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역사를 바꾸는 진실한 힘

한 정신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의사가 회진을 하는데 환자 한 사람이 뭔가를 정신없이 찾고 있었다. 그 환자는 침대보를 들추기도 하고 침대 밑에 기어들어가기도 하며 뭔가를 정신없이 찾고 있었다. 의사는 환자에게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환자는 아주 답답한 표정으로 “잃어버린 나를 찾습니다”고 대답했다. 의사는 온 병실을 휘저으며 열심히 찾고 있는 환자를 뒤로 하고 사무실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신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란다.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즉 참된 삶의 가치를 잃어버린 것을 아는 사람과 잃어버린 것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또한 잃어버린 것을 아는 사람 중에도 두 종류가 있는데, 곧 잃어버린 것을 찾고 있는 사람과 잃어버리고도 찾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잃어버린 참된 삶의 가치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맞기는 한데 우리의 일상 삶에 적용하기는 거북살스럽고 힘겹다는 것이다. 적당히 환경에 타협하고 다수결에 순응하면 될 일인데 자꾸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것은 참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역사를 바꾸는 진실한 힘은 이들 속에 있다. 잃어버린 것을 알면서도 찾지 않는 의사보다는, 비록 정신병자라는 말을 들을 지라도 끊임없이 삶의 참된 가치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기에 바다가 썩지 않음같이 우리 사회도 희망이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1일 열렸던 사회소수자와 함께하는 더불어사는 사회문화제는 우리 가운데 존재하면서도 존재하는 것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문화적 가치를 공감하는 자리였다. 특히 트랜스젠더그룹이었던 레이디같은 경우는 아직까지도 사회적으로 감추고 싶은 소수자들이지만 이날 대중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므로 소수자라는 사실 자체를 인정받았다는데 의의가 있었다. 이주노동자, 탈북자, 혼혈인 등은 우리와 함께 엄연히 살고 있으면서도 눈길을 주지 않았는데 이번 사회문화제에서는 이들이 다수자이고 오히려 다수자가 소수자로 위치가 역전되는 모습이었다. 다수자와 소수자는 영원불변한 것이 아닐진대 경계가 무너지면 서로 공감하는 ‘나’일진대 이번 행사는 잃어버린 참된 가치를 찾는 시도였다. /문 병 하 장암종합사회복지관장

천자춘추/철도박물관

박물관(Museum)의 어원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문예의 여신 뮤즈(Muse)를 섬기는 신전인 뮤제이언(Mouseion)이 라틴어 뮤지엄(Museum)으로 바뀌었다고 하며 여신 뮤즈가 좋아하도록 문예품을 보기 좋게 전시하던 사람이 오늘날 학예사(curator)의 원조라는 설이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박물관이 300여개 있지만 아쉽게도 철도박물관은 경기도 의왕시 한 군데 밖에 없다. 외국에는 나라마다 많은 철도박물관이 있으며 가까운 일본만 해도 30여개가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많은 철도회사가 있지만 우리는 하나의 철도를 정부기관(철도청)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철도박물관 관람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불편이 따른다. 철도박물관은 약 8천500여평의 부지에 전시관과 옥외전시장이 있어 옥외 전시장에는 옛날의 증기기관차, 좁은 철길을 달리던 꼬마열차인 협궤열차, 비둘기호 객차, 대통령 전용 귀빈객차 등 각종 차량과 증기의 힘을 이용했던 스팀 기증기 등 장비가 전시되어 관람은 물론 영화나 드라마 등이 촬영되고 있으며 넓은 공간은 좋은 휴식처로도 활용된다. 전시관에는 각종 차량 모형을 비롯하여 옛날의 기차표, 철도직원 제복, 역에서 쓰던 각종 물품, 사진, 도구 등 1만여점이 전시되어 볼거리를 제공하고, 철도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연구 활동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관람객은 유아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층이 전국 각지에서 찾으며 연중 하루 평균 800여명이 입장하고, 9월과 10월은 하루 평균 2천~3천여 명이 방문해 혼잡을 이룬다. 많은 외국인들도 대부분 철도박물관을 방문한다. 한국철도공사는 사실상 철도경영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철도박물관 운영을 위하여 연간 수억의 예산(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일본교통박물관은 우리 예산의 10배)을 사용하게 된다. 철도의 홍보측면 보다는 국민정서 함양과 문화생활에 기여하는 측면이 훨씬 강하며 국제적인 측면에서는 나라 체면을 세워주는 가치있는 사업인 철도박물관 운영비 부담을 적자경영으로 어려운 한국철도공사에서 부담하기 보다는 정부차원의 지원으로 한층 더 격을 높여야 한다.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 유지와 지역별로 추가 설립해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시킴이 옳다는 생각이다. /손 길 신 철도박물관장

천자춘추/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1년의 성과

지난 9월 23일은 새로 제정된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의 성과를 꼽는다면 성매매도 범죄행위라는 인식의 전환, 성매매 피해여성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확산, 주요 성구매자로 지목되는 군장병 대상의 성매매 예방교육 실시, 성구매 남성 대상의 성매매 재범방지 교육(‘존 스쿨’)의 도입 등을 들 수 있다. 즉 성매매 근절을 위한 국가의 정책방향이 소극적 단속에서 성구매 남성의 계도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성매매 집결지에는 불빛이 여전히 환하며, 주택가나 인터넷으로의 성매매 확산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경기지방경찰청은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1주년이 되는 날 안양·군포 일대에서 여관에 성매매 여성을 공급하고 알선비 등의 명목으로 부당이득을 취해 온 3개 조직을 적발하고 알선업자와 숙박업자 등 20명은 구속, 성매매여성과 운반책 및 성구매자 등 117명은 불구속 입건하였다. 이는 신종 성매매의 실상을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지만, 성매매 범죄에 대한 정부의 척결의지를 읽을 수 있어 오히려 반갑다. 물론 한편에서는 법 시행 이후 성매매 집결지 주변의 상권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애틋한’ 보도도 있으며,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인정하라는 주장과 함께 성매매 여성들이 단체를 결성하여 포주들과 협약을 맺기도 했다. 그동안 사회의 필요악 정도로 생각하던 성매매 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1년간 참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할 것은 성매매는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라는 점이며, 또한 단순히 법에 의한 단속과 처벌만으로 근절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성을 팔아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여성들에게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며, 상품을 사듯이 성구매를 하는 남성들과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여성들에게는 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주는 체계적인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하다. 이제는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할 때이다. /박 숙 자 경기도가족여성개발원장

천자춘추/교육여건 개선 위한 도민의 의지

경기지역 14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여 지난 8일 출범한 ‘경기도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도민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가 첫 번째 사업으로 실시하는 100만 도민 서명운동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경기도내 많은 학교에서도 전교직원이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학부모들에게 동참하도록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학교들도 많아지고 있다. 또 기초자치단체협의회의 결의로 경기도내 기초자치단체가 서명대열에 함께해 100만 서명운동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는 지난 15년 동안 급속도로 증가해온 유입인구에 비례하여 제대로 지원되지 못했던 시설, 예산, 교원의 수 때문에 더욱 열악해진 경기도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도민들의 마음이 모아져 경기도 교육여건 개선이라는 커다란 흐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국회의원들도 경기도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함께하고 있다. 운동본부에서는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을 여러 번 방문하여 경기교육의 열악함을 설명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7월8일에도 의원회관에서 최재성, 백원우 국회의원 주최로 경기도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제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도 속속 경기도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움직임에 같이하고 있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도 부족교사 충원, 필요한 예산과 시설 확보를 위한 ‘경기도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국회의원 의견서’에 서명하여 운동본부로 보내오고 있다. 현재까지 의견서를 보내온 국회의원은 13명에 이른다. 물론 장기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도 만만치는 않다. 그동안 누적되어온 시설과 예산 그리고 부족교원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과 학교 신축부지 확보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운동본부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향후 5년간 경기도에 특별히 추가 지원되어야 할 교사 수가 4만여명에 이르고 예산도 약 11조원에 이른다. 이와 같은 막대한 예산과 교사 수는 단기적인 처방으로 확보할 수 는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시적으로 경기도에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가칭 ‘경기도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특별법을 통해서 향후 5년간 경기도에 집중적 지원이 이루어져야만 경기도는 서울과 비슷한 교육여건을 지니게 될 것이다. 이제 경기도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장기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경기도민 100만 서명운동에 기대를 걸어본다. 그리고 100만도민 서명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운동본부의 노력과 도민 모두의 의지가 경기도 교육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박 석 균 전교조 경기지부장

천자춘추/미술과 데이터

전시장 담장 안의 담쟁이 넝쿨이 벌써 붉게 물들어 가고, 관람객들의 잦은 발걸음으로 더욱 계절을 느끼게 한다. 인터넷 강국으로서의 면모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온 나라가 각 가정에 컴퓨터,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 컴맹이라고 하면 석기시대 사람쯤으로 인식되어지는 것이 이즈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컴퓨터에 관련된 정보의 주변에 서 있는 곳이 특히 순수미술영역이 아닌가하고 생각 해 본다. 특히 데이터에 관한 일은 더더욱 예술과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먼 나라 이야기 인양 느낄 수도 있다. 흔히 지방자치단체나 광역단체에서 관광, 문화 등 예술에 관련하여 정보화의 중요성에 대해서 대단한 관심과 열정을 쏟는 것같이 느껴지지만 조금만 유심히 살펴본다면 아직도 자료에 대한 정보화가 미약함을 알 수 있다. 외국의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비엔날레, 도큐멘타(Documenta), 영화제 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소개도 하며, 표본으로 삼고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훌륭하게 진행되어지는 여러 가지의 문화행사들을 지켜보면서 정작 그 이면에 있는 그들의 노력(문화적 인프라 - 데이터, 문화 환경, 관객의 참여여건 등)은 눈여겨보지 않는 듯하다. 우리의 문화, 관광을 중점사업으로 홍보를 하고 기획하여 일을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지속성이나 내실을 가지려면 문화, 관광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정보화를 구축해야 한다. 적절한 대책이나 정책 수립에는 우선 기초가 되는 정확한 자료의 필요성일 것이다. 이에 첫 번째가 인력과 환경에 대한 자료조사 및 자료구축에 대해, 일관성을 가지고 집계하고 가공하는 것이다. 모든 활동 기획의 단계에서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료의 근거를 통해서 계획 되어졌을 때 결과에 대한 예측과 반성도 가능한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모든 일에는 준비한 만큼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드러난 것과 드러나지 않는 것에도 똑같은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오랜 항해를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인적자산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테이터 구축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모든 문화 분야와 미술에 관련한 자료의 세밀한 데이타가 먼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김 정 집 대안공간 눈 대표

천자춘추/올바른 지도자의 기준은?

가끔씩 나의 삶, 나의 길이 무엇인가를 두고 고뇌하는 때가 있다. 나는 왜 이 길을 걸어왔고, 걸어가고 있는가? 정치를 하고,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져보아야 할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요셉’과 ‘모세’란 인물을 통해 나의 길을 되돌아본다. ‘요셉’ 은 당시 대제국이던 이집트의 총리대신으로, 기근으로 고생하던 자기 민족인 히브리족의 어려움을 간과하지 않고 히브리민족을 이집트로 이끌었다. ‘모세’ 는 요셉 이후 이집트에서 400여년을 살면서 노예상태에 있던 히브리민족을 이끌고 홍해를 건넜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요셉’ 이나 ‘모세’는 히브리민족을 어려움과 고통에서 구한 사람들이지만 결코 백성들 위에 군림하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님의 소명에 따라 주어진 사명과 임무를 수행하였을 뿐 백성들 위에 군림했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모세는 40년간 이집트의 왕자로 있으면서 최상의 교육과 국가경영 수업을 받았으며, 히브리족을 이끌고 출애굽 한 40년간은 사막이 있고 황량한 광야로 들어가 목부로 일하면서 평범한 백성들의 애환을 함께 하였다. 모세는 왕족으로, 출애굽 이후 평민생활을 통해 많은 경험과 경륜을 쌓았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모세는 이집트의 절대군주인 왕 앞에 가서는 히브리민족을 구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곧바로 따르지 못하였다. 하나님이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다”라는 약속을 듣고서야 비로소 왕을 징계하기 위해 이집트로 갔다. 그는 처음에 왜 하나님의 명령을 거절 하였을까? 그는 많은 경험과 능력에도 불구하고 겸손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일단 이집트로 들어간 모세는 당대의 절대 군주 바로 왕에 당당히 맞서 히브리 민족을 해방시켰다. 역사적으로 나라와 민족의 진정한 지도자는 영화와 영광만을 누렸던 사람들이 결코 아니다. 진정한 지도자는 모세와 같이 경험과 경륜이 많으면서도 소명에 따르고 겸손한 지도자라야 할 것이다. 그는 나라와 민족의 기준이었다. 자기 자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소명에 따라 민족과 나라를 구하고도 후계자에게 인계할 수 있었던 그는 진정한 민족의 지도자였다. ‘모세’와 같은 지도자! 겸손하며 국민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 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기준이 되는 지도자로 거듭나기 위한 나의 길을 찾아야 하겠다. 이제 얼마 후면 재 보궐선거와 지방선거를 통해서,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 모두 군림하려는 지도자가 아닌 진정 기준이 되는 지도자 선택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고 조 흥 국회의원(포천·연천)

천자춘추/인천항이 물류허브로 가는 길

세계의 공장이며 세계의 시장인 중국을 우리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8,000~10,000TEU급 접안이 가능한 대형선 부두를 개장계획으로 있는 북중국 대형항만과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과 역할분담이 가능할 정도로 인천항이 커져야 한다. 만약 인천항이 이들 북중국항만과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인천항은 북중국항의 연안항으로 전락되어 수도권 화물이 이들 북중국 항에서 환적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근대화 산화를 견인한 인천내항이 1세대 항만이라면 갑문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외항시대를 여는 남항과 북항이 2세대항만이며 북중국대형항만 연계 수송망을 구축할 수 있는 첨단항만으로 개발되어야 할 인천남외항(인천신항)은 제3세대 항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시너지효과를 유발하며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활성화시키고 우리나라 경제를 선도할 남외항(인천신항)이 적기에 적정규모로 건설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항만 종사자들이 지금부터 선박과 화물이 인천항을 즐겨 찾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지난 9월8일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수도권 화물유치를 위한 세미나에서 어느 토론자가 이야기 했듯이 인천항이 ‘고객위주의 서비스’ 단계에서 ‘고객감동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만, 그보다 더 적극적인 ‘기절초풍의 감격과 서비스’를 느낄 수 있는 항만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천항 입항항로에서부터 부두접안, 하역 및 반출과정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항만인프라가 확충됨과 동시에 불합리하고 낙후된 항만운영분야의 제도와 관행을 찾아 과감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 시간은 인천항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변화해야할 때 변화하지 않는다면 치열한 국내외 항만간 경쟁에서 탈락될 것이며 정부의 지원도 더 이상 받을 수도 있다. 먼저 인천항에서 노사정이 대승적 차원의 타협이 이루어져 기필코 항만노무공급체제개편(항운노조 상용화)이 이루어져야 한다. 항운노조도 상용화를 통해 항만근로자로서 자긍심과 실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정부에서도 이를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해 인천항이 어려움에 처한 이 나라 경제발전을 견인할 영광스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호소한다. /황 치 영 인천항만물류협회 이사장

천자춘추/아토피, 음식으로 해결한다

불교에서는 절밥을 ‘정찬(淨餐)’이라고 부른다.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은 깨끗한 음식이란 뜻이다. 절밥에는 사계절의 이치와 자연이 그대로 담겨있다. 굳이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관광차 들른 사찰에서 절밥 한 그릇 먹어 본 사람이라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기억할 것이다. 이 거칠고 단순하기만 한 절밥이 21세기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지금 사찰음식은 병든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훌륭한 보약이 되고 있다. 절밥이 불치병에 걸린 현대인을 치유하는 보루인 셈이다. 예를 들면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20년간 가려움증으로 고통을 받다가 이혼위기에 몰렸던 한 주부는 경남 산청 사찰에서 두 달간 지리산 자락에서 산나물을 뜯어 반찬을 만들고 밥을 지어 먹었다. 그 결과 피부가 매끄러워지고 가려움증이 진정됐다. 당뇨로 5년 동안 심하게 고생해온 다른 주부는 수도자들로부터 절밥을 소개받아 먹은 후 얼굴이 가라앉고 당뇨약도 하루 한 번으로 줄이는 등 놀라운 치료효과를 보였다. 이밖에 한 학급에서 여섯 명꼴로 보고 되는 ADHD(주의력 결핍 장애)아이들이 사찰음식으로 안정된 심성을 되찾는 효과를 얻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수도자 스님은 “인공조미료, 인공청량음료, 인스턴트식품들로 청소년들은 참을성 없는 성품을 갖게 되고 어른들은 성인병에 시달린다”며 “공기 좋고 물 맑은 깊은 산에서 수행에 전념하는 스님들의 정진음식은 현대인에게 훌륭한 건강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사찰음식은 수도스님 말처럼 ‘마음의 살’까지 덜어낼 수 있으니 절밥은 마음까지 깨끗하게 한다. 물 좋고 공기 좋은 산사에서 산나물과 채소만을 재료로 하고 ‘정성’을 양념으로 버무린 사찰음식이 도시인들의 마음을 끌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소박하고 절제된 사찰음식으로 삶의 지혜까지 구해보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잘 닦아놓은 장독에서 꺼낸 장으로 간을 하고 두릅순, 산초 등 산에서 나는 갖가지 나물, 육류를 제외한 재료로 자연그대로 음식 맛을 내는 사찰음식은 불필요한 칼로리는 배제되고 체질을 조절하는 비타민과 무기질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사찰음식연구가들은 현대인들에게 친근한 맛을 주기위한 요리법을 제공, 절밥이 결코 밋밋한 음식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수도스님은 절밥과 가까이 접하면서 마음속의 탐욕과 군살까지 빼라고 조언했다. 그는 “사람이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게으른 마음이 일어나며, 현재와 미래에 있어서 큰 이익을 잃게 될 것”이라는 부처의 가르침을 인용, “음식을 절도 있게 먹어야 건강하다”고 역설했다. /홍 사 광 (사)한국사회문화연구원이사장

천자춘추/한가위 소회

며칠전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秋夕)이었다. 음력으로 8월 15일인 추석은 한가위, 가위,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한다. 추석에는 햅쌀로 밥을 짓고 송편을 빚으며 새 옷이나 깨끗이 손질된 옷을 입는데 이것을 추석빔이라고 한다. 추석날 아침에는 차례를 지낸다. 제수는 햅쌀로 만든 메, 떡, 술 등과 오색 햇과일로 마련하는데 이것을 천신(薦新)이라 한다. 또한 추석에는 세시풍속으로 전승된 여러 가지 행사와 놀이가 행해진다. 사람들은 농악과 춤으로 흥겹게 지내는데, 한 마을에서 편을 가르거나 마을끼리 편을 짜서 하는 줄다리기는 널리 행해지는 놀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예부터 추석은 가을의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사람들의 마음 또한 보름달 같이 넉넉하고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명절이었다. 하지만 올 해 추석은 예년과 달리 지표경기와 따로 노는 최악의 체감경기와 여느 때보다도 짧았던 연휴로 인해 고향 방문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많은 추억이 어린 고향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적어도 올해 만큼은 실감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풍요롭고 가슴설레게 했던 추석 명절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가득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루 하루 버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번 추석이 고통으로 다가온 것은 아마도 서민들의 가슴을 짓누른 최악의 경제상황 때문일 것이다. 매스컴을 통해서 정치인들이 추석을 맞아 귀향활동을 벌이고 돌아와 전한 말도 여야 할것 없이 모두가 썰렁하고 비탄에 빠진 국민들의 민심을 느끼고 돌아왔다는 보도를 접하며 이 나라의 선량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위민정치’를 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거 때면 출마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국민들이 편안하게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약속하고 있으나 과연 그 같은 초심을 정치활동에 반영하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될지 묻고 싶다. 지난 IMF 위기 때 장롱 속에 곱게 간직했던 금붙이를 내놓으며 국가 위기를 극복하려 동참했던 선량한 우리 국민들, 전쟁 폐허 속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가재건에 앞장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국민들을 위한 바른 정치를 펴줬으면 하는 바람이 한가위를 보내는 민초의 작은 바람이다. 내년 추석 명절에는 모두가 넉넉한 마음으로 고향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함 홍 규 경기도생활체육협의회 사무국장

천자춘추/長安과 八達

이곳 수원에는 조선 후기 정조시대에 축조된 화성이 있다. 긴 성곽은 물론 행궁과 상가, 그리고 백성들의 가옥이 근대적 기획에 따라 잘 배치된 읍성은 고장의 자랑거리이다. 기능성과 아름다움이 함께 빛나는 정말 훌륭한 건축물이다. 성에는 네 군데 문이 있다. 정문인 장안문(長安門)이 북쪽에 자리 잡고 있고 남북 기축 선을 따라 대칭적 자리에 팔달문(八達門)이 놓여 있다. 장안이라면 이상적 왕권주의 국가였던 옛 중국 한나라의 도성 이름이고 팔달이라면 수원부의 주산을 일컫는 토착 지명 아닌가? “북문은 이상적인 왕권을 상징하고 남문은 현실의 주산에서 이름을 따온 셈이다.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성문 이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건축 연구가 김동욱 교수의 혜안이다. 이름 뒤에는 지향이 있다. 욕망이 꿈틀거린다. 화성의 건축에는 이상과 현실, 외래와 토착, 편하게 머묾과 힘차게 뻗어나감이라는 대척적(혹은 그렇다고 여겨지는) 생각들을 동시에 끌어안아야 한다는 근대적 각성이 있다. 두 가지 생각의 엉성한 절충을 통해 하나의 생각으로 환원하려 하지 않고 차이 있는 둘을 병치하는 유연성이 있다. ‘성에 들어가는 입구는 여럿이다. 어떤 쪽도 특별히 낫지 않으며 어떤 입구도 아무런 특권을 가지지 않는다. 더 나은 입구도, 더 못한 입구도 없다’는 인식은 소설 ‘城’을 쓴 카프카의 것이었다. 문제는 성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장안문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팔달문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 한 쪽 문만을 통해 성에 들어가야 한다는 고집은 어리석다. 한 쪽 생각에만 집착하는 것은 질환이다. 편집질환 말이다. 다른 문도 입구로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생각의 차이와 타자성을 존중하고, 대척적인 것들을 아우르는 입장은 이미 오늘날의 경제생활에 있어서 유효한 태도로 자리 잡고 있다. 상품 생산에 있어 표준화보다 차별화가 더 고도화된 전략으로 이해되고 있는 기업 현실이나, 개성과 창의라는 말이 상투적 수식어로 붙어 다니는 소비 광고가 그런 시대가 이미 와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장안문과 팔달문을 잇는 화성의 남북대로는 행궁에서 동문으로 나가는 동서대로와 십자가(十字街)에서 교차한다. 이 근처가 조선시대 전방(廛房)이라 불렸던 큰 가게들이 모여 있는 시장이다. 장안으로도 팔달로도 시장에 이르게 된다는 이 상징성. 18세기에 이루어진 이러한 화성의 도시설계를 ‘차이의 존중을 통한 시장 넘기’ 권고로 다시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왕 용 기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천자춘추/말 말 말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한다. 저질스러운 말 한마디가 듣는 사람에 따라 절망과 상처를 안겨주고, 품위 있는 고귀한 격려의 말 한마디가 꿈과 희망을 심어 주기도 한다. 그래서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기도 하고 천냥 빚을 지기도 하며, 천박한 말 한마디가 천박한 사람을 만들고 거짓말쟁이로 만들기도 하며, 겸손하고 예의 바른 정직한 말 한마디가 사회질서를 지켜가는 정의의 사도로 존경 받기도 한다. 성선설과 성악설을 함께 지니고 살아가는 삶 속에서 정직한 언어와 선의의 거짓말은 어쩔 수 없이 공존 할 수 있겠다 싶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고 거짓말도 많은 세상이다. “태양은 우리들에게 빛으로 말을 하고, 향기와 아름다운 색깔로 꽃들은 얘기한다. 구름과 비와 바람과 눈은 대기의 언어이며, 자연은 온갖 몸짓으로 가을을 속삭이고 있다. 태양과 꽃들과 자연은 금싸라기 같은 언어로 속삭이고 있는데, 벌레들이 좀 먹는 옛 탁자 앞에서 사람들은 거짓말로 사랑을 말하고 있었다” 폴렝의 말이다. 세상이 온통 거짓말과 거품 속에 파묻힌 느낌이다. 헐뜯고 비방하고 빈 깡통이라 소리가 요란한가. 닭잡아 먹고 오리발 내밀며 뒷구멍으로는 황금의 텃밭을 가꾸어온 높은 분들과 가진분들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장삼이사의 어리석은 백성들이 속아 살아왔는지를 회상 해보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듣는 이가 없다. 말은 많은데 쓸 말이 없다. 그런 어른들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언어의 어려운 말들을 유식하게 유창하게 하면 알아듣기도 쉽지 않다. 인사만사가 새옹지마라. 촌지와 떡값의 차이가 유전무죄와 유권무죄로 이어지고, 대도무문에서 천도무친으로, 청권입국에서 대의멸친으로, 토사구팽은 격화소양으로, 종용유상은 실사구시로, 기승전결은 소이부답으로, 이전투구는 당동벌이와 합종연횡으로, 정경언유착은 소통령과 몸통과 깃털로 나누어 지며, 한국적 민주주의는 평화의 댐으로, 보통사람의 위대한 시대는 문민정부 국민정부 참여정부의 운구복일과 하로동선으로 이어져 악어의 논법을 백성들이야 알리가 있나? 높은 어른들은 21세기에 가 계시고 국민들은 아직도 17세기에 머무르고 있다니 과연 백성들은 시대의 낙오자인가? 바보천치인가? 너나 없이 모두 입조심 해야 하고, 내일 모레면 추석명절인데 이번 추석에는 황금들녘에 스쳐가는 시원한 바람과 귀뚜라미 소리 타고 가슴이 탁트이는 속 시원한 말 한마디 들었으면 좋겠다. 꿈과 이상은 높아야 하지만 몸과 마음은 낮아야 한다. 그래야 백성들의 소리가 들릴 것이다. /신 명 희 여주군의회 의원

천자춘추/휴일 겹치는 공휴일은 대체휴일로

가족들과 함께 추석절 성묘 갈 날을 정하려하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추석 전날은 귀성객들로, 추석날과 추석 다음날은 귀경객 들로 붐빌 테니 도저히 자신이 서지 않는다. 추석은 우리민족의 전통적인 명절로 벌초와 성묘하는 관습에 따라 우리민족 최대의 이동이 이루어지는 명절이기도 하다. 때문에 기차표는 1년 전 예매를 해도 순식간에 매진되고 철도뿐만이 아니라 항공, 해운, 도로 등 모든 교통수단은 예비수송능력까지 총동원해도 부족하기만 한 것이 추석 연휴기간의 교통현황이다. 때문에 연휴기간이 길어지면 분산효과에 따라 교통난은 완화되고 사람들은 마음의 여유를 얻게 되며 상대적으로 교통사고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하지만 금년 추석처럼 전 후 여유가 전혀 없는 경우는 거의 모든 국민들이 걱정이 태산 같을 것 같다. 필자는 철도 현직에 근무하던 40여년의 긴 세월동안 단 한 번도 연휴기간을 가져보지 못했지만 어디 철도직원뿐이겠는가? 우리 주변에는 연휴기간이면 더 바빠지고 더 걱정스러워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렇다고 대체 휴일이 주어질 수도 없는 형편이다. 박물관은 좀 더 심한 편이다. 철도박물관의 경우 1월 1일, 추석 및 설 연휴기간을 제외한 모든 공휴일과 토요일, 일요일 근무하고 월요일만 휴무다. 공휴일과 겹치면 공휴일이 끝난 다음날 하루를 쉬게 된다. 연휴기간 철도는 손님 많아 돈 벌어 좋겠다는 말도 하지만 철도인들은 수송기간 도로교통사정이 나빠지지 않도록 날씨가 쾌청해 주길 바라고, 안전수송에 장애가 될까봐 걱정이지 수입이 많아진다고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경험에 의한 판단이다. 대통령령 제15939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공휴일이 겹치는 경우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이 없다. 때문에 일요일과 겹치는 경우 공휴일 하루가 축소되며 토요 휴무제도 시행에 따라 토요일까지 겹치게 되면 공휴일은 이틀이 줄어든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진체(振替)휴일이라 해서 다음 월요일이 휴일이 된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잘 사는 나라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정해진 공휴일이 운 좋게 휴일과 앞 또는 뒤로 연속되면 새해 초부터 연휴기간 계획을 세우며 법석을 피우고, 반대로 이번 추석 연휴기간처럼 휴일과 겹치면 포기해 버리기 보다는 이제 이런 경우 대체휴일을 만들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모든 공휴일에 적용하기가 무리라면 우선 이동이 많은 추석과 설 연휴만이라도 이러한 제도를 도입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손 길 신 철도박물관장

천자춘추/낙태보다는 피임을

현재 우리사회에서 한해에 약 47만여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는 반면에 한편에서는 35만여명의 생명이 낙태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현행 형법상 태아는 생명체로 보기 때문에 낙태를 하는 부녀나 낙태하게 한 사람 모두를 처벌하도록 ‘낙태의 죄’가 엄격히 규정되어 있다. 물론 그후 제정된 ‘모자보건법’에서 낙태를 일부 허용함에 따라 당시의 가족계획사업을 촉진시키기 위한 산아제한의 수단으로 낙태를 합법화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아오기는 했다. 그러나 그 허용범위는 우생학적, 유전학적 또는 전염성 질환이 있거나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그리고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는 경우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낙태는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연구결과에 의하면 가임기 여성 1천명당 낙태시술을 한 경우가 미혼여성은 12.9명, 기혼여성은 17.8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국 산부인과 병·의원중 80%가 ‘낙태시술을 하고 있다’고 답하여 법규정과는 달리 낙태가 만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낙태를 하는 이유를 보면 미혼여성들은 미혼이라는 이유와 아기를 키울 능력이 없어서, 그리고 기혼여성은 자녀를 원치 않거나 터울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유들은 현행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불가피한 이유들이 아니라 대부분 사회경제적 요인들로써, 충분히 사전에 계획을 세워 피할 수 있는 임신을 방치했기 때문에 낙태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문제는 낙태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이로 인해 여성의 건강이 매우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감염의 위험에서 영구불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임신은 자녀를 낳기 위한 남녀간의 계획되고 의도된 행위가 되어야 할 것이며, 즐기기 위한 성생활은 철저한 피임을 통해 임신의 공포와 낙태의 아픔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할 것이다. 낙태를 방지하고 여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이제부터는 원치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한 피임교육이 초·중·고 교육을 통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박 숙 자 경기도 가족여성개발원장

천자춘추/도내 교사 턱없이 부족

최근 행정자치부가 검토한 자료에 의하면 2006년 전국에 6천570명(교과 담당않는 영양교사 제외하면 실질적인 증원 수는 4천351명)의 교사를 증원할 계획이라 한다. 이것은 교육인적자원부의 2만1천344명 증원 요구에 대한 검토의견이다. 이 소식을 듣고 경기도의 모든 교육가족은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2006년에도 학급당 학생수를 그대로 유지한다해도 유입인구에 의한 학교신설과 학급증설로 필요한 교사수가 7천351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행자부의 발표대로 배정이 된다면 전국에 배정할 교사 모두를 경기도에 배정한다고 해도 경기도는 2천994명의 교사가 부족하다. 이미 경기도는 2005년에도 교사가 제대로 증원되지 않아 편법을 사용해 2천90명의 전일제 강사를 고용하기도 했다. 이는 공무원 정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인건비가 지원되지 않아 경기도 학생과 교사의 교수학습 활동비로 쓰여야할 예산 443억원이 전용돼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에게 전가되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교육지표중 학급당 학생수를 보면 OECD 국가 평균 학급당 학생수는 초등 21.9명, 중등 23.6명이며, 한국은 초등 32.9명 중등 35.1명이다. 그러나 경기도를 살펴보면 초등 학급당 학생수가 도시 44명, 읍면 41명에 이르고 있다. 또 다른 교육지표인 교원1인당 학생수를 살펴보면 OECD 국가 평균 13.9명, 한국 평균은 18.6명이지만, 경기도는 23.82명에 이르고 있다. 이미 경기도는 2005년에도 필요한 교사 정원이 제대로 배정되지 않아 학급당 학생수를 늘려왔다. 이대로 간다면 경기도는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학급당 학생수를 다시 늘려야할 처지이다. 이와 관련 지난 8일 경기도 교원3단체와 12개 시민 사회단체가 경기교육의 열악한 여건을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도민 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운동본부는 경기도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2006년에 필요한 교사 정원확보를 위한 사업을 전개하고, 장기적으로는 지난 15년간 누적되어온 경기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칭 ‘경기도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운동을 벌여간다. 그 첫 번째 사업은 100만 경기도민 서명운동이다. 경기도 교육환경의 악화는 경기도 학생들의 교육의 질과 천만 경기도민의 삶의 질을 어렵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경기도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100만 도민 서명운동에 도민 모두의 적극적인 성원을 당부 드린다. /박 석 균 전교조 경기지부장

천자춘추/젊은 생각

선선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칠 때면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러나 실험적인 작가들의 전시는 예외로 그러한 기대는 아예 접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실험적이라는 것은 젊다는 것도 있지만 이해하기 힘든 것일 수도, 자신과는 안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나 피곤함을 달래려는 사람들에게 어렵고 이해하지 못하는 작업을 본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고역이며 오히려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일일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일반사람들은 예쁘고 이해하기 쉬운 그림이나 작업을 원한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늘 일반적인 것은 앞으로 전진하기 보다는 그 자리에 머문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예쁜 그림은 우리에게 스트레스나 피곤함으로부터의 해방을 주기도 하지만 톡 쏘는 맛이나 폐부를 찌르는 듯한 느낌은 없기 때문이다. 실험적인 젊은 작가들은 늘 고민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일반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그의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늘 궁핍하고 우리의 문화 환경에 있어서는 늘 변방인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면에 있어 상업화되고, 상업적인 면에서는 그들의 진정한 가치가 당장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상상력 덕분에 얻어지는 삶의 아이디어와 가능성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앞서가는 생각, 머무르지 않는 실험정신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과 투자는 그래서 꼭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많은 젊은 작가가 자기 자리를 찾기도 전에 작업무대에서 스러지는 것을 본다. 자유경쟁, 금전만능 시대에 자연스런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커다란 문화적인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풋과일처럼 신선하고 재미있는 저마다의 생각과 표현기법을 쏟아냄으로써 우리의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젊은 생각들을 지원하는 일은 곧 우리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는 그들의 생각과 작업을 귀하게 여기고 우리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며 애정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 정 집 대안공간 눈 대표

천자춘추/물류허브의 길(2)

동북아시아는 북미유럽에 이어 세계3대 경제권 내지 교역권의 하나로 부상, 세계물류의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2010년 동북아지역은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2%인 1억3천6백만TEU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컨테이너 물동량이 최근 약 30%이상 급증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경우 금년 7월 기준 전년대비 3.5%증가에 지나지 않으며 환적물량도 ‘98~02년까지 연평균 증가율 35%를 정점으로 2003년 전년대비 9.4%로 격감하였고, 2004년 신규항로 증가 등에 힘입어 11.5%로 다소 증가하였으나 금년 7월말 기준 전년동기대비 7.0%증가에 그치고 있다. 환적물량의 증가세 둔화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컨테이너 장비부족과 좁은 장치장 등으로 경쟁항만에 비하여 항만하역 생산성이 낮으며 임금에 비해 근로생산성도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외에도 항만배후단지 부족과 높은 국가물류비(GDP대비 국가물류비 12%대 지속, 미·일 등은 9%대)등도 우리나라 물류의 위기적 요소들이다. 이제 이러한 물류의 위기적 요소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국가물류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송비(전체 국가물류비 72.69%, 수송비의 연평균 증가율 13.3%)를 줄일 수 있도록 권역별 거점항만을 개발·운영하여야 한다. 이는 화물의 운송거리를 줄여 국가물류비 전체를 감소시키고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첩경이 되리라고 본다. 둘째, 우리나라 권역별로 특성화된 산업단지를 조성하여 첨단화 내지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 육성되도록 세제, 금융 및 R&D의 집중지원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최소한의 화물이 권역별로 지속적으로 발생, 중국 대형항만의 계속적인 개장에 따라 불가피한 환적화물의 증가세 둔화를 보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동북아의 3축인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가 권역별로 항만간 경쟁과 협조를 통해 비교우위의 이익을 서로 향유할 수 있도록 항만간 유대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수도권의 경우 중국항만과 대등한 수준에서 역할분담이 가능토록 하기 위해서는 속속 개장예정인 북중국(천진·청도·대련항 등) 대형부두와 경쟁할 수 있도록 인천남외항(인천 신항)을 조기에 개발, 세계 최고 공항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과 함께 Sea&Air물류체계를 구축,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시설과 장비의 변화에 맞추어 항만운영분야의 낙후된 관행과 제도를 과감히 버리는 것이다. 이 길만이 인천항이 사는 길이다. /황 치 영 인천항만물류협회 이사장

천자춘추/인터넷 카페를 통한 선교

우리나라 전인구의 70%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현실에서 인터넷은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인터넷을 통한 종교활동도 활발히 하고있다. 반드시 절이나 교회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예배를 볼 수 있다. 웬만한 사찰이나 교회는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주지스님의 설법이나 강론을 듣고, 목사와 신부님의 설교를 듣는다. 특히 카페를 통한 동호회 모임은 일상화되다시피 되었다. 인터넷이 현대인 삶의 특징으로 규정 되었다. 불교 역시 다양한 카페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가장 선호하는 카페는 직장불교카페이다. 다음카페 직장불교는 2천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불교의 기초교리부터 수행까지 다채로운 내용들로 인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불교 카페에서 가장 애용하는 것은 ‘금강경’ 등 30여개 불교경전으로 불교를 알고싶어 하는 젊은 불자들에게 큰 인기다. 하루 500~600건 조회하고 수행정보를 공유, 산사체험이나 자원봉사를 함께 할 정도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직급이나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일터불자면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cafe.daum.net/officebuddha) 2004년 10월 개설된 경찰불교회 카페는 동호회 성격이 매우 짙다. 매일 조회수가 2천여명에 이를 정도로 활발한 정보를 공유, 경찰불교회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많이 찾는 곳은 기본게시판과 자료실이다. 게시판에는 각 경찰청 불교회 인사 및 동정들이 자세히 실려있다. (cafe.daum.net/knpbuddha) 서울지하철공사 법우회 카페 캐치프레이즈는 ‘지루하지 않는 e카페’다. 하루 종일 땅 밑에서 일해야 하는 지하철 불자들의 마음을 그대로 헤아린 결과이다. 카페를 열면 바로 티베트어 독경이 쏟아진다. 이는 안전과 무사고를 기원하는 신묘장구대다라니와 ‘금강경’사구게다. 수행법, 신행, 경전, 음악 등 20여 메뉴가 법우를 기다리고 있다.(cafe.daum.net/ssbwh) 전국교사불자연합회 카페는 전국시도 교사불자연합회 지부가 한곳에서 활동하는 특이한 카페다. 이 카페는 회원동정 및 지역불교행사 등 실제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형성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cafe.daum.net/tbuddha) 한편 조계종은 인터넷 위조 카페 등에서 경기침체와 함께 “승려증을 만들어 달라”는 문의가 잇따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인터넷 카페를 통한 종교의식이 몰고 오는 행복한 고민인지 모르겠다. /홍 사 광 (사)한국사회문화연구원 이사장

천자춘추/‘평생 보약’ 생활체육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면서 이제 밤낮으로 서늘한 기운이 완연하다. 여름날 무더웠던 날씨 탓에 바깥 출입을 삼간 채 냉방기 아래서 여름을 나거나 평소 체육활동을 즐겼던 사람들도 많이 움츠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운동하기에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바야흐로 ‘생활체육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얼마전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중년 남성으로 ‘생활체육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 남성은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알고싶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개념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해도 대략은 그 범주를 알고 있을 것이다. ‘엘리트체육’은 각 운동 종목에 소질을 가진 사람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소속 학교 또는 단체, 국가를 대표할 수 있는 전문 선수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각급 학교와 실업팀, 국가대표팀 등이 이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기업의 홍보와 국위를 선양할 목적의 팀이 이에 해당된다. 이에 반해 ‘생활체육’은 건강 및 체력 증진과 여가 선용을 목적으로 하는 체육활동으로 운동의 기회와 혜택을 균등하게 누릴 권리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체육(Sport for All) 또는 평생 체육(Sport for Lifetime)’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생활체육이란 생애에 걸쳐 능동적이고 지속적으로 체육이나 여가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신체·정서·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활력 넘친 사회구성원으로서 생업에 충실하며 개인의 복지 구현을 위한 활동을 의미한다. 우리 나라의 생활체육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붐이 일기 시작해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급속도로 확산 추세에 있다. 국민의 절반이상이 생활체육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여가나 체육활동에 참여하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무더위가 지나고 서늘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각종 공원이나 고수부지 등 체육시설이 갖춰진 곳이면 어디에서나 여가시간을 이용해 체육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가을이면 많은 사람들이 무더위로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해 보약을 많이 복용한다. 체육활동 역시 무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에 기를 불어넣는 ‘보약’과도 같은 존재다. 이 가을 고가의 보약을 복용하는 것도 좋지만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저비용의 ‘평생 보약’인 생활체육 활동에 우리 모두 함께 빠져들어보자. /함 홍 규 道생활체육협의회 사무처장

천자춘추/常平의 지혜

세계 어디에서나 각국 중앙은행은 나라 돈의 독점적 발행 권한을 갖고 있으며 이의 바람직한 운용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다. 돈의 바람직한 운용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돈을 관리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통화량이 지나치게 늘면 물가는 상승한다’는 원리를 도출한 것은 근대 경제학의 주요한 성과에 속한다. 돈, 즉 통화는 실물시장 사정에 맞추어 공급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꼭 서구의 것만은 아니다. 우리 역사에서도 이런 인식의 분명한 증거를 찾을 수 있다. 곡물의 수매와 방출을 통해 풍·흉년의 곡가(穀價)를 안정시키던 고려 성종시대의 관청 이름이 상평창(常平倉)이었다. 여기서 ‘상평’이라 함은 상시평준(常時平準)을 줄인 말이니 경제학 시쳇 용어인 안정과 같은 개념이다. 상평이란 말은 다시 조선 중기이후 상평통보(常平通寶)라는 화폐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다. 무릇 화폐는 물건에 비해 너무 흔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귀하지도 않게 발행되어야 한다는 근대적 통화정책의 본령을 화폐명칭 속에 담아낸 지성. 돈을 상평이라 부르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모든 사람들이 되새겼을 선조들의 물가안정 지혜와 인문학적 멋에 머리가 수그러진다. 이곳저곳에서 사회의 다원성과 복잡성에 관한 얘기가 흘러나온다. 더불어 불안정성에 관한 걱정도 빠지지 않는다. 일원적 가치와 체계를 지닌 과거 사회와 달리 안정의 개념이 다층적이고 상충적이어서 그 달성도 어려워졌으니 당연할 수밖에. 경제 분야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시장경쟁력 강화와 빈부격차 완화, 저금리 유지를 통한 경기회복 지원과 금리인하를 통한 부동산가격 안정, 대기업의 견인역할 강화와 중소기업의 건실한 육성, 지역간 균형발전 필요성과 특정지역의 선도적 성장 불가피성 등 크고 작은 이슈를 둘러싸고 자기주장이 팽팽하다. 한 쪽 가치로 기울면 다른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이니 정책당국은 물론 각 경제주체들도 노심초사다. 과거에는 물가안정으로 충분하였던 경제 분야에서의 안정의 체계와 개념이 복잡하고 다층적이며 다의적으로 바뀌었다. 또 각 부문의 안정을 아우르는 총체적 안정의 조합 점이 그때그때 흘러 다니며 재구성된다는 느낌도 든다. 이미 천여 년 전에 상평의 개념을 확립함으로써 자신들 시대의 안정의 의미를 알고 그에 이르는 길을 찾아내었던 조상들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이제 우리시대에 알맞은 다층적 동태적 안정을 아우르는 새로운 상평의 길을 열어야 할 때다./왕용기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왕 용 기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천자춘추/성남~여주간 전철사업 시행촉구

국민은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라고 할 수있는 주권재민의 입장에서 주권과 권력의 주체로서의 국민과, 국가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백성으로서의 의무를 다 해야 하는 이중적의무를 동시에 가지도록 우리헌법은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역사 속에서의 백성들은 주권재민의 입장보다는 국가통치의 시녀나 하인으로서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약자의 서러움을 겪으며 인고의 세월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끈질긴 생명력과 잡초 같은 백성들의 집념으로 이만큼이라도 살고있다는 것이 감지덕지 한데 입만 열면 애국 애국하며 국가사회를 통치해왔던 그 무리들은 그 동안 무슨 짓들을 해왔나? 평화의 댐 실미도 동백림간첩단 광주민주항쟁탄압 김대중납치 김형욱실종 박종철고문치사 녹화사업프락치 삼청교육 각종리스트 X파일 안기부도청 대선자금 등 수 많은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들, 국가기관의 불법행위와 부정부패 권력투쟁 정경언유착 등 망국의 원인들만 골라서 백성들을 분노하게 했던 일들이 또 그렇게 역사 속으로 묻혀가고 있다. 수도권이라는 미명아래 수정법이나 자연보전권역 상수원특별대책지역 토지투기지역 지정 등 이중삼중의 각종 규제에 묶여 지역사회발전과 개발을 저해하고 보호 받아야 할 개개인의 재산권행사 까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엄청난 불이익과 불편을 받아왔지만 그래도 참아왔던 것은 국가사회 전체를 위한 순박한 애국심이었고 거대한 정치권력에 대응 할 수 있는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말에 발표된 성남~여주복선전철건설사업에 대한 유보와 재검토 소식에 경기도는 물론 여주 성남 광주 이천과 앞으로 노선 연결이 예상되었던 원주 충주 지역까지 중부 동부권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수도권과 중부권이 연결되는 중요한 국책사업인데 그 동안 수백억원의 기초작업이 진행되었던 사업이 몇 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느닷없이 재검토 대상이라니 이래도 되는 것인지? 사업비 증액이 이유라지만 본 사업계획이 발표되고 진행되는 동안 역세권이 형성되면서 부동산투기가 일어 땅값이 급등하였고 결국 사후 약방문격으로 토지투기지역으로 까지 지정 받아 사업비증액의 일부 원인이 된 빌미도 정부 당국에 있는 것은 아닌지? 성남~여주복선전철사업은 종전 계획대로 중단 없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정직하면 백성들이 행복해진다. 이것이 이정치국(以政治國)이다. /신 명 희 여주군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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