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병자호란의 교훈

우리는 왜 역사를 배울까? 우리의 뿌리를 알고 싶어서, 아니면 선조들이 어떻게 살아왔나 궁금해서 일까. 물론 그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보다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늘은 조선 제16대 임금 인조(仁祖)가 겪은 병자호란에서 교훈을 얻어 보고자 한다. 1636년 신흥 국가인 후금(後金)의 누루하치는 명나라와의 전쟁에 필요한 말과 황금, 그리고 군사 3만명을 조선에 요구했고 신하들은 자파의 이익에 따라 명나라와 후금을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은 망해 가는 명을 선택하므로 후금의 침략을 받는다. 인조는 지금의 성남에 위치한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다 청(이때 후금은 국호를 청이라고 했음)나라에 항복하고 강화조약을 맺는다. 내용은 군신의 예를 지키고 명나라와의 관계를 끊으며 조선 왕의 장자와 둘째 아들을 인질로 내어 놓을 것 등이었다. 인조는 조약에 따라 누루하치에게 군신의 예로 절을 올리게 되는데 돌계단 한칸씩 올라갈 때 마다 돌계단에 머리 부딪치는 소리가 수어장대에 앉아있는 누루하치에게 들리도록 절할 것을 요구, 인조의 이마에선 출혈이 낭자했고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신하들은 통곡하게 된다. 궁궐로 돌아온 인조는 신하들에게 당파싸움을 중지하고 국력 배양에 힘써 줄 것을 당부하며 이르길, ‘생이지지’(生而之知:태어나면서부터 깨닫게 되는 자는 하늘이 내린 자), ‘학이지지’(學而之知:배워 깨닫는 자는 현명한 사람), ‘곤이지지’(困而之知:어려움을 겪고 깨닫게 되면 다행), ‘곤이불학’(困而不學:어려움을 겪고 난 후에도 깨닫지 못한 사람은 어리석어 망함)등이다. 이후에도 당파 싸움은 계속됐고 급기야는 왜국에 나라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80년대 UR협상이 본격화되면서 농산물 자유무역이 눈앞으로 다가 오기 시작하자 일본은 2년동안 벼 수매가격을 동결하고 10년동안은 수매가격을 낮춰 국제시장과의 쌀값 차이를 줄여 나가면서 농가소득 보전책으로 직불제를 도입하고 있을 때, 우리는 수매값을 계속 올려주는 선심성 정책으로 오히려 국제시장과의 쌀값 차이를 더 크게 해 지금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올해는 수입쌀이 국내시장에서 판매되는 원년이며 미국과의 FTA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니 농업계로선 참으로 어려운 한해가 될 것 같다. 이러한 때일수록 농업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 후손들에게 세계에 모범되는 튼튼한 농업의 기틀을 물려줄 수 있는 역사의 한해로 기록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이 충 현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천자춘추/밸런타인데이와 소비경제

유럽 미국 캐나다 등 각국의 밸런타인데이를 보면 사랑의 표현을 어떻게 하면 더 큰 기쁨으로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활용한다. 국내에선 서양으로부터 시작된 게 너무 상업화되지 않나하는 우려와 비난도 따르고 있다. 옛 것을 잘 보존하고 어떠한 의미가 담긴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삶의 기쁨을 창조하고 생활에 이벤트를 만들어 가며 소비를 부추기고 소비자 구매 욕구를 유발시켜 소비 경제를 일으킨다. 곧 바닥경제부터 꿈틀거리면 잠자는 시장에 활력소와 에너지를 만들어 준다. 이번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이나 리본, 와인, 꽃, 포장지 등 여러 소품들이 많은 사람들의 손에 상품으로 드리워져 사랑과 기쁨을 전달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밸런타인데이 소비는 가뭄에 단비라고 표현할 수 있다. 우리도 단오절이나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만나는 전설에 대해 기업과 소상인이 옛 것과 잘 접목시킨다면 그 의미까지 다른 나라에 수출도 가능할 것 같다. 단오절은 중국 고대의 시인 굴원(屈原)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제사를 지내면서 전해졌다. 단오는 초닷새를 뜻하며 1년중 가장 양기(陽氣)가 왕성한 날이라 큰 명절로 여겨왔으며 전국적인 행사였다. 북쪽에서 더 번성했다. 단오는 조선 중종때 설날 및 추석과 함께 3대 명절로 정해지기도 했다. 민속놀이로는 그네뛰기와 씨름, 널뛰기, 윷놀이, 농악, 화초놀이 등이 있으며 여인들은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고 가장 양기가 왕성한 시각인 오시(午時)에는 익모초와 쑥을 뜯어 여름철 몸을 보호했다. 나뭇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열매가 많이 열리기를 기원하는 ‘나무 시집 보내기’ 등 순수한 믿음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도 생활의 여유와 긴장을 풀어준다. 서양에서 온 밸런타인데이도 받아들이고 우리 것도 보낼 줄 아는 감각이 필요한 때다. 환율 변동으로 연초 계약들도 미뤄지고 쉽게 경기가 풀리지 않지만 3월이면 연중 계약을 위해 가격 조정을 해야 한다. 시장경제를 살리는 하나의 방법으로 단오절과 칠월칠석으로 밸런타인데이 같은 풍성한 소비를 일으키는 것도 토속적인 우리 문화를 시장에 근접시키는 방법이 아닐까? /이 규 연 인천여성CEO협의회장

천자춘추/‘돈’으로 하늘을 가리다

“정치자금과 자식들의 증여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죄송스럽습니다.” 지난 8일 삼성 이건희 회장은 삼성 X파일과 대선로비, 에버랜드 전환사채에 의한 불법 증여문제 등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사재를 털어 8천억원이란 거금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도 했다. 뉴스를 보고 한마디로 기가 찼다. 언론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8천억원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췄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운운하며 8천억원이란 돈의 규모에만 입을 모았다. 그러는 사이 우리 사회는 또 재벌에게 희롱당하고 있음에 분노마저 치밀어 올랐다. 자신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돈으로 무마하려는, “8천억원이란 돈을 사회에 헌납할테니 잘 봐 달라”는 식의 반성은 가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자본의 총수답게 돈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당연했겠지만, 돈 이전에 반성의 자세가 우선됐어야 한다. 우리의 정서로 볼 때, 잘못이 있으면 책임자가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하는 게 맞다. 그러나 삼성 이건희 회장은 본인이 직접 나와 사과하는 것도 아니고 아랫사람 입을 통해 사과문을 낭독케 했다. 이건 예의가 아니다. 진실한 반성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삼성 X파일과 전환사채 문제 등 자신들의 잘못을 사과하는 게 아니라 물의를 일으킨 사실에 대해 사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제기한 소송은 모두 취하하겠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범죄행위에 대해 일말의 사과나 반성이 아니라 삼성의 문제로 신경 쓰이게 해 죄송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과가 어디 있나. 더구나 그룹총수 일가의 잘못으로 인해 실추된 삼성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임직원들의 사회봉사 의무화를 내놓았다. 어려운 곳을 찾아 사회봉사를 한다는 건 의미있는 일이나 동원식 사회봉사가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직원들이 면피용 뭐라도 되는가. 국민들이 이건희 회장을 비판하는 건 그가 부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법을 우롱하고 국민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뜻은 애꿎은 사재를 털 게 아니라, 남들 다 지키는 법을 같이 좀 지키라는 지적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기금 헌납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잘못을 덮어주는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된다. 그렇게 될 수도 없다. 돈의 힘으로 나라를 움직이려고 하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 이건희 회장이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돈’으로 하늘을 가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유 진 수 인천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

천자춘추/토리노 동계올림픽과 북경올림픽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말한다.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으며,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가 주는 감동 때문이다. 지금 토리노에서는 겨울스포츠의 꽃인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태극전사들의 승전보에 온 국민이 성원과 갈채를 보내고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남과 북의 선수단이 국제대회에서 일곱 번 째 동시입장으로 전세계에 평화의 소중함을 알렸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가 차갑게 얼어붙었어도 국제적인 스포츠 무대에서만큼은 남북이 일곱 차례나 동시입장을 이루어 낸 것은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화합과 평화’라는 올림픽정신을 가장 잘 실현한 것이다. 남과 북의 체육관계자들은 남북 동시입장을 뛰어넘어, 올해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과 2008년 북경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남북이 단일팀으로 출전할 것을 협의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과 북이 세계적인 스포츠 대제전에 단일팀으로 출전한다면, 이는 올림픽 역사상 가장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일이다. 이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자크로게 IOC위원장도 북경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남북 단일팀 구성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국기·국가·국호는 동시입장 관례에 따라 한반도기·아리랑·코리아로 하면 될 것이나, 대표선발 기준 등 매우 민감한 사항들이 첩첩산중이다. 이는 IOC와는 별개로 각 종목별 세계경기연맹과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해 마카오에서 열렸던 동아시아대회에서 단일팀 구성을 위한 회의개최를 합의함에 따라 작년 12월 초 개성에서 ‘남북단일팀구성을 위한 1차 체육회담’이 개최된 바 있다. 필자도 남한의 회담대표자격으로 참가하였다. 이날 회담은 산적한 과제를 풀기위한 시작에 불과한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기에는 부적절한 것 같아 생략한다. 다만, 민족사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단일팀 구성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지난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한의 현정화-북한의 이분희가 한 조를 이루어 중국선수를 꺾고 세계대회 우승을 일구었던 감동을 국민들은 기억한다. 남과 북이 아리랑을 부르고 한반도기를 함께 흔들며 단일팀을 응원하는 모습에 가슴이 설레인다. 아시안게임에서, 올림픽에서 감동의 드라마가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토리노에서 우리 선수들의 선전 또한 기원한다. /안 민 석 국회의원(오산)

천자춘추/먼저 내공을 쌓아야 한다

지난 주말 정월대보름을 맞아 지역 곳곳에서 척사대회가 열렸다. 척사대회에 가보면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분들이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분들이다. 그 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난 가을 재·보선을 앞두고 필자가 하고 다니던 모습이 투영돼 한가지 긴히 드릴 당부의 말씀이 생각난다. 정치라고 하면 중앙이든 지방이든 구분없이 많은 욕을 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마하고자 하는 분들은 많이 있다. 이번 선거도 족히 경쟁률 4~5대 1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대결구도는 간단하다. 대부분 현역 대 현역에 도전하는 분들간 대결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은 우선 지방의원이나 단체장 등의 잘잘못을 판단하고, 그 다음 바꾼다면 과연 누가 대안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역 지방의원이나 단체장 등은 유권자를 만나는 모든 자리에서 그동안의 업적이나 자신의 능력을 요령있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반대로 현역에 도전하는 분들은 현역이 무엇을 잘못했고 자신은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것이 선거운동의 기본이다. 당내 공천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현역이 잘해와 당선될 수 있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가를 판단하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대안을 찾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마를 준비하는 분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공부하는 일이다. 지난 임기동안 있었던 일들을 반추하고 방어·공격논리를 만들고 새로운 비전과 대안을 찾아내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지역을 구석구석 다니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 목소리 중 현안이 있으면 또한 해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 자신이 정말 그 일들을 잘 해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다른 후보들과 토론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때 대중 앞에 서야 실패가 적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준비를 하는 분들이 적다. 아무 준비 없이 오로지 종중·향우·동문 관계를 내세우며 무조건 표를 달라는 식의 선거운동만 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냉정하다. 자신이 관심을 갖는 문제에 대답하지 않는 후보에겐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이제 1개월 후엔 예비선거로 들어가게 된다. 지금은 그때 팔 상품, 즉 비전과 정책을 완벽하게 준비할 때라는 점을 모든 출마 준비자들에게 다시 한번 권고한다. 그리고 이것이 최근에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매니페스토운동(갖춘공약)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정 진 섭 국회의원 (한나라당·광주)

천자춘추/기브미 초콜릿에서 러브미 초콜릿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제과회사와 대형 백화점 등이 앞다퉈 다양한 이벤트들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볼 때 서양에서부터 시작된 밸런타인데이가 국내에서 이미 하나의 통과의례적인 문화로 정착됐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자본주의 국가에서 밸런타인데이처럼 외래에서 유입된 전래문화와 고유의 전통문화가 적당히 어우러져 또 다른 특수한 다른 문화를 꽃피우고 있다. 이는 문화는 국가관과 관계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정신의 산물이자 인류 공유물이란 점에서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 밸런타인데이 기원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269년 2월 14일 로마의 사제 밸런타인에서 유례를 찾고 있다. 당시 황제 클라디우스는 젊은 청년들을 군대로 끌어 들이고자 결혼금지령을 내렸다. 신부 밸런타인은 결혼금지령을 반대하고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결혼시켜준 죄로 순교하게 된다. 밸런타인은 순교 당시 간수의 딸에게 ‘Love from Valentine’이란 편지를 남겼는데 이를 계기로 밸런타인데이에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풍습이 생기면서 연인들의 날로 정해졌다. 이후 밸런타인데이는 각 나라마다 상술을 이용한 사랑이란 날개를 달고 돈, 꽃과 과일, 사탕과 초콜릿 등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인식되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밸런타인데이에 이어 3월14일 화이트데이, 4월14일 블랙데이, 11월11일 빼빼로데이 등의 계보가 생겨났다. 이를 통해 외래문화가 적당히 고유문화와 어우러져 특수한 다른 문화로 패러디되지만 거기에는 여지없이 초콜릿, 사탕, 자장면, 빼빼로 등 상술을 위시로 한 상품들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과대 포장됐다. 사실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초콜릿의 보급은 한국전쟁 때로, 아이들이 전쟁통에서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미군을 따라다니며 “기브미 초콜릿”을 외쳤다. 이런 애절한 기억은 초콜릿이 구호품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주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밸런타인데이에 정작 사랑이란 내용은 없고 초콜릿이란 형식만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젊은 연인들의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성 밸런타인의 정신을 생각한다면 밸런타인데이에 혈당 수치를 높이는 초콜릿보다는 용기와 신념을 줄 수 있는 달콤한 칭찬 한마디가 훨씬 상술로 피폐해진 인간정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권 성 훈 시인

천자춘추/명연설일수록 짧은 법

영국 사람들은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논법이라면 미국 사람들은 “에이브러햄 링컨을 중국과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이 인도보다 더 무게가 나가는 것이라면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문은 중국보다 더 값이 나가지 않을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작은 도시, 게티즈버그에서 노예해방문제를 놓고 남북전쟁이 벌어졌고, 전투는 링컨 휘하 북군이 승리했다. 이 승리를 계기로 북군은 승세를 잡고 미국은 마침내 노예해방을 쟁취했지만 이 전쟁터에서 죽은 군인만 7천명이 넘었고, 1863년 11월19일 봉헌식이 열렸다. 링컨대통령도 친히 참석했고 군중 5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 봉헌식의 주 연설자로는 에드워드 에버렛이 선임됐다. 그는 하버드대 교수와 총장 등을 지낸 당대 최고의 웅변가였다. 링컨대통령은 인사말정도로만 하도록 순서가 짜여져 있었다. 에버렛은 불같은 웅변을 토해냈다. 노예해방의 정당성, 애국심의 고취, 군인들에 대한 찬사 등으로 연설을 장식했다. 그의 연설은 1시간57분, 그러니까 2시간이 걸린 셈이었다. 링컨대통령 차례가 됐다. 그는 종이 2장만 달랑 들고 연단에 올라섰다. 치밀하게 준비했던 원고를 급히 나오느라고 지참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는 길에 급히 펜으로 작성했다. 링컨대통령의 연설은 불과 2분 정도, 너무 짧아 연설하는 장면을 사진사들이 찍어 낼 수 없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반응도 별로였다. 몇 번의 박수가 청중들부터 나왔지만 “대통령 연설치고는 청중을 적잖게 실망시키는 것”이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갈수록 링컨대통령의 연설문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민주주의를 가장 간결하게 표현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란 구절은 인류 역사 이래 가장 훌륭한 명언이 됐다. 그래서 그날 2시간을 연설했던 에드워드 에버렛은 링컨 대통령에게 그 연설문 한벌을 보내달라면서 “당신의 2분 연설이 나의 2시간 연설보다 훨씬 위대하다”고 말했다. 불과 문장 10귀절로 된 짧은 연설은 거기 있는 말처럼 ‘하나님 아래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처럼 간단한 연설 안에 인간 창조의 평등성, 자유성, 민주성 등이 모두 명확하게 선언되고 있다. 요즘 인사청문회에서 무수한 말과 변명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도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중 우리를 흐뭇하게 하고, 희망을 주는 위대한 메시지를 기대해 본다. /권 영 삼 수원영은교회 목사

천자춘추/신세대 언어 이모티콘

세계유산 중 세계기록유산으로 세종대왕이 만들어 반포한 훈민정음이 지정된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훈민정음’(訓民正音)은 백성을 가르치는 올바른 소리란 뜻으로 세종은 그때까지 사용되던 한자가 우리말과 구조가 다른 중국어 표기를 위한 문자체계이기 때문에 많은 백성들이 배워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 해 세종 25년(1443년) 우리말 표기에 적합한 문자체계를 완성하고 ‘훈민정음’이라고 명명했다. e-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받아 보면 뜻도 의미도 모를 문자 때문에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다 알겠지만 ‘&’, ‘-_-’, ‘OTL’, ‘OTZ’ 등이다. 이를 이모티콘이라고 하는데 이는 감정(Emotion)과 아이콘(Icon) 등의 합성어로 컴퓨터 자판의 문자와 기호, 숫자 등을 적절하게 조합해 미세한 감정이나 특정 인물, 직업 등의 의미를 전달하는 사이버공간 특유의 언어다. 채팅할 때나 e-메일 등에서 수시로 등장하기 때문에 이를 모르면 상대방이 어떤 의사를 나타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모티콘은 최초로 80년대 미국 카네기멜론대 재학생 스코트펠만이 사용했으며 ‘Smiley symbol’이라고도 한다. 현재 사용중인 이모티콘은 2천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미 지난 2001년 7월 12일 개정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이모티콘이 정식으로 포함될 정도다. 언어엔 6가지 특성이 있다. 기호체계로 이뤄진 기호성, 스스로는 뜻을 갖지 않는다는 자의성, 새로 태어난다는 창의성, 사람들 간 약속에 의한 사회성, 말은 바뀐다는 역사성, 일정한 법칙을 지닌 법칙성 등이 그것이다. 물론 언어는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수단일뿐이다. 하지만 이처럼 편리함만 추구, 신세대들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이모티콘을 보자니 올바른 언어 사용에 대한 안타까움과 세대차를 느끼며 신세대들의 한글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요즘 이와는 반대로 한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순순한 우리말 중 들어보지도 못했으며 전혀 뜻도 알 수 없는 단어들도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깜냥이나 바투, 몽니, 허투루, 휘뚜루마뚜루 등의 한글이다. 한글에 대한 애착을 갖고 사용하는데 좀 더 신중을 기해야겠다. 아울러 이 시점에서 언어가 민족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담고 있다고 볼 때, 또 한글의 우수성을 고려해 볼 때 아직 모르는 아름다운 한글도 많은데 너무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정 상 훈 수원여대 대외지원처장

천자춘추/소용돌이를 벗어나려면

청소년범죄의 처벌연령을 12세에서 10세로 낮추려고 하고 있다. 청소년 비행 예방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도 비행연령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범죄의 여러 원인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정폭력에 기인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폭력을 보고 자랐거나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았을 경우, 대인관계상 문제를 보일 가능성이 높고 가출이나 폭력, 성매매 등 일탈행동의 직접적인 동기가 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가정폭력특례법을 실행하면서 행위자에 대한 법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고 현재 사법부의 감독아래 수강명령이나 상담명령 등을 통해 가정폭력 행위자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강구해 나가고 있다. 가정폭력에 대한 형사적인 법적처벌이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로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희망이 가해자를 처벌하는데 있는 게 아니라 가해자를 치료하고 변화시켜 폭력 없는 가정을 이루는데 있기 때문이다. 보호관찰소는 가정폭력 행위자 교정·치료프로그램을 연중 시행하고 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폭력으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 등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구성원 등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위반자에 대해선 형사처벌에 앞서 보호처분단계를 두고 접근 제한, 보호관찰, 사회봉사, 수강명령, 의료기관치료 및 상담 등의 처분을 받게 함으로써 가정폭력으로 인한 범죄자가 양산되지 않게 하고 있다. 그러나 보호처분중 준수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때는 보다 중한 보호처분으로 변경되거나 취소를 통해 엄격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필자가 어릴 때 동네 친구가 강에서 수영을 하다 빠져 숨진 일이 있다. 그 친구는 또래중 수영을 가장 잘했었는데 강 가운데 바위 모서리가 있는 소용돌이 지점에 들어갔다 변을 당했다. 그 지점은 면적이 크지 않아 쉽게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중심을 잃고 물속을 맴돌다 익사한다. 가정폭력 가해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이런 소용돌이를 연상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각자의 방식을 갖고 있고 거기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게 사실이지만 특별히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아집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들 역시 폭력가정에서 성장하면서 관찰과 강화 등에 의해 학습된 행동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정폭력으로 자녀를 망치고 가정을 파탄시키는 대물림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가해자들에게 갈등과 고민의 소용돌이를 벗어 나도록 하는데 교육의 초점이 모아 져야 한다. /임종호 수원보호관찰소장

천자춘추/경기교육이 추구하는 글로벌 인재상

요즘 학생들은 마니아적 기질을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중 하나이다.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착한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에 관심 있는 학생에게 그에 대한 과제를 주면 몇 백쪽 분량의 보고서를 만들어 온다. 그 내용에는 전문적인 수준의 이론까지 들어간다. 반면 관심 밖인 것에 대해선 철저한 무관심을 보인다. 좋아하는 대중 스타도 한 명으로 고정시킨다. 대중 스타중 누구는 어느 면에서 좋고, 누구는 어느 면에서 좋다는 식이 아니다. 무조건 어느 한 스타만 좋아한다. 지식기반사회로의 변화는 매우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학생들을 둘러싼 교육 환경도 무한대로 확장되고 우리가 교육을 통해 추구해야 할 인간상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전통적인 휴머니즘 토대 위에 정보능력과 함께 창의력과 평생학습능력 등을 갖춘 인간상이 그것이다. 지구촌화가 심화되면서 국제인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재 육성이 시급하고 우리 교육은 민족적 긍지를 지닌 글로벌인재 육성이란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 경기교육지표인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글로벌인재 육성’은 더불어 사는 지혜, 창의력, 국제인의 소양 등을 갖추고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가 되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육성하고자 하는 경기교육의 지향점이다. 따라서 글로벌인재가 갖춰야 할 요건은 바른 인성과 더불어 사는 지혜, 창의력과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 기초체력과 건강관리능력, 우리 민족의 문화와 전통에 대한 자긍심, 외국어 구사능력과 국제인 매너, 소질과 적성분야에서의 세계 일류능력 등이다. 이제는 선생님들도 먼저 글로벌인재가 돼야 한다. 남을 감화시킬 수 있는 인격, 시대 변화를 통찰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지성, 교육 운영 전반에 걸친 전문성 등으로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임 영 순 경기도교육청 교육정책과장

천자춘추/오! 필승 코리아

나는 1990년 대만의 농업시장 파악을 위한 출장길에서 만난 대만의 국장급 농업관계자가 내게 한말을 잊을 수가 없다. “한국이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을 보고 이제 우리 대만은 영원히 한국을 따라 잡을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 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모처럼 결집된 민족의 에너지를 국가발전 동력으로 이어 나가질 못하더군요” 1988년 우리나라가 올림픽을 치를 당시 국민 1인당 GNP는 비슷한 수준이었으므로, 그 사람의 입장에서 우리나라를 경제적 경쟁상대로 보았던 것 같다. 그 때 그의 말은 2002년 월드컵 축구에서 우리 자신조차도 놀라와 했을 만큼 우리국민의 위대한 화합을 세계만방에 알리게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들려왔다. 이번만은 결집된 우리 국민의 힘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되어야 할 텐데…. 금년 들어 외국의 수입쌀이 우리 시장에 선 보이게 되어 우리 쌀과 수입쌀이 국민 앞에서 선택 받게 되었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기후와 위도 상으로 세계 최고의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지역임을 수차례에 걸쳐 언론 매체를 통해 밝힌 바 있는데, 이러한 세계 최고급 쌀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농업인들에게 자긍심을 갖게 하는 한편 우리 국민들에겐 우리 쌀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하여 작년에 ‘탑 라이스 생산 프로젝트’를 마련하여 추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몇 십년간 지어 왔던 농법을 하루아침에 바꾸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이 겠는가? 일제시대의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도 줄모(苗)내기가 정착되는데도 10수년이 걸렸다는데, 이제껏 kg당 얼마씩 하는 무게 중심 가격 정책으로 증산 위주의 농사를 지어 오던 분들에게 고품질 생산을 위한 탑 라이스 생산 매뉴얼 대로 농사를 짓게 한다는 것이 어디 그게 말처럼 쉽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탑 라이스 생산의 필요성과 목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니, 이제껏 습관적으로 비료를 많이 주는 것을 막기 위하여 농업인 스스로 논 가운데 감시 카메라 까지 설치하는 등 2002년 월드컵에서 보여준 민족의 열정으로 이제껏 경기미·호남미 등 지역 브랜드 수준에 머물러 있던 우리 쌀의 품질 수준을 세계 최고급 수준인 단백질 함량 6.5%이하, 완전미 비율 95%이상의 탑 라이스를 전국 8개도에서 생산 하는데 성공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제 농산물의 경쟁에서도, 2006년 월드컵 에서도 다시 한번 우리 민족의 위대함이 맘껏 발휘 되기를 바란다. 오, 필승 코리아! /이 충 현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천자춘추/‘설날’ IT강국의 지혜

젊은 세대를 보면서 옛날 우리들의 귀성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화 발달로 기업의 경제 성장률이 8~9%때는 귀성 인파에 대비해 각 회사들은 귀경 버스 대절, 단체 버스표 구입, 기차표 구입 등을 위해 총무부서에 어떤 편을 이용해야 직원들이 고향을 안전하게 다녀오게 할까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불과 몇년새 완전한 마이카 시대로 변화됐고 국산 자동차의 엄청난 발전에 대비한 전국 도로망 발달과 빠른 정보체계, 방송매체, 인터넷, 휴대폰의 편리한 정보이용 등으로 어느때 귀성길보다 넉넉하게 안전한 설날을 보낸듯싶다. 이젠 기업이 종업원의 귀성길 걱정하는 시대는 벌써 지났고, 각자 능력껏 자신의 문제는 자신들이 해결하는 시대로 확실히 변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저점곡선을 그릴 때는 기업도 베풀 수 있는 여력이 없어지고 특히 맞벌이로 샐러리맨들의 호주머니는 각자가 지혜롭게 준비하고 설계하지 않는다면 문화생활과 현재의 생활수준에서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 요즘 50~60대는 40대 부부들을 보면서 놀란다. 불과 10여년 차이지만 살아가는 방법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맞벌이 부부나 여성이 사업하는 40대 부부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사업을 하지 않는 가정은 모르지만…. 서로에게 걱정하고 챙기는 모습을 볼 때 40대는 역시 현명하고 빨리 철이 난 듯싶다. 티격태격하는 젊은 부부보다 좀 늦은듯하지만 장난스럽게 애정 표현과 걱정을 해주는 모습이 좋아보인다면 어떻게 그 가정이 성공하지 않겠는가. 아이들 또한 부모의 부지런히 사는 모습에 빗나가지 않게 훌륭하게 성장하고, 특히 40대 여성CEO 들에게 이점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부인의 창업과 사업 성공에는 남편의 배려와 특별한 외조가 큰 힘이 된다. 아마 이런 가정은 남편이 퇴직해도 도와야할 일이 많기 때문에 부부는 늘 즐겁고 의욕적이다. 직장의 정년을 두려워하지 않는듯싶다. 20~30대 부부들은 아이와 가사 돌보기에 많은 애정으로 서로 돕는 모습은 더욱 아름답고 자랑스럽다. 웰빙붐을 안고 고향길에서 부모들이 정성으로 싸주는 귀한 선물들을 잘 챙겨 냉장처리해, 무공해 유기농이라며 서로 나눌 줄 알고 자랑으로 여긴다. 우리가 안고 있는 정치·사회적 양극화 현상을 시장원리에 맡기고 선조의 지혜와 젊은 세대의 튀는 아이디어가 잘 융합된다면 선진한국으로 가는 길은 당연할 것이라고 믿는다. 신세대들에게 믿음을 갖고 기회를 주는 것도 어른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규 연 인천여성CEO협의회장

천자춘추/완물상지(玩物喪志)

설 연휴가 끝나기가 무섭게 5년을 넘게 살아온 15평 아파트에서 좀 더 넓은 아파트로 옮겼다. 가장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냈고 가장 기쁘고 행복한 시간들이 교차되던 공간이었다. 이사하려니 만감이 교차되면서 새삼 구석구석을 들여다 보게 됐다. 5년동안의 반복된 동작으로 생활에 필요한 동선은 무의식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미처 한번도 눈길을 주지 못한 곳도 있었다. 요즘 이사야 대부분 포장이사가 기본이니 예전처럼 이사를 준비한다고 집을 발칵 뒤집을 일도 없다. 그래도 명색이 이사인데 손가락하나 까딱하지 않을 수 없어 5년동안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라도 털어낼 요량으로 들썩였었다. 서랍과 옷상자에는 언제 사들였는지도 모를 바지며 셔츠 등이 있었고 책장에는 읽지도 않은 책과 자료집들이 무질서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세제는 식탁과 싱크대 밑에서 그리고 수납장 안 등에서 다양한 종류로 발견됐다. “허~!” 스스로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5년 생활의 이삿짐 치고는 절대적으로 적은 건 사실이지만 필요 대비 비축량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몇해 전 농부이면서 수필가인 전우익 선생의 이야기가 뇌리를 스친다. “죽도록 벌어 죽도록 사 모으고 죽도록 버린다” 그 이야기를 듣고 물건을 사는데 신중해야 하며 물건을 사서는 용도가 다할 때까지 요긴하게 사용해야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언제 샀는지도 모를 물건들이 가득했다니 절로 허탈함이 나올 수밖에.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도 깨우침은 있었다. “있으면 없는 것보다 편리한 것도 사실이지만 완물상지(玩物喪志), 가지면 가진 것에 뜻을 앗기며 물건은 방만 차지함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마음속에도 자리를 틀고 앉아 창의(創意)를 잠식하기도 합니다” 짐정리를 하는 손길이 더해질수록 생활공간을 침식해 오는 짐들로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불성실하고 치밀하지 못한 내 생활의 단편이자, 물질만능주의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인생을 즐기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노래로 나오고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가 신분을 말해주는 참으로 어이없는 세상이 아닌가. 말초적 자극에 익숙한 삶의 공허함을 물질로 채우는 황폐함이야말로 인간성 상실의 시대이다. 이삿짐 정리하다 너무 비약한다. 물건들을 하나씩 끄집어내고 묶고 쌓아두다 보니 늘어가는 양에 스스로에게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그런가 보다. 그릇은 비어있으므로 쓰임이 있다는 사실을 이삿짐 하나하나마다 꼬리표로라도 달아 놓아야겠다. /유 진 수 인천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

천자춘추/사립학교법 공방 2라운드 관전법

설 연휴기간이었던 지난달 30일 북한산 산상회담을 통해 여야는 1일부터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로써 사학법 개정으로 공전을 시작한 지 두달여 만에 국회가 다시 열리게 되었다. 사립학교법 재개정 논의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누가 발의하였건 법 개정안이 제출되면 이를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일 뿐이다. 어찌되었든 2라운드에 접어들 사립학교법 공방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 첫째, 사학비리는 정말 2%뿐인가? 2%밖에 안되는 비리사학 때문에 사유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이질적인 존재인 전교조 성향의 이사가 들어와 학교행정을 농단할 것이라는 주장은 단골메뉴였다. 지금까지 교육부의 사립대학 감사인력이 10명이 채 안되어 전체 사립대학중 절반이상은 설립이후 지금껏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 7년간 교육부 감사결과 51개 사립대학에서 총 3천672억원의 손실(횡령 또는 부당집행)이 적발되었다. 이뿐인가? 이사장의 친·인척이 53%의 사립학교에 이사로 재직하고 있고, 전체사학의 17.4%가 이사장의 친·인척을 학교장으로 임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비리사학이 단, 2%라니요? 둘째, 전교조 교사가 이사가 될 확률은 0%인데 어떻게 전교조 교사가 이사회를 장악하나? 전국의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은 11만7천226명이고 그 중 전교조 교사는 고작 5.58%이다. 교원위원중의 단 15%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교사는 해당 학교법인의 이사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법에 명시되어 있어(사립학교법 제23조 제2항) 이사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학교의 교원을 해당 사학의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해야 한다. 개정된 사학법에 따르면, 학교운영위원회는 ‘전체 이사 7명 중 4분의 1’의 2배수, 즉 4명의 이사를 추천하게 되어 있는데, 전교조 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학교운영위원의 약 5.6%이니 전교조 소속의 교사가 추천하는 이사 후보는 1명도 아닌 고작 0.2명(4X5.6%)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사학법인 이사회는 이렇게 추천받은 4명의 이사들 중에서 2명만 이사로 임명하기 때문에 결국 전교조 교사가 추천한 인물이 이사로 들어갈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셋째, 사정이 이러할진대 사학법 개정의 본뜻이 정권재창출 의도라고 주장할 수 있나? 개방형 이사제가 도입되면 지금까지 가족장사로 운영해왔던 학교를 더 이상 폐쇄적이고 독점적으로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 아닌가? 산상회담의 합의대로 사학의 전향적 발전과 효과적인 사학비리 근절을 위해 진짜 제대로 된 사립학교법이 절실하다. /안 민 석 국회의원(열린우리당 오산)

천자춘추/불이 난 집 이야기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어느 교우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래 전 이웃집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데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더란다. 처음에는 별로 관심 없이 들었는데 점점 크게 들리더니 그 소방차가 자기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들어 오더란다. 바로 같은 동 위층에서 불이 난 것이었다. 이들은 허둥지둥하며 나오면서 각자 가장 귀중한 것만 가지고 나오기로 했고, 얼마 후 각자 들고 나온 물건을 쳐다보면서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들은 모두 웃으면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갖고 나간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분은 그때 “자신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필자는 이 얘기를 아주 의미 있게 들었다. 혹시 지금 당신에게 1분밖에 시간이 없고, 당장 피난을 해야 한다면 무엇을 갖고 나가겠는가. 또 다른 여자분이 자신의 시어머니 이야기를 들려줬다. 시어머니가 정월달 교회를 다녀오시는데 시어머니 동네 근처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쯧쯧 이 추운 겨울날 어느 가정에 불이 났나”고 말하며 와 보니 근처가 아닌 바로 당신 집에 불이 나고 있었다. 깜짝 놀라 뛰어 들어가 보니 아이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은 며느리가 정전으로 촛불을 켜놓은 채 깜빡 잠이 든 새 촛불이 넘어지며 옆 커튼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그때 우리 시어머니가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큰며느리 어깨에 덮어 주시며 “애야 감기 들라”란 한마디밖에 하시지 않으셨단다. 오랫 동안 그 집안에 당신이 아끼는 많은 것들이 있었지만 시어머니가 가장 아끼는 건 바로 며느리였다. 불이 났을망정 가장 소중한 건 며느리와 손자였다고 나중에 고백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옆사람을 한 번 바라보라. 돈 때문에 종종 옆사람에게 상처를 입혔거나, 돈으로 이웃을 평가하지는 않았는지, 때로는 물건보다 하찮게 여길 때는 없었는지 말이다. 누가 접시를 깨뜨리면 “얼마짜리인데 깨뜨려”라고 말하며 구박하는 분은 없을줄 믿는다. 우리가 만약 자동차 사고를 내고 왔는데 “보험료 올라가겠네”가 아니라 “다친 데가 없어 감사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가를 느끼며 살 수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사람이다. 예수님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온 천하보다 귀중한 것이 한 영혼이다” 오늘 이렇게 고백해보자. “당신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권 영 삼 수원 영은교회 목사

천자춘추/새해에는 팔당호의 철망을 걷어내자

설 연휴가 끝났다. 모두들 차분하게 생업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지만 광주를 포함한 팔당호유역 7개 시·군은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팔당호가 수도권 2000만 시민들의 식수원이고 따라서 팔당상수원의 수질을 1급수로 보전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팔당호유역 7개 시·군 주민들이 지난 30년동안 받아온 고통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돌이켜 보면 이제까지 정부는 팔당호의 수질을 보전하기 위해선 팔당호유역 개발을 일절 허용해선 안 된다고 믿어온 것 같다. 아니 단순한 개발억제차원이 아니라 있는 사람도 살기 어렵게 만들어 모두 떠나길 원해온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정부의 이러한 자세는 팔당호 주변에 철망을 쳐놓고 접근조차 불허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잘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팔당호유역 시민들이 팔당호를 바라보며 ‘팔당호가 고맙다. 우리가 팔당호 때문에 잘 살게 되었다’고 생각할 때 팔당호 수질이 지켜지는 것이지, 팔당호를 바라보며 ‘팔당호가 원망스럽다. 팔당호때문에 우리가 못살게 됐다’고 생각하면 팔당호 수질이 1급수로 개선되는 건 정말 요원하기 때문이다. 수질을 오염시키는 것도 사람이지만, 수질을 개선하고 지켜내는 일도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지난 30년동안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규제를 다 동원하고도 팔당호를 1급수로 만들지 못한만큼 정부는 이제 정책방향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단순한 규제일변도가 아니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팔당호유역 7개 시·군에게 수질관리목표를 주고 그것을 지키는 범위에서 각 시·군이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개발을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팔당호유역 시민들이 팔당호의 주인의식을 갖고 수질관리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 차원에서 빼앗아간 팔당호를 시민들에게 돌려줄 것을 정부에 호소한다. 그리고 상징적인 첫 조치로 팔당호를 둘러싸고 있는 흉물스런 철망을 걷어내고 대신 자전거도로를 겸한 마라톤코스를 만들어 줄 것을 제의한다. 새해를 맞아 수질오염총량관리제 전면 실시와 함께 불합리한 중복규제들이 개선돼 팔당호유역 180만 시민들이 자주적이고 자족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해 본다. /정 진 섭 국회의원(한나라당·광주)

천자춘추/대통령의 남자

역사를 재구성한 고전 영화 ‘왕의 남자’가 국민들을 새해 벽두부터 호탕하게 웃게 하고 있다. ‘왕의 남자’보다 포문을 일찍 열었던 영화 ‘태풍’이나 ‘킹콩’, ‘나니아 연대기’ 등 블록버스터들을 제치고 신선한 소재와 연출력 등으로 우리 땅에서 우리 배우들로 고전 풍속을 재구성, ‘우리네 놀자판’을 재생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필자는 일행들과 잠시 일상을 접고 ‘왕의 남자’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갔다. 영화는 민초들과 뒹굴며 권력층들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것을 일삼던 사당패 광대들이 우연한 기회에 연산군의 눈에 들어 권력암투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광대들은 왕과 권력층을 비웃고 동성애관계에 놓인 공길이란 여장남자를 통해 ‘권력의 놀음과 놀이’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이는 최근 청소년 동성애 문제와 맞물려 시대를 달리하는 ‘개인적 의식’의 관계로 접근하기도 한다. ‘왕의 남자’와 같이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닌 고전 영화는 사실에 근접하지 않아도 되지만 역사적 사건을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 영화로 재구성할 때는 영화가 담고 싶어 하는 현실적 시대상이 있게 마련이다. ‘왕의 남자’에 나오는 주인공 ‘공길’이 그것이다. 공길은 ‘조선왕조실록’이나 ‘연산군일기’ 등에 한차례 나오는 실존인물로 왕실 광대로 왕의 총애를 입고 종4품 벼슬을 했다. 천민 출신 공길은 논어(論語)를 읊조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 임금이 임금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으니 비록 곡식이 있더라도 내가 먹을 수 있으랴’고 말하니, 왕이 분노해 공길의 신분을 박탈하고 유배했다는 기록이 ‘왕의 남자’의 오브제(Objet)로 작용했다. 결국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된 ‘왕의 남자’에 등장하는 광대들이 왕과 권력층을 조롱하며 신명나게 벌이는 놀이판을 통해 관객들은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현실 속에서 풍자와 해학을 발견하며 대리만족을 얻고 있다. 당시 왕의 성은으로 천민에서 종4품 벼슬에 올랐던 공길이 목숨을 걸고 폭군 연산군에게 백성들을 위한 성군이 돼주길 바라며 꾸짖었다. 이처럼 현재 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국민들을 위한 바른 귀와 소리가 되어줄 충신이 없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왕의 남자’가 끝나고도 한참 관객들이 떠나간 자리에 혼자 않아 광대 공길을 떠올렸다. /권 성 훈 시인

천자춘추/새해 아침을 뜻 깊게

이틀만 지나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입니다. 며칠전 딸아이가 “아빠 2006년의 1월 1일은 벌써 지났는데 1월 29일(설날) 밑에 작게 써 놓은 1월 1일은 또 뭐예요?”하고 묻더군요. 이리저리 자료를 찾아가며 중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양력과 음력에 대해 다소 어렵지만 한번 짚고 넘어가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어 이해가 가능하도록 간단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양력은 태양의 운행을 기준으로 만든 역법(曆法)으로 BC 18세기경 이집트인들은 1년을 365일로 하고, 이것을 30일로 이루어진 12달과 연말에 5일을 더하는 식으로 달력을 만들었으나 그 후 태양의 관계를 좀더 자세히 관측하여 1년이 365.25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4년마다 1일을 더하는 윤년이 생겼고, 1582년 다시 1년의 평균길이를 365.2425일로 하는 그레고리력(현재 양력의 기원)이 생겨나 현재에 이르렀다. 반면 음력은 달의 삭망주기(朔望週期)를 한달의 기준으로 하는 역법(曆法)으로 태음태양력(太陰太陽曆)을 말한다. 태음태양력에서는 간간이 윤달을 둠으로써 역일과 계절이 많이 어긋나지 않게 하였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음력, 즉 태음태양력이 쓰이지 않지만, 민간에서는 여전히 양력과 음력을 쓴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이래 중국 역서를 수입하여 사용했고 조선 세종 때는 원나라에서 만든 수시력(授時曆)을 교정하여 사용했으며, 효종 4년(1653) 시헌력을 반포함에 따라 역법 체계는 서양식으로 바뀌었는데 처음으로 양력이 도입된 것은 100여 년 전인 1896년 고종의 조칙에 따라 음력 1895년 11월17일을 양력 1896년 1월1일로 정해 처음으로 그레고리력을 채택하고 ‘건양원년(建陽元年)’이라는 연호를 제정해 사용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전까지 음력을 사용했으나 현재는 양력만 사용한다. 이슬람 국가는 양력과 함께 헤지라 달력을 사용한다. 이슬람 국가의 달력은 현재도 과학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종교 지도자가 달의 모양을 보고 결정해 나라마다 조금씩 달력이 다르다. 인도, 미얀마, 태국 등도 자체 달력을 사용하며 그 외 대부분의 나라들은 양력을 사용한다. 이렇듯 우리가 새해 아침을 두 번 맞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닐까요? 이번 연휴가 좀 짧더라도 지난 신정에 미뤄 두었던 부모님을 꼭 찾아뵙고 못 다한 효도도하고,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한 번쯤 더 돌아보는 뜻 깊은 설날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정 상 훈 수원여대 대외지원처장

천자춘추/존 스쿨의 백기

요즘 전국의 보호관찰소들은 성구매자에 대한 재범방지교육프로그램인 ‘존 스쿨 프로그램’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처음 8명이 교육을 받은 이후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수원보호관찰소 등을 통해 3천200여 명이 ‘존 스쿨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매매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새로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은 오히려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문화와 성매매행위를 오락이나 유희 또는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 등으로 생각해 오던 그간의 의식과 행동을 바꿔 보자는 것이다. 교육은 8시간동안 각 지역 보호관찰소에서 받으며 남성 중심으로 왜곡된 성에 대한 인식을 교정하고 성매매 범죄성을 일깨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및 성병 예방교육, 성매매 습관성 단절을 위한 자기통제기능 확대방안, 가정의 소중함, 성매매 폭력성과 반인권성 등이다. 탈 성매매 여성을 강사로 초빙, 성을 매매할 때 인간으로 느끼는 수치감이나 모멸감 등을 성구매자들에게 공감하게 해줘 피해여성 입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방식도 병행된다. 존 스쿨은 지난 9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민단체인 ‘세이지(SAGE)’가 성 관련 범죄자들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세이지’란 단체를 설립한 노마 호탈링은 어린 시절 성 학대 희생자였고 성매매 여성이었다. 그녀는 샌프란시스코 주립대에 입학, 난관을 극복하고 졸업한 뒤 이 단체를 설립하고 전문적인 존 스쿨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존 스쿨이란 명칭은 대부분 성구매 남성들이 자신의 본래 이름 대신 가명인 존(John)을 사용한데서 유래됐다. 교육받은 성구매자들은 “구시대 접대문화와 향락문화, 어두운 밤문화 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고 성매매의 범죄성과 반인권성 등에 대해 인식을 새로 갖게 됐다”고 토로한다. 존 스쿨 교육은 인권의 사각지대인 음습한 집창촌 울타리 속에서 윤락이란 낙인 속에 억압됐던 성매매를 사회와 법이란 햇빛 속으로 끌어내고 있다. 혼외정사로 가정불화 주범이 될 수도 있는 성매매제도를 인권의 뭇매 속에 내던짐으로써 가정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그릇된 성문화를 불식시키고 사랑과 인권이 숨쉬는 건전한 성으로 자리를 매김, 올해는 교육생이 없어 백기가 휘날리는 존 스쿨을 소망해 본다. /임 종 호 수원보호관찰소장

천자춘추/글로벌 인재 육성위한 국외활동

김진춘 경기도교육감은 1월초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의 주요 목적은 국제협력을 통한 글로벌 인재 육성방안의 일환으로 호주와 뉴질랜드 등지 대학 및 교육청과 학생·교사들의 상호교류방안을 협의하고 우수 원어민 보조교사 공급과 영어교사들의 질 높은 해외연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하는데 있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뤄진 애들레이드대 방문에선 다양한 협력분야에 대한 진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영어교사 해외연수 효율성을 높이고 애들레이드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졸업자들이 한국의 초·중·고에서 영어보조교사로 일할 수 있도록 상호협력을 다짐하는 양해각서 서명 및 교환이 있었다. 남호주에서 제일 우수한 대학에 속하는 애들레이드대는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일하게 된 것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시하고 앞으로 협력 분야를 더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남호주교육청과는 그간에 이뤄진 다양한 교류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학생 및 교사 교류방안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크래퍼스초등학교, 호주과학수학고교 및 노우드고교 등의 방문을 통해 호주 교육에 대한 이해를 높였고 학생과 교사들이 더욱 활발한 교류를 희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현지 학교 6곳과는 올해 학교간 자매결연을 통해 양국간 학생교류를 추진하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지 교장 및 교민회의 교육분야 종사자들에게 경기도교육청의 ‘희망 경기교육’과 글로벌 인재 육성방안 등을 설명하고 원어민 채용 및 학생교류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도 당부했다. 노우드고교의 국제교환학생들을 위한 외국어교육프로그램 운영방법은 경기도교육청의 국제학교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벤치마킹하는 기회도 마련했다. 특히 호주 및 뉴질랜드의 대학과 유대관계가 전혀 없는 경기도교육청이 애들레이드대 및 오클랜드대 등과 앞으로 원어민 보조교사 채용, 학생·교사교류, 교사 연수 등에 대해 적극적인 상호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점은 글로벌 인재육성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 영 순 경기도교육청 교육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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