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사고수습대책 뒷전 책임회피 급급

“(교육청과 학교는) 도의적인 책임만 있다고 생각한다. 말조심하고 쓸데 없는 일에 개입지 말라.” “희생자 부모에게 ‘누가 (학생들에게 유흥업소에) 가라고 했느냐’는 등 유족을 자극 하는 일이 없도록 (일선 선생님들에게 전달) 하라.” “엄밀히 따지면 우리도 (이번 참사의) 피해자다.” 1일 오전 인천시교육청 대회의실. 지난달 30일 발생한 인천시 중구 동인천동 ‘러브호프’ 참사와 관련해 열린 긴급 고교장 회의에 참석한 80여명의 교육청 고위직 간부와 교장들은 대책마련보다는 책임회피에 급급한 발언을 경쟁적으로 했다. 이에앞서 피해현황과 문제점 및 대책 등 일련의 회의진행을 마치고 이번 참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회의 주제자의 물음에 입을 굳게 다물던 것과는 너무나도 상반된 모습이었다. 학생생활지도 강화 방안을 마련키 위해 전날 부랴부랴 소집령을 내린 교육청 간부와 아침 일찍 교육청에 모인 교장들은 이날 스스로 교육자이기를 포기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꽃다운 나이의 제자 51명이 싸늘한 주검으로 변했지만 스승들은 모든 책임을 ‘사회의 탓’으로 돌리려는 무책임한 발언을 남발할 뿐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참사가 벌어졌으며,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학교교육의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회의장을 속속 떠나고 말았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 얻은 결론은 교육청측이 급조한 학교장 및 담임 훈화교육 실시, 교외 생활지도 강화, 학생 특기·적성교육활동 강화 등에 불과하다. 토요일 오후 1시 퇴근 뒤 2∼3시간에 불과한 수박 겉핥기식 교외생활지도와 교내축제의 어두운 이면, 학생들의 유흥업소 출입을 막지 못한 솔직담백한 자성의 목소리는 오간데가 없었다. “생활지도는 해당 파트 교사외에, 담임은 자기반 학생외에는 무관심하다” 는 어느 교육청 간부의 교육현장 경험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별취재반

4명 급우잃은 인천여상 3학년 스케치

1일 오전 10시께 인천여상 3학년2반 교실.동인천 러브호프 참사로 한꺼번에 4명의 급우를 잃은 이 학급 학생들은 지난 토요일 웃으면서 헤어진 친구들의 책상을 꽃다발이 대신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아름이가 오늘 맛있는 저녁을 사주기로 약속했는데 왜 아직까지 오지 않는 겁니까” 아름 양을 포함해 모두 9명의 친구를 졸지에 하늘나라로 보낸 이 학교 학생들의 눈가에는 이날 하루종일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교실과 복도 등 학교 건물 곳곳에서는 작별인사도 못한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난 친구들에 대한 애도의 흐느낌만이 흘러나올뿐 상상조차 하기싫은 이번 사건에 대해 입을 열려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학급성적 1,2등을 다투던 모범생으로 알려진 노이화양(18·3년)은 사건 전날 삼성전자 취직시험에 최종 합격, 친구들로부터 축하를 받기 위해 호프집에 갔다가 변을 당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수십명의 어린 목숨을 앗아간지(화성 씨랜드 화재사건) 얼마나 됐다고 또 이렇게 많은 친구들을 빼앗아 갑니까.” “도대체 우리나라 어른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 입니까.” 슬픔의 도를 지나 분노의 오열을 토해내는 학생들의 질타 앞에 취재를 위해 몰려들었던 20여명의 기자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채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특별취재반

<흔들리는 청소년>②무분별한 술판매

지난달 30일 발생한 인천시 중구 동인천동 ‘러브호프’의 화재로 인한 사상자 134명 가운데 중·고교생으로 신분이 확인된 청소년은 모두 114명. 이 가운데 고교생 45명과 중학생 6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고교생 59명과 중학생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특히 아직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 5명과 중상자 15명 가운데 상당수도 중·고교생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번 사건의 사상자 대부분이 10대인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에 대한 술판매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번 대형 참사사건의 주범 가운데 하나는 청소년에게 무분별하게 술을 판매한 ‘검은 상혼’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러브호프’ 화재로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김모군(17·W고2)은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지만 한번도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 받은 적이 없었다” 며 “우리 반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친구는 거의 없다” 고 말했다. 이같이 청소년들에게 술을 팔며 주머니를 챙기고 있는 악덕업주들의 유혹은 동인천동 일대를 비롯해 주안역 앞과 부평5동 일명 ‘일번가’ 등지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다. 불과 수시간전 화마가 ‘러브호프’를 휩쓸고 간 31일 0시께 인근 S소주방. 출입문에는 ‘내부수리중’이라는 간판이 내걸렸지만 50여평 규모의 실내에는 20여명의 10대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같은 시간 인천시 남구 주안동 유흥가 밀집지역에는 인근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길거리로 몰려나온 10대들이 술에 취해 고성을 지르거나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워대는 등 무법천지를 방불케 했다. 호객 행위를 하던 한 10대는 “교복만 입지 않으면 술을 판다” 며 “단속정보를 미리 알기 때문에 적발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상가화재사고 업자와 공무원간 유착의혹

검찰이 인천시 동인천동 상가건물 화재 참사사건과 관련, 유착공무원 등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펼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지금까지 상가건물이 불법투성이였음이 드러나면서 업자와 경찰 구청 소방공무원간의 유착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유착의혹 경찰 조사결과 러브호프집은 지난달 19일 무허가 영업으로 경찰에 적발돼 사흘뒤 영업폐쇄 명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관할구청인 중구청은 화재 사흘전인 지난달 27일에 단속을 나갔으나 영업현장을 적발해내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업폐쇄 명령을 받은 업소가 8일간이나 버젓이 영업을 해 왔지만 행정당국은 이를 적발해 내지 못한 것이다. 담당공무원들이 업주와 어떤 관계이길래 불법영업을 적발해 내지 못했는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소방공무원들의 유착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은 2층 호프집의 대형창문이 나무패널 등으로 폐쇄돼 있는 상태였으며 비상 대피통로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다 가게 내부의 내장재 등이 인화성이 강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던것도 한몫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할 소방서의 이호프집에 대한 형식적인 소방안전점검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경찰도 호프집 업자와의 유착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들것으로 보인다. 이 호프집에서 파출소와의 거리는 20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도 파출소 관계자는‘청소년들이 출입하는 것을 몰랐다’고 말하고 있다. 관할 경찰의 말대로 청소년 출입을 몰랐는지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뇌물의혹수사 이처럼 구청, 소방서, 경찰 공무원과 호프집과의 유착의혹이 불거지면서 뇌물커넥션이 강화게 제기되고 있어 검찰이 직접 내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호프집업주가 인허가 과정과 소방점검 경찰단속이 있을때마다 로지자금을 뿌렸다는 소문이 나도는 점을 중시, 관련 공무원들을 상대로 이부분을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같은 공무원과 업자간의 유착에 따른 뇌물거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무원들은 뇌물수수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전원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관련, 인천지검 유성수 차장검사는 “검찰은 우선 유족들과의 협의를 통해 사체처리를 매듭짓고 인허가나 소방점검관련 공무원 및 경찰들을 상대로 업소와의 유착여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겠다./특별취재반

긴급진단 안전사각지대 상가건물<2>

지난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성남 호프집 화재사건에 이어 5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대형 화재사건은 업주들이 멋대로 창문을 막고, 가연성물질로 치장한 내부장식 때문에 피해가 가중됐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지만 이같이 밀폐된 인테리어로 퇴로가 막히면서 옴짝달싹 못하는 재앙을 초래한 것이다. 1일 본보 취재팀이 경기·인천지역 청소년 출입업소의 실내를 점검한 결과 업주들이 창문과 대피로 등을 막은 것은 물론 카페트, 기름 나무 등으로 내부장식을 한채 영업을 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소화전과 소화기도 없이 영업을 하고 있어 화재에 무방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래방, 만화방, 호프집, 콜라텍 등이 입점해 있는 수원시 팔달로 남문앞 A건물에는 소화전, 소화기도 없고 화재자동탐지기 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만화방 유리창문은 만화진열대로 막혀 있어 대피로가 확보돼 있지 않았으며 실내는 기름목재, 양탄자 등 인화성 물질로 장식돼 있었다. 대중음식점, 이발소와 카페, 호프집 등이 입점해 있는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B빌딩의 업소 내부도 나무로 2개층을 만들어 놓았으며 창문을 막아 형광물질로 장식해 놓아 입구를 평상시에도 제대로 찾을 수 없고 천막으로 스크린을 만들어 놓았다. 안양시 동안구 범계동 일대 노래방과 비디오방, PC방등 청소년 출입 업소의 비상등이 작동되지 않고 깨진채 방치돼 있는 것은 물론 내부는 양탄자와 나무로만 치장됐으며 유성페인트로 장식돼 있어 화재시 유독가스가 우려된다. 성남시 분당구 삼성프라자 일대 로데오 거리에 있는 호프집, PC방, 카페, 옷가게, 오락실 등 청소년 출입 업소들의 내부도 창문이 막혀져 있고, 내부장식 역시 배니아판, 기름 나무로 치장돼 있고, 통로도 벽돌 등으로 미로처럼 꾸며져 있었다. 인천 제물포역앞 등도 PC방, 락카페등도 갖가지 실내장식으로 완전히 밀폐돼 있어 청소년 들이 위험속에서 젊음을 발산하고 있는 상태다. 경기도 소방관계자는 “카페, PC방, 오락실 등 청소년 출입 업소 업주들이 안전을 무시한채 내부 변경하고 인화성 물질로 치장해 화재시 유독가스에 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특별취재반

인천 상가건물 화재 수사 확대전망

인천 동인천동 상가건물 화재 참사 사건의 수사방향이 인허가나 소방관련 부서공무원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인천지검 유성수 차장검사는 1일 오전 기자브리핑을 통해 “인허가 과정에서 호프집 노래방 그리고 건물주 등 업주측과 공무원간 유착의혹을 캐기위해 각 분야별로 공무원들에 대한 기초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따라 이날 함귀용 형사2부장검사를 반장으로 한 검사 6명으로‘동인천 호프집 화재사건 검찰 대책반’을 구성하고 경찰수사와는 별도로 본격적인 내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우선 러브호프집이 지난달 19일 무허가영업으로 경찰에 적발돼 사흘뒤 영업폐쇄명령을 받고도 8일간이나 버젓이 영업을 해 왔는데도 관할 행정당국이 지난달 27일 단속에서 이를 적발해 내지 못한 점을 중시, 공무원과의 유착없이는 이같은 일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 건물 2층 호프집의 대형창문이 나무패널 등으로 폐쇄돼 있는 상태였으며, 비상대비통로조차 없었는데도 지난 6월8일 관할 인천중부소방서의 소방검사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은 것은 소방공무원과 업자간의 유착없이는 불가능 하다고 보고 이부분에 대한 수사도 벌일 계획이다. 검찰은 이와함께 이호프집이 파출소와 30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도 파출소측이 그동안 한차례도 단속을 하지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와관련, 인천지검 유성수 차장검사는 “이번 화재참사사건과 관련된 인허가 비리나 단속무마 뇌물, 소방점검 등에서 불거진 관련비리 전반에 걸쳐 집중수사를 벌이겠다” 며 “불법사실이 드러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같은 공무원들과 업자간의 유착의혹 수사외에 청소년들의 유흥업소출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고단위 처방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은 물론, 이번 수사가 끝나는대로 청소년 유해업소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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