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구휼(仁義救恤)은 치자의 덕목이나 무위선심(無爲善心)은 치자의 허물’이라고 했다. 공(功)이 없는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것을 경계하는 고사로 한비자(韓非子) 난이편(難二篇)에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얘기가 전한다. 환공이 술에 취하여 관을 잃은 적이 있다. 이를 심히 부끄럽게 여겨 나라의 창고를 털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곡식을 나눠주고 옥을 열어 죄인들을 방면하였다. 사흘이지나자 백성들 사이에서 “임금님이여, 어찌하여 다시 관을 잃어버리지 않나이까!”하는 노래가 떠돌았다. 후세에 한비자는 ‘공이 없는 사람에게 이익을 주어 백성들로 하여금 요행을 바라게 했으니 어찌 치욕이 아닐 수 있겠는가’라고 갈파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농업인의 날’에 “6조8천억원의 농가부채를 내년에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해결방안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예컨대 원금은 장기 분할상환하고 이자는 감면하는 것은 몰라도 부채자체를 탕감하는 것은 국민세부담을 안겨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농가부채는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무위선심’이 돼서는 “어찌하여 다시 관을 잃어버리지 않나이까!”하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여 빚을 갚은 농업인도 있고 반대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개인적 사유도 여러가지인점이 고려돼야 한다.
‘무위선심’은 선심을 받는 사람들은 좋아할지 몰라도 그로인해 더 많은 민심을 잃는 수가 있다. 농업문제는 생산 및 유통구조의 혁신이 그 무엇보다 절실하다./백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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