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대전차 방호벽 철거의 의미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 곳곳에 전쟁 시에 적의 탱크 진입을 막기 위해 버티고 서 있는 대전차 방호벽이 하나 둘 씩 철거되고 있다. 오늘은 의정부 회룡역 앞 3번 국도에 세워져 있던 대전차 방호벽이 철거된다. 1971년에 세워져 35년 동안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고 도시 경관을 해쳤던 분단의 상징이 철거된다. 아직도 한반도가 전쟁 중이라는 것을 나타내던 상징물이 철거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전차 방호벽의 철거는 우리에게 단순히 교통편의와 도시 미관 개선이라는 것보다 더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는 한반도를 둘러 덮었던 냉전의 짙은 구름이 걷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을 대비한 방패를 내려놓으므로 더 이상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우리 민족의 의지를 표현하므로 화해와 공존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둘째는 수도권 발전의 축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북부로 나가는 도로 곳곳을 막았던 장애가 치워짐으로써 그 동안 경기남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던 북부의 경제발전도 기대가 된다. 셋째는 자치도시가 가진 이미지가 새롭게 될 것이다. 같은 수도권이면서도 경기북부의 도시들은 도시를 진입하는 길목에 방호벽을 두므로 군인들이 주둔하는 기지시적 이미지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방호벽의 철거는 곧이어 이루어지는 미군이 철수하는 시점과 아울러 군사도시에서 평화의 도시 이미지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방호벽은 그 동안 수도 서울 성문의 역할을 하여왔다. 따라서 의정부에 사는 사람들은 하나의 독립되고 안정된 자치 도시에 사는 것이라기보다 의식적으로 수도 서울의 성문밖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언제든지 성문 안을 진입하려고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따라서 경기북부의 중심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도시 발전을 위한 장기적이며 건강한 시민사회의 담론의 형성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대전차 방호벽은 단순한 군사 시설물이라기보다도 시민들의 의식의 장벽이었으며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큰 담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담이 그 벽이 철거되는 것이다. 역사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시대를 해석하라고 요청하고 시대의 물음에 응답하라고 강요한다. 대전차 방호벽의 철거가 그냥 하나의 구조물을 치우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해석을 새롭게 하자는 것에서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문 병 하 의정부 장암종합사회복지관장

천자춘추/크리스마스 트리는 괴롭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독일의 종교학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로부터 유래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마르틴 루터가 숲 속을 산책하고 있었다. 전나무로 빼곡해 어둡던 숲 속이 다른 때와는 달리 전등을 켜놓은 것처럼 빛나는 것이 아닌가? 상록수의 끝이 뾰족해 마치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향하는 것 같이 보여 루터는 전나무 하나를 집으로 가져다 눈 모양의 흰 솜을 얹고 달빛 모양의 전구들을 달았다. 이것이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의 유래이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불멸, 영생, 부활 및 원상회복 등을 상징한다. 크리스마스를 나타내는 빨간색은 사랑과 희망, 녹색은 희생과 영원한 생명, 하얀색은 순수와 순결 등을 각각 나타낸다. 오색 꼬마 전구에 불을 밝히면 온 세상이 훈훈해지고 따뜻해짐을 느낀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런가 매년 이맘때가 되면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는데 수천만원씩 예산을 투입하고 점등식을 갖는다. 어떤 도시는 구조물을 세워 트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어떤 도시는 거리의 가로수를 이용해 트리를 장식한다. 자치단체와는 별도로 각 지역 대형 상업시설들도 가로수를 이용해 마구잡이식으로 장식하고 있다. 가로수의 수난시대이다. 산림법에 따르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가로수 보호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보호는 커녕 오히려 스스로 나서 가로수를 괴롭히는 일에 앞장서고 있으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고유가시대 에너지절약에 앞장서야 할 자치단체의 양식까지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해를 넘겨 날마다 새벽까지 밝혀지는 휘황찬란한 가로수의 불빛을 보면서 그들은 정녕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혹시 겨울철 도심을 밝히는 가로수의 조명 장식이 야간 경관을 아름답게 장식해 많은 사람의 정서 함양에 기여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만 고려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가로수가 불쌍하다. “가로수의 지나친 조명 장식에서 나오는 열과 빛이 휴식기에 들어간 나무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준다”는 산림청의 연구 결과가 뇌리를 스친다. 그 열과 빛에 고통스럽고 괴롭기 때문에 인간들이 즐기는 크리스마스, 그 크리스마스를 가로수는 싫어할 것이다. 저 나무들도 생명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의 참뜻으로 돌아가자. 예수님께서 가로수 트리를 가리키며 “이게 뭐지요?”라고 물으신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황 경 철 동남보건대학 환경생명과학과 교수

천자춘추/황우석 신드롬의 긍정성

온 나라가 황우석 교수 사건으로 들썩이고 있다. 김대중정부 시절에는 정보기술(IT)이 전국을 휩쓸고 지나가더니, 노무현정부에서는 바이오기술(BT)이 전국을 휩쓸고 지나가는 것 같다. 김대중정부 시절에 벤처바람이 불며 많은 부침은 있었지만 결국 한국이 세계 최강의 정보기술국이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황우석교수사건의 진실에 대한 서울대 조사가 결론이 나오지 않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황우석 신드롬이 갖고 있는 긍정성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많은 국민들이 바이오기술에 대한 상당한 식견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인간배아복제줄기세포, 체세포복제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수정란 등 많은 바이오기술 관련용어들을 일반국민들이 모두 줄줄 말할 정도의 집단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사실 미래기술로서 의도적으로 교육시키고자 하였다면 상당히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겠지만, 저널리즘의 경쟁으로 인하여 전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둘째는 한국사회 자체의 건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황우석 교수 논문의 진실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외국인에 의하여 촉발된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내의 구성원에 의하여 제기되고 검증되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건강성을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대학의 경쟁력 향상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하여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도 연구결과에 대한 자체적인 검증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다. 늦게나마 조사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며, 이러한 계기를 통하여 항구적인 연구검증시스템이 수립될 것이라 기대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이러한 검증시스템을 갖고 있는 수준이 ‘세계 수준이구나’ 하는 사실을 일반 국민들이 인식하게 되었으며, 타 대학들도 조만간 이러한 검증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 넷째는 학문연구에 있어서의 엄격성에 대하여 성찰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많은 연구를 하면서 시간에 쫓겨서 엄격한 자기검증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연구가 갖는 사회적 의미와 파급을 고려할 때 성실하고도 엄격하게 진행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최 정 철 인천경실련 정책위원장

천자춘추/유통시장 활성화는 어디로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가 최근 김기현 의원을 초청, 소상공인위원회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유통관리법 재개정에 따른 중소업계 의견과 소상공인 지원 방향 설명을 듣고 건의사항으로 이어졌다. 필자는 매번 참석해 재래시장이 취한 현실과 문제점, 지원 및 요구사항 등을 건의했다. 최근의 유통현황은 재래시장은 물론 상가, 자영업자, 모든 유통시장 전반에 걸쳐 어렵다. 재래시장 경쟁력과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으로 대형 유통점 및 백화점 등과 경쟁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특화시장 육성과 핵심점포 개발, 재래시장 전문화, 재래시장 온라인거래기반 구축, 통합콜 센터 설치·운영, 이벤트사업 지원, 재래시장 러브투어사업 전개, 재래시장 점포 리모델링, 중소유통공동물류센터 건립, 민자부담 완화, 유통합리화 자금 지원조건 개선, 소상공인 사회안전망 구축, 신용카드 삼진아웃제도 도입 재검토 등이 었다. 항상 느끼지만 여·야 구분 없이 민생경제에 앞장서 도와 주는 국회의원 모습이 존경스럽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문제를 법적이나 제도적 장치보다는 말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게 보다 빠른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듯하다.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세계논리와 지역실정에 맞는 제도적·법률적 장치를 마련하고 다수가 공감하는 정책이라도 소수를 배려하는 정책적 이해와 토의가 선행돼야 한다. 재래시장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고객에게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일기가 좋지 않은 요즈음 대형 유통점과 백화점 경기는 불황을 모를만큼 좋다고 한다. 외부적 환경이 좋지 않은 재래시장을 찾는다는 건 대단한 용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우리의 뿌리가 죽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뿌리를 살리지 못한다면 아름다운 꽃과 열매는 다신 볼 수 없다는 유통시장 현실이다. 우리 미래는 소비자들 선택에 달려있고 그 선택에 따라 유통시장 선진국으로 가느냐 못가느냐 기로에 서있다. 지금의 유통시장은 누구를 위한 시장인가? /최 극 렬 경기도시장상인연합회 수석회장

천자춘추/예술품들에게도 관심을…

요 며칠 뉴스는 온통 한가지로 채워지고, 우리 국민 3명만 모이면 모두 다 생물학자가 된듯하다. 이 정도로 온 나라 온 국민이 공통 관심사를 갖고 이렇게 긴 나날을 보낸 일은 일찍이 없는듯 하다. 이 와중에 생각나는 단어가 창작의 고통 또는 창조의 고통이다. 지금부터 2천50여년 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루비콘강을 건넘으로써 로마제국이 창조됐는데 이처럼 카이사르가 부하들과 함께 루비콘강을 건넘으로써 로마와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동족들이 피를 흘려야 했던가. 20일이 된 수정란 속에선 엄청 난 몸부림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 세상 밖에 나오지 못한 병아리가 혼신의 힘을 다해 껍질을 깨야 나오는 한 마리의 병아리, 하나의 생명체가 되는 것이고 만약 깨지 못한다면 곤계란이란 이름이 붙여져 시장 좌판에서 막걸리 안주로 팔리는 운명이 된다.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 본 일이 없는 최초의 것을 만들려니 온 나라와 전 세계 과학자들이 들끓고 있다는 느낌이다. 과학에는 문외한인 필자이고 보니 틀린 얘기라면 독자분들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리라 믿긴 하지만 아쉬움이 있다면 발명과 발견이란 창작이 과학에선 저렇듯 많은 이들의 관심 대상인데, 예술인들의 창작품엔 왜 이렇게도 요즈음 날씨와 같이 얼어 붙었을까? 인간 세상의 물질적 풍요를 제공하는 과학이기에 관심이 많고 예술품은 그렇지 않아서인가. 오늘 어느 결혼식에서 들은 주례사가 갑자기 생각이 난다. “인간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합니다. 행복의 조건 두 가지중 첫째는 건강이고 둘째는 마음의 평화입니다. 멋지게 차려입고 찍은 신랑 신부의 사진 양 옆에 다른 것 다 치우고 가장 좋아하는 그림 두 폭을 걸어 놓고 좋은 때도 바라 보고 힘들 때도 바라 보고 싫증날 때도 바라 보세요” 인간의 행복은 결코 물질에서 오는 게 아니다. 정신세계에서 오는 것이다. 한자의 기초공부에 쓰이는 천자문의 다른 이름이 백수문-천자문을 만드신 분이 천자문을 완성하자 머리가 하룻밤새 하얗게 됐다는데서 유래- 이듯 책 한 권, 그림 한 폭이 세상에 나올 때까지 작가분들이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 마음에 큰 영향을 주는 예술품에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이 모여 지기를 바라며…. /최 수 아 수아아트갤러리 대표

천자춘추/소탐대실(小貪大失)

옛말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란 말이 있다. 내 일이 아니라면 아무리 가까운 친척이라도 잘됐다는 소식이 반갑지 않다는 각박하던 시절 단면을 보여준 일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은 배고픔에 굶주리던 옛날도 아니고 외세 침입에 전전긍긍하는, 한없이 약한 국력을 지니고 있는 시대도 아니다. 하지만 조급증에서 오는 작은 것 하나하나를 염려하는 지나친 소심함으로 너무 큰 것을 잃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국산 김치 기생충 알 파동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는가 생각해보자. 식약청의 어이없는 발표로 중국으로부터 받은 조롱은 얼마이고 경제적 손실은 얼마이었는지·최종적으로는 무혐의로 끝난 불량 만두속 파동으로 국민적 혼란이 얼마나 컸는지, 이로 인해 사회를 등진 만두업자들의 고통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아니면 말고’식 폭로기사가 아니더라도 비정규직 문제, 쌀 개방문제, 사학법 진통으로 인한 정국의 혼란으로 인해 초조와 불안 속에 가슴을 쓸어 내리며 살고 있는 국민들을 생각해 보았는가. 도덕적으로 존경받아야 할 직업군의 작은 상처를 크게 확대, 집중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타락한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도 당장 국민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내는데는 성공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이미지 관리나 국익에 과연 얼마나 이로운 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격언처럼 작은 일에 지나친 집착은 전체적인 안목을 흐리게 한다. 국민들의 시각이 나무 한그루 한그루에 머물게 해 좁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할 것이 아니라, 더 멀고 높고 넓은 숲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질 수 있도록 서로 도움을 주는 게 이 나라 발전을 위한 작은 배려가 아닐까.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만 하더라도 국익에 반하는 건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알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한 갈등조작이 국가발전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제 발목잡기에 매달려 있을 시간에 좀 더 큰 것을 찾아 높은 곳을 오르는 지혜를 기르자. 진정 아름다운 사회는 한발 양보하고 상대방을 존중함으로써 더 큰 이익과 존경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더불어 사는 사회가 아닐까? 작은 것에 급급, 큰 것을 잃는 그런 잘못은 다시는 되풀이 되지말아야 한다. /조 용 호 경기도교육위원회 의장

천자춘추/황우석 교수의 청천벽력

세상에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대한민국의 모든 백성이 공노(共怒)할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대한 MBC PD수첩 방영을 보고 나는 어찌 다 필설로 그 심경을 이야기하겠는가 하고 개탄 또 개탄, 하염없이 개탄했다. 건국 이래 이러한 연구에 대한 쾌거는 없었다. 전 세계를 감동시키고 향후 5년동안 그 대단한 노벨상을 한 서너개쯤 수상하면서 자원 없이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치며 온갖 고초를 겪는 이 나라 국민들을 배부르게 먹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희망 없이 고통 속에서 눈물로 죽어 가는 이 세상 모든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는 물론 실질적으로 재생의 삶을 안겨다 줄 대 사건이었다. 매국노라고 이완용이를 그대들이 욕했던가! 친일파라고 그대들이 욕했단 말인가! 이번 정부를 참여정부 그대들 스스로 명명했단 말인가! 무엇이 그렇게 참여하고 싶고 어떻게 참여를 바라왔단 말인가! 과연 그대들이 이완용을 욕할 수 있는 자격이 있으며 친일파라고 운운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보는가! 각고의 노력으로 백발이 성성한, 일생일대 최고의 사업으로 생각하고 자지도 먹지도 못하고 실험실 불을 밤낮으로 밝혔던 그를 시궁창으로 내몰아버리는 그 행위들에 대해 과연 이완용보다 나은 점은 또 어디있단 말인가! 획일적인 비판은 역사를 후퇴시킨다고 했다. 자기 눈에 박힌 들보는 보지 않고 남의 눈의 티끌만 바라 본다는 이야기다. 한강의 기적을 이뤘던 지난 정부를 그렇게, 보수적인 생각의 소유자라고, 60살 먹은 노인들을 또 그렇게, 강남에 사는 사람들을, 가진 자들을 그리고 그대들에게 좀 비판적이었던 보수언론들을 그냥 획일적이 아니라 정부의 모든 기관들을 동원, 오히려 조직적으로 비판하고 불이익을 준 일들은 획일적이지 않고 무엇이었단 말인가. MBC가 아무리 그대들 편을 들어 사랑스럽고 그대들이 임명한 사람들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그대들만의 의리와 이익 때문에 국가와 민족의 엄청난 부(富)와 자랑스러움을 송두리째 내팽개치는 처사에 대해 필자는 지금 울고 있을뿐이다. 춘원 이광수가 친일파로 돌아 섰다고 해 살아 있는 그집 대문 앞에서 사흘동안 장례식을 치렀다던 만해 선생의 심경을 조금은 해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정치와 전혀 관계 없는 체육학부 교수인 필자이지만 정말 지금의 심정으로는 모 단체의 정권퇴진운동에 동참하고 싶다. 여러분! /전 병 관 경기대교수

천자춘추/절실한 관람예절

1년중 공연계 최고의 성수기는 12월 바로 이맘때다. 1년 내내 공연장을 찾지 않던 사람들도 연말분위기가 나는 이즈음이면 어떤 공연을 볼까 고민할 정도로 관객들이 많이 몰린다. 관계자 입장에선 당연히 콧노래가 나올 법도 한데, 실제론 걱정이 더 많은 편이다. 관객들이 많이 몰릴수록 차분해야 할 공연장 분위기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내에서 손꼽히는 공연장 운영 관계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뜻밖의 일로 한탄하고 있었다. 아직도 우리네 관람문화가 후진성을 면치 못해 몹시 속상하다는 게 그의 푸념이었다. 넌지시 “그래도 서울의 경우 많이 좋아지지 않았느냐”고 물어 보면 “아직 멀었다”며 손사래를 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 휴대폰 전원을 꺼야 하는 건 기본예절에 속하지만 공연시간내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아예 드러 내놓고 통화하는 통에 공연이 중단되고 관객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져 큰 곤혹을 치렀다며 혀를 내둘렀다. 다행히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전당에선 아직까지 그런 극단적인 사례는 없었지만 사실 아쉬운 측면도 없지 않다. “공연이 곧 시작된다”는 안내원들의 설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잡담을 나누다 문 닫기 직전 허겁지겁 뛰어 와 자리에 앉는 분. 공연 시작 후 20~30분이나 지나 입장하는 관객. 후진적인 관람행태를 보이는 이들로 인해 관람에 방해를 받게 된다면 무척 속상할 일이다. 이뿐인가. 옆 관객과 소곤거리는 소리, 몸을 뒤척이는 소리 등은 그래도 나은 편인데 아예 자장가 삼아 코를 골며 잠을 잔다면 곤란하다. 관람료를 내고 좌석에 앉은 이들은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이처럼 나열하다 보니 공연장에선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많고 격식을 차려야 할 게 너무 많은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자꾸 조심하고 몸에 익히다 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정신을 집중한 가운데 공연을 즐긴 뒤 맘껏 박수를 보내는 맛을 서서히 느끼게 될 것이다. 올 연말은 크리스마스 이브(12월24일)와 제야의 밤(12월31일) 등이 주말과 겹쳐 예년에 비해 관람객들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관람객의 후진적인 관람문화 때문에 대다수 관객들이 피해를 보는 그런 사례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두 철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 관장

천자춘추/할아버지 고향이 어디지?

얼마 전 세미나가 있어 며칠동안 해외에 다녀왔다. 그곳엔 외국 근로자들이 많이 모여 있었고 그들은 일터에서 노동에 종사하고 그 임금을 집으로 보낸다. 그곳까지 송출하기 위해 많은 지참금을 그들은 납입하기도 했다. 이들중 중국 옌볜 자치주에서 온 몇몇 사람들에게 먼저 할아버지 혹은 증조 할아버지 고향을 물었을 때 두서너명은 “우리 할아버지는 함경도 북청이에요”나 또는 “우리 할아버지는 평양 근처래요”라고 대답할뿐 나머지는 전혀 듣지도 못한 것 같았다. 나는 그들에게 “비록 중국 교포이지만 나와 너희들은 한 족속이요. 한피로 연결된 한민족이다. 우리에겐 긴 역사가 있다”며 몇가지 역사적인 이야길 해줬다. 특히 고구려시대 광개토왕 할아버지 이야길 해주면서 “지금 너희들이 살고 있는 땅들이 과거 광개토왕 할아버지 땅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님께 그 땅에 대한 기도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제 그 땅을 우리에게 돌려 주실 수 없을까?” 다들 웃는다. 나도 말하면서 한편으로 같이 웃고 있었지만 나는 웬지 하나님께 더 간절히 기도하고 싶음이 생긴다. 과거엔 막연하게 생각했으나 지금은 역사학자들의 증언이니 저서 등을 통해, 그리고 강연을 통해 지식을 얻음에 따라 나는 기도하면서 말하게 된다. 내 서재에 광개토왕 할아버지 때 지도를 대충 만들어 걸어 놓고 거의 매일 기도한다. 나는 말했다. “이제 집에 돌아가면 할아버지의 고향이 어디이며 왜 왔는지 가정의 역사를 알아보라” 긴 여정 속으로 가야할 일들이지만 그러나 성경을 보면 이스라엘에 행사하신 일들을 보면 그렇게 소연치도 않다. 다만 한번도 하나님께 구하지 않았을뿐이다. 매우 미약한 존재이나 나는 그 땅이 확실히 우리 조상 땅이었는데 힘이 약해 후손들이 빼앗긴 것이므로 세계를 주관자이신 하나님께 그 땅이 우리의 땅이고 또 자손들에 물려 주시도록 기도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러한 정신으로 참여할 수 있는 한국인이기에 흩어져 있는 동포들에게도 함께 할 수 있는 DNA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고향이 어딘가 확실히 알아보라”고 말했다. 분명 한반도에서 살기가 힘들어 미지의 땅으로 옮겨 간 것이 분명한데 흐릿한 역사일지라도 젊은 노동자들이 부모 곁으로 가면 족보의 역사를 가르쳐 주었으면 한다. 확실히 조선인, 한국인임을 알도록…. /안 명 환 수원 명성교회 목사

천자춘추/출산장려정책에 대한 소고

필자의 기억으로 자녀들이 너무 많아서 양육과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적지 않았던 시대가 오래지 않은 과거에 있었으나, 60년대 후반부터 강조된 정부의 ‘출산 억제형’인구정책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져 근년에는 출산율이 1.47명(2000년)→1.19명(2003년)→1.16명(2004년)으로 감소되는 추세가 급증하여 마침내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도래되었다. 따라서 출산장려를 이루기 위해서는 저출산의 원인이 되는 세 가지를 역으로 정책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본다. 첫째는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둘째는 신생아 보육시설을 국가 지원으로 늘리고, 셋째는 유치원교육에 들어가는 사교육비를 지원해 주는 정책을 편다면 너도 나도 기꺼이 자녀출산을 시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히 유치원교육에서 종일반 교육정책을 확대 실시함으로써 맞벌이를 피할 수 없는 젊은 부모로 하여금 마음놓고 직장에서 생산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 준다면 출산장려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한다. 실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러한 정책을 입안하여 실시하고 있는 사례가 있는 바, 이는 미래를 내다보는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일차적으로 출산지원이 가장 먼저 시행돼야 하겠으나 출산 그 자체로 자녀 양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태어난 자녀가 부모의 품에서 양육되는 짧은 기간보다 일정한 연령으로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공식적인 교육기관에 입학하여 학습하게 됨에 따라 그 비용이 크게 부담이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감안할 때 소위 말하는 취학직전 아동에게 교육+보육비용이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이 따르고 있음에 따라 지레 걱정을 앞세워 처음부터 자녀를 적게 갖거나 아예 무자녀 부부로 남으려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미취학 아동과 출산 장려정책은 따로 떼어 놓고 볼 독립된 사안이 아니고 출산율의 증가는 적정 인구의 유지와 노령화 사회 도래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생산력을 높여 복지사회로의 발전을 가져오는 유인적 원인이 된다. 특별히 유아교육의 종일반 지원 정책이 완벽하게 이루어진다면 교육비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젊은 부부들에게 출산동기를 진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필자의 소신이며 현실적으로 가장 해결 가능한 방안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석 호 현 유치원연합회 경기지회장

천자춘추/돈보다 마음이 먼저

올 겨울은 유난히도 춥다. 경기가 회복기미가 보인다고 말하지만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아직도 깊은 겨울이다. 복지관을 찾는 후원자의 발걸음도 예년에 비해 뜸한 현실이다. 연말이면 연례행사처럼 이루어지는 자선 바자회니 일일 찻집이니 하는 아름다운 후원자를 찾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지만 여기도 경기를 반영한 듯 목표보다는 훨씬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내년에 있을 선거 때문인지 행사장을 찾는 사회지도층들은 빈손에 풍성한 입담만이 가득할 뿐 별반 도움이 되질 않는다. 먹고 살기 힘들수록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인정인데 올 겨울은 유난히 힘든 것이 우리 복지관만의 형편일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눔은 경제적 형편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치게 하는 미담이 있다. 우리복지관에서 청소봉사를 하는 아저씨의 얘기다. 복지관에 들어서면 신발을 벗어야 할까를 망설일 정도로 왁스로 깨끗하게 청소를 해 놓는 분이 계시다. 이 분은 팔이 한쪽 없는 장애인이시다. 공식적으로는 복지관에서 월 30만원을 주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분의 조카가 삼촌에게 그냥 주면 안받으시니 복지관에서 봉사를 하게 하시고 주라고 매달 보내오는 후원금이다. 자립심이 강한 그 분의 성격을 알기에 상처를 주지 않고 도움을 주고자하는 조카의 사려 깊은 배려이다. 팔이 한 쪽 없다고 하지만 복지관의 허드렛일, 궂은일은 이 분의 차지이고 나이가 들었어도 장애가 있어도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한 마디 불평도 없이 일하는 그 모습에서 함께 일하는 복지사들이 감명을 받는다. 그나마 받는 30만원의 월급마저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다. 올 가을 김장철이 돌아왔는데 배추값이 작년보다 비싸 독거노인들에게 김치가 부족할 것 같다는 말을 들은 모양이다. 아저씬 힘든 몸으로 텃밭에 일군 배추 1천100포기를 후원물품으로 내놓았다. 김장을 할 때도 자원봉사자들이 김치를 잘 담글 수 있도록 모든 뒷바라지는 그분의 몫이었다. 장암동 2천여 영구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장애인, 결손가정, 소년소녀가장들이 밥을 먹을 수 있는 반찬이 이 분의 한 팔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아무리 겨울의 추위가 매서울지라도 소외된 이웃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힘이다. 진정 나눔은 경제적 여유가 아니라 이웃을 향해 비워둔 여유의 마음인 것이다. /문 병 하 장암종합사회복지관장

천자춘추/非점오염원 관리가 강화된다는데

공공수역에 유입되는 수질오염물질 발생원은 크게 점오염원(Point Source)과 비점오염원(Non-Point Source) 등으로 구분된다. 점오염원이란 ‘공장, 건축물, 축사 등과 같이 일정한 지점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을 말하고, 비점오염원이란 ‘도시, 도로, 농지, 산지, 공사장 등과 같이 불특정한 장소에서 불특정하게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오염원’을 말한다. 그동안 수질오염물질에 대한 관리는 주로 하수나 공장폐수 등 점오염원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점오염원 관리는 그동안 수질개선에 많은 기여를 해온 게 사실이지만 도시·도로·농지 등에서 발생되는 비점오염물질의 지속적 증가추세를 감안한다면 점오염원 위주 정책만으로 획기적 수질개선을 이룬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비점오염원에 의한 4대강 및 팔당상수원의 수질오염부하량이 각각 22~37%와 44.5% 등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 후자의 경우 오는 2020년 54.3%까지 증가할 것이란 정부 전망이 이를 방증한다. 이것이 주요 비점오염원에 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수질환경보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이에 따르면 내년 4월부터 도시개발이나 산업단지조성, 제철, 제조업 공장 등을 설치할 때는 빗물정화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고 일정 규모 이상 공장은 폐수발생량과 농도를 5분 간격으로 분석해 전송하는 자동수질원격감시설비(TMS:Tele-Monitoring System)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또 고랭지밭으로 인한 수질오염 예방을 위해 일정 기준 이상에 휴경을 권고할 수 있고, 오염이 심각한 지역은 비점오염원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중점 관리할 수 있다. 하천·호소의 수질이 악화할 경우, 주민의 건강과 생태계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수질오염경보제(조류예보제)도 본격 시행된다. 아주 잘된 일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강우시 비점오염물질화 되는 오염물질 발생억제와 대규모 비점오염물질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지표면 오염물질 제거, 강우유출수의 직접적 하천유입 억제와 초기 강우 유출수 내 오염물질 저감 등의 대책이 면밀하게 검토돼야 한다. 비점오염원에 대한 이해와 관리 등에 대한 필요 인식도 병행돼야 한다. 아울러 비점오염원관리에 대한 국·내외 선진기술 및 정보 교환과 기술인력 저변 확대, 기술개발방향 모색 등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맑은 물’ 목표 달성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황 경 철 동남보건대학 환경생명과학과 교수

천자춘추/제조공장의 유치와 고용창출

필자가 근무했던 모 전자회사의 15년 전 상황을 곰곰이 회상해 본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고 나자 사회적 욕구는 분출했고 많은 노조가 설립됐다. 이는 1986년 이래 지속된 3저(저유가 저금리 저달러) 호황의 결과 분배에 대한 요구가 늘었고 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사회적 개방이 확대되면서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였다. 그 결과 대기업들은 매년 30% 이상의 임금인상을 단행하면서 1990년대를 맞이했다. 1990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5천833달러였는데 고교 졸업 인력은 서비스업을 선호하고 제조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 제조현장에서 미혼여성 근로자들을 수급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한편 유럽의 독일, 영국 등은 1980년대 후반 1인당 국민소득 1만5천달러를 넘어섰으나 만성적인 실업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한국 등 후진국으로부터 상품 수입을 규제하기 위해 앤티 덤핑 등을 제기하고 있었다. 결국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필자가 근무했던 모 전자회사는 영국의 뉴카슬지방에 제품생산공장을 설치하고 한국으로부터 뉴카슬로 부품을 수출, 현지에서 조립해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한국 기업들의 조치를 영국 뉴카슬 지방정부는 대단히 환영했고 많은 보조금도 제공했다. 영국 뉴카슬 지방정부는 고용창출에 기여한다면 후진국 기업도 환영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15년이 흐른 2005년 한국사회로 돌아와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은 1만5천달러로 추정되는데 전체실업률은 3.6%선이나 서울이나 인천 등 대도시는 4% 이상의 실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전체 청년실업률은 이에 2배가 되는 8%대에 육박하고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며 서울이나 인천 등 대도시는 이보다 더 높다. 결국 청년실업을 적극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은 많은 제조공장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한국사회에 유치해야 하며 유치대상 기업들을 선진국 기업이든 후진국 기업이든 국내 기업이든 가릴 필요는 없어진 시대에 우리는 서 있는 것이다. 그것이 앞서 말한 영국이 1만5천달러에서 3만달러로 이행하면서 많은 보조금을 주면서 기업을 유치한 조치가 우리에게 준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많은 선진 기업들이 입주하기를 원하고 있는 경인지역에 제조공장을 유치할 수 있도록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수도권규제를 철폐하는 행정조치는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경제자유구역도 산업단지를 중심에 놓고 추진될 필요성이 있다. /최 정 철 인천경실련 정책위원장

천자춘추/전국 재래시장박람회를 다녀와서

지난해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한 이래로 제2회 전국 재래시장 박람회가 부산 BEXCO에서 지난달 24~27일 열렸다. 이번 박람회는 새롭게 바뀐 재래시장의 모습과 앞으로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전국의 시장상인들과 고객이 함께하는 장을 마련해 재래시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는 목적에서 ‘새롭게 변하는 재래시장’을 주제로 마련됐다. 박람회는 재래시장의 현대화 모델, 상품 진열, 인테리어 개선, 정보화를 활용한 현대형 점포, 지역특산품과 우수상품으로 고객과 함께하는 재래시장과 국내외 우수시장 사례소개, 시장상인의 혁신의지 고취 및 사기 진작 등을 위주로 16개 시·도 전시관과 난장, 먹거리장터, 협력업체관, 주제관, 사진전시관 등으로 구성돼 진행됐으며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한·일 국제 세미나 및 사례발표회도 양일간 열렸다. 세키네 다카시 전수대학 상학부 교수의 ‘일본 전통 소매상권 현대화 지원시책 내용과 평가’, 변명식 한국유통학회 교수의 ‘유통시장 개방 이후 한국의 전통 소매상권 변화와 정부의 대응’ 등의 주제 발표가 있었고 필자는 패널로 참석해 토의했다. 세키네 다카시 교수는 지난해 한국의 재래시장 활성화 연구를 위해 방한했고 중소기업청 추천으로 우리 시장을 방문, 재래시장 현황에 대해 조사를 요청, 자문을 제공했다. 일본은 1980년대 시장의 시설현대화가 거의 끝났고 지금까지 25년 이상을 경영 현대화를 위해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유통시장 개방에 따른 외국의 대형 유통점 입주에 충분히 대비, 자국의 유통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필자는 WTO에 따른 자국 유통산업 보호정책과 외국계 대형 유통점에 대한 일본의 대응전략을 질의했다. 일본은 WTO를 의식해 지난 2000년 대점법 폐지로 세계무역질서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마치즈쿠리 3법을 도입해 대형 유통점 출점을 규제하고 있는데 교통과 소음, 폐기물 운반처리 등에 대한 규제로 출점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 소비자들의 자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와 정부의 규제 등으로 내년 일본 내 까르푸 매장이 모두 철수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전국 재래시장 박람회는 재래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롭게 변화하는 시장으로 국민에게 한 발 더 다가서는 친근한 우리의 시장으로 바뀐 과거와 현재, 미래 등이 공존하는 우리 시장의 모습이었다. /최 극 렬 경기도시장상인연합회 수석회장

천자춘추/애장품의 값어치

몇해 전 필자의 남편 학창시절 담임 선생님께서 돌아가시어 같이 문상을 간 일이 있었다. 졸업한 지 삼십년이 지나 강산이 세번이나 변했다는 세월이 흘렀건만 옛 스승의 마지막 길을 보러 그 옛날의 까까머리 제자들이 이렇게나 많이 모일줄은 몰랐다. 화두는 자연히 고인이 되신 옛 스승의 추억이었는데 이구동성으로 제자들이 똑같이 느끼고 있는 두가지가 지금도 크게 마음에 와 닿고 이것이 교육의 힘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중 하나는 한글 전용 시절이었던 그 시절 선생님께서 당신의 수업시간 틈틈이 시간을 할애해 제자들의 장래 사회생활을 위해 한자 교육을 시키신 점이다. 그 당시에는 학생들이 엄청나게 싫어 했다는데 이제 돌이켜 보니 신문에 나오는 한자도 읽을 수 있고, 한자 쓰는 획 순서라도 알게 된 게 모두 그분 덕이었다고 모든 제자들이 감사히 여기고 있었다. 또 하나는 벌통 얘기인데 국어 선생님이셨다는 분이 제자들 경제교육도 제대로 시키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인문계 고교 졸업생은 대학 진학이 최우선인데 가정형편상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도 많은 시절이었다. 그 선생님께서는 부업 겸 취미 생활로 지금의 법원사거리 근처에서 원예와 꿀벌을 키우셨는데 진학하지 못한 제자중 양봉에 관심이 있는 제자가 벌통 분양을 원하면 우리 생각에는 경제적으로 힘든 제자이고 하니 시중가격보다 싸게 분양하시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시고 꼭 제 값을 다 받으셨다. 헐값에 분양하면 정성을 다해 키우지 않아 결국 양봉에 실패한다고 하시며 튼튼한 벌통을 꼭 제값을 제자들에게 받으셨단다. 문상을 가 들은 얘기였지만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 노력 없이 값 없이 쉽게 얻어 진 것에 우리는 얼마나 애착을 갖거나 관심을 갖는지 생각해 본다. ‘Easy come, easy go’란 말이 있듯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 지는 것에 정당한 값을 치루며 소장하고 감상하고 느끼는 생활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도 의식주 해결로만으로 사람답게 산다고 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 각종 공연과 경기 관람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볼 때 더 박진감 있고 더 냉정한 비판도 할 수 있다. 평소 잘 아는 화가분에게 생일 선물로 그분의 정성이 담긴 그림 한 점을 받더라도 액자 값을 드려 우리 정신 세계 풍요를 위해 그분의 온 시간과 영혼을 불태우신 정성에 감사드리는 독자분들이 되시길 바란다. /최 수 아 아트갤러리 대표

천자춘추/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던 시절

최근들어 각종 언론매체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교원평가와 이와 관련된 교단과 정부, 그리고 일부 학부모단체와의 갈등이다. 수년 전 교원정년 단축을 추진할 때도 정부와 언론은 교단 비하를 위한 외침을 서슴지 않았고, 무리한 정년 단축으로 인한 교원의 사기 저하와 턱없이 부족한 교원수, 매도당한 교단에 대한 좋지 않은 사회인식 등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는 지금 또 교원들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이질적 집단의 무리수로 교단을 흔들려고 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어떤 집단보다도 높은 도덕성과 청렴함이 요구되며 지적 수준을 갖춘 집단이지만 요구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대우와 사회인식은 그들의 설자리를 위협하고 있으며 정책의 혼선에 대한 책임도 고스란히 떠안고 사는 선생님.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공경사상이 사라진 것은 차치하고도 제자들의 사람됨이 즐거워 가르침에 모든 것을 바친 선생님의 최소한의 권위마저 무참하게 짓밟는 요즘의 사회적 시각은 “우리 나라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란 자조 섞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물적 자원 하나 없는 우리가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 교육이 미친 영향이 얼마나 지대했는가는 굳이 되묻지 않겠다. 다른 집단에 비해 특별한 대우를 해달라고 조르지도 않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선생님들은 질시의 대상이 됐고 개혁의 대상이 됐으며 부패의 온상으로 매도되고 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교원평가 역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선에선 평가를 원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많다. 평가의 방법을 개선하고 교육여건이 갖춰졌을 때 실시하자는 것이다. 열악한 교육여건에 대해 학교 밖에 있는 우린 말할 자격이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니까. 또 교단을 경제논리에 비해 평가하면 곤란하다. 경제만으로는 이 세상을 꾸려나갈 수 없음은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이 땅에 교사를 포함한 모든 전문직은 존재의 가치를 잃어버린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교육은 물론 정치, 군사, 의료 등 모든 분야를 CEO들에게 맡겨야 옳지 않은가. 털어 먼지가 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모든 교원들이 다 똑같지는 않다. 하지만 교단이 사회로부터 냉대받고 지탄의 대상이 돼야 하는 곳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열악한 환경과 사회적 편견에도 헌신적으로 제자들을 가르치는 그들의 노력과 사랑에 경의를 표한다. /조 용 호 경기도교육위원회 의장

천자춘추/역차별 개선을 위한 주민발의

아침이면 살얼음이 얼고 집을 나서면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초겨울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정부 아파트단지에는 주민발의로 ‘공동주택지원조례’ 제정을 위한 청구인 서명작업 열기로 뜨겁다. 공동주택지원조례는 일반주택에 사는 사람에 비해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주택의 경우 거리에 보안등이 깨지면 정부가 고쳐주지만 아파트 단지 내 보안등이 깨지거나 놀이터 놀이기구가 파손되면 관리비로 고쳐야 한다. 일반주택에 대한 공동방역을 정부가 하지만 아파트는 관리비로 자체 부담해야 한다. 세금을 내고 살면서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다르게 취급받고 있다면 이러한 점은 개선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파트는 규모에 따라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나 노인정, 체육시설, 보안등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비용은 분양가격에 포함됐고 입주 후에는 시설물 유지·보수에 소요되는 비용을 아파트 관리비로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역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03년 11월30일 주택법을 개정, 각 자치단체가 자체 조례를 제정,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일부 지원할 수 있도록 위임했다. 그러나 일부 자치단체는 이같은 사항을 알면서도 조례 제정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정부지역도 이같은 조례 제정을 수년 전부터 줄기차게 제정해줄 것을 시와 시의회에 요청했으나 지지부진해 왔다. 이에 의정부 YMCA와 경기북부아파트 연합회는 시와 시의회에 매달리기 보다는 주민발의에 의한 조례 제정을 결의하고 지난 9월부터 추진위를 결성, 마침내 지난달 10일 ‘의정부시 공동주택 지원조례 주민발의’ 수임서를 교부받아 주민이 직접 나서 조례 제정을 시작했다. 청구인은 주민수가 5만명 이상 30만명 미만일 경우 6천900명이 필요하고 수임서 교부 후 3개월 이내 마쳐야 한다. 이러한 시민단체에 의한 조례 제정 움직임에 시나 시의회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그러나 주민 발의에 의해 공동주택지원조례를 제정하는 일은 국내 최초여서 청구인 서명을 받기 위해 나서는 수임인들의 발걸음은 새 역사를 쓴다는 사명감으로 가볍기만 하다. 앞으로는 주민 불편사항이나 꼭 필요한 것을 지방의회나 자치단체장이 들어 주지 않을 경우 직접민주주의적인 제도인 주민 발의를 통해 조례를 제·개정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문 병 하 장암종합사회복지관장

천자춘추/여백의 아름다움

한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다 보면 문득 붓끝이 닿지 않은 하얀 여백에 눈길이 머물 때가 있다. 어떨 땐 그 여백에다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여백을 응시하기도 한다. 짧은 순간이지만 마음이 포근해지고 근심도 사라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여백’이 넉넉한 수묵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가끔 절친한 친구들중 문화예술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물어 오는 경우가 있다.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공연을 볼 여유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공연장이나 전시회에 갈 돈이 있으면 차라리 외식을 하거나 유행하는 옷을 사겠다는 식이다. 지난 여름 프랑스 아비뇽축제를 처음 접한 필자로선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축제에 참가한 공연수가 800여건에 이른 점도 놀랍지만 공연 관람객 계층이 부자부터 가난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공연을 즐긴다는 점이었다. 호텔 사장도, 청소부 아저씨도 공연 한 작품을 보고 나면 다른 공연을 보기 위해 열심히 축제팸플릿을 훑어 보는 모습을 보면서 ‘이토록 이 나라가 공연관람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의문까지 떠오를 정도였다. 나중에야 깨달은 것이지만 그들에게는 생각의 여유로움이 있었다. 즉 “밥만 먹고 살 수 없지 않느냐”나 “관람료가 다소 비싸더라도 영혼(정서)을 정화시킬 수만 있다면 오히려 공연관람이 더 싼 게 아니냐” 등이 여유로움의 골자이다. 우리와 정서적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숨가쁜 일상에도 여백을 남길 줄 아는 그들의 넉넉한 생각이 몹시 부러웠다. 어느새 12월을 맞았다. 올 겨울 경제가 이런저런 연유로 몹시 힘들 것이라는 진단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은 나무가 자랄 수 없는 수목 한계선에서 비바람 맞으며 겨우 웅크리고 있던 나무로 만든 것임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다소 어렵고 힘들더라도 건강하게 올 겨울을 이겨내자. 적당한 운동도 좋고, 공연관람도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도 이달엔 올해 세계 최고 화제작 탭덕스(Tap Dogs)를 비롯, 가슴 속에 맺힌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 보낼 수 있는 공연들을 준비하고 있다. 아무튼 고도원 시인의 표현대로 ‘올 한해 아픈 추억이 있었다면 툴툴 털어 버릴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두 철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관장

천자춘추/우렁 껍질Ⅱ

명절 때가 되면 밤을 새워서라도 고향을 찾는 문화가 겉보기엔 혼잡스러워도 우리 족속이 든든히 유지해 오는 것이 아닌가. 얼마 전 나는 한 잡지를 통해 알았다. 중국이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 젊은 관리들을 보내 퇴계 사상을 연구하고 그 사상을 기록해 갔다고 한다. 공자의 깊은 사상을 이루신 분이 퇴계 선생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홍위병들을 내세워 소위 문화혁명이라는 것으로 모든 역사를 파괴했고 오직 공산주의 사상만 가능하다는 궤변으로 오랫동안 물들어 왔으나, 근래에 경제대국으로 부각되니 장래는 공산당주의 갖고 세계 자본주의 국가들과 견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가난하고 없을 때는 그 사상이 전부인 것처럼 믿어 왔었는데…. 그래서 이젠 다 훼파를 당했던 공자의 효(孝)사상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찾아 우리 한국 땅에 와 부모를 섬기는 법을 배워 가는 것이다. 이미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십계명을 주시고 제1계명부터 제4계명까지는 하나님을 섬기는 방법, 다섯째부터 열번째 계명은 땅에서 인간이 질서있게 살아 가기 위한 지혜를 일깨워 주셨다. 첫째는 하나님을 경외하며 섬기고 다섯째 계명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인데 땅에서는 부모를 섬기는 게 첫째다. 사람은 첫째로 하나님을 섬기고 땅에서는 부모를 소중히 여기고 섬기되 단 한가지는 부모 동연배되는 어른들에게도 섬김의 도리를 주석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속에서 부모를 섬기는 일과 고향을 찾는 일에 병합 되어지는 정신이 오직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소식이다. 역사를 보면 외침을 400회 이상 받은 나라가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이라고 한다. 말로 역사를 다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견디어 오신 선조들의 굳건한 정신이 오늘날에도 우리의 뼛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우렁이처럼 그 속살을 새끼들에게 아픔을 참고라도 기꺼이 내어 주는 그 사랑이 현대에도 우리에게서 밀려 나지 않고 있다. /안 명 환 수원 명성교회 목사

천자춘추/유아기 교육의 기본

우리나라 옛 격언에 ‘세살 버릇 여든 간다’라는 말의 의미는 인간발달 순서에서 어린 시절의 기초·기본 교육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일깨워준 명언임을 생각하며 유아기 교육의 기본에 대하여 논의할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아기 교육의 기본은 기본예절과 기본질서를 습득하는 것입니다. 기본예절이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원활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반드시 배워야 하는 타인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 및 행동을 의미합니다. 문화권이 다르더라도 유아들이 예절바른 태도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필수적인 책임’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하는 것은 같습니다. 유아의 중요한 기본예절은 어른이나 친구에게 인사하기, 어른에게 존대어 쓰기,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했을 때 사과하는 일 등 여러 가지 일 것입니다. 아버지가 출퇴근하실 때, 유치원에 갈 때, 유치원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를 만났을 때, 집에 손님이 오셨을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바르게 인사하는 습관을 갖도록 적합한 인사말도 배워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가 솔선수범하여 유아들이 본받을 수 있게 하고, 유아가 인사하는 것을 잊어버린 경우 주의를 환기시켜 인사하는 것이 습관화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또한 일방적으로 유아가 인사하는 것만 강조하지 말고 유아가 인사할 때 항상 진지하고 정성스럽게 답례를 해야 합니다. 보통 유아가 4~5세가 되면 모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고 자기 의사를 어려움 없이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 부모는 유아가 문법적으로 정확하고 유창한 문장을 사용하도록 지도하는 것뿐 아니라 대상과 상황에 맞는 말을 사용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윗사람에게는 존대어를 쓰도록 지도해야 하는 데 부모들이 지나치게 유아를 사랑하는 나머지 유아가 어른에게 반말을 한다거나 혀 짧은 소리, 유행어, 욕을 하는 것 등을 오히려 귀엽게 보며 묵인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유아기에 바람직하지 못한 언어의 사용을 허용하면 습관이 되어 어른이 된 후에도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유아가 어른, 동년배, 손아랫사람을 구분하게 되면 대상의 연령에 따라 다른 말투를 사용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유아에게 일찍부터 기본예절과 기본질서를 기본적으로 심어줄 수 있는 교육이 전개되기를 모든 어른들에게 주문해 마지않습니다. /석 호 현 (사)한국유치원총연합회 경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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