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 소각장 문제, 신설이든 확충이든 서두를 때다

인천시가 추진하는 광역자원순환센터(소각장) 신설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 했던 우려가 현실로 닥친 것이다. 생활폐기물 소각장은 공동생활권의 지역사회에 도로·철도 못지않은 필수 인프라다. 당장 확충이 시급하지만 주민들이 싫어 한다는 이유로 눈치만 살핀다. 그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지 않는 것이다. 머지않아 지금처럼 쓰레기를 땅을 파고 묻는 일이 불법행위가 된다. 그 때가 되면 각자 집 안에 쌓아두거나 출근길 자동차에 쓰레기 봉지를 실어내 갈 것인가.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2026년부터는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생활쓰레기를 직매립하지 못한다.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10개 시에서 종량제봉투에 담긴 폐기물을 소각 또는 재활용 등을 거치지 않고 매립하면 해당 지자체장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이에 인천시는 2025년까지 2개의 광역소각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동부권(부평·계양)과 서부권(중·동·옹진) 2곳이다. 현재 인천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1일 924t. 2025년이 되면 인구 증가 등으로 1천86t까지 늘어날 추세다. 소각장 2곳을 신설하면 기존 송도·청라소각장을 포함, 소각 용량이 1천485t까지 늘어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동부·서부권 소각장 모두 목표 연도인 2025년 내 준공이 어렵다고 한다. 동부권 소각장은 현대화·증설이 예정된 부천시 대장동 소각장을 빌려 1일 300t을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부천주민들의 반발로 사실상 없는 일이 됐다. 당초 계획대로 계양 테크노밸리에 소각장을 신설하려 해도 행정 절차에만 최소 3년 이상이 걸린다. 여기에 주민 수용성 확보라는 난제가 또 걸린다. 서부권 소각장 신설도 지지부진하다. 아직도 입지 선정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으니 2025년 준공은 장담 못 한다. 후보지를 정하더라도 주민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대로면 3년 후 인천 쓰레기 대란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기존 송도·청라 소각장의 현대화·증설을 다시 꺼내 드는 분위기다. 이 역시 주민 수용성이 관건이다. 획기적인 인센티브로 기피시설이 아닌 유치시설로 탈바꿈시킨다는 방안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지금 인천의 소각장 문제는 시한폭탄처럼 초침 소리를 울리고 있다. 시민들 일상을 위협할 쓰레기 문제까지 표로 환산하는 정치과잉의 시대다. 정치과잉은 결정장애를 낳는다. 이는 곧 아무 생명도 잉태하지 못하는 불임(不姙)의 지역사회로 가는 길이다. 이러다간 ‘쓰레기 발생지 처리’ 외침조차 민망스러울 수 있다. 소각장, 신설이든 확충이든 서두를 때다.

[사설] ‘시늉만의 이전’ 형지패션...‘디자인 송도’ 꿈에 찬물이다

요즘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형지글로벌패션복합센터를 지나노라면 건물 벽의 거대한 휘장을 보게 된다. ‘패션그룹 창립 40주년 All New 형지 @송도’ 시민들은 ‘국내 굴지의 패션그룹도 송도에 둥지를 틀었구나’들 여긴다. 실제로 형지그룹은 이미 서울의 본사와 계열사들이 옮겨왔다며 센터 입주식도 성대히 치렀다. 그러나 그게 아닌 모양이다. 최근 ‘무늬만의 이전’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핵심 계열사들의 주소지는 여전히 서울에 남아 있다. 그룹사가 입주했다는 사무 공간의 상당 부분이 텅 비어 있다고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2013년 형지그룹과 ‘형지글로벌패션복합센터’ 건립을 위한 토지매매계약을 했다. 부지 1만2천501㎡ 중 업무시설 등을 조성 원가로 싸게 형지에 제공하는 대신, 형지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을 송도로 이전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말 준공한 센터는 지하 3층, 지상 32층 규모로 판매시설과 오피스 공간 및 오피스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9월 형지는 서울 강남구와 역삼동 및 도곡동에 있던 본사와 계열사들이 이전했다며 입주식을 열었다. 그러나 현재 형지의 계열사 11곳 중 센터에 입주한 회사는 네오패션형지㈜와 ㈜까스텔바작, ㈜형지아이앤씨, ㈜형지에스콰이어, ㈜형지엘리트 등 5곳 뿐이다. 이 중에서도 핵심 계열사인 ㈜까스텔바작, ㈜형지아이앤씨는 법인등기부상 주소지가 여전히 서울 강남구 개포동 옛 본사 건물이다. 특히 핵심 부서라고 할 수 있는 디자인팀 및 영업팀 일부도 여전히 서울에 있다. 이 밖에 쇼핑몰 ㈜아트몰링을 비롯해 ㈜형지리테일 등 나머지 계열사는 부산 등에 있다. 실제 송도 글로벌패션복합센터 안 형지그룹이 입주한 사무공간 전체 17개 층 중 4개 층이 텅 비어 있다고 한다. 지역 안팎에서는 형지그룹이 인천경제청으로부터 싼값에 땅을 사들여 패션센터를 지으면서 오피스텔 분양으로 막대한 이익만 챙긴 거 아니냐는 시선이다. 그러고는 정작 계열사 이전에는 시늉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계열사 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송도 글로벌 패션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전망도 어둡다고 한다. 인천경제청이 한국뉴욕주립대 패션학과와 함께 패션 분야 산학협력을 일으키고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려던 사업이다. 이 사업은 형지그룹의 계열사 이전을 전제로 시작했다. 형지 측은 정기총회를 못해 주소지를 변경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금싸라기 송도 땅을 원가로 받았으면 ‘송도 이전’이라는 당초의 약속은 지키는 게 맞다. ‘바이오 송도’ ‘정보통신 송도’에 이은 ‘디자인 송도’에의 꿈에 찬물이 아닐 수 없다.

[사설] 스카이72 사업 승계... 1천여 직원 고용불안 막아야

이른바 ‘연 150억짜리 노다지’ 법정 분쟁이 마침내 끝났다. 3년째 끌어온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 간의 골프장 소송이다. 대법원까지 간 끝에 인천공항공사가 최종 승소했다. 이제 인천공항공사가 골프장을 넘겨받고 2년 전 입찰을 통해 선정한 새 사업자가 영업을 시작하는 절차만 남았다. 그러나 이런 후속 절차가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막대한 영업 이권이 걸린 데다 그간의 감정 대립 등으로 또 다른 시비를 일으켜 마냥 늦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와중에 스카이72골프장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만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들만 등이 터지는 격이다. 지난주 대법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를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 인도 등 소송 상고심에서 공항공사 측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스카이72는 인천공항공사에 토지와 건물 등을 넘겨야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최종 판결을 근거로 골프장 토지 및 시설에 대한 강제집행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스카이72 측이 또 다른 법적 대응 등에 나서 후속 절차 진행이 늦어지는 사태가 걱정이다. 판결이 나오고서도 스카이72 측은 여전히 자기들이 영업권을 갖고 있으며 후속 사업자는 영업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사업자의 영업 재개가 지연되면 1천여명의 골프장 직원들은 사실상 실직자로 전락한다. 골프장 운영을 중단해 매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인천공항공사는 스카이72의 계약이 이미 끝났다며 인천시에 체육시설업 등록 말소를 요청했다. 그러나 소송 등으로 말소하지 못했다. 만약 종전 사업자인 스카이72와 새로운 사업자 간에 체육시설업 등록 이전에 대해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면 인천시가 바로 등록을 변경할 수 있다. 이는 20일 이내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카이72가 합의를 거부하면 새 사업자가 다시 체육시설업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해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린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가 골프장 직원들의 고용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공기업과 민간사업자 간의 싸움 끝에 애꿎은 근로자들만 실직자 신세로 몰리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이들 또한 인천을 생활권으로 하는 인천 사람들이다. 스카이72는 20년 가까이 인천에서 막대한 영업이익을 누렸다. 막판까지 훼방 놓는 모습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참에 인천공항공사도 스카이72골프장을 인천시민들 곁으로 더 다가오도록 판을 새로 짜야할 것이다. 하다 못해 전국 곳곳에서 시행하는 지역주민 할인제라도 말이다.

[사설] 다시 미세먼지 공습... 겨울철 시민 건강 위협이다

2~3년 전만 해도 인천시민들은 상시적으로 미세먼지 공습에 시달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기질이 좀 나아진 듯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하늘이 뿌옇거나 호흡이 불편한 날이 늘고 있다.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산업·일상 활동이 늘어난 때문이다. 실제 대기 중 초미세먼지나 미세먼지 측정치도 줄곧 허용치를 넘어선다고 한다. 통상 겨울철에는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한다. 또 북서풍의 영향으로 중국발 먼지 유입도 늘어나 대기질을 악화시킨다. 인천의 올해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9㎍/㎥에 이른다. 환경부가 정한 초미세먼지 환경기준은 15㎍/㎥다. 올해 들어 인천에서는 6·8·9월을 제외하고는 계속 환경기준치를 웃돌았다. 1월에는 28㎍/㎥로 초미세먼지가 가장 심했다. 지자체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대기오염이 기준치를 초과해 주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대기오염 경보를 발령한다. 올해 인천에서는 거의 매월 초미세먼지 경보가 울린 셈이다. 미세먼지(PM10) 또한 증가 추세다. 지난 2018년 40㎍/㎥, 2019년 43㎍/㎥, 2020년 34㎍/㎥, 지난해 39㎍/㎥ 등으로 코로나 확산 이전으로 회귀하는 추세다. 최근의 미세먼지 측정치를 보면, 지난달 30㎍/㎥로, 지난해 같은 달(28㎍/㎥)보다 오히려 늘고 있다. 이런데도 인천시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사업들은 지지부진하다. 인천시는 64억8천만원을 들여 올해 안에 검단일반산업단지의 아스콘 제조업체 11곳을 선정, 대기 개선 지원을 하려 했다. 그러나 서류 검토 등이 늦어져 현재 지원을 확정한 업체는 3곳뿐이다. 21개 주유소에 대한 유증기 회수설비 설치 보조금 지원도 판매 감소 등으로 5곳에 그쳤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등의 특수 경유 차량은 매연 등 미세먼지 유발이 심하다. 이들 차량의 친환경 전기차 전환도 실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인천시는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제4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통해 분야별 저감사업에 들어간다. 지역 내 대형 발전·정유사 10곳과 미세먼지 배출 할당량을 5% 이상 감축하는 자율협약을 맺는 등이다. 그러나 임시방편의 대증요법으로 보인다. 한 도시의 대기질 개선은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끈기있게 밀고 나가야 가능하다. 쉽사리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해서 소홀히 하면 환경재앙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일이다. 이제라도 대기질 개선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독감 등 트윈 또는 트리플데믹 경고등까지 켜진 가운데 올겨울 시민들 건강과 안전이 걱정이다.

[사설] 공시가 밑도는 거래가, 주택경기 경착륙이 걱정이다

최근 전국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특히 인천의 집값 하락세가 너무 가파르다. 실제 매매가격이 공시지가를 밑도는 거래까지 나왔다고 한다. 지난주 인천 아파트 값은 또 0.83% 내려 전국 17개 시·도 중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집값이 오르고 떨어지는 것은 시장의 기능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의 첩첩 규제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해 시장이 제 기능을 상실해 있다. 문제는 금리 및 보유세 폭등과 거래 절벽, 그리고 다시 집값 폭락의 악순환이다. 대출 이자를 감당 못하는 ‘하우스 푸어’가 속출하고 집을 투매하거나 대거 경매로 넘어가는 주택 경기 경착륙이 우려되는 현실이다. 최근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84㎡ 아파트가 5억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5억3천600만원이었다. 서구 청라국제도시에서도 86㎡ 아파트가 공시가격 4억4천700만원보다 낮은 4억2천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인천 원도심 지역에서도 공시가 매매가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연수구 연수동의 61㎡ 아파트는 지난달 1억8천만원(공시가격 1억9천300만원)에 팔렸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까지 인천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올해 공시가격도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올해 인천 아파트의 공시가격 상승폭은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29.33%나 됐다. 이처럼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인천시민들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집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 거래 절벽 등이 이어지면서 인천 주택시장의 혼란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에 대출 금리까지 오르면서 실수요자들까지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 전국 미분양 물량이 지난해 말보다 2.3배나 늘었다. 주택 소유자가 빚을 제때 못갚아 지난달 경매를 신청한 것도 2천648건이다. 전월 대비 38% 급증한 것이다. 대출을 활용해 집을 산 사람들이 빚더미에 몰려 있다는 얘기다. 관련 업계에서는 앞으로 인천에서 공시가격 이하 거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수정하는 등 집 보유에 따른 비용을 덜어주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올해 재산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60%인 공정시장 가액 비율을 45%로 낮춘 것처럼 더 과감한 규제 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는 시장의 추이를 살펴 적시에 풀고 조이는 시의성이 중요하다. 주택 경기 경착륙이라는 상황은 결국 서민들을 더 힘들게 할 것이다. 극단적인 거래 절벽이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시장의 추이보다 한발 빠른 조치가 절실한 지금이다.

[사설] 전세 사기와의 전쟁,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사는 집이 경매에 넘어갔대요. 제 전세금 어떻게 하죠.” 지난해부터 사회문제화한 전세 사기 피해가 갈수록 확산하는 추세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금을 날리게 된 서민들은 추워 오는 날씨 속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최근 전국적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전세금을 떼이는 이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전세금이 집값에 근접하거나 오히려 집값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도 나타나서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의 10건 중 8건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다세대·연립주택이 많은 인천 미추홀구의 경우, 전세 다섯 집 중 한 집꼴로 전세금을 떼일 정도라고 한다. 지난 22일 인천 미추홀구청에 ‘전세 사기 피해주민들을 위한 법률지원 접수처’가 문을 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법률 자문을 구하려는 이들의 줄이 시작부터 길게 이어졌다고 한다. 전세금 8천500만원을 떼이게 된 한 세입자는 지난해 말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에 입주했다. 그런데 몇 달 후 법원 경매에 넘어가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아파트 31가구가 똑같은 처지에 놓였다. 미추홀구 숭의동의 한 아파트에 전세를 든 100여가구 주민들도 근저당 때문에 전세금을 날릴 처지다. 인천경찰청이 지난 7월부터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벌여 모두 815건을 적발했다고 한다. 이 중 미추홀구에서는 모두 19곳에서 618건이나 발생, 피해가 집중돼 있었다. 피해 규모가 426억원이다. 지난 8월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도 그랬다. 전국 75개 지자체 511건의 전세금 보증사고 중 53건이 미추홀구에서 발생했다. 이곳 보증사고율은 21%, 즉 5가구 중 1가구 이상이다. 전세 사기는 인천이 특히 취약하다. 인천의 전세가율(전세가/매매가)은 88%로 전국 평균(83%)을 훌쩍 넘는다. 지난 9월 정부는 ‘전세 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방지 및 피해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주에는 후속 대책도 내놓았다. 세입자의 전입신고 다음 날까지는 집주인이 새로운 담보권을 설정할 수 없게 하거나 집주인에게 납세 내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이다. 선순위 보증금 정보를 확인하려고 할 때 집주인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최근에는 심신 미약자를 꾀어 바지 집주인으로 올리는 사기 수법까지 등장했다. 전세 사기는 우리 사회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다. 이래서야 마음 놓고 집 한 칸 제대로 얻어 살 수 있겠는가. 서민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서도 아무 탈 없다면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니다. 전세 사기와의 전쟁,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사설] 유럽한인문화타운, 인천의 큰 문화자산으로 키워야

유정복 인천시장의 이번 유럽 출장길은 여러모로 묵직한 느낌을 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항만재생 사업은 ‘제물포 르네상스’ 공약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줬다.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현장에서는 백척간두의 대한민국을 기사회생시킨 인천상륙작전의 가치를 되새겼다. 그중에서도 유럽한인총연합회와 함께할 인천 유럽한인문화타운 조성 사업은 꽤 기대되는 성과라 할 만하다. 구상대로라면 유럽한인문화타운은 단순히 재외동포의 모국 귀환을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주거시설 외에 비즈니스와 문화 인프라를 더해 유럽과 한국을 잇는 문화·교역의 거점으로 키워 낸다는 구상이 돋보인다. 인천시는 지난 주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한인문화타운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정복 시장과 유제헌 유럽한인총연합회장은 ‘유럽한인문화타운 조성을 위한 상호 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사업 예정지는 국내 경제자유구역 중 가장 성과를 내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내에서 양자가 협의해 정한다. 인천경제청은 이 타운에 1층은 상가, 2~4층은 상가·주거·숙박시설 등이 들어서는 상가 주택단지를 짓는다는 구상이다. 이들 건물은 유럽 고유 스타일로 건축해 타운 전체가 문화관광 접객 시설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먼저 유럽 한인들의 모국 귀환을 지원한다. 나아가 유럽에서 작은 규모 제조업을 영위하는 개인·기업 등의 ‘명품 소공인(小工人)’ 산업과 중소기업을 유치하는 터전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는 또한 유럽 한인들의 비즈니스와 국내 관련 기업들 간의 제휴를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인천경제청은 또 유럽이민역사박물관 등의 문화 집회시설도 타운에 포함할 계획이다. 또 하나 인천에 고무적인 것은, 이날 유럽한인총연합회가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지지 선언문’을 발표한 점이다. 26개 유럽국가, 30만 회원의 총연합회는 인천이 한인 이민의 출발지이며 이민사박물관과 국가관문 공항·항구가 있어 재외동포청의 최적지라고 밝혔다. 그간에도 재외동포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들은 있었다. 경남 남해군의 독일마을이나 인천 송도의 아메리칸타운 등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모국 귀환 지원에 그쳤다고 볼 수 있다. 남해 독일마을은 관광명소이기는 하나 입지상 교역·문화 거점과는 거리가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설 유럽한인문화타운은 유럽 한인사회와 한국을 실시간으로 잇는 쌍방향 교류거점으로 콘셉트를 짜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재외동포들에게 꿈에서도 그리는 고국 고향의 정취를 선사하는, 인천의 큰 문화자산으로 키워 가야 할 것이다.

[사설] 고령 버스기사 채용... 시민안전 담보할 장치 있어야

인천 시내버스는 2009년부터 준공영제로 바뀌었다. 운행은 인천시가 짠 노선대로 시내버스업체들이 하지만 운송원가 적자분이나 버스기사 임금은 시민 세금으로 지원한다. 지난해 시내버스에 투입한 재정지원금이 2천181억원이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인천시민들의 교통 편익과 안전을 위해서다. 수익이 적은 적자노선도 이때문에 정시 운행이 가능하다. 그런데 준공영제 인천 시내버스에서 시민 안전에 이상 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버스기사의 고령화 문제다. 인천시와 시내버스노동조합 간의 협약에 따른 것이어서 갈수록 심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천 시내버스 기사의 정년은 만 63세다. 그런데 전체 5천423명의 시내버스 기사 중 60대가 1천730명으로 32%를 차지한다. 70세 이상도 76명(1.4%)이 시내버스를 몰고 있다. 10명 중 3명이 60세 이상인 셈이다. 정년을 넘은 기사들도 버스회사와 1년 단위 계약을 맺어 촉탁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년을 넘은 촉탁직은 1-1호봉으로 산정, 4천344만원(월 362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정년을 넘겨도 회사가 운전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면 나이 제한 없이 시내버스를 운전할 수 있는 것이다. 싼 임금으로 숙련 인력을 쓸 수 있는 촉탁직이다. 그러나 최근 고령 운전자 유발 교통 사고는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면허증을 반납하는 고령자에게 50만원까지 지원하는 지자체도 나왔다. 최근 5년간 비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9.7% 줄었으나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19.2% 늘었다. 지난해 인천에서 버스기사가 낸 사고는 195건이다. 이 중 65세 이상 버스기사가 낸 사고도 22건(11.2)에 이른다. 이로 인해 시민 1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다쳤다. 고령자 촉탁직 협약은 아마 좋은 취지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고령 운전자라고 해서 모두가 운전 능력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이 제한없이 채용하는 것은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고령 운전자의 경우 인지·판단·조절 능력이 저하된다는 것은 검증된 이론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우리 사회 전반에서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는 사각지대를 꼼꼼히 확인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도 인천시는 채용 권한이 개별 버스회사에 있기 때문에 촉탁직을 뽑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나이 제한 없는 촉탁직을 협약한 게 인천시 아닌가. 고령 촉탁직 버스기사 채용에 시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63세 이상 버스기사에 대해서는 인천시가 지정한 병원 등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의 인지·판단·조절 능력을 검증받는 등이다.

[사설] 상인회가 되레 회원 상인들을 옥죄려 들면 어떡하나

상인회는 상가의 번영과 발전, 상인들의 권익 신장 등을 목적으로 조직한 자조적 단체다. 이런 상인회가 이따끔씩 ‘갑질’ 또는 ‘텃세’ 등으로 뉴스를 탄다. 수년 전 서울의 어느 전통시장 상인회도 그랬다. ‘골목식당’의 백종원도 극찬했던 대박 돈가스 맛집이 갑자기 장사를 접고 제주도로 옮겨가면서다. 이른바 그 시장 ‘유지’들 중심의 상인회가 배가 아파 밀어냈다는 논란이었다. 최근 인천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한 지하상가 상인회가 상인들로부터 거둔 돈을 설명도 없이 그냥 깔고 앉아 반발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관리비가 한 달 밀렸다고 추위를 앞둔 시기에 전기를 끊겠다고 나섰다. 이쯤되면 군림하는 상인회인 셈이다. 인천 원도심의 대표 지하상가인 동인천지하상가 상인들이 엘리베이터 설치 명목으로 낸 돈 2천만원을 날릴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이런 갈등 끝에 가게의 전기마저 끊길 위기에 놓였다. 이곳 상인회는 2018년 점포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100여개 점포 상인들로부터 모두 3천300만원을 거뒀다. 이 중 일부는 리모델링에 썼으나 엘리베이터 설치 비용 2천만원은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 상인들의 요구에도 상인회가 이 돈을 돌려주지 않자 상인들은 동인천지하상가의 관리 주체인 인천시설관리공단에 진정을 넣었다. 이에 공단은 네 차례 현장 조사를 한 뒤 이곳 상인회 집행부를 횡령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공단의 조사 결과는 상인회 집행부가 리모델링을 하는 과정에서 업체와 공모해 5천300만원으로 비용을 과다 산정했다는 것이다. 실제 공사비보다 2천만원 정도 더 들어갔다는 허위 계약서를 공단에 제출한 것으로 본 것이다. 이곳 상인회는 한 사람이 거의 20년 동안 상인회장직을 맡아 왔다고 한다. 상인들은 이 외에도 회계 부정이나 내부 규약 위반 등을 지적하며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이런 요구들이 묵살되자 이곳 상인들은 최근 단합해 관리비 1개월 치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관리비가 밀렸으니 내지 않으면 전기를 끊겠다’는 내용증명이었다.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한 2천만원에 대해, 상인회 집행부는 엘리베이터가 들어 설 점포에 대한 보상 명목으로 공사비에 추가한 것이라는 해명이다. 그러나 입주 상인들 모두가 장사를 잘하도록 도와 주고 바람막이가 돼 줘야 할 상인회가 되레 상인들을 옥죄려 든다면 어떡하나. 우리 사회 가려진 곳곳에서는 아직도 골목대장들이 활보하고 있다는 말인가.

[사설] 인천로봇랜드도 시민세금만 쓰고 13년 공염불인가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남청라IC 쪽으로 가다 보면 허허벌판 위에 낯선 타워빌딩을 보게 된다. 인천로봇랜드 개발사업의 유일한 결과물인 로봇타워다. 인천로봇랜드는 청라국제도시에 로봇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야심찬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 착수 13년째지만 텅빈 벌판의 로봇타워처럼 성적표는 초라하다. 시민세금을 출자한 사업주체는 머잖아 자본잠식이 걱정이고 해마다 타워운영비까지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세금 먹는 하마’만 키워 놓은 셈이다. 반면 같이 시작한 대구시는 세계 유수의 로봇기업들이 들어와 로봇 선도도시를 자처하고 있다. 인천시는 2009년부터 서구 청라동 100의80 77만여㎡에 로봇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인천로봇랜드 사업을 벌여 왔다. 관련 기업들이 입주하는 로봇산업진흥시설과 로봇테마파크 등이다. 사업 추진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인천로봇랜드를 설립했다. 인천시는 2009년 80억원, 2017년 20억원 등 100억원을 출자했다. 민간투자자인 ㈜한양과 ㈜두손건설도 같은 금액을 출자했다. ㈜인천로봇랜드가 투자자와 기업 유치를 전담하는 계약구조였다. 그러나 투자나 기업 유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자 시는 2014년 1단계 공익시설부터 건립했다. 국비와 시비 900억원을 투입한 로봇타워와 로봇R&D센터다. 그러고는 더 나아간 것이 없다. 그 사이 출자금은 바닥이 나고 사업부지 소유주인 인천도시공사(ih)는 토지보유세만 130억원을 물었다고 한다. 13년이 지나고서야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애초에 로봇산업 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고민은 없이 부대시설 확장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이는 2008년 정부 공공투자관리센터의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에도 나온다. 요지는 로봇랜드 사업을 뜬구름 잡기가 아니라 보다 현실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테마파크는 수요 창출이 불확실하고 민간자본 유치도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대구시는 기업 유치와 인프라 구축부터 공을 들였다. 그 결과 현대로보틱스, 야스카와전기, ABB 등 글로벌 로봇기업 5개사가 들어와 갈수록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인천시와 대구시 간의 업무추진 역량의 격차인가. 최근 인천시의회에서 ㈜인천로봇랜드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시가 직접 기업 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간사업자가 기업 유치 의무를 다하지 못했으니 해지 요건이 된다는 것이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든다 했더니, 청라시티타워 사업과 판박이로 흘러간다. 밑빠진 독처럼 시민 세금은 줄줄 새지만, 책임질 사람도 책임을 물을 곳도 없다. 민간기업이라면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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