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구휼(仁義救恤)은 치자의 덕목이나 무위선심(無爲善心)은 치자의 허물’이라고 했다. 공(功)이 없는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것을 경계하는 고사로 한비자(韓非子) 난이편(難二篇)에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얘기가 전한다. 환공이 술에 취하여 관을 잃은 적이 있다. 이를 심히 부끄럽게 여겨 나라의 창고를 털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곡식을 나눠주고 옥을 열어 죄인들을 방면하였다. 사흘이지나자 백성들 사이에서 “임금님이여, 어찌하여 다시 관을 잃어버리지 않나이까!”하는 노래가 떠돌았다. 후세에 한비자는 ‘공이 없는 사람에게 이익을 주어 백성들로 하여금 요행을 바라게 했으니 어찌 치욕이 아닐 수 있겠는가’라고 갈파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농업인의 날’에 “6조8천억원의 농가부채를 내년에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해결방안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예컨대 원금은 장기 분할상환하고 이자는 감면하는 것은 몰라도 부채자체를 탕감하는 것은 국민세부담을 안겨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농가부채는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무위선심’이 돼서는 “어찌하여 다시 관을 잃어버리지 않나이까!”하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여 빚을 갚은 농업인도 있고 반대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개인적 사유도 여러가지인점이 고려돼야 한다. ‘무위선심’은 선심을 받는 사람들은 좋아할지 몰라도 그로인해 더 많은 민심을 잃는 수가 있다. 농업문제는 생산 및 유통구조의 혁신이 그 무엇보다 절실하다./백삼
일본의 친북지식인층에서 북한의 인권문제가 제기된 것은 무척 주목된다. 나카다이라(中平健吉)변호사를 중심으로 하는 ‘북한난민구원기금’의 시민단체 각계 지식인 50여명은 ‘북한민중을 위한 인권선언’을 들고 나섰다. ‘북한민중이 직면한 기아와 인권유린의 참상은 더 좌시할 수 없는 단계’라며 ‘전체주의 의 폐해에 의한 이같은 참상의 개선을 위해 민주화와 인권존중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이를 방치하는 것은 양심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고 선언했다. 여기엔 전 각료, 기업인, 종교인, 교수등 많은 저명인사가 서명했다. 지난 10일 있었던 일로 국내 일부 언론에도 보도됐다. 북한의 ‘조선로동당규약’ 전문 가운데는 ‘조선로동당은 오직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주체사상, 혁명사상에 의해 지도된다’는 대목이 있다. ‘북한민중을 위한 인권선언’이 밝힌 전체주의 폐해란 헌법보다 상위개념에 올라있는 로동당규약의 ‘김일성사상’을 말한다. 일본지식인들의 이같은 선언을 보면서 국내 지식인들의 무력증후군을 통감한다. 북한 정권의 비위를 건드릴까봐 햇볕정책은 북한 인권문제엔 아예 입을 다물고 있다. 한심한 것은 어쩌다가 뜻있는 이들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면 ‘낡은 메커니즘수법’이라며 역으로 매도하고 나서는 이른바 진보 지식인층의 오류다. 광복직후의 무법천지를 이룬 이데올로기 격동, 민족적 참화의 6·25한국전이 끝난지 아무리 반세기가 다 되어간다 해도 사실까지 왜곡하려드는 전후 일부 지식인들의 편견은 심히 위험하다. 북한의 인권문제에는 관대한 자칭 진보 지식인들일수록이 국가보안법을 두고 말하는 인권문제에는 논리의 비약을 일삼는다. /백산
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의사일정은 예산심의이다. 정부에서 지난 9월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 93조에 대한 심의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회가 수행하여야 될 가장 중요한 책무이다. 헌법 제54조에 따라 국회는 내년도 회계개시일 30일전인 12월2일까지 통과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는 헌법에 규정된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기한 내에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만약 이 기한 내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법을 제정한 국회의원 스스로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전개되고 있는 국회 상황을 보면 과연 헌법에 규정된 기한 내에 예산안이 통과될지 의문이다. 국회내에 예산위원회는 구성되어 있으나 위원장도 선출하지 못했다. 지난 해에는 국회의 다수당인 한나라당에서 위원장직을 차지했는데 이번에는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위원장을 해야된다고 주장하여 위원장도 선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언제 예산심의를 할 것인가. 예산심의는 국회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권한일 뿐만 아니라 유권자이면서 동시에 납세자인 국민에게 직결될 사항이기 때문에 가장 심도있게,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심의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부터 예산심의를 한다고 해도 시간이 부족하여 졸속으로 심의될 가능성이 많은데, 아직까지 위원장도 선출하지 못했다니 언제 그 많은 예산을 심의할 것인지 의문이 간다. 결국 이렇게 정쟁만 일삼고 있다가 시간이 없어 막판에 졸속으로 처리하거나 또는 파행운행되어 과거와 같이 여당에 의한 단독처리 되는 것은 아닌지. 더 이상 파행국회의 운영도 안되고 또한 졸속 예산심의도 안된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쓰여지는 예산심의가 여야간의 정쟁으로 인하여 부실하게 심의된다면 국회는 스스로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것이며 정치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다. 여야는 즉각 정쟁을 중지하고 예산국회 본연의 임무로 돌아오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국회의원 스스로 예산통과 기한을 정해놓고도 이를 위반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내년에는 더욱 부족하여 가장 중요한 초등교육이 파행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많아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교육부는 당초 내년 명예퇴직 희망자를 2천7백여명으로 예상하였으나, 지난 7일 교육부의 발표에 의하면 초등학교 선생님 3천5백86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하여 초등학교 선생님 수급계획을 다시 세워야 될 형편이라고 한다. 일선학교 선생님들의 부족 현상은 이미 예견된 문제이다. 지난해 정부가 초·중등학교 교원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하면서 많은 선생님들이 갑자기 교단을 떠나게 되어 교원 부족 문제는 가장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교원연금의 기금 고갈로 인하여 퇴직 후에 연금이 크게 줄 것이라는 소문까지 유포되어 많은 선생님들이 교직을 떠났거나 또는 떠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교원 부족은 이미 예상된 문제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없이 탁상행정에 의하여 수급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초등학교 교사 공모에서도 서울, 부산 등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미달 사태가 발생하여 교사 수급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 교육부는 기간제교사로 부족한 교사를 채울 것이라고 하고 있으나, 현재의 상황으로 보면 기간제교사만으로 부족한 교사를 대신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중등학교 교사의 경우, 사범대와 교직과목 이수 대학 졸업생들이 있어 비록 교사들이 부족해도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으나, 초등의 경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초등교사를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로서 채울 수는 없다. 현재 교육대생들은 물론 교육대 교수들도 교육부가 편법으로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부족에 대치하는 것에 극력 반대하였다. 교육 영역이 다른데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하여 중등교사 소지자를 초등학교에 배치할 수 있는가. 떨어진 선생님들의 사기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한 선생님들은 교단을 더 떠날 것이다. 교육부는 일선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올바르게 파악하여 부족한 초등교사 대책을 조속히 세워야 한다.
지난달 동인천 호프집에서 일어난 화재사건은 55명의 생명을 순식간에 앗아간 어이없는 참사였다. 이들 대부분은 인천시내 30여개의 고교생들이다. 꿈많은 청소년들이 날개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죽음을 당한 것에 대하여 슬픔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참사가 인재(人災)이며,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미성년자인 고교생들은 술집에 출입할 수 없는데도 이런 유흥업소에 출입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것에 대하여 청소년들의 잘못을 꾸짖을 수도 있으나 과연 우리 어른들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마음놓고 제대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고교생인 청소년들은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또한 호기심이 많으며, 신체적으로도 무엇인가 요동을 하지 않으면 안될 연령층이다. 그러나 이들은 젊음을 발산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 시내 유흥가를 방황하고 있으며, 따라서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학교 수업 후에 적절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체육시설도, 또한 건전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청소년 놀이터도 없이 틀에 박힌 생활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고교생들은 학교 공부 이외에는 사실상 어느 것도 마음놓고 즐길 수 없다. 학교나 가정은 오직 대학 입시만을 위한 공부만을 강요하고 있다. 학교 수업도 모자라 늦게 집에 와서도 과외지도를 받고 또는 학원을 가야하며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대학을 일찍 포기하고 학교생활에는 취미가 없어 겉돌고 있거나 또는 거리를 방황하면서 유흥가를 기웃거리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주는데 우리 어른들은 너무도 인색했다. 이제부터라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청소년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될 것이다. 각종 공공기관이 소유한 각종 체육시설을 청소년들에게 개방함은 물론 부족한 시설을 만드는데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하여야 된다.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 아닌가.
우리가 대형안전사고를 당할 때마다 으레 강조해온 것은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후에도 안전의식의 중요성을 외치며 안전점검을 해왔고, 부천 가스충전소폭발사고와 화성 씨랜드 화재참사를 겪은 후에도 그랬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변 곳곳엔 안전위험요소가 널려 있어 동인천 호프집화재참사와 같은 사고를 겪어야 했고, 또 언제 어디서 이같은 참사를 겪게 될지 모를 불안속에 살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경기도 안전점검기동반과 일선 시·군이 최근 실시한 도내 화학제품제조공장과 화약저장소에 대한 안전점검결과를 보더라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점검대상 450곳중 38%인 173곳에서 332건의 안전불량이 적발돼 화재사고시 대형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택의 삼우케미칼 등은 벽체균열로 안전사고는 물론 화학약품 누출시 폭발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연천의 화성공업사는 용해로의 내화벽돌 균열로 화기가 새고 있으며, 오산의 시너제조 업체인 효동화학은 제조소내에 시너를 보관해 놓고 LP가스를 사용 대형화재사고에 노출돼 있다. 그야말로 이들 업체의 방화 소방상태는 화재에 대한 무신경 무방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대형재난의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화학제품공장과 화약저장소는 화기에 약하기 때문에 불이 나면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고 화약이 폭발하면 의외의 인명피해 등 대형참사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뻔한 이치를 알면서도 업주들이 화재의 무서움을 깨우치지 못하고 무신경상태에 빠져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당국의 안전점검업무도 그동안 허술한 점이 없지 않았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관계당국과 안전담당 관련 부서가 그동안 어떻게 점검 지도해왔길래 이처럼 많은 화학제품공장과 화약저장소가 안전불량상태에 있게 되었는지 의아스럽다. 당국은 앞으로 이번 점검에서 적발된 업체들이 소방 및 각종 안전 기준에 맞게 개선보완했는지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조그마한 미비점이라도 눈감아 주거나 우물쭈물 넘기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아울러 당국은 화기를 많이 다루는 겨울철을 맞아 화재취약 시설물과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화 소방체제를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하드디스크는 한마디로 컴퓨터의 본체에 장착된 보조기억장치다. 컴퓨터의 기억장치는 주기억장치와 보조기억장치로 나뉘는데 주기억장치는 ‘휘발성’으로 PC를 끄는 순간 모든 기록이 날아가 버린다. 이에비해 보조기억장치인 하드디스크는 PC상에서 작성된 모든 문서나 파일이 그대로 기록, 보존된다. PC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자신이 작성한 데이터를 삭제하더라도 얼마든지 다시 복구할 수 있다. 대부분의 PC사용자가 사용하는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상에서는 ‘휴지통’을 통해 자신의 작업 흔적을 없앨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다양한 특수프로그램을 이용, 지워진 문서를 살려낼 수 있다. 특히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전기충격 등으로 인해 하드디스크가 파손되면서 모든 기록들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해도 전문가들의 손에 넘어가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복원된다. 딱딱한 매체의 기록장치라는 의미의 하드디스크는 크기가 보통 가로 10㎝, 세로 15㎝정도이며 제품마다 일정용량이 있어 용량을 초과해 작업이 지속된 경우, 초기에 작성한 문서나 파일은 지워질 수도 있다. 요즘 소위 ‘언론대책문건’파동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중앙일보 문일현 기자가 귀국직전 노트북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것으로 밝혀져 검찰수사가 암초에 부딪쳤다. 검찰은 기록을 복구할 대상자체가 없어져 디스크를 교체한 경위에 의혹을 갖고 기존 하드디스크의 행방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또 문기자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 ‘신변보호’등을 목적으로 누군가에 맡겨 보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부분도 추궁중이라고 한다. 유감스럽기 짝이 없는 ‘언론대책문건’의 흑백은 밝혀지겠지만 하드디스크 보다 정확한 것은 사람의 정신이다. 정작 누가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지 궁금하다./청하
평생 몸을 담았던 직장을 뒤로 한 채 떠나는 사람의 눈물은 피붙이나 친구나 연인과헤어질 질때와는 사뭇 다르다. 회한과 약간의 미련과 아쉬움이 뒤섞인 탓이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성현(聖賢)들은“떠남은 또다른 만남을 기약하며 만남은 또다른 헤어짐을 기약한다”고 타일렀다. 그래서일까. 졸업을 굳이 시작(COMMENCEMENT)으로, 퇴사를 구태여 내일의 만남(FUTURE MEETING)으로 표현하는 서양인들의 고집(?)도 그런 의미에서 되새겨봄직하다. 그러나 만약 세월의 영고성쇠(榮枯盛衰)나 신진대사(新陳代謝) 또는 요즘 그 흔한 IMF에 따른 구조조정이 아니라 뭔가 문제가 있거나 불합리한 그 무엇에 의한 조치라면 그 눈물은 분명 분노와 깊은 슬픔으로 충만되기 마련이다. 최근 여주군이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대다수 공무원이나 주민들의 시각은 아무래도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경우일듯 싶다. 내년 상반기까지 직원 32명을 감축한다는 게 당국의 계획이지만 잣대도 명확치 않은데다 기껏 설정한 잣대로도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는 탓이다. 속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이 이에 깨끗히 승복하길 기대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후배들을 위해 용퇴한 선배들도 뒷끝이 찜찜한 게 오히려 당연하다. 더군다나 조직이 군살을 빼기 이전에 일찌감치 물러났어야 할 공무원이 담당부서에 버젓히 근무하고 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언론사로 익명의 투서를 보내는 지경까지 이른데는 필경 그 원인이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당국은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이 점을 간과한다면 빈대 한마리를 잡으려다 초가집을 다 태우는 우(愚)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여주=허행윤기자(제2사회부) heohy@kgib.co.kr
국가채무는 국가수입이 국가지출보다 적은 경우에 발생한다. 국가채무는 중앙정부 또는 일반정부(중앙정부+지방정부)가 직접적인 원리금 상환의무를 진다. 금년말에는 지방정부 채무 약 18조원을 포함, 전체적으로 약 112조원이 될 전망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한국은행의 IMF차입금 7.2조원, 정부의 채무보증금 83.0조원을 합치면 무려 200조원이 넘는다. 경기악화로 조세수입이 급속히 감소되는 속에서 국채를 발행하고 공공차관을 도입해서라도 경제를 살리다 보니 국가채무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한 홍보라는 걸 들어보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에 힘 입어 지금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경제가 활력을 되찾음에 따라 세입이 늘어 국채발행 규모와 재정적자가 줄어 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특히 서민들은 믿지를 않는다.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기는 커녕 더욱 아프다고 신음한다. 2004년 이전에 균형재정을 이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 씀씀이를 줄여나가는 고통을 감수하라고 한다. ‘마음을 놓아서는 안됩니다’라는 어린애 달래듯이 하는 말에는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 매겠습니다’라는 자성(自省)도 입에 발린 소리라고 생각한다. 그럼, 전에는 정부가 배를 불리기 위해 허리띠를 늘렸었느냐는 반문을 받는다. 어려움이 뒤따르더라도 국가채무를 줄여나가는 일에 국민 여러분의 참여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서민들은 또 “당신들이나 잘해!”라고 대답한다. 모름지기 정부는 잃어버린 도덕성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잘한 일 없다. 국회도 제발 정신차려야 한다./청하
경기도가 지난 4월 금고약정을 제한경쟁입찰로 선정한 새로운 방식이 일부 시·군에 확산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지방재정법이 단체장 고유권한으로 규정한 금고약정을 내부방침에 의해 경쟁입찰에 부치는 예는 아마 다른 시도나 시군에서는 없는 일로 알고 있다. 금고약정의 공개경쟁입찰은 금고관리의 효율화 및 약정의 투명성확보 관점에서 그동안 적잖게 제기돼 왔다. 특히 지방의회에 따라서는 금고약정의 공개경쟁입찰에 관련한 조례를 만들거나 제정을 추진해 집행부측과 갈등을 일으킨 사례까지 있었다. 알아두어야 할 것은 공개경쟁입찰은 어디까지나 단체장의 내부방침에 의한 것이므로 조례제정은 현행법상 여전히 불가하다는 점이다. 모 지방의회가 관련 조례제정을 강행, 집행부측의 거부로 비화한 법정다툼에서 무효결정이 내려졌던 효력은 계속 살아있는 것이다. 지방재정법이 개정되지 않는한 지방의회의 조례제정은 법규상 근거가 없는 조례로 원천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고약정의 공개경쟁입찰은 마땅히 환영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없지 않아 고도의 판단능력이 요구된다. 일상의 계약업무와는 다른 복합적 성격을 지닌 것이 금고약정이다. 우량은행, 금리의 상품성, 금고관리능력등을 살피는데는 역시 단체장의 책임있는 식견이 있어야 한다. 더러는 이 과정에서 로비가 있을 것을 우려하고 있으나 수의계약에 비하면 로비를 우려하여 공개경쟁입찰을 부정할 이유는 될 수 없다. 문제는 객관적 기준이 얼마나 잘 제시되느냐에 있다. 공개경쟁입찰을 부칠 도내 기초자치단체는 연말로 금고약정이 만료되는 성남, 의정부, 동두천, 양주등 4개 시·군인 것으로 보도됐다. 이밖에도 연말에 약정기간이 끝나는 기초자치단체가 10여개 시·군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왕이면 공개경쟁입찰이 더 많이 확산되는 단체장들의 용단이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수의계약의 고유권한을 스스로 내놔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보이고자 하는 노력은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을 위한 도덕적 결단으로 높이 살만하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