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금고마찰’

인천시와 의회가 ‘시금고 지정 및 운영평가에 관한 규칙’조례를 놓고 벌이는 마찰은 본질적 문제점에 접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의회측은 지난 임시회에서 만든 조례를 재의에 부쳐 시장이 재차 거부하면 의장 직권으로 공포하고 집행부측은 그럴경우, 대법원에 조례집행정지가처분신청과 함께 무효청구소송을 낸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금고수의계약은 지방재정법이 규정하고 있는 단체장고유의 권한인 것이 맞다. 이법은 ‘금고의 설치’조항에서 ‘단체장은 금고를 지정하여야 한다’고 못박아 강제규정으로 삼고 있다. 이같은 효력은 타당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규제력을 갖고 있는 것이 실정법이다. 실정법상 효력은 그렇긴 하나 타당성을 인정하기는 어려운 것이 또한 문제의 ‘금고의 설치’조항이다. 지방재정법은 계약의 방법으로 ‘공고하여 일반경쟁입찰에 부쳐야 한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억대짜리 계약도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는터에 수조원대의 금고계약을 단체장 임의로 수의계약이 가능토록 한 것은 건전재정운영의 기본원칙에 합치된다 할 수 없다. 금고관리는 금고로 지정된 은행의 상품종류에 따라 이자발생이 천차만별이어서 지방세 납세주체인 지역주민의 이해관계가 직결된다. 예컨대 2조원대 금고같으면 수백억원대의 금리차이가 날 수 있다. 마땅히 공개경쟁입찰에 부쳐 가장 효율적 상품을 제시하는 은행과 계약하는 것이 도리다. 또 의회동의를 필수적 의결사항으로 하는 것이 지방자치 취의에 합당하다. 그러나 현행 실정법은 이와 반대로 단체장의 고유권한으로 정해 심각한 마찰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비단 인천시만이 아니고 전국의 광역단체 및 기초단체가 공통으로 빚고 있는 현상이다. 다만 마찰양상에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금고계약을 둔 잡음은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금고계약을 단체장 재량사항으로한 현행 지방재정법은 지방의회가 구성되지 않은 88

경기도가 밀렵天國이라니…

철새 등 보호조류와 야생동물이 수난당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경기지역이 순환 수렵장 지정에서 제외된데다 야생동물 밀도가 가장 높고 교통이 편리해 전국의 밀렵꾼들이 해마다 사냥철이면 대규모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대한수렵관리협회 밀렵감시단에 따르면 지난 사냥기간(작년 11월∼올 3월)에도 경기지역에서 적발된 총포 밀렵행위는 131건으로 전국(278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총포 밀렵은 고전적 수법에 속해 이제는 차치기·개사냥·굴파기와 독극물이용 등 교묘한 수법의 밀렵이 성행하고 있어 적발안된 밀렵까지 감안하면 수천건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밀렵꾼들이 노리는 대상은 고라니 너구리 꿩 등 야생조수 뿐만 아니라 오소리 조롱이 등 천연기념물까지 닥치는대로 남획하고 있으나 도내 일선 시·군엔 이를 단속할 전담부서마저 없으니 한심한 일이다. 지난 사냥기간 중 민간 감시단의 적발 건수가 131건인데도 시·군에서 단속해 경기도에 보고된 건수는 단 2건에 그쳤으니 경기도가 밀렵천국이라는 오명을 들을만도 하다. 이처럼 당국의 허술한 밀렵 감시 및 단속 체계와 뚜렷한 전문지식이나 방법도 부족한 상태에서 밀렵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다양화하고 있으니 야생조수와 천연기념물의 씨가 마르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야생동물이 우리나라에서 수난을 당하게된 데는 몸에 좋다면 무엇이나 마구 잡아 먹는 우리 국민들의 보신행태와 그런 행태를 가능하게 하는 밀렵행위를 효과적으로 단속하는 체계가 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선 보신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을 바로 잡는 일이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당국의 강력한 감시활동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의 행정체계는 이 분야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종전 일반 야생조수는 환경부가 관리하고, 천연기념물은 문화재관리청에서 지정 관장하던 관계법규를 고쳐 환경부도 천

매머드

인류는 진화사상 원인(猿人), 원인(原人), 구인, 신인, 현생인류로 분류한다. 원인(猿人)은 유인원을 닮은 인류적 특징을 지니고 있었으며, 원인(原人)은 30만∼70만년전의 화석인류에서 추정할 수 있는 형태로 뇌용량은 800∼1천200㏄정도다. 구인은 홍적세(洪積世), 즉 신생대 제4기무렵의 인간으로 지구는 이때 빙하기였다. 신인은 홍적세후기, 그러니까 1만∼3만년전의 사람으로 활과 화살등을 사용하였다. 현생인류는 신인을 직접의 조상으로 하는 현세인류를 지칭한다. 지구가 생성된 것은 약 30억년이다. 원인(猿人)을 인류의 시초로 친다해도 지구가 생기고나서 지나도 한참 지난 백만년도 못된다. 매머드(mammoth)는 인류의 구인연대에 해당하는 홍적세 빙하기의 거대한 코끼리모양의 동물이다. 이빨만도 2∼3m나 되는 거구가 긴털로 덮여있었다. 아시아, 유럽, 북미에 이르는 북반구 거의 전역에서 매머드의 뼈가 나오곤 했다. 이같은 매머드가 멸종된 것은 지구가 행성과의 충돌로 급격한 기후변화를 일으킨 탓으로 보는 설이 있으나 확실치 않다. 요즘 매머드 발굴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러나라의 과학자들이 참가한 북극탐험대가 시베리아 타이미르반도 얼음구멍에서 2만3천년전의 털복숭이 매머드를 거의 원형대로 발굴, 학계를 흥분시켰다. 키 3.6m에 몸무게가 10t이나 되는 매머드의 나이는 47세로 추정됐다. 탐사팀은 발굴된 매머드를 통해 멸종의 원인을 규명하고 유전자를 찾아 형질이 비슷한 코끼리 난자를 통해 매머드복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복제시도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지만 자연의 법칙에 의해 도태된 매머드를 공연히 환생시키는 인간의 극성이 재앙을 자초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우려되는 월드컵 준비

2002년 6월 1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이 개최되는데, 이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우려의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한국과 공동으로 월드컵을 개최하는 일본은 축구장 건설은 물론 숙박, 교통 등 제반문제에 대한 준비가 잘 진행되고 있으나 한국은 준비가 잘 되고 있지 않아 혹시 망신이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국에서는 10개 도시에서 월드컵 경기가 개최되는데, 가장 기본적인 축구장 건설이 문제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은 2001년 12월까지 축구장 건설을 완공토록 요구하고 있지만, 이때까지 완공될 지 의문이다. 일부 도시의 경우, 경기장 건설업체의 부도, 건설재원의 부족, 또는 잦은 설계변경 등등으로 인하여 경기장 공사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때문에 경기장 건설을 위한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수원시의 경우, 경기장 건설을 위한 재원 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와 수원시는 공동법인을 만들어 월드컵 구장 건설과 경기 후 운영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를 하였으나, 양자간의 힘겨루기 양상에 의해 법인 운영권에 대한 이견으로 재원 조달 방침이 정해지지 않아 공사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은 결승전을 치를 주 경기장은 이미 요코하마에 완성되어 있으며, 다른 경기장 건설도 잘 진행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일본은 숙박, 교통 등은 물론 안전문제, 자원봉사 교육 등과 같은 준비가 잘 진행되고 있으며 또한 월드컵을 기회로 대대적인 관광객을 유치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국은 너무 허술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88년 서울 올림픽을 우리는 멋있게 치렀다. 21세기를 맞이하여 처음으로 개최되는 전지구촌 축제인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하여 결코 88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인 경험을 자만하기 보다는 철저한 준비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세계인들은 월드컵을 통

수원의료원 ‘민영화’ 재고를

경기도의 수원의료원 민간위탁계획에 재고를 바란다. 수원의료원은 우선 다른 의료원과 여건이 다르다. 양질의 의료진 및 시술, 의료시설의 정예화를 갖춘데다가 의료수요전망이 일반 종합병원 못지않게 밝다. 또 저렴한 가격이면서 질좋은 투약처방으로 서민대중의 신뢰를 받고 있다. 도는 경영을 민간위탁하면 흑자와 더불어 생활보호대상자를 비롯한 영세민과 일반 서민들에 대한 진료의 공공성 또한 여전히 살릴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민간수탁의 흑자는 바로 공공성의 삭감 부분이다. 그같은 명분보다는 민간위탁이 가능한 자치단체사업은 가급적 민영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맥락에서 지방공사 의료원의 민영화검토 이유를 찾을 수는 있다. 이 점에선 그렇긴하나 사회정책적 측면의 고려를 강조하고자 한다. 경기도지방공사 수원의료원은 곧 사회복지분야사업이다. 자치단체의 궁극적 존립목적이 지역주민의 공공복리 증진에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면 연간 33억원의 적자는 오히려 효율적인 사회복지 투자비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더욱이 수원의료원은 적자폭을 조금씩 줄여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설사,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도의 민영화계획은 그동안 비상한 자구적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온 의료진, 일반직원들의 전공을 일시에 무너뜨린다고 보아 실로 애석하다. 그같은 노력이 있었으므로 인해 ‘좋은 병원, 친절한 병원’으로 상당수의 시민들에게 각인돼 이제 모처럼 자리를 잡아간다는 것이 고객들의 평가다. 인근에 조성된 정자지구 대규모 아파트단지는 그동안 허허벌판 가운데 위치했던 입지적 열악성이 해소돼 수많은 새로운 인근고객을 확보하게 됐다. 이런 단계에서 과연 민영화하는 것이 타당한가 다시한번 깊은 검토가 있어야 할 줄 믿는다. 우리는 경기도가 수원의료원 정도는 계속 지방공사로 운영하는 것이 지방행정의 합목적성에 일치된다고

가요와 엔카

노래는 가사도 가사지만 곡조가 가사에 담겨있는 정서를 전한다. 가사내용을 모르는 외국인의 노래를 듣고도 감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우리 노래가운데 가수 남진이 부른 ‘가슴 아프게’가 있다. 한번은 이를 애창한 일본인 친구가 ‘가슴 아프게’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 ‘마음이 아프다’는 뜻이라는 설명을 한참 듣고나서 의문이 풀리는 듯한 표정을 짓는걸 본적이 있다. 그러나 처음엔 ‘무네’(가슴)가 왜 ‘고꼬로’(마음)냐며 되물어 우리 말로는 마음을 더 깊게 강조하는 상징어로 ‘가슴’이라고 표현한다는 설명을 듣고나서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곡조가 가사의 정서를 전달하는 가운데도 나라마다 어법에 따라 이처럼 선뜻 이해가 잘 안되는 대목이 더러 있다. 지난 토요일 경기문화예술회관에서 한국노래를 좋아하는 일본인 열성팬들의 한국가요경연대회가 사단법인 한국가요작사작곡가협회 경인지부 주최로 있었다. 출연자들중엔 한복을 차려입고 나와 ‘신토불이’ ‘미스고’ ‘마음이 울적해서’ 등을 열창,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것으로 전한다. 한국가요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많은 것은 오래됐지만 이처럼 우리나라까지 와서 경연대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대중문화의 개방은 장차 일본 가요인 ‘엔카’도 건너오게 된다. 일본사람들이 가요를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있어도 우리가 엔카를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폐쇄적 사고방식이 행여 대두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일본사람들이 우리 가요를 즐긴다고 해서 자신들의 혼을 잃은 것은 결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유치한 자폐의식이 아니고 온건한 마음가짐이다./白山

‘朴해임안’, 부결됐지만…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의 해임건의안은 국회에서 부결된 가운데 몇가지 시사해주는 점이 있다. 첫째, 여권의 이탈표가 전혀 없진 않았다는 점이다. 재석의원 288명중 찬성 129, 반대 153, 기권 2, 무효 4표로 비록 부결되긴 했으나 공동여당이 평가하는 것만큼 완벽한 결속은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객관적 분석이다. 해임건의안 표결을 앞두고 박장관 자신이 국민회의, 자민련 의원들에게 연일 선처읍소의 전화로비를 벌이고 그 어느때보다 청와대와 총리실의 각별한 표단속 관심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여권 일각에서 극히 일부이긴하나 이탈 내지 무효 기권등 반란표가 있었던 것으로 보는 분석은 장차 분란의 불씨를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관측이 있다. 둘째, 국민회의와 자민련, 자민련 내부의 갈등 상존은 합당과정에서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은 일부의 궤도일탈로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총선의 선거구제등과 첨예한 함수관계를 형성하면서 그 형체를 드러낼 공산이 짙다. 이미 제목소리를 드러낸 충청세의 김용환 신당, 대구경북세의 박철언 신당설 향배를 여권 지도부가 어떻게 대처해낼 것인지 주목된다. 아울러 여권의 대야 정치개혁 협상도 팽팽한 힘겨루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개혁 입법은 여야합의가 절대적으로 전제되는 관점에서 중선거구제, 정당명부제를 강력히 주장하는 여권이 이를 극력 반대하는 야당에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어낼 것인지가 관심사다. 셋째, 중앙일보사태로 야기된 박장관의 해임건의안은 여야의 ‘조세범처벌’‘언론탄압’의 공방속에 부결돼 일단은 정부여당의 정치적 승리로 돌아갔으나 객관적으로 보는 정치적 보복의 일면이 불식된 것은 아니다. 청와대 공보수석시절에 중앙일보사장실에서 있었다는 일련의 취중물컵소동은 서로 주장하는 내용의 진위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비 그 자체가 이른바 민주언론 구현을 지향한다는 공

어이없는 원시적 의료사고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노동부 근로복지공단 산하 안산 중앙병원에서 공업용 가성소다(양잿물)로 만든 관장약을 사용, 3명의 환자가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진 사건은 저개발 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원시적 의료사고로 충격적인 일이다. 더군다나 병원측은 이같은 사실을 은폐한 채 유족들에겐 환자의 몸에 이상이 있어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처럼 속여 왔다니 한심하다 못해 개탄스럽다. 어떻게 국가기관 산하 병원 의료진들이 그럴 수가 있는지 그들의 비윤리적 행태에 공분을 금할 수 없다. 의료나 투약은 사람의 건강이나 생명유지에 직접 관련된 일로 고도의 전문성과 봉사정신을 요한다. 따라서 일반국민은 이를 병원 등 전문 의료기관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그들 지시에 이의없이 맹종하다시피 한다. 때문에 이들 전문가들이 오히려 그 전문성을 악용하여 의료사고에 대한 그들의 과실을 숨기고 환자나 유가족 속이기를 거리낌 없이 했다는 사실은 유가족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들의 격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병원측은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9월8일 이후 18일과 이달 2일까지 똑같은 관장약을 투약한 환자 3명이 ‘장 괴사’로 잇따라 사망했는데도 사고 숨기기에만 급급했을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지난 7일과 8일에도 두명의 환자에게 같은 약을 투약, 중태에 빠지게 했다. 의술에서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바로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병원측은 관장약이 단순의약품이라는 이유로 납품받은 의약품에 대한 정확한 검사를 하지 않았고 첫 사고후에도 원인규명을 소홀히 했다. 그만큼 의료진들의 정신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다행히 병원 신개축 공사감독차 나온 산재의료관리원 운영이사가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긴 이유를 캐면서 밝혀졌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환자들이 병을 고치기는 커녕 오히려 병을 얻거나 어이없게 희생되는 피해가 속출했을지 모를

외국지자체와 교류

중국에서 국내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해 가동중인 산뚱성(山東省) 칭따오(靑島). 지난 90년 개방된 항구인만큼 외국 기업들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어 상하이(上海)나 꽝조우(廣州) 못지 않게 활기가 넘치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외국이나 국내 유수의 기업들을 제치고 10여년째 선진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회사가 있다. PVC천막 등을 제작, 전량을 수출하고 있는 쟈우허(交河)산업. 칭따오 시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 달리면 만나는 한가로운 농촌마을인 청양치(城陽區) 시부전(惜福鎭) 첸진촌(前金村)이 이 회사가 위치한 곳이다. 그래서 칭따오 주민들은 삼성·현대같은 대기업이나 GM·코카콜라 또는 도요다 등의 다국적 기업들은 모르지만‘쟈우허’라는 이름은 코흘리개들도 다 알고 있을 정도다. 물론 칭따오 당국의 적극적인 외국기업 유치와 계속적인 행정지원이 있기에 이 회사의 오늘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오늘 이면에는 우리의 면사무소보다 더 적은 행정단위인 첸진촌 당국의 멀리 앞을 내다보는 정책이 있었다는 사실은 아는 이들이 거의 없다. 최근 첸진촌 당국이 국내에 이 회사 공장이 위치한 여주군이나 파주시와의 교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 대한 북경당국의 규제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들리고 있는 이같은 소식에 대해 해당 지자체들은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칭찬이 인색하기로 유명한 중국 정부로부터 국영기업들도 받기 어렵다는 원밍단웨이(文明單位)를 이 회사가 획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만큼 이제는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의 도도한 흐름에 결코 살아 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여주=허행윤기자<제2사회부>

사람이 개구리를 닮아간다?

개구리의 신경조직은, 천천히 진행되는 변화에는 반응하지 않지만 급작스런 변화에는 신속히 반응한다고 한다. 그래서 커다란 그릇에 개구리와 물을 넣고 아주 약한 불에서 시작하여 온도를 높이면 개구리는 물이 점점 끓어오르는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하다가 결국은 죽는다고 한다. 1989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위기에 처한 개구리’라는 실험이야기를 특집으로 다룬 내용이다.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숫자이지만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년이고 인간은 200만년 전쯤에 생겨났다고 한다. 그 오랜 세월을 지구는 아름다운 모습과 풍요로움을 잃지 않고 잘 간직해 왔다. 그러나 인간은 문명이 발달할수록 물질적인 욕망과 안락함을 위해 자신들에게 닥칠 엄청난 재앙과 피해를 생각하지 못하고 유일한 삶의 터인 지구를 지금도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우리의 강산, 물, 공기는 깨끗했다고 회상하고 있다. 계절마다 바뀌는 색깔의 꽃과 음악과도 같은 새소리, 하얗게 내리는 눈, 비를 흠뻑 맞아도 상쾌한 추억들이 있다. 모두가 지구에 살고 있는 덕분이다. 그런데 그 지구를 우리가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환경이 서서히 파괴되어 회복하지 못할 때 까지 무심히 방치한다면 인간도 점점 끓어오른 물속의 개구리처럼 어처구니 없게 죽을 것이다. 우리는 환경이 소중함은 알면서도 실험물 속의 개구리같은 우둔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다. 나부터 먼저 병들어 신음하고 있는 지구 보존을 위해 할일을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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