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회장 장성근)는 지난 28일 용인 처인휴게소에서 ‘아기와 함께 행복한 방’ 제1136호 오픈식을 열었다고 30일 밝혔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여성의 모유수유 증진과 출산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직장 및 공공기관(시설)내 모유수유실 설치를 지원해주는 ‘아기와 함께 행복한 방’ 사업을 진행 중이다. 용인 처인휴게소에 설치된 가족수유실 1136호는 수유쿠션, 손소독제, 물티슈, 일회용품, 교육 포스터 및 모유수유 관련 도서 등 모유 수유에 필요한 다양한 물품 등이 갖춰졌다. 전문 착유 물품과 아빠의 육아참여를 위해 아빠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안내문도 부착됐다. 권오수 경기도지회 본부장은 “이번 오픈식으로 통해 가족수유실이 널리 홍보되고 많은 분들이 이용해 임산부와 육아를 하는 엄마와 아빠에게도 안락한 공간으로 인식되길 기대한다”며 “임산부 배려 분위기 확산과 공공시설에서 모유수유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외계인의 식탁에도 비빔밥이 있을까? 얼마 전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참가자가 낸 참치비빔밥이 논란이 되었다. 칼과 포크로 잘라 먹는 비빔밥이었다. 심사위원 한 사람의 ‘비빔이 없으면 비빔밥이 아니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비빔행위가 있어야 한다.’ ‘비빔행위가 없어도 된다.’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는 모른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개개의 요리는 대체할 수 없는 정체성과 미각적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보편적인 ‘공감’이 더해야 특정의 음식이라 할 것이다. 음식은 문학, 영화, 공연 등에 소재이고 이야기 연결에 중요한 매개이다. 비빔밥은 여러 가지 식재료들을 함께 비벼서 나눠 먹는 특별한 행위가 있어 자주 등장한다. 연극의 3요소 하면, 무대 배우 관객이라 한다. 나는 여기에 ‘공감’을 더하고 싶다. 무대와 배우, 그리고 관객이 연극이라는 작품을 어떤 연결고리로든 공감해야 완성된 연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서로 공감이 없다면, 간이 안 됐거나 중요 식재료가 빠진 음식처럼 뭔가 부족한 작품이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경기도극단의 ‘부인의 시대’(김광보 연출, 이미경 작)는 연극의 3요소와 각 요소 간에 공감까지 더해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하면서도 잘 읽히는 무대, 배우들 간의 동작과 마음을 서로 연결하는 기막힌 연기력을 보여준 프로다운 열정,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과 각 요소들이 서로가 공감하고 어우러지는 비빔밥 같은 작품이었다. 거기에 울고 웃으며 배우들의 표정과 대사에 빠져들어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연출력도 연극을 몰입해서 볼 수 있는 힘이었다. ‘부인의 시대’는 우리가 뉴스에서 접해왔던 개발 예정지에 철거 대상 건물들의 세입자들과 철거하는 시공자 간의 갈등과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안산의 어느 피부관리실 원장과 종업원인 한국인 남실장, 조선족 송실장, 필리핀에서 결혼이민 온 안젤라는 나름대로 말 못하는 사정과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거기에 건물철거를 위한 발파 등 공사장 소음은 생존에 본능을 더욱 압박한다. 돈 많은 체하는 사모님이 불신이라는 도화선에 불을 붙인다. 갈등과 불신이 부딪쳐 극에 달하고 마침내 터져 산산조각이 난다. 네 여인은 발가벗겨지고 초라한 모습으로 내동댕이쳐진다. 파국의 문턱에 비빔밥이 등장한다. 그들은 그 부서진 조각들이 다시 모은다. 가슴속에 있던 갖가지 양금과 푸념 조각들을 양푼에 담는다. 이해와 믿음이라는 식재료를 더한다. 공감이라는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 비빈다.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한 구절 한 고비 꺽어 넘을 때 우리네 사연을 담는 울고 보는 인생사 연극 같은 세상사~.’ 노래도 담아 행복한 인생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그러나 그들이 공감하고 화해했던 꿀맛 같았던 비빔밥의 현실은 오래가지 못했다. 모두 길거리로 쫓겨나고 영혼이 되어 UFO을 타고 우주를 이리저리 유영한다. 먼저 간 포장마차 박씨도 보이고 김사장도 보인다. 외계 우주에서 구름 속을 조용히 날며 현실에서 맛볼 수 없었던 마음의 편안함을 느낀다. 외계인의 식탁에는 비빔밥이 있을까? 아마 K-푸두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이니 있을 것이다. 외계 우주의 비빔밥은 눈물과 회한을 안고 사는 힘없는 서민들의 푸념 섞인 비빔밥이 아니길 바란다. 언제나 기쁨과 행복, 그리고 자존감이 꽃피는 비빔밥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비빔밥이 우주 어딘가에 꼭 있을 거라 믿는다.
지난해 10월 하남시 감일동 주민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감일에 서점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하는 글이 올라왔다. 동네 주민들은 “드디어”라는 반응과 함께 “없어지지 않게 자주 찾아가야겠다”며 반가움을 드러내는 댓글을 연신 달았다. 동네 유일의 ‘반가운’ 서점 2024년 10월 28일 감일동 유일의 책방 ‘반가워동네서점’이 문을 열었다. 책방은 물론이고 도서관도 없는 감일동에 ‘반가워동네서점’이 문을 연 것은 동네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반가운’ 일이었다. 이 서점의 주인 유지혜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대 엄마다. 육아로 인해 10년여 ‘경력단절’을 마주한 뒤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자 자신이 살고 있는 감일동에 책방을 열었다. “하남 감일지구가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실 좀 어수선하기도 한데요. 예전에 김영하 작가님이 ‘작은 서점은 동네의 등대같다’며 ‘작은 서점이 있는 골목은 안전하고 푸근해 보인다’고 말씀하신 것을 봤습니다. 너무 공감이 되는 말이었고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 그런 서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동네의 유일한 서점이 된 ‘반가워동네서점’은 개장 초기부터 동네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유씨는 서점이 상호명처럼 동네 사람들에게 반갑고 다정한 공간이 됐으면 한다. “나를 돌볼 새 없는 사람들에게 책 그 이상의 것을 내어 주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오며 가며 다정한 마음을 나누고 인사하고 지나칠 수 있는 동네 책방이 되고 싶어요.” 읽던 책 ‘킵’해 두고 가세요 유씨는 서점 방문객들에게 책을 구매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해 두고 있다. 카페는 아니지만 간단한 음료를 판매해 판매책 외에 읽을 수 있는 책을 구비해 두고 있으며 무엇보다 구매해 읽던 책을 ‘킵’해 놓을 수도 있다. “서점에 자주 오고 싶은데 올 때마다 책을 사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이 일전에 산 책을 읽다가 두고 가시고, 다음에 와서 또 읽다가 갈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마련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좋아하십니다.” 반가워동네서점은 소설, 에세이, 시, 그림책 등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문학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책과 친해지고 문턱 낮은 동네책방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재미있고 가독성이 좋은 책,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을 고르고 있습니다. 대형서점에서는 만나기 힘든 독립출판물을 선별해 들이는 것도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즐거움입니다.” 유씨는 동네에서 운영하는 서점의 특징, 초등학생 엄마를 둔 장점을 살려 함께 소리 내어 읽고 책을 완독하는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초등윤독동아리’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함께 완성하는 컬러링북, 필사 공간을 확장시켜 그림책테라피나 자유독서모임 등도 소규모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요즘 MZ세대를 타깃으로 개성이 강한 독립서점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그에 비해 저희 서점은 동네서점다운 푸근하고 편안함이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힘들 때 책이 위로를 건넸던 저의 경험처럼 ‘반가워동네서점’에 오시는 분들도 책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알아 가고 책이 주는 기쁨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굽이굽이 있든 일직선이든, 골목엔 골목만의 이야기가 있다. 골목과 마을이 품은 이야기는 켜켜이 모여 역사가 되고 문화가 돼 도시를 이루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 경기도 지자체 곳곳에선 골목을 테마로 다양한 관광상품을 발굴하고 있다. 가족과 나들이하기 좋은 요즘 역사와 문화를 입은 골목으로 관광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 역사와 현재의 조화... 수원문화재단 맞춤 문화 관광 해설 골목과 길을 중심으로 테마 관광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곳 중 한 곳은 수원이다. 수원문화재단은 올해 해설사와 함께 준비한 수원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다채로운 신규 테마 해설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부처님 행궁동 오신 날’ 등 성곽과 왕, 종교를 아우르며 다양한 테마로 지역의 역사와 현재의 이야깃거리를 발굴해 새로운 관광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성곽을 거닐며 역사 이야기에 흠뻑 빠지고 싶다면 이번 봄엔 벚꽃이 만발하는 수원화성의 화양루와 팔달산 회주도로를 따라 걸어보자. ‘수원화성 벚꽃 이야기’ 프로그램에선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성곽을 거닐며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인기리에 반영된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태원 클라쓰’등 K-드라마 촬영지를 방문하며, 과거 군사훈련 지휘소로 사용된 서장대에 올라 탁 트인 수원의 시내를 둘러본다. 프로그램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오전 10시와 오후 7시에 운영된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계절문화를 알리고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하고자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해설을 제공한다. 수원화성 5.74㎞ 둘레를 완주하는 ‘수원화성 성곽완주코스’는 내달 5일부터 10월2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30분에 진행한다. 성곽완주코스는 팔달문 안내소에서 시작해 서장대와 화서문, 장안문, 화홍문, 연무대, 봉돈을 거쳐 수원남문시장에서 끝나는 여정으로 약 4시간이 소요된다. 지난해 시범 사업으로 운영됐으나 전 회차 마감이 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올해부터 정규화했다. 모집 인원은 회차당 10명 이내며, 수원문화재단 문화관광해설 예약 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가을에는 은빛 물결로 장관을 이루는 화서문과 화서공원의 억새길을 탐방하는 ‘수원화성 가을빛 여정’ 해설을 통해 수원화성의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물든 서장대와 팔달산에서 시작해 바람결에 일렁이는 억새가 가득한 서북각루, 코스모스로 가득한 북지터에 이르는 코스로 구성되며 10월에 운영될 예정이다. 드라마 ‘그해 우리는’, ‘선재 업고 튀어’, ‘이태원클라쓰’ 등의 촬영지도 만난다. ■ 불교, 기독교, 천주교... 행궁동에서 엿보는 종교 이야기 행궁동에 담겨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종교 이야기도 테마 해설 프로그램으로 들을 수 있다. 행궁동은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동네다. 우선 다가오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 내달 21일부터 5월4일까지 행궁동 남쪽 마을의 불교문화권역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기간 내 오후 4시와 5시30분, 2회 진행하며 행궁광장에서 시작해 대승원, 팔달사, 수원사, 봉축탑으로 투어가 이어진다. 해설의 몰입도와 만족도 향상을 위해 참여 인원을 2명에서 10명 이내로 소규모로 운영하며 거리 곳곳에 걸린 연등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각 사찰에서 그동안 듣지 못했던 다양하고 특별한 불교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예수님 행궁동 오신 날’ 프로그램이 열린다. 행궁광장에서 시작해 종로교회~순교터~북수동성당~동신교회, 아담스기념관순교터 등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순교자와 선교자들의 숭고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지역의 근대유산을 만나는 해설 투어도 마련된다. 수원 교동에서 매향동에 이르는 ‘산루리’라고 불리는 지역은 근대 유산이 많이 남아 있다. 수원역 개통과 함께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가 된 역사와 일제에 항거한 조선 청년들의 저항 이야기를 근대여행 해설사가 풀어낸다. 총 2개 코스로 1코스는 근대 건축물의 건물양식과 일제강점기를 주제로 하며, 2코스는 수원 원도심의 변화와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전 예약은 수원문화재단 누리집 예약 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며 참여를 원하는 관람객은 희망일 기준 7일 전까지 예약해야 한다. 자세한 정보는 재단 누리집 또는 관광부 관광육성팀으로 문의하면 된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신규 프로그램을 통해 수원화성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수원화성의 계절 관광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해설을 제공하고 즐거움을 선사하려 한다”며 “앞으로도 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골목골목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지금 당장 ‘트립’ 경기도엔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드는 다양한 골목이 펼쳐져 있다. 경기도는 2020년부터 ‘구석구석 관광테마골목 육성’ 사업을 시작해 5년간 28곳의 골목을 지역 특성에 맞는 생활관광 명소로 발전시키고 있다. 지역 골목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시간의 흔적과 특별한 경험을 찾아본다. ■ 동두천 캠프보산 스트리트 미군이 주둔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색적인 골목길이다. 동두천 보산동에 위치한 미군기지 ‘캠프 케이시’와 보산동을 합쳐 ‘캠프 보산’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은 미국의 최신 유행 음악이 가장 먼저 전파된 곳, 한국 록 음악의 대부 신중현이 대한민국 최초의 록밴드 ‘ADD4’를 결성한 곳이다. 광복 후 미 군정 당시 미군이 가장 먼저 자리 잡은 도시로 한때 주한 미군 2사단과 인접해 생겨난 상가가 300여개에 이를 만큼 번화했으나 시대와 세월의 변화에 따라 동네는 위축됐다. 이에 동두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동두천 보산동 관광특구’가 새롭게 세워졌고 동두천은 음악도시로서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두드림뮤직센터를 조성했다.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그래피티 작업이 더해져 보산동 일대는 이국적인 거리로 변신했다. 기찻길을 따라 형성된 거리는 알록달록한 그래피티 아트가 그려진 건물이 늘어섰고, 골목 구석구석에는 영어 간판까지 더해져 이국적인 느낌을 더해진다. 미군기지 주변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맛집과 골목 곳곳의 예술 공간도 눈에 띈다. 이따금 거리에서 열리는 버스킹 공연은 즐거운 덤이다. ■ 고양 삼송 낙서 예술 골목 고양시 삼송 낙서 예술 골목은 낙서를 예술로 승화시켜 골목을 꾸며낸 곳이다. 특히 ‘고양낙서’의 초성과 인물 픽토그램을 결합해 만든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삼송역 3번 출구로 나오면 근처에 있는 짧은 가드레일에 낙서 예술 골목의 시작을 알리는 낙서가 그려져 있다. 이 낙서에는 낙서 예술 골목의 마스코트인 ‘끄적이’들이 그려져 있다. 끄적이는 인물 픽토그램과 ‘고양낙서’의 초성을 이용해 만들어낸 캐릭터로 키스 해링의 작품을 본떴다. 골목골목 그려져 있는 끄적이들을 찾으며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지난 2019년부터 매년 열리는 삼송낙서예술축제도 즐길거리다. ■ 시흥 오이도 바다거리 오이도는 원래 육지에서 4㎞가량 떨어진 섬이었다. 선사시대를 비롯한 각 시간대의 유적들이 발견돼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으로 서해안 최대의 패총유적지이자 다양한 신석기 유물이 출토된 곳이다. 1980년대 시화지구 개발 사업으로 현재 모습이 자리 잡았으며 바다를 찾는 관광객이 늘기 시작하며 수도권의 명소가 됐다. 바다거리는 아름다운 바다와 빨간 등대가 트레이드마크다. 경기도 대표 해양 관광지로 최근엔 2030세대의 포토 스팟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짝이는 바다와 포근한 분위기의 골목을 사진에 전부 담을 수 있다. 시흥 9경에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오이도 일몰은 거리를 더욱 분위기 있게 만든다. 골목골목 자리한 가게와 박물관도 저마다의 이야기와 특색을 품고 있다. 골목 깊숙이 자리 잡은 ‘핸콕커피앤바’는 감각적인 LP레코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생명의 나무 전망대’는 옛 오이도가 가진 역사와 생명을 후대에 알리고자 디자인된 조형물이 특징. 함상전망대 ‘오아시스’는 바다 위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인천해양경찰서의 퇴역 경비함을 활용한 곳이다. 골목 인근의 ‘오이도 선사유적공원’과 ‘시흥오이도박물관’은 신석기인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요즘 ‘난임(難妊)’은 더 이상 특별한 몇몇 부부만의 고민이 아니다. 환경적, 사회적 요인으로 임신 시기가 늦어지면서 난임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의학은 호르몬 요법, 인공수정, 체외수정 등 다양한 치료법을 발전시켜 왔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치료 과정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한의학적 치료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한의학적 치료가 여성의 신체 밸런스, 자궁 내막 환경, 체내 염증 및 스트레스 조절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 연구 사례를 통해 한의학적 난임 치료의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 침 치료와 난임: 보조요법 이상의 가치? 체외수정 과정을 진행할 때 침 치료를 함께 받는 환자들의 임신 성공률이 더 높다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Manheimer et al.(2008)은 BMJ(British Medical Journal)에 발표한 메타 분석에서 체외수정 직전·직후 침 치료를 병행했을 때 임신 성공률이 기존 32%에서 39%로 향상됐다고 밝혔다. Smith et al.(2019)이 Fertility and Sterility에 게재한 연구에서도 침 치료가 생존 출산율을 6%포인트 정도 증가시켰음을 확인했다. 한편 Huang et al.(2017)은 Reproductive BioMedicine Online에 발표한 연구에서 침 치료가 자궁 내막 두께와 혈류 개선에 기여함을 무작위 대조시험으로 증명했다. 자궁 내막이 착상에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연구 결과는 난임 치료에 있어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 한약 치료와 난임: 체질-호르몬 균형의 관점 한의학에서는 여성 난임을 기혈 부족, 습담, 간울 등의 요인으로 설명하며 전신적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적 개념을 호르몬 균형, 면역 조절, 자궁 내막 및 난소 기능과 연결 짓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Zhang et al.(2016)이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으로 배란 장애를 겪는 여성에게 보혈(補血)·보신(補腎) 계열 한약을 3개월 이상 투여했을 때 배란률이 28%에서 42%로, 임신 성공률이 15%에서 24%로 높아진 것으로 보고됐다. 또 만성 골반염이나 자궁내막염 등 염증성 질환으로 착상이 어려운 경우 Liu et al.(2020)이 Complementary Therapies in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거어(祛瘀)·청열해독(淸熱解毒) 계열 한약이 염증성 지표를 낮추고 착상 성공률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음을 밝혔다. 이처럼 ‘몸의 기본기를 다져 착상이 잘되도록 돕는 것’이 한약 치료의 핵심이며 난소 기능 저하, 자궁 환경 악화 등 다양한 원인에 따른 맞춤형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1. 겨울 배웅하는 ‘마지막 잎새’ 봄비를 시샘하는 눈이 내렸다. 하얀 풍경에 바 싹 마른 풀잎도 마지막 손을 흔들고 있다. 모두 새로운 시작을 준비 중이라고…. #2. 마음이 통하는 길 어른이 된다는 건 지혜가 쌓이는 일이다. 때론 상황이 복잡해지고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있지만 참고 견디며 마음과 마음에 바람을 통하게 하는 일. 밝은 곳을 향해 단단히 걸어 가는 일이다. #3. 소박의 아름다움 내 앞에 높은 담이 있다 하여 멈출 것인가! 거센 바람이 분다 한들 멈출 것인가! 다소 버겁고 힘겹지만 산다는 것은 그냥 가는 것이다. 첫걸음을 내딛는 것, 작은 길로 접어든다는 것은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의미를 품은 것이다. #4. 웃음꽃 활짝 꽃샘바람과 더불어 아이들 발걸음이 활기차다. 꽃봉오리들이 활짝 터질 즈음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도 곳곳에서 꽃바람이 돼 흩날리면 좋겠다. 홍채원 사진작가
지난해 제13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실비 제르맹은 “문학은 인간의 복잡한 내면이나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문학작품은 만나본 적 없는 인물, 겪어보지 못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통로다. “문학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 한강 작가는 지난해 12월 초 스웨덴 한림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문학은 언제나 우리에게 여분의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아시아 최초’라는 영예만큼이나 국내 출판계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책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은 독자가 되는 계기가 됐고 인문‧사회과학 등 객관적이고 학술정보 위주의 비문학 책이 서점 상단을 차지하던 것에서 소설, 시집 등 문학작품 판매량이 늘면서 문학 장르로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역할을 했다. ‘오직 두 사람’, ‘검은꽃’ 등의 저자 김영하 작가는 과거 강연의 연사로 나서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소설을 읽을 때 독자들은 현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숨겨둔 주제를 찾아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곳으로 가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작가는 소설을 읽는 목적이 단순히 주제를 찾기 위함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저 ‘내가 이런 상황이 된다면?’ 하고 상상하고 여러 사람 입장에서 생생한 감정을 느끼는 간접 체험이 소설 읽기의 핵심이고 그렇게 주제는 자연스럽게 체화된다는 뜻이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지난해 말 2025년을 맞아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책: 기억할 책, 함께할 책’의 결과를 봐도 문학과 비문학의 선정 비율은 팽팽하다. 문학작가, 번역가, 출판인, 연구자, 활동가, 언론인 등 책과 관련된 추천인 106명을 대상으로 2000년대에 출간된 809권 중 최고의 책 10권 선정을 요청한 결과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26권의 책 중 절반이 소설, 시 등 순수문학 13권이 리스트에 올랐다. 21세기 최고의 책, ‘소년이 온다’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책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였다. 이 책을 선정한 19명 중 정여울 작가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트라우마는 인류 공통의 끈질긴 화두”라며 “21세기에도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1980년, 광주’라는 역사적 기억을 ‘지금 바로 여기’의 문제로 소환해 낸 걸작”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한강 작가의 작품은 ‘소년이 온다’ 외에도 ‘채식주의자’(공동 9위‧5명 추천), ‘작별하지 않는다’(공동 14위‧4명 추천) 등이 순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국내 작가의 소설 작품으로는 ‘파친코’(이민진 저‧공동 6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저‧공동 6위), ‘고래’(천명관 저‧공동 14위),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저‧공동 14위) 등이 다수의 선택을 받았으며 김혜순 작가의 ‘날개 환상통’(5위), 폴란드의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공동 14위) 등 두 편의 시집도 순위에 올랐다. 해외 문학작품으로는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스터전상, 캠벨상, 아시모프상, 세이운상, 라츠비츠상을 모두 석권하며 21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테트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5명의 추천을 받으며 순위에 올랐으며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마르얀 사트라피의 그래픽 노블 작품인 ‘페르세폴리스’도 선정됐다. 한편 교보문고는 지난 1월부터 ‘21세기 클래식 50’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6월까지는 소설 분야에서 매주 한 편씩 총 25권을 소개하고 나머지 50편의 테마와 선정 도서는 7월에 일괄 공개할 예정이다. 1월부터 소개된 소설 분야 도서는 ‘나의 눈부신 친구’(엘레나 페란테 저), ‘종이 동물원’(켄 리우 저), ‘노멀 피플’(샐리 루니 저), ‘레디 플레이어 원’(어니스트 클라인 저),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마쓰이에 마사시 저) 등이다. ‘21세기 최고의 책’‧‘21세기 클래식 50’ 속 문학 ‘소년이 온다’/한강 지음/창비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광주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담아냈다. 5·18 당시 중3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을 관리하는 일을 돕는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시신을 수습하면서 말 없는 주검들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시취를 풍기는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무자비한 국가의 폭력이 한순간에 무너뜨린 광주시민들의 일상과 생명들에 대한 억울함이 동호와 정대의 목소리로 대변된다. 한강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이 소설을 통과하지 않고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날개 환상통’/김혜순 지음/문학과지성사 김혜순 시인은 ‘시하는 시인’으로 불리며 스스로 ‘시학’이 된 시인이다. 등단 40년이 되던 2019년 발표한 이 시집은 총 5부로 나뉘어 있으며 72편의 시가 실렸다. 표제작 ‘날개 환상통’에서 ‘나’와 ‘새’는 애도의 권력을 가진 자들로부터 추방당한 채 ‘환상통’을 겪는 존재로 ‘나-새’가 화장실에서 은밀하게 수행하는 애도를 통해 권력을 저격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한편 김혜순 작가의 ‘날개 환상통’은 지난해 3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시 부문에서 한국 문학 최초로 수상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엘리 SF 작가 테드 창의 단편 모음집으로 2004년 초판 발행됐으며 2016년 재발매됐다. 총 8편이 수록돼 있으며 수록작 중 ‘네 인생의 이야기’는 드뇌 빌뇌브가 감독한 ‘컨택트’로 영화화돼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테드 창은 이 한 권의 책으로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스터전상, 캠벨상, 아시모프상, 세이운상, 라츠비츠상 등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모든 상을 석권했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마쓰이에 마사시/비채 교보문고가 소개한 ‘21세기 최고의 클래식 50’에 선정된 이 책은 인간을 격려하고 삶을 위해 건축하는 노건축가와 그를 존경하고 따르는 주인공 ‘나’의 아름다운 여름날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마쓰이에 마사시는 ‘제64회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서점 ‘기노쿠니야’의 서점원들이 선정하는 베스트셀러 차트에 올랐다. ‘나의 눈부신 친구’/엘레나 페란테/한길사 엘레나 페란테 작가의 ‘나폴리 4부작’의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는 이탈리아 나폴리의 폐허 속 자라난 두 여인의 우정을 담은 작품이다. 서로에게 가장 절친한 친구지만 외부 환경에 의해 좌절을 느끼는 릴라와 그런 릴라의 영특함에 열등감을 느끼는 레누의 우정과 삶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두 주인공을 통해 우정과 삶이 사회에 의해 변화된다는 것을 보여주며 역사적 사실에 사소한 진실성을 부여하는 두 주인공과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우리의 일상도 역사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방화수류정에서 용연으로 가려면 북암문을 통해 내려간다. 북암문 여장 모습이 아주 특이하다. 크고 둥근 모양이다. 둥근 모양이어서 원여장이라 칭한다. 동암문도 원여장이다. 여장이란 성 위에 쌓아 올린 ‘작은(女) 담(墻)’을 말한다. 병사가 적의 화살이나 총탄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시설이다. 화성에선 원성 여장 높이는 5척, 1타 길이는 20척을 기준으로 한다. 두 원여장을 보자. 높이는 북암문 원여장이 2.4m, 동암문이 2.2m다. 원성에 설치한 여장보다 원여장이 북암문은 90㎝, 동암문은 70㎝가 더 높다. 길이는 암문 규모에 맞춰 3.2m 전후다. 암문 여장은 왜 높을까. 이유를 살펴보자. 두 암문의 특징에서 찾아봐야 한다. 하나는 암문은 협축 방식의 성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암문 크기가 곡성 중 가장 작기 때문이다. 첫째, 암문은 협축 형식의 곡성이다. 화성은 모두 내탁 형식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문, 수문, 암문은 협축 형식이다. 협축이라는 구조 때문에 암문 위의 통로를 넓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넓게 하려면 암문 통로 위를 터널로 만들어야 하는데 당시에는 시공이 불가능했다. 이런 이유로 암문 위 통로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또 암문은 위급 시 문의 폐쇄가 원칙이다. 통로가 넓으면 돌을 내리 쏟아부어 단시간에 문을 폐쇄하는 데 불리하다. 메울 용적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래서 암문 위 여장 뒤가 좁을 수밖에 없다. 북암문 위 통로는 1.5m, 동암문은 1.8m로 매우 좁다. 이에 비해 암문 양옆 원성의 내탁부 통로는 폭이 8m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폭이다. 방어력은 내탁 공간 크기에 비례한다. 전투 시 많은 병사와 무기를 비축하고 이동도 원활하기 때문이다. 암문 위 좁은 통로에서 생기는 방어의 약점을 보완할 대안은 없을까. 당시 장인은 내탁이 좁은 대신 여장 높이를 늘리는 설계를 했다. 북암문은 여장 높이를 5척에서 8척으로 늘렸고 동암문은 5척에서 7척3촌으로 늘렸다. 각각 90㎝, 70㎝ 높인 것이다. 수평 공간의 불리함을 수직 공간으로 보완한 셈이다. 둘째, 암문은 화성에서 가장 작은 시설물이다. 규모가 겨우 1보 정도로 가장 작은 곡성이다. 규모는 작아도 기본 구조는 꼭 있어야 한다. 바닥, 문, 벽, 개판이 필수 구조다. 개판 위에는 흙을 덮고 벽돌을 깐다. 이 벽돌 윗면이 암문 위 통로 부분이다. 통로 아래 바닥 레벨에서 구조 높이를 더하면 암문 위 통로 바닥 레벨이 된다. 이것이 더 높일 수도, 더 낮출 수도 없는 암문 위 통로의 레벨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통로 바닥 레벨이 좌우 원성 내탁 레벨보다 높다. 북암문이 60㎝, 동암문이 40㎝ 높다. 그래서 북암문에는 좌우 내탁에서 두세 계단을 뒀고 동암문은 경사로로 처리했다. 병사가 좌우로 다니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좌우 통로는 문제가 해결됐으나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여장 높이다. 암문 위 통로에 병사가 서 있을 경우 상체 전부가 적에게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암문 위 바닥 레벨이 높기 때문에 그 위에 병사가 서면 당연히 여장 위로 병사가 노출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여장 기능 중 은폐 기능을 상실한다. 은폐 기능을 살리는 대안으로 여장의 높이를 늘려야 했다. 북암문에서 90㎝를 늘여 2.4m로, 동암문은 70㎝를 늘여 2.2m 높이의 여장을 만들었다. 바닥 레벨 차이가 60㎝, 40㎝인데 90㎝와 70㎝를 늘였다. 왜 30㎝를 더 높였을까. 오성지 때문이다. 나무 문짝 위에 설치하는 오성지를 암문 위에 설치했기 때문이다. 오성지 크기가 높이 1척, 즉 30㎝다. 30㎝만큼 높이를 더 추가했다. 정리하면 협축 구조여서 여장 뒤 바닥 공간이 작아져 취약해진 방어력을 보완하기 위해 여장 높이를 높인 것이다. 또 암문 위 바닥 레벨이 높아져 병사가 적에게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장 높이를 높인 것이다. 그렇다면 높이만 높여 사각 여장으로 하지 왜 둥근 여장으로 했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전략적 이유이다. 감시 범위의 확장이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필자는 같은 높이로 사각 여장과 원여장의 각각의 가시각을 계산해 비교해 봤다. 가시각이란 병사가 성 밖 적을 보는 범위 각도를 말한다. 가시각은 감시 범위와 같다. 여장 두께 85㎝, 인접한 비예와의 사이 간격은 맨 아래가 30㎝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맨 아래가 아닌 병사의 눈높이에서 계산해 봤다. 인접한 비예와의 간격은 사각 여장일 경우 30㎝, 원여장일 경우 70㎝의 공간이 생긴다. 비예는 수직이다. 병사가 성 밖을 보는 공간 폭에 차이가 생긴 이유는 원여장이 원 모양 곡선이므로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지기 때문이다. 가시각으로 계산하면 사각 여장일 경우 40도, 원여장일 경우 80도로 계산된다. 병사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같은 높이인데 사각형을 원형으로 바꾸니 가시각이 2배가 됐다. 둥근 형태가 2배의 확장 효과를 얻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열린 공간이 넓어지는 원형 곡선의 특성을 이용한 설계다. 지혜로운 설계다. 비좁은 통로 때문에 병사를 많이 배치하지 못하지만 감시 범위를 넓혀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대안이다. 둘째, 인문적 이유다. 원여장에는 정조의 백성 사랑이 숨어 있다. 백성이 ‘찾기 쉽고’, ‘보기 좋게’ 하기 위해서다. 화성 암문은 평시에 성 밖 백성이 쉽게 사용하라고 만든 문이다. 주로 공업과 상업에 종사하는 하층 백성이다. 상공업을 중시한 정조는 하층 상공인의 자부심을 높여 주려 고급 자재인 벽돌을 사용했고 크고 둥근 원여장을 설치한 것이다. 그리고 성 밖 마을에서 성안으로 드나드는 최단 거리 지점에 암문을 설치했다. 정조의 백성 사랑은 실천이었다. 정리하면 암문의 태생적 구조에서 오는 약화된 방어력을 보완하기 위해 여장 높이를 높였다. 함께 사각형에서 원형으로 바꿔 감시 범위를 2배로 늘렸다. 오늘은 암문 원여장 설계에서 ‘형태는 기능을 지배한다’는 건축 격언의 실체를 엿봤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전문가
위례신도시는 경기 하남시와 성남시, 서울 송파구 등 3개 행정구역이 맞닿아 조성된 신도시다. 각 지자체의 특성을 갖고 함께 발전하고 있는 위례신도시엔 3개의 ‘위례도서관’이 있다. 성남시와 서울 송파구의 위례도서관이 행정복지센터의 일부 층을 활용한 복합도서관인 것에 비해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지상 3개 행정구역을 아우르는 층의 독립건물로 2021년 6월 28일 개관했다. 하남시 외에도 ‘위례 주민’ 누구나 정회원 올해로 개관 4년 차에 접어든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연면적 2천218.45㎡, 지상 3층 규모로 위례신도시 중간 지점인 근린5호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고 확대되던 시기에 한창 건립됐다. 개관식 여부도 불투명했지만 일부 대면과 유튜브 방송을 병행해 개관식을 진행해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예술특화도서관으로 ‘섬머타임 재즈(Summertime Jazz)’ 음악회 등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부대 행사를 마련하는 등 하남시민이 하남시위례도서관을 각인했다는 평이다. 도서관 통창에 담아낸 자연 경관으로 한국생태환경건축학회 주최 ‘대한민국 생태환경 건축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는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인근 남한산성공원의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름다운 도서관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신도시로 많은 것이 갖춰져 있는 위례지역이지만 근방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과 영화관 외에 문화예술을 즐길 만한 마땅한 공연장이 없었다.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예술특화 주제의 공연을 자주 개최하고 시민들의 문화 욕구를 해소하는 데도 역할을 하고 있다.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위례신도시가 하남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원도심이나 미사신도시에 비해 문화 인프라가 부족해 자칫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이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 위례지구 조성 초기부터 도서관 건립은 시급한 과제였다.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시민들의 독서 생활화와 문화를 체득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최고의 공간을 마련한다는 확실한 목적을 갖고 건립됐다. 세 지자체가 인접해있는 지역의 도서관인 만큼 자칫 해당 지역 시민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에 따라 균형감을 잃을 수 있으나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시 조례에 근거한 다자녀가정 도서 확대 대출 혜택 외에는 없다. 모든 시민을 똑같이 대하고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시설을 차별 없이 제공하고 있다. 이런 배경엔 2017년 위례지구 조성 당시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서울시, 경기도, 송파구, 하남시가 한자리에 모여 ‘위례신도시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한 업무협약’이 체결됐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위례 주민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지자체 상관없이 공동 협력하기로 약속하고 이에 하남시위례도서관도 자료 이용 규정을 개정해 송파구 및 성남시 소속 위례 주민들도 하남시위례도서관의 정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독서문화 복지기관으로 정체성 확장 하남시위례도서관은 5만9천119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일반도서와 아동도서 외에 영어 원서와 저시력인들을 위한 큰 글자 도서 등을 구비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가 많은 위례지역 특성상 어린이 도서 소장 비율을 일반 도서의 45% 정도 배정했으며 대출량이 하루 평균 1천200권이 넘을 정도로 이용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어린이실 및 유아실, 종합자료실 외에도 가장 위층인 3층에는 H라운지가 마련돼 있다. 하남(Hanam), 히브리어로 ‘토론’을 뜻하는 유대인의 교육법 하브루타(Havruta), 우연한 소통의 장(Happening Stage) 등을 모티브로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학습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의 예술적 소양을 키우고 지역 예술작가로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주제의 예술특화 프로그램을 기획해 ‘아트 인 위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민화, 캘리그래피, 사진, 드로잉에세이, 그림자연극 등 총 5개의 다양한 예술주제로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지역주민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제공하고자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강생들의 작품을 도서관 3층 아트월에 전시했다. 특히 ‘아트 인 위례’ 프로그램 중 ‘위례사진관, 스마트폰으로 위례를 담다’는 지역주민들이 위례도서관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하남시에 대한 애정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다. 사진 기술만 습득하는 평범한 강의가 되지 않기 위해 강사 선정부터 커리큘럼까지 신중하게 접근했고 그 결과 수강생 대부분 사진에 대한 인문학적 관점과 접근법, 새로운 시각을 배우게 됐다고 평가했으며 각자 본인이 바라본 위례를 사진으로 담아 보내 주기도 했다.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시 유일의 예술특화 공공도서관으로서 지난해부터 일반인 대상 자료실인 2층을 제외한 1, 3층 공간에 클래식 음악을 상시 송출하고 있다. 1층의 어린이자료실과 통합안내데스크는 워낙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공간인 데다 3층 H라운지도 열린 공간으로 운영되다 보니 음악 송출 서비스는 오히려 기존의 소음을 백색소음으로 상쇄하는 효과를 가져다 줬고 음악으로 인해 도서관 공간 자체가 좀 더 편안해졌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하남시위례도서관 관계자는 “우리 도서관이 문화독서 복지기관으로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전에 비해 폭 넓은 서비스로 다양한 부분을 충족시키지만 무엇보다 복지 분야까지 아우르게 됐다는 것. 관계자는 “이전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도서관은 책을 열람하거나 대출해 이용하고 개인 공부를 하며 독서 관련 문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주된 이용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물리적인 도서관 건물, 즉 공간 자체를 누리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며 “책이 좋아 방문하는 아이부터 각자의 목적에 따라 도서관을 찾는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객들에게 도서관이 독서 외의 복지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정체성이 확장됐다”고 말했다. 하남시위례도서관 주소 : 하남시 위례대로 230 위례도서관 운영시간 : 종합자료실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 주말: 오전 9시~오후 6시 휴관일 : 매주 목요일, 법정공휴일
40대 후반의 직장인 김대영씨는 요즘 무릎이 예전같지 않다는 생각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씨는 “어느 순간부터 계단을 오를 때마다 무릎이 아파 더 이상 가파른 길은 피하게 되고 밤에 자려고 누우면 무릎이 뻣뻣하고, 걷기만 해도 무리가 오는 느낌이 든다”고 호소했다. 무릎관절염(관절염)은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나이가 들수록 더 흔해지는 질병이지만 최근에는 격한 운동과 활동을 즐기는 젊은 층에서도 관절염을 앓는 사례가 늘고 있어 예방과 치료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씨처럼 관절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일상에서 찾아오는 통증인데 무릎이 아프고 활동 후에는 통증이 심해지기는 경우도 있다. 또한 무릎에 부종이나 열감이 동반될 수 있고 무릎을 구부리거나 펴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릎이 강직해지고 관절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소리가 나는 증상도 발생한다. 관절염은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인데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지지만 무릎에 무리가 가는 생활습관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체중이 과도하게 나가면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이 그만큼 큰데 김 씨의 경우도 과체중이 문제였다. 부상 역시 관절염의 큰 원인 중 하나다. 스포츠나 일상적인 사고로 무릎에 충격이 가해지면 그 영향이 오래도록 남아 관절염을 일으킬 수 있다. 무리한 운동이나 과도한 반복적인 동작도 문제고 직장인이나 장시간 서서 일하는 사람들도 무릎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주게 돼 관절염이 유발될 수 있다. 일단 통증이 느껴지면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무릎관절염은 X-ray나 MRI 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어 무릎의 상태를 확인하고 연골 손상 정도를 파악한 후에야 적절한 치료 방법이 결정된다. 처음에는 약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진통제나 항염증제가 통증을 줄여주고 관절 내 주사로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으며,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무릎의 기능을 유지하고 근육을 강화해 관절에 부담을 덜어준다. 체중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관절염 예방에 좋은 방법으로는 생활습관 개선이지만 체중 관리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체중은 무릎에 부담을 줘 관절염을 악화 시키는 요인이며, 유산소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통해 무릎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 걷기나 수영, 자전거 타기는 무릎에 부담을 덜 주는 좋은 운동으로 꼽히고 무릎에 과도한 충격을 주지 않도록 발에 맞는 적절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도 무릎 건강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다. 박형준 고려대 안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많은 관절염 환자들이 실제 체중을 줄인 후 통증 경감을 체감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보존적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하면 관절염 상태 및 하지 축 정렬을 평가 후 연골 재생이나 근위 경골 절골술, 심한 경우 인공관절 수술까지 고려할 수 있지만 상당수의 경우 약물과 물리치료를 통해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절염은 예방과 관리가 중요한 질환으로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무엇보다 체중을 관리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무릎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관절염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며 “무릎에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낀다면 바로 전문가와 상담하고 적절한 치료 및 관리에 돌입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