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망각

망각은 인간에게 준 신의 선물중 아주 귀중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사람에게 망각이 없다면 살아가는데 많은 불편이 따를 것이다. 망각의 기능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괴로움도 슬픔도 잊게 되고 원한 맺혔던 사람들과도 정상적인 관계를 회복하며 살아가게 된다. 개인적인 삶에서의 망각은 피할 수도 없고 각자 적응하며 살아가지만 공적관계 또는 사회적, 조직적 일들마저 망각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사생활에서도 기억해야 할 가치있는 사건들은 기록으로 남기거나 후대에 전해주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권력자가 자신의 과오를 감추고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사실들을 왜곡하여 기록을 남기려는 것을 막기 위하여 사가들의 처절하리만큼 어려웠던 삶의 이야기들을 우리는 종종 듣게 된다. 일본의 교과서 왜곡은 자기 조상들의 과오를 후세들에게 감추기 위한 비겁한 잔꾀며, 중국의 역사왜곡은 향후 세계적인 거대국가를 꿈꾸며 역사부터 유리하게 각색하려는 엉큼한 속셈이 보이는 작업이다. 망각은 순기능적인 역할만을 갖는 것은 아니고 역기능적인 역할도 생각보다 많이 갖는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 역사 바로 세우기 또는 과거사 정리 등 사람들의 망각의 창고에 쌓여있는 기억들을 들춰내느라 시끄럽다. 이러한 망각의 역기능을 조금이나마 보완해주는 곳이 바로 박물관이다. 필자가 박물관에 처음 부임했을 때 선임 하셨던 분이 야외전시장 증기기관차 안내판에 “1942년 경성공장에서 제작되어 청량리~부산간 운행되었다”는 내용 중 ‘청량리~부산간’의 오류를 ‘서울~부산간’으로 바로 잡았다며, 당시에 경부선 아닌 청량리~부산간 열차가 있었겠느냐는 주장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었다. 그 후 옛날의 열차시각표를 보다가 아차 했다. 그 당시의 시간표에서 부산역 08시 30분 출발 청량리역 22시10분 도착, 청량리역 07시45분 출발 부산역 21시 16분 도착하는 열차가 있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결코 역사는 확실한 증거 없이 추정이나 판단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큰 교훈을 얻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정확한 기록을 남기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전쟁을 마치 영화 속의 게임처럼 생각하는 세대에게 전쟁의 참혹상을 알려줄 책임도 전쟁을 겪고 망각해가는 세대들에게 있는 것이다. 망각의 역기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오직 정확한 기록의 보존뿐이다. 옛것을 새것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은 좋지만 옛것에 대한 기록은 소중히 보존되어야 한다. /손 길 신 철도박물관장

천자춘추/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기

얼마 전 갓 결혼한 후배에게 남편이 가사일을 많이 도와주느냐고 질문했다가 이런 대답을 듣고 새삼 깨달은 바가 많았다. 후배 왈, 자기네 부부는 서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사일을 함께 나누어 한다면서, 남편이 가사일을 도와준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 졌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편이 가사일에 참여할 때 도와주는 것이므로 고맙게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실상 이는 가사일이 여성(주부)의 고유역할이라는 고정관념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가사일은 가정을 이루고 사는 가족원 모두와 관련되므로 분명 가족 모두의 공동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가족원 중 주로 가정에 머무르는 사람이 가사일을 많이 할 수는 있으나, 가족원 모두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서로 나누어서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실을 보면 가사일은 아내의 취업여부에 상관없이 여전히 여성의 몫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맞벌이 가구의 하루 평균 일하는 시간(경제활동)이 여성(아내)은 5시간 14분, 남성(남편)은 6시간 34분으로, 남성이 하루에 1시간 반 정도를 더 수입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이는 여성들이 비정규직, 파트타임으로 고용된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들 맞벌이 부부가 가정관리와 가족보살피기에 참여하는 시간의 경우, 여성이 3시간 28분, 남성이 32분으로 아내가 남편보다 하루에 약 3시간쯤 더 가사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맞벌이가 아닌 가구에서 남편이 가사일에 참여하는 시간은 31분으로 나타나, 아내가 전업주부이건 취업하여 일을 하고 있건 상관없이 남편들의 가사일 참여시간은 30분정도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취업한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데 있어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 하겠다. 문득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표현이 생각났다. 가족은 사랑으로 맺어져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사랑하므로 서로 도와야 한다. 이제 가사일은 여성들의 고유역할이기 때문에 남편들이 가끔씩 도와주는 차원이 아니라 가족원 모두의 일이라는 인식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박 숙 자 도가족여성개발원장

천자춘추/사회양극화와 ‘학력유전’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사회의 현실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기회가 결정되고, 사회 양극화 현상이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져 부(富)의 학력유전이 악순환 되고 있다. 지난 7일 2005 전국 교육연구소 네트워크 세미나가 ‘사회양극화 경향과 교육격차 해소 방안’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여기에서 고려대 김경근 교수(교육학)가 발표한 ‘한국사회의 교육격차’를 살펴보면 수학능력고사의 평균이 강남-지방 읍면학생 사이에 43점차가 나타나고 있으며, 서울지역 내에서도 강남과 비강남 지역의 점수 격차가 32점에 이르고 있다. 이는 대학 입학시험에서 가장 결정력이 높은 수학능력고사에서 지역과 계층 간의 교육격차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또 7월28일 김현진 중앙고용연구원 선임연구원이 2003년 중·고생과 대학(원)생 등 1천198명을 대상으로 가구 소득별과 부모의 학력별, 거주 지역별로 월평균 사교육 지출을 조사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의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0만원 이상이 거의 절반이나 됐다. 반면 비강남권은 50만원 미만이 84.5%로 대조를 보였다. 이와 같은 연구는 부모의 학력·소득수준이 자녀의 학력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른바 ‘학력유전’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잠재적 능력을 계발하여 그 결과로써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여 개인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에 핵심적인 요인이 된다. 그러 하기에 그 접근 기회나 과정에서 구성원 모두에게 적절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다양한 개성에 적합한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사회가 계층 간 지역 간의 교육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경비 보조금의 격차가 서울의 경우에도 강남과 강북지역의 차이가 매년 수십억 원에 이르고 있는 모순된 상황을 시급히 바로잡기 위해서 가칭 ‘교육격차 해소와 교육복지 실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여야 한다. 아울러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순위 11위에 맞는 국가부담 교육재정(OECD평균 5.2%. 한국 GDP 4.1%) 확충과 최근 3년간 국립대 등록금 인상률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두 배에 이르고 있는 등록금 천만원 시대에 대한 대책, 그리고 OECD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는 사교육비(연 24조~42조원)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아울러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박 석 균 전교조 경기지부장

천자춘추/미술인과 미술인회관

작열하는 여름은 이제 한풀 꺾여 맑은 가을 하늘이 유난히 상큼하다. 그래서 더더욱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말들이 인간다운 삶에 대한 글로 가득한 것 같다. 각 분야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대안공간 눈을 운영하는 나로서는 자주 접하는 문제 중에 하나가 ‘미술인회관’이다. 미술하면 으레 미술관이나 갤러리이지, 미술인회관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술인회관을 언급하기 이전에 수원에 미술관이 몇 개며, 전시공간이 몇 개며, 하는 이야기만 무성하다. 그러나 정작 미술인을 위한 미술인회관은 있는가. 모든 분야에 있어 복지에 대한 부분은 당연시 되고 있는 데 미술인은 그 문제에 있어서 미술관으로 대체되는 현상이 있다. 미술관은 전시공간과 전시자, 관람자를 위한 공간이지 미술인을 위한 복지공간은 아닌 것이다. 미술전문자료실, 토론장, 회합장소, 전시장소, 휴게공간, 레크리에이션공간(인터넷방, 체육시설, 피로연장 등) 등 정말로 미술인들을 위한 복지 공간이 있는가를 생각이나 해보았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인구 100만이 넘어선 수원에 미술인은 얼마나 될까. 단체에 접하고 활동하는 작가만해도 최소 300~400명이 넘는 데 동호인, 미술 관련 교육생, 문화강좌 수강생, 애호가, 관련사업 등 직간접으로 미술에 관련되어 있는 사람은 체육과 마찬가지로 대다수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미술인에 대한 복지는 거의 전무한 형편이며, 대부분 미술에서의 복지가 아닌 부업으로 인한, 아니면 타직업에 대한 복지를 향유할 뿐이다. 미술인들이 모여 토론하고 공부하며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인지할 때 비로소 작가들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추진해야 할지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창작을 한다는 것은 시대를 앞설 수 있는 사람들의 집합체이며 생각의 공백을 메워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시점에서 본다면 건강하고 바른 생각을 도출할 곳이 필요하며 만남의 장소가 필요하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은 관광, 문화의 메카로 부상하기에 충분하며 그에 걸맞는 작가들의 구심처를 확보하여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지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도 선진문화를 지향하는 마인드가 아닐까. /김 정 집 대안공간 눈 대표

천자춘추/떡 해먹는 세상, 떡 해먹는 집안

우리 속담에 ‘떡 해먹는 세상, 떡 해먹는 집안’이라는 말이 있다. 궂은 일만 생기고 마음이 흐트러져 화합하지 못하는 집안(세상)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舊안기부 미림팀에서 불법 도청한 이른 바 ‘X파일사건’으로 연일 시끄럽다. 이 X파일사건은 YS정부에서 이루어진 대기업과 정치권을 대상으로 하는 비밀도청으로 불거져 모 시민단체에서 X파일의 정치인과 소위 떡값을 받았다는 공무원들을 고발하였다. 평소 불법도청을 없애라고 소리 지르던 일부 시민단체 사람들이 이번 불법도청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웬일인지 고발도 하지않고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더니 어느 날 김승규 국정원장이 “DJ정부에서도 불법도청이 이루어졌다”는 발표를 하자 어느 순간 화두는 DJ정부의 불법도청 쪽으로 옮겨갔다. DJ가 분노하며 입원하자 돌연 여당정치권에서는 김 국정원장을 몰아세우는 모습이다. 여기에 모의원은 X파일에 등장하는 떡값받은 공무원들의 실명을 국회법사위원회에서 면책특권의 그늘에 의지하여서 공개하였다. 시민단체에서 고발한 것을 마치 확인사살이라도 하는 냥 공개하는 모습이 보도되고 있으나 역시 불법도청한 당사자들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 각자가 본질적인 부분인 불법도청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자기 입맛에 맞는 부분만을 찾아 10년 전의 사건을 재단하고 있다. 언제부터 정보기관의 불법도청에 대해 그렇게 너그러워졌는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은 말이 아니다. 금년 상반기 경쟁국인 중국(16%), 일본(14%), 미국(8.8%)이 고도의 성장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투자율이 감소(-2.8%)되었다고 한다. 금년 상반기 개인파산 신청건수가 1만3천931건으로 작년보다 (1만2천317건) 증가하였다고 한다. 경쟁국들이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데 반하여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답보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미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의 대상도 될 수 없는 불법도청사건에 빠져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100년 가까이 된 과거 일제시대의 반민족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을 한다고 한다. 이미 수십년 지나간 흘러간 시대의 반민주행위에 대해서도 조사할 모양이다. 우리도 이제는 미래를 내다보고 뛰어야 한다. 이제는 과거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이제는 “떡 해먹는 나라” “떡 해먹는 집안”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고 조 흥 국회의원(포천·연천)

천자춘추/물류허브의 길

중국 상해항은 올해 컨테이너 1,800만TEU를 처리할 것으로 전망돼 싱가포르항과 홍콩항을 바짝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양산심수항 1단계5선석이 개장할 경우 환적화물의 처리가 가능해져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북3성과 함께 북중국 청도·천진·대련항도 대대적인 항만개발이 이루어져 북미 및 유럽항로노선을 향한 직기항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제 인천항은 평택항과 역할을 분담하면서 이들 북중국항만과 가까운 입지를 활용하여 21세기 중국을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세계일주의 기간항로에 포함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또한 남북간 경제협력이 증대됨에 따라 북방교역의 중심이자 통일을 준비하는 전초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배는 화물을 찾아간다는 평범한 진리속에 중국에 비해 물동량증가, 항만개발의 규모와 속도에 열세를 면치 못하는 인천항이 동북아 물류허브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안이 있을까?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수도권 화물이 중국 대련항 등에서 환적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 어떠한 전략이 필요한가? 첫째, 다음 운항스케줄에 차질이 없도록 정시성이 확보되고 언제 어떠한 화물도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항만인프라와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둘째, 수도권에 제조업체의 이탈현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경쟁력이 떨어져 이탈이 불가피하다면 그 자리를 아파트나 공원으로 메우는 대신 좀 더 부가가치 있는 업종으로 전환하여 산업이 살아남아 기본적인 물동량이 발생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경쟁항만에 비해 저렴한 비용은 물론 항만의 24시간 운영체제와 함께 생산성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첨단화해야 한다. 인천항 항만노무공급체제개편은 항만환경의 변화를 통해 중국항만과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중국출장시 “한국이 부자나라이기 때문에 한국을 좋아한다”는 조선족 가이드의 말이 생각난다. 이 시대에 사는 노사, 국민과 정부는 전략적 사고로 부강한 조국을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 선진조국은 지혜로운 국민만이 향유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황 치 영 인천항만물류협회 이사장

천자춘추/해방의 선구자 톨스토이

사회주의혁명 전야 격동의 시대를 온 몸으로 부대끼며 살았던 러시아 대문호이자 무한한 인류애(人類愛)실천자 톨스토이, ‘가장 위대하고 심오한 진리는 가장 단순하고 소박하다’는 진리를 간파했던 톨스토이,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조선침략에 반대했던 세계의 양심 톨스토이, 가장 위대하면서도 가장 소박한 삶을 살았던 톨스토이가 한국인 앞에 섰다. 2004년 12월 10일부터 140일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톨스토이전은 생전의 그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가 작품 활동을 하며 썼던 친필원고가 러시아를 떠나 일반에게 공개되기는 그 전시가 세계 최초이기에 톨스토이의 체취가 더욱 물씬 풍겨나 한국인에게는 큰 축복이었다. 톨스토이전은 친필원고 외에도 에디슨이 선물한 축음기, 육성테이프 등 국보급 유물 600여점이 공개되어 러시아 대문호이자 세계의 양심으로써 19세기에서 20세기 초를 소용돌이 속에서 살다 간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그는 명문 귀족이었지만 항상 인간애를 몸소 실천하는 노력을 통해 자기를 완성하려는 소박하고 검소한 모습과 생애 전반을 생생히 비춰주었다. 톨스토이가 직접 썼던 책상과 문방구류 유품 등 집필실을 재현, 그가 밤새워 원고지를 써내려가며 고뇌했을 모습들이 어렴풋이나마 눈에 잡혔다. 여기서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등 주옥같은 명작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지며 숙연해졌다. 그는 1863년부터 69년까지 나폴레옹 전쟁을 배경으로 한 불후의 명작 ‘전쟁과 평화’를 탄생시켰다. 원제는 ‘전쟁과 민중’이었다. 전쟁의 주체는 민중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를 쓴 후 인생의 대 전환점을 가져왔다. 1873년부터 1875년까지 종교적 방황을 겪던 톨스토이를 구원한 것은 민중의 소박한 신앙과 사랑이었다. 그는 노자와 불교를 비롯한 동양 사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는데 무위와 선의 실천이 바람직한 삶의 자세임을 주장했다. 톨스토이의 ‘자성하라’ 논설 친필원고(1904년) 팸플릿 앞에서는 일본의 조선침략을 질타하는 세계의 양심을 읽을 수 있었다. 일제의 한반도 침략이 노골화하자 그는 일본제국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 일본 천황에 대해서는 “깊이는 없으면서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조롱했으며, 조선침략을 주도한 이토 히로부미를 “타락하고 무도한 인간”이라고 평했다. 톨스토이전은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한번쯤 나를 되돌아보게 하면서 그동안 부끄럽지는 않았는지 묻게 했다. 톨스토이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우리에게 몸소 실천을 통해 가르쳐준 영원한 스승이었다. /홍 사 광 (사)한국사회문화연구원 이사장

천자춘추/청소년 생활체육캠프를 마치며

지난 8월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우리 협의회에서는 도내 중·고교생 606명이 참가한 가운데 1, 2차로 나눠 포천시에서 ‘2005 청소년 생활체육캠프’를 개최했다. 한 회에 300명씩 불과 1박2일에 걸친 짧은 시간이었지만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래프팅과 수상물놀이, 레크리에이션, 캠프파이어 등을 실시하고 처음 만난 낯선 친구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특히 그 어느 레포츠보다도 협동심과 모험심을 요구하는 한탄강에서의 래프팅은 더없는 좋은 추억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보트를 타고 급류를 헤쳐나가는 래프팅은 팀원 모두가 단합된 힘으로 물살을 헤쳐나가야 무사히 항해를 할수 있는 데, 다행히도 캠프참가 청소년들은 3시간 가까운 험난한 물길을 서로 격려하고 합심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목적지에 도달했다.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모두가 이번 래프팅이 처음이어서 이들의 무사 항해에 대해 담당 교관도 놀라는 표정이었다. 또 저녁 식사후 가진 ‘친교의 밤’을 겸한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는 젊은이들만이 지닌 ‘끼’와 ‘열정’을 마음껏 발산하는 모습이었다. 캠프 입촌식 때만 해도 서로 처음 대하는 얼굴들이라서 그런지 낯설고 어색해만 보였으나 낮시간의 험한 래프팅과 수상물놀이 등으로 어느새 친숙해진 청소년들은 전문 가수와 댄스그룹을 연상하리 만큼 화려한 율동, 뛰어난 가창력을 과시하며 여름밤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필자는 ‘청소년 생활체육캠프’의 1박2일 여정을 함께 보내면서 우리들의 미래인 청소년들로부터 희망과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언론 매체들을 통해 쏟아지는 청소년들의 비행과 나약함에 많은 실망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캠프를 함께 보내며 느낀 것은 비행과 나약한 모습의 청소년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뿐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그들만의 확고한 주관과 도전의식, 그리고 추구하는 밝은 미래가 있다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호연지기를 누리는 젊은이들의 밝은 모습은 우리 기성세대들이 닦아놓은 반석위에 더 발전하는 미래를 건설하리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청소년들이 꿈을 펼치고 모든 일에 주저없이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우리 미래에 대한 투자이자 반드시 기성세대들의 관심과 격려, 든든한 후원이 함께 해야 그 꽃을 피울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청소년, 여러분이 있기에 조국의 앞날은 더욱 밝습니다. 청소년 여러분 파이팅! /함 홍 규 道생체협 사무처장

천자춘추/얽히고 설킨 세계경제

<사례1> 지난달 말 중국이 위안화의 대미달러 환율을 2.1% 절상하는 한편, 환율을 ‘달러화에 대하여 고정’하던 종전의 방식에서 ‘일정범위 안에서 통화바스켓에 대하여 그때그때 변동시키는’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자국의 대규모 경상수지적자 원인을 위안화의 인위적인 저평가에서 찾고 있는 미국의 압력이 배경이었다. 이러한 위안화 조치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의 금융시장을 즉각 술렁이게 하였을 뿐 아니라 향후 국제원자재시장 및 상품교역시장에도 대단한 파장을 미칠 사건으로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몇 년 전 중국이 위안화를 달러에 고정하기로 하였을 때 누구도 신경 쓰지 않던 사실과 비교해 보면 급성장한 중국경제의 파워를 새삼 느끼게 되고 세계경제가 그간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왔는가를 깨닫게도 된다. 이번 위안화 조치를 보는 또 다른 시각이 흥미롭다. 변동환율제로의 이행으로 위안화 시세가 앞으로 크게 오르는 경우, 미국의 소비자와 정부는 중국이 미국 국채자산 매입을 통해 제공하던 값 싼 금융지원 혜택을 지금만큼 누리지 못하리라는 이코노미스트紙의 분석이 그것이다. 위안화 시세의 상승은 중국 경상수지의 악화를 가져오고, 이는 다시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규모 감축으로 이어져 미국금리의 상승을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미국경제의 활력이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례2> 지난주 초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경기의 지나친 확장을 미리 막기 위해 페더럴 펀드금리를 3.25%에서 3.5%로 올렸다. 잠재능력을 넘어서는 경기확장은 물가상승을 초래할 뿐 아니라 성장 속도의 과도한 기복을 가져와 국민생활의 안정성이 위협될 수 있다는 정책 판단이었다. 페더럴 펀드금리의 인상 또는 인하조치는 과거에도 늘 있어왔다.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일부 기관투자가들 사이의 ‘그들만의’ 관심사에 그쳤었다. 그러나 최근의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이번과 같이 미국금리의 조정이 전망되거나 조치가 실시되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은 외국인의 투자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며, 주택담보차입금을 안고 있는 가계는 내외금리 수준 차 변화가 가져올 국내금리의 변동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기업과 정책당국은 새로운 국제금리 여건 하에서의 세계경기와 국제금융시장의 향배를 분석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한다. 어느새 경제 세계화에 대한 의식이 우리 경제 내부 곳곳에 이만큼 깊게 자리 잡은 것이다. /왕 용 기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천자춘추/준법질서확립과 구상청구

지방자치는 중앙집권화와 권위주의적인 관료주의화를 견제하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치적이념에서 지방분권형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야경국가의 차원을 넘어 무거워서 덜어내야 할 큰정부는 해방이후 자유당정권과 4·19혁명·5·16혁명·군사독재정권·제5공화국·문민정부·국민정부·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중앙집권적 형태에서 헤아릴 수 없는 시행착오와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아가는 카오스의 혼돈을 거치며 꾀쇠아비들이나 지지뱅뱅이들의 고자질과 거짓이 난무하는 공공의적들 속에서 이만큼 이라도 살게된 것이 다행스럽기도 하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도 내용과 규모는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중앙정치의 전철과 행태를 답습해 가는 부전자전의 난형난제 이기는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각급 선거에서 선출된 일부 선거직공인들이 전문성 부족이나 각종 이권개입과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와 공공행위의 적법성, 공정성, 객관적 판단을 확보하지 못한 채 항상 유권자들을 염두에 두고, 인기에만 영합하며 과욕과 이해관계에 매이다 보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이나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며, 난개발이나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만들어 국가사회의 저해요인으로 남겨지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라 하겠다. 더 큰 문제는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책임 지울 사람도 없으며, 제대로 책임을 묻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작위의무와 부작위의무를 무시해버리고 무소불위의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를 해도 퇴임하거나 임기가 만료되면 면죄가 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명확한 고의나 과실로 객관적 하자가 존재해도 대위책임으로 인정하며, 국가나 자치단체가 손해배상을 하기도 하지만 개인책임을 인정하여 구상청구를 하는 엄격한 책임소재 규명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자기가 한일에 대하여는 엄격하게 책임을 져야하며 도덕적 책임 과 양심적 책임도 함께 져야한다. 책임을 질 줄 아는 정의사회구현을 위하여 구상청구는 반드시 강화되어야 하고 퇴임이나 임기가 끝났다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아니면 않된다는 한두사람의 왜곡된 가치관으로 역사가 후퇴하고 국가사회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신 명 희 여주군의회 의원

천자춘추/해방당시의 한국철도

광복 60주년을 맞아 해방 당시 한국철도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듯하다. 해방 2년 전(1943년) 중반부터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의 전세가 기울어지기 시작하면서 모든 교통체제는 일제 침략전쟁 최후의 결전태세로 전환되었다. 당시 열차시간표 첫 페이지에는 전력증강을 위하여 일부 여객열차를 폐지하고 화물수송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구호와 함께 선별로 폐지되는 열차를 알리고 있다. 전쟁수행을 위하여 필수적인 경부선, 경의선 복선공사의 자재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광주선(광주~담양), 경북선(점촌~안동), 경기선(안성~장호원), 충남선(홍성~장항), 금강산전철선(창도~내금강) 등의 지선을 철거하여 그 자재로 충당하려는 등 비상체제였으며 철도는 만주와 중국행 군사수송, 중국과 만주로부터 일본으로 철, 석탄, 소금, 콩 등의 수송 및 주요 산업의 원료수송과 생산품 수송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당시 운행된 여객열차는 부산역의 경우 북경행 급행(49시간 5분 소요), 하르빈행 급행(45시간 25분 소요), 안동(중국)행(32시간 15분 소요), 평양행(18시간 20분 소요) 및 마산, 진주, 대구행 열차가 운행되었으며, 서울(경성)역의 경우 북경, 하르빈, 안동, 평양발 부산행 외에 목포(13시간 40분), 여수(16시간 15분)행과 수원, 천안, 대전, 정주(평안북도), 토성(개성 다음역)행이 운행되었다. 경인선은 첫차 05시 10분부터 막차 21시 40분까지 하루 10왕복이 운행되었으며 서울~인천간 소요시간은 1시간 20분 이었다. 당시 급행열차는 1등, 2등, 3등실 완행열차는 2등, 3등실이 연결되어 운행되었으며 서울에서 인천까지 2등 2원 70전, 3등 1원 20전, 부산 1등 49원 50전, 2등 31원, 3등 14원, 평양 1등 78원, 2등 49원, 3등 22원, 북경까지는 1등 223원 60전, 2등 162원 55전, 3등 79원 25전 이었다. 최근 한국은행이 펴낸 ‘숫자로 보는 광복 60년’에 의하면 당시 쌀 80㎏ 1가마가 0.2865원 이었다고 하니 이에 따르면 철도운임이 엄청나게 높았던 것 같다. 해방 당시 한국철도의 총 영업키로는 6,362㎞(남한 2,642㎞·현재 3,041㎞), 기관차 1,166대(남한 488대·현재 전동차 1,858대 제외하고 1,180대), 객차 2,027량(남한 1,280량·현재 1,717량), 역 762개소(남한 300개소·현재 636개소), 철도종사원 100,527명(남한 55,960명·2003년말 현재 31,562명)이었으며 해방되고 채 한 달도 못된 9월 11일 남북간 철도운행은 중단되고 말았다. /손 길 신 철도박물관장

천자춘추/청소교육이 노동력 부족 해결

우리나라 여성들의 애 안낳기가 심각하다. 이러한 저출산 현상은 향후 노동력 부족을 가져 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우리사회의 커다란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그래서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UNDP의 인간개발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능력개발 면에서는 남녀차이가 적은 편에 속하나 여성의 개발된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여성권한척도가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여성을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은 출산장려 못지않게 노동력 부족문제 해결에 묘수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일 수 있을 것인가? 우선 가정내에서 여성들이 맡아 온 자녀양육, 노인부양, 가사노동 등 돌봄노동을 그들이 일하는 시간동안 누가 담당할 것인가부터 해결해야 된다. 자녀양육의 문제는 지난 10여년간 정부의 보육정책 추진으로 어느 정도 제도화되었다고 보여지며, 노인부양의 문제는 고령화사회의 진입과 함께 공적 노인요양제도의 확대 등이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그런데 가사노동은 제도화하기도 어렵고 실제로 일하는 여성들의 가장 풀기 힘든 숙제중 하나이다. 출산과는 달리 가사노동은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은 여성전담 역할로 여겨진다. 최근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일하는 여성들은 주말에 쉬기는 커녕 밀린 가사일 때문에 더 피곤하다고 한다. 일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가사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족구성원 모두가 집안일을 분담하는 것 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습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문득 필자가 오래 전에 들었던 ‘청소를 통한 자녀교육론’ 강의가 생각난다. 강의 주제는 자녀를 올바르게 키우려면 어려서부터 자기방 청소를 스스로 하도록 교육하라는 내용인데, 아이의 자율성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질러 놓은 것은 자신이 치워야 한다는 책임감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정리정돈하는 습관 또한 길러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두 딸들에게 강의 내용을 실천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다. 자녀들에게 청소와 함께 먹을 것 또한 스스로 챙겨먹고 치울 수 있도록 습관화시켜 자율성을 길러준다면 성인이 되어 맞벌이 부부가 되었을 때 일과 가정의 양립은 사회제도적 보완과 함께 훨씬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박 숙 자 도가족여성개발원장

천자춘추/日, 진정한 참회와 자기반성해야

어제는 해방 60돌을 맞이하는 날이었다. 전후 60년이 지나도록 자기반성 없는 일본을 보면서 답답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일본은 패전 60주년을 맞이하여 고이즈미 총리가 과거 침략행위에 대해 다시 한번 사죄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일본국왕과 총리가 매 시기마다 사죄담화를 발표해왔지만, 그 진정성을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아마 그 이유는 말과 다르게 나타나는 행동 때문일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후쇼샤(扶桑社) 역사교과서일 것이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지난 4월 5일 일본의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주도한 후소샤출판 역사 교과서의 검정을 단행하였다. 알다시피 2001년 후소샤가 출판한 교과서는 전쟁을 찬양하고 침략을 정당화했다는 이유로 채택율이 0.039%밖에 되지 않았던 역사 교과서이다. 후쇼샤 역사교과서는 아시아 태평양 전쟁을 ‘대동아전쟁’이라고 기술하고, ‘자존 자위’, ‘아시아 해방전쟁’이라고 기술하였으며,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 하고 있다. 그리고 원폭 투하에 의한 피해의 실상을 찬미하고, ‘전쟁은 올바른 것이었다.’ 라고 가르치려는 것이 이 교과서의 최대 문제이다. 교과서는,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따라 진실이 기술되어야 한다. 역사의 진실을 왜곡해 침략전쟁을 찬미하는 교과서는 헌법 교육기본법의 평화주의와 국제 협력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21세기 미래를 사는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보고,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평화로운 일본, 우호와 연대에 넘친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에 가는 공존자로서 성장해 가는 것이다. 지난 20세기 일본이 일으킨 침략과 전쟁으로 수많은 아시아인들은 고통을 받아왔다. 이제 21세기 동북아의 평화와 공존은 과거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참회와 반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고 양국의 공통된 역사 인식 속에 새로운 역사를 쓰기로 한 프랑스와 독일을 일본은 본받아야 한다. 프랑스와 독일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그것은 침략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침략전쟁에 동조했던 세력을 청산하고 과거에 대한 진정하고 철저한 자기반성 속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야 말로 매시기마다 사죄를 반복하는 말의 성찬보다 백배, 천배 진정성을 담는 것이며 21세기 동북아의 공존과 발전을 앞당기는 것이다. /박 석 균 전교조 경기지부장

천자춘추/더블 해피

덥다고 했더니 어느덧 가을의 문턱이다. 한창 더운 팔월은 온갖 단어들을 떠오르게 한다. 휴가, 폭염, 짜증, 시원함 등등… 여름이 가질 수 있는 특색있는 말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같이 어수선하고 조금은 처진 듯한 세상 안에서 몇 년 전 네팔 트레킹 후 인도 사막을 사파리한 때가 뇌리를 스치고 간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후 우리 팀은 인도 서부에 위치한 자이셀메르 북부에 있는 삼샌드라는 곳에서 사막 사파리를 하게 되었다. 사막 사파리는 동료 3명과 같이 즐기게 되었는데 낙타는 1인당 한 필, 마부, 마부조수, 훈련용 낙타 등 총 7마리로 낙타 군을 형성하였다. 일정한 지점을 기점으로 사파리기간에 따라 원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다. 낙타에 물, 식량, 블랑킷(담요) 등을 각자의 낙타에 싣고 다니는 일종의 이동식 거주지인 셈이다. 오전에 두 시간, 오후에 두 시간쯤 낙타를 타고 이 곳 저 곳을 옮겨 다니면서 사막의 이모저모를 구경하고 마부와 조수가 해주는 음식을 먹으며 3박 4일의 여정을 보냈다. 그중에서 기다려지는 것은 저녁 때가 되면 고운 모래언덕이 많은 곳을 찾아 사구마루에 각자의 블랑킷과 침낭을 펴고 누워 온통 별과 달이 가득 메운 하늘을 지붕 삼아 잠자리를 정하는 때이다. 온돌방 같은 모래에 누워서 타원의 하늘이 눈을 가득 메울 때면 어느 틈엔가 피로가 엄습하여 저 깊은 잠속으로 아련히 빠져든다. 이른 아침 눈을 뜨면 언제나 마부와 조수는 익숙한 톤으로 “아 유 해피?”라고 웃음 띤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우리가 “아 엠 해피”라고 하면, 영락없이 “아 엠 따블(더블) 해피”하고 되받아주는 천진한 웃음은 여정의 피곤함을 말끔히 사라지게 했다. ‘더블 해피’라는 말이 주는 어감은 처음에는 어색함이 따라다녔지만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고 씹을수록 맛이 나는 어구가 되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에도 ‘더블 해피’의 추억은 가슴 속에 남아 나를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단어가 되어 아련함에 미소 짓게 한다. 문뜩 떠오르는 사막과 낙타 그리고 ‘더블 해피’, 이 더운 여름날의 시원한 생수처럼 다가온다. /김 정 집 대안공간 눈 대표

천자춘추/불법도청사건 수사는 정당한가

97년도 대선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비밀 도청팀이 삼성그룹의 불법정치자금을 전달하기 위한 모의과정을 비밀리에 녹음하였다는 이른바 ‘X 파일’ 사건이 발생하여 전국을 흔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열린우리당은 불법도청의 시기가 김영삼 전대통령 시절인 사실을 부각시키면서 당시 여당을 계승한 한나라당을 집중 비난하고 있고, 이에 뒤질세라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정작 불법도청한 장본인들은 제외하고 도청당한 관련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였다. 과거 검찰에 몸담은 필자로서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그렇고 가만히 있기도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문제는 불법도청으로 수집된 녹음내용을 근거로 도청당한 사람들의 부정을 처벌할 수 있을지 그리고 도청한 사람들을 처벌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의혹과 감정만을 앞세운다면 ‘X 파일’에 나오는 사람들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이 이루어져 불법대선자금 제공자 및 수혜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와 그 반복 규정 제14조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16조 제1호). 결국 이 법은 불법도청과 관련하여 개인의 대화비밀을 다른 무엇보다 우선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물론 불법 대선자금 행위도 입증만 된다면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지만 이번 ‘X 파일’의 경우는 좀 특이하다. 우선 미림팀에서 녹음한 ‘X 파일’의 당사자들이 저지른 행위의 대부분은 이미 공소시효가 완료되어 처벌이 불가능하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기초한 수사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X 파일’의 전체내용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노출된 행위자들만 처벌하는 것도 불합리하며, 이러한 ‘X 파일’이 공개된 동기 및 과정도 매우 의심스럽다. 물론 처벌여부를 떠나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차원에서 수사를 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으나, 처벌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는 검사에게 철저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어 검찰에 대한 불신만 조장할 것이다. 법치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의혹이나 감정만으로 불법도청으로 수집된 처벌할 수 없는 사안에까지 수사의 주체인 검찰이 나서게 하는 것이 타당한지 자문해본다. 이번 사건은 곧바로 처벌을 전제로 하는 수사에 착수할 것이 아니라 먼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하는 과정 등을 거치게 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고 조 흥 국회의원(포천·연천)

천자춘추/우리들의 자화상

공자의 말씀중에 “성실한 것은 하늘의 道요, 성실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인간의 道다”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숨가쁘게 살아가는 일상속에서도 우리들은 아침 출근길 넥타이를 바로잡기 위해 혹은 샤워나 면도를 하면서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러나 거울을 통해서 보이는 자신의 외모보다 좀더 깊이 영혼의 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들은 자신의 인연과 체성에 따라 믿음을 갖게 되기도 하며, 종교와 관계없이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하루에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의 영혼의 거울을 들여다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직장에서 사회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조차 우리는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살고 있다. 이 세상에 숨쉬며 산다는 것은 큰 축복이지만 때로는 정말 끔찍한 고통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영혼의 거울, 그 거울에는 너무 쉽게 때가 끼어든다. 그 때를 씻어내고 맑은 거울을 통해 자신의 영혼을 자신의 참된 모습을 들여다 볼 때 보이는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때로는 탐욕스럽고 이기적이기도 하나 때로는 천사와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 우리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책임이 있는 것처럼 자신의 영혼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 영혼의 양식이 되는 좋은 책을 통해서, 좋은 친구나 스승을 통해서 자기영혼을 살찌우도록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 동물처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 하루에도 몇 번씩 말과 행동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보고 자신의 영혼이 병에 찌들기 전에 그 영혼을 어루만져주고 달래주고 안식과 평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영혼의 때가 다 벗겨지고 보석같이 빛나는 경지, 사랑과 순수의 극치에 도달한 모습이 바로 그리스도이며 성인(聖人)의 모습이리라. 그러나 그 성인(聖人)의 모습들도 우리 인간의 허위의식으로 잘못 포장되어 그 진실한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 성인의 모습을 닮으려는 수많은 종교, 수많은 종교인들이 있지만 사회의 모순과 병들이 치유되지 못하고 깊어만 가는 것은 왜 그럴까? 이제 종교인들이 먼저 자신의 영혼부터 돌이켜 보아야 할 때이다. 먼저 자신의 ‘영혼의 빛’을 회복하고 주변이 저절로 그 빛에 감화되고 정화되어 이 사회가 바르게 나아가도록 해야 하리라. /황 치 영 인천항만물류협회 이사장

천자춘추/세계 문화유산과 한국문화

각 종교의 문화유산이 지구촌 곳곳에 널리 산재해 있다. 천주교 중심의 기독교는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퍼져있고, 불교는 아시아에 집중되었다. 이슬람 문화유산은 아랍과 지중해 일부, 아프리카 일부, 중앙아시아에 있다. 이러한 문화유산은 우리의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로서 지구촌이 함께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취지에 따라 세계 곳곳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8만대장경, 종묘, 경주역사 유적지구, 고인돌 유적(고창, 화순, 강화)이 있다. 세계기록유산으로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가 있고, 세계무형유산으로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가 있다. 그러나 일부 개발도상국은 개발바람을 타고 세계적으로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소실되어 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미얀마 바간(Bagan)은 세계적인 불교문화유산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도 수 많은 불교유적이 마구 훼손,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어 세계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미얀마 중서부에 위치한 바간은 고대 통일 바간왕조 수도이며 ‘탑들의 고장’으로서 세계 최대 규모의 불탑유적이 형성돼 있다. 40㎢내 2천300여기의 탑들이 모여있어 도시 전체가 불교문화유적으로 장식된 노천박물관이다. 11세기초 통일국가를 건설한 아노라타왕이 200년에 걸쳐 쌓은 탑은 5천개를 헤아렸는데, 1287년 몽골 침입으로 많은 사원이 파괴되었다. 그 후 영국 식민지 시절 문화재 약탈과 1975년 대지진으로 황폐화되었다. 미얀마 정부는 경제난을 타개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편의시설과 문화재 복원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성과 경험부족으로 졸속 개발과 발굴로 인해 오히려 귀중한 문화재가 훼손되고 있다. 유네스코 학자들은 “이것은 복원이 아니라 파괴”라고 비판했다. 유네스코는 1980년 초부터 바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 개입을 꺼리는 미얀마 정부는 유네스코가 제공하는 고고학적 지원프로그램을 거부하고 있다. 바간 지역을 돌아보면서 혹시 우리 문화재도 소홀히 취급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익산 미륵사지석탑 관계자들이 미륵사지석탑을 해체, 콘크리트로 봉합한 부분을 모두 떼어냈으나 원형을 몰라 복원에 애를 먹고 있다. 문화재는 원형대로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할 수 있다. /홍 사 광 한국사회문화연구원 이사장

천자춘추/스포츠가 주는 즐거움

스포츠는 국민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는 ‘삶의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스포츠는 크게 나눠 자신이 직접 참여해 활동하는 즐거움과 다른 사람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즐거움 등 두 가지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전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각종 체육활동에 자신이 직접 활동하며 만족을 느끼는 것으로 생활체육활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88서울올림픽 직후 ‘호돌이 계획’(1990∼1992)과 ‘국민체육진흥 5개년계획’(1993∼1997) 및 삶의 질 세계화를 위한 ‘생활체육 활성화계획’(1996∼2000) 등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생활체육은 그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특히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함께 시·도생활체육협의회가 설립돼 그동안 중앙정부 위주로 추진되어 오던 생활체육진흥전략의 많은 부분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인 생활체육협의회로 이관되었다. 일반 국민들도 경제적인 여유와 함께 개인의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체육활동에 참여하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웰빙바람’이 불면서 체육활동은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게 됐다. 생활체육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여가시간을 활용해 심신을 단련하며 땀을 흘린 뒤에 느끼는 매력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스포츠가 사람들에게 주는 즐거움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경기를 관전하며 느끼는 쾌감이다. 지난 1980년대초 프로야구를 시작으로 불기 시작한 스포츠의 프로화는 일상생활에 지친 국민들에게 또다른 ‘카타르시스’(정화작용)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자신이 직접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수 많은 아마추어 스포츠와 프로스포츠의 경기를 보며 자신이 응원하고 지지하는 선수 또는 팀의 승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지난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한국축구가 사상 첫 ‘4강신화’를 이뤘을 당시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것과, 지난 98년 박세리가 LPGA US오픈에서 극적인 역전우승을 일궈내며 IMF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있던 국민들에게 환한 웃음을 선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밖에도 국민들이 국내·외 많은 경기를 지켜보며 그에 빠져들고 환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포츠는 이처럼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 그리고 환희를 느끼게 하는 매력을 던져주고 있는 만큼 우리 모두 스포츠의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한번 빠져보자. /함 홍 규 경기도생활체육협의회사무처장

천자춘추/일자리 문제 다른 쪽에서 뛰어넘기

일자리 문제가 시대의 화두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직하지 못하거나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되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례가 우리 둘레에서 일상적으로 들린다. 또 취업 중인데도 실직의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응답하는 사람들과, 기회만 되면 지금의 일자리를 떠나고 싶다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도 심심찮게 언론에 오르내린다. 이 모든 것이 일자리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개인은 생계를 적절히 유지하기 어렵게 되는 것은 물론 자존심의 손상과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나라경제 차원에서도 일자리 부족은 문제다. 인적 자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경제의 잠재성장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업으로 인한 공동체의식의 훼손도 우려된다. 일자리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이 호조로워 노동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실업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정부가 경기진작방안에 부심하고 경기침체기에 노동조합이 사용자측에 협상조건을 양보하는 것도 기업 주도에 의한 일자리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부문을 통한 일자리 창출효과가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약해져 문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본과 발전된 기술에 의한 노동의 대체, 생산 및 관리 구조의 조정을 통한 노동의 절약, 세계화 진전에 따른 외국노동력의 자유로운 활용 등 고용시장 여건의 구조적 변화로 산업생산의 단위노동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이와 같은 일자리 축출적인 변화는 앞으로 더욱 속도를 붙여갈 전망이어서 기업부문을 통한 고용 창출 효과는 더 위축될 공산이 크다. 기업을 통한 고용창출 대책과 병행하여 다른 대책이 모색될 필요가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정부의 직업훈련, 취업알선, 노동시장정보 제공 등에 의해 이 한계가 부분적으로 보완될 수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사용자가 창출하는 일자리에 기대어 문제가 해결되는 한, 정도는 덜 하겠지만 근로자는 일자리와 관련하여 여전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사용자에 의한 일자리의 창출 효과가 근본적으로 우려되는 상황이 아닌가? 사용자와 더불어 노동자가 주도권을 쥐고 일자리 문제를 푸는 방안은 없을까? 사용자들이 탐낼만한 소양과 능력을 근로자가 갖추면 되지 않을까? 기술진보 앞에 무력해지는 단순한 업무숙련과 경험축적을 넘어, 창의와 새로움에 바탕을 둔 자질을 키우는 것이 절실하다. 이는 근로자와 예비근로자들이 명심해야 할 삶의 길이기는 하지만 일자리 문제를 다른 쪽에서 뛰어넘는 이 같은 해결을 지원하는 일은 정부의 몫이기도 한다. /왕 용 기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천자춘추/불가사의(不可思議)

세상을 살다 보면 불가사의 한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자금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등 세계 곳곳을 보고 상상하면 저런 것을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1광년의 거리는 9조4천670억㎞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우주천체의 은하계에는 2천여억개의 별들이 있고 그 별들의 거리가 가깝게는 수십 광년에서 부터 멀게는 수천광년의 불가사의한 거리에 떨어져 있다고 하니 정말 불가사의 한 자연의 현상이다. 지구 최후에 전쟁은 인간의 전쟁이 아니라 수천년 수만년 후에 영화에서만 보았던 별들의 전쟁이나 우주전쟁으로 현실화 되고 화성이나 달나라의 외계인들이 쳐들어 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부인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고 숫자의 가치로 표현 할 수 없는 것이 불가사의이다. 일 십 백 천 만 억 조 경 해 제 양 구 간 정 재 극 항하사 아해기 무량수 불가사의에 이르기 까지 인간이 표현 할 수 있는 숫자의 한계는 64자릿수에 이르며 그 이상의 숫자는 표시 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65자릿수 이상을 생각 할 수 없다 하여 불가사의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아직까지 개척하지 못한 무한한 우주과학에서 생태적으로 이어져가는 자연현상과 삼라만상의 섭리는 인간의 능력으로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우리가 모두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 사회에 불가사의 한 일들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 생각된다. 불가사의란 결국 가장 보편 타당한 상식이 통하지 아니하고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인데 어찌하여 보통사람들의 상식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불가사의 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불가사의 하다. 아랫물도 맑아야 하지만 윗물은 더욱 맑아야 하는데, 윗물쪽에서 끊임없이 흘러드는 구정물들이 온 나라를 흐리게 하고 거짓말공화국 부패공화국이라는 국가적 이미지까지 손상 시켜가고 있음은 불가사의 한 일이다. 힘없는 백성들을 보살피며 특권과 반칙과 부정부패가 없는 정의사회를 만들어 가겠다던 힘있는 분들과 가진 분들이 오히려 못된 일들만 골라서 도맡아 해가며 백성들은 정직하게 살란다. 힘없는 백성들만 불쌍해보인다. 불가사의 한 일들이 불가사의 하게 계속되면 국가 사회는 불가사의 해질 수 밖에 없음을 불가사의 한 분들은 명심해 주셨으면 좋겠다. /신 명 희 여주군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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