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즐거움으로 물든 극장’…<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로스트 시티>

판타지·액션 영화들이 속속 개봉하면서 극장가에 활기가 돌고 있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이 개봉 이후 2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난 20일 개봉한 <로스트 시티>가 B급 유머와 어드벤처로 관객을 이끌고 있다. ■‘거대한 마법전쟁’,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지난 13일 개봉 이후 27일 기준 누적관객수 86만4천921명을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신비한 동물사전(2016)>,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2018)>에 이은 ‘신비한 동물’ 시리즈 3번째 영화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제2차 세계대전에 마법사들이 개입하게 되고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의 힘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쟁 위기가 최고조로 달하자 덤블도어 역시 더이상 방관자로 머물지 않게 되는 모습을 담았다. 영화는 머글과 신비한 동물들을 지키기 위한 ‘뉴트’팀의 활약과 초대형 마법전쟁의 스케일, 새로운 등장인물까지 어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랑스러운 B급 감성’, <로스트 시티> 지난 20일 개봉해 <로스트 시티>는 B급 유머와 어드벤처가 어우러진 영화다. <로스트 시티>는 전설의 트레저를 차지 하기 위해 재벌인 ‘페어팩스’는 유일한 단서를 알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로레타’를 납치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어쩔 수 없는 비지니스 관계로 사라진 로레타를 찾아야만 하는 책 커버 모델 ‘앨린’은 의문의 파너트와 함께 위험한 섬에서 로레타를 구하고 탈출한다. 하지만 탈출의 기쁨도 잠시. 로레타와 앨런은 패어팩스 일당에게 쫓기고 우연히 보물의 실마리까지 찾아내고 만다. 쫓기는 와중에 보물찾기까지,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영화는 푸근하고 사랑스러운 웃음을 주는 산드라 블록이 ‘로레타’ 역을, 더할나위 없는 배우 다니엘 레드클리프가 ‘페어팩스’ 역을 맡았다. 여기에 악역 ‘패어팩스’엔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맡아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주며 브래드 피트가 특별출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는 유머부터 액션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김은진기자

[이주의 공연전시] 경기도극단의 엄마 이야기 外

●공연 <너는 나의 봄> 27일 오후 8시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검단홀) / 하남문화예술회관은 올 한 해 '문화가 있는 날'을 기념하며 매월 '공연 산책'을 진행한다. 첫 번째 산책은 뛰어난 실력과 수려한 외모를 겸비한 로맨틱 감성 아티스트인 피아니스트 윤한과 함께 한다. 윤한은 즉흥연주를 시작으로 '사려니숲', '바람의 왈츠', 'Marry Me Piano Live' 등 11가지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 <엄마 이야기> 30일~5월 1일 경기아트센터 / 경기도극단이 안데르센의 동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죽음이 데려간 아이를 되찾는 엄마의 애틋한 여정을 그린다. 어느 추운 겨울밤, 생사를 넘나드는 아들 태오에게 죽음이 찾아오는데 엄마는 온갖 난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며 죽음을 쫓아간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죽음과 대면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강한 모성애와 사랑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다. ●전시 <토이스토리> ~5월29일 김포아트홀 / 장난감에 영감을 받은 동화 삽화와 장난감을 소재로 한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경험하는 가족형 어린이 전시다. 이번 전시에는 임선희, 임성희, 최병석, 최승준 등 4명의 현대미술 작가와 글렌다 스브렐린, 김삼현, 데이비드 핀토 등 3명의 동화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창작의 대상이자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인 장난감에 담긴 경험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피노키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호두까기병정 이야기’ 등 아이들에게 꾸준하게 인기 있는 동화와 장난감의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어린이 관객 스스로 작품을 만들며 체험할 수 있으며 장난감 이야기의 고전동화들을 현대 삽화가들이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를 만나 볼 수 있다. <아트만두의 인간대백과사전> ~5월29일 부천 한국만화박물관 / 풍자와 유머를 바탕으로 시사적 주제를 다루는 ‘시사만화’ 전시다. 주로 신문을 통해 접했던 시사만화를 더욱 친근하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 시사 캐리커처를 그리는 아트만두 작가는 배우 윤여정, 개그맨 이홍렬, 영화감독 봉준호 등 대중들에게 희노애락을 주었던 이슈의 주인공들을 캐릭커처 해 풍자와 유머를 담아냈다. 관람객들은 전시를 통해 시사만화가 가진 풍자와 카타르시시의 미학과 시각적인 즐거움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전시리뷰] 수원 111CM '특색 : 타인의 영역' 展

세상에는 수천, 수만 가지의 색이 있다. 우리는 다양한 색을 일상에서 마주한다. 같은 색이어도 누가 보고, 어떻게 느끼는지에 따라 색의 표현이 달라진다. 형형색색 봄꽃이 만개한 오늘날 지금 여기 ‘색의 특성’으로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지난 12일 수원 111CM에서 포문을 연 <특색 : 타인의 영역>이다. 오는 6월19일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는 김원화·김양희·조윤진·싸비노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해 영상, 조각, 회화 등 총 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색 : 타인의 영역> 관람 포인트는 색의 특색이다. 작가들은 색을 통해 어떠한 대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했는데,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형태와 성질과는 다르게 보여주고 있다. 전시는 관람객의 시각적 자극에서 오는 감성적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며 관람객들은 작품을 통해 색을 본질에 접근하고 색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이 있다.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을 채도 높은 색으로 표현한 싸비노 작가의 작품이다. 싸비노 작가는 우연히 얻는 색감을 이용해 건물, 카세트테이프, 연필 등 주변이나 근거리에서 볼 수 있는 낯익은 대상을 색다른 모습으로 담아냈다. 특히, 그는 파랑-빨강, 주황-검정 등 보색대비가 되는 색을 사용해 사물을 명료화했으며 사물의 형태 역시 각진 부분을 생략해 단순화시켰다. 다양한 물성과 질감은 담은 ‘돌출 회화’를 작업하는 김양희 작가는 우레탄 폼, 물감 등을 이용해 촉각적 경험을 극대화했다. 김양희 작가는 ‘자주빛 숲’, ‘핑크빛 숲 No.3’, ‘푸른 협곡’ 등 작품으로 숲, 바다 등 다양한 자연에 주목했으며 분홍, 자주, 파랑, 노랑 등 비슷한 계역의 색을 조합해 각각의 질감과 색을 구분했다. 관람객들은 각각의 색을 인지하며 시각적인 훈련을 할 수도 있다. 김양희 작가 작품 반대편엔 낯선 세상을 탐색한 김원화 작가의 작품 ‘표류-발견-이야기 레이어드룸’이 펼쳐져 있다. 김원화 작가는 가상공간을 만들어 내 인공지능이 가상공간을 탐색하게 한다. 이어 인공지능이 가상공간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들에 색과 관련한 이름을 붙이고 이름을 붙인 소재로 문장을 생성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전시장 끝자락에 위치한 조윤진 작가의 작품은 화려한 색감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조윤진 작가는 열두 가지 테이프를 조합해 수백 가지의 색을 만들고 인물과 동물의 다양한 표정을 그려냈다. 조 작가의 작품은 있는 그대로의 표정을 담아냈지만 다양한 색이 어우러져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시장을 찾은 김미현씨(35)는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표현으로 보는 내내 작품에 빠져들게 됐다"며 "색다르면서도 독특한 작품들을 보며 그동안 가졌던 여러 고정관념도 깨진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원문화재단 111CM 관계자는 “전시는 ‘특색(特色)’이라는 단어로 대상이 갖추고 있는 보통의 것과 다른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관람객들은 작가들의 각기 다른 영역에서 특색 있는 작품과 관람객의 예술적 소통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산문화재단 11월까지 전통음악 등 6회 연속공연

오산문화재단은 <2022 지역문화예술회관 문화가 있는 날> 지원 사업으로 오는 11월까지 오산시 다양한 소극장에서 전통음악공연 3회, 서양음악공연 3회를 진행한다. 이번 지원 사업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선정해 지역의 다양한 공간에서 지역 맞춤형 공연으로 주민에게 문화예술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4월 ‘민요의 유혹’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창작국악 경연대회에서 2019년도 대상을 받은 단체 ‘경로이탈’이 선보인다. 전통예술 민요를 대중적으로 재해석해 오는 27일 오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펼친다. 5월 28일 오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는 창작집단 깍두기의 ‘연희는 방구왕’가 진행된다. 방귀라 친숙한 소재를 바탕으로 전통연희를 작품 속에 적절히 녹여 오감을 만족시키는 종합 연희극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전통예술에 대한 친근감과 접근성을 높였다. 세 번째 ‘안해본소리 프로덕션’의 ‘팔도보부상 이야기보따리’는 6월 29일 오산장터커뮤니티센터에서 만난다. 민요와 탈춤, 전자 음악에 곁들여 관객과 호흡하는 작품으로,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재현이나 변주가 아닌 동시대의 창작 작품으로 관객에게 선보인다. 오산문화재단은 재단 창립 10주년을 맞아 많은 오산시민이 다양한 소극장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관람료도 저렴하게 책정했다. 공연 예매 및 공연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재단 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좋은 연극이 좋은 경험되길" 경기도극단 제1회 '어린이 연극축제'

경기도극단이 2022 레퍼토리 시즌을 제1회 ‘어린이 연극축제’로 시작한다. 오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11일 동안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엄마이야기>, <크로키키 브라더스>, <바다쓰기> 등 세 작품을 총 14회 선보인다. 경기도극단이 어린이 연극축제를 선보인데는 사람을 이해하는 공부로 연극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한태숙 경기도극단 예술감독은 “요즘 초등학교에서 희곡과 무대에 대해 학습을 시키는 학교가 늘고 있다. 문학이 어떻게 입체성을 가진 예술이 될 수 있는가를 경험하는 측면에서도 만화영화에 열광하는 3세, 4세 유아들에게도 무대 공연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면서 “실제로 접한 공연 한 편이 오래오래 생각나는 행복한 기억이 되어 연극에 대한 친밀감이 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극단이 준비한 연극들을 미리 살펴본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이해하는 죽음 <엄마이야기> 한스 안데르센의 명작동화 <어머니 이야기(The Story of a Mother)>를 각색한 작품이다. 아들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강한 모정과 죽음의 섭리를 통해 사랑과 죽음의 의미를 고찰한다. 2017년 (재)종로문화재단 아이들극장 초연 당시 한태숙 연출, 박정자 출연으로 “어린이극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라는 평을 받은 바 있는 수작. 이번 축제에서는 근종천 연출과 경기도극단 배우들이 참여한다. 오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총 5회의 공연이 진행된다. 공연 이후 연극강사와 함께하는 관객 참여 워크숍도 열린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에 대해 아이들의 정서와 눈높이로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드로잉 서커스 <크로키키 브라더스> 어린이날을 포함해 5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공연한다.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개최된 월드 버스커즈 페스티벌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 호주, 스페인 등 세계 각국에서 선보인 공연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EBS의 어린이 프로그램인 ‘딩동댕 유치원’의 고정 패널로 출연하기도 한 2인조 행위예술가 그룹이다. 이들은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을 통해 재미있는 코미디와 현란한 퍼포먼스를 무대에서 펼쳐보인다. 기존에 완성된 그림만을 감상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형태로, 예상치 못한 반전을 통해 웃음을 선사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그린 <바다쓰기> 초등학교 3학년 ‘서우’의 시선으로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그린 무대다. 받아쓰기와 신상 휴대폰, 친구와 학원, 그리고 이웃에서 만난 외국인 근로자 아저씨까지, 일상에서 벌 어질법한 친밀감 넘치는 4가지 에피소드로 ‘한글’과 ‘글쓰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5월 7일~8일까지 총 4회 공연으로 진행된다. 객석의 관객과 함께 받아쓰기를 하며 어린이 관객들의 몰입을 극대화하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과도한 디지털 매체 사용으로 글쓰기의 중요성을 잊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극 중 인물에 투영해 아동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주는 작품이다.

‘담담한 수묵채색으로 담아낸 이국적 풍경’…이한정 작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겹겹의 바위 층, 끝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광야, 너무 빽빽하지도 비어있지도 않은 숲. 까만 먹과 은은한 색으로 조화를 이뤄 그려낸 풍경들이다. 동양적인 기법으로 서양의 광활한 자연을 담아냈지만 이질적이지 않고 보는 이들에게 편안함과 익숙함을 느끼게 한다. 20일 서울 마포구 ‘A BUNKER’ 갤러리에서 개인전 <붉은 겹>을 연 이한정 작가(41)는 그가 지나쳤던 자연의 풍경에 대한 기억을 관람객이 편히 즐길 수 있게 작업한다.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서 거주했던 그는 요세미티, 세도나, 캘리포니아 등 무수히 많은 풍경들을 카메라와 기억에 담아왔다. 이한정 작가는 “한국과 다른 환경을 어떻게 그릴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며 “내가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수묵화로 미국의 광활한 자연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는 5월8일까지 진행되는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작품 역시 미국 세도나의 풍경을 담아냈다.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또렷하게 각인된 나무와 바위, 흙이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이 작가는 “붉은 흑과 바위산은 강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며 “먹으로 바위의 단단함과 견고함, 붉은빛 땅이 가진 자연 그대로의 색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서양의 드넓은 풍경을 그리기 전에는 경기도 곳곳의 자연을 그렸다. 서양만큼 넓고 거대하지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더욱 친근감이 드는 곳들이다. 거주지와 가까운 의왕, 어린 시절부터 자주 갔던 이천, 정겨운 할머니 댁에 가다 마주치는 광주와 여주 등 눈앞에 펼쳐진 자연을 그만의 기법으로 한지를 물들였다. 그래서인지 이 작가의 작품을 보는 이들은 저마다의 기억을 떠올린다. 한국, 미국, 중국 등 다양한 곳의 풍경을 그려도 관람객이 익숙한 곳을 연상시킨 다는 것. 그래서 이한정 작가는 작품 명에 자세한 위치를 언급하지 않는다. 이 작가는 “내가 기억하는 자연을 통해 관람객들이 여행 갔던 곳, 어릴 적 자주 갔던 곳 등 저마다 친숙한 곳을 떠올린다”며 “들과 숲, 나무를 보며 관람객이 상상에 빠질 수 있도록 작품명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소에 담긴 말처럼 이한정 작가는 더 많은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더 좋은 자연의 모습을 전달하는 것을 꿈꾼다고 했다. <붉은 겹> 전시 이후 5월부터 9월까지 다양한 전시를 통해 바다와 섬, 오름 등의 모습을 전할 예정이다. 이한정 작가는 “조금씩 바뀌는 자연처럼 나 역시 은은하게 변화하면서 나만의 색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나만의 색을 담은 작품으로 고루하게만 생각했던 동양화의 인식을 바꾸고 자연의 좋은 감정을 그대로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공연리뷰] 경기도무용단X경기필의 동·서양 콜라보

보통 ‘풍류’라는 말 다음엔 ‘해학’이 오는 편이지만, 이번엔 독특하게 ‘템포’가 왔다. 경기도무용단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경기아트센터에서 선보인 공연 <순수: 더 클래식>에서 우리 고유의 춤과 서양의 클래식 악기를 엮어 각자의 풍류와 템포를 나눈 것. 어쩌면 조금 어색할 것 같은 동·서양의 실험적 조우, 과연 관객들의 마음 속에는 어떤 하모니가 울려퍼졌을까. 전통예술 기반 공연 <순수>는 ▲프롤로그(강강술래) ▲순수의 땅(태평무, 한량무, 부채산조) ▲생명의 태동(진도북춤, 장구춤) ▲회한의 시간(신칼대신무, 살풀이, 지전춤) ▲에필로그(학춤) 등 5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약 3년여간 일상을 뒤흔든 코로나19 시대의 엔데믹을 기다리며 ‘순수했던 그때’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품고 있다. 오늘날 미지의 세계를 달리며 분열과 대립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가 생명력이 넘실거렸던 과거를 그리며 신에게 보답하자는 뜻이 담겼다. <순수>는 경기도무용단이 10종류의 춤사위를 수놓을 때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애절함을 더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두 단체가 손을 맞잡은 건 경기아트센터 설립 이래 이번이 최초다. 고리타분할 것만 같다면 오산이다. 인터미션 없이 2시간여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다. 꽃잎을 겹겹이 싼 것 같은 화려한 의상과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소품, 시시각각 변화하는 조명이 무대를 함께 채운다. 무용수의 몸짓에 시선을 빼앗겨 혹여 오케스트라가 묻히진 않을까 하는 우려 또한 ‘사서 하는 걱정’이었다. 100점 만점의 공연을 120점으로 끌어올린 주역 중 하나는 정나라 전 경기필 부지휘자(현 공주시 충남교향악단 상임지휘자)다. 현재 경기필 지휘자인 마시모 자네티는 해외에 있고, 부지휘자는 공석인 상황에서 <순수>가 걱정된 것도 사실인데 정나라 지휘자의 손짓을 보며 괜한 걱정임을 깨달았다. 특히 피날레 ‘학춤’에서 희망찬 내일을 응원하는 무용단의 마음이 경기필의 뜨거운 열정과 유려한 연주로 표현돼 관객들도 큰 호응을 쏟아냈다. 이 외에도 남성군무 ‘한량무’와 여성군무 ‘장구춤’ 등 숨 가쁘게 장단을 두드리고 이리저리 대형을 이동하며 삶의 태동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장면이 여럿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는 비탈리의 샤콘느에 맞춰 ‘살풀이’가 벌어질 땐 서늘하고 슬픈 한(恨)이 보여 <올드보이>나 <마더> 같은 박찬욱 감독의 수많은 영화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늘거리는 명주천 아래로 외로이 춤추는 무용수와 비장하게 울리는 음이 인상적이었다. 경기도무용단이 지난해 선보인 <경합(競合): The Battle>의 경우 지난 15일 OTT 플랫폼 ‘왓챠’에 공개된 바 있다. 오프라인 무대 위 <순수>는 당분간 막을 내리지만, 온라인상 새로운 무대를 찾아 다시금 한국의 정서를 세계 무대 위로 올려보는 건 어떨까.

‘환경을 생각해야 할 때’…예술공간 아름, <지구를 지켜라 - I am burning>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이전보다 편한 삶을 살고 있지만 지구를 둘러싼 환경 문제는 과거보다 심각해지고 있다. 블록체인을 위한 전력소모, 화석연료의 사용 증가 등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하지만 우리는 ‘편리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환경 문제를 외면한다. 여기 환경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있다. 노치욱·신기운·하석준·한승구, 4명의 미디어 작가들이다. 이들은 전시 <지구를 지켜라 - I am burning>을 통해 환경문제를 역설적으로 담아내고 대안책을 제안한다. 오는 24일까지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4명의 작가들이 영상으로 인식하고자 하는 문제, 대책, 바라는 모습을 담아냈다. 하석준 작가는 디지털로 재매개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데이터를 상징하는 전자쓰레기를 역설적으로 아름답게 구성했다. 그의 작품 ‘“미래에는 속담이 필요할까요?”라고 그가 말했다’는 그가 겪은 경험, 인간과 기술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빠른 시간의 흐름으로 보여준다. 자연 속에서 피아노를 치는 여성, 생활 쓰레기 위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전자폐기물 위에 있는 동물 등 모순적인 상황을 연출해 환경 문제를 인식하게 한다. 노치욱 작가 역시 작품을 통해 환경 문제를 인식하게 한다. 그는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쓰레기를 찍어 모자이크 처리해 하나의 영상으로 이어붙였다. 노 작가는 이를 통해 도시 속에 사는 잿빛과 같은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기운 작가와 한승구 작가는 희망하는 자연의 모습을 연출시켰다. 신 작가는 자신의 기억 속 아늑했던 장면을 vr로 연출,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을 가상의 공간으로 보여주며 망각되고 있는 과거의 자연을 희망한다. 한승구 작가는 요셉보이스의 ‘7천그루 오크나무 프로젝트’를 계승해 도시의 주요 건축물 앞에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도시 근대화의 상징 서울역, 전통이 어우러진 수원 화성행궁 등 앞에 나무를 심고 꽃과 풀을 돋아나게 해 공간을 치유하며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의미를 함축했다. 한승구 작가는 “이번 전시는 동시대의 환경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기 위해 출발했다”며 “작가마다 보여준 자연과 환경은 다르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환경의 문제는 심각해지며 우리 모두가 자연을 지킬 방안을 찾고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같다”고 전했다.

[전시리뷰] 경기도미술관 '지금 이따가 다음에'展

‘수행(修行)’이라는 표현이 쓰였다. 하루 아침 단숨에 기록하지 않고 매일매일 고된 관찰을 하며 갈고 닦아 만든 작품이라는 설명이었다. 나날이 수행하듯 연마해 최종적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빼곡한 모눈종이의 모습이다. 모눈종이를 칸칸이 채운 색채들은 각각 어떠한 의도와 의미를 담고 있을까. 경기도미술관은 이달 5일부터 8월15일까지 1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청년작가전 <박형진: 지금 이따가 다음에(Other Times Another Time)>을 연다. 앞서 2020년부터 시작된 청년작가전은 경기도미술관의 연간 프로젝트로, 동시대 미술에서 잠재력을 인정받는 경기지역 청년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내용이다. 올해는 박형진 작가가 참여해 직접 경험하고 바라본 주변 풍경의 ‘시간’을 화폭에 남겼다. 여름에는 산뜻하고 따뜻한 개나리 같은 노란색이, 겨울에는 무언가를 회상하듯 조금은 톤다운 된 은행나무의 노란색이 쓰인 식이다. 작가는 제 작업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나무의 색 변화를 모눈종이에 색점으로 표현했다. 작품 ‘색점’ 연작이 대표적이다. 시간을 거듭할수록 달라지는 그 나무의 시시각각 색을 한 칸 한 칸에 그려넣었다. 이 색점은 작가가 경험한 시간의 산물이며 반복된 일상에 숨겨진 자연 본연의 질서다. 작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과거-현재-미래 순의 선형적 흐름이 아닌, 직접 경험하고 기억하고 재배치한 시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 중 ‘은행나무’(2021~2022)와 ‘토끼풀’(2022) 두 시리즈는 경기도미술관의 지원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한 쪽 벽면을 가득 덮은 ‘매듭 없는 동그라미’(2020~2021)다. 전시된 모눈종이 장수만 120장에 달한다. 작가가 2020년 2월부터 1년8개월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모눈종이에 동그라미를 채우고, 격리 해제된 수만큼 다시 지우고, 이를 반복하며 모두의 불안을 가시화한 작품이다. 그 지움의 흔적(지우개 가루) 또한 하나의 작품으로 남겼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은솔 학예연구사는 “박형진 작가의 특징 중 하나는 본인이 관찰한 풍경과 느낌을 직접 조색해 모눈종이 위 시간으로 표현해내는 점”이라며 “같은 나무, 같은 풀이어도 똑같은 종이 위에서 다르게 나타나면서 조형성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동양화 요소를 기반으로 현대적 이슈를 더해 남다른 작품이라 전시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디지털 리플릿으로도 즐길 수 있다. 전시실에 부착된 QR코드와 경기도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작품별 해설과 작가 노트 등 콘텐츠를 함께할 수 있다.

‘택견과 탈춤이 만났다’…수원문화재단, <천하무탈 발광놀이> 개최

택견의 신통한 비각술과 풍자와 해학이 있는 탈춤이 만나 가장 역동적인 곡선을 만날 수 있는 공연이 열린다. 수원문화재단 공연장 상주단체 발광엔터테인먼트의 올해 첫 번째 레퍼토리 <무예굿판|천하무탈 발광놀이>다. 오는 30일 수원SK아트리움에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지난해 공연한 ‘천하무탈 발광놀이’를 무예굿판으로 재해석, 잡귀잡신을 몰아내고 세상 모든 만물의 무탈을 기원하는 택견굿판 연희극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은 택견, 탈춤, 굿판, 민악 등 전통문화 요소와 완성도 높은 음악, 유려한 몸짓으로 관객들을 어떻게 매료시킬지 주목을 받고 있다. <무예굿판|천하무탈 발광놀이>는 ‘상생공영’의 철학을 담고 있는 신사적 맨손 무예 택견 판에 초대 받지 않는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택견꾼들은 놀이판에서 잡귀잡신을 몰아내고 인간과의 상생을 위한 놀이판을 그린다. 공연은 ‘천天’, ‘하下’, ‘무無’, ‘탈頉’ 등 총 4마당으로 구성돼 있으며 택견을 중심으로 탈춤과 살풀이 등 다양한 전통의 몸짓으로 채워진다. 굿놀이의 중심 대상은 신과 잡신이지만 인간의 극적 격정과 열망을 건강한 모습으로 반영한다. 우선, ‘천天’에선 흐르는 물과 같은 몸짓과 허공에 흩날리는 살풀이가 어우러진 ‘연단 18수’를 볼 수 있다. 유연한 동작과 흩날리는 흰천은 마치 굿판을 연상시킨다. 두 번째 마당 ‘하下’에선 택견판에 하나 둘 모여든 잡귀잡신들이 구천을 떠돌던 노정기를 읊어댄다. 땅을 지려 밟은 기운으로 손발을 자유롭게 휘젓는 ‘홀새김’을 볼 수 있다. 이어 ‘무無’에선 잡귀들이 판에 모인 사람들에게 대결을 제안하고 귀신과 사람의 힘겨루기가 펼쳐진다. 이때 법칙과 경계가 없는 ‘결련태’와 ‘본때뵈기’ 등을 접할 수 있으며 마지막 마당 ‘탈頉’에선 빛을 내는 세상 모든 만둘의 무탈과 평안을 염원하는 ‘신명풀이’로 막을 내리게 된다. 이번 공연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 ‘주니어택견꾼’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며 오는 7월과 12월엔 색다른 기획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수원문화재단은 관계자는 “이번 공연이 세상의 무탈을 기원하듯 관객들도 공연을 통해 무탈한 한해를 보냈으면 한다”며 “공연장 상주단체는 지난해를 발판 삼아 올해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과 콘텐츠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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