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 없어 문닫는 소아과… 아이들 생명 걸린 문제다

지난해 말 가천대길병원이 어린이 입원진료를 중단한다고 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소아과 입원병동을 가동할 의사가 부족해서였다. 당시 길병원 사태는 수도권의 상급병원에서조차 필수의료 공백이 심각하다는 시그널로 읽혀졌다. 그런데 이는 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인천 원도심 지역에서는 동네에서 내원진료를 받을 수 있는 소아청소년과 의원들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가 없어, 경영이 어려워져 문을 닫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다. 이러다 보니 원도심과 신도시 간 소아의료체계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지난해 12월 기준 인천지역의 소아과 의원은 모두 142곳이다. 2017년 이후 7곳이 줄어들었다. 원도심 지역에 있던 소아과 의원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결과이기도 하다. 소아과 의원이 주는 것은 우선 해마다 감소하는 출생률 때문이다. 여기에 소아과가 기피 전공으로 찍혀 전문의를 구할 수 없는 문제가 가세해 있다. 실제 지난해 7월 인천 부평구 삼산동의 한 소아과는 경영난으로 폐업을 선택했다. 예방접종, 검진, 진료를 받으려는 인근 어린아이들로 붐비던 곳이다. 인천 연수구 연수동에 있던 한 소아과는 지난해 10월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로 옮겨갔다. 상대적으로 아이들이 많이 사는 신도시다.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연수구와 청라국제도시가 있는 서구는 소아과 의원이 각 19곳, 31곳이다. 반면 원도심인 중·동구는 각 6곳, 2곳에 불과하다. 중구 6곳도 영종하늘도시에만 몰려 있다. 원도심은 고령층이 많은 반면, 신도시에는 자녀를 키우는 젊은 층이 많아서일 것이다. 지역 종합병원들의 소아 의료체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천 종합병원 17곳 중 12곳은 소아과 전문의가 1명뿐이다. 인천의료원도 소아과 전문의가 1명뿐이어서 주 5일 진료가 어렵다. 인천적십자병원이나 뉴성민병원 등은 소아과 전문의가 아예 없다.

 

그간의 경험으로 미뤄 보더라도 저출생 문제는 사실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이런 시대에 어렵게 얻은 아이들을 소아의료체계 미비로 건강하게 키워내지도 못한대서야 그야말로 면목없는 일이다. 소아과는 어린아이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필수 의료다.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공백은 전문의 쏠림 현상과 의사 절대 부족이 중첩된 결과다. 동네 소아과 의원들이 사라지는 것은 화급한 문제다. 지자체도 정부의 중장기 대책만 기다릴 일이 아니다. 소아의료체계는 시민 삶에 중요한 공공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소아과 전문의 수급난 대책을 지체없이 내놔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의대 정원 조정도 적극 검토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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