선 정부가 지원해 주는 정책이 바람직한 정책인 것이다. 결국 노동부와 보건복지부가 협력해 정년연장→고령자 고용확대→임금피크제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의 정책수순을 밟으면서 노령연금 지급개시연령을 65세로 늦추고 정년연장된 근로자로부터 국민연금료를 받아 재정부담을 완화하는 복합적인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 /최 정 철 인천경실련 정책위원장
최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회의실에서 오영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전부 개정법률(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공청회는 시장의 관리 주체를 지정해 재래시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신속하게 시장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대폭 개선하려는 목적에서 개정법률안이 위원회에 회부됨에 따라 국회법 제64조에 의한 공청회를 통해 학계, 유관기관, 상인회 등의 의견을 수렴해 법안 심사에 참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지원대책에 대한 후속조치 입법과 재래시장 경기의 계속 위축으로 인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고 재래시장 발전만이 아니라 영세 소매상인에 밀집한 상점가에 대한 지원과 재래시장과 인접한 상점가의 동시 개발이 주요 배경이었다. 주요 개정내용은 국공유지 사용료 감면 등 상인 부담 완화와 지역 소매상권 활성화를 위한 지원척도를 마련하고 시장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절차 간소화 및 규제완화, 상인조직 및 지원기능 강화 등을 담고 있다. 법률 개정에 따른 기대효과는 재래시장 상인의 부담 완화 및 지역 실정에 맞는 시장개발과 재래시장 발전만이 아니라 지역의 상점가 상권활성화 촉진과 시장정비사업 제도 개선으로 편리하고 신속한 사업 촉진이다. 이번 개정법은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실제 상인의 입장에서 많이 고려된 점이 특징이다. 재래시장 상인의 입장에서 상점가를 포함시키는 문제는, 지원범위는 양적으로 늘어 나지만 지원금액은 많은 증대를 보이지 않아 다소 걱정이 앞서지만 지원 형평성 문제와 재래시장 단독보다는 주변상권이 함께 어우러져야만 하나의 커다란 상권을 구성해 대형유통점과 경쟁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필자는 진술인으로 공청회에 참석, 법안의 주요 내용을 검토,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 목적에 시설현대화가 빠진 경영현대화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고 인정시장 정의와 지원효과 평가, 상권가꾸기, 자치사업지원,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감면, 상인회 운영 등의 검토를 요구했으며 추가 제안사항에선 중기청 및 시·도 재래시장 담당 부서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대형 유통점 출점 규제와 시간 규제 등을 제안했다. 모두가 어려운 이 시기 혼자만 잘 살겠다는 논리보다는 더불어 살기 위해 대기업 유통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 극 렬 경기도시장상인연합회 수석회장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체는 크게 두가지로 분류된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자기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옮기는 동물성과 뿌리 등을 내려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옮기지 못하는 식물성이 그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사람도 동물이긴 동물인데, 길가는 어느 누군가에게 이 ‘동물아’ 또는 ‘동물님’하고 부른다면 결코 부드러운 눈으로 쳐다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왜 인간은 동물의 한 부류이면서도 동물이 아니고 사람이라고 불러야 하고, ‘사람답다’라고 불려져야 기분이 흡족할까. 굳이 유교 사상을 찾아 인·의·예·지·신이 사람의 도리라고 논하기보다는 일전에 필자가 읽은 어느 책에서 마음에 와 닿는 표현을 인용해 보고자 한다. “사람이 일반 동물과 다른 건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생각을 갖고 있다. 또 스스로 생각하면서 자신의 풍요로운 삶을 설계하며 개척해 나가는 게 바로 자기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결국 인생이란 건 자신의 풍요로운 삶을 계획하고 움직여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풍요로운 삶일까. 힘 들고 어렵고 불편한 것 하나 없이 호의호식하는 건만 풍요로운 삶일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누구나 당연히 ‘아니다’일 것이다. 사람마다 지상에서의 삶은 제각각이지만, 얼마나 후회 없는 삶을 살았는지 자문할 수 있다. 우리 인생의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행복했던 인생의 한면을 채울지, 아니면 암울했던 이미지를 담을지는 자신의 단호한 선택에 달렸다. 배 부른 돼지는 인생의 참 맛을 알 수 없다. 거친 파도를 넘어 육지에 발을 디딜 때 안도감과 성취감, 이외에도 우리에게 주는 정신 세계의 풍요는 그 끝이 없다. 이중 하나가 미술품 감상이 아닐까 한다. 찬 바람이 이제 완연한 계절이다.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그림 하나를 감상하다 보면 손끝부터 육신 깊은 곳까지의 온기를 느낄뿐더러 얇은 지갑과는 반비례의 풍요롭고 넉넉한 기분으로 온몸에 새 힘이 돋을 것이다. /최 수 아 수아아트갤러리 대표
흔히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그러나 요즈음 언론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교육의 현실에 대해 회의를 느끼면서 이중 일부인 교육자치제도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 교육자치제도는 과거에 실시해 오던중 5·16 이후 잠정 중단돼 합의제 집행기관으로 교육위원회를 운영해오다 지난 91년 시·도단위 교육자치를 실시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됐다. 우선 교육은 헌법 제31조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서 교육사무는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및 지방교육의 특수성 등을 보장하는 유일한 사무임을 못박고 있다. 그러나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교육사무중 예산과 조례 등을 심의, 의결함과 동시에 특정한 사안에 대해 행정사무를 실시토록 규정함으로써 시·도 교육위원회와 시·도의회가 이중 심의 및 감사를 실시해 행정력 낭비와 예산낭비, 효율성 저하, 정치적 중립성 저해 등이 지난 91년 교육자치 시작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오던 것을 이제와 하나의 제도로 하자는 것에는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러나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지방자치법’보다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란 특별법을 만들어 가면서 교육자치를 실시하고 있는 건 교육의 중요성도 중요성이지만 제일 중요한 점은 정당인으로 구성된 일반자치에 맡기기 보다는 정당인이 아닌 사람이 교육자치를 실시해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려는 조치임에도 일반자치에 통합하려는 건 헌법에 위배돼 위헌 소지가 있는데다 정당인들은 선거시 공약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선 교육의 본질을 외면한 채 공약사항 이행에만 몰두하게 될 것이고,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교육자치단체들은 교육투자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한 사실인만큼 자주성·전문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의 전문성·자주성·정치적 중립성 및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현행 교육위원회를 독립형의결기구로 함으로써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이룩할 수 있다. 하나의 제도를 바꾸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중국의 황산을 관광지로 개발하는데 12년동안 설계했고 9년동안 시공한 것과 일본의 학급당 학생수 45명에서 35명으로 줄이는데 1년에 1명씩 10년이란 세월을 갖고 시행한 예를 보더라도 우리는 너무나 조급한 마음이 앞선 것 같아 씁쓸하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교육이 희망이며 모든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선 진정한 교육중시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조 용 호 경기도교육위원회 의장
일본이란 나라와 우리나라와는 참으로 묘한 관계라 아니할 수 없다. 일본은 우리에게 폐만 끼쳐 왔고 우리는 끊임 없이 피해를 보는 가운데에도 별별 도움을 다 주어 온 관계다. 지구상에 이런 관계가 또 어디에 있을까? 해중릉(海中陵)은 문무왕의 유언으로 동해바다 용이 돼 일본 침략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고 고려시대에도 포은 정몽주 선생을 파견, 침략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고, 조선시대는 임진왜란을 일으켜 결국에는 36년동안 찬탈을 감행했다. 해방 후에도 미국이나 중국으로부터 갖은 굴욕을 참아가며 번 돈으로 일본에게 한해 적어도 250만달러 이상의 큰 무역 손실을 입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일본에게 불교와 각종 학문, 그리고 조선통신사를 파견해 종이와 화약, 도자기 등 많은 기술들을 전달했다. 또 6·25전쟁을 통해 본의는 아니었지만 2차대전의 무조건 항복으로 폐허의 일본 경제를 살려준 것도 역시 우리였다. 이런 두 나라간의 요즈음의 외교는 참으로 한심해 이젠 웃을 수도 없는 지경에 와 있음을 볼 수 있다. 싸운 후의 동네꼬마들을 봐도 이렇지는 않으리라. 맞은 아이가 먼저 가 사과하고 과거를 잊자고 하는 것을 보았는가? 언제나 때린 아이가 선물을 갖고 가 다음의 선물을 약속하고 이제 다시는 때리지 않을 테니 놀아 달라고 하지 않던가? 그대들이 욕하고 짓밟고 부관참시하는 박정희 전대통령은 임기중 한 번도 일본에 가지 않았으며 아무리 중요한 안건이라도 총리를 보냈다. 박 대통령이 군인시절 일본을 방문했을 때 공석이든 사석이든 절대로 일본말을 하지 않자 어떻게 하면 박 대통령이 일본말을 하게 할까 궁리한 끝에 초등학교 시절 그를 가르치고 학비가 전혀 들지 않는 사범학교에 보내 줬으며, 박 대통령의 교사시절 조선어를 가르친다고 교장과 싸워 떠나면서 하숙집에서 마지막으로 그를 존경해 모인 어린 학생들에게 “글을 배우고 가르쳐서는 일본을 이길 수 없으므로 나는 만주로 가 칼을 차고 돌아 와 일본인을 이기겠다”고 말한 그의 만주행까지도 도왔던 일본인 은사를 파티장에 데려왔다. 여기서도 박 대통령은 인사말만 일본말로 했다는 그런 꿋꿋한, 줏대 있는 외교를 했었다. 그런데 현재의 대통령은 무엇이 그리도 다급하고 캥겨서 쫓기듯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할 외교를 거꾸로 먼저 손을 내민단 말인가? 나는 이제 절필하고 싶다. 아무리 외쳐도 메아리도 없이 병신짓만 하는 이 정부에게는…. /전 병 관 경희대 체육학부 교수
최근 기업들이 출시한 신상품들을 눈여겨 보면 디자인이나 색상이 종전과는 파격적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신상품을 알리기 위한 광고기법도 종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얼마 전 출시한 한 캐주얼의 경우, 기성세대 입장에선 차마 눈을 뜨고 보지 못할 강한 색채에다 여기저기 찢어진 파격적인 디자인, 소위 감성캐주얼이란 제품이 나왔는데 출시되자 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한다. 제품의 TV광고 역시 제품의 특징이나 실용성 등을 강조하던 종전과는 달리, 감각적인 영상을 통해 소비자들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소 감성적인 방식으로 제품의 특성을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하는 소비심리가 이성에서 감성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한 은행이 새로운 정기예금 상품을 출시하면서, 판매실적중 일정 금액을 국악 발전에 후원한다는, 소위 사람들로 하여금 문화예술에 대한 감성에 호소하는 신상품을 내놓자 해당 상품 가입자수가 엄청나게 불어 났다는 소식도 최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소비심리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몇년 전 사회학자들은 21세기를 일컬어 산업·정보화시대에서 문화·감성시대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그 예상이 어느새 다가온 느낌이다. 이미 학부모들 사이에선 지능지수(IQ)보다는 마음의 지능지수인 감성지수(EQ)의 중요함을 알고 자녀들의 감성지수를 높일 수 있게 갖가지 묘안을 찾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실제 EQ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슬픈 일이 있을 때 눈물을 흘릴 줄 알고 기쁜 일이 있을 때 드러 내놓고 웃을 수 있는 그런 감정을 뜻한다. 다시 말해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도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면 분명 정서불안과 EQ 결핍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 모름지기 본격 감성시대다. 감성이 풍부한 사람만이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영위하고, 무엇을 하든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 그런 시대다. 아이 때부터 감성지수를 높이는 훈련을 시작하자. 무덤덤하고 메마른 감정에 감정을 불어넣는 일…. 아이들에게 공연을 보게 하고 전시장을 자주 찾도록 해보자. 그래서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가 웃고 울도록 해보자. 올 겨울은 온 가족이 다정히 손잡고 가까운 공연장을 찾아보자. 이제는 감성시대다. EQ! /이 두 철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 관장
봄날 아지랑이가 뭉게 뭉게 필 때 소에 쟁기를 메어 논을 갈아 새봄을 시작하는 농부의 모습도 본지 오래다. 산다랑에서 물이 졸졸 내려와 논에 가득히 덮여져 있고 듬성듬성 아직도 청청하지 못해도 자란 논 잡초들이 있다. 논 바닥을 내려다 보면 따사한 봄볕 아래 물댄 바닥엔 우렁들이 기어 다니고 있다. 언제 자랐는지 알 수 없을만큼 매우 큰 것도 성큼 성큼 기어 다닌다. 그래서 우리들은 많이 대나무 바구니에 잡아 집에가면 어머니가 우렁 된장을 만들어 주신 적이 생각난다. 나는 우렁이의 일생을 아는대로 말하고 싶은 것이다. 우렁이는 새끼를 몸 속 꼬리쪽에서 자라게 하고 그 새끼가 자람에 따라 어미의 꼬리 부분부터 먹이로 새끼들의 양식이 된다. 점점 봄볕이 강해 질수록, 풀 냄새가 짙어질수록 어미의 몸은 새끼들로 말미암아 먹이가 되고 새끼 우렁이들이 어슬렁 어슬렁 밖으로 기어 나온다. 그간 새끼들의 무게 때문에 가라 앉아 있던 어미의 껍질은 위로 둥둥 뜨게 되는데, 물 아래 있는 새끼들은 합창해 이렇게 노래한다. “우리엄마 시집 간다. 우리엄마 시집 간다” 언젠가 또 이렇게 노래한 새끼들도 어미의 모습대로 될 것이다. 오는 23일은 수능시험의 날, 수고한 본인들의 노심초사와 여기에 어머니의 수고가 대단하나 말할 수 없고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을 다 감내하면서 오직 좋은 성적이 나오기만 기다리는 그 모습은 출산할 때의 전 생명을 바치는 것처럼 온 힘과 정성을 다 쏟게 된다. 참으로 훌륭한 어버이들이다. 이러한 사랑이 있기에 가정엔 힘이 생기고 평안이 오는 것이 아닐까. 세계 역사에서도 우리들의 어머니상은 매우 귀중하고 특이한 자식 사랑이 넘치고 있다. 우리 사람에겐 우렁이 생애처럼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만물의 영장으로 문화가 있고 문화가 역사로 기록이 되며 또 변천하기도 한다. /안 명 환 수원 명성교회 목사
요즘 들어 부모가 자녀에게 줘야 할 게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때가 많다. 직업인으로서의 의미도 없지는 않지만 부모의 위치에서 더욱 심도 있게 짚어보는 분야가 됐다. 자녀들에게 건강한 육체를 보유하게 한다. 폭넓은 지식을 갖추게 한다. 이러한 관점은 아마도 모든 부모의 공동의 관심사이며 그렇게 되길 소망하는 것이 부모다운 기본적인 속성이라고 봄이 옳을 것이다. 필자는 이에 덧붙여 신체·정서·사회성·도덕성·지능 등이 고루 조화 있게 발전·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게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본다. 이런 조화로운 인격체로 성장하기 위해선 부모가 해야할 역할이 무엇일까? 필자의 견해로는 두가지 큰 역할적 요소를 들고자 한다. ‘부모의 진실된 애정을 받고 자라게 함으로 자녀들은 도덕적으로 성장된 인격체가 되며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고 슬퍼할 줄 아는 자녀들로 자랄 것’이란 신념에 따라 ‘사랑을 그 첫째 요소로 보고 정성을 다해 키우면 자녀도 부모의 정성에 응답하며 자랄 것’이란 신념에 따라 정성을 둘째 요소로 내세우고자 한다. 그야말로 이 두 요소를 전제한 자녀 양육은 자녀로 하여금 선의의 인격으로 성장할 것임에 틀림없을 것으로 믿는다. 사랑은 관념이라기보다 무한한 에너지를 지닌 능력이다. 또한 사랑은 기본적인 욕구이다. 이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어린이는 평생 사랑을 받으려고만 한다. 자기의 속에 사랑이 있는 사람이라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 따라서 어린이를 건전한 어린이로 세상 사람들과 올바른 인간관계를 가지며 존경과 사랑을 교환하는 사람으로 기르려면 사랑과 만나는 기회와 경험을 많이 주어야 한다. 정성이라는 건 우선 적으로 사랑이 갖춰져 있는 상태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크게 보면 사랑의 한 범주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다. 아무리 사랑이 넘치는 관심과 배려가 있다 하더라도 정성으로 사랑을 실천하지 않으면 형상만 있지 내용물이 없는 것과 같다. 어린이 마음속에 참다운 감사와 다른 사람에 대한 양보의 마음 가짐과 실천력을 길러주기 위해선 부모의 정성스런 행동이 현실적으로 나타나 있어야 한다. 어린이들은 부모를 기쁘게 하려고 효심을 발현하거나 인정과 칭찬을 받으려고 하는 것도 실은 부모의 정성에 대한 응신적 행동이다.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교육기관에서 학습경험을 하는 어린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돕기 위해선 가정에서 부모의 순정한 역할을 항상 생각하면서 자녀의 올바른 성장을 도와주는 부모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실었다. /석 호 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경기지회장
사패산 단풍이 짙게 물든 지난 10일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선 의정부 동서통합을 위한 경원선 완전고가화를 위한 시민 공청회가 열렸다. 그동안 의정부역 민자역사 건설문제로 민자역사 건설측인 신세계 E마트와 재래시장 상인들이 팽팽한 힘겨루기를 해왔는데 지난 8일 허가관청인 의정부시가 교통영향평가의 타당성 및 시의회의 반대의견을 들어 민자역사 건축신청서를 반려, 다툼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E마트측은 행정심판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서 완전히 불이 꺼진 게 아니고 잠시 잠복하고 있을뿐이다. 일반 시민들은 복합역사가 들어 오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건 아니다. 역사(驛舍)가 노후화되고 협소해 이용에 불편한데다 경기북부 핵심도시인 의정부시 위상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한수이북의 역사·교육·문화관광·교통 중심 도시에 걸맞는 새로운 명물의 역사 건립에는 대체로 찬성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래에 대한 충분한 준비나 논의 없이 대형 할인마트를 낀 복합역사를 먼저 건립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의정부시 발전 2020계획’에 보면 발전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이 경원선으로 말미암은 동서 분단으로 보았다. 경원선 전철 개통은 의정부시가 계속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하게 된 계기가 됐지만 도심을 관통하는 철도는 의정부 중심을 동서로 갈라 놓음으로 경제동력이 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특히 시 외곽까지는 고가화된 철도가 시중심부 3㎞구간에는 지상화돼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보행자의 안전권을 침해하고 있다. 의정부시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려면 두더쥐처럼 굴을 지나야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의정부시 100년을 내다 보면 복합역사 신축 이전에 완전 고가화되지 않은 3㎞(회룡역~의정부북부역) 모든 구간을 고가화해야 한다. 이전이 확정된 의정부역 앞의 미군부대 ‘캠프 홀링워터(1만5천평)와 헬기장 ‘캠프 나콰디아’(4만2천평) 등과 복합역사, 슬럼화된 도심지 상업지역을 연계해 역세권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21세기에 맞게 새롭게 작성,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명물을 만들 수 있는 개발이 전제돼야 한다. /문 병 하 장암종합사회복지관장
요즘 우리는 사회 각계로부터 ‘지속가능한(sustainable)’이란 단어를 빈번하게 접하게 된다. 이는 이미 우리 사회 속에 지속가능성 시스템이 깊숙이 자리 잡았음을 의미하지만 ‘지속가능성’이란 단어가 갖는 개념은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1972년 스톡홀름회의가 인간과 환경과의 관계를 중요시했다면, 1992년 리우회의는 환경과 개발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상호공존을 모색하는데 중점을 뒀다. 절대적인 세계인구 증가와 이에 따른 인류의 생활수준 향상욕구는 필연적으로 경제 개발 가속화를 수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구의 환경 오염이 갈수록 악화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 오염을 극복하고 동시에 인류의 장기적인 성장과 번영을 이룰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 게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 개념이다. 이 개념은 ‘지속가능성’과 ‘개발’이란 상반된 두 개념을 연관시켜 무분별한 성장우선주의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미래세대가 그들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개발은 하되 지구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개발과 보전이란 표면적으로 상반되는 개념과 논리 충돌로 많은 반목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일부 환경활동가들은 지속 가능한 발전이 모순논리라고 주장하면서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파괴하기 위한 구실로 사용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지속 가능한 발전이 미래에 대한 필요 이상의 과잉 반응으로 경제성장의 희생을 야기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첨예한 대립과 두가지 주장을 조화시킨 결과가 바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장기적으로 경제적 발전이 기여하는 건강한 환경을 성취·유지시키면서 동시에 환경을 보호하고 재축적할 수 있는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는데는 사회 전체가 공헌하고 노력하는 것은 물론 반복적인 일상활동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공동의 이해가 필요하다. 비록 상호대립적인 선택대안들은 수많은 경제적, 환경적 그리고 사회적 이해관계 사이에서 종종 갈등을 야기하지만 무엇이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선택대안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미래사회에서도 균형과 지속을 가능케 하기 위해선 많은 어려움과 희생이 따른다. 이러한 노력과 희생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황 경 철 동남보건대학 환경생명과학과 교수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5천달러이다. 지난 70년 1인당 국민소득 200달러 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35년의 위대한 성과다. 그리고 오는 2020년까지 15년만에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향해 더욱 숨가쁘게 달려가야 하는 시점이다. 선진국들이 1인당 국민소득 1만5천달러를 달성한 연도는 미국 지난 85년, 일본 지난 88년, 독일 지난 88년, 영국 지난 89년, 프랑스 지난 88년, 이탈리아 지난 88년 등이다. 즉 지금으로부터 15여년 전 1인당 국민소득 1만5천달러를 달성했으며 올해 대부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서고 있는 현실을 감안, 1인당 국민소득 1만5천달러를 달성한 이후 15년만에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한국사회가 오는 2020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이란 목표를 설정하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다. 1인당 국민소득 1만5천달러까지의 성장이 양적 성장이라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까지의 성장은 양과 질을 모두 추구해야 가능하다. 즉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이룩해야 가능하다. 양적 측면에선 지난해 국민총생산 6천800억달러에서 2020년 1조5천억달러로 성장하며 올해 수출 3천억달러에서 8천억달러까지 성장해야 한다. 질적 측면에선 사회복지 극대화와 문화역량 확충 등이 필요하다. 특히 영·유아 등 육아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과 노인복지 극대화는 사회적 일자리의 최대한 확충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사회적 인프라가 확보돼야 적극적인 출산, 여성인력의 안정적 고용시장 참여, 고령자고용 확대 등이 확보되며 이는 또 다시 경제성장 동력으로 전환된다. 성장이란 양적 측면이 삶의 질 확보를 위한 투자로 전환되고 질의 확보는 다시 양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선순환적 구조를 창출하는 게 한국사회의 향후 15년동안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많은 식자들이 한국사회의 위기를 양극화현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 대안에 골몰하고 있다. 이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선진국의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의 사회적 상황과 처방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해 한국사회의 1만5천달러 수준에 적합한 위기극복방안을 내놓는 것이다. /최 정 철 인천경실련 정책위원장
요즘 한국의 100대 명산중에서도 내장산 단풍은 인기를 독차지한다. 단풍철을 만끽하듯 알록달록한 등산객의 옷차림도 붉은 단풍과 함께 또 다른 볼거리다. 산행은 계절마다 색다른 옷을 갈아 입는 산의 절경에 절로 감탄을 불러 일으킨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는 자연은 가을을 맞아 절정에 이르고 답답하던 도시인의 마음까지 온통 빼앗아 버린다. 내장산처럼 유명세를 타는 명산도 좋지만 각 지역을 대표하는 산을 오르는 건 어떨까. 만추의 단풍을 구경하며 대중가요 ‘아! 대한민국’의 한 소절인 ‘사계절이 뚜렷한’을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되뇌면 더욱 정감이 넘치지 않을까. 수원 광교산 주능선에서 절터쪽을 내려다 본 어느 등산객은 발 아래 수십m 떨어진 단풍 물결을 보고는 아주 푹신한 카페트가 펼쳐져 있어 뛰어 내리고 싶다며 감탄했다. 이것이 바로 색체가 주는 마법이다. 먼 곳을 확대시킨 그림 앞에 서면 내 모습이 그림 속 공간으로 빨려 들기도 하고, 혹은 그림 속의 거대한 물체가 나를 향해 돌진하는 느낌을 누구나 한 두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이렇듯 한 점의 그림이라도 조금 신경을 써 감상하면 그 안에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오늘은 그런 그림을 내 스스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스케치와 색채 등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고 등산 배낭에 따끈한 커피와 작은 스케치북과 몽당연필 한자루 넣고 올라가 보자.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경치를 스케치한 후 집에 돌아와 그 때의 감흥을 되새기며 질감과 색을 입히면, 육신의 건강은 물론 풍요로운 감성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 올해는 일교차가 커 유난히 단풍색이 정열적이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내 마음 속 카메라를 작동시켜 눈을 감고 표현하고 나타낼 수 있는 선과 색을 화폭에 담아보자. 뜨거운 열정과 이 가을의 풍요로움을 담아 그윽한 커피향을 곁들이는 여유도 가지면서…. /최 수 아 수아아트갤러리 관장
2005년 상인대표 워크숍이 열렸다.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3일까지 장소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연수원이었다. 워크숍 개최 목적은 중기청의 재래시장 지원시책 안내와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보 교류 및 발전방안 모색, 성공청년 상인 및 우수시장 사례발표를 통한 상인의 경영혁신 유도, 중기청과 시장경영지원센터 및 상인간 협력체계 구축 등이었다. 지난해는 상인대표와 공무원 등이 함께 경주에서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고 그때 요구사항이 지역을 세분화해 상인대표들이 많이 참석, 활성화방안 교류의 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점이 감안돼 올해는 지역이 세분화돼 마련됐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각 시장 대표들이 참석했다. 올해 5월 문을 연 시장경영지원센터 처장 인사를 필두로 시장경영지원센터 주요 업무 등이 소개됐다. 그 내용을 보면 크게 6가지로 ▲시장별 맞춤형 컨설팅 및 자문 ▲시장 상인 경영혁신 교육 ▲시설 및 점포 현대화 지원 ▲매출 증대를 위한 마케팅 활동지원 ▲조사연구 및 정책개발 ▲자조적 상인조직 육성 지원 등이다. 지원센터역할에 따라 재래시장이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그동안 재래시장 지원사업이 이뤄진 우수 재래시장 추진사례는 수원 지동시장, 인천 신기시장, 전남 장흥시장 등 3곳으로, 모든 재래시장 대표들의 관심거리였다. 각자 시장대표를 맡고 있기에 좋은 점은 벤치마킹해 그 시장에 맞는 컨셉을 잡아 우리 시장은 어떻게 활성화해 시장을 살려볼까 하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다음은 중기청의 해외우수시장 사례발표로 일본의 상점가 활성화와 영국의 지역소매상권 개발 현황소개 등으로 이어졌다. 앞으로 한국의 재래시장이 선진국형 재래시장의 모습으로 가기 위한 모델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짧은 1박2일동안의 워크숍을 통해 지역이 달라 서로 잘 알지 못하던 시장 대표들과의 새로운 만남과 교류의 장으로 재래시장의 새로운 활성화 모델이 중기청의 노력과 시장경영지원센터 역할에 따라 좌우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어느 때보다도 정부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최 극 렬 경기도시장상인연합회 수석회장
지난 일요일 복잡한 일상을 떠나 시원한 바람을 쐬고자 가까운 몇몇 사람들과 산행을 하고 돌아 오다 철원에 있는 백마고지 위령탑과 노동당사 등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본 몇줄 글의 일부분 ‘8천234명의 중국군을 사살하고 한국군도 504명이나 운명을 달리한 곳, 그리고 2㎞ 떨어진 곳에 위치한 노동당사. 해방 이후 6·25가 종전돼 대한민국 영토가 되기까지 5년동안 엄청난 억압과 학살’은 어린 시절의 처참한 삶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번이 초행이 아니었는데도 이렇듯 가슴 한구석이 저려옴은 근래 들어 학자와 정치권에 의해 불거진 정체성의 문제로 대한민국 정통성을 수호하려는 인사들이 어느 사이에 기득권층과 보수·수구세력으로 내몰리는듯한 사회적 분위기 탓이 아닌가 싶다. 지난달 25일은 중국군 참전 55주년 기념일이었고 이에 따른 기념행사가 중국에서 열렸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필자가 느낀 건 분단한국의 책임을 미국으로 전가하려는 소수의 진보적 성향 인사들에게 수천년동안 우리를 핍박했고 지금도 동북공정이란 프로젝트로 역사를 왜곡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심지어 50여년 전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중국에 대해선 그 책임을 묻고 있지 않은지 의구심이 솟구치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들이 쳐들어 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반세기 전 통일 한국을 건설했을 것이다. 최근 방문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맥아더 동상 철거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많은 미국인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대답으로 그들의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고 한다. 그러면 1천만 이산가족과 수백만에 달하는 인명피해를 입게 한 전쟁당사자인 김일성과 김정일 체제로 대물림하는 북한정권에게 책임을 묻는 행위는 왜 없는지, 색깔론이 아닌 한국사회의 역경을 헤치고 나온 한 성인으로 의문시되는 점이 많고, 울분이 치밀어 오름을 억누를 수 없다. 학자란 미명아래 국가의 정체성을 흔드는 주장을 펼치는 자나 한국전쟁의 주범 김일성이 훌륭한 지도자라 일컫는 어이 없는 자의 주장은 학문의 자유와 인권 존중이란 논리로 보호해주면서 대대로 세습되는 정권에 의해 수탈되고 있는 2천500만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말하는 자는 수구세력인지 참으로 안타깝고 억울하기 그지없다. ‘우리’를 되찾는 소중한 발걸음을 내디뎌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보다 밝은 내일을 맞이하게 해줘야 하는 게 현 세대들의 막중한 책임이다. 백마고지 영혼들도 그것을 바라고 있음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조 용 호 道교육위원회 의장
며칠 전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으로 집사람의 손에 이끌려 추위에 입을 옷 한벌을 살까 하고 백화점에 들렀다. 얼어 붙은 경기 탓에 울상이 되어 있을 줄로 알았건만 가게의 여인들은 더욱 멋지게 상냥하게 생글거리고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가 하고 물어 봤더니 구매할 기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명답이었다. 과연 백화점은 아가씨들의 친절뿐 아직은 텅 빈듯한 쓸쓸함이 이곳저곳 남아있음이 완연했다. 백화점을 나온 나의 발걸음을 붙든 건 어딘가 모르게 능숙하고도 정다운 노랫소리였다. 조인숙 노래교실…. 무대를 설치해놓고 한 사람의 피아노 연주자 앞에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두 분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청중들은 대략 70~80석 가운데 절반의 자리를 차지한 노인분들이었다. “우리가 잡은 사랑의 향기 속에 눈물도 이젠 끝났다”, “세상이 힘들 때 너를 만나 잘해주지도 못하고”, “사는 게 바빠 단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못했다”, “100년도 우린 살지 못하고 언젠가 헤어지지만” 그렇다. 힘든 세상을 휘황찬란하게 만들어 주신 분들은 바로 저분들이다. 모진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도 인류의 최고 발명품이란 민주주의를 이 땅에 꽃피게 해주신 분들은 바로 저분들이신 것을! 우린 오늘날 저분들에게 무엇을 해주고 있단 말인가. 대접은 커녕 60세 이상 노인들은 발 닦고 집에서 쉬면서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도 참여하지 말라고 했던가. 한때는 쫓기는 그들을 명동성당에 불러 들여 어미닭이 병아리새끼를 품듯이 먹이고 잠재워주면서 위정자들에게 “젊은 사람들에겐 그 무슨 사상이라도 읽혀야 하고 우리의 반대편에 있는 주체사상일지라도 튼튼한 위장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이기에 건전하게 소화해낼 것”이라고 외치며 그들을 보호했던 나라의 어른이신 김수환 추기경에게도 “이젠 늙었으니 물러가 쉬라고” 그대들이 어떻게 비싼 쌀과 비료, 전기 등을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북으로 보낼 수 있었단 말인가. 필자는 그대들에게 아니 세상 사람들에게 감히 묻고 싶다. 이 나라의 주인이 과연 누구인가. 누가 주인이건대 누구에게 물어 보고 그대들의 마음대로 어른들을 발 닦고 쉬게 하고 앞으로 몇년동안 수조원의 돈을 적을 향해 던져 주는가. 세상의 어른들이여, 군인들이여, 경찰관들이여, 농민들이여, 학생들이여, 그리고 노동자들이여 이땅의 주인은 당신들입니다. 잠시 맡겨둔 권한을 빼앗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여러분! /전 병 관 경희대 체육학부 교수
공연에 관계된 일을 하다보면 가끔 난감할 때가 있다. 야외행사 팡파르를 울리기 직전 느닷없이 비가 온다든지, 공연 당일 기획사측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공연취소를 알려 온다든지… 그리고 다짜고짜 자기정서와 맞지 않는 공연이었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 참으로 곤혹스럽다. 올 연초부터 공연관계자들은 마치 비온 날 야외공연을 하는 것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냉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언제나 냉랭하고 국민정서를 살펴야만 되는 일본의 공연을 다수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호교류를 강조하고, 특히 올해가 한·일수교 40주년이라는 취지를 설명해도 골이 깊을대로 깊은 반일감정 앞에선 속수무책일수밖에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과감하게 행사를 감행하기에는 국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행동으로 눈치가 보이고, 취소하자니 투자비 날리고 신의까지 저버리는 문제가 발생되니 참으로 안타까운 처지인 셈이다. 21세기 글로벌시대에 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과연 ‘왜색’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고 ‘극일’한다며 전면 문화교류를 중단하고 축소하는 것이 일본을 상대로 앙갚음을 하고 기를 꺾는 것일까. 이 같은 방법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모름지기 손자병법에서는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라고 강조한다. 일본문화에 우월성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본문화를 아는 것이 중요하고 꾸준한 문화교류를 통해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며, 우리네 문화앞에 스스로 무릎을 꿇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사실 지난 5월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자체제작한 ‘반쪽이전’이 일본문화청초청으로 일본 현지에서 5일간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그 때도 한일관계가 미묘한 상황이어서 조심스럽고 긴장된 상태로 일본을 방문했고, 일본 측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도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겉치레)가 다른 국민이라는 생각에 회의시간내내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촌스러움을 연출하여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렇지만 일본 관객은 우리작품을 너무나 좋아하고 전반적인 한국문화에 대해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문화교류의 힘’을 실감하였다. 이달에 안산에서 ‘한일우정의 해’를 맞아 일본 ‘블랙텐트’ 극단의 <리니지>란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관객들에게, 특히 우리국민들에게 일본공연도 봐주고 잘하면 박수를 쳐주는 일본문화의 어머니다운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두 철 안산문화예술의전당관장
날이 차다. 입에선 “춥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11월이니 그럴만도 하지만 새삼 계절의 변화가 있어 우리의 정체를 돌아 보게 해주심이 감사하다. 그러고 보니 자연 어느 것보다 인간의 정체가 눈에 띄는 것 같다. 인간만이 문명을 만들어 발전시켜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내 눈에는 그것이 저 자연이 보여 주는 변화의 모습보다 낫지 않게 여겨진다. 이것이 가을이 내게 주는 감성인지도 모르겠다. 교회 앞에는 벌써 붕어빵 수레가 나와 있다. 우리 교회에 다니시는 분이다. 우리의 세속적 눈으로 보면 이 분은 참 고단한 삶을 살고 계신다. 추위가 시작되는 이즈음 시작된 이 장사는 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릴 한 겨울 즈음이 대목이 될 것이고, 어쩔 수 없이 한겨울 장사를 쉴 수 없이 하게 될 것이다. 고단하다. 걱정이 된다. 이 분은 운전도 잘 하신다. 편함을 생각하면 전에 하시던 학생들 등·하교길 운행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딱히 이 장사가 수입도 월등히 나을 것 같지 않고 또 여자분인데 저녁 늦게까지 일해야 될텐데…. 이 분이 장사를 시작하는 시간이 되면 나오는 동네 어르신들이 계시다. 이 분 나오길 바라고 기다려 붕어빵을 사 드시며 일과의 오랜 시간을 쓰신다. 오십대인 이 분은 그분들의 이야기 상대다. 어르신들은 할 말이 끝도 없이 많고 그 분의 표정은 끝도 없이 밝다.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고 내 생활도 고단해 가끔 지겹기도 할만한데, 이 분의 표정은 그저 웃는 것도 아니요. 감동할 만한 밝은 웃음이다. 틀에서 막 나온 붕어빵마냥 따끈한 웃음이다. 나는 웬지 지치고 힘이 없을 때 붕어빵을 사 온다. 천원어치 붕어빵에 계산할 수 없는 따뜻한 미소를 배우고 따라해 본다. 이 분이 붕어빵 장사를 시작할 때 나의 잣대로 재던 게 참 부끄럽다. 우리는 누구나 다 일을 하면서-그것도 나름대로 다들 열심히-산다. 그 일을 하기까지 노력도 했고 고민도 했을 것이다. 그 일을 시작했을 때는 아마 세상이 다 나처럼 행복할거란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원하던 일을 하고 있는 우리는 행복한가. 그 일을 해서 미소 지으며 다른 누군가에게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는가. 이 때문에 등 하나 더 켠 것같은 우리 교회앞 골목을 생각하며 거울을 본다. 내가 갖고 있는 감사를 책상에 주욱 꺼내 놓으면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간다. /안 명 환 수원명성교회 목사
우리나라의 교육법에 명시된 각급 학교 명칭을 말할 때 유치원(유아교육법), 초등학교 및 중등학교(초·중등교육법), 대학교(고등교육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일제시대의 명칭이었던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개칭된만큼 문제가 없고 중등학교 및 대학교란 명칭 또한 특별히 문제를 삼을 부분이 없으나 유치원의 경우는 재고할 부분이 있다. 필자가 ‘유치원(幼稚園)’이란 명칭을 한자에 의해 풀이했더니 어의 자체에 크게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앞부분의 ‘유치(幼稚)’의 뜻은 ‘나이가 어리다, 정도가 낮다’이고 ‘원(園)’은 ‘동산, 뜰, 능(왕의 무덤)’ 등의 뜻을 갖고 있다. 한자대로 옮기면 ‘유치’와 ‘원’은 그 의미가 ‘유아교육법’상 ‘유아교육장’ 의미로는 거리가 멀다. 그러면 이러한 명칭상 오류는 어디에서 시작됐는가? 그것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에 놓였던 시절, 일본에 의해 작명된 후 지금까지 상용어로 쓰여 지고 있는 명칭이다. 근자에 일본이 남긴 ‘유치원’이란 명칭을 유아교육법 정신에 따라 ‘유아학교’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과 그 주장의 당위성에 대한 논의가 표면화되고 있는데 당연한 추세라고 공감한다. 필자는 ‘유치원’이란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하는 이유를 크게 3가지 관점에서 주장하고자 한다. 첫째는 ‘유치원’이란 명칭은 치욕의 역사 산물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치원’이란 명칭이 생긴 건 강화도조약 이후 일본의 무력에 의해 나라를 송두리째 강점당하는 무력한 상황에서 1897년 일본인 자녀를 가르치기 위해 부산에 설립한 부산유치원과 1909년 함경북도에 일본인 교사에 의해 세워진 나남유치원 등이 세워짐에 따라 시작됐다. 둘째는 치욕의 역사의 산물인 ‘국민학교’도 최근에 버리고 ‘초등학교’로 개칭됐다. 일본은 한국을 강점 한 후 소위 ‘내선일체’니 ‘황국신민’ 운운 하는 명분을 내세워 저들의 침략전쟁의 도구와 수단으로 ‘보통학교’를 ‘국민학교’로 바꿨다. 셋째는 ‘유아교육법’에 어울리는 이름으로 개칭이다. 결론은 이렇다. 일본에 의해 시작된 ‘유치원’에서 우리 손으로 제정한 유아교육법에 따라 ‘유아학교’로 개칭할 것을 만천하에 밝혀 주장한다. 이 주장이야말로 구부러진 역사를 바로 펴려는 온 국민의 염원의 하나이고 오점 묻은 역사를 깨끗이 정화하려는 현대를 사는 우리의 소망이다. /석 호 현 (사)한국유치원연합회 경기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