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자유특구는 2019년 도입됐다. 규제 해소를 통해 지역의 혁신산업이나 전략산업을 속도감 있게 키운다는 제도다. 그간 14개 시·도 32개 규제자유특구에서 80개 사업을 추진했다. 8개 사업은 현장 실증과 임시허가 등에 힘입어 이미 사업을 마쳤다. 대구의 이동식 협동로봇 특구를 보자. 특구 지정 이전에는 규제 때문에 사업 확장이나 해외 진출이 막혔다. 이 후 여러 절차를 생략하는 임시허가제 덕분에 국가표준을 획득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4조원의 투자 유치와 3천700개 일자리 창출. 중소벤처기업부의 특구 시행 4년 성과 자랑이다. 그런데 규제자유특구도,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은 해당이 없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도심항공교통(UAM) 연구기관은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항공안전법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혁신산업인 UAM이야말로 기존 규제의 장벽을 낮춰야 하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UAM은 인천시가 제물포 르네상스나 북부권 개발 계획에도 포함시킨 첨단 전략산업이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식품업체 사정도 그렇다. 지난해 9월 환경부에 화학물질 등록 의무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요청했다.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결과 자체적으로 비용을 들여 화학물질 시험을 통과했는데도, 행정절차라는 이유로 같은 내용의 시험을 2번. 3번씩 또 받아야 했다.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으면, 특히 기술 적용 전례 등이 없는 혁신산업 등의 혜택이 크다. 신기술에 대한 실증 특례나 임시 허가, 규제에 대한 30일 이내 확인, 각종 세제 혜택 등 다양한 특례를 누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천에서는 최근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급격히 감소한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규제자유특구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제 혁신산업이나 전략산업을 이끄는 기업 유치로 방향을 틀어야 할 때라고 판단해서다. 실제 인천시와 인천상공회의소는 2년 전부터 인천경제자유구역만이라도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건의했다. 그러나 늘 메아리가 없다.
이런 가운데 경남도는 원전·방위·항공우주 등의 신기술 사업에 대한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미 2019년부터 무인선박·5G 활용 차세대 스마트공장·암모니아 혼소 연료추진시스템 선박 등 3곳의 특구가 지정된 곳이다. 최근 시·도지사에게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넘기는 데 대해서도 수도권만 쏙 빠졌다. 반도체, 배터리, AI, 바이오, 드론... 미래 먹거리 혁신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도시 간 무한 글로벌 경쟁 시대다. 이런 판국에 20세기형 지역차별 규제행정이 횡행한다. 세계 초일류 대한민국에 대한 자해행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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