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 ‘발야구’ 日사자 잡는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은 2005∼2006년 2년간 일본 롯데 마린스 코치 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뒤 세이부 라이온스식 야구를 자신이 지향하는 야구의 모델로 거론했다. 김성근식 SK 야구의 원점에 있던 세이부는 2군 감독이던 와타나베 히사노부를 올해 1군 사령탑으로 승격시키고서 젊은 선수를 중심으로 빠른 발에 파워를 가미한 팀으로 거듭났다. 7년간 세이부 타선을 이끈 알렉스 카브레라를 오릭스로 떠나보냈지만 가타오카 야스유키, 구리야마 다쿠미 등 ‘테이블 세터진’은 한층 빠르고 정확해졌고, 나카지마 히로유키와 나카무라 다케야 등 중심 타선은 한층 강해졌다. 주로 1번으로 나서는 가타오카가 올 시즌 도루 50개로 퍼시픽리그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팀 도루(107개)는 리그 최다를 자랑하고 있다. 홈런도 나카무라가 46개로 리그 홈런왕을 차지함은 물론, 팀 홈런(198개)도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팀 평균자책점 리그 2위(3.86)의 투수진이 가세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강팀이라고 해도 약점은 있기 마련. 팀이 젊어지면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는 실책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세이부의 올해 팀 수비 실책은 98개로 퍼시픽리그 6개 팀 중에서 가장 많고, 마운드도 리그 두번째(1천324개)로 안타를 많이 맞았으며 폭투(56개) 횟수는 가장 많았다. 타자들은 롯데에 이어 두 번째로 희생번트를 적게 댔으며, 홈런을 노리다 보니 삼진을 당한 횟수는 가장 많았다. 방망이가 강해진 만큼 정밀함은 떨어졌다는 얘기다. 반면 SK는 홈런(리그 4위)보다는 안타(리그 1위)를 치고 나가 도루(2위)로 상대를 흔들어대는 팀이다. 한국시리즈에선 포수 박경완의 지휘 아래 두산 발야구를 꽁꽁 묶고 나서 ‘치고 달리는 야구’로 혼을 뺐다. SK에 뜻하지 않은 소득은 세이부 주전 포수 호소카와 도루가 일본시리즈 도중 부상을 당해 6·7차전에 나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SK의 치고 달리는 야구가 세이부 내야를 흔들어 대고, 이 여파가 마운드에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연합뉴스

亞 ‘야구 지존’ 노린다

SK 와이번스와 세이부 라이온스가 13일부터 도쿄돔에서 열리는 아시아 4개국 프로야구 챔프전 아시아시리즈에서 진정한 아시아 최강을 놓고 맞붙는다. 2년 연속 한국야구를 평정한 SK가 기필코 이번에는 아시아 정상에 오르겠다며 일찍부터 이 대회를 별러왔고, 세이부 역시 아시아 최고의 반열에 오르겠다는 각오여서 한일 챔피언간 자존심 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SK는 지난해 예선에서 일본 대표 주니치를 꺾어 역대 이 대회에 참가한 한국팀으로는 처음으로 일본팀을 제압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완숙기에 접어든 ‘토털 베이스볼’로 일본천하를 끝내겠다는 각오다. 다승(16승4패)과 탈삼진(150개) 1위에 올라 올해 프로야구 최우수선수까지 거머쥔 좌투수 김광현이 이끄는 마운드는 SK의 최대 강점이다. 김광현, 채병용, 케니 레이번 선발 3인방이 건재하고 정우람, 이승호, 조웅천, 김원형에 마무리 정대현까지 이어지는 불펜 기량은 질과 양에서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대포군단’ 요미우리를 제치고 일본 최정상에 등극한 세이부는 균형 잡힌 공수 짜임새가 돋보인다. 세이부는 일본시리즈에서 와쿠이 히데아키, 호아시 가즈유키, 이시이 가즈히사, 기시 다카유키 등 사실상 선발 투수 4명만으로 역전 우승을 일궜다. 빠른 발에 타격 센스까지 겸비한 가타오카 야스유키와 ‘젊은 쌍포’ 나카지마 히로유키, 나카무라 디케야, 히라오 히로시 등이 이끄는 중심 타선의 응집력과 기동력이 좋은 데다 불펜의 중심도 호시노 도모키, 알렉스 그라만 등 왼손 투수라는 점에서 SK와 팀컬러가 흡사하다. 특히 와타나베 히사노부 감독의 단기전에서 펼치는 지략은 일본 감독 중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야신’ 김성근 감독과 명승부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연합뉴스

“야구 대표팀 큰 일 해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감동의 명승부를 연출하고 사상 첫 금메달을 딴 야구대표들이 다시 뭉쳤다. 한국 야구의 쾌거를 자축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 축하 리셉션이 1일 오전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민경훈 대한야구협회 회장 등 양대 기구 수뇌부와 이연택 대한체육회 회장, 김양중 백구회 회장 등 내외빈 100여명이 참석해 김경문 대표팀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와 24인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격려했다. 다이너스티 홀을 가득 메운 야구인들은 올림픽 본선 1차전 미국전부터 결승전 쿠바전까지 9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감상하며 그날의 감동과 환희를 다시 한번 만끽했다. 신상우 KBO 총재는 “당시 감동으로 지금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모두 부둥켜안고 울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라며 “이번 우승으로 한국 야구 실력이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확신을 세계속에 심었다. 이 자리를 계속 지켜갈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은 “올림픽에서 구기 종목이 부진한 가운데 야구가 큰 일을 했다. 야구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금메달을 일궜다. 야구의 선전이 농구, 배구 등 다른 여타 프로스포츠로 전파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베이징을 떠나기 전 마음은 복잡했지만 선수들의 눈빛과 모습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 매 경기 쉽지 않았으나 여러분의 도움으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야구 선배들의 도움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됐다. 이제는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신상우 KBO 총재는 금메달 포상금으로 약속한 10억원을 김경문 감독과 주장 진갑용(34·삼성)에게 전달했다. KBO는 지난주 이사 간담회에서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8월23일을 ‘야구의 날’로 제정, 다양한 사은행사를 진행하고 2일에는 전국 4개 구장에서 무료 입장 행사를 실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로 했다./연합뉴스

“야구 올림픽 신화는 계속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감동을 내년 3월 열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KBO는 내달 추석을 전후해 기술위원회를 열어 올림픽 성과를 논의하고 WBC 감독선임과 선수 선발의 큰 줄기를 논의하기로 했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대표팀 전임 감독에 대한 얘기가 본격화 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29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김경문 감독과 WBC 사령탑에 대한 대화를 잠깐 나눴다. 결론 지은 건 없고 ‘당분간 금메달 분위기를 즐기자’고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 총장은 “먼저 김 감독의 의견을 청취한 뒤 WBC 사령탑 문제는 포스트시즌이 끝난 직후 확정지을 것”이라며 차기 WBC 사령탑의 우선권은 김 감독에게 있음을 넌지시 밝혔다. 하 총장은 또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문제가 대두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젊은 선수로 세대교체할 수 있는 여건이 금세 조성될 수 있느냐가 문제”라면서 “현재 베스트멤버를 내년 WBC까지 계속 끌고 가는 방안, 아예 젊은 선수들로 분위기를 바꾸는 방안 등 다각도로 저울질 중”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태극마크를 달고 뛰어 온 간판 선수들 중 일부는 올림픽이 끝난 뒤 ‘대표팀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며 차기 대회부터 고사하겠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밝혀 세대교체론이 자연스럽게 부상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