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E취급 근로자 잇단 사망

부천과 광주 등에서 간 질환 등 인체에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유기용제인 TCE(트리클로로에틸렌)를 취급하는 공장 근로자가 잇따라 사망, 수원 등 노동사무소가 TCE 취급 사업장에 대한 특별 점검에 들어간다. 14일 수원노동사무소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부천의 조명기구 부품 제조업체인 K사에서 TCE 세척 다음 공정인 이물질 제조공정에서 일하던 김모씨(49)가 TCE 과다노출에 의해 발생하는 스티븐슨존슨증후군으로 사망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4일에는 광주의 휴대폰 부품 제조업체인 H사에서 근무했던 필리핀 외국인 근로자 여성(24)이 피부홍반과 급성간염 등 스티븐스존슨증후군으로 추정되는 증세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와 지역 노동사무소는 발병 원인과 작업장 유해요인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긴급 역학조사에 들어가는 한편 다음달 1일부터 TCE취급 1천여개 사업장에 대한 점검과 특별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한다. 수원노동사무소도 15일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TCE취급 사업소 161개소 사업주를 대상으로 TCE중독재해사례 등 보건관리방안 등에 대한 특별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다음달 1일부터 한달간 특별점검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TCE는 다른 물질을 녹이는 성질이 있는 화학물질을 뜻하는 유기용제로 산업현장에서 주로 세척·탈지제 용도로 사용되며, 노출되면 두통과 현기증 등을 일으키며 심하면 간 장애를 동반한 다형홍반, 스티븐스존슨증후군 등을 유발한다. 수원노동사무소 관계자는 “이번 특별점검에서 안전·보건상의 미비로 적발될 경우 안전보건개선계획 수립명령을 내리고 근로자가 TCE에 중독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임시건강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상천기자 junsch@kgib.co.kr

복지시설마다 ‘쓸쓸한 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나흘 앞둔 25일 오전 11시께 노인의료복지시설인 수원시 장안구 ‘연무사랑의 집’. 예년같으면 선물꾸러미를 든 날개없는 천사들로 북적거려야 할 곳이지만 올해는 장기 경기침체에다 지방선거까지 겹쳐 정치인과 공무원 등 단골 후원자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30여명의 정신지체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무의탁노인 등은 외부 사람을 한참동안이나 못 봤던 탓인지 이방인을 발견하자 하던 일을 멈추고 하나둘씩 자리를 피했고 일부는 낯선 표정을 지으며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였다.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로부터 버림받아 2년전부터 이곳에서 지내는 박모 할머니(95)는 가족이 있어도 설을 함께 지내지 못하는 설움을 표출하듯 손을 붙잡고 한참동안이나 말을 하지 못했고, 김모 할머니(86)는 다른 자식들은 반대했지만 둘째 아들이 자신을 이곳으로 보냈다며 원망을 털어놨다. 점심시간이 되자 가로 2m, 세로 1m의 넓은 상이 펴졌지만 메뉴는 팥죽 한그릇과 김치반찬이 전부.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진수성찬으로 알고 남김없이 말끔히 밥그릇을 비웠고 서로를 위로하며 쓸쓸한 설을 맞이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35명의 정신지체장애인 등이 살고 있는 중증장애인보호시설인 수원시 팔달구 ‘아멘 나눔의 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지난해 수원시에서 후원물품을 보내왔으나 올해는 ‘개미 한마리’ 얼씬거리지 않고 있다. 아이들은 낯선 사람의 뜻하지 않은 방문이란 표정을 지으며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조상남 원장(49·여)의 등에 업힌 윤모양(3)은 중3 엄마와 고1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뒤 지난 2003년 이곳에 맡겨져 선천적으로 온몸의 관절이 뒤틀리는 병으로 2차례나 수술을 받았으나 추가 수술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은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된 5명의 아이들의 생활보조금과 조 원장의 남편(51)이 운영하는 인력사무소의 수입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조 원장은 “시설이 문을 연 지난 8년동안 7번이나 이사를 다녀 정기적으로 찾던 봉사의 손길도 끊어진 것 같다”며 “가끔 시설의 위치를 묻고 도움을 주고 싶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지만 올들어서는 그나마도 끊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영규기자 ygko@kgib.co.kr

경찰청차장 비서 자살 ‘술렁’

검·경간 수사권 조정 결정을 보름도 남기지 않고 브로커 윤과의 연루에 대한 경찰 수뇌부를 겨냥한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최광식 경찰청 차장의 수행비서였던 강희도 경위(40)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 죽음과 관련 경찰 내부에서는 브로커 윤과의 연루에 따른 경찰조직 보호를 위해 강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동정론과 함께 검찰의 표적수사가 가져온 결과라며 크게 반발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최 차장 수행비서인 강 경위는 지난 21일 오전 10시55분께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내호리 상촌부락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강 경위는 자신의 상사인 최 차장과 ‘거물 브로커’ 윤상림씨 사이의 돈거래 의혹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이택순 청장이 수장으로 있는 경기경찰 일각에서는 청장권한 대행을 맡던 최 차장의 돈거래 의혹에 이어 또 수행비서의 갑작스런 자살 등은 검찰의 경찰 흔들기가 본격화 된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욱이 황우석 난자 매매사건과 관련, 경찰 수뇌부의 사건축소 지시의혹마저 일고 있는 상태여서 조사결과에 따라 고위급 간부의 연관성이 확증될 경우 경찰조직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고위급 경찰 간부는 “자살에 대한 정확한 경위와 상황을 몰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신임청장 등 지휘부가 공백상태에서 이같은 일들이 잇따라 발생, 경찰조직 자체가 위기”라고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일선 경찰이나 하급 간부들은 “수사권 조정을 앞둔 상태에서 검찰이 브로커 윤 수사를 경찰을 표적으로 벌이고 있다”며 “검찰과 연루된 부분은 덮어놓고 언론을 이용 경찰을 흠집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편 검찰은 강 경위가 유서 곳곳에 결백을 주장하며 검찰 수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수사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전상천기자 junsch@kgib.co.kr

학생 봉사활동제 ‘유명무실’

중·고교생들의 사회성 함양 등을 위해 도입한 사회봉사활동제도가 입시수단으로 전락하는가 하면 단순업무를 한 뒤 봉사시간을 연장하는 등 편법 운용되고 있다. 15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일선 학교마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 중학생은 ‘1년에 2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의무화하고 고교생은 지원 희망 대학의 봉사활동 요구시간에 따라 일정 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봉사활동이 쉬운 경찰서나 동사무소 등 관공서로만 대거 몰리고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노인과 아동, 장애인 복지시설 등은 기피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10시께 수원중부경찰서 A지구대를 찾은 J양(17·고1)은 1시간여 동안 화장실과 식당청소를 했으나 경찰관에게 8시간의 봉사확인서를 받았고, 같은 시간 B지구대에도 K군(18·고2)이 1시간여 동안 쓰레기통 청소 등을 하고 4시간의 봉사확인도장을 받아갔다. 또 동수원우체국에서도 지난 12·13일 이틀동안 C군(15) 등 5명의 중학생이 하루 3시간동안 우편물 분리와 청소 등을 한 뒤 2시간을 늘린 8시간의 봉사확인서를 받아가는 등 관공서마다 하루 5~10명의 중·고생들이 단순업무를 하고 봉사시간을 늘리는 등의 편법을 쓰고 있다. 반면 사회복지시설 등에는 학생들이 없어 기저귀 빨래와 아이보기 등의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안양 아동보호시설에는 방학이 시작된 뒤 일주일에 2~3통의 전화문의만 받았을 뿐 봉사를 하려는 학생들은 전혀 없다. 또 장애인복지시설인 수원 에벤에셀과 포천 부랑인의 집에도 일주일에 1~2명의 학생들이 방문하고 있으나 열악한 시설과 봉사내용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 슬그머니 도망가는 등 도내 사회복지시설마다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C군은 “봉사활동확인서가 없으면 고교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한다”며 “사회복지시설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도 쉽고 시간도 넉넉하게 끊어주는 관공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중·고생들이 하루에도 수십차례 찾아와 업무에 방해되는 경우도 있다”며 “입시에 필요하다고 사정하면 잡일을 시킨 뒤 확인서를 써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호기자 shchoi@kgib.co.kr

“기쁨이가 행복을 선물했어요”

“기쁨아! 네가 우리곁에 있어 너무나 행복하단다.” 안산시 상록구 주부 민삼영씨(33) 집은 말을 배우기 시작한 기쁨이(가명·27개월)의 재롱으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처녀시절 고아원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면서 평소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민씨가 기쁨이를 만나 위탁모가 된 것은 지난 2004년 5월. 경기도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운영중인 ‘가정위탁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가정위탁 프로그램은 친부모의 실직, 질병, 알코올·약물 중독 등으로 정상적인 양육이 힘든 아동을 일정 기간 다른 가정에서 보호·양육해주는 제도. 기쁨이는 친부의 양육거부로 미혼모가 된 친모(당시 26세)의 경제악화 등의 이유로 젖도 채 떼지 못한 생후 7개월만에 부모와 생이별한 아이였다. 기쁨이의 딱한 사정을 알게된 민씨는 이미 첫째 아들(11)이 있어 심하게 반대하는 남편을 어렵사리 설득해 기쁨이를 딸로 맞았다. 민씨는 위탁된 지 3일만에 감기를 심하게 앓는 기쁨이를 보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젖먹이도 자신의 처지를 느끼나’하는 애틋함과 걱정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특히 기쁨이를 위탁한 지 4개월 뒤 둘째아들을 임신한 사실을 알고는 민씨 부부는 기쁨이를 지원센터로 돌려보내야 할지를 놓고 몇날 며칠을 고민해야만 했다. 하지만 민씨 부부는 기쁨이를 선택했고, 27개월이 지난 지금 기쁨이는 민씨 가족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되고 말았다. 민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위탁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5월 기쁨이를 친엄마에게 돌려보내야 하는데 ‘배 아파 낳은 자식’보다 더 정든 기쁨이와 헤어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도가정위탁지원센터는 지난 2003년 3월부터 기쁨이처럼 어려운 사정에 처한 아동들을 위탁가정과 연결, 현재 130여가구에서 위탁아를 양육하고 있다. 도가정위탁지원센터 관계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던 아이들이 위탁가정에서 밝은 웃음을 되찾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면서 “가정위탁제도는 어려운 가정에 아동양육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일정기간 동안 정상가정에서 위탁아에게 ‘가족의 사랑’을 전달함으로써 가정파괴를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용진기자 comnet71@kgib.co.kr

서버먹통…중복지원 처리 ‘비상’

<속보>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 마감일 지원자가 한꺼번에 몰려 인터넷 접수가 중단되는 혼란(29일자 1면)으로 동일 모집군 중복지원사태가 발생,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동일 모집군에 중복지원할 경우 해당군은 물론 다른 모집군의 합격까지 취소되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우려를 낳고 있다. 29일 원서 연장접수가 이뤄진 가운데 경기지역 대학별로 “인터넷서버가 다운되는 과정에서 지원된 사실을 모르고 중복지원됐으니 접수를 철회해 달라”는 지원자들의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전화의 상당부분은 응시료 결제순간 화면이 넘어가지 않거나 다운돼 접수되지 않은 줄 알고 동일군의 다른 대학에 접수했다는 내용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당수의 수험생들이 은행계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중복 지원한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 중복지원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수험생은 포털사이트에서 “서버가 폭주할 때 급한 마음에 잘못 클릭해 2군데를 지원했는데 한 대학은 빼줄 수 없다고 하고 다른 한 곳은 전화를 받지 않아 걱정스럽다”며 “서버 다운에 따른 문제인 만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규정상 교육부는 합격자가 최종 결정된 이후인 내년 3월부터 각 대학들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한 뒤 7~8월께 부정행위심사위원회를 열어 이들에 대한 합격취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모 대학 입시관계자는 “중복지원을 철회하기 위해서는 절차가 복잡한 데다 고의성 등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며 “철회 요청전화가 와도 대학이 선뜻 나서서 구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종식기자 js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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