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유방암 발병양상은 미국이나 유럽의 양상과 조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유방암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동안 약 1만4천명의 새로운 유방암 환자가 발생했다. 10년 전인 1998년에 4천600명인 것을 감안하면 250%를 넘는 가히 폭발적인 증가추세다. 또한 60~70대에서 주로 발병하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젊은 40대에서 주로 발생하며, 점점 모든 연령에서 발병건수가 증가하고 있다.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전체 유방암에서 0기(상피내암)와 1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50%에 달하며, 유방암 수술법도 유방전절제술이 10년 전 74%이던 것이 지금은 40%로 줄어들었다. 다시 말해 최근에는 유방암이라도 유방 보존율이 60%에 이르며, 아주대병원의 경우에는 종양 성형적 수술법을 적용하여 유방 보존율을 75%까지 끌어 올리고 있다. 이는 모두 유방암 조기검진을 통해 초기 유방암으로 진단받고 치료하게 된 것을 의미하며, 유방암의 조기 발견은 고스란히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유방암 환자를 살펴보면 실제로 통증이 있는 종괴(혹)를 주로 호소한 경우는 5%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50%는 통증 없이 만져지는 종괴 때문에 병원을 찾았으며,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도 33% 정도였다. 이런 이유로 유방암은 정기검진에 의한 조기진단이 필요한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유방암학회에서는 30세 이상은 자가 검진, 35세 이상은 2년에 한번 유방전문의에 의한 진찰 및 유방촬영술을, 40세 이상에서는 매년 검사를 권유하고 있으며, 현재 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암검진 사업에서도 유방촬영을 받을 수 있다.많은 환자가 조기 검진하는 것 외에는 예방법이 없는지를 물어보는데, 사실 한국인에서 유방암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면 거기에 예방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 우리 어머님 세대의 삶을 살펴보면, 발육장애와 영양부족으로 인해 늦은 초경을 경험하고, 젊은 나이에 혼인하여 많은 자녀를 낳고, 모유 수유로 자녀를 키우게 되고, 기름진 음식보다는 채식위주의 식사습관을 가지고, 바쁘게 일하다 보니 비만해 질 겨를도 없는 그런 삶을 살아왔다. 비록 삶은 고달플지 몰라도 유방암의 발생률을 최대한 낮출 수 있는 모범적 생활패턴의 본보기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삶이 서구식 생활패턴으로 바뀌게 되면서 빠른 초경, 늦은 결혼, 출산 기피, 모유 수유 기피, 패스트푸드(fast food) 위주의 식사, 잦은 음주습관, 운동량 부족과 비만의 증가 등이 나타났고, 이는 고스란히 유방암을 발생시키는 고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여기에 현실적인 대안이 있다. 지금부터 우리의 환경을 바꾸면 좋겠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므로, 조기검진과 유방전문의에 의한 진찰을 꼭 받기를 바란다. 사진 한번 찍고 진찰 한번 받는 것처럼 쉬운 방법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김구상 아주대병원 유방암센터 교수
문화
경기일보
2010-04-06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