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군·구 등에서 설립한 주민공동이용시설들이 애물단지 신세라고 한다. 준공을 해놓고도 문을 열지도 못한 채 방치하거나 아예 문을 닫아 걸기도 한다. 주민 참여도가 낮고 사용 목적이나 운영 주체도 명확하지 않아서 빚어지는 결과다. 시민 세금 수백억원이 들어간 시설물들이다. 애초의 취지는 좋았을 것이다. 동네 주민들이 함께 하는 공간을 마련,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마을의 자산으로 키워 나간다는 사업이다. 그러나 좋은 취지는 간 데 없고 이로 인한 주민 다툼까지 벌어진다니, 세금이 아깝다.
인천 중구는 지난 2015년 송월동 동화마을에 초콜릿 체험관 운영을 위한 주민공동이용시설을 건립했다. 주민 주도로 운영해 보겠다는 이곳 주민협의체의 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주민협의체는 2016년부터 2년 넘게 시설 운영권을 개인사업자에게 재임대했다. 운영 계약을 어긴 불법행위다. 중구는 2년이 지나서야 이를 확인하고 주민협의체와 수년째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초콜릿 체험관은 4년째 운영 중단이다. 남동구도 2020년 만수동에 주민공동이용시설을 건립했다. 이곳 만부마을 주민협의체가 운영할 식당(마을밥상)과 공동작업실 등을 위한 것이다. 이 역시 2년 넘게 문도 못열고 있다. 전 주민협의체 대표가 지자체 지원금 횡령 등으로 주민들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등 갈등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운영 주체인 주민협의체가 시설 운영을 위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 방치한 곳도 있다. 서구 가좌동의 가재울마을 주민공동이용시설이다. 2019년부터 도서관과 마을회관 등을 운영하려 했지만 운영비를 마련하지 못해 4년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서구 신현동의 회화마을 주민공동이용시설도 같은 케이스다. 카페를 열어 운영비를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일손을 구하지 못해 2년째 텅 비어 있다. 이런 주민공동이용시설은 인천시와 기초지자체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벌인 1기 원도심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의 결과물이다. 사업비 680억원을 들여 원도심 17곳에서 이 사업을 벌였지만 운영을 중단하거나 미뤄지는 곳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시의회에서도 최근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업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세금 들여 시설만 짓고 사후 관리·감독을 손놓은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데 해당 관청에서 일일이 개입해야 제대로 돌아간다면, 주민 자율의 공동이용시설이라고 할 수 있겠나. 자고 나면 이웃이 바뀌는 광역 대도시에서 주민 참여도도 낮은 이런 사업이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 이보다는 마을 단위의 방과후 돌봄교실이나 공립 보육시설을 늘리는 사업이 더 화급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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