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클래식 하모니…수원시립교향악단 신년음악회 성료

‘클래식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우리의 전통 국악과 클래식 음악이 함께 어우러져 하모니를 선사했다. 지난 18일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열린 수원시립교향악단의 ‘2024 신년음악회’는 수원시향 예술감독 최희준 상임지휘자의 리드 아래 클래식 교향곡과 바리톤 김종표가 선보이는 한국 가곡, 독보적인 경기민요 소리꾼 송소희의 소리와 해금, 대금, 괭과리, 북과의 협연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동서양의 아름다운 조화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의 얼굴에는 들뜬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수원시향의 이번 공연 목표처럼 공연장엔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무대는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 작곡한 그의 생애 마지막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미키마우스가 마법사의 제자로 등장한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의 음악으로도 유명한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가 펼쳐졌다. 해당 곡은 마법사가 외출한 사이 제자가 마법사의 주문을 사용해 빗자루로 물을 나르며 벌인 소동을 다뤘는데, 3대 바순이 함께 연주되는 ‘빗자루의 행진’ 등 묵직한 연주 속 별자리처럼 수놓아진 경쾌한 선율은 긴장감 속 장난스러움을 더하며 곡의 줄거리를 생생하게 그렸다. 이어 피아노와 심벌즈 등 국악의 전통 리듬과 클래식의 화성을 조합해 밝고 날카로우면서도 감각적으로 밀양아리랑을 풀어낸 이지수의 ‘아리랑 랩소디’에서는 귀에 익은 멜로디가 들리자 관객석에서 감탄의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매력적인 바리톤 김종표의 목소리는 관객에게 따뜻함을 선물했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 광복을 거치며 조국을 향한 그리움을 ‘임’을 찾아 노 젓는 모습에 담아낸 ‘뱃노래’가 끝나자 관객석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봄같이 노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경기민요 소리가 송소희는 등장만으로 환호를 자아냈다. 송소희가 펼친 우리가락과 수원시향의 클래식한 연주는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줬다. 대미의 ‘아리랑’ 무대는 서정적으로 시작해 이내 해금소리와 함께 신나고 경쾌한 리듬으로 변화하며 관객들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기도 했다. 관객들의 환호와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채 펼쳐진 앵콜무대 ‘아름다운 나라’에서는 바리톤 김종표와 국악인 송소희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꽹과리와 북으로 시작해 바이올린, 첼로 등이 함께하는 동서양 협연의 앙상블은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앞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수원시향 연주자들은 해금, 대금, 꽹과리 등 국악 연주자들과의 합주 과정 속에 서로 같은 듯 다른 동서양의 악기 결에 놀라움과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수원시향 관계자는 “올해엔 수원시향의 사운드를 보다 깊이 있게 보여드리며 음악 애호가를 위한 여섯 번의 정통 클래식 정기연주회와 시민 친화적이고 클래식 입문자도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기획연주회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예술가 ‘조용경’, 다양한 장르 넘나들며 ‘한계 없는 도전’ [인터뷰 줌-in]

건네받은 명함 속 이력이 빼곡했다. 작곡가, 음악감독, 연출가, 예술감독, 교육자…. 뭐라고 하는 게 좋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괜히 물었다’ 싶은 대답이 돌아왔다. “조용경이요. 예술은 호기심을 근원으로 하는 방황의 연속이라 생각해요. 음악가나 작곡가나 뭐 직함으로 특정 되는 게 아닌, 새로운 것을 자꾸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조용경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조용경 한양대학교 실용음악학과 겸임교수(39)는 음악, 극, 공연, 연출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다. 지난해 11월 안산시립국악단의 '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 네 번째 공연에서 공개된 ‘나비환상곡: 新 아라리’에서 관객의 오감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종합예술로 벅찬 감동을 선사했던 그는 장르와 경계를 뛰어넘는 실험으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다. 어릴 적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배움은 끝없고 폭은 넓었다.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후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음악극창작과 석사 학위를, 이어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또 바이올린, 작곡, 음악학, 뮤지컬 등의 음악극 등을 꾸준히 배우고 음악과 스토리텔링 연구에 집중하며 자신의 영역에 한계를 두지 않았다. 대학 강의도 만 24세부터 시작해 서른 살부턴 전임 조교수 학과장으로 근무했다. 현재 한양대 실용음악학과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작곡가 겸 음악감독, 연출가, 예술감독, 공연·영화 스토리텔링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4년에 발표된 가수 에일리의 ‘아임인러브’ 뮤직비디오에 바이올린 켜는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국악을 기반으로 한 월드 오케스트라 작곡가이면서 케이 팝(K-POP) 음원도 제작 중이다. 대학 졸업 후, 공대에서 학점 수료를 하고 서울대병원 의과학과 학생인턴연구원으로 뇌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한 경험도 있다. 혼자 장구를 들고 부여에 가서 장단 수료를 하고 오기도 하고, 뮤지컬 워크숍에 참가해 극작가 수료도 마쳤다. 다양한 경험과 호기심, 배움에 대한 끝없는 열정은 그를 틀에 가두지 않는 문화예술인으로 만들었다. 그 진면목은 이미 2015년 국립극단에서 선보였던 ‘낭만활극 :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에서 드러났다. 그가 작곡가, 음악감독으로 처음 국립극단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당시 공연은 전 곡을 모두 작곡하고 배우와 악사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지방공연, 재공연까지 이어졌다. 2022년 안산시립국악단 ‘천산개화 대취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공연에선 무궁화가 장관을 이루는 장면을 대취타에 접목한 창작곡을 선보였다. 당시 공연은 하늘에서부터 뻗은 천산을 따라 만개하는 무궁화의 극적 스토리텔링을 대취타 선율에 옮겨 색다른 국악오케스트라 무대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7월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성남 세계태권도 한마당’ 개회식에선 판소리와 양악이 함께하는 애국가로 벅찬 감동을 선사하며 관객의 환호를 이끌었다. 올 상반기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개되는 움직임극 ‘프랑켄슈타인’에선 음악감독을 맡아 작업 중으로 그가 가진 다양한 영역의 색깔을 극 음악에 녹여 드러낼 예정이다. “문화 정책에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 등 문화 전반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호기심을 기동력으로 다다른 미지의 곳에서 꾸준히 작업하고 성과를 낼 꿈을 꾸고 있다. “음악에만 매몰되지 않고 음악과 다른 장르 간, 기술과의 융합 등 다양한 실험과 유기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요. 계속해서 남은 시간 방황하며 새로운 성과 만드는 재밌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 1개월…경기도 의료계 ‘반발’ 극심 [로컬이슈]

올해 설 연휴에는 몸이 아프면 누구나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설 민생 안정 대책’을 발표해 연휴 기간에 대면 진료 경험이 없는 곳에서도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고 약 처방도 가능하게 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정부는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이후 지난해 6월부턴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 형태로 이어가며 대상 등을 점차 확대하는 중이다. 비대면 진료는 의료취약지역의 접근성을 높이는 등 장점이 있지만 약물 오·남용 등의 문제도 있어 찬반 논란이 뜨겁다.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경기도 의료계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문제와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비대면 진료’ 확대 1개월…수요 높은 경기도 정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확대한 지 1개월여가 흘렀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15일 비대면 진료 허용 대상과 시간, 지역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시행했다. 앞서 지난해 6월 비대면 진료의 시범사업을 전격 시작할 당시, 그 대상은 만성질환자와 해당 의료기관에서 1회 이상 대면 진료한 경험이 있는 환자로 정했다. 그러나 6개월 뒤 발표한 이번 보완 방안에는 일반 질환자와 신규 환자로 그 대상을 확대했다. 또 야간과 휴일에도 가능하게 해 비대면 진료의 문턱을 낮췄다. 비대면 진료는 도서 지역·비수도권 등 의료취약지역의 접근성을 높이고 고령자와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건강관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가 환자·의료인·의료기관의 감염병 발생 위험을 낮추고 의료 인력 공급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처음 시작한 지난해 6월 총 14만373명의 환자가 비대면 진료 15만3천339건을 이용했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비대면 진료(2020년 2월~2023년 5월) 이용 건수가 월평균 22만2천404건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69% 수준이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기간에 초진 환자로 대상을 제한해 코로나19 확산 당시보다 이용 건수가 감소했던 것으로 분석,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비대면 진료의 수요가 높다. 의료정책연구원의 연구자료에선 경기도의 비대면 진료 이용이 지난해 6월 3만4천56건으로 서울(3만7천509건)에 이어 전국 2위로 나타났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확대해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다만 의료계 곳곳에선 안전성 등을 문제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 “안전성 부족·약물 오남용·반쪽짜리 정책” 의료계 반발 극심 의사·약사들은 진료의 한계, 약물 오남용 문제 등을 들어 비대면 진료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현재 비대면으로 진료는 받을 수 있어도 약사법상 약은 환자 본인이나 대리인이 약국을 직접 방문해야 받을 수 있다. 소비자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들은 이 같은 시스템이 비대면 진료의 장점을 없앤 ‘반쪽짜리’라고 지적한다. 특히 비대면 진료 의사의 처방전 자체를 거부하는 약국도 있어 ‘약국 뺑뺑이’ 문제도 불거진다. 또 여드름약, 탈모약, 다이어트약 등은 비급여 전문의약품으로 중복 처방을 확인하기가 어려워 ‘약물 오남용’ 가능성이 지적되고,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없어 정확한 진료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지난해 6월 의료정책연구원의 ‘비대면 진료에 관한 의사 인식 조사’를 보면 ‘비대면 진료 허용’에 관한 질문에 55.5%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24.6%였다.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안전성·유효성 미검증으로 인한 오진 가능성’이 89.4%로 가장 높았다. 경기도의사회는 지난해 5월 비대면 진료가 국민 건강권을 위협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시범사업의 참여 거부를 선언했다. 강봉수 경기도의사회 총무부회장은 “환자의 증상을 확인하고 진단하기 위해선 시진, 청진, 촉진, 타진의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로 보지 않곤 정확한 진료가 어렵다. 어린아이들은 의사 표현이 미숙해 환자 특성을 파악하기가 더 어려워 안전성 문제가 가장 크다”며 “특히 초진 환자를 정확한지 알 수 없는 카메라를 보고 진료하라는 것은 의료 쇼핑을 부추기는 행태”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비대면 진료는 보조수단일뿐, 간호사가 동석해 실제 모니터링이 가능한 상태에서 재진 환자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한다”며 “결국 국민의 건강권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오진이 발생했을 때 법적 문제도 의사에게 떠넘길 것이다. 모든 문제를 떠나 의사로서 직업윤리상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비대면으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약사회 역시 지난해 12월 성명서를 통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는 플랫폼 배불리기에 불과하다며 정부를 맹비난했다. 박영달 경기도약사회장은 “비대면 진료 민간 플랫폼에서 개인 정보가 담긴 처방전을 다량으로 갖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병원과 약국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환자를 많이 받으려고 수수료를 지급하게 될 테고, 앱은 더 많은 수수료를 내는 약국에 처방전을 몰아주는 등 불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시범사업이 확대된 뒤 예상 이용자를 조사했더니 600만명이었다. 그중 75%는 탈모·미용·다이어트 등의 약을 필요로 하는 비급여 환자로 나타났다”며 “비대면 진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로 볼 수 없고 의료인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돼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다간 약 배달 우려도 있는데, 약은 정확한 설명을 듣고 올바르게 복용해야 한다”며 “노약자의 경우 먹는 약이 많아 약끼리 충돌의 우려가 있고 인지능력도 떨어져 상세한 설명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전문가 “비대면, 대면 진료 병행해 환자 건강 체크…가이드라인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비대면 진료의 기회를 열어 주되 진료 주체인 의사를 비롯한 약사 등의 입장을 고려해 규제와 관리를 해나가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박은하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장애인의 경우 사회복지사가 있을 때만 병원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는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면 진료를 하도록 규제해 환자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있는 의사, 약사의 우려에 크게 공감하기 때문에 의료진 등과의 논의를 거쳐 중장기적으로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안정화하고 수정·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시점에서 큰 부작용이 없다면 비대면 진료를 열어주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며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에 기회를 주는 대신 해외 사례처럼 간호사 등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를 하게 하는 보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방전은 공공 플랫폼으로 전송해 의료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대안도 있다. 국민 의견을 수렴하면서 사후적으로 규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진 예술감독 “경기도민 지친 삶에 활력 주는 공연 펼칠 것”

“수원시민, 경기도민의 지친 삶에 활력이 되는 공연, 우울하고 버거운 일상을 극복하고, 한 발짝 전진할 동력을 얻을 수 있는 공연. 그런 무대를 펼쳐내기 위해 오늘도 예술을 품고 삽니다.” 뮤지컬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흥미로 뭉친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의 성장을 5년째 이끌어 가고 있는 정유진 예술감독.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의 예술감독은 물론 작곡가와 공연 기획자 등으로 기관과 무대 현장을 활발하게 오가는 그는 열의 넘치는 작가, 연출가, 편곡가, 안무가, 조연출, 배우 등을 한데 모아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뮤직 크리에이티브 정’의 대표도 맡고 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예술과 삶의 일체다. 정 감독은 예술을 통해 삶의 회복과 누림, 내면의 채움이 순환되는 과정을 즐기고 있다. 그는 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뒤늦게 실용음악을 전공해 뮤지컬을 만난 지 20년이 넘었다. 안정적인 교사 일을 그만두고 음악을 다시 배웠을 때든,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기 위해 필드에서 뛰는 유명 음악 감독들을 다짜고짜 찾아가 조언을 구했을 때든 정 감독은 언제나 망설임이 없었다. 단순 흥행만을 노린 공연이 아니라 왜 이 공연이 지금 이 시점에 이런 주제로 관객들과 소통해야 하는지 따져보는 일이 정 감독에겐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젊었을 적 한창 대학로에서 정신없이 상업 뮤지컬 작업을 반복했던 적도 있지만 이제 그는 다른 노선을 택한 셈. 이에 지역사회와 공명하는 작업은 그의 주요 관심사다. 2006년부터 대학로에서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갈수록 누적되는 치열한 제작 환경을 견디지 못해 잠시 휴식기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러다 성남으로 집을 옮기면서 수원지역에서 활동하던 극단 성의 김성열 대표와 접점이 생겨 그와 함께 작업을 이어가게 됐다. 정 감독과 수원의 인연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그간 뮤지컬 ‘성균관 유생 이옥’, 수원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임면수 선생의 삶을 담아낸 뮤지컬 ‘백년의 침묵’, 뮤지컬 ‘정조대왕’ 등에서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는 등 지역과 연계된 역사를 조망하는 콘텐츠를 많이 기획했다. 그런 의미에서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이 오는 2월 항일 콘텐츠로 선보이는 정기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 곳곳에는 예술을 향한 그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정 감독은 “2월 공연은 해마다 3·1절 소재 공연에 출연하는 뮤지컬 단원이 오래 전 일을 소재로 살린 공연을 왜 하는지 전혀 이해를 못해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찰나, 갑작스레 1919년 독립운동의 현장으로 타임슬립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며 “지난해 동안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이 무대를 누비며 보여줬던 공연들에 아이들의 감성이 자연스레 배어 있었다면, 이번엔 어른 세대도 진지하게 공감할 수 있는 깊은 주제로 접근해 한 아이의 성장과 세대를 뛰어넘는 역사의식의 중요성 등을 다채롭게 담아내겠다”며 웃어 보였다.

[생각하며 읽는 동시] 눈사람

눈사람 박수빈 눈사람이 설탕이면 좋겠다 살살 꾀어서 집에 데려다 놓고 아빠도 한 스푼 엄마도 한 스푼 동생도 한 스푼 나도 한 스푼. 맛있는 눈사람 겨울은 뭐니 뭐니 해도 눈이 와야 제 격이다. 어릴 적 기억으로 말하면 사흘도리로 눈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면 밤새 내린 눈이 발목도 부족해서 무릎까지 내린 날도 있었다. 그런 날 아침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눈 치우느라 한바탕 난리를 피우곤 하였다. 그때의 필자 생각을 고맙게도 박수빈 시인이 요렇게 지었다. 눈사람이 설탕이면 좋겠다는 것. 재미있는 것은 설탕사람을 살살 꾀어서 집에 데려오겠다는 것. 그래서 아빠도, 엄마도, 동생도, 나도 한 스푼씩 맛있게 먹겠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장난기 넘치는 작품인가. 동시는 이래야 맛이 난다. 그게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한 것이다. 종종 어린이들의 작품을 심사할 기회가 있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너무 교과서적인 글, 어른스런 글들이 많다. 어린이의 글은 어린이다워야 한다. 세련되어 보이는 작품보다 조금은 모자라 보일일지언정 풋풋한 글에 마음이 끌리게 돼있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억지로 꾸미는 글은 오히려 글맛을 잃게 한다. 여기에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도 피해야 할 일. 단순 명료한 글에 감동도 수반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박시인의 ‘눈사람’을 좋게 보는 이유도 이런 점에 있는 것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김선욱 경기필 감독 취임 기념 신년음악회 ‘성료’

‘음 너머의 의미를 찾겠다’, ‘살아있는 음악을 선보이겠다’고 했던 김선욱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그 첫 발을 뗀 취임 기념 신년음악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상임지휘자로서 첫 발을 내딛은 김 감독은 단원들과의 소통, 열정적인 지휘, 스토리가 있는 음악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앞서 밝힌 목표의 절반 이상은 성공한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 12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김선욱 경기필 예술감독의 취임 기념 ‘2024 신년음악회’는 공연 전부터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김 감독의 취임 기념 공연이자 경기필의 올해 첫 무대, 또 김 감독이 지난해 11월 차기 예술감독 자격으로 10명의 신규단원을 채용한 뒤 처음 손발을 맞춘 공연이라는 점 등에서 이미 수일 전 대극장 표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번 신년음악회에서 김 감독이 내세운 메시지는 ‘시작’과 ‘희망’이다.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상임지휘자로 첫 발을 내딛는 데 대해 경기필과 함께하는 ‘성장’을 꿈꾼다는 소감을 밝혔던 그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시작’을 축하하고 흥미진진한 날들을 기대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곡들을 선정했다. 공연은 약동하는 생명력이 가득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으로 시작했다. 이 곡은 알마비바 백작과 백작 부인, 그들의 하인 피가로와 하녀 수잔나 사이의 사랑싸움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신분제도를 겨냥하는 날카로운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빠르고 경쾌하면서도 매끄럽게 질주하는 관현악의 선율로 연주의 포문을 연 뒤,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환영했다. 백건우는 스크랴빈의 ‘피아노 협주곡’을 선보였다. 쇼팽과 비슷한 결을 지녔지만 쇼팽과는 다른,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자 했던 시기에 스크랴빈이 작곡한 곡이다. 백건우와 경기필은 김 감독의 지휘에 따라 서정적인 선율의 1악장에서부터 낭만적이고 폭발적인 선율을 드러내는 3악장까지 완벽한 호흡으로 곡을 이끌어갔다. 백건우는 한 음 한 음에 정성을 다하면서도 힘 있고 화려한 기교로 건반 위에서 보낸 60여년의 세월을 파노라마처럼 선보이며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앞서 김 감독은 지휘자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자신의 첫 무대를 앞두고 백건우에게 전화를 해 연주를 부탁했다. 후배의 부탁에 기꺼이 화답한 ‘선배’ 백건우는 연주가 끝난 뒤 김 감독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김 감독의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그에게 힘이 돼줬다. 이어 경기필은 베토벤을 넘어서기 위해 20년간 공을 들인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교향곡 제1번은 김 감독과 경기필의 첫 교향곡으로 팀파니의 거대한 울림으로 시작하는 역동적인 흐름과 관현악이 주고받는 따스한 선율, 절정에 달해 모든 악기가 하나가 된 듯한 웅장한 멜로디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앙코르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까지 마치자, 관객들은 김 감독과 경기필의 만남에 박수와 환호로 응원하고 화답했다. 김 감독은 올해 경기필과 함께 5회의 정기연주회를 선보인다. 그 여정 끝에 그려질 ‘음 너머의 의미’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무명의병 4차 포럼 “경기도 제정 조례, 전국 확산 필요”

“이제 공적 영역과 시민 사회가 무명의병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한말 일제와 맞서다 순국한 무명의병을 발굴·기념하는 일이 경기도에서 시작(경기일보 2023년 12월 26일자 1면)된 가운데 조례 제정 이후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11일 경기일보 1층 소회의실에선 ‘잃어버린 무명의병을 찾아서-무명의병 제4차 포럼’이 열렸다. 무명의병포럼과 (사)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이 주최하고 경기일보가 후원한 이번 포럼은 지난 12월 21일 경기도의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에서 통과한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이후 사업 추진 등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포럼에선 이번 조례 제정이 ▲‘잃어버린 무명의병 역사 복원의 첫발’을 내디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무명 순국선열들의 헌신에 대한 기억을 시작하고 ▲무명의병 관련 조례를 경기도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하는 계기 마련 ▲독립운동기념사업과 관련한 일이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과 경기일보 등 학계·언론의 민간 영역에서 시작돼 공적 영역으로 전환된 데 의미가 있다고 제시했다. 특히 도에서 만든 조례가 시·군 지자체와 전국 단위로 확산돼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의 공감대가 컸다. 지자체 마다 의병의 활약상이 각각 뚜렷하고 발굴할 이야기가 많은 만큼 기초 단위에 조례가 확대돼 무명의병과 관련한 사업과 네트워크가 활발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포럼 이후엔 무명의병기념사업회 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협의도 진행됐다. 강진갑 무명의병포럼 공동준비위원장은 “사명 의식으로 시작한 일이 많은 분들의 공감대와 노력으로 공적 영역의 일로 들어서게 됐다”며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지나간 과거를 기억하고 회상하는 것이 아닌 무명의병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명의병 4차 포럼서 “多양한 기념사업 펼쳐… 무명의병 찾기 확산돼야”

‘잃어버린 무명의병을 찾아서- 무명의병 제4차 포럼’에선 경기도 내 기초지자체에서도 무명의병과 관련된 근거 조례가 마련돼 무명의병 찾기 사업이 확산돼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특히 무명의병의 희생정신과 업적 등을 기리기 위해선 ‘무명의병기념사업회’ 구성 등을 통해 탄탄한 학술 연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포럼에는 최종식 경기일보 기획이사 및 무명의병 포럼 공동준비위원장을 비롯해 황대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수원3), 강진갑 무명의병 포럼 공동준비위원장((사)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강진갑 위원장은 “기록을 남기지 않은 1천288명의 경기도 무명의병을 연구하기 위한 토대가 전국 최초로 경기도에서 마련됐다”며 “기념사업을 다양하게 만들어 경기 지역의 항일 의지와 역사적, 문화적 가치의 토대를 풍성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하 경기연구원 AI혁신정책센터장(경기학회장)은 “기념광장의 경우 단순히 보고 가고 끝나는 게 아닌, 오랜 시간 체류하며 역사를 생각하고 미래 세대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선 도내 기초지자체에서도 조례를 제정해 무명의병 관련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우상표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장은 “기초 지자체도 차례로 조례를 제정해 시와 시의회가 예산을 세워 무명의병 관련 선양사업을 활발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국 (사)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이 전국단위로 확산하고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젊은 세대들이 동참할 수 있는 의병 관련 공연, 뮤지컬 등의 문화사업이 필요하다”며 “예산을 확보해야 사업을 홍보하고 중장기계획을 세울 수 있다. 사업의 초석을 마련할 기초지자체의 조례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미래세대의 교육을 위해선 학술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명섭 단국대 연구교수는 “경기 무명의병에 대한 연구는 아직 기초 단계 수준”이라며 “경기 북부의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료를 모으는 등 학술 기초를 탄탄히 해야 홍보,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에 앞서 황대호 부위원장은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에 기여해 순국선열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계승・발전시키는 데 큰 방향을 제시한 공로로 무명의병 포럼 측의 감사패를 받았다. 황 부위원장은 “역사만이 이름을 아는 무명의병의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다”며 “무명의병을 위한 의미있는 사업을 하는 데 지속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종식 공동준비위원장은 “이번 포럼이 잃어버린 무명의병을 더 많이 찾아내고 기념하는, 도민이 함께하는 과정의 첫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며 “연구, 홍보, 교육, 기념사업이 체계적으로 추진돼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문화재단 ‘공연장상주단체 지원’ 예술단체 6곳 ‘예술상’ 수상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는 도내 예술단체 6곳이 국내외 유수의 예술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재단은 지난 2009년부터 ‘공연장상주단체 지원사업’을 추진, 도내 공연예술단체가 공공 공연장과 협약을 맺어 상주하도록 해 우수한 작품을 창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는 총 15개 단체가 지원사업에 선정돼 16곳 공공 공연장에서 총 62개 작품의 공연을 선보였다. 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는 공연장상주단체 ‘연희집단 the 광대’의 안대천 대표는 국악계 최고 권위의 시상행사인 2023 KBS 국악대상에서 ‘연희상’을, ‘입과손스튜디오’는 ‘단체상’을 각각 수상해 국악대상 총 9개 부문 중 2개 부문의 수상을 재단이 육성한 예술단체가 수상했다. 또 ‘브러쉬씨어터’는 2023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연극제에서 ‘최고 작품상’, 아크로리아랩 예술X기술 융합 오픈이노베이션에서 ‘최우수상’과 2023 예술경영대상 ‘수림문화재단 이사장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극단 즐거운사람들’은 그림자놀이극 ‘길동무 북두칠성’으로 제21회 김천국제가족연극제에서 작품상, 무대미술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극발전소 301’은 작품 ‘전장의 시’로 2023 공주 고마나루 국제연극제에서 ‘연기상’을, 작품 ‘밀정리스트’로 전남전국연극제 ‘대상, 연출상, 희곡상, 최우수연기상’을 휩쓸었다. ‘정형일 Ballet Creative’는 ‘Edge of Angle’ 작품으로 2023 대한민국무용대상 ‘한국문화예술회관 연합회 회장상’과 제1회 서울예술상 ‘우수상’을 각각 수상했다. 주홍미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은 “앞으로도 보석 같은 예술단체를 발굴하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현장 맞춤형 지원사업을 개발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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