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회는 상가의 번영과 발전, 상인들의 권익 신장 등을 목적으로 조직한 자조적 단체다. 이런 상인회가 이따끔씩 ‘갑질’ 또는 ‘텃세’ 등으로 뉴스를 탄다. 수년 전 서울의 어느 전통시장 상인회도 그랬다. ‘골목식당’의 백종원도 극찬했던 대박 돈가스 맛집이 갑자기 장사를 접고 제주도로 옮겨가면서다. 이른바 그 시장 ‘유지’들 중심의 상인회가 배가 아파 밀어냈다는 논란이었다. 최근 인천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한 지하상가 상인회가 상인들로부터 거둔 돈을 설명도 없이 그냥 깔고 앉아 반발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관리비가 한 달 밀렸다고 추위를 앞둔 시기에 전기를 끊겠다고 나섰다. 이쯤되면 군림하는 상인회인 셈이다.
인천 원도심의 대표 지하상가인 동인천지하상가 상인들이 엘리베이터 설치 명목으로 낸 돈 2천만원을 날릴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이런 갈등 끝에 가게의 전기마저 끊길 위기에 놓였다. 이곳 상인회는 2018년 점포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100여개 점포 상인들로부터 모두 3천300만원을 거뒀다. 이 중 일부는 리모델링에 썼으나 엘리베이터 설치 비용 2천만원은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 상인들의 요구에도 상인회가 이 돈을 돌려주지 않자 상인들은 동인천지하상가의 관리 주체인 인천시설관리공단에 진정을 넣었다. 이에 공단은 네 차례 현장 조사를 한 뒤 이곳 상인회 집행부를 횡령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공단의 조사 결과는 상인회 집행부가 리모델링을 하는 과정에서 업체와 공모해 5천300만원으로 비용을 과다 산정했다는 것이다. 실제 공사비보다 2천만원 정도 더 들어갔다는 허위 계약서를 공단에 제출한 것으로 본 것이다.
이곳 상인회는 한 사람이 거의 20년 동안 상인회장직을 맡아 왔다고 한다. 상인들은 이 외에도 회계 부정이나 내부 규약 위반 등을 지적하며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이런 요구들이 묵살되자 이곳 상인들은 최근 단합해 관리비 1개월 치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관리비가 밀렸으니 내지 않으면 전기를 끊겠다’는 내용증명이었다.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한 2천만원에 대해, 상인회 집행부는 엘리베이터가 들어 설 점포에 대한 보상 명목으로 공사비에 추가한 것이라는 해명이다. 그러나 입주 상인들 모두가 장사를 잘하도록 도와 주고 바람막이가 돼 줘야 할 상인회가 되레 상인들을 옥죄려 든다면 어떡하나. 우리 사회 가려진 곳곳에서는 아직도 골목대장들이 활보하고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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