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에게 충고한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 지도노선의 의문에 더이상 인내하기 어려운 단계가 됐다. 우리는 법관출신의 이총재가 상당히 합리적인 사고를 지닌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도 이총재가 이따금씩 보인 돌출행각으로 그같은 믿음에 의문이 일곤했던 것은 유감이었다. 더욱이 부산에 이어 오는 9일 수원서 가질 것이라는 야외집회계획은 이제 이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 정말 실망이다. 우리는 ‘국민의 정부’를 두둔하기 위해 이총재를 힐난하는 뜻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이총재를 위해 충고하는 것은 정기국회까지 외면서 장외집회 일변도로 치닫는 외도는 정부로부터 이반된 민심이 결코 이총재에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제의 언론대책문건 규명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목적 못지않게 수단방법을 중요시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덕목으로 안다. 이총재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면 언론문건을 빙자한 작금의 장외행각이 합당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한 실체규명의 본질보다 그를 트집삼아 선동공세를 일삼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는 지역감정 충동은 가능할지 몰라도 국민적 영합은 불가능한 것이 우리의 민도임을 인식해야 한다. 걸핏하면 내세우는 ‘이회창 죽이기’란 당치않다. 자신이 대접받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가 대접받을 일을 해야하는 사회통념은 정치인이라고 예외가 아닐 것이다. 부산집회에서 DJ를 가리켜 ‘지리산 빨치산수법’운운한 정형근의원 연설은 이만저만한 논리의 비약이 아닌 국가원수의 모독에 해당한다. 또 형사면책권을 갖는 대통령과의 대질신문 요구가 불가한줄 알면서도 주장하는 정의원의 정치쇼는 치졸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를 모르지 않을 이총재가 그에 편승하는 것은 편협스런 면모로 국민의 기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정치는 무엇보다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한다. ‘국민의 정부’가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지 못하는 점이 없지않다. 그런데 야당은 그보다 한술 더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장외집회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진정 얽히고 설킨 언론문건을 규명할 의지가 있으면 당사자의 한사람인 정의원을 검찰에 출두시켜야 설득력이 있다. 아울러 정기국회에 한시바삐 복귀하여 산적한 민생현안의 안건을 심의해야 한다. 국민에게 정책대안으로 신임을 묻고자 하는 성숙된 정치의식을 거듭 촉구해마지 않는다.

국경일의 뜻도 모르는가

‘한글’의 ‘한’은 우리 겨레를 일컫는 ‘韓’외에 ‘大’의 뜻도 지닌 말로서 직접적으로는 ‘대한제국’의 ‘韓’과 관련되는데 1910년 주시경·최남선 등이 ‘언문(諺文)’, ‘조선문자’란 명칭을 ‘한글’로 고안하였다고 전한다. 우리말과 글은 갑오경장 이후 ‘국어’ ‘국문’으로 불리었으나 1910년 국권이 상실된 이후에는 이 말을 쓸 수가 없었다. 이러한 형편에서 주시경은 ‘국어’ ‘국문’ 대신에 ‘한나라말’과 ‘한나라글’이란 말을 만들어 썼다. 그후 ‘한나라말’을 줄인 ‘한말’, 우리겨레의 말글이란 뜻의 ‘배달말글’이란 용어를 사용하다가 1913년부터 ‘한글’이란 말을 사용하였다. 한글날 기념식을 처음으로 거행한 것은 1926년인데 10월 9일이 아니라 11월 4일, 음력으로 9월 29일이었다. 음력 9월에 ‘훈민정음’을 책자로 완성했다는 실록의 기록에 근거하여 9월 29일을 반포의 날로 보고 기념식을 거행한 것이다. 기념식을 거행하는 중에 이날을 부를 명칭으로 ‘가갸날’로 하기로 결정했다. 당시에 한글을 배울 때 ‘가갸거겨’하면서 배웠기 때문이었다. 한글날을 양력으로 지내기 시작한 것은 1931∼1932년 무렵이다. 그후 양력계산을 그레고지오력(Gregorio歷)으로 하여 1934년부터는 10월 28일을 한글날로 하였고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 때 까지 지속됐다. 지금의 10월 9일의 한글날이 된 것은 1940년 7월 발견된 ‘훈민정음’(해례본)에 나오는 기록에 따른 것이다. 이 책의 서문에 9월 상한(상순)에 반포된 것으로 돼 있어 9월 상한의 마지막 날인 9월 10일을 양력으로 다시 계산한 것이 10월 9일인 것이다. 한글날의 이러한 유래를 되돌아 보면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국가의 처사는 잘못됐어도 너무 크게 잘못됐다. 자기나라 글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가 이 지구에 어디에 또 있는가.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정해야 마땅하다. 하기야 한글날을 국경일에서 제외안한 것만도 다행이긴 하다./淸河

신시장의 일본 배우기

‘일본에서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안양천에 물고기가 뛰놀 수 있도록 하고 녹화사업을 통해 환경도시, 살고싶은 안양시를 만들겠다.’ 지난달 29일부터 9박10일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중인 신중대 안양시장의 야심찬 계획이다. 신시장은 도시교통국, 건설사업소, 유원지개발단 등 7명의 공무원들로 방문단을 구성, 선진행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 안양시에 접목시키기 위해 취임 6개월여만에 일본을 찾았다. 1903년 일본최초의 서양식공원인 세타가야구의 히바야시공원, 약 16만㎢의 대지위에 시간에 따라 모양과 색상이 바뀌는 대분수를 비롯, 일본식공원, 서양화단, 야외음악당, 도서관 등 모두가 방문단의 눈에는 부러운 시설들이었다. 또한‘사고는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기본으로 일체의 금지사항이 없는 어린이들만의 모험놀이 공간인 플레이파크 공원 등도 방문단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특히 지난 60년대 일본의 고속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한 기타큐슈시는 대기오염과 죽음의 바다를 시민, 기업, 연구기관, 공무원이 합심해 별빛이 아름다운 도시, 살아있는 바다를 만들어 90년 유엔환경국(UNEP)으로부터 글러벌 500을 수상한 바가 있어 방문단에게는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나고야, 도꾸라자와시, 고마끼시 등 가는 곳마다 안양시방문단에게는 부러움의 연속이었으며 시간을 아껴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버스, 열차를 이용하며 도시락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이 신시장을 비롯한 방문단들은 체류기간동안 보다 많은 것을 더 보고 배워 정다운 도시, 살기좋은 안양건설에 앞장설 것을 다짐하는 빛이 역력했다. /일본 나고야시에서 유창재기자(제2사회부) cjyou@kgib.co.kr

누구를 위한 장외집회인가

한나라당은 정기국회를 마냥 허송세월만 할 것인지 도시 이해가 안된다. 93조원규모의 2000년도 예산안을 비롯, 463건의 법률안등 모두 556건의 안건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인권법 통신비밀보호법 부패방지기본법 독점규제및 공정거래법 세정개혁관련법 기업지배구조개선법 남북협력기금법 민주화운동법 통합방송법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 개발제한구역관리특별법등 주요 민생현안은 이밖에도 허다하다. 선거구제 및 정치자금제도 개선등 내용을 확정짓는 정치개혁입법도 시급하다. 이런 가운데 대우사태는 국내외에 걸친 초미의 관심사가 돼있다. 정기국회가 일을 부지런히 해도 오는 12월18일까지의 회기내에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는지 국민은 이런저런 걱정속에 있다. 이러한 터에 어제 당지도부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언론자유말살규탄대회’를 가진 부산집회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자 한다. 지역감정을 부추겨 민심을 소란코자하는 당리당략의 회기중 장외집회를 공당이 취할 자세라고는 볼 수 없다. 언론대책문건 규명은 마땅하다. 그러나 국회가 할 일은 해가면서 규명해도 해야 한다. 정기국회를 개점휴업상태로 만든 파행으로도 모자라 장외집회를 일삼는 것은 직무유기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회기일자를 이토록 허비하는 것은 야당이 여권단독국회운영의 빌미를 제공해 주는 것밖에 안된다. 예산안처리의 법정기일을 넘겨 여당만으로 부랴부랴 일괄처리하는 전철을 되풀이 해서는 성의있는 심의다운 심의를 못했다는 비판을 야당도 모면할 수가 없다. 한나라당은 언론문건규명의 정치투쟁을 해도 장내로 들어와 국회를 정상화해가며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라고 믿는다. 만사를 제쳐둔 정치투쟁의 명분은 그 무엇에도 있을 수 없다. 하물며 전부가 아니면 전무의 전근대적 투쟁을 일삼는 한나라당은 국민을 심히 실망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기국회 정상화는 무슨 조건이 있을 수 없는 의무다. 야당은 막중한 의무이행에 주저없는 도덕적 용단을 보여야 할 때다. 국회 정상화는 정국을 주도할 책임이 있는 여당의 몫이 크긴하다. 그러나 지금으로써는 장외로 뛰쳐나간 야당을 나무랄 수밖에 없는 탈선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화재참사와 地自體행정

동인천 호프집 화재참사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심각하게 되새겨볼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안전의식결여와 뿌리깊은 부패구조는 말할 것도 없고 민선 지방자치단체의 빗나간 행정행태도 큰 문제다. 지난 92년 민선 지방자치시대 개막이후 일선 기초단체장들이 인기관리에 치우친 나머지 예전에 없던 소모성 행사를 해마다 늘리고 있어 공무원들이 수시로 행사준비에 동원돼 행정공백을 일으키고, 규제나 단속행정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지적은 무심히 보아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번 화재참사 사건이 일어난 호프집 관할 행정관청인 중구청의 경우 구청장의 인기관리용 행사는 연간 20건에 달한다. 특히 화재사건이 발생한 지난달엔 무려 8건이나 됐다. 이로 인해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를 제쳐둔 채 행사준비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에 접객업소의 불법영업행위 단속 등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푸념이다. 물론 본란이 일선 공무원들의 이같은 고충을 거론하는 것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일부 공무원의 직무태만을 옹호하거나, 비리의혹 공무원을 두둔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지자체장의 그릇된 인기영합 행정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이다. 민선장의 인기관리행사의 부작용은 이것뿐이 아니다. 주민들을 모아놓고 푸짐하게 잔치판을 벌이는 등 단체장이 자리지킬 틈이 없을 정도로 행사도 많고, 씀씀이도 전보다 커지니까 다른 예산을 전용하는가 하면 지역업체나 업소로부터 협찬금을 모집하는 사례도 한 두번이 아니어서 물의를 빚기도 한다. 중구청도 지난 4월 벚꽃축제때 이런 말썽을 빚었었다. 지자체가 이처럼 행사 때마다 이들에게 협찬금을 요구해야 하니 기업체의 불법행위나 불법업소에 대한 단속은 사실상 형식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민선시대에 지자체장이 주민을 접촉하고 위로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같은 행사가 인기에만 영합하려는 ‘잘못된 행정’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소모성 행사로 행정공백이 초래되고 협찬금 때문에 단속행정이 느슨해져서는 안된다. 지역주민을 위해서는 ‘인기행정’이 아니라 ‘봉사행정’이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성남시의원에게 보내는 편지

성남시의회 의원께 오늘 이 글을 올리는 것은 의원님들이 지난달 19일 전문성 제고를 위해‘99의정활동연수’라는 미명하에 전남 목포 신안비취호텔에서 3박4일간 가진 연수를 다녀온 뒤 항간에 떠도는 비화(秘話)를 접했기 때문입니다. 연수를 떠날때만 해도 지난 91년 의회가 탄생된 이후 많은 실망을 주어온 의회가 이제 시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지식을 얻기위해 많은 고생도 마다않고 타관까지 가서 연수를 받나 싶어 내심 흐뭇해 했던 것은 저만이 느끼는 감회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도 잠깐, 또 실망을 준 데 대해 뒷맛이 씁쓸함을 떨칠 수 없습니다. 그것도 의원님들의 수발을 들기 위해 수행한 공무원을 객지에 가서까지 술에 취한채 손찌검을 했다고 하니 도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더욱이 물의를 일으킨 B모 의원은 얼마전까지 폭력추방운동에 앞장서왔던 모 단체 회장까지 지낸 사람이라는데 대해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이런 물의에 공식적인 사과한마디 없는데 또 놀라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다보면 잘하는 것보다는 잘못하는 것이 많고 또 실정법상 어느 법에 저촉이 되는지 몰라 위법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위법이나 준법을 따지기전에 이해를 앞세워 관용으로 덮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원님! 매사는 이해나 관용을 베풀고 받는 것도 한계가 있으며 이는 한두번으로 그쳐야지 언제까지 관용이나 이해를 바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의원이라는 직은 절대권력이 아닌 시민들에 대한 봉사자라는 생각을 잊지말아 주시고 그같은 일이 또다시 야기될 경우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성남=류수남기자(제2사회부) snyoo@kgib.co.kr

문화유산의 관광화

최근 세계각국은 문화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일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고대도시의 폐허, 고성(古城), 고궁, 사원, 박물관은 물론이고 유명문인, 화가, 음악가 등 예술가의 생가와 묘소까지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화유산의 관광화는 외화획득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국가이미지 홍보에다가 자국민의 자기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예술문화발전에 공헌한 인물들의 생가나 그들이 생애의 어느 기간동안 작품활동을 하며 지내던 주거지가 기념물로 지정되어 보존된 경우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외국여행을 한 번쯤 다녀온 사람들은 그 나라 에술가의 생가나 기념관에 안내되어 관람하고 설명을 들으며 감회에 잠겼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문인이나 예술가가 몇명이나 있느냐고 반문하면 안된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서도 사랑을 받는다는 격언이 있다. 자기 자신을 멸시하면서 다른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려 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내가 나를 소홀히 하고 얕잡아 보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는 나를 존중히 여기고 관심을 가지라고 요구할 수가 있는가. 파리는 파리의 분위기를 지녔고 로마는 로마의 분위기를 지녔다. 아테네, 이스탄불, 카이로, 예루살렘, 델리, 방콕 등이 각기 독특한 문화분위기를 지녔듯이 한국은, 한국의 분위기와 역사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잘 보존돼 있는 문화유산마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없애려 하고 있다. 훌륭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수난을 당하는 시대이다./淸河

李根安 비호세력 색출해야

전 경기도경 대공분실장으로 있으면서 군부 권위주의 정권 때 재야인사와 운동권 학생들에게 일제하에 고등경찰보다도 더욱 악랄하고 잔인하게 고문을 했던 악명높은 ‘고문기술자’인 이근안(李根安)씨가 자수하여 경찰에서 밝힌 내용은 우리로 하여금 실소(失笑)와 동시에 분노(憤怒)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3-5 공화국때 민주화 운동을 전개하던 수많은 양심적 인사들에게 평범한 시민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반인륜적 고문을 행하여 고문 받은 민주화 운동 인사는 물론 한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천추의 한을 남긴 고문기술자가 후배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하여 자서전까지 집필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닌가. 무엇을 잘 했다고 기록까지 남기려 했는지 이근안씨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 우리에게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일은 이근안씨가 11년 도피 생활을 하는 동안 어떻게 검문 한번 받지 않고 살 수 있었는지 의문이 간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공무원 아파트에 은신하면서 수시로 지방을 기차여행 하였다는데 수많은 이근안 수사팀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경기경찰청을 비롯 6개 경찰청 14개 경찰서 79명의 전담수사팀은 매번 ‘특이없음’이란 일관된 동향 보고만 했으니, 이는 직무유기가 아닌가. 연인원 3백98만명을 동원하고 5백만장의 수배전단을 살포하였는데 수사팀은 서울에서 10년동안 살고 있는 이근안씨에 대한 단 하나의 단서도 못 찾았다는 것을 믿을 국민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10년동안 사용된 수많은 생활비는 어떻게 조달되었으며, 또한 가족들과는 어떻게 지내고 있었는지 이근안씨에 대한 미스테리가 너무도 많다. 집에서 숨어 살고 있는 동안 가끔 경찰이 찾아 왔으나 골방에 숨어 있어 발각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를 믿을 국민들이 있겠는가. 이근안씨에 대한 비호세력이 있지 않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도피행각이다. 비호세력을 밝히지 않는 한 이근안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정서임을 알고 수사에 임해야 될 것이다.

경찰비호의혹 검찰수사 마땅

동인천 호프집 화재참사 역시 관재(官災)라는 징후가 짙어지고 있다. 이미 본란이 지적한대로 주변사람들의 진술과 여러가지 비리의혹의 정황은 참사의 원인이 업자의 불법영업에 대한 단속 공무원들의 직무유기 혐의를 훨씬 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참사를 부른 무허가 불법영업행위가 공무원의 비호아래 이뤄졌음을 확인시켜주는 의혹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관할 경찰서인 중부서의 교통지도계장이 97년부터 호프집 업주의 살림집에서 집세도 내지 않고 2년이상 공짜로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찰간부는 94년부터 97년까지 청소년 지도업무를 담당하는 소년계에 근무할 때부터 호프집 업주와 형-아우사이로 지냈다고 한다. 호프집 업주가 이런 친분을 바탕으로 경찰과 더욱 유착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더군다나 이 경찰간부가 중부서 방범순찰대장으로 근무하던 97년 경찰서 차량1대와 전경3명을 동원해 호프집업주의 또 다른 호프집 수리를 도와줬다니 할 말을 잃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관할소방서는 정기점검때 창문도 폐쇄한 채 인화물질로 내장된 업소를 이상없다고 판정했고, 관할파출소는 청소년에 술을 판다는 주민의 잇단 신고를 받고도 묵살했다. 그뿐 아니라 종업원들은 경찰이 단속정보도 사전에 알려줘 단속망을 번번이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대규모 관재참사는 이미 예고돼 있었던 셈이다. 경찰관의 비호혐의는 이로써 의심할 여지없이 명백한 것이다. 호프집 업주와 공무원들과의 유착의혹은 이밖에도 많다. 호프집 업주의 노래방 등을 관리했던 퇴직 종업원과 현 종업원들은 업주로부터 경찰 구청공무원들에게 매달 일정액을 상납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주변업소 업주들도 문제의 호프집은 심야영업규제가 풀리기 전에도 새벽 5시까지 영업하기 일쑤였다며 경찰의 비호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이처럼 호프집 화재참사가 공무원과의 유착, 특히 경찰의 비호로 비롯됐다는 의혹이 뚜렷한데도 비리수사를 경찰에 계속 맡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호프집 화재참사를 계기로 또 다시 드러나고 있는 비리사슬을 낱낱이 밝혀내기 위해선 검찰이 나서야 한다.

대우채권 환매지연에 냉가슴

지난달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새마을금고 등 영세 서민금융기관의 대우채권에 대한 환매제한조치 완화방안을 빠르면 10월중 마련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에 일선 새마을금고들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환매제한 조치가 완화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 이후 아직까지 투신협회와 협의중이라는 것외에 별다른 후속조치가 따르지 않자 일선 새마을금고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대우채권에 대해 기준가격의 80%까지 환매가 가능한 기간이 오는 10일로 다가옴에 따라 더더욱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새마을금고 이사장과 실무책임자 등은 궁여지책으로 투신사나 증권사 영업점을 방문해 ‘금감위에 환매제한조치완화를 건의해 달라’며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당초 이들 기관에 대한 환매제한조치 완화는 무엇보다 주로 서민들이 이용하는 계모임 성격이 강한 상호금융기관이라는 점을 감안, 자금난 해소를 위해 제기됐었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무엇이 가장 급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가를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같은 환매제한 완화를 위해선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은 것이 사실일 것이다. 손실부담비율에 대한 업계자율협상에 대한 악영향을 비롯, 이들 기관과 영업기반이 비슷한 농·수·축협 등 타금융기관들의 반발 등 각종 문제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어차피 정부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 아닌가. 투신협회 등이 환매제한 조치 완화냐 아니냐를 결정할 수 없는 것은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환매제한 완화든 아니면 기존 방침대로든 정부의 조속한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한 국민들로부터 ‘책임회피’라는 질책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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