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 위탁모 민삼영씨의 보육일기
“기쁨아! 네가 우리곁에 있어 너무나 행복하단다.”
안산시 상록구 주부 민삼영씨(33) 집은 말을 배우기 시작한 기쁨이(가명·27개월)의 재롱으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처녀시절 고아원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면서 평소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민씨가 기쁨이를 만나 위탁모가 된 것은 지난 2004년 5월.
경기도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운영중인 ‘가정위탁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가정위탁 프로그램은 친부모의 실직, 질병, 알코올·약물 중독 등으로 정상적인 양육이 힘든 아동을 일정 기간 다른 가정에서 보호·양육해주는 제도.
기쁨이는 친부의 양육거부로 미혼모가 된 친모(당시 26세)의 경제악화 등의 이유로 젖도 채 떼지 못한 생후 7개월만에 부모와 생이별한 아이였다.
기쁨이의 딱한 사정을 알게된 민씨는 이미 첫째 아들(11)이 있어 심하게 반대하는 남편을 어렵사리 설득해 기쁨이를 딸로 맞았다. 민씨는 위탁된 지 3일만에 감기를 심하게 앓는 기쁨이를 보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젖먹이도 자신의 처지를 느끼나’하는 애틋함과 걱정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특히 기쁨이를 위탁한 지 4개월 뒤 둘째아들을 임신한 사실을 알고는 민씨 부부는 기쁨이를 지원센터로 돌려보내야 할지를 놓고 몇날 며칠을 고민해야만 했다.
하지만 민씨 부부는 기쁨이를 선택했고, 27개월이 지난 지금 기쁨이는 민씨 가족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되고 말았다.
민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위탁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5월 기쁨이를 친엄마에게 돌려보내야 하는데 ‘배 아파 낳은 자식’보다 더 정든 기쁨이와 헤어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도가정위탁지원센터는 지난 2003년 3월부터 기쁨이처럼 어려운 사정에 처한 아동들을 위탁가정과 연결, 현재 130여가구에서 위탁아를 양육하고 있다.
도가정위탁지원센터 관계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던 아이들이 위탁가정에서 밝은 웃음을 되찾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면서 “가정위탁제도는 어려운 가정에 아동양육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일정기간 동안 정상가정에서 위탁아에게 ‘가족의 사랑’을 전달함으로써 가정파괴를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용진기자 comnet7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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