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급속하게 디지털로 바뀌어 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일상의 금융 거래도 인터넷 뱅킹을 거쳐 어느새 손바닥 위 스마트 뱅킹이 대세다. 이런 흐름 속에 동네 낯익은 은행 지점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세상의 변화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어르신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곤혹스럽다. 은행창구를 찾아가 공과금을 내거나 기초연금을 받는 거래에 평생 익숙해 있던 이들이다. 하는 수 없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멀리 원정 뱅킹을 가야 하는 신세로 남겨진다. 디지털이 일상화한 사람들은 그 불편함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손쉽게 지점 문만 닫을 것이 아니라, 오랜 고객들을 위한 대책이나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10년간 인천에서는 모두 62곳의 시중은행 지점이 통폐합 등의 방식으로 문을 닫았다고 한다. 300여곳이던 은행 지점들이 238개로 줄어든 것이다. 은행들은 비대면 거래 증가와 수익 악화 등을 이유로 지점 수를 줄여 나가고 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둔 출장소로 변경하거나, 지점 2곳을 1곳으로 통폐합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까지 겹치자 인천에서는 지난해에만 10곳이 문을 닫았다. 올해 들어서도 7곳의 은행 지점이 또 사라졌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할 것이다.
최근 인천 부평의 한 은행도 지점 폐쇄 안내문을 내걸었다. 이 동네에서는 불과 2년 사이에 3개 은행의 지점들이 사라지는 셈이다. ATM도 잘 못쓰는 이곳 어르신들은 이제 걸어서 30분 거리의 다른 지점을 찾아야 한다. 이들이 하루아침에 스마트 뱅킹 등에 익숙해 질 수도 없다. 은행 지점은 생활 밀착 공공 서비스인 만큼, 수익성만 따지는 통폐합의 속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국회에서 은행이 지점을 폐쇄할 때 금융감독원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기술 발달에 따른 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시장의 추이를 따르는 은행권의 점포 경영에 대해 또 다른 규제를 들이대서도 안 될 것이다. 문제는 지점 폐쇄 뒤 불편의 그늘에 내팽개쳐지는 고객들이다. 인천시는 어르신 대상의 스마트폰 교육에 디지털 뱅킹도 포함시킨다고 한다. 그도 좋지만 은행권이 직접 나서야 할 문제다. 디지털 소외층이야말로 가장 충성도 높은 고객 아닌가. 통폐합 계획 일정에 맞춰 오랜 고객들에 대한 디지털 뱅킹 교육에 나서라는 얘기다. 점포에 모시든, 동네로 찾아가든 친절히 가르쳐 드리면 서로 윈윈이다. 큰 폭의 예대 마진 수익으로 성과급 잔치만 할 게 아니라 이런 고객제일주의를 실천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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