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대변에서 혈변, 즉 피가 묻어 나온다고 하면 그 어떤 부모라도 당황하고 걱정스러울 것이다. 물론 아이의 변에서 피가 묻어 나오는 소견은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좋지 않은 증상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모든 혈변 증상이 응급상황인 것은 아니다. 아이의 전신 상태 등과 함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실제 혈변이 맞는지부터 확인한다. 음료수나 빙과류 등에 포함되는 붉은 색소, 토마토 등의 붉은 음식에 의해 혈변처럼 보일 수 있으며, 시금치나 감초, 철분제 등에 의해서도 대변색이 검게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최근 1~3일 정도의 섭취한 음식이나 약제 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혈변이 맞다면 전신 상태와 실혈양을 확인해 보아야 한다. 혈변의 양이 대변에 묻어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다량이거나 전신상태가 감소되어 있다면, 반드시 원인 감별과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할 수 있다.
전신상태의 확인은 간단하게는 아이의 활동성이나 소변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맥박이나 피부 색깔 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주기적인 보챔이 있거나 처지는 영아에서 젤리 같은 혈변을 보는 경우에는 장중첩증 등의 응급상황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여 반드시 복부 초음파 등의 검사를 시행해야만 한다.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지 다량의 혈변이 지속될 경우에는 급성 악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액 등의 빠른 처치가 필요하며 각종 객관적인 검사 지표를 확인해야 한다. 하루에 한두 번 대변을 보는데, 그 때마다 혈변이 묻어 나오는 소견만으로, 간혹 심각한 장출혈의 가능성을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장출혈 소견이 있다면, 하루 한두 번 정도로 그것도 배변때에만 묻어 나오는 출혈 소견에 그칠 가능성은 낮으며, 지속적인 출혈을 동반한 배변이 보이거나 심각한 복통 등의 증상이 동반될 것이다. 혈변의 원인은 연령에 따라 고려될 수 있다. 신생아 연령에서는 분만시 흡입된 혈액이 나오기도 하지만, 전신상태에 따라 괴사 장염이나 세균성 설사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알레르기 직결장염과 같은 질환에서는 고추가루 뿌린 듯한 혈변, 실 같은 혈변이 나오기도 한다.
영아기에는 앞서 이야기한 장중첩증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며, 복통이 동반되지 않은 혈변인 경우에는 항문 열상, 멕켈 게실, 용종 등에 의할 수도 있다. 모든 연령에 걸쳐 감염 설사는 흔한 혈변의 원인이며 좀 더 높은 연령의 아이들에서는 헬리코박터 균이나 스트레스 궤양과 같은 소화기 질환에 의해서도 혈변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혈변이라는 증상은 어느것 하나로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렵고, 원인 진단이 애매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의 상태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파악한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대용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소화기영양
오피니언
이대용
2015-08-24 20:12