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을 후손들에게…’ 학술세미나

광교산의 생태 보존을 위해선 도립공원 지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광교산사랑 시민운동본부(이사장 홍기헌)가 주최하고 경기일보가 후원, 8일 오후 경기문화재단 3층 다산홀에서 ‘광교산을 아름답게 가꾸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를 주제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이재준 협성대 도시건축공학부 교수는 ‘광교산 도립공원의 의의와 보존방안’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처럼 주장했다. 이 교수는 “경기도는 심각한 녹지훼손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데도 개발위주정책이 변함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수원·용인·성남·의왕 등을 둘러싼 핵심 생태거점인 광교산(해발 582m)의 체계적인 보존을 위해 도립공원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광교산은 조팝나무와 노랑갈퀴 등 한국특산종 6종이 자생하며 소쩍새 등 천연기념물 3종과 솔개 등 환경부지정 보호 야생조류 2종이 관찰됐다. 이 교수는 광교산 도립공원 지정 의의에 대해 ▲환경자원보전 ▲문화자원 제공 ▲보전정책의 상징성 ▲경기도민의 건전한 생활환경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특히 보존방안으로 자연공원법 규정에 따른 도립공원과 개별 법률에 따른 생태계보전지역 및 자연경관지구 지정 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광교산은 여러 자치단체들로 둘러 싸여 있어 효율적 운영을 위해 도립공원 지정이 절실하지만 토지주들이 개발을 제한당하는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한 후 도립공원추진운동을 병행하는 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시민운동식 보전방안도 제시했다. 자치단체와 기업, 시민,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가버넌스(Governance)’를 통해 포럼과 전문가 워크숍, 설문조사에 의한 자문 등의 추진과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내셔널 트러스트 방안이다. 내셔널 트러스트는 자연·생태·문화유산 지역을 보전하기 위한 대안 환경운동으로 기부금을 모집해 토지나 건축물을 매입하거나 기증받아 보존·관리·공개하는 방식이다. 이날 임병호 경기일보 논설위원은 ‘광교산의 예술성’을 통해 산과 미술, 문학, 신앙 등을 다뤘으며 염상균 화성연구회 이사는 “광교산의 역사와 불교’를 통해 광교산과 인연을 맺은 역사적 인물과 문화유적 등을 조명했다. 토론자로는 정수자 시인과 강대욱 전 경기도박물관장, 장동빈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이형복기자 bok@kgib.co.kr ■인터뷰/광교산사랑시민운동본부 홍기헌 이사장 “광교산 보존은 우리들의 의무” “수원과 용인, 의왕을 아우르는 경기 남부권의 허파 ’광교산’ 보존을 위해 도립공원 지정이 절실합니다” 지난해부터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광교산사랑 시민운동본부 홍기헌 이사장(67)은 단순히 산을 좋아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광교산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위해 지난해 6월과 올해 5월, 2차례 걸쳐 ‘광교산축제’를 개최했다. 이때 광교산 숲속 음악회를 비롯, 아름다운 광교산 그림그리기, 장승 및 솟대 세우기, 야생화 심기 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올해 열린 대형 보리밥 만들기는 1천여명이 보리밥을 비벼 먹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홍 이사장의 광교산 사랑은 한 에피소드에서 잘 나타난다. 수원시가 광교산 입구에 복합건물을 허가하자 시청을 찾아가 이의를 직접 제기한 것. 시는 현재 부지를 구입해 공원을 조성 중이며, 내년 4월께 완공할 계획이다. 시민들이 몸소 나섰지만 광교산 보존을 위한 길은 멀다. 일부 휴식년제에도 폭발적인 등산객 증가로 새로운 등산로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땅이 내려앉는 실정이다. 소나무 등 수종의 감소대책 및 절과 암자 89곳, 고려궁터, 종루, 문바위, 김준룡장군 전승지 등 역사유적·유물에 대한 보존도 과제다. 여기다 도립공원을 위해 광교산의 70%가 넘는 사유지에 대한 보상문제도 남아 있다. 홍 이사장은 “아름다운 광교산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佛 신구상미술 대표주자 ‘프로망제’展

1960년대 미국 중심의 추상미술의 독주를 막기 위해 출범한 프랑스 신구상 미술. 그 선두 주자인 프로망제(Gerard Fromanger·1939~) 특별전이 5일부터 내년 1월5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제1전시실과 중앙홀에서 열린다. 프로망제는 역사와 당대의 사회·정치적 측면을 조명하며, 만화·꼴라주·광고·영화·매스 미디어로부터 레이아웃 기법을 활용했다. 그는 특히 도시생활, 현대인의 욕망, 미디어와 정치에 관련된 주제를 작품에 담아 냈다. 전시작품은 1960년대 초기 작품부터 1968년 5월 프랑스 문화혁명, 1970~1980년대 그리고 1990년대와 현대까지의 작품을 시기별로 나눠 선보인다. 초기작품은 1962년 발표한 ‘회색 누드’ 시리즈와 기하학적 풍경을 담은 ‘표본으로 이뤄진 풍경’ 등이 눈길을 끈다. 이후 프랑스 문화혁명과 함께 신구상회화의 서막을 알린다. 그는 이때 회화 ‘살롱 드 떼’를 비롯, ‘앨범, 적(赤)’ 등의 판화작품 시리즈를 선보였고 신구상은 회화와 거리, 일상생활, 사진, 정치적 사건, 영화 등을 접합시키기 시작했다. 프로망제는 1970~1980년 매년 전시회를 열었다. 1980년 퐁피두센터 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된 ‘모든 전원이 연결된’ 시리즈는 세계지도에 활기찬 생명을 부여받은 모습을 표현해 반향을 일으켰고, 1974년 중국을 여행한 후 ‘중국 후치안에서’란 작품도 제작했다. 최근에는 2년동안 걸쳐 ‘모든 색으로부터, 역사 회화’란 작품을 완성했고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등의 초상화도 그렸다. 한편 5일 국립현대미술관 소강당에서 프로망제 관련 학술행사가 열리고 매주 금·토·일 오후 2시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 설명회가 마련된다. 문의(02)2188-6046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정조대왕과 孝’ 학술심포지엄 지상중계

과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릴만큼 우리나라는 대대로 ‘예의’를 중요시 여겨왔다. 예의(禮儀)란 낱말을 국어사전에서 살펴보면 ‘사회생활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공손하며 삼가는 말과 몸가짐. 예의가 바르다. 예의를 지키다. 예의는 형식보다 마음이 중요하다’ 등으로 정의된다. 결국 예의범절을 가르키는 것으로 이 안에는 두 가지 핵심 축이 있다. 바로 충(忠)과 효(孝)다. 이중 ‘충’은 근대를 넘어 현대로 오며 국가적 시스템 및 가치가 변함에 따라 다소의 논란이 따른다. 왕권체제에서 파생된 이 개념은 오늘날 현실에 고스란히 적용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효’는 다르다. 물론 핵가족화, 가족의 해체 등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가족문제로 인해 약간의 미동은 가능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본래의 의미를 생각치 않을 수 없다. (사)한국孝사상연구회(회장 조웅호)가 경기대학교 부설 민족사상연구소(소장 노태구)와 함께 마련한 ‘정조대왕과 孝’주제의 학술심포지엄이 지닌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이미 효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정조대왕과 그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화성을 중심으로 효의 다각적인 학술적 접근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효가 앞으로도 실천되어야 할 하나의 ‘과제’임을 확인시켰다. 더욱 강한 배경을 등지게 된 셈이다. 6일 오전 10시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은하수홀에서 진행된 학술발표회는 6명의 주제 발표자와 각 주제별 토론자 5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또 수원시 및 사회, 문화 등 각계 관계자와 일반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 시대를 이끌어갈 한국 대표정신문화로서 효의 사회학적 재조명, 제도적 활용성, 문화 이미지로서의 발전 가능성 등이 논의 됐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기조강연 ‘정조대왕 孝사상의 현대적 조명’ - 경기대 노태구 교수 “효 연구…정치발전·통일까지 살펴야” 우선 ‘정조대왕 孝사상의 현대적 조명’으로 기조강연에 나선 경기대 노태구 교수는 효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강조한데 대해 크게 세 가지의 논지를 보였다. 첫 째는 사회와 문화 발전 및 보호와 전승은 가정을 기저로 하고 있는데, 작금의 상황은 가정이 점차 파괴되며 사회해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둘 째는 팽배한 개인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가정의 안정과 질서, 즉 효를 경시하고 있다는 것이며 셋 째는 합리적인 것 만을 정당시하는 현대의 행동과학자들의 발호와 그들과의 타협은 일체의 인격공동체가 부정되고 종래에는 인간성 상실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를 맞아 정조의 효 연구는 단순한 가정질서 회복 차원이 아닌, 민족의 정치발전 및 통일 까지 살펴보게 될 것”이라며 “모든 행실의 뿌리인 효는 ‘너’와 ‘나’ 사이에 흐르는 사랑이자 인간적인 이성으로 판단기준을 설정해 주는 윤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제1주제 ‘정조의 신도시 화성건설과 역사적 의의 : 孝사상과 관련하여’ - 경기사학회 최홍규 회장 “화성은 敬에 입각한 효행의 표출” 정조는 18~20년에 국력을 기울여 총연장 4천600보(5.74㎞)에 이르는 산성의 기능을 아울러 가진 화성 성곽을 축조했다. 화성은 과학적인 최신 공법과 다양한 기능을 갖춘 장려(壯麗)한 성곽 구조물로 읍성과 산성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갖췄다. 흔히 ‘성곽의 꽃’이라 할 만큼 조선후기 축조된 한국 최고 성곽으로 평가된다. 성곽이 축조되기 까지에는 18세기 말 정조시대의 성숙된 문화적·예술적 역량과 최첨단 과학기술이 총동원되었으며 많은 인력과 재정이 뛰따랐다. 단적으로 말해 화성은 분열된 왕정을 이끌면서 정조가 지향하려 했던 왕권 강화, 개혁 정치, 그리고 민본주의의 한 정점을 그대로 표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아버지를 신원(伸寃)시키려는 정조의 비원(悲願)과 역사의 도약을 예고하는 창조적인 조선정신의 힘, 변화와 전진을 위한 피어린 고뇌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정조는 효사상을 실천함에 있어 단순히 선친 장헌세자의 추숭과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거행하는데 머무르지 않았다. 나아가 경(敬)에 입각한 효행과 양로의 존숭이 유교적인 이상정치의 기본 덕목임을 깊이 인식, 정치·사회적으로 그 내포와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데 힘썼다. ▲제2주제 ‘정조대왕과 평화통일학의 모색’ - 경기대 임형진 교수 “정조, 내우외환 시기 통합이념 제시” 정조대왕의 시대는 대내적으로는 당쟁의 정점, 대외적으로는 서학의 본격적인 침입이 시작되는 내우외환의 시기였다. 더구나 정치적 기반도 취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조는 조선조의 세종대왕에 버금가는 성군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정조는 평등적 사고를 통해 신분문제에 대한 혁신적 구상과 모순된 신분제도의 철폐를 단행했고 이는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보다 무려 70여 년이나 빠른 시기였다. 또 절대주의적 이상과 민본주의 구현을 위해 신도시를 건설하고 화성을 축성했다. 정조대왕의 통합 정치이념이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되고 계승된 한국정치사상의 평화 통일이념에 영양을 받았다고 전제한다. 급변하는 신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가 생존해 나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좋은 역사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제3주제 ‘정조의 학문관을 통해 본 한국학의 패러다임’ - 경기도청 조대현 “열린 자세로 조선 중심의 세계성 지향” 정조의 시대는 많은 학자들이 근대의 기점을 이 시기로 설정하려는 노력이 계속돼 왔듯, 한국 고유의 전통이 해체되고 외래 문물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이다. 그 속에서 정조는 학문을 통해 나라를 이끌고자 했던 문치군주(文治君主)로서 당대 조선사회와 관련해 나름의 학문관을 정립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조는 조선이 이룩한 문화적 성취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가장 한국적인 진경문화가 그 고유의 미점을 유지하는 가운데, 주체적이고 열린 자세로 외래문물을 흡수·소화해 세계 최고의 수준을 실현하는 ‘조선 중심의 세계성’을 지향했다 할 수 있다. ▲제5주제 ‘정조의 孝사상과 현대적 실천방향 : 다산과 관련하여’ - 경희대학교 신창호 교수 “효의 현대적 실천은 인간됨을 추구” 정조가 의도하는 효의 의미는 가족 윤리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모든 행위의 근원에 자리하면서 ‘인간됨’을 지향하는 교화의 핵심이었다. 즉, 효는 도덕을 실천하는 근원적인 힘이고 우주적 생명력이며 인간의 삶을 지속하는 기본 바탕이다. 효는 분명 ‘왕정’과 ‘민본’이 행해지던 과거 교화의 양식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본분과 의무, 효제 등 효의 이념과 실천을 고려한다면 孝사상은 현대 민주주의 이념과 거리가 멀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유와 평등 가운데 책임과 의무를 중시하는 우리 시대의 충실한 삶의 원천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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