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根安 비호세력 색출해야

전 경기도경 대공분실장으로 있으면서 군부 권위주의 정권 때 재야인사와 운동권 학생들에게 일제하에 고등경찰보다도 더욱 악랄하고 잔인하게 고문을 했던 악명높은 ‘고문기술자’인 이근안(李根安)씨가 자수하여 경찰에서 밝힌 내용은 우리로 하여금 실소(失笑)와 동시에 분노(憤怒)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3-5 공화국때 민주화 운동을 전개하던 수많은 양심적 인사들에게 평범한 시민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반인륜적 고문을 행하여 고문 받은 민주화 운동 인사는 물론 한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천추의 한을 남긴 고문기술자가 후배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하여 자서전까지 집필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닌가. 무엇을 잘 했다고 기록까지 남기려 했는지 이근안씨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

우리에게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일은 이근안씨가 11년 도피 생활을 하는 동안 어떻게 검문 한번 받지 않고 살 수 있었는지 의문이 간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공무원 아파트에 은신하면서 수시로 지방을 기차여행 하였다는데 수많은 이근안 수사팀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경기경찰청을 비롯 6개 경찰청 14개 경찰서 79명의 전담수사팀은 매번 ‘특이없음’이란 일관된 동향 보고만 했으니, 이는 직무유기가 아닌가. 연인원 3백98만명을 동원하고 5백만장의 수배전단을 살포하였는데 수사팀은 서울에서 10년동안 살고 있는 이근안씨에 대한 단 하나의 단서도 못 찾았다는 것을 믿을 국민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10년동안 사용된 수많은 생활비는 어떻게 조달되었으며, 또한 가족들과는 어떻게 지내고 있었는지 이근안씨에 대한 미스테리가 너무도 많다. 집에서 숨어 살고 있는 동안 가끔 경찰이 찾아 왔으나 골방에 숨어 있어 발각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를 믿을 국민들이 있겠는가. 이근안씨에 대한 비호세력이 있지 않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도피행각이다. 비호세력을 밝히지 않는 한 이근안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정서임을 알고 수사에 임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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