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우 경기시나위 수석 악장 “조선 최초 女꼭두쇠 ‘바우덕이’ 현대에서 만나요”

1848년 안성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난 바우덕이는 기예가 워낙 출중해 열다섯살이 되던 해 남사당패의 우두머리인 ‘꼭두쇠’가 됐다. 조선 최초의 여성 꼭두쇠다. 남성이 주축을 이루던 시대·집단에서의 여성 우두머리. 오늘날 우리의 삶에 바우덕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국음악의 혁신을 주도하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 국내 대표 연희단인 ‘안성시립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이 만나 바우덕이를 현대로 소환한다. 이달 20일부터 21일까지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는 <장단의 민족 시즌1: 바우덕이 트랜스포머>가 관객을 만난다. 경기시나위의 올해 첫 레퍼토리 시즌 공연이다. 이 공연은 1910년 어느 날 ‘바우덕이 콩쿨전’을 통해 바우덕이의 이름을 다시 사용하려는 참가팀 5개가 놀이와 풍자, 해학을 벌인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탈놀이, 줄타기와 꼭두각시 놀음까지 전통연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사상 최초로 모던 풍물오페라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공연을 앞둔 경기시나위 이일우 수석 악장(밴드 잠비나이)은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특히 이번 공연이 최근 3년여간 코로나19로 닫혔던 모처럼의 ‘관객 체험형’ 공연인 만큼 떨림이 크다. 이 악장은 “공연은 관객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점을 더욱 체감하게 된 시간이었다. 카메라 앞 시청자가 아닌 무대 앞 관객을 대상으로 하자니 서로 어떤 에너지를 주고 받을지 벌써부터 기쁜 마음”이라고 입을 뗐다. 이어 그는 “연주자들 모두 무대에 목말라 있었기에 함께 좋은 공연, 좋은 무대를 만들어가자는 뜻으로 잘 뭉쳐졌다”며 “함께하는 무대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일우 악장은 콩쿨전에 참가하는 1~5팀의 이야기가 각각 다른 만큼 음악도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스토리는 하나로 이어지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참가번호 1’의 곡은 덧뵈기를 테마로 참가작 중 가장 날카롭고 강렬한 느낌을 주고, ‘참가번호 2’의 곡은 줄타기를 테마로 예인 한 사람마다의 인생을 담으려 노력했다는 의미다. 이 악장은 “참가번호 3~5번의 곡도 ‘어느 한 곳에 치우지지 않는 씩씩한 자신감’이라던지 ‘늘 웃으며 흥겨움을 주지만 그 속엔 슬픔이 있다’던지 등의 매력이 녹아 있다”며 “굳이 풍물 가락을 드러내기 보단 우리 악기가 우리 장단에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섞이도록 노력했으니 무대에서 직접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험과 시도’의 아이콘 경기시나위에 있으면서 대중성을 잡을지, 창의성을 잡을지 고민도 많다. 이 악장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창의성에 조금 더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늘 마음 한 구석에는 대중성을 염두하고 있기에 단순 실험에서 끝나는 무대가 아닌 감동을 주는 무대를 만들고자 한다”며 "이번에 그런 결실을 직접 눈과 귀로 경험하실 수 있을 것이니 절대 놓치지 않으시길 바란다”고 웃으며 강조했다. 이연우기자

‘텅 빔으로 완성된 사진’…한정식 '고요' 아름서 진행

사진이 만들어지는 순간은 사진의 피사체와 작가의 내면이 만나는 찰나의 순간이다. 사진가가 눈앞 피사체가 사물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 사진은 완성된다. ‘한국 추상사진의 선구자’인 한정식 사진작가(85)의 사진 철학이다. 한정식 작가는 1960년대부터 작가는 피사체의 형상성을 초월해 존재의 본질을 형상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는 여러 물질을 찍으며 한국 사진사에 발자취를 남겨 왔다. 이러한 한정식 작가의 고유한 예술 세계와 그가 평생에 걸쳐 추구해온 사진 미학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전시 <고요>가 오는 29일까지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진행된다. 한정식은 그의 관념 속에 있는 세계에 대한 본질을 ‘사진적 추상’이라는 형식으로 소개한다. 사진이 추구하는 것은 추상의 세계이며 이는 사진의 예술성을 향해 있는 것이다. 한 작가는 “사진이 가지고 있는 주제가 추상적 관념의 세계”라며 “사진이 사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대상의 존재성을 지우고 사진 그 자체를 제시해야 한다”고 그의 사진 세계에 대해 설명했다. 이같이 그가 50여년 동안 만들어온 사진 세계와 철학을 담은 것이 그의 ‘고요’ 시리즈다. 한 작가는 모든 대상과 움직임의 중심은 고요하다고 말한다. 한정식 작가는 형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대상에 접근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홍천’, ‘태안’, ‘화엄사’, ‘양양’ 등 14점의 ‘고요’ 시리즈 역시 대상에 자유롭게 접근한 사진들이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장소에 대한 형태를 알아볼 수 없다. 하지만 사진의 본질에서 벗어나 사진으로 담은 그의 정적, 텅 빔을 알아본다면 한 작가의 사진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사물을 형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사진을 찍으며 정제해 낸 고요한 느낌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홍채원 예술공간 아름 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정식 작가가 평생에 걸쳐 추구해 온 ‘고요’의 세계를 조망한다”며 “한국의 사진 예술을 대표하는 그의 작품을 통해 사진 본연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진기자

어린이·청소년 예술적 감성 형성…군포문화재단 '네버랜드 in 군포'

군포문화재단은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 문화가 있는 날 시리즈 공연 <네버랜드 in 군포>를 진행한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네버랜드 in 군포>는 ‘네버랜드’라는 동화 속 공간을 주제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즐기며 예술적 감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자 기획됐다. 군포문화재단 관계자는 “다양한 교훈적 메시지를 담은 프로그램으로 올해 시리즈를 구성했다”며 “어린이와 청소년이 가족과 함께 공연을 통해 예술적 감성을 키울 수 있도록 마련했다”고 밝혔다. 시리즈의 첫 공연은 오는 28일 오전 11시 군포문화예술회관 철쭉홀에서 열리는 인형극 <루루섬의 비밀>이다. 국내 인형극단 예술무대산과 일본의 그림자극단 카카시좌가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도시소녀 하루가 루루섬에서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독특한 인형과 섬세한 그림자 표현, 영상이 어우러져 대사 없이도 관객들이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극이 진행돼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6월에는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패밀리 클래식 콘서트>가 진행된다. 또한 8월에는 창작집단 움스의 무용극 <벌룬스>, 9월에는 세종국악관현악단의 <친절한 돼지씨 갈라콘서트>, 10월과 11월에는 각각 어린이 환경연극 <쓰레기꽃>, 연극 <아버지와 살면>이 관객과 만난다. <네버랜드 in 군포>의 입장료는 각 공연별로 문화가 있는날 특별가를 적용해 전석 1만원이다. 공연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군포문화재단 누리집을 참고하거나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정자연기자

이혜라 '기적의 치유' 모나코 스페이스서 3일간 개최

“제 그림에는 다양한 마음이 들어있습니다. 그림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행복함을 느꼈으면 합니다.” 커다란 붓을 들고 넓은 캔버스 앞에 선 이혜라 작가. 그가 붓을 움직이자 관객들은 숨을 죽이기 시작했다. 검은색 물감으로 거침없는 붓질을 하고 붓에 물감을 묻혀 사방으로 튀게 하더니 그는 ‘갇힌 꽃’이라는 작품을 완성했다.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모나코 스페이스에서 이혜라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기적의 치유>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조용히 그림을 감상하는 여느 전시와는 달랐다. ▲라이브 드로잉 ▲그림 리딩 ▲라이브 방송 ▲Night Gallery 등 4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전시장에는 ‘인생이라는 아픔의 숲’, ‘아름다운 인생’, ‘태양의 눈’, ‘춘화도’ 등 이혜라 작가의 신념이 담긴 작품 350여점이 내걸렸다. 이혜라 작가 작품에는 장미, 촛불, 눈, 칼 등 과감한 소재가 등장한다. 이 작가는 강렬한 색을 사용해 관객들에게 충격을 선사한다. 이 작가는 “이러한 충격이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고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속마음을 꺼내게 한다”고 말했다. 이혜라 작가는 관객 앞에서 즉흥으로 그림을 그리는 ‘라이브 드로잉’을 진행했다. 작가는 관객들과 함께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지, 그림을 어떤 마음을 담아 그리는지 등에 대해 설명하며 관객들과 소통을 이어나갔다. 이 작가는 “그림 그리는 것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신의 마음을 담아 그리면 어렵지 않다”며 “자신이 제일 행복했을 때, 가장 슬펐을 때, 속상했을 때 등의 마음을 담아 그려낸다면 그것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12일 전시 개최 첫날엔 이혜라 작가가 ‘한민족의 눈’, ‘무사의 검’, ‘여자의 눈’, ‘혜라, 꽃으로 피어나다’, ‘똥싸배기’, ‘사랑스러운 내 남자’, ‘갇힌 꽃’ 등 총 7개의 작품을 갤러리에서 그려냈다. ‘라이브 드로잉’ 시간이 지나고 관객들에게 그림과 그림에 담긴 내면을 설명해주는 ‘그림 리딩’과 화려한 조명과 관객들이 원하는 음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Night Gallery’ 시간이 이어졌다. <기적의 치유> 전시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이혜라 작가와 그의 작품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통해 작품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김은진기자

미술관에서 만난 자연과 쉼, 벗이미술관 '그리니:green'展

미술관이 장기화된 코로나로 지친 일상에 잠시 머무를 수 있는 휴식같은 공간으로 옷을 입었다. 용인 벗이미술관이 새로운 기획전시 《그리니:green》을 지난달 30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마키토이, 범진용, 안소현, 이영리 4인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초록과 휴식, 식물’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작가 4인의 시선에서 기록된 휴식과 초록의 시간을 마주한다. 1·2 전시실에서는 최근 각광 받는 안소현 작가가 펼쳐낸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 어딘가의 공간이 펼쳐진다. 안소현 작가는 그림을 통해 치유와 휴식을 선사하는 작가 중 한 명. 그의 작품 대부분에는 식물이 존재한다. 실제 존재하는 공간에 작가의 환상을 담아 새로운 공간으로 창조된 이 곳에서 관객은 다른 세계로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3전시실에서는 범진용 작가의 ‘풀’ 시리즈를 볼 수 있다. 범진용 작가는 ‘풀’ 시리즈를 통해 사람이 머물다 떠난 이후 폐허가 된 공간에서 피어난 잡초의 모습을 형상화 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6m에 다다르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작품과 마주하게 된다. 아스팔트에 핀 꽃처럼, 이렇게 버려진 공간에서 강한 생명력을 뿜어내며 무성히 자라난 잡초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힘든 순간을 마주할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위로하고 격려해준다. 4전시실에서는 마키토이 작가의 페이퍼 드로잉(paper drawing) 365 드로잉(word drawing) 시리즈를 마련했다. 마키토이 작가의 작품 표현방식은 꽤 새롭다. 작품을 새롭게 구현해 내면서 종이정원을 탄생시킨다. 자연의 식물에서 영감을 받아 실제로 존재하는 식물이나 작가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식물의 이미지를 매주 6일간 페이퍼 컷아웃(paper cutout)방식으로 재현하고, 이렇게 완성된 식물의 이미지를 매주 마지막 하루에 모아 종이 정원으로 선보인다. 또 마키토이 작가가 2020년 한 해 동안 매일 작업한 365 드로잉도 만나볼 수 있다. 5전시실과 자료실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영리 작가가 전하는 따뜻한 풍경의 위로를 느낄 수 있다. 계절감이 풍부하게 살아있는 작품을 통해 마치 자연과 하나가 된 듯 한 몰입감을 받는다. 벗이미술관은 ‘초록이 주는 휴식과 위로’라는 전시 콘셉트에 맞춰 ‘나에게 주는 초록 선물’이라는 체험 이벤트도 진행힌다. 입장 티켓 발권자에 한해 코인과 화분을 무료로 제공하며, 전시장 내부에 준비된 공간에서 관람자는 자신만의 그린팟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전시를 준비한 고우리 학예사는 “지난해는 코로나와 관련해 일상과 관련된 전시를 선보였는데, 연장선상에서 그림과 자연을 연계해 테라피적인 전시 선보이고 싶었다”면서 “4명의 작가가 자연과 초록 등을 주제로 작품을 해왔지만 개성이 강해 작품의 콘셉트가 겹쳐지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미술관에서 휴식과 치유를 느끼고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7월 31일까지. 정자연기자

정나라 상임지휘자·경기필 '환상의 조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오는 27일과 28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스터피스 시리즈 III -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선보인다. 공주시충남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인 정나라 지휘자의 지휘로 무소륵스키 ‘민둥산의 하룻밤’, ‘전람회의 그림(라벨 편곡)’, ‘글라주노프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송지원)을 연주한다. 1부는 ‘민둥산의 하룻밤’으로 연다. 이 곡은 무소륵스키가 러시아 남부 키이우(키예프)의 트라고라프라 산에서 매년 6월 24일 열리는 성 요한제의 전설에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고 알려진 교향시다. 성 요한제 전날 밤 온갖 마녀들이 민둥산에 모여 악마를 기쁘게 하는 잔치를 벌인다는 내용의 곡으로 기괴한 연회 장면을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게 펼쳐 19세기 독창적인 관현악 작품으로 손꼽힌다. 2부에선 무소륵스키의 대표작 ‘전람회의 그림’이 연주된다. 이 곡은 무소륵스키의 친구 하르트만의 유작 전시회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독특한 구성과 대담한 표현이 돋보이는 곡으로 이번 연주회에서는 모리스 라벨이 편곡한 관현악 버전으로 연주된다. 특히 ‘콩쿠르 퀸’으로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이 글라주노프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송지원 바이올리니스트는 레오폴드 모차르트 콩쿠르, 윤이상 국제 콩쿠르, 앨리스 앤 엘레노어 쇤펠드 국제 콩쿠르 등 다수 콩쿠르에서 입상을 한 바이올리니스트. 협연할 글라주노프 바이올린 협주곡은 ‘러시아의 모차르트’라 불리는 글라주노프가 직접 바이올린을 배우며 작곡한 곡이다. 차이콥스키 발레 음악을 연상시키는 1악장을 지나 후반부로 갈수록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점차 화려해지는 곡으로 유명하다. 정나라 상임지휘자와 경기필의 조우도 기대된다. 정 지휘자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7년 간 몸담았다가 올 1월 말 경기필을 떠났다. 정자연기자

베르디의 대작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6월18~19일 성남아트센터 공연

베르디의 대작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가 경기지역에선 처음으로 6월 18~19일 양일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총 5막 구성의 대작으로, 국립오페라단이 창단 6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이번 무대에서 전막을 모두 공연한다. 무대를 앞둔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를 미리 살펴본다.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는 1282년 부활절에 일어난 ‘시칠리아 만종 사건’ 기반으로 만들어진 베르디의 역작. 프랑스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갈망해오던 시칠리아인들이 부활절 저녁기도를 알리는 종소리를 신호로 독립을 외치며 투쟁한 사건을 다뤘다. 베르디 오페라 중 가장 웅장한 서곡과 주인공 엘레나가 부르는 ‘고맙습니다, 친애하는 벗들이여’ 등의 주요 아리아가 큰 사랑을 받아왔다. 작품은 시칠리아의 공녀 엘레나와 저항군 아리고, 프랑스의 총독 몽포르테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리고와 엘레나를 비롯한 시칠리아 인들은 프랑스에 대한 항거 계획을 세우지만, 총독 몽포르테가 과거 시칠리아 연인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 아리고임을 알게 되면서 겪는 고뇌와 갈등을 그려낸다. 외세에 억압받는 역사적 비극 속에서 개인이 겪는 비극의 서사를 세밀한 심리묘사와 갈등을 통해 표현한다. 특히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상급 성악가들을 한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시칠리아의 공녀이자 아리고의 연인 ‘엘레나’ 역은 소프라노 서선영과 김성은이, 조국애와 부정(父情)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칠리아 저항군 ‘아리고’ 역에는 테너 강요섭과 국윤종이 출연한다. 또한 프랑스의 총독이자 아리고의 친아버지인 ‘몽포르테’ 역에는 베이스 양준모가, 시칠리아인들이 존경하는 독립투사 ‘프로치다’ 역은 베이스 최웅조와 김대영이 맡는다. 이외에도 메조 소프라노 신성희, 베이스 유명헌, 박의현, 김석준, 테너 조철희, 최성범, 이요섭 등이 함께한다. 연출은 2016년 국립오페라단의 <오를란도 핀토 파초>로 국내 관객과 만났던 이탈리아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가 맡았다. 또 <마농>, <삼손과 데릴라>, <호프만의 이야기> 등 여러 차례 국립오페라단 무대에서 호평을 받은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이 코리아쿱오케스트라와 노이오페라코러스를 이끈다. 티켓은 성남아트센터와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온라인 또는 전화로 예매할 수 있다. R석 10만원, S석 7만원, A석 5만원, B석 3만원이다. 오는 13일까지 예매 시 30%의 조기예매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자연기자

“故이애주 선생 기억하며 우리춤 맥 잇자”…11일 경기아트센터서 무대

‘시대의 춤꾼’ 故이애주 선생을 기억하는 공연이 수원에서 열린다. 경기아트센터는 오는 11일 오후 8시 소극장에서 이애주 선생의 춤 세계를 조명하고 전통춤의 명맥을 잇는 모습을 담은 공연 ‘우리 춤의 혼과 맥, 그리고 기억’을 연다. 이 공연에는 이애주 선생의 춤을 올바르게 전수하기 위해 결성된 ‘한국전통춤회’가 살풀이, 태평춤 本, 승무 등을 재구성해 나선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경기도무용단도 추모의 마음을 담아 각각 가곡 <이수대엽>과 <제(祭)>를 무대에 올린다. 이애주 선생은 ‘국가무형문화재 27호 승무’ 초대 보유자인 벽사(碧史) 한영숙(1920~1989)의 제자로 1996년에 스승을 이어 2대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전통춤의 뿌리이자 원류 한성준 선생(1874~1941)과 손녀 한영숙으로 이어지던 전통춤(승무, 살풀이춤, 태평춤, 태평무)의 맥을 계승하는 한국무용사의 큰 흐름이기도 하다. 1987년 6월 항쟁 한복판에서 <썽풀이춤>, <바람맞이춤>을 선보이며 ‘시대의 춤꾼’으로 불리었던 이애주 선생은 우리 춤 움직임의 근원과 본질을 오랜 시간 연구했다. 특히 고구려 춤의 원류와 상징체계를 탐구, 가무악의 뿌리인 오행소리춤-영가무도(詠歌舞蹈)를 연구·복원·재현하는 등 예술적, 학문적 성과를 이루어 낸 전방위 춤꾼으로 인정받아 왔다. 이연우기자

‘조선 여인의 삶의 자세’…파주 벽봉한국장신구박물관

현시대 귀걸이와 목걸이, 팔찌 등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양한 아이템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한다. 조선시대엔 어떤 것으로 자신을 뽐냈을까. 조선시대엔 귀걸이, 목걸이 대신 노리개로 몸치장을 했었다. 노리개는 한복 저고리의 고름이나 치마 허리 등에 다는 패물이었다. 궁중에서는 물론 상류사회와 평민에 이르기까지 널리 애용된 장식물이다. 통상적으로 허리띠에 여러 장식을 달아 착용하던 신라의 요패(腰佩)가 노리개의 기원으로 여겨진다. 많은 여성들이 이용한 만큼 그 종류 또한 다양했다. 이러한 노리개를 주제로 조선 여인의 삶과 자세, 기품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지난 4일 파주 벽봉한국장신구박물관에서 개최된 <조선여인의 장신구 이야기-노리개> 전시다. 오는 11월2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전시는 ‘2022년 지역문화예술 플랫폼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조선왕실의 패식류 뿐만 아니라 반가의 여인들이 사용했던 노리개를 기록 자료와 함께 새로운 시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전시는 노리개들 속에 담긴 이야기를 조명하고 관람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글과 사진, 유물 등 3가지 요소를 적절히 배합해 소개했다. 조선 왕실 및 전통 공예문화의 정교함과 문양, 색 등 노리개에 존재하는 심미적·철학적 의의를 만날 수 있다. <조선여인의 장신구 이야기-노리개>에서 소개되는 노리개는 외형상 섬세하고 다채로우며 호화로운 장식이 있는 노리개다. 특히 이 노리개들은 ‘부귀다남(富貴多男)’, ‘불로장생(不老長生)’, ‘백사여의(百事如意)’ 등 시대적인 행복관을 바탕으로 한 여인들의 염원이 담겨있었다. 행복을 의미하는 박쥐노리개, 갖가지 색깔의 비단으로 만든 복주머니노리개, 크고 작은 나비로 꾸며져 단조로운 의상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나비노리개 등이다. 특히, 전시는 다양한 공예 중 노리개를 세부적으로 분석해 작품에 표현된 문양, 조각, 형태, 재료, 색상을 다양한 시각에서 풀어 노리개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 전시와 함께 직접 장신구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와이어 주얼리 만들기’ 프로그램도 이달 31일까지 진행돼 조선의 장신구를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한다. 관람료는 성인 5천원, 청소년 3천원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벽봉한국장신구박물관 관계자는 “노리개 속 담긴 조선 여성들의 성품과 지혜, 삶의 철학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따뜻한 메시지가 된다”며 “전시를 통해 노리개에 담긴 조선 여성들의 삶을 이해하고 장신구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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