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봉투’ 반사이익만 관심... 최대 피해자는 인천시민이다

2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의 ‘돈봉투’ 사태는 충격이다. 연일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육성 녹음은 생생하고 원색적이다. 전혀 몰랐다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만리타국에서 등 떠밀려 탈당했다. 사태가 불거진 지 열흘 만이다. 현재 거론되는 이번 사태의 주역들은 인천이 뽑은 정치인들이다. 인천시민들이 이런저런 자리에서 이웃처럼 인사를 나누던 이들이다. 이런 판국에도 현재 인천지역 정가에서는 주판알을 튕기는 소리만 요란하다고 한다. 이번 사태의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셈법들이다. 여야를 떠나 뼈아픈 성찰이 먼저 아닌가. 인천지역 정가의 지각변동. 이번 사태와 관련,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헤아리는 시각들이다. 먼저 야당에서는 ‘친송계(친송영길)’가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 전 대표는 그간 민주당의 인천 맹주였다. 현재 11명인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1명 중 6~7명이 친송 그룹으로 꼽힌다. 2014년 인천시장 당선 이후 오랜 관계를 맺은 그룹이다. 이 중 2명이 이미 돈봉투 의혹의 수사 대상이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는 인천 출신 후보들이 당 대표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했다. 그러니 친송계와 대척점에 있던 당내 다른 계파가 그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자천타천의 인사들이 거론되는 모양이다. 전직 인천시장이나 구청장들이다. 지역 여권은 표정 관리를 하면서도 물밑 작업에 바쁘다고 한다. 민주당 현역 의원의 낙마 자리를 노리는 셈법이다. 2020년 총선에서 1석밖에 못건졌으니, 반격의 기회로 보는 것이다. 정의당도 민주당의 악재를 기회 삼아 틈새를 파고들 채비다. 정의당 소속 한 비례대표 의원은 벌써 남동을 출마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이번 돈봉투 사태로 현역 의원의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지역구다. 자나 깨나 금배지 달고 여의도 갈 생각의 정치판이니, 그럴만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정치 셈법으로만 접근하기에는 도를 넘은 수준이다. 민주주의의 뼈대인 선거에서 돈봉투가 원색적으로, 노골적으로 횡행했다. 이번 사태 최대의 피해자는 인천시민이다. 그리고 인천이라는 지역사회다. 서울이나 제주에서 ‘인천은 왜 그런가’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추락한 인천시민들의 자존감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어느 정파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당 저 당 모두 싫다는 무당층이 사상 최다라고 한다. 늘 실패하는 ‘제3당’이 기다려질 정도다. 그런데도 빈자리 꿰차기에 먼저 바쁘다니, 22대 국회라고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이어선가.

[사설] 동탄에서도 집단 전세사기, 땜질식 처방으로 구제 어렵다

인천 미추홀구에 이어 화성 동탄신도시에서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빌라에서 시작된 전세사기가 오피스텔 등 다양한 형태와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세사기 재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동탄신도시와 병점·수원 등에 오피스텔 250여채를 소유한 부부가 파산 절차를 밟으면서 임차인 수십명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피해자들의 신고에 화성동탄경찰서가 58명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상태다. 피해자 중에는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삼성전자 직원 등도 있다. 이 임대인 부부는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것을 알고도 임대계약을 지속하다 일이 커지자 연락을 회피하고 파산 신청을 했다는 게 피해자들 주장이다. 피해자들은 현재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해당 매물의 소유권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소유권이 이전된다 해도 집값 하락 등으로 오피스텔 거래가가 전세금 이하로 떨어진 데다 체납세도 있어 가구당 2천만∼5천만원의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사건 외에 동탄에서 오피스텔 등 43채가 넘는 전세사기 사례가 또 발생했다. 임대인 지모씨는 지난 2월 수원회생법원에 채무를 변제하기 어렵다며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했다. 채권자 명단에 피해자로 추정되는 43명과 함께 카드사, 캐피털 등도 포함돼 있다. 동탄에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도 있어 최종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부산·인천·경기 등에 설치된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선 3천817건의 피해 상담이 이뤄졌다. 인천이 2천265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경기도 954건, 부산 524건, 서울 74건 등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여 정부와 지자체가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수십, 수백채의 오피스텔과 빌라를 사들여 임대사업을 하던 이들이 배째라는 식으로 파산 신청을 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재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도 정부가 늑장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 뒤늦게 경매 유예 조치와 피해자 대상 저리 전세자금 대출, 긴급 주거지원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새 전셋집으로 갈 때 쓸 수 있는 ‘연 1∼2%대 저리 대출’을 내놨지만 기존 전세대출을 갚기 어려운 피해자들은 이런 상품을 이용할 여력이 없다. 경매 유예도 일시적이라 다시 진행될 수 있어 근본 대책이 못 된다. 피해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20, 30대 젊은이들이 극단 선택을 하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땜질식의 엉성한 처방이 아닌 실효성있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피해자 구제뿐만 아니라 전세사기 예방책도 필요하다.

[사설] 의사 씨 마르는 섬마을... 공중보건의 최우선 배치해야

의사 부족 문제는 지난해 인천의 가천대 길병원이 새삼 일깨웠다. 광역시의 상급 종합병원이 의사가 부족해 소아청소년과의 입원 진료를 중단한 것이다. 광역 대도시에서도 이러니 산간 오지나 섬 지역은 어떨 것인가. 실제로 서해 5도 등 인천 섬 지역의 의사 부족이 심각하다고 한다. 그냥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해가 갈수록 충원율이 떨어지는 것이 더 문제다. 과거 섬 지역에 우선 충원해주던 공중보건의조차 부족한 실정이라니. 인천 섬 지역의 주민당 의사 수가 산간 지역인 강원도보다 적다고 한다. 인구 2천118명인 연평도의 보건지소에는 의사가 4명뿐이다.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1.8명인 셈이다. 전국 평균은 3.2명이며 강원도도 2.7명이다. 주민 8천573명인 서해 5도의 의사가 18명이니, 1천명당 2.09명 수준이다. 최북단 서해 5도는 인천 등의 대형병원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의사까지 부족하니 위급상황 발생 시 제때 제대로의 대처가 불가능하다. 공중보건의 등 의사 1명이라도 육지로 휴가를 가면 응급 진료 공백 상태가 된다. 주민이 가장 많은 백령도보건지소에는 심·뇌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일반의가 1명만 있다. 고령층이 많은 섬 지역임에도 심·뇌혈관, 고혈압 등의 응급 대처가 비어 있는 것이다. 섬 지역의 의사 절대 부족은 공중보건의 감소가 부채질한다. 최근 10년간 이들 섬에 배치하는 공중보건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보건복지부는 인천 섬 지역의 일반의 공중보건의를 계속 줄여 왔다. 2019년 44명에서 올해는 26명으로, 4년 만에 18명이나 줄였다. 올해도 지난해 29명보다 3명 또 줄었다. 전국적으로 공중보건의 수가 줄어들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 고령화로 진료 수요는 늘어나지만, 의사 충원은 오히려 뒷걸음질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중보건의조차 귀한 섬 지역 실정은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의사 부족 문제를 새삼 실감케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대로 가면 2030년에는 1만4천334명, 2035년에는 2만7천232명의 의사 부족 사태를 예고했다. 의대 정원이 2006년 이후 17년째 3천58명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정부는 의대 정원을 10년간 4천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의료계가 집단 휴진, 국가고시 거부 등으로 반발해 무산했다. 전문의 1명을 양성하는 데 11년이 걸린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의료계 직능단체는 여느 이익단체들과는 달라야 한다. 문제를 뻔히 쳐다보면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자정능력을 잃은 사회다. 의사 씨가 말라가는 섬 지역의 공중보건의 충원도 더 이상 머뭇거릴 사안이 아니다.

[사설] 잇단 전세사기 비극, 정부대책 실효성 강화해야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졌다. 한 달 사이 20, 30대 3명이 생을 마감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금을 뜯기고 극한 상황에 내몰렸던 젊은이들의 죽음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들의 죽음 뒤에는 악덕업자의 탐욕이 있었다. 전세금 125억원을 돌려주지 않아 전세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 중인 ‘건축왕’이 젊은이들이 삶의 의지를 짓밟았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 3천107가구 가운데 경매가 예정된 것만 2천여가구에 이른다. 또 다른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런데도 정부의 피해자 지원 대책은 부실하고 무성의하다. 정부의 전세사기 관련 대책은 전세사기 예방에 치우쳐 있어 이미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를 구제하기에 역부족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 전세사기 방지 종합대책에 △경매로 넘어간 주택에 대한 임차인 최우선 변제액 및 변제기준 상향 △연 1~2%대 저리 대출(전세대출 대환대출 포함) △긴급거처 지원 등을 담았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 대책에 사각지대가 많다고 지적한다. 최우선 변제 제도가 대표적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소액 임차인은 일정 금액의 최우선 변제금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소액 임차인 기준(서울은 보증금 1억6천500만원, 인천은 8천500만원)을 100만원이라도 넘길 경우 최우선 변제금을 못 받는다. 정부가 변제 기준과 변제액을 높였지만, 소급 적용이 안되고 2, 3년 새 전셋값이 급등해 지원 기준을 벗어나는 피해자가 많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긴급거처도 실효성이 낮다. 인천에 마련된 긴급거처(임대주택) 238채 중 전세사기 피해자가 입주한 집은 8채뿐이다. 입주 절차가 까다롭고 임대주택 주거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저리 대출도 피해를 당한 집의 전세대출 이자는 그대로 내면서 새로 이사할 집의 보증금을 빌려주는 것이어서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비 부담을 낮춰주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경매 절차 일시 중단’은 현실적으로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매의 경우 채권자가 국가인 만큼 공매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경매는 선순위 채권자가 은행이거나 개인인 경우가 많아 정부가 강제로 경매 절차를 중지시키기 어렵다. 또 모든 피해자가 경매 중단을 원하는 상황도 아니다. 피해자 상황이 천차만별인 만큼 사례별 밀착 지원이 필요하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 생활자금 등 경제적 지원과 함께 법률·심리 상담이 절실하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와 깡통전세 규모가 전국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실태 파악도 해야 한다.

[사설] ‘세금 하마’ 준공영제... 준배급경제의 딜레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운송 적자분을 재정으로 지원해 공공성을 유지하는 제도다. 2009년 도입, 15년째인 인천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한다. 버스 회사들이 시민들에게 운송 서비스를 제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갈수록 줄어든다. 반면 인건비 등 운송원가는 급증 추세다. 이러니 시민세금으로 충당하는 재정지원 규모가 너무 불어나 있다. ‘세금 먹는 하마’ 얘기가 나온 지도 한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시민의 발’이 지속가능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들이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인천 버스업체들의 경영 상태가 악화일로라고 한다. 시내버스 업체의 경영 상태는 수지율로 따진다. 전체 운송수입을 운송원가로 나눈 것이다. 2016년 인천 시내버스의 총수입은 2천976억원이었다. 반면 운송원가는 기사 인건비 1천924억원 등 3천544억원에 이른다. 수지율이 84%다. 운송수입이 운송원가에 못 미치기는 하지만, 16% 정도 구멍이 났다는 얘기다. 이 시내버스 수지율은 그러나,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진다. 2017년 75%, 2018년 72%, 2019년 68%, 2020년 52%, 2021년 50% 등이다. 지난해는 48%로, 8년 만에 반 토막 수준이다. 서울(61.2%)과 비교해도 큰 격차를 보인다. 우선 인천시민들의 시내버스 이용률이 떨어져 수익이 감소한다. 인천시민의 교통 분담률 중 버스는 불과 14.4%에 그친다. 승용차가 41.3%를 차지한다. 시민 100명 중 14명만 버스를 타는 셈이다. 2016년만 해도 버스는 20.4%를 분담했다. 7년 만에 30%나 준 것이다. 승객은 줄어드는데 기사 인건비는 이 시기 해마다 5~8%씩 올랐다. 기사 인건비가 운송원가의 57.3%를 차지할 정도다. 이 결과 인천시가 버스업체에 지원하는 재정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2009년 223억원에서 지난해 2천648억원으로 13년 만에 12배 증가했다. 2018년 처음 1천억원을 넘어섰는데 불과 4년 만에 다시 2배 더 늘어난 것이다. 내년에는 3천억원대를 돌파할 추세다. 나중에는 그 돈, 버스 이용 시민들에게 그냥 나눠주자는 얘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시내버스는 여전히 시민들의 필수 인프라다. 버스 업체의 경영 정상화, 합리화 얘기가 나오지만 지금 시스템으로는 요원해 보인다. 적자를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는 구조인데 누가 나설 것인가. 시장경제가 아닌, 준배급경제의 비극이자 딜레마다. 인천시는 곧 시민공론의 장을 열겠다지만, 무슨 솔로몬의 지혜가 나올 것인가. 외국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해서라도 기본 설계부터 다시 그려야 할 것이다.

[사설] 인천 학교 파고 든 ‘좀비 마약’... 댁의 자녀는 안녕하신지

며칠 전 한 방송에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거리 풍경을 비춰 주었다. 켄싱턴 스트리트라는 거리가 이제는 ‘좀비 스트리트’라 불린단다. 마약에 취한 노숙인들이 3㎞의 거리를 채운다. 허리와 팔다리를 꺾은 채 흐느적거리거나 아무 데나 구겨져 있다. 영화에서 본 그 좀비들이다. ‘악마의 마약’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에 찌든 군상들이다. 경찰도 이제 단속은 포기하고 범죄로 번지는 정도만 개입한다고 한다. 그 이튿날 또 충격적인 뉴스가 흘러나왔다. LA에서 온 이삿짐을 풀어 봤더니, 10만명분의 마약과 총기류가 쏟아졌다는. 이러다 중남미 국가로 가는 것 아닌가. 대낮에 마약 갱단이 활보하는. 그런데 이제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바로 인천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 펜타닐이 인천지역 고등학교로까지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소리 없이 확산했다. ‘친구 따라 호기심에’ 등 유혹에 약한 우리 10대들을 파고든다. 부착형 패치 형태다 보니 학교 화장실이나 공원 등에서도 쉽게 투약한다. 검찰이 마약 알선·투약 혐의로 기소한 한 학생의 사례를 보자. 2021년부터 SNS를 통해 구입한 펜타닐 등을 학교에서 친구 5명에게 팔아 왔다. 마약 중간공급책이면서 심각한 중독자다. 그들끼리 말하는 ‘마치 담배를 피우듯 약을 먹는’ 지경이다. 최근 5년간 인천지역 10대 마약 사범이 급증 추세다. 2018년 8명, 2019년 19명, 2020년 22명, 2021년 32명에서 지난해는 42명이 나왔다. 인천의 전체 마약류 사범은 해마다 1천명대 초반을 유지한다. 그러나 10대 마약 사범만은 5년 만에 5배 이상 늘었다. 구하기 쉽고 투약도 손쉬운 펜타닐 등의 향정신성의약품 마약 범죄가 급속도로 퍼지는 중이다. 지난해 인천·경기지역 마약 단속 5천559건 중 70%가 향정신성의약품 관련이다. 특히 인천·경기지역이 전국 단속 건수의 30%를 차지한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펜타닐 등 향정신성의약품 마약 사범은 재발률도 높다. 한 청년은 처음 인천의 병원에서 처방 받아 투약했다. 이후 전국 병원을 돌아다니며 100여차례나 더 처방 받았다고 한다. 예삿일이 아니다. 먼 나라 얘기로만 알았던 ‘좀비 마약’이 우리 동네 아이들의 방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처음부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내몰릴 수 있다. 그야말로 국가와 사회가 다같이 비상한 경각심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인천이라는 지역사회를 다시 마약 청정지대로 되돌릴 때까지 말이다.

[사설] 허공에 날리는 인천 규제혁신...시민·기업 입장에서 찾으라

인천시가 정부에 건의한 규제혁신 제안들이 대부분 퇴짜 맞았다고 한다. 지역 현실과 동떨어진 사안이거나, 현황 파악 또는 사전 검토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 결과 100건을 올려도 7건 정도만 받아들여지는 정도다. 시의성 있고 파급효과가 클 만한 정부 규제 개선 건의안을 찾다 보니 그랬다는 자체 분석도 나왔다. 공무원 시각으로 ‘한 건’을 찾으려 한 것이다. 그러니 직접 규제를 당하는 시민의 피부에 와 닿는 내용들이 없었다는 얘기다. 관련 위원회도 꾸려 운영했겠지만 그만큼 진정성이나 절박성이 부족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지난해 국무조정실 및 행정안전부의 신문고 등을 통해 인천지역 규제혁신 과제 총 110건을 건의했다. 그러나 이 중 8건(7.2%)만 받아들여졌다. 앞서 지난 2021년에는 96건의 규제혁신 과제를 제안했다. 이때도 고작 5건(5.2%)만 정부가 수용하는 데 그쳤다. 시는 지난해 말 국무조정실과의 규제혁신 현장간담회도 가졌다. 당시도 인천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6건의 규제혁신을 건의했다고 한다. ‘주세법 개정을 통한 국산 위스키 시장 확대’, ‘아파트 셔틀버스 합법화’, ‘경미한 공장 증설 승인 완화’ 등이다. 또 ‘봉제의복 제조업의 단일화’, ‘주택청약 시 세대주 기준 삭제’, ‘공동주택 동대표 중임 후보자 당선요건 완화’ 등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국무조정실은 이들 6개건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는 인천에 위스키 공장이 단 1곳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주세법 개정-위스키 시장 확대’론을 꺼낸 셈이다. 시는 올해 규제혁신 과제를 찾기 위해 최근 ‘2023 제1차 시-군·구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했다. 여기서 강화·옹진지역의 군사시설보호구역 및 수도권 중복 규제에 따른 ‘접경 및 섬지역 정주여건 개선’을 중점 발굴 과제로 정했다. 어장 확대, 해역이용협의 절차 간소화, 옹진지역 공항소음 기준 변경 등이다. 또 등록면허세 취소 규정 삭제 및 관허사업 제한 규정 정비 등 시민생활 규제 개선도 건의할 방침이다. 규제혁신, 규제개선 구호는 이제 귀에 못이 박일 지경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회나 각급 지방의회에서는 또 다른 규제를 찍어내고 있을 것이다. 입법 규제 뿐 아니다. 공무원이 재량권을 남용하는 행정규제는 시민이나 기업들을 숨막히게 한다. 지난해 정부가 받아들인 8건의 인천 규제혁신도 적은 성과는 아니다. 문제는 규제를 시민이나 기업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느냐는 것이다. 인천은 지금 경제자유구역을 키우고 반도체특화단지를 만들려 한다. 이 역시 절박하고 진정성 있는 규제혁신이 앞서야 가능한 과제들이다.

[사설] 셔터 내린 신축 화물차 주차장... 물류도시의 코미디다

사진 한 장이 다 말해준다(경기일보 5일자 1면). 인천 송도국제도시 9공구의 화물차 전용 주차장 모습이다. 국제도시에 걸맞게 지은 5만㎡급 주차장이 그냥 텅텅 비어 있다. 입구 차단기는 모두 내려가 있고, 무인주차 시스템은 전원조차 꺼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주차장 바깥 풍경은 판이하다. 진입로 등 주변 도로들에는 집채만 한 화물차들이 잔뜩 불법주차 중이다. 아이러니다. 마치 대궐 같은 집을 놔두고 한뎃잠을 자는 격이다. 입만 열면 공항·항만의 물류도시를 자처하는 인천이다. 그 물류 첨병들이 멀쩡한 주차장을 두고도 잠들 곳을 못찾아 헤매는 물류도시 코미디다. 화물차 전용 주차장은 인천의 해묵은 숙제였다. 지역 물류업계나 경제단체 등의 이런저런 선거 때면 단골 공약이었다. 지역 정치권도 원론적 당위성 정도는 거들었다. 그렇게 수십년이 흐르면서 시민들이 피해를 당하는 지경이 됐다. 지역 언론의 사회면은 단골 기사처럼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심야 주택가 도로, 밤샘 화물차들이 점령’ 등등. 그 사이 물류업계는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했다. 과태료에 시달려도 불법주차를 감수하는 등이다. 목 마른 자가 샘을 판다고, 인천항만공사가 먼저 나섰다. 항만공사는 2021년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 인근에 부지를 잡아 인천시에 사업계획서를 냈다. 50억원을 들여 5만㎡ 총 402면 규모의 화물차 전용 주차장을 짓는다는 사업이다. 인천시도 군말없이 승인했다. 2020년 인천시가 ‘화물차 주차장 입지 최적지 선정 용역’을 해보니 이곳이 최적지로 나왔기 때문이다. 마침내 지난해 12월 넓고 번듯한 화물차 전용 주차장이 탄생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제 와서 사용허가를 내주려 하지 않는다. 주민 민원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주민 민원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 절차가 남아 있다는 이유도 든다. 그러면서 항만공사에 대해 아예 다른 대체부지를 찾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누가 봐도 참으로 궁색하다. 시의 사용허가 반려에 대해 인천항만공사는 이의신청을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의신청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항만공사는 법적 대응도 고려할 참이라고 한다. 애써 마련한 화물주차장이지만, 인천시는 못 본 척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주차장 문을 열 수 있는 절충점도 없는 것인가. 그렇다고 대체부지는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민족자결주의가 있다면 지역자결주의도 있다. 지역사회 문제를 스스로 풀어내지 못한다면 지방자치라 하겠는가. 지하도상가 문제처럼 감사원이나 중앙부처, 권익위 등에 넘길 것인가. 물류는 여전히 인천의 주요 먹거리다.

[사설] 소래국가도시공원 지정... 꼭 필요하고 수지 맞는 사업인가

인천시가 기존 소래습지생태공원 일대에 국가도시공원 사업에 나선다고 한다. 송도 람사르습지와 시흥갯골공원 등을 묶어 2배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름도 생소한 국가도시공원은 지자체 도시공원 중 국가가 지정하는 공원이다. 국립공원과도, 순천만 태화강 등의 국가정원과도 다르다. 엄청난 액수의 국비를 끌어오나 했는데 그도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지정 목적과 직접 관련된 시설 비용의 일부를 그것도 예산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소래습지생태공원도 350만㎡ 규모다. 수도권에서는 드문 해양생태공원으로 염전만도 4만㎡에 이른다. 주말 나들이를 온 수도권 시민들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인천시의 국가도시공원 추진 명분은 이렇다고 한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공원 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지방공원은 비체계적이고 수준이 떨어지는가. 시민휴식공간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 국가도시공원 사업은 무리수가 많아 시작부터 예산 낭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천시가 2028년까지 조성할 소래습지국가도시공원의 사업비는 5천921억원이다. 현 소래습지공원 일대와 송도 람사르습지, 인천 논현동 늘솔길공원 등을 연계하는 665만㎡ 규모 사업이다. 현재의 야적장 부지는 소래A공원으로, 레미콘 공장 부지는 소래B공원으로 각각 지정한다. 그러나 남동구 논현동 해오름공원~늘솔길공원~송도 람사르습지 연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교각 형태의 영동고속도로와 남동구~시흥 간 왕복 8차선 소래로에 의해 단절돼 있어서다. 시민들은 배가 아니면, 걸어서는 이 구간을 지나갈 수가 없다. 사업 부지 안에 있는 고압송전탑 5개도 문제다. 공간 활용이나 경관을 해치고 시민들에게도 위압적이다. 또 수백억원이 더 필요하다. 이미 수십년간 이곳에서 생계와 사업을 이어 온 토지주와 사업자들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한다. 현재 시는 공시지가를 베이스로 한 보상안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가면 보상가가 턱없이 낮아진다는 반발에 부딪힌다. 특히 시는 지난해 이곳에 물류센터 허가를 위한 교통영향평가를 승인했다. 그러면서 같은 지역에 대해 국가도시공원을 위한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지정 공고도 냈다. 이중 행정 논란이다. 5천921억원으론 보상비에도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많은 관계인들이 시가 왜 이리 강행에 나섰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 일대에 삶의 터를 닦아 온 이들에게도 길을 열어줘야 한다. 시민 세금을 쓸 때 한 가지만 유념하면 된다. 비용 대비 편익이다. 과연 국가도시공원은 시민들에 그만큼 절실하고 수지 맞는 사업인가.

[사설] 지하도상가의 교훈... 3류 행정에 시민이 피곤하다

인천 지하도상가를 둘러싼 갈등이 마침내 결론이 났다. 지하도상가는 법리상 지하도로에 해당하는 인천시의 행정재산이다. 그런데도 인천에서는 지하도상가의 양도·양수나 재임대를 오랜 기간 묵인해 왔다. 마치 민간 건설업체가 지어 분양한 상가처럼 시장에 내돌린 것이다. 엉터리 조례라는 지적을 당한 뒤에도 우왕좌왕하기를 16년째다. 문제의 조례를 제정한 때로부터 치면 21년 만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라고는 하지만, 선의의 피해에 따른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인천시의회가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일부개정조례(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부터는 인천시 지하도상가 15곳에 대한 양도·양수·재임대를 금지한다. 위반하면 행정처분을 받는다. 앞서 시의회는 종전 6월30일까지이던 유예기간을 3개월 늘려 9월30일까지로 3개월 더 늘렸다. 남은 수익 기간도 모두 5년으로 통일했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르면 지하도상가는 인천시 소유 자산이다. 이 점포를 다른 사람에게 재임대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인천에서는 지하도상가 점포의 임차권을 사고팔거나 재임대해 왔다. 2002년 인천시의회에서 이를 허용하는 조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상위법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조례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도 문제가 있는 조례 아닌가.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 감사원 등은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조례 개정을 요구했다. 2019년에는 감사원이 조례 개정을 않으면 관계자를 징계하겠다고 통보했다. 인천시는 결국 2019년 12월 이 조례를 개정하고 2년의 유예기간을 둔다. 그러나 시의회는 다시 유예기간을 2025년까지로 늘린다. 이에 인천시는 이 조례를 무효화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다. 지난해 10월 결국 대법원이 인천시의 손을 들어 주면서 ‘2025년까지 유예’ 조례는 효력을 잃게 된다. 이런 굽이굽이 곡절을 거쳐 이번에 다시 조례를 바꾼 것이다. 2002년 처음 조례를 만들 당시 인천시는 지하도상가 개·보수 비용 부담을 덜려 했다고 한다. 임차인이 그 비용을 대면 임대기간을 20년까지 늘려주는 방식이다. 사실상의 소유권에 이르는 길을 터준 셈이다. 꼼수이자 편법이다. 시민들이 그릇된 투자 판단을 하도록 부추긴 것과 다름없다. 지하도상가에 수억원을 투자했다는 임차인들은 책임지라고 한다. 2002년 조례를 만든 이들을 고발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낸다는 것이다. 인천시정과 의정이 합세해 십수년 동안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해 온 셈이다. 그간 인천 지역사회가 치른 사회적 비용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3류 행정은 시민들을 피곤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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