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이제부터’

국회는 어제 20일간에 걸친 국정감사를 마쳤다. 이제부턴 정치개혁법안,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지난달 10일 열린 15대국회 마지막 정기회가 100일 회기가운데 벌써 약 40일을 소비했다. 처리안건이 산적한데 비해 남은 회기가 결코 여유있는 것은 아니다. 그 어느때 못지 않은 국회운영의 효율성이 기대되는 터에 현실 사정은 그렇지 못해 불안하다. 정치개혁법안만 해도 여권은 중선거구, 정당명부제도입을 추진하는 반면에 야당은 이를 전면 거부, 소선거구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이번 정기국회의 여야간 최대 쟁점으로 비단 정치개혁법안의 지연뿐만 아니라 예산안등 다른 안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그간 국가사회 전반에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추진된 마당에 유일하게 무풍지대인 것이 정치권이다. 여권은 정치개혁 일환의 국회의원 수 감원을 겨우 10명선으로 잡고 있다. 이는 시민단체들이 그간 요구해온 1백명 또는 50명 수치와 차이가 너무 심하다. 선거구제도를 두고는 기를 쓰고 이견을 보이는 여야가 국회의원 수를 적게 줄이는덴 서로 생각이 맞아 떨어지는 집단이기를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은 국민 1인당 세부담이 처음으로 2백만원대를 돌파, 2백8만원에 이르는 92조9천억원 규모다. 98년이후 내리 3년째 적자로 편성됐다. 중요한 것은 예산안의 법정기일내 처리다. 예산안을 정쟁의 볼모로 잡아 밀고 당기다가 기일을 넘긴뒤 서둘러 대충대충 통과시키는 연례 폐습이 또 되풀이돼선 충분한 심의를 했다할 수 없다. 정기국회가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본말과 주객을 전도하지 않아야 한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문제점, 또 옷로비 및 조폐공사파업유도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 향방은 정치권의 관심사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남은 정기국회 본연의 소임이 아니다. 특히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관심은

强弩末

‘강노말(强弩末)이면 불능천로호(不能穿魯縞)’란 말이 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한서에 나온다. 전한(前漢)의 경제때 화친을 바라는 흉노의 사자가 장안에 들렀다. 강경론자들은 사자를 목베어 흉노를 정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신들 가운데 유일하게 한 장로만이 반대했다. “우리 한군이 수천리밖 흉노땅까지 원정하여 싸워 이기기는 힘든 일입니다. 그곳에 도착하면 인마(人馬)가 너무도 피로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앉아서 적을 맞은 오랑케들은 거의 희생없이 우리 군사들을 저지시킬 것입니다. 강노의 마지막 힘이 노호도 뚫지 못한 것과 같사오니 차라리 화친을 받아들이십시오”하고 간언해 마침내 경제는 화친을 맺었다. 한 장로의 간언은 ‘강력한 쇠내활로 쏜 화살이라도 그것이 날으는 힘이 약해진 끝에 가서는 노국(산동성)서 짠 얇은 명주천도 꿰뚫 수 없다는 말로 아무리 강대하다 해도 종말은 아무 힘이 없게 되는 세상 이치를 뜻한다. 자고로 현자(賢者)들은 이같은 이치를 터득했으므로 강했을 때 덕을 쌓았다. 반대로 어리석은 이들은 천년만년 강할듯이 모든 것을 힘으로만 밀어 붙이다가 얼마 못가 못당할 종말을 당하곤 했다. 범부들의 일상생활도 그렇고 사업하는 이들도 이런 세상 이치를 새겨들어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하는 사람들, 특히 막강한 권력을 쥔 이는 더욱 명심해 두어야 할 좌우명일 것이다.

수사경찰력 보강해야 한다

경찰의 기본업무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수호하는 민생치안 확립에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경찰이 수사인력의 비효율적 운영으로 급증하는 치안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경찰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과다한 업무때문에 일선형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기강이 해이해져 범인검거율이 저조해 진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기경찰청의 경우 전국 14개 지방청중 경찰관 1인당 치안인구가 서울청에 이어 두번째(871명)로 많고 강력사건 발생빈도도 서울청과 비슷한데도 수사인력은 고작 11명에 그치고 있다. 수사인력이 서울(49명) 부산(18명) 대구 인천(13명)보다 적은 것은 중앙부처가 치안수요를 고려치 않고 광역시 위주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도내 일선 경찰서별 평균배치인력도 5명으로 서울(14명) 부산 대구(각 10명)보다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일부 경찰서엔 컴퓨터, 신용카드 등 경제사범 전담부서를 별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니 한심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경찰청의 범인 검거율이 97년 87%에 이어 98년에도 88%에 머물러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며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로서는 정말 부끄럽고 창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이 범인 검거율이 저조하여 범죄꾼들이 날뛰게 되니까 도대체 경찰은 뭘하고 있는거냐는 도민들의 질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수사경찰은 절대부족한 수사인력과 낙후된 장비 그리고 최저생계비 수준의 박봉 등 열악한 근무환경과 격무에 시달리면서 범인 검거율마저 저조해 주민들의 신뢰도 받지 못하는 등 2·3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데다 툭하면 행사장 경비업무 등에 전용되기 일쑤다. 뛰는 범죄꾼을 소탕하기 위해서는 수사경찰력의 획기적인 보강이 절실한데도 오히려 수사인력의 기형적인 운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당국이 아무리 사명감을 강조해

플래카드

시위나 대회군중들이 들고 행진하는 ‘플래카드’는 원래 대문에 붙이는 광고물이란 뜻의 프랑스 말이다. 이것이 구호등이 적힌 지금의 데모 개념으로 바뀐것은 프랑소와 1세때의 삐라사건에 유래한다. 1534년 10월 17일 밤 파리 시가지는 물론이고 궁중의 황제 침실문에까지 당시 교회의 부패 타락상을 비난하는 삐라가 나붙어 이를 ‘플래카드사건’이라고 불렀다. 이 사건은 결국 미구에 일어난 종교전쟁의 계기가 됐다. 플래카드는 이제 시위등 뿐만 아니라 영리업체의 선전용으로도 널리 이용되어 시가지 곳곳에 걸려있음을 본다. 플래카드게시에는 관계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안다. 도시미관을 해칠만큼 마구 나붙은 그 많은 플래카드가 다 허가가 난 것인지 잘 알 수 없다. 컴퓨터의 발달이 가져온 또다른 형태의 플래카드가 있다. 인터넷은 그 위력이 실로 놀라운 현대판 플래카드다. 단문의 구호가 아닌 장문의 내용이 담긴 신형 전자식 플래카드인 것이다. 이같은 문명의 이기가 음란물 구설수에 이어 사이버폭력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특정인에 대한 욕설쯤은 예사고 음해를 일삼는 얼굴없는 폭력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16세기에 일어났던 ‘플래카드사건’이 종교전쟁의 발단이 된 것처럼 21세기들어 장차 ‘사이버분쟁’이 일어나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세상이 점점 무섭게 변화해 가고 있다.白山

교육부 왜 이러나

전국에 산재하고 있는 교육대학생들 3천여명이 지난주부터 수업을 거부, 명동성당과 대학로 등에서 정부의 초등교사 수급안에 반대하는 구호와 함께 집회를 갖고 있다. 교대생들만이 아니다. 전교조도 대변인 성명을 통하여 초등학교 정식 교사로 채용하기 위하여 추가선발한 보수 교육생 임용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또한 교수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어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운동은 더욱 확산될 것 같다. 이런 사태가 야기된 가장 기본적인 책임은 교육부가 현재 교육현장에서 전개되는 각종 문제를 지나치게 탁상행정의 차원에서 실시하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교육대생의 경우 지난해 교육부가 사전에 철저한 준비없이 65세 정년을 갑자기 실시하고, 또한 명예퇴직을 대량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금년에 초등학교 교원 1만5백여명, 또 내년에도 1만1천여명이 퇴직할 것이 예상되며, 이에 교육부는 내년도에 필요한 초등교원 1만2백여명을 기간제임용 4천여명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교육대생들과 교사들은 일선 교육청이 계약제로 뽑은 이들을 단기간의 보수교육을 통하여 초등학교 전임교사로 발령낸다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이다. 교사의 부족사태는 오래전부터 예견된 상황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일선 현장의 소리는 제대로 귀 기울여 듣지 않고 탁상공론으로 남아 돌아가는 중등교사를 초등교사로 임명하여 교사부족 사태를 적당히 넘기려고 했다. 보수교육 몇개월하고 초등교사를 시킨다는 것은 너무 교육 현장을 가볍게 본 태도가 아닌지.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의 차이도 제대로 간과하지 않고 재정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미봉책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의 문제가 있다. 최근 전개되는 일련의 사태 대부분은 교육정책이 현장의 실정은 무시한 지나친 개혁만을 강조하고 있으며, 또한 일관성이 없이 적당하게 사태를 해결하려는 안이한 교육부의 자세에 연유하고 있다. 교육부의 일관된 정책과 교육 현

경기 4連覇, 인천 3위도약

금세기 마지막 민족체육의 제전, 제80회 인천전국체육대회가 어제 성대히 폐막됐다. 2만3천여 국내외동포선수들이 힘과 기를 겨룬 열전 7일, 활활 불타오르던 성화가 내년을 기약하며 꺼졌다. 양궁에서 비공인 세계신기록이 나오고 닷새째 경기에서만도 사이클 역도 육상 등에서 한국신기록이 5개나 쏟아지는등 질적, 양적 양면으로 풍성한 체전이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가 올해도 종합우승, 4연패의 위업을 이루면서 2위인 서울시에 이어 인천시가 대망의 입상권인 3위에 진입했다. 체전사상 처음으로 수도권이 1, 2, 3위를 휩쓴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방으로서는 역시 전국체육대회 사상 초유의 4연패를 달성한 경기도는 지난 한해동안 꾸준히 노력한 선수관리속에 3단계 강훈을 통한 전력향상에 영일이 없었다. 인천시 또한 과감한 투자와 선수발굴, 과학적 훈련에 힘입어 3위 입상의 대도약이 가능했던 것이다. 수도권이 이처럼 비록 입상권을 독차지하긴 했지만 타시·도의 경기내용이 부진한 것만은 아니다. 작년대회 성적보다 상대적으로 더 엷어진 올대회의 성적차이는 한국체육의 고른 성장을 의미해 매우 경하스런 현상이다. ‘영원한 챔피온, 영원한 강팀은 없다’는 것은 스포츠세계의 잠언이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도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오늘의 영광에 자만하지 않는, 올 전력분석을 토대로한 분발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하는 것이다. 쫓는 것보다는 쫓기는 것이 더 큰 부담이다. 경기도는 이제 5연패 수성, 인천시는 입상권 고수의 영예로운 부담을 안았다. 이는 지역사회 공동의 과제이며 책임이기도 하다. 오늘 개선하는 선수단을 크게 환영하며 그간의 노고에 깊은 위로와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내년에 부산서 열릴 21세기 첫 전국체육대회 또한 좋은 성적이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仁川국체 유종의 미를

지난 11일부터 인천에서 제80회 전국체전이 개최되고 있다. ‘황해로, 세계로, 미래로’란 주제하에 희망과 번영의 새 천년을 열기 위한 인천전국체전은 전국 16개 시·도와 12개 해외동포선수, 임원 등 2만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전 지역의 명예를 걸고 열전 7일에 돌입하였으며, 어느덧 종반에 접어들었다. 이번 인천에서 개최되는 전국체전은 어느때보다도 의의가 크다. 인천전국체전은 20세기를 마감하는 마지막 스포츠 축제이다. 일제하부터 시작된 전국체전은 민족의 한이 서려있는 체육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 민족의 기상과 저력이 담겨있는 행사이며, 우리는 체육을 통하여 민족의 저력과 사기를 북돋았다. 때문에 이번 체전은 20세기의 마지막이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민족의 21세기를 여는 희망의 체전인 것이다. 인천전국체전은 새로운 황해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최근 인천은 지하철을 개통하였으며, 2년후에는 인천국제공항이 완공되어 동북아시아의 허브 공항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인천이 21세기의 세계를 이끌어 갈 국제적 관문이 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천에서는 2002년 월드컵 축구도 개최될 예정이다. 따라서 인천이 교통, 물류, 그리고 스포츠의 중심 도시로서 국내는 물론 세계속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이번 체전을 통하여 인천을 널리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스포츠는 경기이기 때문에 승부가 우선시 된다. 특히 오랫동안 땀방울을 흘리면서 지역의 명예를 위하여 열심히 연습을 한 운동선수들에게 승리는 가장 값진 선물일 수 있다. 특히 경기도 선수단과 같이 4연패를 꿈꾸는 선수단에게는 승리를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승리 이전에 선수들은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치르는 스포츠 정신을 함양하고 이를 화합의 정신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패자에게 아량을 베풀고 승자에게 찬사를 보내는 건강한 시민정신을 길러야 된다. 선수들을 위한 스포츠 행사

총선용 국정감사

‘모든 길은 총선으로 통한다’이 말이 요즘 여야가 국정감사를 치르는 모습을 가장 적절히 표현해낸 말이다. 당초 여당은 정책감사로 15대 국회 마지막 국감에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곳곳에서 ‘정부감싸기’의 행태를 보이고 있고, 야당은 대안제시보다는 ‘폭로전’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마디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잃을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여당과 최대한 ‘표’가 될만한 사건을 터뜨리려는 야당 사이의 정쟁인 것이다. 지난 14일 법사위 국감에서는 여전히 중앙일보 홍석현사장의 구속문제를 놓고‘정당한 법집행’이라는 여당과 국세청, 검찰등 권력기관을 총동원한 ‘언론탄압’이라는 야당의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졌고, 농림해양수산위 국감에서는 때아닌‘슈퍼옥수수’ 논쟁이 맞붙었다. 이에 앞서 11일에는 정부.여당이 의보통합을 6개월 연기하기로 결정하자 이를 놓고서도 보건복지위에서 공방이 일었다. 당초 내년 1월1일 실시키로 했었지만, 한국노총 등에서 5백30여만명의 의보통합 연기청원을 국회에 제출했고, 직장의보의 비협조, 전산망 미비 등을 이유로 내년 7월1일 이후 실시키로 했다는 것이 여당의 주장이었다. 반면 야당은 총선용 정책뒤집기, 표지상주의, 표만능주의라며 여당의 정책혼선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여기에 한나라당 이회창총재가 13일 소속의원들에게 “국감 막바지에 정부정책의 실정을 적극 지적, 대안을 제시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에 맞서 여당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적극 차단키로 해 중앙당 차원의 공방도 재개됐다. 이에 따라 국감장은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그야말로 ‘총선’을 향한 여야의 마지막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여권의 조변석개하는 정책뒤집기나 야당의 대안없는 정치공세가 국감을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6개월이나 남은 총선을 겨냥, 벌써부터 ‘표얻기’

‘大豊기쁨’을 내년에도…

경기도의 올 벼농사가 87년 이후 최대의 풍작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과 경기도 농업기술원이 도내 520개 표본필지에 대한 조사결과 예상 생산량이 작년 59만2천45t보다 1만4천56t(2.5%) 늘어난 60만6천606t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써 도민들은 4년연속 대풍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올해는 8·9월 경기북부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대부분의 논이 침수됐었고, 두차례의 태풍으로 벼가 쓰러져 쌀농사를 그르치지 않을까 크게 걱정되었으나 벼베기를 56% 끝낸 지금의 상황에서 기상이변이 없는 한 대풍이 틀림없으니 퍽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풍작을 이뤄 쌀을 증산케 된데는 도 당국이 휴경지를 최소한 줄인데다 이앙기에 일조량이 많았고 병충해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망의 대풍을 가능케 한 것은 무엇보다 모진 풍수해를 극복하고 숨막히도록 푹푹 찌는 더위를 이겨내며 묵묵히 땅만을 일구어온 농민들의 값진 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완전한 풍년을 구가하기에는 벼베기가 끝날 이달말까지 날씨가 변덕부리지 말아야 한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벼농사는 끝마무리가 중요하고 그때까지는 한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기상이변에 대비하면서 벼베기를 서둘러야 한다. 예로부터 벼농사가 흉년들면 인심이 흉흉해지고 사회가 혼란해진다고 했다. 지금 우리의 산업구조가 농경사회의 그것과 판이하다고 하나 농업국으로 자원빈국인 우리가 흉년으로 쌀마저 수입한다면 그만큼 경제사정은 나빠질 것이다. 지금 우리는 IMF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아직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또 해마다 인구증가로 식량수요도 늘고 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로서는 이 때문에 벼농사만큼은 필연코 매년 풍작으로 이끌어 식량증산에 노력해야 한다. 올해 같은 증산 패턴을 지속하려면 무엇보다 농지보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정부의 꾸준한 생

중양절을 맞이하여

음력 9월9일은 중구(重九), 또는 중양절(重陽節)이라고 전해온다. 이같은 명칭은 九가 양수인데 이것은 겹쳤다는 것을 이른 것이다. 속설에는 제비가 음력 3월3일(삼짇날) 왔다가 9월9일(중양절)에 강남으로 간다고 한다. 중국 고대사회에서는 9를 양수의 극이라 하여 이것이 겹친 9월9일을 큰 명절로 삼아 왔다. 그리고 이날 높은 곳에 올라가서 먼 곳을 바라보며 고향을 생각하였다고 한다. 음력 9월은 추수의 계절, 국화의 계절, 단풍의 계절이다. 옛 사람들이 이 좋은 시기를 그냥 보냈을 리 없다. 중양절은 중국에서 큰 명절로 여겼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절기가 늦어 추석에 햇곡식을 거두지 못하면 추석차례를 중양절에 지내는 풍습이 있었고 성묘도 이날 하였다. 또 이 날은 국화구경을 즐겼다하여 상국일(賞菊日)이라고도 불렀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부터 중양절을 명절로 정하여 잔치를 베풀어 임금과 신하가 더불어 즐거움을 같이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삼짇날과 중양절 두 차례에 걸쳐 노인잔치를 크게 베풀어 경노사상을 드높이는 동시에 조상에게도 차례를 올렸다. 지방에 따라서는 이날 성묘하고 시제를 지내기도 한다. 또 문인들은 단풍 든 산과 계곡을 찾아 음식과 술을 즐기며 시를 짓고 풍월을 읊는 관습이 있었는데 이 단풍놀이는 서민층에까지 번져 봄철 화전놀이처럼 단풍놀이를 즐기기도 하였다. 오늘날 즐기는 단풍놀이와 학생들의 가을 소풍은 이같은 옛 조상들의 풍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할수 있다. 이 세상은 어려운 일도 많고 복잡한 사건도 많지만 아무튼 계절은 바야흐로 단풍의 계절이 되었다. 중양절을 맞아 일상사 잠시 접어 두고 단풍 드는 자연의 섭리에 잠겨봄직도 하다./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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