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서열이 완벽한 고등학교를 흔드는 전학생, '하이라키' [핫플체크 EP.15]

영화, 드라마, OTT 콘텐츠 등 볼 것 찾는 사람들을 위한 '핫한 플레이리스트'를 알려주는 '핫플체크'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하이라키'는 소수가 질서이자 법으로 군림하는 주신고등학교의 서열 상위의 리안(김재원)과 재이(노정의), 그들의 친구 헤라(지혜원)와 우진(이원정)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일환으로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전학 온 강하와 부딪히며 그들의 견고한 세계에 균열이 생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정의, 이채민, 김재원, 지혜원, 이원정 등이 출연하고 환혼2를 공동연출한 배현진 감독이 연출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학원물이지만 폭력, 음주, 부적절한 관계 등 자극적인 소재와 계층 서열까지 존재해 주신고등학교 세계관은 어두운 사회의 축소판과 다를 바 없다.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은, 마치 신분제를 연상시키는 듯한 학생들의 관계 속 장학생으로 입성한 강하가 주신고의 부조리를 파헤쳐 간다. 재이는 익명의 SNS로부터 비밀에 대한 협박을 받게 되며 다른 캐릭터들과 갈등을 빚고, 형의 죽음에 대한 비밀과 복수로 가득 찬 강하 또한 주신고에 영향을 미친다. 작고 큰 비밀들이 캐릭터들 간의 관계성에 주는 변화와 성장을 눈여겨볼 만하다. 한편 하이라키는 넷플릭스 TOP 10 비영어 TV 부문 2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한국을 포함한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프랑스, 나이지리아, 인도, 홍콩, 대만 등 51개국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료출처 ㅣ 넷플릭스

[영상] 상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AI 서비스, 영화 원더랜드 [핫플체크 EP.14]

영화, 드라마, OTT 콘텐츠 등 볼 것 찾는 사람들을 위한 '핫한 플레이리스트'를 알려주는 '핫플체크'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 어린 딸의 곁을 조금 더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숨기고 직접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한 ‘바이리(탕웨이)’를 비롯해 사고로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남자친구 ‘태주(박보검)’가 그리워 ‘원더랜드’에서 우주인으로 복원된 태주와 영상통화를 이어가는 ‘정인(수지)’ 등 원더랜드와 함께인 세상을 살아나간다. 어느 날 현실 속의 태주가 의식불명에서 깨어나거나 '바이리'의 원더랜드 서비스가 종료되는 등 균열이 생기게 된다. 영화 원더랜드는 김태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등 내로라하는 대세 배우들의 캐스팅 소식만으로도 일찌감치 관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화려한 캐스팅 속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설정을 더해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탐구해가는 원더랜드의 이야기를 눈여겨볼 만하다. 바이리의 딸은 바이리가 살아있다고 믿는다. 원더랜드 속 바이리를 진짜라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 바이리의 어머니는 바이리의 죽음을 알고 있기에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을 느낀다. 실제와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진 미래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한 장면을 옮겨 놓은 듯하다. 진정한 이별과 상실에 대한 슬픔의 치유 방식에 대한 고민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영화 '원더랜드'는 지난 5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자료출처ㅣ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인천 펜타, 세풀투라, 데이식스, 브로큰 발렌타인 출격…3차 라인업 공개 [2024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4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세풀투라(SEPULTURA), 데이식스(DAY6), 브로큰 발렌타인(Broken Valentine) 등 7개 팀이 출격을 예고하면서 축제의 열기를 띄우고 있다. 7일 인천시에 따르면 이날 정오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해외 및 국내아티스트 7개 팀을 추가한 3차 라인업을 발표했다. 우선 브라질의 대표적인 헤비메탈 밴드 세풀투라(SEPULTURA)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해체를 앞두고 고별 투어를 준비하고 있고, 23년만의 내한 공연이다. 세풀투라의 40년 역사를 기념하는 마지막 투어 ‘셀레브레이팅 라이프 스루 데스(Celebrating Life Through Death)'는 브라질에서 시작, 인천의 펜타포트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어 K-POP 대표 밴드 데이식스(DAY6)의 무대도 만날 수 있다. 데이식스는 지난 3월 여덟 번째 미니앨범 '포에버(Fourever)'를 발표하고 단독 콘서트와 팬미팅을 비롯해 각종 페스티벌을 통해 팬들과 만나고 있다. 데이식스는 최근 인생 2막을 맞이한 만큼 첫 펜타포트 무대로서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의 대표곡 ‘예뻤어’, ‘놓아놓아놓아' 등은 대중과 팬들의 호응을 모두 이끌어내는 등 MZ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오리사카 유타(YUTA ORISAKA)도 밴드와 함께 출격한다. 오리사카 유타는 블루스와 재즈에서 받은 음악적 영향을 현대식 팝과 포크로 풀어내어 일본 내에서 뛰어난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다. 일본에선 TV,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이고, 국내에선 싱어송라이터 이랑과 함께 작업한 곡 ‘윤슬’로도 알려져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락 밴드 브로큰 발렌타인(Broken Valentine)도 출연한다. 브로큰 발렌타인은 지난 2005년에 결성, 국내외 다수 밴드 경연에서 수상하며 음악성을 인정받은 실력파 밴드다. 멤버 교체 이후에도 음반과 라이브 무대를 통해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또 소리꾼 이자람을 주축으로 결성된 아마도이자람밴드도 펜타포트 무대에서 만난다. 밴드 형태로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진한 음악 색깔을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국내 밴드 경연을 휩쓰는 라이징 밴드 레드씨(Red C)와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연정도 출연한다. 레드씨는 친형제로 구성, 2인조 밴드로 빈틈 없는 호흡을 보여줄 예정이다. 연정은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장려상을 수상한 만큼 감성적인 연주와 탄탄한 보컬을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이뤄진 라인업 공개에서는 그래미 어워즈 12관왕을 수상한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잭 화이트,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하드코어 펑크 밴드 턴스타일, 대한민국 밴드씬을 이끄는 잔나비가 헤드라이너로 이름을 올렸다. 또 미국의 록 밴드 소닉 유스(Sonic Youth) 출신의 킴고든(KIM GORDON), 노르웨이 싱어송라이터 걸인레드(GIRL IN RED), 영국 대표 슈게이징 밴드 라이드(RIDE), 단독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실리카겔과 LA에서 새 앨범 작업중인 새소년도 등장한다. 이와 함께 ‘2024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레귤러 티켓과 캠핑권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인터파크 티켓, 예스24, 티켓링크, 네이버 예약, KB Pay, 엔티켓을 통해 발매를 시작한다. KB국민카드로 결제 시 15% 추가 할인이 이뤄진다. 앞서 ‘블라인드 티켓'과 ‘얼리버드 티켓’ ‘마니아 티켓’ 등은 단시간 안에 매진을 기록했다. 시 관계자는 “락 음악의 역사와 미래를 아우르는 무대를 준비했다”며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가족 중심적인 축제를 비롯해 락 밴드들의 수준 높은 공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했다. 한편, 올해 19회를 맞이하는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인천시 주최, 인천관광공사·경기일보 공동주관으로 오는 8월2~4일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다. 지난해 열린 2023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역대 최다 관람 인원인 15만명을 기록하는 등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영상] 세상 모든 사람들의 꿈에 등장하는 남자, 영화 '드림 시나리오' [핫플체크 EP.13]

영화, 드라마, OTT 콘텐츠 등 볼 것 찾는 사람들을 위한 '핫한 플레이리스트'를 알려주는 '핫플체크' 영화 '드림 시나리오'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의 꿈에 등장하며 ‘드림 인플루언서’로 급부상한 존재감 제로였던 ‘폴’에게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해프닝을 담은 A24의 기막힌 코미디이다. 꿈속에 어떤 일이 일어나건 개입하지 않는 무해한 존재로 나타나던 '폴'은 곧 밈화 되며 인터뷰와 광고 모델 요청을 받는 등 하루아침에 유명 인사가 된다. 하지만 어느 날, 폴이 등장하는 꿈이 갑자기 악몽으로 변하면서 그의 삶은 다시 뒤바뀌기 시작한다. 꿈이라는 무의식의 영역을 통해 의도하지 않았지만 인플루언서가 된 삶을 즐기던 폴. 악몽 속 존재가 되기 전까지는 몰랐던 대중의 시선에 노출되고 평가받는 것에 대한 그늘진 부분을 마주한다. 영화는 대중의 집단적 행동과 인간의 본성을 예리하게 그려내 명과 암을 꼬집어 블랙코미디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또한 주연을 맡은 니콜라스 케이지는 영화 속 폴의 역할에 완벽히 녹아든다. 그는 자신의 의도 무관하게 영화 뱀파이어 키스 속 특정 장면으로 밈이 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폴을 연기하기 위한 삶의 경험을 이미 갖추었다."며 "폴이 느끼는 감정을 이미 느꼈다."고 언급하기도 해 영화의 몰입감을 더욱 높여 기대를 모은다. 개봉 이후 연일 동시기 개봉 외화 박스오피스과 예매율 모두 1위를 기록하며 흥행 청신호를 밝히고 있는 영화 '드림 시나리오'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꿈의 무대 슈퍼루키… 522개팀 신청 ‘역대 최다’ [2024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신인 아티스트의 꿈의 무대인 ‘2024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오르기 위한 루키 밴드들의 열기가 뜨겁다. 29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신인 밴드 등용문인 ‘펜타 슈퍼루키’의 신청 마감 결과, 모두 522팀이 신청했다. 펜타 슈퍼루키 신청은 지난 2019년 148팀, 2022년 328팀, 지난해 437팀에 이어 올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인천 141팀(27.01%), 서울 239팀(45.79%), 경기 68팀(12.03%)을 비롯해 강원‧충청‧전라‧경상‧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신인 밴드들이 신청했다. 펜타 슈퍼루키는 ‘미래 록 음악의 창조적 요람’을 목표로 신인 아티스트 발굴은 물론 무대에서의 공연 기회 등을 제공하는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이미 펜타 슈퍼루키 출신 아티스트는 국내·외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다른 아티스트와 교류하며 K-ROCK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는 잔나비는 앞서 2014년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펜타 슈퍼루키를 통해 탄생한 아티스트이다. 잔나비는 지난 2022년 메인 스테이지에 이어 올해에는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다. 펜타 슈퍼루키는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치열한 예선전을 거쳐 다음달 5일 총 30팀의 선발이 이뤄진다. 이어 다음달 15일 본선 공연 무대를 통해 10개 팀이 추려지고, 이후 다음달 29일 결선 무대에서 최종 6개팀(TOP6)을 뽑는다. TOP6는 오는 8월 2~4일 열리는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서드무대에 오르는 자격을 거머쥔다. 이중 대상팀은 상금과 함께 해외 페스티벌 출연 기회가 주어진다. 이 같은 펜타 슈퍼루키의 TOP6를 뽑는 결선 무대는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전세계에 소개한다. 시 관계자는 “펜타 슈퍼루키를 위한 신인 아티스트들의 열기가 뜨겁다”며 “대한민국 락의 역사를 이끌어갈 신인 아티스트들이 멋진 무대를 선보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펜타 슈퍼루키 TOP6는 다른 축제나 행사와 연계해 많은 출연 기회를 주고 매니지먼트나 라이브 공연 기회 등도 제공할 예정”이라며 “공정하고 전문적인 심사위원회를 꾸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공연의 뒷 이야기나 일상 등을 담은 시리즈를 제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하고 해외 에이전시 및 다른 아티스트와의 교류 경험 등도 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인천시 주최, 인천관광공사·경기일보 공동주관으로 오는 8월 2~4일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다.

글로벌 팝 밴드 ‘웨스트라이프’,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서 공연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는 오는 7월6일~7일, 다목적 실내공연장인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팝 밴드 ‘웨스트라이프(Westlife)’ 콘서트를 연다. 13년만에 한국 무대에 서는 웨스트라이프는 전 세계적으로 5천5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 기록을 세운 아일랜드 출신 글로벌 팝 밴드다.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과 풍성한 화음이 돋보이는 팝 발라드 장르 음악을 통해 전 세계가 사랑하는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다. 지난 1999년 발매한 데뷔 싱글 ‘스웨어 잇 어게인(Swear It Again)’을 포함한 1집 앨범 수록곡 총 7곳을 연속으로 영국 음악 차트 1위에 올려놨으며, 21세기 영국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판매한 그룹으로 기네스에 등재되는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공연 티켓은 오는 6월4일 오후 8시부터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인스파이어는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연 관람과 숙박 등을 연계한 특별 패키지 구성을 선보일 계획이다. 인스파이어는 이번 공연 외에도 6월2일 SBS 주관 ‘K-Wave 콘서트 인기가요’, 6월 15~16일 하이브 주관 ‘2024 위버스콘 페스티벌’ 등 다양한 K-팝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지난 3월 ‘마룬파이브’ 공연을 비롯해 ‘2023 멜론 뮤직 어워드’, ‘SBS 가요대전’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선진적인 라이브 음악 공연장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예언을 넘어, 일상이 된 영화 ‘그녀(her)’ [영화와 세상사이]

10년 전 국내 개봉했던 한 영화를 언급하고자 한다. 2014년 관객들과 만났던 ‘그녀(her)’. 아내와 이혼한 남자가 우연히 구매한 인공지능 운영 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담아낸 이 SF영화는 2025년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가까운 미래상을 그려냈다. 영화 속에서 묘사됐던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는 연출과 각본을 맡은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생각해낸 대사들과 상황들에 기반해 펼쳐졌다. ‘그녀’에서 인공지능(AI) 사만다는 구매자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와 소통을 반복해 점점 가까워지면서도 스스로 학습과 발전을 거듭하며 자의식을 갖춰나간다. 결국 사만다는 사전에 설정된 본연의 임무를 뒤로하고 인간의 곁을 떠난다. 이때 인공지능이 주체성을 갖게 되면서 인간의 지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영역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비단 이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과 영상을 비롯한 수많은 콘텐츠에서 확인할 수 있다. 테오도르는 AI를 인간처럼 대했지만 인간과 기계 사이 극복될 수 없는 간극을 끝내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그런 그가 마침내 찾아낸 마음의 안식처는 결국 사람이었다. 사람은 사람과 사랑하고, 사람으로 치유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인간 중심의 논리가 영화의 엔딩에서 구체화됐다. 결국 ‘그녀’는 상상만 하던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영상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인간이 인공지능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그 존재와 융화되는 과정이 녹록지 않다는 걸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5월13일 미국의 오픈 AI사는 차세대 인공지능 모델 ‘GPT-4o’를 공개했다. 이제 GPT-4o를 통해 인류는 1초 안팎의 반응 속도를 지닌 AI와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이어갈 수 있다. 기존 AI와 비교하면 2~4배 빠른 데다 대화를 나누는 이의 음성을 인식해 감정을 이해하는 모습도 보여준 만큼 영화 속 인공지능이 마침내 현실에서도 구현됐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에선 AI가 개개인에 맞춰 상용화된 시기가 2025년이고 현실 속 인류는 2024년을 지나고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영화 ‘그녀’는 마치 예언처럼 우리 곁을 다시 맴돌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AI와 인간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SF 장르에서 중요한 건 창작자의 관점과 태도다. “현 시점의 인간이 다가올 미래에 대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가?” 이 질문이 적절하게 다뤄질 때 콘텐츠의 입체성과 생명력이 살아날 수 있다. 이때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 속 깊숙이 침투하는 상황을 가정한 채 진행되는 수많은 영화들이 떠오른다. ‘매트릭스’ 시리즈나 ‘터미네이터’ 시리즈 등 대중 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대다수 콘텐츠는 미래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데 혈안이 됐다는 점을 기억해보자. 물론 도달하지 않은 미래의 여백을 상상력만으로 채우려면 다양한 갈래의 생각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기에 이런 묘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같은 방식을 탈피해야만 한다. AI의 발전에 달려 있는 세계의 존속과 같은 거대 담론에만 매달리면 시야가 좁아질 위험이 있다. 그보다는 AI가 삶에 침투했을 때 지금 내 곁에서 또 우리 일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꼭 곱씹어 봐야 할 장면은 따로 있다. 시스템 업그레이드로 인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만다를 애타게 찾던 테오도르가 지하도 계단을 내려가다가 갑작스레 복귀한 사만다의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시퀀스를 떠올려 보자.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테오도르에게 바짝 붙어 클로즈업했기 때문에 그의 곁을 지나치는 주변 행인의 존재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앞선 구간에서도 종종 카메라는 사만다와 대화를 나누는 테오도르의 얼굴을 화면 가득 채울 때가 많았다. 이 장면 역시 이전의 구간과 당장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순간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자신을 유일하게 사랑해주고, 자신과 일상을 나누던 게 아니라 8천316명과 동시에 이야기하고, 641명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로 인한 내면의 변화를 겪는 테오도르의 눈에는 그제야 주변 행인들이 저마다의 사만다와 대화하는 장면들이 들어온다. 관객들 역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개인용 AI를 통해 소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테오도르와 함께 알아차리게 된 셈이다. 이 구간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에게 다가올, 또 이미 다가왔을지도 모르는 세계를 다루는 데 있어 사소한 순간에 주목한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즉, 이 영화는 세계의 멸망이나 인류의 위기 같은 거대 담론에는 관심이 없다. 누구나 체감하는 일상, 그 속에서 연쇄로 피어나는 관계의 변화를 세심하게 포착하고자 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영화 ‘그녀’는 어떤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걸까. 인공지능을 손쉽게 구매해 개인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세팅하는 ‘그녀’의 세계가 완전한 실재도 아니고 완전한 허구도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 보고 싶다. 다시 말해 영화 속 세계는 문명의 대변혁이 일어난 미래 도시도 아니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세계관도 아니다. 그저 적당한 현실감을 머금은 채 충분히 발생 가능한 에피소드로 가득한 곳이다. 곧 우리들의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세계인 셈이다. 이제 영화 ‘그녀’는 단순한 예언을 넘어 하나의 교본 내지는 참고본이 됐다.

[영상] 첫사랑을 따라 걷는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핫플체크 EP.12]

영화, 드라마, OTT 콘텐츠 등 볼 것 찾는 사람들을 위한 '핫한 플레이리스트'를 알려주는 '핫플체크'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은 일본과 대만의 합작으로 대만의 첫사랑 아이콘 허광한과 일본 라이징 엔터테이너 키요하라 카야가 출연하고 후지이 미치히토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이다.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18세 소년 지미(허광한)는 노래방 뒷마당에서 농구하던 중 일본에서 배낭 여행을 온 아미(키요하라 카야)를 만나게 된다. 둘의 사이가 가까워지는 만큼 지미의 마음도 커져가는데 아미가 갑작스럽게 떠난다. 18년 후, 지친 일상 끝에 고향에서 시간을 보내던 지미는 과거 아미로부터 온 그림엽서를 발견하고 첫사랑을 찾아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며 만나는 인물들과 함께 기억을 추억하는 영화이다. 대만부터 일본까지 각 나라가 주는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인다. 대만의 인기 여행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 만큼 영화의 여정을 따라 관객 또한 함께 여행하는 느낌을 준다. 영화는 첫사랑이라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주제를 지미의 시선을 통해 풀어나간다. 18살의 어설프고 풋풋했던 추억과 성숙하고 차분한 36살의 아련하고 애틋한 감정까지 다루며 성장과 위로가 담겨있다.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은 지난 22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자료 출처 ㅣ (주)미디어캐슬

미래에서 과거로 향하는 이유 [영화와 세상사이]

■ 미래에서 바라보는 과거…‘어떻게’에 집중한 ‘테넷’ 2020년 개봉한 영화 ‘테넷’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보자. 프리야와 주도자의 대화 신이다. “사토르는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어(프리야)”, “미래와 소통한다?(주도자)”, “우리 모두가 해. 이메일, 문자, 신용카드… 모든 게 기록돼서 남으니까 미래와 소통하는 거지(프리야)”, 그리고 이어지는 프리야의 질문. “그렇다면 미래도 과거와 소통할까?” 이 질문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필요없는 물음이다. 미래는 당연히 과거를 응시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를 곱씹어본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전진의 동력을 찾아내지 않나. 우리가 지금 남기고 있는 정보와 기록들은 지금 우리를 위해 존재하지 않고, 미래의 우리가 과거를 돌아볼 때 유용하게 쓰인다. 현재 우리가 실시간으로 남기는 흔적들은 지금 이 시점의 우리를 정립하는 재료가 아니라 우리의 자취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요소들일 뿐이다. 결국 테넷에서 관객들은 미래의 세력들이 현재로 요원들을 보내 인류가 직면하게 되는 참극을 사전에 막는 모습을 본다. 이때 미래는 당연히 과거와 접속할 뿐만 아니라 과거를 건드려 현재에 이은 미래까지도 바꿔 버린다. 이때 테넷과 같이 ‘시간 역행’을 소재로 삼아 과거를 바꿔 미래까지 영향을 미치게 하는 시도들은 다양한 영화에서 다뤘던 작업이기 때문에 특별하지 않다. 문제는 이런 시도들이 ‘왜’ 진행돼야 하냐는 것이다. 이들은 왜 시간을 거스르고, 이들이 왜 미래에서 과거로 또 현재로 건너와 일어날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저울질하며 고민에 빠져야 하는 걸까. 사실 테넷은 ‘왜’보다는 ‘어떻게’에 집중했다. 그 덕택에 이 영화는 독특한 작품으로 취급받고 있다. 개봉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이 영화만큼 역재생 기법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화해낸 사례는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다시피 하다는 점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테넷에 담겨 있는 역재생 신들은 단순히 촬영본을 되감기한 장면으로만 구성된 게 아니라 직접 배우들이 거꾸로 액션하고 연기하면서 담아낸 장면들도 많이 포함돼 있다. 연출자인 크리스토퍼 놀런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등을 휩쓸며 화제의 반열에 올랐지만 사실 놀런의 테크닉은 전작인 테넷에서 가장 빛을 발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만큼 테넷은 기술과 연출 측면에서는 분명 주목할 만한 영화다. 그렇지만 테넷은 시간을 주물렀을 때 그 인과관계가 무너지고 다시 재정립되는 방식에만 초점을 맞출 뿐인 영화다. 다시 말해 미래의 존재가 과거에 개입하는 순간, 그 존재의 내면이 어떨지 들여다보는 데에는 한계를 드러낸다. 인류의 비극을 초래할 핵전쟁을 막자는 대의를 위해 요원들이 움직인다는 점은 알겠지만 그 이상의 동기나 명분, 내면의 고뇌 따위는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요소들이 아니다. 결국 인간은 과거를 바라볼 수 있을 뿐 미래가 어떨지는 상상에만 맡겨야 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우리는 미래의 우리가 어떤 마음일지 알 수 없는 게 당연하다. ■ 스트레인지는 ‘왜’ 시간을 거슬러야만 했나 이때 또 다른 영화 한 편을 함께 언급하고 싶다. 바로 2016년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는 테넷과 ‘역재생’이라는 키워드로 한데 묶일 수 있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의 후반부 역재생 시퀀스는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이자 테넷과의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구간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역재생이 흥미로운 이유는 세상이 파괴된 이후 재건 과정이 상세히 조명되기 때문이다. 악당 케실리우스와 그의 수하들이 홍콩에 도착해 웡을 비롯한 마법사들과 대치하는 장면, 그리고 이어지는 스트레인지와 모르도의 대화 신, 그리고 슬링 링을 지나 다시 펼쳐지는 홍콩. 이때 스트레인지와 모르도는 이미 폐허가 된 도시를 직면한다. 결의를 다지던 웡은 온데간데없고 시민들은 죽어 있으며, 생텀은 파괴됐고, ‘너무 늦었다’는 모르도의 대사가 극 내외에 선명하게 각인된다. 어째서 영화는 도시가 실시간으로 박살나는 현장의 급박함 대신 이미 벌어진 참상을 관객에게 제시했을까. 놀런은 테넷을 만들 때 건물을 실제로 폭파한 뒤 그것이 촬영된 필름을 되감았다. 그렇지만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런 실재하는 감각 자체엔 큰 관심이 없다. 그저 너와 나의 세계가 지속될 수 있는지, 그러니까 닥터 스트레인지의 스크린 안에는 그 가능성만이 맴돌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영화 속 홍콩이 폐허가 된 뒤 재건되는 과정은 잘못될 걸 알면서도 선택을 내려야 하는 존재들의 딜레마를 부각시킨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우리는 역행하는 시간대를 거슬러 순행의 상태로 존재하는 스트레인지가 어떤 마음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있는지 가늠해볼 기회를 비교적 선명하게 얻을 수 있다. 스트레인지는 희생을 감수하면서 미래를 되돌려 과거로 향한 뒤 다시 발 딛고 살게 될 미래의 세상을 구한다. 테넷의 주도자 역시 닐과 함께 세상을 구했다. 이 과정에서 테넷은 당도한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관객에게 주도자가 막고자 하는 미래의 비극은 드러나지 않은 셈이다. 주도자가 과거를 바로잡아 인류를 구하려는 사명감이 느껴지긴 해도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몸부림치는지 가늠해보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도르마무와의 거래 장면이 아니라 바로 파괴된 홍콩이 폐허에서 복구되는 장면이다. 관객들은 타임스톤을 이용해 시간을 되돌리는 스트레인지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목격한다. 흐르는 시간을 조작했기 때문에 스트레인지는 자연의 법칙을 거슬렀다는 점에서 분명 무언가를 감내해야 할 테다. 그들은 어째서 미래에서 과거를 돌아봐야만 했을까. 테넷은 그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 답변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