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는 위탁부모 101명을 대상으로 한 ‘일반위탁(친인척 외)부모 보수교육 및 자조모임’을 성료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달 27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진행된 이번 행사는 가정위탁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위탁부모의 아동 양육에 도움을 주고자 마련됐다. 가정위탁 제도는 부모의 질병·가출·이혼·수감·학대·사망 등의 사유로 아동을 돌보지 못할 경우 보호가 필요한 18세 미만 아동을 희망 가정에 일정 기간 위탁해 안전하게 양육하게 돕는다. 위탁부모는 반드시 매년 5시간 이상의 보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올해 일반위탁(친인척 외) 보수교육 및 자조모임은 6개의 권역으로 나눠 부천, 안산, 군포, 양평, 수원, 용인에서 열렸다. 심리적 작동 원리 이해, 위탁부모 상호 지원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양육기술 및 경험 나누기를 주제로 진행했다. 보수교육 통해 위탁부모들은 “지지 및 격려하고 양육에 활용할 수 있는 강점을 알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나만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힘든지 알았지만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위안이 되었다”고 말했다. 조현웅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은 “가정은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소중한 공간이다. 가정위탁보호사업을 통해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울타리를 제공하고, 이에 함께해주실 위탁부모님을 모집하고자 한다”며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사랑을 나눠주실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겠다”고 전했다.
“작은 것도 가족처럼 나누는 한국 사람들이 좋다”고 말한 자신의 삶이 곧 나눔이었다. 고향에서 9천㎞ 떨어진 한국에 그는 온전한 사랑과 헌신을 나누고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한국의 가장 낮은 곳에서 소외된 이들과 함께한 프랑스 국적의 노에미 데레사 수녀가 지난 14일 선종했다. 향년 98세. 프랑스 상파뉴가 고향인 노에미 수녀는 종신서원을 한 이듬해인 1957년 3월 29일, 서른 살의 나이로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한국에서 선교사 활동을 한 외증조부에게 한국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터라 그의 마음 속엔 늘 한국이 자리하고 있었다. 발걸음은 곧장 가장 낮은 곳으로 향했다. 한센병 환자들이 정착해 있던 경상북도 칠곡군에서 환자들의 거즈 등을 빨며 이들을 돌보는 일을 시작했다. 이후 노동자들과 생활하면서 수도생활에 임했다. 대구의 안경공장과 양말공장, 서울 청량리의 한약상 등에서 일하며 가난한 노동자들과 아픔을 함께 나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 사회 곳곳을 돌며 봉사와 희생을 몸소 실천해 온 그는 심장병 치료를 위해 2008년부턴 수원시 장안구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평화의 모후원’에서 요양하며 지역 노인들과 함께했다. 지난 2017년엔 노에미 수녀의 헌신과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기리고자 수원시와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주관으로 헌정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의 그림은 색연필과 크레파스의 소박한 재료로 자연과 사람, 마을을 담아냈다. 그는 전시회가 열렸던 당시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림 속 모습처럼 우리 한국 사람들이 작은 것도 가족처럼 나누는 삶을 계속 살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전시회를 개최했던 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은 “수녀님의 그림에선 한국의 전통과 정서가 묻어날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셨다. 이름 없는 강인한 들꽃으로 살다가셨다”고 말했다. 고령으로 더 이상 사도직 현장에서 일하기 어려운 나이가 되어 고국에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수녀는 한국에 남는 길을 택했다.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과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이었다는 믿음에서다. 수녀의 선종에 지역사회와 프랑스 대사관 등에서는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이날 오전 누리집 등을 통해 “재한 프랑스인 공동체 원로 노에미 뒤셴 수녀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1957년 3월 처음 한국에 도착했던 노에미 수녀는 향년 98세로 선종하셨다”라고 전했다. 수원시장 재임 시절 노에미 수녀의 사연을 접하고 요양원을 찾아가 직접 감사의 뜻을 표하고 헌정 전시회를 추진했던 염태영 국회의원은 고인이 모셔진 평화의 모후원 영안실의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그는 이어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수원시장 시절, 수녀님이 키가 커서 맞는 휠체어가 없어 힘들어 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휠체어를 맞춤형으로 제작해 드렸더니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다. 프랑스 본국의 조카 분들이 병약해지신 수녀님을 기꺼이 모시겠다고 해도 여기가 고향이라며 한사코 마다해 하셨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평생 낮은 이들을 위해 헌신해 온 그의 빈소는 평화의 모후원 영안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 그의 삶처럼 소박하고 검소하게 차려졌다. 그는 자신의 육체를 서울 성모병원에 기증하며 떠나는 순간까지 나눔과 사랑을 다한다. 16일 오전 평화의 모후원 수녀들과 함께 마지막 작별인사를 한 뒤 고인의 시신은 서울 성모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내가 좋아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좋아서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 유명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본인 에세이에 적은 글이다. 그는 긴 시간 동안 집중하기 위해, 그리고 작가로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심신을 단련하고자 꾸준히 달리기를 했고 에세이를 집필하기까지 총25회 이상의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고 한다. ■ 생맥산, 작약감초탕…마라톤 러너들을 위한 응원 이번 경기마라톤대회에 참여하는 모든 러너는 여러 이유로 달리기를 시작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위해,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그리고 또 누군가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시작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러너는 달리기가 좋아서, 그저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한다는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기록 단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러너들을 위해 경기도한의사회에서 기록 단축, 빠른 회복을 돕기 위한 두 가지 한약을 준비했다. 먼저 달리기 전에 복용해 기록 단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생맥산’이다. 생맥산은 운동 지속시간을 연장하고 심박수를 저하시키며 근육 내 글리코겐 함량 증가 및 LDH 활성도 감소에 효과적이어서 마라톤 시 기록 단축 및 운동능력 상승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여러 논문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러시아 의학원 산하 방력연구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생맥산을 투약한 러시아 조정 선수단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예상치 않은 금메달을 따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우리나라 축구 국가 대표팀 공식 음료로 생맥산이 활용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으며 평창 겨울올림픽 공식 음료로 선정됐다는 기사도 있다. 두 번째는 마라톤 도중 또는 이후 손상된 근육 에너지를 보강하고 회복을 돕는 ‘작약감초탕’이다. 근육 경련, 근육통, 근육 손실 완화에 뛰어난 효과가 검증된 작약감초탕은 쥐가 나는 것을 방지하고 빠른 회복을 도와 다음 날 일상생활 복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한약 복용하고 도핑 또는 부작용이 걱정된다? 한약의 전문가인 경기도한의사회 한의사들이 처방한 생맥산과 작약감초탕은 도핑에서 당연히 안전할 뿐 아니라 부작용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서울대와 단국대 연구팀이 67만2천41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의의료기관을 통한 한약 처방이 ‘약물 유발 간손상’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관련 연구 결과를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바 있다.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한 학술논문을 통해 한약이 간에 안전하고 나아가 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됐고 지금까지 한약은 간에 나쁘다며 근거 없이 국민을 호도하던 일부 양의계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악의적인 거짓말이라는 것을 명명백백히 밝혀 준 값진 결과다. 싱그러운 봄 향기와 넘치는 에너지로 함께할 경기마라톤대회에서 ‘내 인생 최고 기록 달성’ 및 즐거운 달리기를 위한 경기도한의사회의 도움을 꼭 경험해 보시기 바란다.
금강산의 일만 이천 봉우리와 그 사이 사이에 자리한 명소를 실감나게 표현한 진경산수화.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듯 금강산의 절경이 거대한 원 안에 들어와 있다. 뾰족한 암산과 나무숲이 우거진 토산이 어우러진 금강산의 특징을 오로지 점과 선만으로 표현했다. 자신의 발로 수십 번 금강산을 드나들고 그것을 마음에 담아 그린 ‘금강전도’는 진경산수화가 지닌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겸재 정선의 대표작이다. 용인 호암미술관은 조선 회화의 거장 겸재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겸재 정선’전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 내년 정선 탄생 35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번 전시는 간송미술관을 비롯한 18개 기관과 개인 소장품을 더해 총 165점(국보 2건, 보물 7건 57점, 부산시유형문화재 1건)을 펼쳐보인다. 특히 국보·보물로 지정된 정선의 지정 작품 12건(국보 2건, 보물 10건) 중 8건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의미가 크다. 이번 전시는 정선의 대표작인 진경산수화뿐 아니라 사대부의 정취를 보여주는 관념산수화, 옛 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고사인물화, 화조영모화, 초충도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성취한 정선의 예술 세계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정선이 살았던 시대와 조선 후기 회화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시는 2부로 구성됐다. 1부 ‘진경에 거닐다’에서는 정선을 대표하는 진경산수화의 흐름과 의미를 조명한다. 정선은 1711년 첫 금강산 여행 후 수차례 더 방문하면서 금강산과 관동 일대의 다양한 명승지를 화폭에 남겼는데, 1부에서는 정선이 다양하게 변주한 금강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국보 ‘금강전도’와 함께 나란히 걸린 국보 ‘인왕제색도’를 만날 수 있다. 정선이 76세 때 그린 이 작품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붓의 힘이 느껴지는 힘찬 필력과 완벽한 구도를 갖는다. 작품 상단의 산은 연한 묵을 계속 쌓아올리는 정묵 기법을 사용해 입체감을 더했고, 하단엔 자욱한 안개를 배치해 인왕산의 절경을 담았다. 정선은 북악산 자락인 유란동에서 나고 자라 서울과 근교에서 평생을 살았다. 이에 1부에서는 정선이 한양 일대를 그린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정선의 한양 진경은 그가 살던 북악산과 인왕산 일대, 한강 일대와 서울 서쪽지역을 묘사한 작품들로 나뉜다. 이외에도 개성, 포항 등 다양한 지역의 명승지를 통해 정선 진경산수화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의 2부 ‘문인화가의 이상’에서는 문인화, 화조화 등 정선이 그린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을 한데 모았다. 정선은 명문가의 후손이었지만, 증조부 이후 벼슬길에 나가지 못하며 한미한 가문으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정선은 가문에 대한 자부심과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존경 받던 대학자 퇴계 이황과 이어져 있는 집안임을 화첩을 통해 드러냈고, 집안에 앉아 독서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림에 남겨 문인 사대부로서의 자기 자신을 표현하기도 했다. 전시에선 퇴계이황의 도산서원을 그린 ‘계상정거’, 책을 읽고 있는 선비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 ‘인곡유거(경교명승첩)’ 등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정선은 다람쥐, 쥐, 개구리, 풀벌레 등을 그려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남겼다. 자세한 관찰로 털 하나까지 매우 세밀하게 묘사하면서도 화면 전체에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넣었다. 전시에선 개구리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한 ‘요화하마도’, 소나무를 통해 강인함과 조선의 안위를 염원한 ‘사직송’ 등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의 협력을 통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정선’에 관한 대규모 전시가 이뤄졌다”며 “이번 전시는 마치 장대한 금강산을 한 폭에 남아내듯 정선의 예술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29일까지.
어류가 동맥경화 유발 요인 중 하나인 트리메틸아민 N-옥사이드(Trimethylamine N-oxide, 이하 TMAO) 수치를 높일 수 있어 식습관 개선을 통한 조절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13일 대한생활습관병학회(회장 오한진)의 제16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김기덕 대전선병원 센터장은 ‘동맥경화의 주범 TMAO를 낮추기 위한 전략’ 강의를 통해 이를 강조했다. TMAO는 육류 등에 함유된 성분이 장내 미생물에 의해 변환된 후 간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증가한다. 김 센터장은 “많은 사람들이 고기 대신 생선을 건강식으로 선택하지만, 실제로 어류가 TMAO 수치를 가장 많이 높이는 식품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특히 심해어류는 단백질 구조 유지를 위해 TMAO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심해어류를 자주 과량으로 섭취하는 사람들의 TMAO 수치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TMAO 수치를 측정해볼 필요가 있는 경우를 제시했다. ▲기존 심뇌혈관질환자 중 위험요인을 조절했음에도 재발하거나 동맥경화가 악화되는 경우 ▲흡연하지 않고 고지혈증이 없음에도 경동맥 협착이 발생한 경우 ▲육류나 어류 섭취량이 많은 경우 ▲심뇌혈관질환 위험군이면서 방귀 냄새가 심한 경우 등이다. 김 센터장은 “특정 장내미생물(데설포비브리오, 클로스트리디움 등)이 콜린이나 카르니틴을 TMA로 분해하며 악취 가스를 만드는 특성이 있어 냄새도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MAO 수치를 효과적으로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도 제시됐다. ▲혈중 수치 확인 후 어류 섭취량 조절 ▲유산균 및 혼합형 프리바이오틱스 섭취 ▲락토페린, 카테킨, 레스베라트롤 등 복합 영양소 활용 ▲고용량 카르니틴·레시틴 함유 영양제 주의 등이다.
이윤숙 작가 생명의 소리-ON & OFF’展 차디찬 보통리저수지의 겨울밤을 걷고 또 걸었다. 걸으며 만난 겨울나무들은 앙상하고 메말랐다. 멈춰 있으나 멈춰 있지 않았다. 거센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강한 생명력을 품고 모진 추위를 꿋꿋하게 견뎌내고 있었다. 봄을 맞이하기 위해, 새로운 생명을 품기 위해 거대한 에너지를 끌어모으며 견디고 또 버텼다. 이윤숙 작가는 지난겨울, 이 겨울나무들을 만나며 생명의 소리와 생명의 위대함, 숭고함을 느꼈다. 그 자신도 건강상의 이유로 걷고 또 걸었기에 삶에 대한 절실함과 생명에 대한 강력한 열망이 솟구치던 시기였다. 그동안 조각으로 ‘자연과 인간의 하나 되기’를 구현했다면 이번엔 드로잉과 설치작업으로 이를 옮겼다. “작가 경력 40년의 생활이 새롭다고 느껴질 만큼 특별한 경험이자 예술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예술임을 다시 한 번 실천했던 시기”의 작품들이다. 수원특례시 팔달구 정조로 예술공간 아름과 실험공간 UZ에서 지난 5일 개막한 이윤숙 조각가의 초대전 ‘생명의 소리-ON & OFF’에선 겨울을 버티며 지내온 나무, 사람, 작가, 나아가 우리를 만나게 된다. 그동안 이 작가는 ‘대지와 밀착된 생을 위하여’, ‘자유에 대한 희구’, ‘인간의 모태-우주, 공간, 침묵에 대하여’ 등 1985년 첫 개인전 이후 40년간 ‘자연, 인간 하나 되기’, ‘예술가에게 있어 삶은 곧 예술’이라는 신념을 실천해왔다. 지난겨울은 특히 남달랐다. “저 역시 지난겨울 삶 속에서 훈련하듯 작업을 하고 삶을 이어왔어요. 추운 겨울, 차가운 공기 속 생명을 품은 채 흔들리는 나무가 생생하게 보였죠. 나무가 주제이지만 결국 우리 사람이 그렇다는 걸 말하고 싶었고, 생명의 강인함, 생명과 죽음의 순환을 말하고 싶었어요.” 나무에서 사람을 엿봤고 연결된 저수지를 둘러싼 나무에서 하나의 지구를 봤다. 나무와 인간, 생명체의 연결이었다. 전시는 살아있는 생명을 표현한 ‘생명나무’(2층)와 죽음을 이야기하는 ‘서성이는 영혼’(지하)으로 나뉜다. 보통리저수지를 매일 산책하며 마주한 겨울나무들의 생명력을 표현한 ‘생명나무’ 드로잉에선 삶의 강인함과 생명체의 연결성을, 죽음을 이야기하는 ‘서성이는 영혼’에선 지난 폭설에 찢긴 단풍나무와 소나무 옹이 설치 퍼포먼스를 통해 생명과 죽음의 주제를 탐구한다. 모진 추위를 견디며 꿋꿋하게 서 있는 생명나무들은 힘든 시기를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상징한다. 가로등불에 비친 나무와 대지는 푸른 배경 속 금빛과 은빛으로 비쳐 단조로우면서도 강인하다. 쓰고 버려진 상자와 종이를 활용해 드로잉한 작가의 작업은 자연과 하나 되기를 실천하는 예술가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생명의 죽음을 말하는 ‘서성이는 영혼’은 난개발, 재난, 전쟁, 사건, 사고로 생명을 다한 자연과 인간, 상처받은 모든 영혼들을 위한 퍼포먼스 의식으로 이어진다. 생명을 다한 나무들은 작가의 손을 거쳐 새로운 생명체처럼 기묘한 기운을 품고 전시공간을 서성이듯 배치됐다. 설치작업에 사용된 단풍나무, 소나무 옹이들은 이 작가가 직접 묘목을 심고 오랜 기간 정성을 쏟으며 키워 왔던 나무들로 김영은 작가의 영상작업이 더해져 특별한 성찰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관람객들이 작품 사이사이를 돌며 옹이에 채색해 ‘서성이는 영혼’ 주변에 걸거나 놓아줌으로써 전시의 막이 내릴 때 비로소 완성된다. 전시는 오는 17일까지.
“경기아트센터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기도 전역을 아우르는 문화예술 생태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지난달 14일 취임한 김상회 경기아트센터 사장이 ‘글로벌 G-아트’ 브랜드 구축, 경기도예술단의 경쟁력 강화 등 경기아트센터의 핵심 과제와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에 대해 밝혔다. 김 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지역 언론 간담회에서 “경기아트센터만의 정체성과 비전을 담은 대표 브랜드 ‘글로벌 G-아트’를 구축할 것”이라며 “공공예술기관으로서 경기아트센터의 역할을 확장해 경기도의 우수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전국과 세계로 확산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사장이 구상하는 ‘G-아트’는 도내 우수한 지역 공연을 유통하는 ‘G-아트페어’와 지역 예술가들을 조명하고 격려하는 ‘G-아트 어워즈’로 나뉜다. 더불어 도민이 참여하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 박람회 등 다양한 형식의 대표 콘텐츠를 단계적으로 기획·실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듯 김 사장이 꼽은 경기아트센터의 핵심 과제는 ‘정체성 강화’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경기도예술단의 ‘시그니처 콘텐츠’를 만들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사장은 “경기아트센터가 보유한 핵심 자산 중 하나는 경기도예술단”이라며 “예술단별로 특성화된 콘텐츠를 제작해 고유성을 살리고 예술단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경기아트센터는 경기 남·북부의 문화 불균형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31개 시·군 관계기관 및 민간단체와의 문화 거버넌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지역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문화예술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김 사장은 “경기아트센터가 광역 문화 예술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해 예술과 행정, 공공성과 창의성의 균형을 이뤄내는 공공기관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경기도의 광역성과 다양한 지역 특성을 고려해 지역 공공 유휴 공간 등을 활용한 ‘상설 공연’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100~200명의 소규모 공연 중에서도 특히 아동·청소년을 위한 작품들에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 공연예술의 외연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아트센터는 직장내 괴롭힘, 소통 부족, 직원들의 낮은 만족도 등 구조적인 문제들을 겪어왔다. 이에 김 사장은 취임 직후 ‘조직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직 전반에 대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능력주의에 기반한 공정한 인사 시스템, 열린 소통 문화,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 관행을 타파하고, 공정한 포상과 승진 기회를 부여하며 평가와 보상 체계를 투명하게 정비하겠다. 직원들에게 전문 교육 비용도 지원해 실질적인 복지와 성장 기반을 함께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 내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다양한 사업을 펼쳐 경기아트센터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도민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문화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경기문화재단이 경기도 예술인의 안정적인 창작활동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25년 경기예술지원’ 2차 공모에 나선다. 이번 공모는 진입장벽이 높은 1차 공모의 문턱을 낮춰 청년, 신진, 원로, 창작공간 등 다양한 대상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공모는 ▲청년예술인 자립준비금 지원 ▲경기예술 생애 첫 지원 ▲원로 예술활동 지원 ▲창작공간 임차료 지원 총 4개 부문으로 이뤄진다. ‘청년예술인 자립준비금 지원’은 만 19세 이상 만 39세 이하 청년 예술인 200명에게 개인별 300만원의 창작 및 자립 활동을 위한 준비금을 지원한다. ‘경기예술 생애 첫 지원’은 공모지원 사업에 처음 발을 내딛는 문학, 시각예술, 공연예술 분야의 예술인의 창작 및 발표 활동을 돕는다. 다만 경기문화재단을 비롯한 국가, 지방자치단체와 그 산하기관에서 주관하는 기초예술 분야의 창작·발표활동 공모 지원 사업에 선정 이력이 없는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하다. ‘원로 예술활동 지원’은 문학, 시각예술, 공연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만 65세 이상 원로 예술인의 창작·발표 활동을 지원한다. 문학과 시각예술 분야의 신청 자격은 개인만 가능하며, 공연예술 분야는 개인뿐 아니라 출연자의 최소 50% 이상이 만 65세 이상의 원로 예술인으로 구성된 단체도 신청할 수 있다. ‘창작공간 임차료 지원’은 예술 활동의 기반이 되는 창작공간의 임차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예술인과 예술단체의 자립을 위한 창작공간의 월 임차료를 최대 300만원까지 제공한다. 공모는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을 통해 14일부터 오는 25일 오후 4시까지 신청할 수 있으며,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단의 심의를 거쳐 다음달 26일 선정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공모는 경기도에 주소를 둔 예술인과 예술단체만 신청할 수 있고, ‘청년예술인 자립준비금 지원’ 외 분야에는 중복 신청할 수 없다. 자세한 사항은 경기문화재단 누리집에서 활인할 수 있다.
경기학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아갈 길을 그리며 경기지역의 문제를 연구할 수 있는 관심과 협력을 더욱 모으자고 다짐했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수원 111cm 다목적실1에서 열린 ‘경기학회 10주년 기념회’는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그리다’를 주제로 경기학회가 걸어온 발자국을 되짚고, 앞으로 새로운 10년을 위한 과제를 모색했다. 또 학회가 이날 발간한 경기학총서를 공유하며 의미를 되짚었다. 지난 2015년 4월 10일 창립한 경기학회는 경기도의 뿌리와 정체성, 경기 지역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통합 학문 관점에서 연구해 경기학을 정립하고 지역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시작됐다. 행사는 김형돈 성공회대 연구교수의 사회로 1부 기념토론회와 2부 출판기념회가 진행됐다. 자리엔 김성하 경기학회장과 강진갑 경기학회 1·2대 회장, 이정훈 경기학회 출판위원장(3·4대 회장), 윤유석 경기학회 부회장 등 학회 관계자 뿐만 아니라 홍원의 안성시 학예사, 윤신희 고양연구원 실장, 김갑곤 경기만포럼 사무국장, 오재호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서희정 역사연구가 등 경기총서를 발간하는 데 함께하거나 경기학회 10년의 역사를 만드는데 힘을 보탠 이들이 함께 해 의미를 더했다. 강진갑 초대회장은 ‘경기학회 창립과 그 발자취’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경기지역은 수도권이기에 지방이면서 중앙이라는 독특한 지역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어 경기학회는 경기도뿐만 아니라 한국의 중요한 학술 연구단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학회가 이룬 성과는 경기학인 모두가 함께 이룬 성과인 만큼 큰 의미가 있다. 또 지금까지의 연구가 경기도민의 실생활과 얼마나 직결됐는지는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면서 “경기지역 연구는 한국의 여러 문제와 직결돼 있는 만큼 앞으로 경기학회는 더욱 활성화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성하 경기학회장은 앞으로 학회가 걸어갈 다양한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김 회장은 취임 이후 ▲학회법인화 ▲홈페이지 신규 개설 ▲학회 명의의 연구용역과 학술행사 개최 등 수익사업 기반 마련 ▲출판사 신고 ▲오는 8월 31일 경기지역학연구 1호 발간(전자출판) ▲정기 학술대회 개최 ▲전국 지역학 네트워크 구성 등을 추진하며 학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역할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김 회장은 “오는 2027년엔 경기지역학 포럼을 창립할 예정이다. 경기학회는 일반 학회와 달리 대학교를 중심으로 회원이 구성된 게 아니기에 경기학회의 지속성을 위해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미래의 도전과제를 함께 고민해 나가자”라고 밝혔다. 2부 출판기념회에서는 경기학회가 발간한 경기학총서에 대한 소개와 집필자들의 소감 발표 등이 이어졌다. 경기학회는 지난 2022년 3월 발간한 경기학총서 ‘경기만의 어제와 오늘’을 시작으로 2023년부터 총 10권의 경기학총서 시리즈 발간 준비 작업을 추진해왔다. 이날 ‘경기북부의 역사와 지역성’, ‘함께 사는 경기도의 외국인 주민’이 발간돼 총 3권을 출판했으며 나머지 7권은 집필 및 편집이 진행 중이다. 이정훈 경기학회 출판위원장은 “경기학회가 출범 할 때만 해도 지역학으로서의 경기학은 미지의 영역이었으나 오늘날 연구성과가 축적되고 총서로 엮이는 장면을 함께 목격하고 있다”며 “경기학총서는 경기학회의 학술활동을 바탕으로 경기도의 역사, 문화, 지역성을 심층적으로 조명하고 지역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고자 하는 연구출판 사업이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도민과 사회에 공유하는 공적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안은 뜨거운 물과 기름, 돌덩이 등으로 공격하는 시설이다, 아니다라는 논란이 있다. 오늘은 현안의 공격 수단과 기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현안은 왜 생겼을까. 현안을 설계하게 된 발단은 여장의 총안이다. 총안은 성 밖의 상황을 살피는 것이지만 한계가 있다. 성 가까이 접근한 적은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 현안도설에 “유직무우(有直無迂), 즉 사람의 눈은 직선으로만 볼 수 있지 휘어 꺾어 볼 수 없다”라는 말이다. 총안으로는 적병이 성벽 밑에 바짝 붙어 성벽을 헐거나 성에 오르기 위해 사다리를 설치해도 사람의 눈으로는 시선을 90도로 꺾어 아래를 내려다볼 수 없다. 아군이 완전히 은폐하면서 성벽 가까이 도착한 적병의 행동을 감시하기 위한 새로운 수단이 필요했다. 그 수단이 현안이다. 원래 목적이 성벽 바로 아래 적을 보기 위함이라지만 공격과 관련된 기록도 있다. 정약용은 현안도설에서 “현안으로 화살이나 돌, 총 등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석총통(矢石銃桶) 즉 화살, 돌, 총이라는 구체적 공격 수단을 제시했다. 정약용은 감시라는 주기능과 함께 공격시설임을 명확히 말하고 있다. 의궤는 아니지만 성역의궤 번역본과 함께 발간된 ‘화성성역의궤 건축용어집’도 보자. 여기에 현안을 “성벽 가까이 다가선 적에게 뜨거운 물이나 기름을 부어 공격하도록 고안된 시설”로 설명하고 있다. 이 용어 해설집에도 공격 수단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 책은 화성성역의궤를 연구하는 데 매우 유용한 좋은 자료다. 성역 당시에는 ‘화살, 돌, 총’을,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 ‘뜨거운 물, 기름’이 추가된 것을 알 수 있다. 현안은 과연 공격 시설일까. 거론된 공격 수단을 하나씩 평가해 보자. 사용성과 전투 효용성으로 나눠 살펴본다. 화성은 전쟁 시설물로 전투 효용성을 필히 살펴봐야 한다. 먼저 사용성을 살펴보자. 화살, 돌, 총, 뜨거운 물, 기름은 모두 현안을 이용해 사용할 수 있는 물체다. 별 이의가 없다. 전투 효율성을 살펴보자. 첫째, 화살과 총이다. 이 둘은 짧은 거리에선 직사 무기다. 반면에 현안은 곡선이다. 특히 아랫면이 곡선이다. 현안의 생김새를 고려하면 실패 가능성이 크고 살상범위가 매우 좁다. 더구나 엎드린 상태로 작은 구멍을 통해 아래로 쏘는 자세로는 공격 효과가 거의 없다. 둘째, 돌인 경우다. 현안을 이용하려면 돌 지름이 25㎝ 이내로 매끈한 공 모양이어야 한다. 현안 위 구멍이 지름 30㎝이기 때문이다. 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각이 있으면 현안에 돌이 걸리기 쉽다. 현안이 막히면 공격도 못하고 감시도 못한다. 내탁 위에 비치한 돌은 타구나 여장 위로 던지는 것이다. 현안 구멍은 아니다. 현안은 내탁 위가 아니고 치성 전면에 있다. 셋째, 뜨거운 물과 기름이다. 액체이므로 사용에 문제가 없다. 다만 물 보관, 끓이는 데 필요한 공간, 땔감 보관 장소가 내탁 위 혹은 치성 안에 있어야 한다. 운반, 보관, 흘려보내는 도구 등이 필요하다. 치성 위는 건물이 지어져 있어 이를 위한 여유 공간이 없다. 옹성은 더욱 없다. 치를 제외하고 대부분 현안 구멍이 마루 밑에 있어 쏟아붓는 행동도 거의 불가능하다. 정리하면 이론적으로 사용은 모두 가능하나 전투 효율성은 매우 낮게 평가할 수 있다. 적에게 성을 빼앗기느냐 지키느냐의 매우 급한 상황 외에는 실제 사용하지 할 수 없는 수단이다. 그러면 왜 공격 수단으로 문헌에 기록했을까. 그 내심을 살펴보자. 먼저, 뜨거운 물과 기름이 언급된 화성성역의궤 건축용어집은 성역의궤 기록이 아니다. 화성성역의궤를 번역해 발간할 때 함께 만든 용어집으로 성역의궤나 당시 문헌을 기초로 쓴 내용이 아니고 조선 후기 여러 영건(營建) 의궤들과 대조해 만든 해설집이다. 최근에 만든 자료다. 성역의궤 원문이나 주(註)가 아니라는 의미다. 다음, 물과 기름을 기록에 포함한 것은 천정(天井) 제도에서 따온 듯하다. 천정이란 협축의 원성 위에 설치한 구멍이다. 설치 대상과 위치, 형태가 다를 뿐 역할은 현안과 유사하다. 천정에 대한 설명에 “곧바로 성벽의 아래쪽을 볼 수 있고, 천정을 통해 창으로 아래로 찌르고 똥을 뿌릴 수도 있다”고 했다. 똥(糞·분)도 뿌리는데 물이나 기름도 뿌릴 수 있겠지란 생각에서 해설집에 ‘뜨거운 물과 기름’을 넣은 것 같다. 이와 달리 화살, 돌, 총은 당시 기록이다. 정약용이 “화살, 돌, 총 등을 이용해 공격할 수 있다”고 현안도설에 기록했다. 현안도설은 화성성역의 기본계획인 도설의 일부다. 정약용의 성설과 도설을 일반적으로 화성 설계라 보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설계로 보지 않는다. 정약용의 성설과 도설은 설계가 아니고 설계와 시공을 맡을 사람에게 제공하는 제안서다. 정조의 지시로 만든 ‘발주자 요구사항(O.R)’이 정확한 개념이다. 이런 바탕에서 정약용의 제안을 해석해 본다. 정약용은 본인의 제안서 현안도설에 ‘활용 가능의 나열’에 중점을 둬 강조했다고 본다. ‘활용 가능’이 아니다.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전 투입에는 뜻이 없었다는 의미다. 그러면 정약용의 제안서는 거짓인가. 거짓이라기보다 의도적이었다는 말이 더 적합하다. 정약용은 여러 활용 가능한 공격 수단을 의도적으로 강조했다. 무슨 의도였을까. 자신이 제안하는 현안이 채택되길 바라는 의도였다. 건축주 정조와 설계와 시공을 담당할 감동당상 조심태다. 정약용은 ‘여러 공격 수단’을 먼저 정조를 향해 ‘현안 마케팅(현안 팔이)’ 수단으로 활용했고 다음으로 조심태를 향해 ‘임금님 마케팅(임금 팔이)’을 한 것이다. 여러 공격 수단을 나열한 후 ‘참으로 좋은 방법입니다’란 미사여구로 제안서를 마무리한다. 결국이 제안은 임금도, 감동당상도 받아들인다. 실제로 옹성과 모든 치성에 다산의 제안과 똑같이 현안을 설치했다. 정약용의 마케팅은 성공했다. 다산의 화성 성역 제안서인 현안도설 중 공격 수단에 대해 살펴봤다. 오늘은 자기 제안의 ‘채택과 실현’이라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 젊은 시절 정약용의 마케팅 마인드를 엿봤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전문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