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본격 불거진 전세사기 사태는 이 추운 시기에도 진행 중인 사회 문제다. 인천은 특히 그 피해가 몰려 있는 지역이다. 지난해 인천경찰청이 특별단속에 나서 815건을 적발했다. 이 중 618건이 미추홀구에서 발생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인천 기초자치단체들이 지난 수년간 지역 임대사업자들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HUG가 이를 대위변제하는 보험 상품이다. 이 보증보험은 그나마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시스템의 미비라고는 해도, 그간 세입자들은 아무런 보호막도 없이 전세사기 지뢰밭에 내던져져 있었던 셈이다.
인천의 군·구에서는 그간 지역 주택임대사업자들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실태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전수조사명령을 내리자 뒤늦게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 중이다.
이를 통해 부평구는 34건의 보증보험 미가입을 적발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대량 발생한 미추홀구는 아직 조사 중이다.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은 2020년 8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의무화 했다. 기초지자체는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미가입을 적발하면 과태료 등을 부과해야 한다. 그러나 신고에 의존하는 데다 실태조사도 없었다 보니 2년 반이 지나도록 과태료 부과가 0건이다.
현재 인천의 개인 임대사업자는 1만7천여명이다. 이 중 보증보험 가입은 1천600명(10.6%) 수준이다. 법인 임대사업자도 170여명이지만 15명(11.3%)만 가입해 있다. 군·구가 보증보험 가입 실태에 어두운 것은 임대사업자가 전세 계약·변경에 대한 신고를 해 와야만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는 굳이 신고를 하려 하지 않는다. 중개업자가 임차인을 속여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큰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당초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던 처벌 조항은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낮춰졌기 때문이다.
이미 2년 반 전부터 시행한 전세보증보험 제도가 이렇게 허점투성이라니. 정치권의 ‘민생’ 구호가 참으로 공허하다. 지금이라도 전세사기 피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전세보증보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세사기 사범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사법 정의를 확립해야 할 때다. 세입자가 떼인 전세금을 우선 갚아준 HUG도 구상권을 청구할 곳이 없으면 그 보험이 오래 못 간다. 전세사기범이 서민들에게 피눈물을 안기고서도 호의호식할 수 있다면 크게 잘못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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