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납득 힘든 배곧대교 환경 규제... 시민들 고통 호소에 귀 열어야

서해바다와 접해 있는 인천 서안지역의 도로교통 체증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와 바로 인근 배곧신도시(경기 시흥시) 개발이 시너지를 내면서 인구 유입이 폭증해서다. 송도국제도시 주민만 해도 2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 일대 간선도로는 과거 해안도로라 부르던 아암대로가 유일하다. 인천시와 시흥시가 똑같이 배곧대교 건설에 매달리는 이유다. 배곧대교는 송도국제도시와 배곧신도시를 잇는 1.9㎞짜리 해상교량이다. 그러나 송도습지를 통과하는 노선이어서 환경규제에 막혀 장기 표류하고 있다. 인천시가 지난주 환경부를 찾아 이 사업의 시급성과 환경 피해가 없다는 점을 설득했다고 한다. 또 납득하기 어려운 규제 명분에 대해서는 그 불투명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2021년 말 배곧대교 환경영향평가를 ‘재검토’ 결정했다. 이에 시흥시가 행정심판을 제기했지만 중앙행정심판위는 이를 기각 결정했다. 2014년부터 추진해 이곳 주민들 숙원 사업이 꽉 막힌 셈이다. 배곧대교 사업이 좌절하면, 같은 규제로 수두권제2순환고속도로(인천~안산) 건설까지 불투명해 질 수 있어 더 걱정이다. 인천시와 시흥시는 이 같은 일련의 환경 규제가 타당성을 잃고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단체 등의 반대만 의식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행정심판 등에 대비, 배곧대교 관련 연구보고서를 마련했다. 해외에서도 배곧대교와 유사한 해상교량 건설사업은 많았다. 그러나 이런 사업으로 갯벌의 환경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없었다고 한다. 배곧대교를 건설하면 송도와 시흥시 간 이동거리가 27분에서 10분으로 단축한다. 이는 환경 오염을 저감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미세먼지는 1일 1.18t에서 0.94t으로, 온실가스는 5천593t에서 4천343t으로 줄어든다. 환경부가 배곧대교 건설에 따른 갯벌 등의 구체적인 환경피해 예상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인천시는 의구심을 나타낸다. 지난해 말 나온 행정심판의 기각 결정도 그렇다. ‘인천에서 사업에 대한 찬반과 갯벌 훼손 우려 등이 나와 사업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환경부 스스로도 ‘주민 갈등이 없다’고 판단한 사업임에도 굳이 ‘찬반 여론’을 내세워 기각했다. 인천·시흥 주민 여론조사에서도 88%가 찬성한 사업이다. 새해 초 환경부의 올해 업무보고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 ‘환경 규제는 과학에 기반하되, 공공의 정책 목표를 고도의 기술로써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분별한 환경 파괴도 안되지만 극단적 환경원리주의도 경계해야 한다. 환경부는 배곧대교에 대한 인천·시흥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사설] 의사 없어 문닫는 소아과… 아이들 생명 걸린 문제다

지난해 말 가천대길병원이 어린이 입원진료를 중단한다고 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소아과 입원병동을 가동할 의사가 부족해서였다. 당시 길병원 사태는 수도권의 상급병원에서조차 필수의료 공백이 심각하다는 시그널로 읽혀졌다. 그런데 이는 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인천 원도심 지역에서는 동네에서 내원진료를 받을 수 있는 소아청소년과 의원들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가 없어, 경영이 어려워져 문을 닫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다. 이러다 보니 원도심과 신도시 간 소아의료체계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지난해 12월 기준 인천지역의 소아과 의원은 모두 142곳이다. 2017년 이후 7곳이 줄어들었다. 원도심 지역에 있던 소아과 의원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결과이기도 하다. 소아과 의원이 주는 것은 우선 해마다 감소하는 출생률 때문이다. 여기에 소아과가 기피 전공으로 찍혀 전문의를 구할 수 없는 문제가 가세해 있다. 실제 지난해 7월 인천 부평구 삼산동의 한 소아과는 경영난으로 폐업을 선택했다. 예방접종, 검진, 진료를 받으려는 인근 어린아이들로 붐비던 곳이다. 인천 연수구 연수동에 있던 한 소아과는 지난해 10월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로 옮겨갔다. 상대적으로 아이들이 많이 사는 신도시다.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연수구와 청라국제도시가 있는 서구는 소아과 의원이 각 19곳, 31곳이다. 반면 원도심인 중·동구는 각 6곳, 2곳에 불과하다. 중구 6곳도 영종하늘도시에만 몰려 있다. 원도심은 고령층이 많은 반면, 신도시에는 자녀를 키우는 젊은 층이 많아서일 것이다. 지역 종합병원들의 소아 의료체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천 종합병원 17곳 중 12곳은 소아과 전문의가 1명뿐이다. 인천의료원도 소아과 전문의가 1명뿐이어서 주 5일 진료가 어렵다. 인천적십자병원이나 뉴성민병원 등은 소아과 전문의가 아예 없다. 그간의 경험으로 미뤄 보더라도 저출생 문제는 사실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이런 시대에 어렵게 얻은 아이들을 소아의료체계 미비로 건강하게 키워내지도 못한대서야 그야말로 면목없는 일이다. 소아과는 어린아이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필수 의료다.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공백은 전문의 쏠림 현상과 의사 절대 부족이 중첩된 결과다. 동네 소아과 의원들이 사라지는 것은 화급한 문제다. 지자체도 정부의 중장기 대책만 기다릴 일이 아니다. 소아의료체계는 시민 삶에 중요한 공공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소아과 전문의 수급난 대책을 지체없이 내놔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의대 정원 조정도 적극 검토할 일이다.

[사설] 청라·영종 개발이익 환수... LH는 대립보다 상생 택해야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영종지구 개발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했다. 인허가권을 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그린 밑그림에 따라 LH가 소유 부지를 민간기업에 매각해 개발하는 방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LH가 많게는 조 단위의 막대한 개발이익을 남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인천경제청은 지난해부터 청라·영종의 개발이익금을 환수한다는 방침 아래 관련 용역을 발주하거나 해당 법령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그러나 LH는 또 다른 규정을 들어 개발이익 환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익은 있으되, 그 일부라도 지역에는 내놓을 생각이 없다는 뜻인가. 인천경제청은 오는 3월 안으로 LH와 청라국제도시 및 영종하늘도시 사업의 개발이익금 환수를 위한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인천경제청은 두 곳 신도시 개발에서 남긴 이익금이 수조원에 이르는 만큼 LH로부터 환수할 개발이익이 수천억원 규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이번 협상을 통해 환수 방법과 규모 등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협상을 위해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에 관련 법령에 대한 해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인천경제청이 개발이익 환수의 근거로 보는 법 조항은 경제자유구역법이다. 이 법은 2011년 4월4일 이후 개발사업을 마무리한 시행자는 개발이익의 10%를 지역의 기반시설이나 공공시설 설치 비용 등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LH가 2003년부터 시행해 온 영종하늘도시·청라국제도시 개발사업의 준공기한은 각각 2023년, 2024년이다. 반면 LH는 2011년 이전에 실시계획 인가를 받은 청라·영종 사업은 개발이익 환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은 2011년 8월5일 이후에 실시계획 승인을 받은 사업에 대해 개발이익 재투자 비율을 10%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청라국제도시의 경우 개발이익 환수 대상이 아니지만, 이미 청라시티타워 등 지역 환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인천경제청의 질의에 대해 ‘법이 시행령보다 우선’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어 ‘개발이익 환수 규모는 시행자와 협의로 정하라’고 했다. 법과 시행령 간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 해도 당초 입법 취지는 개발이익의 환수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의미다. 청라·영종 개발에 있어 LH의 역할은 그간의 일반 택지개발사업 수준에 그쳤다. 싸게 구입한 땅을 비싸게 매각하고 도로와 공원 등 도시기반시설을 조성한 것뿐이다. 청라시티타워도 십수년째 제자리걸음 아닌가. LH는 인천과 상생한다는 차원에서 개발이익 환수 협상에 기꺼이 응해야 마땅하다.

[사설] 한 총리와 유 시장의 체험 현장... 답은 늘 현장에 있다

과거 ‘체험 삶의 현장’이라는 TV 프로가 있었다. 1993년부터 20여년간 일요일 아침 시간대를 롱런했다. 각계 명사들과 스타들이 ‘하루 일꾼’으로 막노동을 하는 포맷이다. 곳곳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땀과 노동의 가치를 생생하게 안방에 전달했다. 해양수산부장관 시절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출연했다. 해양 폐기물 수거 현장의 진흙탕을 맨몸으로 뒹굴었다. 당시 MC 이경실씨가 촬영 뒷얘기를 전했다. “그분 진짜 진짜 열심히 하시더라.” 그 프로는 종영했지만 체험 현장이 이어지기는 했다. 선거철 정치인들의 식상한 서민 코스프레식 체험 현장들 말이다. 새해 벽두, 영하의 새벽을 녹인 체험 현장 두 곳이 따뜻한 여운을 남겼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일 새벽 서울 상계동의 한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강남역까지 가는 146번 버스 첫차가 오전 4시5분 출발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 첫차는 3대나 동시에 출발한다. 이 차를 기다리는 이들이 워낙 많아서다. 새벽같이 서울 강남의 고층빌딩 타운으로 일하러 가는 빌딩 청소부, 경비원 등이다. 그들에게 한 가지 오랜 소원이 있었다. 첫차 시간이 오전 4시5분에서 3시50분으로 15분이라도 당겨지는 것이다. 그들의 일은 사무실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끝내야 한다. 가급적 직원들 눈에 띄지도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차에서 내려서도 늘 달음질을 쳐야 한다. 지난 연말, 이런 사연이 총리실에 전해졌다. 한 총리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논의해 새해에는 그 소원이 이뤄지게 됐다. 한 총리가 이날 새벽 버스에서 이 소식을 전했다. 첫차 승객들은 “새해부터 운이 좋네”라며 기뻐했다. 훈훈한 체험 현장은 인천에서도 있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새해 첫 행보로 2일 새벽 거리 청소 현장을 찾았다. 남동구 인천논현역 인근에서 박종효 남동구청장, 환경공무원들과 함께 청소복 차림으로 나섰다. 생활쓰레기를 수거하고 거리를 청소하느라 땀을 흘렸다. 유 시장은 도로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쓸어 담거나 밤새 쌓인 종량제 쓰레기 봉투들을 수집운반 차량으로 날라다 실었다. 일을 마치고 일선 환경공무원들과 자리를 함께해서는 안전한 근무 여건 지원을 약속했다. 정치뿐 아니라 자치행정에서도 공허한 구호만 요란한 요즘이다. 소통, 상생, 혁신, 창조, 민생, 공정, 평화 등등. 생업에 쫓겨 달음질치는 시민들에게는 뜬구름 잡는 소리다. 구호는 이제 그만 됐다. 민생 문제는 그 자체가 삶의 현장이다. 목민관이라면, 단내 나는 시민 삶의 현장과 멀어지면 안 된다. 구호 행정은 기자가 현장에 가보지 않고 쓰는 기사처럼 울림이 없다.

[사설] 예타 통과 백령공항... ‘붐비는 섬 공항’ 안착시켜야

지난주 세밑을 앞두고 인천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10여 년 숙원이었던 백령공항 건설 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것이다. 백령도는 우리나라 8번째로 큰 섬이다. 그러나 풍랑 거센 바닷길로 서해 최북단 고립무원의 섬에 다가가기란 여의치 않았다. 이에 이곳 주민들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비행금지구역 해제 및 공항 건설을 요구해왔다. 2016년에는 제5차 중장기 공항개발계획에도 반영했다. 그러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는 2차례나 탈락, 이번 삼수 만에 통과한 것이다. 백령공항은 50인승 소형공항으로 김포공항까지 1시간 거리로 단축시킨다. 인천 옹진군 백령면 솔개지구 25만4천㎡ 일대에 길이 1.2㎞, 폭 30m 규모의 활주로와 계류장, 터미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 2천18억원 규모로 전액 국비로 건설한다. 올해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가 2026년 착공, 2029년 완공의 사업 일정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수행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9년 백령공항 이용 여객을 연간 24만명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옹진군은 공항이 열리면 현재 13만명인 연간 백령도 방문객이 2030년 39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백령공항은 민·군 겸용 공항이다. 백령도 주민들과 주둔 군인들의 육지 내왕 수요로 백령~김포공항이 주력 노선이다. 전국 14개 공항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백령공항의 운항 노선도 김포공항을 넘어 김해·청주·광주공항 등 전국 운항망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어렵사리 예비타당성조사 문턱을 넘은 터라, 인천시는 2년 앞당겨 2027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시는 조기 개항을 위해 올해 기본계획 및 타당성평가, 2024년 기본 및 실시설계 등을 거쳐 착공을 2025년으로 앞당긴다는 의욕이다. 백령공항은 그간 여러 어려운 관문을 거쳐 이만큼 왔다. 이제 여하히 성공한 섬 공항으로 안착시킬 것이냐는 과제가 남았다. 공항이 성공하려면 그만한 여객 수요가 따라줘야 한다. 주민이나 주둔 군인들의 수요를 넘어 육지에서 앞다퉈 찾아오는 백령도로 만들어야 한다. 인천시는 공항 주변에 18홀 규모의 골프장, 고급 휴양 및 의료관광숙박시설, 해양스포츠단지, 케이팝 입체 공연장 등을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은 여관급 숙소에 해안 유람선이 고작인 백령도다. 2025년 준공·개항을 준비 중인 울릉공항의 경우, 여객 수요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다. 백령공항이 자칫 ‘찬 바람 부는 공항’이 되지 않으려면 서둘러 관광·엔터테인먼트 인프라를 준비할 때다.

[사설] 사실과 다른 기각 사유... 권익위 결정 납득 어렵다

배곧대교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를 잇는 1.9㎞짜리 해상교량이다. 인접한 송도·배곧 일대의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한 인프라다. 2027년 개통 예정인 인천~안산 간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 건설의 선결 사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송도습지를 통과하는 탓으로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표류해 왔다. 지난해 말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은 이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재검토’로 결정해 시흥시에 통보했다. 이에 시흥시는 지난 3월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8개월 만인 지난달 22일, 권익위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 심판 청구를 기각 결정했다. 그런데 국민권익위가 이 행정심판 청구를 기각한 사유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제시한 기각 사유가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인천에서 (배곧대교) 사업에 대한 찬반과 갯벌 훼손 우려 등이 나와 사업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놨다. 지난해 말 한강유역환경청이 내놓은 ‘배곧대교 중점평가사업 검토계획’에는 정반대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계획 노선이 위치하는 송도·배곧 주민의 집단 민원은 모두 배곧대교 건설 찬성 민원으로 지역 간 및 이해관계자 간 갈등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강유역청과 인천시가 행정심판에서 ‘주민 갈등은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지만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한강유역환경청 스스로도 ‘주민 갈등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권익위가 굳이 ‘찬반 여론’을 내세워 기각한 셈이다. 시흥시가 지난 2019년 말 실시한 인천·시흥 주민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주민 1천100명 가운데 88%가 이 사업 추진에 동의했다. 게다가 인천시가 지난달까지 시흥시에 여러 차례 배곧대교 사업 추진을 위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사실도 행정심판에서는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와 시흥시는 곧 권익위에 이번 행정심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공식 항의에 나설 방침이라고 한다. 특히 시흥시는 한강유역환경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 등 다른 대응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두 지역 모두 그만큼 절박한 사안이라는 방증이다. 배곧대교 사업을 적극 지원해 온 송도·배곧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 일대 유일한 간선도로인 제3경인고속도로와 아암대로의 차량 소통이 한계에 이르러 주민 고통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 남항에서 단절해 있는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의 조기 연결도 불투명해졌다. 권익위는 “행정심판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에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사업 무산에 따른 시민 편익의 심각한 침해도 고려했어야 맞다.

[사설] 수리조선단지 이전... 항만도시 인천의 미래 먹거리다

한국은 신조선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의 조선 대국이지만 수리 조선은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최근에는 세계해사기구(IMO)의 선박유 환경 규제로 선박 개조·수리 시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수리 조선은 대표적인 항만 연관 산업이다. 국가 관문항이라 할 부산항이나 인천항 모두 항만 규모에 비해 수리 조선 산업은 영세하다. 그래서 3만t 이상 대형 선박은 많은 비용을 들여 중국이나 싱가포르로 수리를 하러 간다. 인천항에서는 그보다 더 작은 선박도 수리할 곳이 없어 1억원씩 들여가면서 부산·군산으로 가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인천시는 동구 만석·화수동에 있는 선박수리조선단지 이전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규모가 작고 영세해 대형 선박을 수리할 수 없어서다. 그러나 이전 대상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인근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워 제자리걸음이다. 인천시는 2006년부터 동구의 선박수리조선단지를 서구 거첨도로 이전하려 했다. 그러나 주민 반발과 환경영향평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인천시가 최근 선박수리조선단지 이전 타당성 검토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었다고 한다. 모두 11곳의 후보지를 찾아냈다. 종전 선박수리 업체들이 모여 있던 북항 삼광조선 인근과 영흥도 대체매립지, 영종도 제2준설토 투기장 등이다. 인천 신항 2단계 예정 부지와 경인항 인천터미널, 남항, 인천해역방어사령부도 후보지로 꼽혔다. 그러나 모두 최적 부지로는 부족하다는 평이다. 1만t 이상의 대형 선박을 수리할 수 있는 30만㎡ 이상의 부지가 필요한 데다 주민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아서다. 영흥도 대체매립지나 영종도 제2준설토 투기장은 면적은 충분하지만 바다 수심이 얕아 사업기간이 길어질 것이 걱정이다. 남항 역시 첨단산업 위주의 해양산업클러스트 부지로 점 찍혀 소음·분진 발생이 불가피한 수리조선단지와 맞지 않다. 또 현재 확보할 수 있는 부지가 작아 사유지를 더 사들여야 해 인근 주거지역의 주민 반발 문제가 걸린다고 한다. 부산시도 2009년부터 3만t 이상의 대형 수리조선단지 구축에 착수, 우여곡절 끝에 가덕도에 터를 잡았다. 민간자본을 유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속도를 내고 있다. 요즘은 무슨 사업이든 주민 수용성에 발목이 잡힌다. 이에 인천 지역에서도 선박수리조선단지 조성에 따른 인근 주민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박 수리도 맡길 곳 없는 인천항이 되지 않으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이다. 선박 수리조선은 항만도시 인천의 중요한 미래 먹거리다. 중고차수출단지와 마찬가지로, 수리조선단지마저 시간만 허송한다면 항만도시라 자처할 수 있나.

[사설] 검단공원개발 ‘이중행정’ 논란...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공원개발 민간특례사업은 재정 여력이 없는 지자체가 공원 개발을 앞당기기 위한 사업 방식이다. 일몰제로 공원 부지가 사라지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 민간사업자가 사업부지의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하고 나머지 부지에 아파트 등을 지어 판다. 인천에서도 서구 연희공원 등 여러 곳에서 특례사업이 추진 중이다. 검단중앙공원 개발도 이미 민선 6기에서부터 민간특례사업으로 진행해 왔다. 그러나 민선7기 들어 이 곳 부지가 주거입지로 부적절하다는 이유 등으로 돌연 재정사업으로 바꿨다. 이에 따른 인천시와 민간사업자간의 법정 공방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인천시의회는 지난 9월 검단중앙공원 사업 등과 관련한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는 민선7기 시정부가 겉으론 민관유착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치적 사안으로 사업 구도를 뒤엎은 ‘이중행정’이 아니었느냐는 시각이다. 이번에는 민간특례사업이 추진 중인데도 인천시가 관련 예산까지 편성하며 재정사업을 추진했던 사실이 나왔다고 한다. 인천시가 2019년 2월 수시 투자심사를 통해 검단중앙공원 조성사업비 442억원을 확보한 것이다. 당시 민간사업자 제안 사업이 늦어져 자칫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일몰제로 2020년 6월30일까지 실시계획인가가 어려울 수 있다는 명분이었다. 공원일몰제 시한이 아직 1년6개월이나 남은 때였다. 그 한 달 전에는 인천시가 산하 계양공원사업소에 검단중앙공원을 재정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라는 공문도 보냈다. 이 해 5월에는 검단중앙공원 조성계획(변경) 및 실시설계 용역, 사전재해영향성검토(개발) 용역, 교통영향분석개선대책 용역, 매장문화재지표조사 용역 등을 발주했다. 이미 사실상의 시 자체 재정사업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이런데도 민간사업자에게는 아무런 통지도 하지 않았다. 이듬해 1월 이 민간특례사업이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하기 하루 전 날, 밤 늦게 안건 상정 철회를 민간사업자에게 이메일로 통보한 게 다였다는 것이다. ‘이중행정’이라니, 참으로 생소한 말이다. 지방정부가 민간사업자나 시민을 상대로 이중 플레이를 했다란 뜻인가. 민간기업이라면 이윤을 키우기 위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석연치 않아 보이는 구석이 많다. 검단중앙공원이 주거 입지로 떨어진다는 명분도 그렇다. 아파트 분양이 어려운 곳이었으면 민간사업자가 먼저 알고 달아났을 것이다. 재정사업으로 돌릴 거면 지체없이 민간사업자에게 알려 사업을 중단시켰어야 했다. 시민 세금을 쓰는 인천시 행정이 신뢰까지 잃으면 큰일이다.

[사설] 청년전세 이자 지원 2억원... 너무 박하지 않은가

이 시대 우리 청년들의 삶은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게 없다. 처음 세상 밖으로 나서면 취업 절벽에 부딪힌다. 학자금 대출을 떠안고 비정규 일자리를 전전하느라 변변한 주거지 마련은 더욱 힘에 부친다. 이에 서울 부산 경기 등 지자체들마다 청년들의 전세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을 지원하고 있다. 뒤늦었지만 인천시도 새해부터 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이자 지원에 나선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 대출을 받아 전세를 살고 있는 청년들은 지원에서 배제한 반쪽짜리 청년정책이다. 내년에 새로 전세대출을 받는 청년들 중에서도 지원은 아주 일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다.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인천시가 내년부터 2억원의 예산을 떼 청년 전세자금 대출 이자 지원 사업을 시작한다. 39세 이하 청년(신혼부부 포함) 150명에게 연 이자 2%(연간 최대 200만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인천시의 이번 사업은 타 시·도에 비해 뒤늦었다. 서울시나 경기도 등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은행권과 손잡고 전세자금대출의 이자 중 2%를 최대 4년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여기에 시·군·구들까지 추가로 지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인천의 경우 시가 이 사업을 시작도 하지 않아 군·구들에서도 관련 지원이 전혀 없다. 인천시의 이번 지원사업이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규로 전세자금을 대출받았을 때만 혜택이 주어지고 기존 대출자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2억원으로 한정된 관련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150명이 받고 나면 끝이다. 이미 전세대출을 받은 청년들도 최근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금리 인상에 쫓기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기준 금리를 또 0.5% 포인트 올렸다. 이 같은 금리 인상 추세라면 두 자릿수의 대출 이율도 머지않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요즘이다. 길 잃은 주택정책의 폭주 끝에 애꿎은 청년들이 신음하고 있는 요즘이다. 지난 정부 시절에는 자고 나면 치솟는 집값이 그들을 소위 ‘영끌족’으로 이끌었다. 집값 폭락장을 맞아서는, 전세 사기나 깡통 전세의 위험에 가장 먼저 내몰리고 있는 청년들이다.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한 전세대출 이자 지원은 지역사회가 그들에게 내미는 최소한의 사회보장이다. 그런데 인천에서만 한참 뒤늦게 이를 시작하면서, 이마저도 시늉만 하는 정도라니 너무 박하지 않은가. 십수조원의 예산을 굴리면서 말이다. 최소한 이웃 지역 청년들만큼이라도 혜택 받을 수 있도록, 추경을 통해 예산과 지원 대상을 늘려야 할 것이다.

[사설] 지점 문닫아 서러운 어르신들... 은행들이 직접 나서라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급속하게 디지털로 바뀌어 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일상의 금융 거래도 인터넷 뱅킹을 거쳐 어느새 손바닥 위 스마트 뱅킹이 대세다. 이런 흐름 속에 동네 낯익은 은행 지점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세상의 변화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어르신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곤혹스럽다. 은행창구를 찾아가 공과금을 내거나 기초연금을 받는 거래에 평생 익숙해 있던 이들이다. 하는 수 없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멀리 원정 뱅킹을 가야 하는 신세로 남겨진다. 디지털이 일상화한 사람들은 그 불편함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손쉽게 지점 문만 닫을 것이 아니라, 오랜 고객들을 위한 대책이나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10년간 인천에서는 모두 62곳의 시중은행 지점이 통폐합 등의 방식으로 문을 닫았다고 한다. 300여곳이던 은행 지점들이 238개로 줄어든 것이다. 은행들은 비대면 거래 증가와 수익 악화 등을 이유로 지점 수를 줄여 나가고 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둔 출장소로 변경하거나, 지점 2곳을 1곳으로 통폐합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까지 겹치자 인천에서는 지난해에만 10곳이 문을 닫았다. 올해 들어서도 7곳의 은행 지점이 또 사라졌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할 것이다. 최근 인천 부평의 한 은행도 지점 폐쇄 안내문을 내걸었다. 이 동네에서는 불과 2년 사이에 3개 은행의 지점들이 사라지는 셈이다. ATM도 잘 못쓰는 이곳 어르신들은 이제 걸어서 30분 거리의 다른 지점을 찾아야 한다. 이들이 하루아침에 스마트 뱅킹 등에 익숙해 질 수도 없다. 은행 지점은 생활 밀착 공공 서비스인 만큼, 수익성만 따지는 통폐합의 속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국회에서 은행이 지점을 폐쇄할 때 금융감독원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기술 발달에 따른 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시장의 추이를 따르는 은행권의 점포 경영에 대해 또 다른 규제를 들이대서도 안 될 것이다. 문제는 지점 폐쇄 뒤 불편의 그늘에 내팽개쳐지는 고객들이다. 인천시는 어르신 대상의 스마트폰 교육에 디지털 뱅킹도 포함시킨다고 한다. 그도 좋지만 은행권이 직접 나서야 할 문제다. 디지털 소외층이야말로 가장 충성도 높은 고객 아닌가. 통폐합 계획 일정에 맞춰 오랜 고객들에 대한 디지털 뱅킹 교육에 나서라는 얘기다. 점포에 모시든, 동네로 찾아가든 친절히 가르쳐 드리면 서로 윈윈이다. 큰 폭의 예대 마진 수익으로 성과급 잔치만 할 게 아니라 이런 고객제일주의를 실천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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