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자신의 이름을 이평희(47)라고 밝힌 편지 한 통이 기자에게 배달됐다. A-4용지 3장 분량에 빼곡히 적어 내린 편지지는 그야말로 눈물겨운 한 인간의 안스런 과거사를 이내 느끼기에 충분했다. 절절한 사연인즉 이렇다. 화성군 동탄면 산척리가 고향인 이씨는 35년전 부친이 사망하면서 인근 오산으로 재가한 생모손에 이끌려 오는 바람에 다녔던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게 된다. 그는 의붓아버지 밑에서 눈치밥을 먹으며 자식이 아닌 머슴으로 13년동안 농사와 허드렛일에 혹사당하며 갖은 고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지옥같은 더부살이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이씨는 20대중반 가족과 고향을 등지고 무작정 가출했다. 그는 부초처럼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녔고 90년무렵 마지막으로 얻은 안산 모부동산 사무소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던중 93년초 어느날 모직원이 준 도시계획도면 한장을 손에 넣게 된다. 그러나 이 도면 한장이 이씨와 자신의 가정을 파산시키고 그마저 장애인으로 만든 불씨가 됐던 것. 한동안 오산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오산시 도시기본계획도면 유출사건(본보 93년6월22일 보도)이 발생하면서 경찰이 용의자중 1명으로 자신을 지목, 1주일동안 여관에 감금한채 협박과 폭력, 강압수사를 했다고 이씨는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만나러 온 부동산업자 박모씨가 여관방에 들러 신문지에 싼 현금 2천만원을 놓고 갔지만 이 돈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며 출처를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씨는 적고 있다. 당시 사건이후 무혐의로 풀려났으나 가정이 파산하면서 흩어진 처자(妻子) 소식도 끊기고 자신의 몸도 망가져 장애인으로 전락한 이씨. 그가 6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암울했던 과거사를 들춰내며 눈물의 편지를 쓴 이유는 왜일까./오산=조윤장기자(제2사회부) yjcho@kgib.co.kr
행정사무감사와 2000년 예산심의를 앞둔 경기도의회가 홍영기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된 경제투자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상임위의 국민회의 소속의원들이 당지도부를 성토하는 성명서를 25일 발표했다. 이들이 발표한 성명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소속의원들의 의사를 반영치 않고 위원장을 선임한 것은 잘못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위원장을 무소속에게 배분, 사퇴한 홍위원장을 연임토록 해달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투자위 소속의원들의 주장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행위를 차치하더라도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경기도의회에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우선은 원구성시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의 합의사항을 깨고 단 1명뿐인 무소속에게 위원장을 배려하자는 주장은 한마디로 대의정치를 버리고 사사로운 정에 의한 정치를 하자는 것으로 도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또 당지도부가 의원들의 의사를 묻지않고 일방적으로 위원장을 한나라당에 넘겨주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는 일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또다른 일각에서는 지도부의 결정은 합의사항 준수이며 오히려 누군가 위원장직을 탐내고 있다는 곱지않은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이밖에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경제투자위 사태와 관련, 배후조종자가 있다는 설까지 난무하고 있는 등 도의회가 마치 아귀다툼으로 치유할 수 없는 갈등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합의사항을 지키든, 아니면 소속의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든 간이 이 모두는 의원들이 선택할 문제다. 다만,도의회는 행정의 감시와 견제가 주 임무이지 감투나눠먹기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고 있다는 명백한 진리를 의원들은 다시금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정일형기자 ihjung@kgib.co.kr
서해안의 중심항구로 발전시켜 21세기 서해안 아시아·태평양시대를 리드하는 중심지로 발돋움하겠다는 거창한 구호아래 출발한 평택항이 뱃고동이 요란하게 울려대는 항구는 커녕 화물선 한척없는 텅빈 항구로 방치되고 있으니, 이는 과연 무슨 이유때문인가. 8년이란 긴 시간을 소비하고 무려 3천억원의 귀중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었으며, 항구가 준공된 지 벌써 2년이 되었는데 항구는 유령항구가 되어 가고 있다. 평택항구는 최신시설을 갖추고 있어 오래된 인천항구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발전될 여지를 갖추고 있다. 3만t급 선박 4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고, 입항대기 시간이 없고 또한 선박이용료도 면제되는 등 여러 가지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데도, 개항 2년동안 일반부두의 경우, 겨우 9척의 배가 중국으로 화물을 실어날은 실적밖에 없으며, 더구나 지난 8월부터는 단 한척의 배도 입항한 사실이 없다면 이는 무엇인가 잘못된 일이다. 평택항은 개항 이전부터 하역 노무를 공급하는 항운노조간의 마찰로 인하여 문제가 되었다. 개항 이후에도 인천항에 본부가 있는 경인항운노조와 평택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평택항운 노조가 서로 노무공급권을 주장하다 작년 말 양측이 금년 6월까지 단일노조 설립을 합의하여 겨우 정상화되었으나 지난 3월 경인노조 평택지부가 설립됨으로써 또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현재 평택항에는 2개의 노조가 설립되어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 따라서 노무분쟁이 있는 항구에 누가 선박을 입항시키겠는가. 이는 노조도 문제가 있지만 노무공급권을 2개 노조에 동시 인정시킴으로써 분쟁의 불씨를 제공한 정부도 문제가 있다. 수천억원의 국민 혈세가 사용된 시설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혈세 낭비이다. 해양수산청은 평택항 노조간의 갈등에 적극 개입하여 평택항이 정상운영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될 것이다. 경인항운노조와 평택항운노조도 대화로써 상호 타협하여 평택항노무공급권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 경기도민들은 평택항이 조속 정상화되어 뱃고동 소리가 넘치는 활기찬 항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새 천년 맞이 특수를 노리고 기승부리고 있는 각종 밀레니엄 상혼이 자칫 연말 과소비를 조장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새 천년을 35일 남겨놓고 유통업계와 호텔 은행은 물론 아파트분양에 이르기까지 각 업계가 밀레니엄축제분위기에 편승, 고가의 경품을 내걸고 과대홍보전을 벌여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어느 호텔은 2박3일간 2천만원짜리 초호화판 패키지상품을 내놓아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각 업계가 밀레니엄축제를 앞세워 갖가지 판촉상술을 동원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편승소비심리와 과시소비심리를 자극해 특수를 누리려는 그들나름대로의 판매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상품을 판매하지 못한 기업이나 업체는 도산될 수밖에 없으니 소비조장은 기업존립의 일차적 전제인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때문에 기업은 판매전략을 고도화하고 소비를 부추기는 방법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더욱이 새 천년과 함께 맞는 새 세기의 도래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천년에 한번밖에 없는 기회인 만큼 그 의미는 각별하다. 따라서 개인이나 단체가 무엇이든 뜻있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며, 업계가 그 특수를 노려 판매전략을 고도화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그것이 흥청망청식 이벤트나 과잉소비를 유혹하고, 계층간 위화감을 조장하는 과대판촉상술이어서는 안된다. 소비자들도 최근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는 과잉소비 풍조에 대해 뒤돌아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우리경제는 지난 2년간 구조개혁의 결과로 외형상으론 몰라보게 좋아졌다. 그러나 실질적 내용은 그렇지도 않다. 사회의 중추인 중산층이 급속히 붕괴되고, 실업률은 4.8%로 크게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임시직과 일용직이 절반을 넘고 청년실업이 급증하는 등 고용의 질은 되레 나빠졌다. 적자재정에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국가채무는 2년새 배로 늘어났고, 경기부양을 위한 막대한 통화팽창으로 과소비 풍조가 되살아 나고 내년 이후 물가상승 압력이 벌써부터 큰 걱정거리다. 필요한 소비는 늘려야 하겠지만 허리띠를 늦출만큼 여유로운 상태는 아닌 것이다. 과소비는 국가경제에 도움을 주지못할 뿐만 아니라 사회계층간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도 된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갈수록 성남시의회와 의원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선거당시만해도 당선만 되면 금방이라도 성남발전을 위해 몸을 태울 것같이 절규에 가깝게 목청을 높였던 의원 대대수가 이제는 어디에서도 그 의지며 열의를 찾아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의회의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을 정도다. 이는 양식있는 일부 의원들도 공감하는 사항이다. 이쯤되면 시의회는 깊은 각성을 해야 한다. 이는 주민들의 대표로 구성된 의회가 제구실을 못하는데서 오는 불신의 목소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40명의원들중에는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있는 의원도 물론 있다. 문제는 이런 훌륭한 의원보다 자기분수를 모른채 배지만 달고 다니는 의원들이 많다는데 있다. 의회라는 집단은 모름지기, 자신들의 출신지역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높이를 높여서 성남전체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현재의 성남에는 힘을 모아 해결해야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송파쓰레기소각장 건설 문제, 금토동 군부대 문제, 백궁지구 개발문제, 지하철요금 문제 등 100만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진 현안문제가 10여건이나 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시민들이 공감하고 추앙을 받을 수 있는 의원으로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집행부와 머리를 맞대고 숙의 추진해 빠른시일내에 현안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지역의 현안문제는 소수의원들이 이해득실에 억매어 나설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지역을 위하고 발전시키는 일인지를 파악해 의회가 앞장서주기를 모든 시민들은 바라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성남=유수남기자(제2사회부) snyoo@kgib.co.kr
고대 중국 촉나라의 유비가 집권하고 있을 때 일이다. 어느 해 가뭄이 너무 심해 흉년이 들자 유비는 식량으로 술을 빚지 못하도록 하는 엄금령을 내리고 집에서 술을 빚는 도구가 발견되면 벌금을 물리겠다고 했다. 주조 금령이 내려지자 긴장과 소란이 일었다. 대신들도 이 금령중 불합리한 부분을 고치자고 간언하고자 했으나 좋은 방법이 없어 곤란해 하고 있었다. 그 당시 익살맞은 풍자를 잘하는 간옹이란 사람이 있었다. 유비와는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한번은 유비와 여행을 하다가 길을 지나가는 남자와 여자를 보았는데 이때 간옹이 유비에게 말했다. “저 사람들이 지금 간음을 하려 하는데, 왜 저들을 잡아와 법대로 처벌하지 않습니까?” 유비가 놀라며 물었다.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 간옹이 웃으며 말했다.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저들은 모두 간음할 때 쓰는 도구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유비는 간옹의 말을 듣고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리고 자신이 내린 주조 금령 중 억지를 띤 부분을 확연히 깨달았다. 여행에서 돌아온 유비는 술 빚는 도구로 죄를 다스리는 방법을 즉각 고쳤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유비가 내린 ‘술을 빚는 도구가 발견되면’과 같은 단서가 붙은 단속규정이 많다. 그러나 간옹과 같이 개선을 건의하는 사람이 없다. 설령 간옹과 같이 건의한다고 해도 묵살당한다. 묵살은 나은 편이다. 괘씸죄에 걸려 설 자리마저 쫓겨난다. 시키면 무조건 시키는대로 하라는 식이다. 우매한 권력자는 사람들을 슬프게 하지만 교활하도록 지능적인 권력자는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 교활하고 지능적인 권력자가 너무나 많은 요즘 세상이다./淸河
전철에서 있었던 일이다. 젊은이가 나이 지긋한 분에게 좌석을 양보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젊은이가 좀 있다 나이든 분에게 다가서면서 “저보고 뭐라 하셨습니까?”했다. 나이든 분이 아무말을 안했다고 하자 젊은이는 “난 또 저보고 고맙다는 말씀을 하신 줄 알고…”하며 혼자말처럼 말했다. 젊은이는 나이든 분이 아무말을 안한 줄 알았으나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는 것이 섭섭해 일부러 그랬던 것이다. 좌석을 양보하면 당연하다는 듯 인사 한마디 없이 앉는 나이든 분들도 보기가 안좋지만 노인에게 자리를 내줄줄 모르는 젊은 얌체족도 보기가 좋지 않다. 어제 낮 한일타운 건너편에서 탄 시내버스의 좌석이 여학생들로 꽉 찼다. 자리라고는 여학생들이 다 차지해 서 있는 것은 어른들 뿐이었다. 그중엔 나이 지긋한 분들도 있어 차가 이리저리 움직일때마다 손잡이에 매달려 시달리곤 했다. 여학생들은 마냥 웃고 떠드는 바람에 노인의 고역쯤은 눈에 보이지 않았던지 남문까지 가도록 좌석을 내주는 학생은 단 1명도 없었다. 어른들은 그같은 여학생들의 모습에 거슬린 표정을 짓긴 했으나 나무래려 들지는 않았다. ‘요즘 아이들은 옛날같지 않다’는 말은 어느 세대나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성마저 달라질 수는 없다. 노인에게 자리양보 안한 것을 두고 인성을 말하는 것은 심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뭔가 잘못된 것만은 사실이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심위주의 가치관이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N세대들도 나이들어 성장하면서 생각하는 것도 성숙할 것으로 믿고 싶다. /白山
지방자치단체별로 수도요금을 10%에서 최고 40%선까지 이미 인상했거나 또 인상을 추진중이어서 주민들이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2일, 행정자치부가 최근 누적되고 있는 상수도 적자를 해소하고 물소비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2001년까지의 구체적인 수도요금 인상계획을 수립, 11월말까지 보고하라는 ‘상수도요금 현실화 지침’을 일선 자치단체에 시달했다는 것이다. 행자부는 특히 수도요금 현실화 실적이 저조한 지자체엔 보통 교부세를 적게 지급하는 ‘역(逆)인센티브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주민반발을 의식하고 있는 일선 지자체의 결정을 독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 때문에 지역별로 수도요금 인상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하는데, 수원시는 11월 납기분부터 이미 평균 41% 올렸으며, 고양시 역시 내년 1월부터 평균 41.3%를 인상키로 했다고 한다. 지난 10월부터 수도요금과 별도로 t당 80원씩의 팔당댐 물이용 부담금이 부과돼 평균 35%의 수도요금을 더 내고 있는 수도권 주민들이 그래서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더구나 인상계획을 세운 지역 가운데는 올해초 이미 수도요금을 인상했던 곳이 적지 않으며, 지난 3월 가정용 수도요금을 23% 올린 바 있는 인천은 또 다시 내년 1월부터 가정용 수도요금을 41.9%(영업용 등 포함 평균 30.9%) 인상해야 하는 고민에 빠져 있다. 이와같이 많은 지자체들이 수도요금 인상안을 아직 확정짓지 못했거나 인상했어도 시행을 보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이용 부담금까지 겹쳐 주민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이유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여 오다가 갑자기 수도요금 현실화로 방침을 바꾸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고충을 잘 모르는 중앙정부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상수도사업 적자보전을 시민부담으로만 떠넘기려하는 행자부의 ‘상수도요금 현실화 지침’은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
요즈음 경기도를 비롯한 각 시·군에서는 행정감사, 결산, 또는 예산심의 등이 실시되고 있다. 집행부서는 물론 의회는 지난 해의 살림살이를 점검하고 내년도 살림에 대한 각종 예산을 편성하며, 또한 이에 대한 타당성을 꼼꼼이 챙기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경기도를 비롯한 일선 시·군의 행정감사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면 아직도 주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단체장들이 모범을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낭비성 예산 편성 또는 고통분담을 외면하는 정책이 실시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정부발표에 따르면 경기·인천지역의 실업률이 4.9%와 5.7%대로 낮아졌고 또한 지난 3분기 GDP 성장률이 12.3%에 달해 경기과열까지 우려된다는 낙관적인 걱정의 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IMF 체제에 있다. 더구나 IMF 체제이후 직장을 잃었던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하루하루의 생계를 걱정해야 되는 상황인데도 단체장들은 절약이 가능한 관공비를 IMF 이전 수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가하면 때로는 더욱 올린 것으로 나타나 과연 이것이 IMF로 인한 고통을 주민과 같이 하고 있는 단체장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경기도의회에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올해 도내 자치단체장과 부단체장의 판공비가 총 28억9천만원으로 IMF 이전 수준이고, 또한 수원 구리 용인 등에서는 삭감되었던 판공비를 오히려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천지법에서 내린 단체장 판공비 공개 판결에서와 같이 단체장 판공비 사용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이런 상황에서 단체장 판공비 사용에 대한 공개는 생각지 않고 오히려 판공비나 올리는 것은 공개행정을 추구하고 주민과 고통을 함께해야하는 단체장의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주민들을 비롯하여 말단 공무원들이 겪는 어려움은 상당하다. IMF체제의 극복은 주민들의 절약만으로는 안된다. 오히려 단체장을 비롯한 지도급 인사들이 고통을 분담하는 성실하고 절약된 자세를 보일 때 주민들도 행정관청의 시책에 적극 호응하는 것이다. 단체장들의 고통분담을 촉구한다.
기자(箕子)는 단군조선의 뒤를 이은 기자조선의 시조다. 사기(史記) 한서(漢書)에 의하면 조선에 들어와 전잠, 방직 등을 일깨운 것으로 전한다. 그러나 기자의 동래설을 부인, 기자조선 자체를 전설로 보는 견해가 있다. 기자의 묘도 두군데나 있다. 진(晋)의 두예에는 양나라 몽현에 기자의 묘가 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평양의 을밀대 아래에도 기자의 묘가 있다. 고려 숙종때 그러니까 800여년전 기자릉을 이장했고 조선시대들어 성종이 중수했다. 기자가 은(殷)나라 주왕 밑에 있을 때 일이다. 120일에 걸친 주지육림의 술잔치가 계속되던중 하루는 주왕이 문득 날짜를 물었다. “오늘이 며칠이냐?”고 물었으나 제날짜를 대는 신하가 아무도 없었다. 다같이 취해 세월가는 줄 모르고 지냈기 때문이다. 이윽고 기자가 대답할 차례가 되자 그 역시 “모르겠다”고 했다. 알고 있으면서도 거짓말을 한 것이다. 다 모르는 판에 자기만 알고 있으면 경계의 대상이 될 것을 두려워 해서였다. 주왕과는 가까운 친척이었으나 이처럼 몸을 도사렸던 것이다. 마침내 주왕이 망하고나서 그가 망명했다는 것이 동래설이다. 그같은 사람들 틈에 끼어 살자면 함께 그같은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처신이었던 것 같다. 권력의 잔치도 잔치다. 권력의 향연에서 다른 사람들과 인식을 달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기자의 생각처럼 위험할 수가 있다. 권력의 향연 역시 취하기엔 매한가지다. 그래서 그런지 신선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白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