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경기도한의사회 학술이사·광교경옥당한의원 대표원장
요즘 ‘난임(難妊)’은 더 이상 특별한 몇몇 부부만의 고민이 아니다. 환경적, 사회적 요인으로 임신 시기가 늦어지면서 난임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의학은 호르몬 요법, 인공수정, 체외수정 등 다양한 치료법을 발전시켜 왔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치료 과정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한의학적 치료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한의학적 치료가 여성의 신체 밸런스, 자궁 내막 환경, 체내 염증 및 스트레스 조절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 연구 사례를 통해 한의학적 난임 치료의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 침 치료와 난임: 보조요법 이상의 가치?
체외수정 과정을 진행할 때 침 치료를 함께 받는 환자들의 임신 성공률이 더 높다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Manheimer et al.(2008)은 BMJ(British Medical Journal)에 발표한 메타 분석에서 체외수정 직전·직후 침 치료를 병행했을 때 임신 성공률이 기존 32%에서 39%로 향상됐다고 밝혔다. Smith et al.(2019)이 Fertility and Sterility에 게재한 연구에서도 침 치료가 생존 출산율을 6%포인트 정도 증가시켰음을 확인했다.
한편 Huang et al.(2017)은 Reproductive BioMedicine Online에 발표한 연구에서 침 치료가 자궁 내막 두께와 혈류 개선에 기여함을 무작위 대조시험으로 증명했다. 자궁 내막이 착상에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연구 결과는 난임 치료에 있어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 한약 치료와 난임: 체질-호르몬 균형의 관점
한의학에서는 여성 난임을 기혈 부족, 습담, 간울 등의 요인으로 설명하며 전신적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적 개념을 호르몬 균형, 면역 조절, 자궁 내막 및 난소 기능과 연결 짓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Zhang et al.(2016)이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으로 배란 장애를 겪는 여성에게 보혈(補血)·보신(補腎) 계열 한약을 3개월 이상 투여했을 때 배란률이 28%에서 42%로, 임신 성공률이 15%에서 24%로 높아진 것으로 보고됐다.
또 만성 골반염이나 자궁내막염 등 염증성 질환으로 착상이 어려운 경우 Liu et al.(2020)이 Complementary Therapies in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거어(祛瘀)·청열해독(淸熱解毒) 계열 한약이 염증성 지표를 낮추고 착상 성공률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음을 밝혔다.
이처럼 ‘몸의 기본기를 다져 착상이 잘되도록 돕는 것’이 한약 치료의 핵심이며 난소 기능 저하, 자궁 환경 악화 등 다양한 원인에 따른 맞춤형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