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병’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입학 자격고사를 닷새동안이나 치른다. 이어 학군별시험이 또 있다. 교육부주관 대입자격고사의 특징으로 철학과목을 꼽을 수 있다. 다선 주제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 논문형 답안을 기술한다. 대입자격고사를 끝냈다고 해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대입시험을 위해 밤을 새가며 피나는 수험준비기간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중학교졸업후 직업훈련 코스를 선택하는 고교생들이 해마다 느는 반면에 대입진학반은 줄어들고 있다. 대입진학이 줄어도 대학가기가 어려운 것은 여전히 어렵다. 프랑스 ‘고3’들 얘기다. 프랑스는 이같은 대학입학시험을 100년 넘게 실시해오고 있다. ‘고3병’은 한국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고3’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의 ‘고3’들도 대학입시경쟁이 치열하다. 다만 다른 것은 한국만이 ‘고3병’에 유난스럽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입시는 거의 해마다 뜯어 고쳐 왔으면서도 아직껏 갈팡질팡 하고 있다. 2000년 무시험전형이란 것도 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고3병’은 당연한 경쟁이다. 사람살이의 무수한 경쟁과정에서 첫 시련인 것이 대입시험이다. ‘고3병’을 부정적으로 보는 어른들 시각이 미래의 주인공들을 잘못 키우지 않나 싶다. 적어도 대학을 가고자하는 ‘고3’은 코피도 쏟고 잠도 제대로 못자는 프랑스 ‘고3’같은 수련을 거치게 하는 것이 정상이라 할 것이다. 우리들은 우리의 아이들을 잘못 키우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 ‘고3병’ 배격의 과보호도 그런중에 속한다./白山

가진자와의 협력(?)

지역사회에서 흔히들 힘의 논리를‘경제력+알파’라고들 말한다. 여기서 알파(alpha)란 본인이 습득한 사회적 지위와 주변의 인맥, 혈연 등을 지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를 가진 자는 유력인사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공감한다. 특히 대 행정기관과의 유대관계나 이들이 받는 예우가 남달라 특별한 혜택(?)을 받는 계층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특정인이‘특혜를 받는다’‘비호를 받는다’는 의구심을 일반 주민들이 떨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이천에서는 행정기관의 관계자로부터‘알파’를 가진 유력인사로 대접을 받는 H씨에 대한 갖가지 풍문이 무성하다. H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H씨 소유의 농지전용된 땅을 목적과는 달리 수년간 임대사업 용도로 불법변경해 사용하다 관할 행정기관에 적발됐으나 민원이 제기되자 행정기관이 형식적인 1차 행정계고장에 이어 원상회복도 안된 상태에서 보란듯 곧바로 용도변경해 주고는 이전의 불법사항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관계자는“고발하면 그가 가만히 있겠냐”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유관기관도 상황은 마찬가지. H씨의 회사가 수년간 불법으로 농업용전력을 임대사업이나 기타 용도로 마음껏 사용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전의 불법사실은 접어둔채 최근 아무런 제재 없이 일반 전력으로 변경해 줬다. 아마도 일반인이 적발됐다면 관계법을 들어 부당사용에 대한 요금징수는 물론 처벌까지 운운하지 않았을까? 이렇다 보니 주민들은 행정에도 우선순위와 혜택(?)이 있다고들 되뇌인다. 돈과 명예 그리고 지위는 주민을 위한 봉사자가 가져야만 할 재산이며 덕목인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음이 못내 씁쓰름하다./이천=황규정기자(제2사회부) kjwhang@kgib.co.kr

정치자금

미국도 고비용정치를 개탄하긴 한다. 그러면서도 선거법개혁등 막상 고비용제거장치같은 입법조치는 반대하는 것이 미국 정계다. 지난 97년 9월 공화당 미치맥코넬 상원의원은 4선에 도전하면서 “정치엔 돈이 필수”임을 공공연하게 주장, 선거비용 상한선도입을 반대했다. 같은해 포드 민주당 상원 부총무는 선거비용 450만달러를 감당할 수 없다며 5선출마를 포기했다. 공화당의 부시대통령 재출마때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획득을 위한 예선에 참가한 송거스 전 매사추세츠주지사는 100만달러의 빚을 진채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역시 예선에 나섰던 케리도 140만달러의 부채에 눌려 자금부족으로 물러났다. 이로써 클린턴 아칸소주지사의 민주당대통령후보가 사실상 확정지어졌던 것이다. 당시 클린턴이 모금한 돈은 820만달러로 송거스의 모금액 420만달러에 비해 두배 가까이 많았다. 이에 송거스는 “돈이 정치인들에게 어머니의 젖과 같은 것이라면 우리의 어머니들은 가슴을 풀어놓는데 인색했다”며 지지자들의 모금액이 적은 것을 한탄했다. 2000년 대통령선거와 상·하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미국 정치판은 또한번 거센 돈바람이 일고 있다. 대선·양원의원 후보들이 동원할 선거자금을 자그마치 3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의회는 정치자금규제 개혁법안을 부결시켰다. 미국의 정치권이 개혁법안을 부결해도 타락하지 않는 것은 정치자금 모금이 투명화돼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치권은 미국처럼 정치자금이 투명하지도 못하면서 개혁입법을 자꾸 늦추고만 있다./白山

정치개혁 논의 뒷전인가

여야의 언론대책문건공방으로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개혁입법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금년에 정치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수차례 역설하였으며, 국민들도 한국 정치는 이대로 둘수 없다는 인식하에 정치권에 변화를 추구하는 정치개혁을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정치개혁은 당리당략적인 차원에서 맴돌고 있다. 내년 4월13일은 제16대 총선이 실시되며, 총선까지는 불과 6개월도 남지 않았으나, 정치권은 선거구제 변경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는 정치권의 직무유기가 아닌지. 현재 각 정당에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으며, 국회내에도 정치개혁특위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원래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지난 20일로 시한이 만료되었으나, 여야간에 정치개혁안에 대한 의견이 조정되지 않아 활동시한을 연장까지하여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나, 관련법안에 대한 입장이 상이하기 때문에 쉽게 개혁안이 마무리될지 의문이다.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299명에서 270명으로 줄이고, 1인2투표제에 의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전국권역을 8개로 구분하여 실시하며, 2∼4인의 중선거구제를 채택하며 과다한 선거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옥외유세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정치개혁안을 발표하였으며, 이는 지난번 여당의 대표연설에서도 확인되었다. 반면 야당 대표는 특히 소선거구제에서 중선거구제로의 변경은 정략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치개혁은 새로운 21세기에 걸맞는 내용을 담아야 된다. 변화와 개혁으로 상징되는 21세기를 20세기의 구태의연한 당리당략적 사고에 의해 개혁을 한다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계속될 것이며, 이는 정치권 자체에 대한 공멸을 초래할 것이다. 특히 선거구제란 극히 지엽적인 정치개혁안을 가지고 여야가 정쟁만 계속하지 말고 큰틀의 정치개혁을 해야된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선거구제가 아니라 정당 민주화, 정치자금 투명성, 고비용 정치구조 타파 등이 핵심임을 정치권은 명심하고, 이에 대한 개혁입법을 해야 된다. 싸우더라도 할일은 해가며 싸워야하지 않겠는가.

人災관련자들 엄벌해야

대형 안전사고를 겪을 때마다 안전불감증이니 인재니 하는 말을 되뇌는 것도 이젠 지겨울 지경이다. 언제나 대형 안전사고 이면에는 관계공무원의 형식적 단속과 업자와의 유착, 그리고 직무태만과 적당주의가 도사리고 있었음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55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번 동인천 상가화재참사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같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경찰수사와는 별도로 각 분야별로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 문제의 호프집은 7월부터 무허가 영업을 했는데도 관할구청의 단속을 단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 더군다나 지난달 19일엔 성범죄사건을 수사하던 관할밖 경찰서에 의해 무허가 영업 사실이 적발돼 영업폐쇄명령을 받고도 영업을 해왔는데도 불구 구청은 사고 3일전 단속에서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관할소방서는 피난설비도 없는 폐쇄공간에 인화물질로 도배질한 업소를 소방점검결과 정상이라고 판정을 내렸다. 그뿐인가. 관할파출소는 호프집에서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다는 주민들의 신고를 세차례나 받고도 내부확인 없이 오인신고로 처리했다. 또 경찰서와 구청은 교육청으로부터 지하노래방에 대해 학교환경위생정화위가 이전·폐쇄결정을 내렸음을 세차례 통보받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업주도 이전·폐쇄명령을 무시하고 내부 수리를 하다 불을 내는 참사를 빚었다. 이쯤 되면 행정 소방 경찰당국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게 된다. 관계 담당공무원들이 그렇게 미온적으로 눈먼 행정을 편 데는 분명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공무원들이 접객업소에 대해 단속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끼어들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검찰은 노래방의 인허가 과정과 호프집의 소방점검 과정, 그리고 불법영업단속 과정 등을 하나도 빼놓지 말고 낱낱이 조사해 담당 공무원들의 직무유기행위와 비리여부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인화물질을 방치한 채 보수공사를 한 노래방 주인과 공사업자는 물론 엄청난 참극을 빚은 호프집 주인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호프집 종업원들이 화재당시 학생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출입문을 막았다는 의혹도 철저히 따져 엄중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까치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다. 영롱한 색깔을 뿜으며 물에 떠내리는 궤짝을 따라가면서 까치가 울었다는 것은 석탈해왕 탄생신화다. 까치작자인 ‘鵲’에서 한쪽을 뗀 ‘昔’을 성씨로 삼은 유래가 이에 기인한다. 견우직녀가 만나는 오작교를 놔주는 것도 까치이며 ‘까치의 보은’이란 설화가 있다. 까치는 예로부터 이처럼 상서로운 새로 인식됐다. 유라시아 대륙의 온대와 아한대, 북미주 서부등지서 번식하며 한반도에서는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전지역에서 볼 수 있는 텃새다. 길조, 익조로 민화에 많이 등장하고 동요로도 널리 노래 불리운 까치가 귀찮은 해조로 전락된 것은 시속의 변화일까. 다익은 과수원의 과일을 파먹어 과수농가의 미움을 사고있다. 전봇대에 집을 짓는 바람에 단전의 원흉으로 꼽혀 까치퇴치운동을 한전이 벌인지가 수년됐다. 흥미로운 것은 까치가 남한에서만이 푸대접받는 것이 아닌 점이다. 북한에서는 이른바 ‘김일성수령교시’로 ‘까치집 털기작전’을 주민사업으로 벌인적이 있다. 한전 김포지점이 김포시가 상징의 새로 삼고 있는 까치를 다른 조류로 바꾸어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올들어 김포시내 정전사고 111건중 74%에 해당하는 82건이 까치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같은 피해로 해마다 전국의 복구설비로 들어가는 돈이 자그마치 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비단 한전뿐만이 아니고 전력수요가의 입장에서도 이젠 까치가 반가운 새만은 아닌 것이 사실이다. 전기를 모르고 살았던 조상들이 지금 사람들의 까치홀대를 알면 뭐라고 할는지. 문명의 발달은 이처럼 자연에 대한 인식의 변화까지 요구한다./白山

사후 약방문이라도 제대로 해야

사후 약방문이기는 하지만 동인천 상가 화재참사를 계기로 당국은 지금의 재난예방체계 등 문제점들을 심각하게 종합검진해봐야 한다. 초저녁에 중고생 133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참사는 우선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소방점검에 허점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고는 초저녁에 지하에서 불이 났는데도 2층 호프점에서 많은 인명피해를 내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그만큼 4층짜리 사고건물은 구조적으로 위험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별도의 비상구없이 폭 120㎝의 좁은 나무계단이 유일한 비상구였다. 그나마 계단벽면은 방연(防煙)자재를 쓰지않고 유독가스를 뿜어내는 스치로폼으로 내장했다. 더군다나 2층 호프점은 창문을 모두 패널로 막아 탈출로는 출구뿐이었으나 불길과 유독가스로 사실상 막힌 상태였다. 이처럼 위험요소가 널려 있었는데도 지난 6월의 정기소방점검에서는 ‘정상’판정을 받았다. 엉터리 소방점검이었던 것이다. 화성 씨랜드 화재참사 넉달만에 일어난 이번 참사는 우리의 안전 불감증이 조금도 고쳐지지 않았음을 드러낸 것이다. 안전의식 및 대피조치가 모두 실종된 무방비가 자초한 대형참사였다. 문제는 이 업소뿐만 아니라 수천개에 이르는 대부분의 접객업소들이 화재시 대형참사의 위험을 안고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로와 같은 내부구조에 밀폐된 방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고 방음을 위해 소방법상 금지되어 있는 인화성 강한 스치로폼과 카펫으로 내부장치를 해놓아 순식간에 불길이 번지는데다 유독가스를 내뿜어 불의 규모에 비해 큰 인명피해를 내게 되어있다. 더욱이 접객업소가 지하에 있을때는 더큰 참사가 우려된다. 게다가 소방법은 5층이상 건물에만 비상계단설치를 규정하고 있다.이번 사고건물처럼 4층이하 건물은 대피조치가 없는 것이다. 당국은 소방법의 허점을 보완하고 소방점검을 철저히 하는 등으로 화재 취약건물이나 업소의 방화 및 진화체제를 완벽히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천시와 경기도 당국은 이번에도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소방점검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수없이 되풀이해 왔으면서도 유흥업소 등의 화재무방비상태는 수십년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 사실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수박 겉핥기식 점검을 이제는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10대술집’ 어쩌다 세상이?

133명의 사상자를 낸 희대의 대화재참사 희생자들 대부분이 10대 남녀고등학생들이다. 그중엔 중학생도 있다. 누구에게나 자녀는 소중한 것이어서 이들 중고등학생들 주검은 실로 안타깝고 가슴아프다. 그러나 그토록 수많은 학생들이 떼죽음당한 장소가 하필이면 술집이란 사실은 충격이다. 학교축제의 뒤풀이를 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한다. 뒤풀이 장소가 술집으로 인식된 아이들 생각을 가리켜 요즘 애들은 으레 그런다고 말한다. 황당하고 해괴하다. 청소년보호법을 강화하여 미성년자의 술집출입을 제한한 그동안의 노력은 도대체 뭣이란 말인가.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중고등학생들의 술집출입을 요즘아이들은 다 그렇다며 예사스런 일처럼 기정사실화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사람이 사는 사회의 생각이 아니다.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돼 있다. 우선 학교의 권위가 무너졌다. 학생이 선생님을 두려워하기보단 선생이 학생을 두려워하는 피폐된 교실에서 무슨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겠는가. 수업시간에 졸거나 잡담을 해도 매한차례 들 수 없어 아예 모른체 눈감아 넘기는 교단의 무력증후군을 가져온 것이 정부의 어설픈 교육개혁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김덕중 교육부장관같은 이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지 못하고 있다. “2002년 대입무시험 전형이 실시되면 나아질 것”이라며 한가한 소리를 해 일선 교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수업은 있어도 교육은 없는 교실의 피폐화는 일부 학생들을 거리로 내몰게 만들었다. 사회는 이들의 탈선을 제재하기 보다는 외면하여 겁없는 아이들이 돼가고 있다. 더러는 겁없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동질해 돈벌기에 급급하다가 큰일을 낸것이 이번 호프집 같은 대참사다. 정말 이상하다. 참사를 부른 호프집 뿐만이 아니고 근처 일원의 유흥가는 평소에도 미성년자 단골골목이었다 하니 어떻게 그토록 방치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지역행정을 맡고 있는 중구청이나 시청의 묵인내지 비호가 없이는 그럴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떤 구조적 비리가 참사의 먼 원인이 되지 않았는지 한번 알아볼만 하다. 이처럼 그 많은 학생들을 술집에서 떼죽음 당하게 하고 다치게 만든 것은 여러모로 기성사회의 책임이 크다. 여기엔 가정의 책임 또한 없다할 수 없다. 지극히 불행한 인천화재참사는 이에대한 심각한 반성을 촉구해준다. 정부의 무정견한 교육시책, 행정의 타성적 비리의혹, 도덕성 결여의 사회위기수준이 보인 적신호를 직시해야 한다.

百年河淸의 수원 터미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수원시외버스터미널 건설은 무려 해가 열번이나 바뀌었는데도 그대로 답보상태에 있어 그야말로 백년하청(百年河淸)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경기도로부터 시외버스 이전계획을 시달받은지 10년, 최초시공업자인 남도산업과 이전 계약을 체결한지 6년, 심재덕 시장을 비롯한 수원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이 거행된지 4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수원시외버스터미널 부지에는 흙파내는 그 흔한 굴삭기 하나 없이 잡초만 무성하다. 그동안 변한 것은 시공업자가 여러번 바뀐 것이다. 남도산업에서 태일정밀로, 그리고 현재는 대우로 바뀌었다. 남도산업을 비롯하여 관련된 시공업체들은 하나같이 문제가 많은 회사이기에 부도가 났거나 또는 법정관리로 넘어가 거대한 공사를 수행하기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 회사들이다.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은 회사들만 수원터미널 관련 업체로 선정되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동안 수원시는 물론 시의회, 심지어 감사원 감사까지 받았는데도 지적된 문제점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어 버스터미널 공사는 언제 착공될지 모른다. 앞으로 4∼5년후에는 서울 보다도 인구가 많아 한국 제1의 지자체가 될 경기도의 수부 도시로서 수원의 관문인 시외버스터미널이 각종 범죄가 횡행하고 주위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면 과연 문화도시, 환경도시 2002년 월드컵 개최도시로서의 수원을 자랑할 수 있겠는가. 도대체 수원시는 지난 10년이란 세월 동안 감독관청으로서 터미널 건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수원시는 터미널 건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해야 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10년 동안 터미널 건설을 표류시킨 것은 감독 관청의 직무유기이다. 시민들의 차가운 시선과 침묵이 더욱 무섭다는 것을 수원시는 명심해야 된다. 더 이상 업자들에게 끌려 다니지 말고 수원시는 터

브레이크 고장버스의 질주

안전수칙을 우습게 여기는 고질병은 우리사회에서 아예 치유 불가능한 일인가. 30명의 사상자를 낸 고양 원당지하차도 앞에서의 시내버스 연쇄충돌사고는 이러한 체념과 회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어이없는 사고였다. 사고버스는 아침 출근시간 내리막길에서 과속으로 달리다 브레이크 고장을 일으켜 화물차와 승용차 등 7대를 잇따라 들이받고 또 달리다 트럭과 충돌하는 등 8중 충돌사고를 낸뒤에도 멈추지 못한 채 마주오던 승용차를 들이 받은 뒤 승합차와 정면충돌한 뒤에야 겨우 멈췄다. 그야말로 1.5㎞를 좌충우돌한 공포의 질주였다. 이 사고로 승합차에 타고 학원에 가던 지체장애어린이 5명 등 6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쳤다. 변을 당한 어린이들이 9세이하의 지체장애 어린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무겁다. 제몸 가누기가 불편하면서도 학원에 갔다오겠다며 웃으며 차에 올랐던 어린 장애자식들의 주검앞에 선 부모들의 심정은 어떠하겠는지 딱하기만 하다. 이번 사고는 특히 문제의 사고버스가 지난 17일에도 브레이크 고장을 일으켜 운전기사가 차고지에 돌아와 정비사들에게 수리를 의뢰했었다는 점에서 버스정비에 문제가 있었지 않았나 여겨진다. 상식적으로 봐서 그때 제대로 수리했더라면 열흘만에 어떻게 똑같은 고장이 날 수 있겠는가. 필시 버스자체가 워낙 낡아서 수리불능이었던지, 아니면 정비불량이었을 것이다. 여하튼 고장이 났던 버스를 완전히 수리하지 않은 채 운행케 한 회사측은 물론, 운전기사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거침없이 달린 것은 평소 인명과 안전을 경시한 운송종사자들의 횡포와 버릇이 그대로 드러난 예가 아닐 수 없다. 교통안전관리법 등이 운송사업자에게 주2회씩 자가점검토록 했던 의무를 없앤것도 문제다. 아무리 규제완화 때문이라고는 하나 풀것을 풀어야지 인명과 관계된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정비를 자율에 맡긴 것은 우리 현실에선 아직 이르다고 본다. 버스회사로서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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