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암환자∙가족에는 가발구입도 부담/그걸 돕겠다는 인천시, 아주 잘했다

폐암 치료에 쓰이는 표적항암제가 있다. 주사 한 번 맞는 데 250만원이다. 6번을 맞아야 1회 치료다. 모두 1천500만원이다. 척추종양 환자에게 쓰이는 양성자 치료기가 있다. 1회 80만원이다. 30회를 받아야 한다. 2천400여만원이다. 물론 보험은 안 된다. 기본적인 방사선 치료도 2천만~3천만원이다. 치료비 없어 죽을 수 있다. 괜한 소리가 아니다. 많은 암 환자들이 하는 탄식이다. 작은 도움이라도 이들에게는 정말 절박하고 소중할 수 있다. 인천시가 암 환자에게 가발 구입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자격은 간단하다. 인천에서 1년 이상 거주하고 보건소에서 암 환자 의료비를 지원받는 사람이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탈모가 심해 가발이 필요한 사람이다. 의사 소견이 있으면 된다. 지원 액수는 가발 구입비용의 90%, 최대 70만원까지다. 일단 3천5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예산이 소진되더라도 신청이 들어오면 내년에 소급해 지원하기로 했다. 작지만 소중하게 여겨질 일이다. 김석철 인천시 보건복지국장이 취지를 설명했다. “암을 극복하기 위해 힘든 치료 과정을 겪어온 환자들이 이번 사업으로 정신적 고통을 줄이고 치료 의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김 국장의 이 뜻에 더 이상 보탤 게 없다. 지난해 6월 부산 동래구에서도 실시됐다. 역시 암 환자에 대한 가발 구입비 지원이다. 아마 전국 최초 아니었을까 싶다. 좋은 행정에 시행 순서가 무슨 상관인가. 이참에 경기도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같은 말 다른 의미의 탈모가 기억난다. 지난해 대선판에 등장했던 ‘탈모’다. 탈모 치료약의 건강보험 적용 공약이다. 이재명 당시 후보가 제기했고 주목을 끌었다. 매년 25만여명이 탈모로 인한 진료를 받는다. 전체 진료비가 400억원을 넘는다. 이걸 건강보험으로 부담하자는 것이었다. 탈모로 고민하는 유권자가 많다. 탈모 치료비 부담도 크다. 거대한 유권자 그룹 공략이었다. 서울시의회는 바로 어제 청년 탈모 치료제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런 탈모 정책에는 반대한다. 탈모 고민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고민을 공공이 부담할 순 없다. 모발 노화로 인한 탈모, 신경성 탈모가 있고 항암 치료로 인한 탈모가 있다. 국가와 지자체가 우선 보태야 할 탈모는 무엇인가. 당연히 항암 치료로 인한 탈모 고통 아닌가. 묻고 싶다. 탈모 지원 얘기하는 대선 후보·서울시의회, 암 환자 탈모 지원은 얘기한 적 있나. 탈모 암 환자는 표가 적어 안 보이나. 그래서 다시 한 번 평가한다. 인천시 정책에 감사한다.

[사설] 드러난 ‘이중행정’ ‘불법 묵인’... 무슨 사정이 있었기에

인천시의회의 ‘도시계획 및 도시개발사업 관련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특위)가 가시적 성과물을 내놓았다. 지난 민선 7기 당시 처분한 행정행위 중 합법성이나 타당성을 결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안들이다. 이로 인해 그간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사업들이다. 당연히 사업의 진척도 없었다. 도시개발사업은 특히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친다. 갈등을 조정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 인천시가 되레 일을 꼬이게 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바로 ‘이중 행정’ ‘불법 묵인’ 등의 의혹이다. 지난주 열린 특위에서는 인천 계양구 효성도시개발사업이 도마에 올랐다. 이 사업 시행사가 불법으로 취득한 자료를 토대로 토지 보상 업무를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행사는 지난 2019년 계양구청장의 출입허가를 받지 않고 사업부지 내 지장물 조사를 벌였다는 것이다.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사업시행사가 타인의 토지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5일 전까지 해당 기초지자체장에게 알려야 한다. 그런데도 사업시행사는 계양구에 토지 출입 허가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지장물 조사를 한 셈이다. 특히 인천시가 이런 절차적 위법성을 알면서도 사실상 묵인한 사실도 드러났다. 비상대책위 측이 당시 7차례에 걸쳐 이를 지적하는 진정서를 보냈고, 시도 답변을 보냈다. 확인 후 재조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확인을 안 한 것인가, 아니면 그냥 넘어간 것인가. 이미 인천시가 시인한 검단중앙공원 사업의 ‘이중 행정’도 석연치 않다. 시는 2015년 이 공원을 민간특례 방식으로 개발키로 토지주 등의 검단중앙공원개발조합과 협약했다. 민간사업자가 부지의 70% 이상에 공원을 조성하고 나머지에 주거·상업시설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2020년 1월 들어 민간사업자에게 재정사업 전환을 통보하면서 이중 행정 논란을 불러왔다. 민간특례개발이 추진 중이던 2018년 후반기부터 2019년 상반기 사이에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등 따로 재정사업 전환을 준비한 것이다. 특위에서 시 관계자도 시인한 내용이다. 특위에서는, 불법 지장물 조사는 벌금 수준의 경미한 위법이라는 해명이 나왔다고 한다. 검단공원 이중 행정에 대해서도 토지 보상을 마무리해 다시 되돌릴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경중을 떠나 ‘이중 행정’이나 ‘불법 묵인’은 행정 본연의 자세가 아니다. 무슨 사정이 있었기에 이런 엉터리 행정을 버젓이 강행한 것인가. 자리 보신에 유능한 공무원들이 이런 잘잘못을 가리지 못했을 리 없다. 말 못할 외압이라도 있었단 말인가. 행정이 신뢰를 잃으면 지역사회 전체가 혼돈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사설] SL공사 경영참여, 30년 피해지역의 최소한 요구다

인천 서구 경서동 일대의 수도권매립지는 서울의 난지도쓰레기처리장이 넘쳐나면서 생겨났다. 지방자치가 아예 없던 1992년, 정부가 일방적으로 말뚝을 박고 광역매립지로 지정했다. 이후 서울·경기·인천의 온갖 폐기물들이 쏟아져 들어온 지도 30년이 넘었다. 강산이 세 번 바뀌도록 남의 동네 쓰레기를 받아내느라 인천이 치른 고통을, 서울 경기 주민들은 끝내 알지 못할 것이다. 처음 2016년이면 문을 닫을 것이라더니, 하염없이 이어지고 있는 수도권매립지다. 인천시가 환경부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에 대한 경영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한다. 그럴 만한 근거가 있다. 당초 수도권매립지 종료 예정이던 2016년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환경부와 인천시·서울시·경기도가 머리를 맞댔다. 이른바 ‘2015년 4자 협의체 합의’다. 그해 6월 4자는 선제적 조치 이행을 전제로 2016년 말 종료 예정인 수도권매립지를 추가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주요 선제적 조치는 이렇다. 환경부와 서울시가 보유한 수도권매립지 매립면허권 및 소유권을 인천시에 양도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인천시로 이관한다. 주변 지역에 대해 실질적인 지원을 한다. 이 중에서도 매립지공사 인천 이관은 당시 가장 핵심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이제 진짜 인천이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8년이 지나도록 그 합의는 아직도 허공을 떠돌고 있다. 인천시는 환경부에 보낸 공문에서 “SL공사 관할권 이행에 대한 지역 여론을 고려해, 매립지공사 경영 참여 등의 합의 사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수도권매립지공사법 개정 등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했다. 인천시는 SL공사 이사회에 인천시와 서울시, 경기도 공무원의 비상임이사 참여를 요구했다. 인천시는 SL공사의 감사 추천권도 이번 요구 내용에 담았다.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 종료 의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참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대체매립지 확보나 SL공사의 인천 이관 문제 등을 풀어 나간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벌써부터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요구여서 서울 경기와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자명한 논리다. 이 원칙에 비추면 현재의 수도권매립지는 거대한 불합리다. 언제까지 뭉개고 못 본 체할 것인가. 인천의 SL공사 경영 참여는 30년 쓰레기 피해 지역으로서 최소한의 요구다. SL공사를 당장 넘기라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합리적인 요구까지 외면하는 것은 속셈이 다른 데 있다는 반증이다.

[사설] 글로벌 경쟁 시대에 지역차별 규제... 자해 행위 아닌가

규제자유특구는 2019년 도입됐다. 규제 해소를 통해 지역의 혁신산업이나 전략산업을 속도감 있게 키운다는 제도다. 그간 14개 시·도 32개 규제자유특구에서 80개 사업을 추진했다. 8개 사업은 현장 실증과 임시허가 등에 힘입어 이미 사업을 마쳤다. 대구의 이동식 협동로봇 특구를 보자. 특구 지정 이전에는 규제 때문에 사업 확장이나 해외 진출이 막혔다. 이 후 여러 절차를 생략하는 임시허가제 덕분에 국가표준을 획득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4조원의 투자 유치와 3천700개 일자리 창출. 중소벤처기업부의 특구 시행 4년 성과 자랑이다. 그런데 규제자유특구도,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은 해당이 없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도심항공교통(UAM) 연구기관은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항공안전법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혁신산업인 UAM이야말로 기존 규제의 장벽을 낮춰야 하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UAM은 인천시가 제물포 르네상스나 북부권 개발 계획에도 포함시킨 첨단 전략산업이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식품업체 사정도 그렇다. 지난해 9월 환경부에 화학물질 등록 의무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요청했다.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결과 자체적으로 비용을 들여 화학물질 시험을 통과했는데도, 행정절차라는 이유로 같은 내용의 시험을 2번. 3번씩 또 받아야 했다.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으면, 특히 기술 적용 전례 등이 없는 혁신산업 등의 혜택이 크다. 신기술에 대한 실증 특례나 임시 허가, 규제에 대한 30일 이내 확인, 각종 세제 혜택 등 다양한 특례를 누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천에서는 최근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급격히 감소한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규제자유특구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제 혁신산업이나 전략산업을 이끄는 기업 유치로 방향을 틀어야 할 때라고 판단해서다. 실제 인천시와 인천상공회의소는 2년 전부터 인천경제자유구역만이라도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건의했다. 그러나 늘 메아리가 없다. 이런 가운데 경남도는 원전·방위·항공우주 등의 신기술 사업에 대한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미 2019년부터 무인선박·5G 활용 차세대 스마트공장·암모니아 혼소 연료추진시스템 선박 등 3곳의 특구가 지정된 곳이다. 최근 시·도지사에게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넘기는 데 대해서도 수도권만 쏙 빠졌다. 반도체, 배터리, AI, 바이오, 드론... 미래 먹거리 혁신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도시 간 무한 글로벌 경쟁 시대다. 이런 판국에 20세기형 지역차별 규제행정이 횡행한다. 세계 초일류 대한민국에 대한 자해행위 아닌가.

[사설] ‘경영난보다 아찔한 인력난’… 저 많은 공장 거미줄 치려나

여기저기서 일손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는 아우성이다. 중소기업 구인난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층 악화된 모양이다. 오죽하면 ‘경영난보다 인력난이 더 무섭다’고 할까. 인천·경기 지역 산업단지들에서는 365일 ‘직원 채용’ 공고를 내붙인다. 그러니 직원 중 누가 곧 나간다는 소문만 돌아도 초비상이 된다. 최근에는 애써 채용한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한두 달 만에 더 나은 곳을 찾아 가버린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 청년들의 구직난은 여전히 첫손 꼽히는 사회 문제다. 이 모두, 지난 반세기 땀흘려 쌓아온 성과와 그 지속가능을 위협하는 난제들이다. 극심한 구인난의 현장을 가보자. (경기일보 7일자 1면) 인천 남동구의 한 석유·화학 소재 기업은 1년 내내 채용 창구를 열어놓고 있다. 그래도 늘 인력난에 허덕인다. 가급적 내국인을 쓰려 하지만 내국인, 특히 청년은 ‘씨’가 마른 것 같다는 푸념이다. 하는 수 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쓰지만 일이 손에 익을만 하면 본국으로 돌아가니 상시 인력난이다. 경기 화성의 한 화장품 용기 업체에서도 직원 한 명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쯤 된다. 제조업=3D 편견을 벗기 위해 수억원짜리 정화시설과 스마트 공정도 도입했다. 신입사원 초봉 3천만원에 무료 기숙사까지 지원한다. 그래도 사람을 못 구하니, 앞으로 어떻게 회사를 꾸려갈 것인지 답답하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게 하는 정책도 그간 많았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청년과 기업, 정부가 2년간 함께 공제부금을 넣어줘 몫돈을 만들어주는 제도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 대부분이 ‘내채공(청년내일채움공제)’이 끝나면 회사를 나가 버린다. 청년들의 장기 근속은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경기도의 ‘중소기업 청년노동자 지원사업’이나 인천시의 ‘중소·중견기업 청년 취업지원사업’도 청년들을 일시적으로 붙들어 놓을 뿐이라는 평가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이들 정책의 청년 지원이 대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더 죽을 맛이라고 한다. 짧은 기간이나마 빈자리를 채울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힘들어져서다. 결국 백약이 무효인 셈이란 말인가. 중소기업의 ‘경영난보다 아찔한 인력난’은 악화일로의 출생률 하락을 떠올리게 한다. 수십조원의 예산을 퍼부은 온갖 처방에도 되돌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선진국병인가. 출산격려금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데에야 무력하다. 마찬가지로 궂은일은 하기 싫다는데, 어떤 처방이 통할 것인가. 결국 시간이 약일 것인가. 저 많은 공장들이 거미줄 치게 될 것이 두렵다.

[사설] 인천 공공기관 172곳 씩이나… 세금 하마 아닌가

인천시가 산하 공공기관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나선다고 한다. 지난해 민선 8기 출범 때부터 공언해 왔던 일이다. 초점은 방만 경영이다. 방만은 곧 부실을 낳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짊어진다. 인천시 산하 공공기관은 우선 그 수가 너무 많다. 도시공사, 시설공단 등 5개 공사·공단과 12개 출자·출연기관들이 있다. 11개 SPC(특수목적법인)와 시에서 예산 지원을 받는 148곳의 각종 센터도 있다. 모두 172개에 이른다. 언제 이렇게 불어나 있었나. 이제 시민들은 뭐가 뭔지도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지난해 가을 인천시 산하 5개 공사·공단의 경영실태 자료가 나온 적이 있다. 임원들이 주말과 공휴일은 물론 병원에 갈 때도 공용차량을 사용했다. 개인 일로 고속도로에서 공용차량 하이패스를 써 수십만원의 통행료를 떠넘겼다. 연차 또는 조퇴를 한 날에도 업무용 차량의 회사 부담 대리운전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들이 무슨 큰 영업활동을 한다고 술 마신 날 대리운전까지 기관 경비로 지원하는 건지. 퇴직 임원에게 수천만원의 전별금품을 제공한 곳도 있었다. 청탁금지법도 아랑곳하지 않은 셈이다. 임원에게 제공한 사택의 관리비 중 개인 사용료까지 예산으로 대준 곳도 있었다. 사택의 고급 이불 베개까지 기관 예산으로 구입해 썼다. 개인 휴대전화 통신요금과 단말기 할부금, 부가이용료까지 예산으로 집행했다. 부적절한 국회여행, 규정을 벗어난 업무추진비 사용 등은 허다하다.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기관의 ‘내 돈’ 아니라는 방만 경영, 서로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식이다. 인천시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먼저 경상비 및 조직 규모의 적정성, 청산 및 통폐합 필요성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경상비 절감만으로도 연간 100억원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업무 연관성이 없는 사택이나 유휴부지, 콘도회원권 등을 매각하면 2천134억원의 자산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다. 유사·중복 기능의 장애인복지·환경기후·소상공인 관련 센터들도 통폐합하는 방안을 찾는다. 파킨슨의 법칙이란 게 있다. 공조직은 일이 있거나 없거나에 상관없이 갈수록 스스로 몸집을 키워 간다는 것이다. 선거나 정치 입김으로 세워진 기관도 적지 않음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래도 모두 인천시민들 세금으로 유지되는 공공기관들이다. 말 등에 짐을 과하게 실으면 말이 주저앉는다. 때마침 일산의 ㈜킨텍스는 사장부터 연봉 20%를 내놓기로 했다는 보도다. 기구도 28% 줄이기로 했다. 이번 인천 공공기관 손보기도 시늉에 그친다면, 말없는 시민들이 속 깊이 새겨둘 것이다.

[사설] 이농향도 때 수정법... 강화 옹진 풀어줘야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은 40여년 전인 1982년에 만들어졌다.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기 위한 취지였다. 그러나 획일적인 규제 일변도여서 불합리성이나 폐해 또한 누적돼 왔다. 누가 봐도 낙후한 지역일 수밖에 없는 고장들까지 획일적으로 묶어 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바로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이 그렇다. 해당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횡포로까지 느껴지는 수정법이다. 처음 입법 취지는 명분이 있었다고 해도, 이미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간의 시대 변화와 해당 지역의 현실을 꼼꼼히 살펴 수정법의 족쇄를 풀어줄 때다. 인천시의회가 최근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수도권 범위 개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했다. 정부와 국회를 향해 강화군과 옹진군을 수도권 규제 대상 지역에서 제외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과밀한 수도권을 정비하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수정법은 인천의 경우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이 때문에 그간 인천은 국비 지원 기관을 유치하거나 신산업 등을 유치하는 데 있어 매번 불이익을 당해 왔다. 시의회는 이날 “강화군과 옹진군이 지리적·문화적 특수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수도권의 일원으로 묶여 규제만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화군과 옹진군은 수도권에 가해지는 온갖 규제를 받고 있지만 정부도 인정한 ‘인구감소지역’이다. 접근성이나 노후주택비율, 하수도보급률, 유아 1천명당 보육시설 등 객관적 지표로 나타난 이 지역의 현실이다. 강화군과 옹진군의 재정자립도도 각 12.5%, 8.4%로 전국에서도 하위권이다. 수정법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 재정비를 위한 법이다. 이러니 “강화와 옹진이 ‘과밀한 수도권’ 중 어디에 해당된다는 말이냐”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오히려 국가 안보의 최일선에서 발전을 제약받아 온 만큼, 비수도권과 동일한 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현실과 괴리된 법 적용 대상 지역뿐만 아니다. 그간 수정법은 공부 잘하는 학생은 책상에 앉지도 못하게 하는 법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 40여년 동안 지역 균형 발전보다는 하향 평준화만 초래했다는 차가운 시선도 있다. 지금은 법 제정 당시의 이농향도(離農向都)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강화 옹진 같은 지역에 인구와 산업이 몰리도록 부추겨야 할 때 아닌가. 국회에는 이미 강화와 옹진을 수정법상의 수도권에서 제외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국회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며 미룰 일이 아니다. 이참에 강화 옹진의 지역 현실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도록 수정법을 뜯어고쳐야 한다.

[사설] 연수청년외식센터의 실패... 섣불리 시장에 뛰어들지 말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건물 2층에 연수구 청년외식사업지원센터 간판이 보인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불이 꺼진 채 인적이 끊긴 채로 버려져 있다. 연수구가 지역 내 청년 외식 사업가를 키운다며 거액의 세금을 들인 곳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배달 주문이 늘어나는 유행을 좇아 시작한 청년지원사업이다. 그러나 2년을 못 채우고 간판을 내려야 할 형편이다. 지원 대상인 청년 창업가들이 외면하는 데다 센터를 인수·운영할 사업자도 없다. 그 사이 8억원이 넘는 연수구 주민 세금이 눈 녹듯 사라졌다. 시설을 철거하고 사업을 접으려니 또 수천만원의 철거비와 잔여 임대료를 물어야 한다. 연수구는 팬데믹 2년 차인 2021년 2월 이 센터를 열었다. 팬데믹 첫해인 2020년부터 준비한 사업이다. 1억원의 보증금으로 건물 공간을 임대했다. 월 임대료 660만원 규모의 상가다. 여기에 3억764만5천원을 들여 공유형 주방 10개와 사무실, 커뮤니티 등의 공간을 조성했다. 공유 주방은 싱크대와 조리대 등 주방 설비 기기가 갖춰진 공간을 함께 사용,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초기에는 지역 청년 10명이 입주해 배달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베트남 쌀국수나 수제 소시지, 초밥 등의 메뉴였다. 하지만 구는 지난해 11월 청년외식지원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것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하반기 센터에 입주할 2기 청년 창업가들을 모집했으나 지원자가 없었다. 이런 사이 연수구의회 등에서는 특혜라는 지적이 나왔다. 구가 센터를 만들어 일부 청년들에게 과다한 지원을 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연수구는 초기 투자 외에도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4억6만천원의 예산을 추가로 지원했다. 컨설팅 지원 비용이라고는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커 보인다. 연수구는 이달 초 센터를 인수해 운영할 사람을 찾는 공고를 냈다. 희망자가 없었다. 현재 2차 공고가 진행 중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보증금 1억원에 매월 임대료 660만원이면 민간사업자로서는 사업성이 없다. 더 큰 이유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 비대면 배달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데에 있다. 청년 지원이라는 선의에서 시작했겠지만 결말은 애물단지다. 제 주머니 돈이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새삼 돌아볼 것은, 공공부문이 섣불리 시장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지원을 해줘도 왜 수요자들이 외면하는가. 그 지원을 받지 못한 청년 창업가들이 시장에서 받는 불이익은 어떡할 것인가. 공공부문의 시장 개입 실패는 사례가 차고 넘친다. 시장은 법과 세금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고유의 룰이 지배한다.

[사설] 최소한의 안전판 전세보증보험... 가입은 하든 말든이라니

지난해 본격 불거진 전세사기 사태는 이 추운 시기에도 진행 중인 사회 문제다. 인천은 특히 그 피해가 몰려 있는 지역이다. 지난해 인천경찰청이 특별단속에 나서 815건을 적발했다. 이 중 618건이 미추홀구에서 발생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인천 기초자치단체들이 지난 수년간 지역 임대사업자들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HUG가 이를 대위변제하는 보험 상품이다. 이 보증보험은 그나마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시스템의 미비라고는 해도, 그간 세입자들은 아무런 보호막도 없이 전세사기 지뢰밭에 내던져져 있었던 셈이다. 인천의 군·구에서는 그간 지역 주택임대사업자들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실태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전수조사명령을 내리자 뒤늦게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 중이다. 이를 통해 부평구는 34건의 보증보험 미가입을 적발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대량 발생한 미추홀구는 아직 조사 중이다.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은 2020년 8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의무화 했다. 기초지자체는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미가입을 적발하면 과태료 등을 부과해야 한다. 그러나 신고에 의존하는 데다 실태조사도 없었다 보니 2년 반이 지나도록 과태료 부과가 0건이다. 현재 인천의 개인 임대사업자는 1만7천여명이다. 이 중 보증보험 가입은 1천600명(10.6%) 수준이다. 법인 임대사업자도 170여명이지만 15명(11.3%)만 가입해 있다. 군·구가 보증보험 가입 실태에 어두운 것은 임대사업자가 전세 계약·변경에 대한 신고를 해 와야만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는 굳이 신고를 하려 하지 않는다. 중개업자가 임차인을 속여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큰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당초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던 처벌 조항은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낮춰졌기 때문이다. 이미 2년 반 전부터 시행한 전세보증보험 제도가 이렇게 허점투성이라니. 정치권의 ‘민생’ 구호가 참으로 공허하다. 지금이라도 전세사기 피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전세보증보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세사기 사범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사법 정의를 확립해야 할 때다. 세입자가 떼인 전세금을 우선 갚아준 HUG도 구상권을 청구할 곳이 없으면 그 보험이 오래 못 간다. 전세사기범이 서민들에게 피눈물을 안기고서도 호의호식할 수 있다면 크게 잘못된 사회다.

[사설] 동네 분란 일으키는 주민공동시설... 꼭 필요한 사업인가

인천 군·구 등에서 설립한 주민공동이용시설들이 애물단지 신세라고 한다. 준공을 해놓고도 문을 열지도 못한 채 방치하거나 아예 문을 닫아 걸기도 한다. 주민 참여도가 낮고 사용 목적이나 운영 주체도 명확하지 않아서 빚어지는 결과다. 시민 세금 수백억원이 들어간 시설물들이다. 애초의 취지는 좋았을 것이다. 동네 주민들이 함께 하는 공간을 마련,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마을의 자산으로 키워 나간다는 사업이다. 그러나 좋은 취지는 간 데 없고 이로 인한 주민 다툼까지 벌어진다니, 세금이 아깝다. 인천 중구는 지난 2015년 송월동 동화마을에 초콜릿 체험관 운영을 위한 주민공동이용시설을 건립했다. 주민 주도로 운영해 보겠다는 이곳 주민협의체의 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주민협의체는 2016년부터 2년 넘게 시설 운영권을 개인사업자에게 재임대했다. 운영 계약을 어긴 불법행위다. 중구는 2년이 지나서야 이를 확인하고 주민협의체와 수년째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초콜릿 체험관은 4년째 운영 중단이다. 남동구도 2020년 만수동에 주민공동이용시설을 건립했다. 이곳 만부마을 주민협의체가 운영할 식당(마을밥상)과 공동작업실 등을 위한 것이다. 이 역시 2년 넘게 문도 못열고 있다. 전 주민협의체 대표가 지자체 지원금 횡령 등으로 주민들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등 갈등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운영 주체인 주민협의체가 시설 운영을 위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 방치한 곳도 있다. 서구 가좌동의 가재울마을 주민공동이용시설이다. 2019년부터 도서관과 마을회관 등을 운영하려 했지만 운영비를 마련하지 못해 4년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서구 신현동의 회화마을 주민공동이용시설도 같은 케이스다. 카페를 열어 운영비를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일손을 구하지 못해 2년째 텅 비어 있다. 이런 주민공동이용시설은 인천시와 기초지자체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벌인 1기 원도심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의 결과물이다. 사업비 680억원을 들여 원도심 17곳에서 이 사업을 벌였지만 운영을 중단하거나 미뤄지는 곳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시의회에서도 최근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업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세금 들여 시설만 짓고 사후 관리·감독을 손놓은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데 해당 관청에서 일일이 개입해야 제대로 돌아간다면, 주민 자율의 공동이용시설이라고 할 수 있겠나. 자고 나면 이웃이 바뀌는 광역 대도시에서 주민 참여도도 낮은 이런 사업이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 이보다는 마을 단위의 방과후 돌봄교실이나 공립 보육시설을 늘리는 사업이 더 화급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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