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 촉나라의 유비가 집권하고 있을 때 일이다. 어느 해 가뭄이 너무 심해 흉년이 들자 유비는 식량으로 술을 빚지 못하도록 하는 엄금령을 내리고 집에서 술을 빚는 도구가 발견되면 벌금을 물리겠다고 했다. 주조 금령이 내려지자 긴장과 소란이 일었다. 대신들도 이 금령중 불합리한 부분을 고치자고 간언하고자 했으나 좋은 방법이 없어 곤란해 하고
있었다.
그 당시 익살맞은 풍자를 잘하는 간옹이란 사람이 있었다. 유비와는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한번은 유비와 여행을 하다가 길을 지나가는 남자와 여자를 보았는데 이때 간옹이 유비에게 말했다. “저 사람들이 지금 간음을 하려 하는데, 왜 저들을 잡아와 법대로 처벌하지 않습니까?” 유비가 놀라며 물었다.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
간옹이 웃으며 말했다.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저들은 모두 간음할 때 쓰는 도구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유비는 간옹의 말을 듣고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리고 자신이 내린 주조 금령 중 억지를 띤 부분을 확연히 깨달았다. 여행에서 돌아온 유비는 술 빚는 도구로 죄를 다스리는 방법을 즉각 고쳤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유비가 내린 ‘술을 빚는 도구가 발견되면’과 같은 단서가 붙은 단속규정이 많다. 그러나 간옹과 같이 개선을 건의하는 사람이 없다. 설령 간옹과 같이 건의한다고 해도 묵살당한다. 묵살은 나은 편이다. 괘씸죄에 걸려 설 자리마저 쫓겨난다. 시키면 무조건 시키는대로 하라는 식이다. 우매한 권력자는 사람들을 슬프게 하지만 교활하도록 지능적인 권력자는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 교활하고 지능적인 권력자가 너무나 많은 요즘 세상이다./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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