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는 못난 조국이 되지 말라’/이민사특별전이 던지는 아픈 가르침

‘1902년 12월22일 인천 제물포항. 살을 에는 바닷바람 속에 저마다 봇짐을 멘 사람들이 일본 상선 겐카이마루(玄海丸)호에 올랐다. 이윽고 뱃고동 소리와 함께 정든 월미도를 돌아 먼바다로 나아갔다. 떠나는 이들도, 부두에 남은 이들도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다.’ 망국의 조국 산천을 뒤로하고 만리 타국 미국 하와이로 향하던 한국 최초 이민선의 출항 모습이다. 이후 106년이 흐른 2008년 6월. 그들이 떠나던 월미도에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우뚝 섰다. 이날 개관식에는 로널드 문(문대양) 하와이주 대법원장도 참석했다. 첫 이민선을 탔던 이민 1세대의 손자가 할아버지가 떠난 인천항을 한 세기나 지나 찾은 것이다. 그는 “힘들었던 시기에 각고의 노력으로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린 조상들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2003년부터 추진돼 2008년 문을 열었다. 당시 안상수 인천시장이 하와이에서 열린 ‘미주 이민 100주년’ 행사에 간 게 계기가 됐다. 백발의 할머니들이 인천에서 왔다는 얘기만 듣고도 안 시장의 뺨을 비비며 울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긴 세월 사고무친한 타국에서 마지막 떠나온 인천항을 고국의 모습으로 그려왔던 것이다. 그 이민사박물관이 올해 ‘그날의 물결, 제물포로 돌아오다’를 주제로 한민족 이민 120주년 특별전을 성황리에 열고 있다. 하와이 이민에서부터 일제강점기 강제이주, 70년대 산업이민까지 다양한 모습의 ‘코리아 디아스포라’를 700여점의 사진과 영상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5부작의 이 특별전은1902년 첫 이민선을 타고 호놀룰루항에 닿은 102명 삶의 궤적을 비롯, 재외동포들의 어제와 오늘을 고스란히 조명한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독립운동 자금을 아낌없이 대거나, 부디 잘 사는 조국이 되기를 염원하며 인천에 공과대학(인하대)을 세운 사연들 앞에 서면 절로 숙연해진다. 개관 이후 부단히 알찬 콘텐츠들을 채워 이제는 750만 재외동포들의 구심점 역할을 다하고 있는 한국이민사박물관에 격려를 보내고 싶다. 인천시도 지난달 송도국제도시에서 ‘2022 세계한인회장대회’를 개최하는 등 신설 재외동포청 유치에 나서 있다. 이에 앞서 그 수많은 발자취들이 녹아있는 특별전을 보면서 꼭 되새겨야 할 것이 있다. 120년 전 봇짐 등짐을 메고 조국을 떠나던 이들의 애타는 염원이다. ‘다시는 못난 조국이 되지 말라’던 그들의 염원을, 오늘의 우리는 과연 제대로 새기고 있는가.

[사설] 인천공항 패스트트랙 서비스... 늦었지만 허용해야

인천국제공항의 패스트 트랙 서비스 도입에 대한 정부·인천공항공사 간의 조율이 마무리 단계라고 한다. 패스트트랙은 공항에서 비즈니스 등 프리미엄 승객 등에게 제공하는 신속 출국 서비스다. 현재는 일반 여객들과 같이 출국장에 줄을 서는 비즈니스 승객 또는 유료 패스트트랙 신청 승객을 별도 동선으로 빼내 보안검색 및 출국심사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다. 인천공항은 세계 최상위권 공항이지만 아직 이런 서비스가 없다. 2001년 개항 때부터 정부가 위화감 조성 등을 들어 이 서비스의 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째 얼어붙었던 세계 항공시장은 이제 본격 회복 단계에 올라 있다. 이를 계기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 상반기부터 인천공항에 패스트트랙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국토교통부도 최근 패스트트랙 서비스와 관련, 인천공항 현장을 방문하고 협의하는 등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해 이 서비스 도입의 당위성과 외국 공항들의 운영 사례 등 자료를 요구했다. 국토부는 인천공항공사가 제안한 패스트트랙 서비스 시범운영 계획 등을 검토한 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한다. 패스트트랙 서비스는 그간 줄곧 미뤄져 온 인천공항의 숙원사업처럼 돼 있다. 보다 효율적인 출입국 채널을 갖춰 국가 관문 공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대외 교역 중심의 국가경제 구조에서 신속한 출입국 서비스를 제공하고 외국의 투자유치를 지원한다는 차원의 서비스다. 세계 20대 공항 중 패스트트랙을 운영하지 않는 곳은 인천국제공항이 유일하다고 한다. 특히 베이징, 나리타, 홍콩, 싱가포르 등 동북아 경쟁 공항들에서는 일찍부터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제선 환승 여객 유치 등 본원적 공항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비스다. 투자유치나 무역 활동을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 기업인 승객에 대한 1차적 편의 제공이라는 측면도 있다. 패스트트랙은 일반 여객들에게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보안검색이나 출입국 심사 수요가 분산돼 출입국 혼잡도나 대기 시간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항공사는 패스트트랙 운영에 따른 수익을 교통약자 지원 또는 사회공헌사업 등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아직도 사회적 위화감 조성이나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일부 부정적 의견이 있다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의 공항들에서도 아무 탈 없이 운영하는 패스트트랙이다. 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고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불평등이라고 할 수는 없다. 철도공사가 운행하는 KTX에도 특실이 있는 것처럼.

[사설] 위기의 강화 인삼농업... 수출·수요 촉진 지원해야

인천 강화군에서 생산되는 강화인삼은 세계적으로도 성가가 높은 고려인삼의 원산이다. 기후, 토양 등 환경조건이 인삼 재배에 맞아 고려 고종(1232)때부터 재배가 시작됐다. 그런 강화인삼 농사를 짓는 농가들이 요즘 ‘눈물의 수확’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인삼을 찾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생삼 가격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라지면서 인건비도 해마다 올라간다. 최근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삼 재배에 필요한 농자재나 묘삼값마저 크게 올라 농가 부담을 가중시킨다. 강화군의 인삼 농가들은 수확철을 맞아 인삼을 캐내기는 하지만 걱정만 쌓인다고 한다. “인삼 값 폭락에다 인건비는 계속 올라 인삼을 캐도 남는 돈이 없어요. 이제는 인삼 농사를 그만 둬야 하나 싶습니다.” 요즘 강화군의 인삼밭에서 들리는 푸념들이다. 이 곳 농가들이 강화인삼농협에 일괄 판매하는 파삼(가공용 인삼)의 가격은 과거에 비해 낮아진 상태다. 코로나 이전 인삼 농사를 돕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두 돌아간 탓에 일손 구하기도 어렵다. 2~3년 전만 해도 인부들의 일당이 9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6만원까지 뛰었다. 그 일당에도 일손을 찾기 어려운 게 더 문제다. 인삼은 품질이 금방 변해 쌀처럼 창고에 마냥 쌓아둘 수도 없다. 인삼농사에 위기가 닥친 것은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인삼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만 해도 인삼은 면역력 증진 제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글로벌 봉쇄 속에 수출길은 끊기고 각종 축제를 통한 판로까지 막히면서 소비 부진이 가속화됐다. 한국인삼공사나 농협 등이 홍삼 등으로 가공한 제품의 수요는 큰 변화가 없다고 한다. 유독 파삼 등 생삼 수요가 크게 줄어 인삼농가의 판로가 막힌 것이다. 강화 인삼 농가들은 생삼 산업을 되살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강화인삼조합 등은 정부와 지자체, 농협 등이 함께 생삼에 대한 연구개발(R&D) 및 바이오 산업과 연계한 수요 촉진책을 마련, 인삼 산업의 붕괴를 막아 달라고 한다. 쌀과 마찬가지로 인삼농사도 생산과 소비간의 균형이 흔들려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인삼 농가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수출길을 다시 열고 신규 판로를 개척하는 등이다. 장기적으로는 인삼 수요 패턴의 변화에 대응하는 신규 수요를 창출해 내고 재배면적 조절 등 생산량 관리 정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설] 비가 새는 LH 사회복지관... 애초의 건립 취지 잊었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한 공기업이다. 과거 주택공사는 전국에 서민용 주공아파트를 건설하면서 단지별 종합사회복지관도 함께 지었다. 서민아파트 단지의 사회복지 수요를 고려한 정책적 배려였다. 그런데 인천에 건립된 이들 사회복지관이 지은 지 30년이 지나면서 노후화가 심각하다고 한다. 불편을 넘어 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 받을 정도다. 그런데도 이들 복지관의 소유권자인 LH는 이를 애써 못본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가 최근 지역 내 사회복지관 20곳에 대한 시설 보수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LH 인천지역본부가 소유하고 있는 사회복지관들의 노후화가 특히 심했다. 4곳 중 3곳이 시설 보수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회복지관 4곳은 내년이면 건립한 지 30년이다. 1991년 지어진 남동구의 만수종합사회복지관은 건물 외벽 마감재의 파손 상태가 심각했다. 인명 사고가 우려될 정도였다. 1993년 지어진 연수구의 세화종합사회복지관은 건물 외벽 틈 사이 빗물이 누수되고 있는 데다, 화장실 배관이 자주 막히는 상태다. 1993년 지어진 갈산종합사회복지관도 1~3층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없어 화재 발생 시 인명 피해가 우려됐다. 인천시는 이들 복지관에는 건축법상의 대수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LH 인천본부에 시설 보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이들 복지관에 안전 사고가 나면 LH 인천본부가 처벌 대상’이라는 법률 자문 결과도 첨부했다. 이 법은 중대 시민재해에 이르게 한 건물 소유주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LH 인천본부는 시설 파손 정도가 ‘유지 보수’에 해당한다고 판단, 별도의 대수선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건립 당시 협약에 따라 시공에 따른 문제에만 책임이 있을 뿐 노후화로 인한 보수는 인천시나 해당 군·구의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인천도시공사도 30여년 전 연수구에 연수종합사회복지관과 선학종합사회복지관을 건립했다. 지난 8월 인천시로부터 이들 2곳의 대수선 요청을 받자 바로 예산을 마련, 화재안전보강 등의 공사에 착수했다. LH와 크게 비교된다. 공기업의 자세란 이래야 한다. 비가 새고 외벽이 떨어져 나가도 복지관 건물 소유주인 LH가 책임을 떠넘긴다면 고객인 주공아파트 주민들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애초 주공아파트 종합사회복지관을 건립했던 그 좋은 취지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사설] 지방공기업 방만·부실, 결국 시민의 짐이다

공공기관 혁신은 현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다. 보다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하나둘 늘어난 공사 공단 등이 방만·부실 경영으로 국민의 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해마다 성과급 잔치가 벌어진다. 공공기관 개혁의 키워드는 축소지향이다. 민간 부문과 경합하는 기능, 기관 간 유사·중복 기능, 비핵심 기능 등을 통폐합 또는 축소한다는 것이다. 방만한 조직과 인력 감축도 과제다. 이는 지방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인천시 산하 공공기관들의 실상은 어떠한가. 인천시 산하에는 도시공사, 교통공사 등 5개 공사·공단과 12개 출자·출연기관들이 있다. 또 11개 SPC(특수목적법인)와 시로부터 예산지원을 받는 120개 센터 등 총 148개의 공공기관들이 있다. 최근 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장이 확보한 5개 공사·공단 경영실태 자료를 보면 곳곳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공기업 임원들은 공용차량을 공식 일정이 없는 주말·공휴일은 물론 개인적으로 병원에 가거나 외출 시에도 사적으로 사용했다. 고속도로도 공용차량의 하이패스로 드나들며 사적 용무로 수십만원의 통행료를 지출했다. 한 공기업은 임원급 이상 업무용 차량에 회사 경비로 대리운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연차 또는 조퇴를 낸 날에도 이 대리운전서비스를 이용했다. 165건의 대리운전서비스 이용 중 사적 이용이 94건에 달했다. 퇴직 임원에게 수천만원의 전별금품을 제공하거나 관외 출장 시 여비 명목의 금품을 제공한 곳도 있었다. 명백한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공과 사를 분별하지 못하는 사례는 더 있다. 한 공기업에서는 임원에게 제공한 사택의 관리비 중 개인 사용료까지 예산으로 집행했다. 고가의 침구류까지 예산으로 구입해 쓰기도 했다. 또 다른 공기업에서는 개인명의 휴대전화의 통신요금과 단말기 할부금, 부가이용료까지도 예산으로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부적절한 공무국외여행, 규정 외 업무추진비 사용 등 끝이 없다. 이런데도 지방 공공기관은 계속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는 어디에 어떤 기관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결국 시민 세금으로 유지되는 기관들이다. 말 등에 짐을 너무 많이 실으면 결국 말이 주저앉게 된다. 공기업의 방만·부실 경영이 이대로 가면 시민들 어깨에 과부하가 걸린다. 인천시는 산하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 SPC. 각종 센터 등에 대한 구조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사설] ‘여성안심 인천’... 시민이 체감할 실질적 성과 내야

자치경찰은 지자체에 경찰권을 주어 지역 실정과 주민 요구에 맞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출범 2년째인 인천자치경찰위원회는 지역의 치안 현안에 초점을 맞춰 그해 역점사업을 제시한다. 올해 인천자치경찰의 목표는 ‘함께 만드는 여성안심 도시 인천’이다. 지난해 출범과 함께 추진했던 사업은 ‘어린이가 안전한 인천’이었다. 둘 다 최근 들어 사회 문제화하고 있는 치안 취약계층의 보호라는 차원에서는 고무적이다. 최근 인천지역에서는 가정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신고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인천자치경찰위원회는 올해 8개 정책과제의 여성안전 종합 치안대책을 추진 중이다. 먼저 여성이 불안을 느낄 수 있는 환경들을 정비해 범죄 발생 가능성을 사전 예방하는 범죄 취약 환경개선에 나섰다. 지역 내 여성 1인 가구 밀집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여성안심귀갓길 93곳과 안심구역 30곳을 지정·관리했다. 불법촬영에 대한 두려움으로 공중화장실 사용을 주저하는 여성들을 위해서는 안심스크린을 설치하고 있다. 현재 406곳의 공원 내 화장실 중 70%는 설치를 마쳤다. 교육청 등 유관기관들로 구성된 공중화장실 통합점검단도 운영한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여성과 아동의 피해가 늘고 있는 것도 과제다. 가정폭력은 재발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위원회는 가해자를 순화시키기 위한 교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개별상담, 부부상담, 가족상담, 집단상담과 건강상담인 알코올 상담부터 심리·우울증 척도검사까지 포함한다. 올들어 가정폭력 가해자 관련 236건의 교정 활동을 추진했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사건,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사건 중 심각성과 재발 위험성이 큰 경우 통합솔루션팀을 운영한다. 의료기관, 법률전문가까지 참여해 상담·법률·의료·재정 등 종합적으로 피해자를 지원한다. 현재까지 100명에게 치료지원·가해자 교정·상담 등을 지원했다. 위원회는 지난해 ‘어린이가 안전한 도시 인천’ 정책이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다. 어린이 교통사고가 48% 줄고 아동학대 112 신고도 14%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통계와 시민이 느끼는 체감 치안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엊그제만 해도 인천에서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나체 사진 등으로 협박하며 스토킹한 피의자가 체포됐다. 자치경찰의 범주가 아니라 할 수 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여성안심 도시 인천’은 목표 설정이나 활동 실적 누계로 달성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인천시민들이 “이제 마음이 놓인다”고 할 만한 실질적 성과다.

[사설] 남아도는 쌀... 근본적 수요공급 균형책 고민해야

인천 강화군은 강화섬쌀의 본산지다. 그러나 유례없는 쌀값 폭락에 이곳 쌀재배 농업인들이 울상이라고 한다. 올해 다른 모든 물가가 다락같이 오를 때도 유독 쌀값만은 뒷걸음질 쳤다. 지금 쌀값으로는 기름값이나 비료 등 여러 비용조차 감당 못할 지경이다. “오늘도 벼베기를 했지만 작년처럼 또 창고에 쌓아만 둘까 봐 걱정”이라는 것이다. 농업인들은 정부가 돈을 더 풀어 시장격리 매입을 해 주기를 원한다. 시장격리제는 초과 쌀 공급량을 정부 매입을 통해 시장에서 격리시키는 제도다. 강화섬쌀이 많이 나는 강화군 교동면의 한 창고. 지난해 수확했지만 팔리지 않은 쌀 100여t이 아직도 쌓여 있다. 공급과잉의 결과다. 강화섬쌀값은 지난해 9월 1가마(80㎏) 21만원이던 것이 올해는 14만5천원이다. 그런데 농기계용 경유는 지난해 1천ℓ당 6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배 넘게 올랐다. 농업인들은 지난해 말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한 시장격리곡 매입 방식을 최저가격 입찰제로 바꾸면서 쌀값이 폭락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도 최근 2021년산 쌀 10만t과 2022년산 쌀 35만t에 대한 시장격리 매입을 결정했다. 총 45만t의 쌀을 재정으로 사들여 시장에서 그만큼 공급을 줄이려는 것이다. 매입가격은 공공비축미 매입가격과 동일하다. 45만t은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의 시장격리다. 공공비축미까지 포함하면 격리 물량은 올 예상 생산량의 23.3%인 90만t에 달한다. 올해 쌀값은 정부가 수곡추매를 시작한 1977년 이래 가장 큰 폭(25%)으로 떨어졌다. 쌀값만 유독 고물가 흐름에서 제외된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쌀 공급이 넘치는 건 식습관 변화로 소비량이 빠르게 줄어서다. 1인당 쌀 소비량은 공공비축제가 도입된 2005년 이후 30% 줄었으나 같은 기간 쌀 생산은 18% 감소에 그쳤다. 쌀의 생산과 소비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해마다 1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 쌀값을 억지로 지탱하는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그렇게 해서 쌀값이 올라가면 다시 쌀 소비가 줄어드는 것도 딜레마다. 정부도 쌀 경작 면적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보다 획기적인 쌀 소비 촉진책도 마련해야 한다. 쌀은 남아도는데도 식량 자급률은 20%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쌀의 수요·공급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생산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앞서 인천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남아도는 강화섬쌀의 판로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사설] 한해 2천억 퍼붓는 인천 시내버스... 시민은 오너다

인천 시내버스 기사들의 불친절이 도를 넘어 시민들이 불안해할 지경이라고 한다. 난폭운전이나 무정차 통과 등은 물론, 최근에는 시민들에게 막말과 폭언을 퍼부어 물의를 빚고 있다. ‘시민의 발’을 자처하지만, 시내버스 불친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시민들의 시내버스에 대한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중에는 승객들이 차에 오를 때마다 일일이 인사를 건네는 기사들도 적지 않다. 시민 세금이 들어가는 준공영제 시행 13년째인데도 서비스는 뒷걸음질인가. 최근 인천시 시내버스 민원창구에 비친 사례를 보자. 한 20대 여성 승객은 버스를 탈 떄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곧 버스기사의 호통이 날아왔다. “전화하는 아가씨 끊어라” 전화를 끊고도 “개념이 없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고 황급히 내려야 했다. 이후 버스를 탈 때마다 심장이 뛰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공황장애를 호소한다. 또 다른 30대 여성 민원인도 버스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통화를 하다 봉변을 당했다. “xxx야 전화 끊어라” 등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이었다. 가족이 버스회사에 민원을 넣었지만 오히려 고자세였다. 인천시 버스정책과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인천시 감사관실을 찾고서야 버스회사 간부와 기사의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 일부이긴 하겠지만, 시민들이 출근길에 이런 일을 당했다면 그 날 하루 어떤 기분이겠는가. 인천 시내버스에 대한 시민들 민원은 2020년 1만3천872건에서 지난해 1만7천520건으로 26.2%나 증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접수된 버스불편 민원 8천193건을 보자. 무정차 통과가 2천853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불친절 1천507건, 승차거부 897건, 난폭운전 836건, 배차간격 미준수 525건 등이다. 그러나 인천시의 처분은 미미하다. 과징금이나 과태료 처분은 각 37건, 649건에 그쳤다. 시정경고나 불문 처분이 대부분이다. 인천시가 지난해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을 위해 투입한 재정지원금이 2천181억원이다. 2009년 준공영제 시행 이후 지원금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8년 처음 1천억원을 넘어섰는데 불과 4년 만에 다시 2배 더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지난 3년간 버스기사 임금이 20% 인상된 점도 한 이유다. 이 모두 인천시민들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다. 그렇다면 그 시민들은, 귀찮은 승객이 아니라 사실상 준공영제 버스의 오너가 아닌가. 주객전도다. 인천시도, 버스기사도 시민 세금값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사설] 새마을이 아니라 시아버지 며느리 금고로 갈 것인가

서민들에게 친숙한 새마을금고의 빗나간 행태가 연일 지면에 오르고 있다. 임직원들의 횡령·배임·사기 등 금융사고나 직장 내 갑질 등이 도를 넘은 상태라고 한다. 최근 6년간만 해도 85건의 금융사고가 터져 피해액이 641억원에 이른다. 결국 서민 고객들이 맡긴 출자금이나 예수금이다. 이런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들도 절반이 이사장·전무·상무 등 임원들이었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시아버지와 며느리, 외손녀가 한금고에서 일하는 사적 채용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국회의원(인천 서갑)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다. ‘수도권 새마을금고 임직원 친인척 현황’에 따르면 경기도 100곳 금고 중 27곳(27%)에서 친인척 관계의 임직원이 함께 근무하고 있었다. 인천은 52곳 중 5곳(9.6%), 서울은 212곳 중 18곳(8.5%)이었다. 서울의 한 금고에서는 아버지가 이사장, 딸이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경기도 한 금고에서는 아버지가 이사장, 아들이 과장이다. 이사장의 사촌동생, 사위, 이종사촌, 고종사촌 등이 함께 근무하는 금고들도 있었다. 이런 새마을금고들에서는 이사장이 직접 친인척의 채용 면접장에 면접관으로 들어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인천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이사장의 며느리와 외손녀, 이사의 친인척 2명 등이 근무하고 있다. 며느리는 2018년, 외손녀는 2019년에 각각 채용됐다. 또 다른 인천 새마을금고에서는 이사장의 조카가 2017년 입사해 현재 계장급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곳 이사장은 조카가 공개 채용 시험에 지원했던 당시 면접관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규정은 지원자와 이해 관계나 가족 관계 등이 있으면 면접관으로 참여할 수 없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새마을금고가 어떤 금융기관인가. 1960년대 재건국민운동 마을금고에서 출발,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금융기구 역할을 담당하며 정부와 국민들의 지원으로 이만큼 성장한 서민금융이다. 외환위기 때는 제2금융권 중에서도 높은 신인도를 인정받아 많은 시민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던 기억도 새롭다. 그런데도 서민 고객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사적 채용, 금융사고, 직장 내 갑질 등의 일그러진 모습만 보일 것인가. 고객들이 볼 때는 잇따르는 금융사고와 만연한 사적 채용이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채용 비리는 우리 청년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가장 큰 불공정이다. 이대로 가면 새마을금고는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을 것이다.

[사설] 시골정류장만도 못한 송도환승센터... 탁상행정 표본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투모로우시티에는 지은 지 13년이 지난 송도복합환승센터가 있다. 그러나 시민들도 그런 곳이 있는지 잘 모르고 실제로 교통편을 갈아타기 위해 찾는 이용객들도 거의 없다. 그러니 승객들을 태우기 위해 이곳을 들르는 버스편도 없다. 시골 버스정류장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문제는 앞으로도 형편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시민들 편익에 돌아가야 할 공공자원이 하릴없이 낭비되고 있는 현장이다. 인천시는 2009년 송도에서 열린 ‘인천세계도시축전’ 사업의 하나로 투모로우시티를 지었다. 축전 방문객들에게 유비쿼터스 미래도시의 구상을 보여주는 전시공간이었다. 전체 사업비만 1천541억원이 들었다. 이곳 1·2층에는 공항버스와 시외버스, 지하철을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송도복합환승센터도 지었다. 처음 복합환승센터 구상은 그럴듯 했다. 그해 송도와 영종도를 해상으로 잇는 인천대교가 개통했다. 지방 도시들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이 단축됐다. 전국의 공항버스들이 인천대교를 타기 위해 송도국제도시를 지나가게 된 것이다. 이들 버스들이 송도복합환승센터를 경유하면 인천시민들이 인천공항이나 지방 도시들로 이동하는 교통편이 크게 늘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완공 이후 공사비 정산 소송에 휘말리면서 2017년까지 빈 건물로 남았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이 건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오피스 공간에 인천스타트업파크를 조성했다. 그러나 환승센터는 한번도 제 구실을 못해본 채 방치돼 있다. 4일 본지 기자가 찾은 2층 매표소 안 의자에는 오랜 먼지만 쌓여 있었다고 한다. 1층 정류장에는 하루 1~2대의 지방 노선 버스가 오가는 정도다. 이용객도 하루 서너명이다. 인천시민들도 굳이 이 곳까지 오지 않고 남동구의 종합버스터미널에서 공항버스를 탄다.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교통수요 예측에 실패한 탓이라고 한다. 우선 복합환승센터를 둘 만큼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다. 또 지방에서 출발한 공항버스들이 굳이 시간을 들여 경유할 만한 메리트도 없다. 승객도, 공항버스도 찾을 일 없는 곳에 환승센터만 덩그러니 서 있는 격이다. 마치 경인운하길을 내면 화물선들이 몰려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같다. 인천시는 2027년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개통에 기대를 건다고 한다. 그러나 대심도철도와의 환승은 기술적 문제로 어렵다고 한다.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이제라도 시민들에게 편익을 주는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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